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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재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 첫 3연임을 기록한 회장이다.
윤 회장은 2014년 KB금융 회장 자리에 오른 후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키며 리딩 금융사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임기 3년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현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금융사로 KB금융 토대를 닦을 전망이다.
◇ KB금융 첫 3연임 회장…윤 회장 '효과'
윤 회장이 16일 재연임에 성공하며 KB금융 첫 3연임 회장으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KB금융은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윤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지난달 28일 윤 회장을 비롯해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는 이들 4명 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투표를 거쳐 윤 회장이 단독 후보로 올랐다.
윤 회장은 2014년 KB사태 후 국민은행장과 겸임해 회장 자리에 올라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회장과 행장이 분리됐는데, 윤 회장은 연임하며 당시 선임된 허인 국민은행장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윤 회장이 이끈 지난 6년 동안 KB금융은 내·외실 다지기에 모두 성공했다는 평이다. ‘하나의 회사, 하나의 KB(One Firm, One KB)’를 강조하는 윤 회장 지휘 아래 KB금융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은행 위주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비은행 부문과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강조한 것이다.
윤 회장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에 이어 올해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퍼즐을 완성시켰다. 2017년 리딩금융 탈환에도 성공하면서 신한금융그룹과 본격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된 KB금융은 올해 코로나19란 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리딩금융 자리를 노리고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이란 두 축을 완성하고 있는 것도 윤 회장의 성과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경쟁자로 구글, 알리바바, 아마존과 같은 IT기업을 꼽으면서 일찌감치 디지털 금융회사로 전환이 생존 조건이란 점을 강조했다. KB금융의 약점으로 여겨지던 글로벌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네트워크 확장에도 성공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해외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민은행은 해외에서 깃발을 꽂으며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이날 회추위는 윤 회장이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이 높게 사며 "코로나19와 같이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KB금융이 어려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 '포스트 코로나' 맞는 KB금융 변신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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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2030 ESG 경영 전략. |
윤종규 회장은 그동안 KB금융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만큼 향후 임기 동안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금융사로 KB금융을 변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사들은 실적에만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여기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필요성과 고민이 커지면서 수익성 높이기에 급급했던 금융사들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
윤 회장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B금융이 ESG 선도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KB금융은 올 초 ESG전략부를 개편하고 지난 3월 이사회 안에 ESG경영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ESG위원회를 금융권에서 처음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윤 회장을 비롯해 사내·사외이사 9명 전원이 참여하며, 그룹 ESG 전략과 정책 수립, ESG 추진현황 관리·감독 등을 수행한다. ESG 실천 의지는 차기 회장 자격 요건에도 포함된 항목인 만큼 이 회장이 그동안 ESG 경영에 쏟았던 관심과 의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SG 경영 실현을 위한 세부 계획도 세운 상태다. KB금융은 올해 새로 선언한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상품·투자·대출 목표액은 50조원으로 늘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이 본격 실현되는 만큼 윤 회장의 지휘 아래 KB금융도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KB금융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 구성된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운영하면서 혁신금융 추진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KB금융은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8개 과제에 10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혁신금융 지원금액인 66조원 더하면 총 76조원을 지원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 윤 회장의 위기 극복 능력도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의 사회적 지원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코로나19 부담이 커지고 있고, 사모펀드 등 각종 이슈에 휘말려 충당금 부담 등 비용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조급해하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면서 금융사의 새 길을 열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 의견이다.
윤 회장은 관계 법령 등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이사회에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된다. 이후 11월 20일 개최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