[데스크 칼럼] 집, 반드시 사야하는 시대

송경남 기자 songkn@ekn.kr 2020.08.23 16: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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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부동산부장


얼마 전 서울 은평구에서 분양한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1순위 청약에서 110가구 모집에 3만7430명이 몰리며 평균 34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0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해 분양한 ‘아크로리버뷰’의 경쟁률(306.6대 1)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에 앞서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 공급된 ‘DMC 센트럴자이’도 평균 128.7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자이’ 3개 단지가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고, 당첨자 발표일도 같아 중복 신청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집 마련에 대한 열풍은 새 아파트뿐 아니라 구축 아파트에서도 확인된다.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세대들이 보금자리 대출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모아 구축 아파트 구입에 나서면서 ‘패닉 바잉‘(panic buying)과 ‘영끌’(영혼까지 끌어온다는 뜻)이라는 단어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익숙해졌다.

2030세대들이 주택 매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집값이 올라도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3년간 서울 주택 가격은 34%가 올랐고, 그중 아파트는 52%나 올랐다. ‘더 기다렸다가는 평생 내집 마련 못 한다’라는 불안감에 빠진 2030세대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7개월 연속 아파트를 가장 많이 구입한 세대는 30대다. 7월만 보더라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 1만6002건 중 33.4%인 5345건을 30대가 매입했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매수세는 최근 집값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는 8·4 공급 대책으로 30대의 패닉 바잉이 다소 진정됐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공급될 물량이 적어 패닉 바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요즘은 어느 자리를 가나 집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누구는 어디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그게 지금 얼마 나간다’, ‘누구는 어디 집을 사서 3년 만에 몇 억원을 벌었다’ 등 주로 집값 상승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런 자리에서 유주택자들은 자신의 내집 마련 성공담을 이야기 하고, 일부는 ‘집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싸게 사는 것이다’, ‘지금은 새 집이던 헌집이던 가리지 말고 무조건 사야할 때다’ 등 조언하기 바쁘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은 ‘나는 평생 집을 못 사고 전세나 월세로 살겠구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라고 강조해 왔다. 또 그렇게 정책을 편다며 규제지역 확대, 세제·금융 규제, 공급 확대 등을 아우르는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주거 안정화 방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많은 대책들은 효과도 없이 집값만 올려놓았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많은 국민들은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반드시 사야 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조속히 실행에 옮겨지기를 기대해보지만, 실행에 옮겨진다 하더라도 ‘집을 안 사도 되는 시대’가 될는지는 의문이다. 집값이 오르는 한 집은 ‘사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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