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 |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여파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62주 연속 상승하면서 전셋값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된 가운데 정부는 연일 "시간이 걸린다" 식의 답변만 내놓으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셋값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지만, 이미 공급 물량 부족으로 빚어진 전세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섣부른 대책이 또 다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김현미 "시간 걸린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전셋값 상승 문제였다. 김현미 장관은 전세시장이 안정화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1989년에 임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5개월가량 불안정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세시장 불안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불안정하다기보다는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진 일정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하기에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세시장 불안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대책을 낼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일단 시장 상황을 좀 더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세난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 아파트 매매 계약을 9억2000만원에 체결했지만, 새 집주인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잔금 납부와 등기 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기존 세입자가 당초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하자 계속 거주할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홍 부총리의 마포 전셋집 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내년 1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면서 홍 부총리 역시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홍 부총리는 이달 14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전세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 서울 전셋값 68주 연속 상승...여당, 전세대책 논의 착수
문제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0.08%를 기록해 지난주와 같은 수준으로 올랐다.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0.14%에서 0.16%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전셋값은 서울의 경우 무려 68주 연속, 수도권은 62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여파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세입자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3.9를 기록했다. 전국 전세심리지수는 2015년 10월 127.8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해당 지수는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다. 심리지수는 95 미만은 하강국면, 95 이상·115 미만은 보합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뒤늦게 전셋값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는 전날 한정애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임대차 3법 시행 후 두 달간의 시장 상황을 보고받고 전세 대책을 중심으로 실거주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는 장기 거주 1가구 1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전세난이 전반적인 집값 상승과 실거주 요건에 따른 전세매물 감소, 전세 대기수요 증가 등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은 편이다. 또 최근 전세난이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벌어진 만큼 정부의 섣부른 대책이 집값을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