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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거래 新풍속도] 애완동물 발견되면 3천만원…전세 계약시 각종 '벌금' 특약 등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0.25 13:29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불가 특약으로 내걸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지속 전망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 서울에서 전세를 알아보던 A씨는 마음에 들었던 아파트의 집주인으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문자는 애완동물을 기르면 3000만원, 못을 박으면 1개당 50만원, 벽걸이TV를 설치할 경우 500만원 등의 조건을 계약서에 넣자는 내용이었다. 또 자신은 주택임대사업자이기에 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경우 퇴거한다는 조건도 들어 있었다.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집주인 우위’인 상황이 지속되자 계약서에 각종 특약을 넣는 사례가 늘고 있다.

25일 부동산 관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세 구하려다 별 꼴을 다 본다"는 글과 함께 집주인으로부터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A씨에 따르면 집주인이 보낸 문자에는 앞서 언급한 조건들 외에 △퇴거시 보일러 감가상각 연간 30만원·청소비 70만원·도배비 200만원 △1년에 1회 세대점검 거부시 500만원 △퇴거시 6개월 전부터 집 보여주고 거부시 1회당 500만원 등도 담겨 있었다.

A씨는 "집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의미 인줄 알겠지만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면서 "저런 조건에 전세를 들 수요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A씨가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A씨의 사례 외에도 세입자를 가려 받는 사례는 또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계약서와 집주인 연락처, 등기부등본을 들고오라 해서 가져갔더니 나중에 현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캐물었다"면서 "집은 깨끗이 쓰는지, 아이는 몇이나 있는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로비를 달라고 했는지 등을 물어봤다고 해서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가려 받는 것은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갈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집주인은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했더니 올려주지 못한다고 해서 퇴거를 요청했더니 위로비를 달라고 한다"면서 "앞으로 이 같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계약서에 미리 특약을 넣어야겠다"고 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예전에는 보증금을 놓고 줄다리기가 많았는데 요즈음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을 조건에 넣자는 사람이 늘고 있어 전세 수요자달의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9일 조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1% 상승, 전주(0.16%)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특히 지방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6%에서 이번주 0.21% 오르며 전세난이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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