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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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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뭔가 해야 할 것"…중국 편 드는 WTO에 대응시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9.16 14: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가 무역 규칙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이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 편향성’을 문제로 삼으면서 WTO 판결에 강력히 반발한 만큼 이를 계기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국 눈치만 보다가 초기 대응에 실패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난해 회원국 탈퇴를 공식화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WTO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오히려 WTO의 이번 결정이 미중 갈등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TO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약 2340억 달러(약 276조 1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과한 관세는 무역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조처가 중국 제품에만 적용됐기 때문에 오랜 국제 무역 규칙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중국산 수입품이 중국의 지식 재산권 도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부당한 정부 보조금 지급과 지식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자국의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지난 2018년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 조치를 취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관세가 WTO 회원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며, 보복 조치 전 WTO 판단을 받도록 한 분쟁 조정 규정을 어겼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에서 핵심을 뒤흔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 접근에 외교적 흠집을 냈다"고 평가했다.

취임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아군과 적군을 불문하고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들며 무역 압박에 나섰지만, 국제무역 관행에서 벗어난 무리한 조치라는 첫 판단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판정은 트럼프 정부가 외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WTO가 내린 첫 결정이다. 그러나 오히려 WTO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WTO는 중국 관련 업무를 아주 불충분하게 수행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활용해 미국 노동자와 기업, 농민, 목장주 등을 이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WTO 결정에 대해 "WTO는 중국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도록 내버려 뒀기 때문에 우리는 WTO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무엇을 할 지 한 번 들여다보겠다"며 "그러나 나는 WTO의 열혈 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 다른 나라의 속임수에 대항하기 위해 WTO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WTO 개혁을 촉구해 왔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이 WTO에서 탈퇴하고 이를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재임 기간 내내 WTO를 비난하면서 탈퇴 엄포를 놓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WTO와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무역은 물론 외교, 안보, 기술, 인권 등 전방위로 충돌해온 미중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WTO의 이번 판정에 "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반발한 미국과 달리 중국 측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국이 패널 판결과 규칙에 기반한 다자 무역 체제를 완전히 존중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논평(論評)에서 "이번 판정은 중국에 큰 승리를 안겨주면서 미국 정부에 큰 타격을 줬다"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판정에 불복할 경우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정이 1심인 데다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는 미국의 보이콧으로 기능이 정지돼 실질적 효력을 갖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WTO의 분쟁 해결 절차는 2심제로 구성된다. 1심에 해당하는 패널이 판결을 내려도 당사국 중 한 곳이 불복, 상소할 경우 상소기구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서 패널의 판단이 효력을 갖기 어렵다.

또 상소기구에서 심리는 한 건당 상소위원 3명이 담당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상소위원 임명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개점 휴업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WTO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이 "중국에 서류상 승리를 안겨줬지만, 미국이 이미 상소 절차를 해체해 WTO를 절름발이로 만든 만큼 (판결의) 의미가 작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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