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력수급현황판.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력수요가 줄어들면서 전력 판매가격이 4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역대급 긴 장마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 탓이다.
이처럼 낮은 전력 판매가격으로 특히 대체로 중소, 중견 단위 기업으로 운영되는 재생에너지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장마와 태풍으로 발전 장비 파손 등 피해가 컸는데 전력 판매가격까지 낮은 수준에 머무르니 시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전력 판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 평균은 킬로와트아워(kWh)당 61.98원을 기록했다. 월별 평균 SMP가 kWh당 6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7월 66.79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이달 하루 평균 SMP가 kWh당 50원대로 추락한 날도 8일이나 됐다. 반면 공급예비율은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산업용과 가정용 전력수요의 뚜렷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 8월 평균 SMP(kWh/원)와 8월 전력피크일 전력예비율(%). 붉은 선은 전력예비율, 파란 선은 SMP. [자료=전력거래소] |
▲2014∼2020년 8월 SMP 추이(kWh/원). [자료=전력거래소] |
전력 단가 하락은 화력, 원자력은 물론 재생에너지 발전회사들의 경영실적 악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육성하려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고사 직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그래도 태양광업계는 그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폭락,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REC는 태양광과 수력,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증명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가 있는 발전소에 이를 매도하거나 전력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 가능하다. 태양광발전 단가는 전력도매시장가격(SMP)과 REC를 합한 값이다. 지금은 REC와 SMP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한 재생에너지업체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태양광발전소가 줄줄이 경매물로 나오고 대다수 중소업체가 줄도산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34년까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78.1GW까지 계속 늘리겠단 계획이다. 비중으로 보면 현재 15%에서 40%까지 늘어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보다 한발 나아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목표달성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전력 등 화력 중심 발전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최근 낮은 전력수요와 유가약세 영향으로 SMP가 낮아진 만큼 3분기 전력 판매실적 부진이 한전의 전반적인 실적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그러나 전력 수요 감소 추세가 장기화하면 결국은 모든 발전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전은 신재생에너지발전 사업 직접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력업계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경제위기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공급이 중요해지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현실화, 연료비 연동제 등 근본적으로 재무구조를 정상화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