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국회 환노위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에 부쳐

에너지경제 ekn@ekn.kr 2020.10.07 1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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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선 변호사(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제도개선위원회)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를 결의했다. 결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1.5도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해 국제사회에 제출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 결의만으로는 대한민국이 저탄소 사회로 전환해 가는데 매우 부족하다.

첫째, 결의안에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가 없다.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으나, 2050년은 먼 미래의 일이다.

둘째, 국회는 감축목표 적극 상향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만이 할 수 있는 일, 국회가 스스로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감축목표를 ‘법률에 규정’하겠다고 결의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이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과다 배출국이 된 데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국회는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부’가 정하도록 위임했다. 법률의 위임을 받아 감축목표를 정한 대통령령은 몇 차례 변경됐다.

2010년 대통령령에서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약 5억4300만t)’ 한다고 정했다. 그러나 이후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해서 증가했고 2020년에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2016년에 슬그머니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까지 감축"한다고 개정했다. 표현을 바꿨을 뿐 종전과 거의 동일한 5억3600만t이다. 목표 달성 시기만 10년 늦추었다.

배출량은 급증해 2017년에는 7억t을 넘어섰다. 현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령을 "2017년의 온실가스 배출량(7억910만t)의 24.4%만큼 감축된 량"이라고 개정했다. 계산해 보면 종전과 동일한 5억3600만t이다. 이렇듯, 감축목표를 법률로 직접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지난 10년간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자의적으로, 편의에 따라 개악해 왔다.

국회는 감축목표를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 ‘정부’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해야 한다는 것이 법 원칙이다.

IPCC는 2018년 1.5도 특별보고서를 195개국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파리 협정 당시인 2015년에 제출된 각국의 감축목표가 모두 이행되더라도 금세기 말까지 3.2도가 오르기 때문에, 위 특별보고서는 파리협정 보다 더욱 강화된 감축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기온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을 제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50년 순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탄소예산이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4200억t 남아있다. 이를 초과하면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없다.

인류는 현재 매년 42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으로,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27년에 탄소예산이 모두 소진되고 온난화는 1.5도를 넘어서게 된다. 그 이후에는 기후는 인류의 손을 떠난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7년 남짓이다.

대한민국은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안으로 유엔에 ‘2025년까지의 국가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감축목표를 얼마로 적어 내야 하는가? 당연히 국제적 합의인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라야 한다.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으로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국가감축목표로 2030년까지 45% 감축(배출량 3억6000만t)한다는 것을 전제로 2025년의 목표수치를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이와 같은 감축목표를 선언하고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 목표대로 유엔에 국가감축목표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국회가 감축목표 상향을 ‘정부에 촉구’하는 것은 직무 유기다. 국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부에 미뤄서는 안 된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과 인류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이 위기의 엄중함을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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