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차이

송경남 기자 songkn@ekn.kr 2020.09.29 12: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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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부동산부장


재개발과 도시재생은 노후화된 도시를 부흥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이다. 재개발은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도시재생은 변화된 산업구조와 신도시 중심의 도시 확장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경제·사회·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도시재생이 등장한 것은 민간 주도 재개발의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민간 주도 재개발은 투기수요를 끌어들여 주변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높은 부담금을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떠나면서 주민공동체가 파괴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재개발 중심의 뉴타운 사업을 폐기하고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도시재생을 대안으로 삼았다.

도시재생의 본격적인 출발은 도시재생특별법 시행 이듬해인 2014년 정부가 서울 종로·부산 동구 등 13곳의 선도지역을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정부는 2016년 33곳의 후보지를 추가 선정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뉴딜로 명칭을 바꾸고 사업도 확대했다. 당시 문 정부는 향후 5년간 낙후된 지역 500곳의 재생사업에 총 5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에도 서울 성북 등 23곳의 2000년 도시재생뉴딜 1차 사업지가 발표딜 정도로 도시재생은 전국 곳곳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별도로 서울시도 자체 예산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이라는 이름을 앞에 단 재개발을 끄집어냈다. 공공재개발은 LH나 SH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하는 정비사업이다. 조합은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완화,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대신 기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고 늘어난 물량의 최대 50%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도심내 4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범사업 후보지를 공모하고 있다. 신속한 인허가로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흑석2, 한남1, 양평14, 성북1구역 알짜 사업지를 비롯한 수십개 조합이 참여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후보지는 12월 선정될 예정이다.

공모가 시작되자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지구도 공공재개발 참여를 원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5년 동안 국비와 시비 200억원이 투입돼 공원과 전망대, 놀이터, 기념관 등이 조성됐다. 하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창신동은 여전히 살기 불편한 동네로 남아 있다. 좁은 골목과 수많은 계단으로 마을버스가 다니기도 어렵다. 도시재생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창신동의 공공재개발 참여와 관련해 서울시는 반대 입장이다. 도시재생이 국가 선도사업으로 시행되고 있어서 그 외의 사업은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도 5년 동안 공들여 놓은 도시재생의 결과물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공공재개발 참여가 ‘도시재생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시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앞서 말했듯 도시재생과 재개발은 다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시재생은 ‘빈 가게가 많은 죽은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거환경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창신동의 공공재개발 참여를 주거환경 개선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 주민이 원한다면 공공재개발 참여 기회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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