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여시재 제공 |
[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동 3법 등 현재의 노동 관련 제도를 폐기하고 새로운 사회 및 산업구조에 걸맞는 노동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민간 경제 싱크탱크인 여시재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노동법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취업 형태를 포괄하는, 다수의 노동자를 위한 계약 중심의 새로운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노동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맞지 않는 전통적인 공장 노동 시대의 이른바 ‘공장법’으로 곧 박물관에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공장에 모여 일하는 제조업이 20%도 안되는데도 국내 노동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블루칼라’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노동법으로 보호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점점 커진다"며 "앞으로 노동법이 적용되는 현장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현행 노동법,환경변화 반영 못해 폐기 필요"
박 교수는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논란에 대해 잘못된 노동법으로 접근해 생긴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가 보장되는 직장,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논란 등과 관련해 우리 정책이 가져야 할 ‘디테일’ 부족의 문제"라며 "복잡한 노동시장을 단순히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하나의 신분 개념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고용관계 당사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무리하게 직고용을 하라고 하니 일반직 구직자가 갈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양쪽 모두에게 비난받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라며 "차라리 제대로 된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것으로 합의안을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은 이미 노동법 전환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라며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도 노동법 재편 문제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 걸맞은 근로계약기본법 제정해야"
그는 국내 노동법 혁신 방안으로 △노동법의 현대화 △다양한 취업형태 고려 △근로계약기본법 제정 등을 언급했다. 먼저 노동법의 현대화의 경우, 현재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만큼 그에 맞게 근로기준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플랫폼 노동, 긱 노동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점차 늘어가는 것을 고려해 이들 모두가 노동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자율형 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근로계약기본법은 현행법 사안별로 특별법을 만들어 각기 다른 법마다 적용 대상을 가리는 신분 평가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박 교수는 "계약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이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기본법을 만들어 일하는 사람은 여기에 모두 편입되고, 최소한의 보호 규칙과 분쟁 조정을 위한 합리적 조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정치권 역시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제도의 핵심 경쟁력은 실용성"이라며 "얼마나 국민들이 빠르게 현실에 적용해 쓸 수 있는가, 얼마나 지속가능한가, 재원조달이 얼마나 원활하게 가능한가 등을 꼼꼼히 살펴 사회보험제도를 보완해나가며 국민들에게 맞춤형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언제까지나 유일무이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변화하는 취업형태와 변해가는 추세에 맞춰 기업과 근로자들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규제 등에 대한 한시적 규제 완화 및 근로자의 재택근로를 넓게 허용하는 위기대응 노동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교수는 고려대 법대를 나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 노동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내 유일 노동전문대학원인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