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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내의 사소한 성 추문이 탄탄한 기업을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 맥도날드 CEO로 취임한 이스터브룩은 재임 기간 동안 맥도날드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하는 성과를 내고 매년 수백억의 보수를 받았음에도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사임한 바 있다. 비슷한 사례는 인텔에서도 발생했는데 1982년 엔지니어로 입사해 30년 만에 최고자리인 CEO까지 오른 크르자니크 역시도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교제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 결과 두 경우 모두 해당 CEO들의 사임으로 회사 주가 급락을 겪어야 했다.
기업의 성 추문은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사적인 일탈만이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직장 내 성희롱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이므로 단순히 CEO의 교체나 해당직원의 징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성희롱의 피해 역시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동료 근로자와 회사는 물론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업의 이미지 훼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구성원의 사기 저하로 인한 생산력 감소와 연결되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과제이다.
직장 내 성희롱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으나 조직문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직문화는 연구자에 따라서 정의가 다르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념, 가치관, 행동 양식 등의 집합체 이다. 조직문화는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핵심 주제이며, 특정 개인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닌 전체로부터 학습된다.
재미있는 실험 사례가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것인데 병원 대기실로 들어오는 단 한명의 출연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연출된 연기자인 상황에서 "딩동"하는 벨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모든 연기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는 행동을 반복한다. 처음 출연자는 이런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만, 몇 번 상황이 반복되자 곧 같은 행동을 따라한다. "딩동"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모든 연기자들이 대기실을 떠나고 혼자 남은 상황에서도 출연자는 같은 행동을 계속적으로 반복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이 대기실로 들어오자 "딩동"소리가 나면 일어났다 앉으라고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이런 내재화된 집단행동은 사회적 학습을 통한 것이며,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 구성원의 행동을 보면서 배우고 , 집단과 동일해져야 안정을 느낀다.
즉, 이는 잘못된 조직문화는 기존 구성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구성원에까지 그대로 이어지므로 단순히 일부 구성원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성희롱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연구 논문들을 분석해 보면 ‘성차별적인 조직’, ‘성적인 농담이 만연한 조직’, ‘집단주의적이고 통일된 행동을 중요시하는 조직’, ‘상벌제도가 분명하지 못한 조직’에서는 성희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최고경영자의 성 평등 인식이 높은 조직’, ‘합리적이고 투명한 인사체계를 가진 조직’, ‘연공서열보다 개인의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직’에서는 성희롱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온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 성적(性的) 문제와 관련된 조직문화의 변화는 필수다. 또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전담처리 부서를 신설할 것을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차별금지·양성평등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 다음 위에서 제시된 내용과 같은 방향으로 조직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요즘 모든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등 다가올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역량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잠재적인 위험에 해당하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직문화의 개선 또한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