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빈 수레 정권으로 가는 에너지전환

구동본 기자 dbkooi@ekn.kr 2020.10.13 2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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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에너지환경부장/국장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 공방은 이제 신물 난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 이슈에서도 빠지지 않은 단골메뉴다. 벌써 4년째다. 아무리 건전한 토론 또는 논쟁이라도 이쯤 되면 지겹다. 답답하다. 그 사이 여야의 관련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아니 오히려 양측 입장 차이는 벌어졌다. 논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국회가 새로 출범해 멤버가 바뀌었는데도 소용없다. 가요계에서 인기 절정의 가수도 새 레퍼토리, 히트송이 없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러다간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내내 이 문제를 놓고 서로 싸우다가 말 것 같다.

공방의 단초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뒤 본격화한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이다. 에너지전환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 정책의 명분은 기후·해양 환경보전과 안전이다. 방향은 원자력·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그 자리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점차 대체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성장보다는 환경·분배에 중점을 두고 사람중심 경제를 추구하는 현 정부로선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했던 정책 방향이다. 이걸 야권이라고 시비 걸며 결사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의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절차다. 우리나라의 발전원별 발전기 수는 현재 원자력 24기, 석탄 61기, 액화천연가스(LNG) 254기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 40.4%, 원자력 25.9%, LNG 25.6%, 신재생 5.2%, 기타 2.9% 등이다. 현 정부는 이를 2034년까지 석탄 28.6%, 원자력 23.6%, LNG 19.7%, 신재생 26.3%, 기타 1.8%로 바꾸기로 했다. 석탄과 원자력 발전량은 66.3%에서 52.2%로 14.1%포인트 낮추는 대신 신재생은 5.2%에서 19.7%로 무려 세 배 가까운 14.5% 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로 보면 에너지 전환이 오래도록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게 실감 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다르다. 원전만 보더라도 현 정부 출범 때 당시 짓고 있던 울산 신고리 5·6호기, 울진 신한울 1·2호기 등 5개 호기 모두 준공하기로 했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신규 원전 2기 등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6기 신설계획은 백지화했다. 설계 수명이 찬 원전도 곧바로 폐쇄키로 했다.

실제로 2017년 6월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완공 40년만에 영구 가동 중지했다. 특히 오는 2022년까지 가동 연장된 경주 월성 1호기도 조기 폐쇄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 30년 도래로 가동 중단됐으나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어렵사리 가동 연장한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수명 연장하면서 들인 비용 7000억원을 허공에 날리는 희생도 감수했다.

현 정부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뚜렷한 공론화나 야권소통 과정도 없었다. 이러니 야권으로선 전 정권 정책 ‘갈아엎기’ 또는 ‘적폐몰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건설 백지화 또는 가동 정지 대상 원전의 입지는 대체로 야당지지 텃밭인 영남권이다. 야당이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탈원전’ 프레임을 씌워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이유다.

현 정권의 도덕성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야당의 공세 수단이다. 현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나온다면 그 분야를 사모펀드와 함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 혐의 등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다. 비리의 독버섯은 권력 주변에서 피어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나 사업이 취약하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을 돌아보면 얻은 게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갈등을 무릅쓰고 추진해온 우리나라의 지난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중이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분명 가야 할 길이지만 생각 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 정권 시각에선 ‘마피아’들의 운동장쯤으로 치부됐던 원전산업의 생태계도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다. 한국 원전의 버팀목으로 불리는 두산중공업조차 눈치 빠르게 대응한다. 정부의 그린뉴딜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중 3년 6개월이 벌써 지났다. 앞으로 남은 임기는 겨우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요란했던 에너지 전환에 대못박기는커녕 빈 수레 정권으로 끝날까 걱정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정권이 상처받지 않고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책 추진의 투명성 확보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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