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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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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의 눈] 펭수, 론스타, 그리고 ‘공정경제 3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0.21 15:49

여당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국감 시즌이 지나면 논란의 중심에 선 법안들이 큰 틀을 유지한 채 무더기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의 제·개정안을 말한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게 소송을 할 수 있게 되는 다중대표소송제, 담합 등에 검찰의 고발이 허용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를 막고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경제계 반발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경영이나 사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들어지고 ‘소송 남발’로 괜한 체력을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규제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힘들다며 "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비유까지 던졌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면 국내 상장사 중 87%가 헤지펀드 추천 인사를 선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각각 9000억원대, 1500억원대 차익을 남기고 떠난 소버린(SK)과 칼 아이칸(KT&G)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이는 여당은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경제단체와 간담회를 열긴 했지만 ‘기업 의견을 들었다’는 명분 쌓기 성격이 강했다. 174석을 지닌 거대 여당은 귀를 닫고 ‘공정경제’만 외치고 있다.

결이 다른 얘기 하나. 국감장에 펭수를 불렀던 우리 국회와 여당은 5조원대 국제 분쟁을 벌이고 있는 론스타 사태 관련 증인은 채택하지 않았다. 론스타 관련 국감은 증인·참고인 뿐 아니라 자료 제출도 없어 ‘맹탕’이 됐다.

‘론스타 봐주기’ 오명을 쓴 국회가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며 공정경제 3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장면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안 보인다. 법안의 정당성, 실효성, 부작용 등을 두고 건전한 토론은 이뤄졌을까. 기업보다 펭수의 목소리에 더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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