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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심 바닥난 트럼프”…금리 안 내리면 ‘무역 중단’ 경고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부 국가와의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직접 임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을 “훌륭하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연준을 향해 “현명해지고, 이번에는 변화를 위해 애국자가 돼라"고 촉구했다. 이어 “금리를 내려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높은 금리는 미국을 매우 불공정한 경쟁 열위에 놓이게 한다. 나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과거 자신의 관세 체제를 무효화하면서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 자체는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로 특정 국가와의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추진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무역 중단 조치가 미국의 차입비용을 낮추는 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크게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금리 인상이 채권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채권시장을 안심시키지 못한다"며 “우리는 금리가 1%나 0.5% 수준이어야 한다. 4%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스위스 같은 나라를 비롯해 금융 측면에서 엘리트 국가로 평가받는 나라들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이들과 교역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파산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엘리트 국가로 평가받는 것은 우리가 이들 국가와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게는 이들과 교역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관세를 부과할 권리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또 다른 게시물을 올려 강한 고용지표에도 주식시장이 하락한 데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방금 훌륭한 고용지표를 받았다. 우리의 신용과 경제 상황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시장은 올라야 한다"며 “하지만 지난 25년간 언제나 그랬듯 주식시장은 내려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경제 상황이 좋으면 인플레이션이 두렵다는 이유로 경제를 '죽여야 한다'는 잘못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미국은 연간 6500억달러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워시 의장이 연준 수장에 오른 지 불과 수개월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싸고 제롬 파월 전 의장을 공개적으로 거듭 비판해왔다. 워시 의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한동안 연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췄지만, 이번 게시물을 계기로 연준을 상대로 한 공개 압박을 다시 본격화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8월 고용이 예상 밖의 강한 증가세를 보인 직후 나왔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8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보다 16만2000명 증가했다. 이는 최근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만3000명 증가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확대했다. 이에 뉴욕증시와 단기 미국 국채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백악관 최고위 경제 참모의 발언보다도 한층 더 강경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앞서 이날 CNBC에 출연해 “우리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수치를 보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00만명 몰린다”…여의도 불꽃축제 교통통제 어디까지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한화그룹의 대표 행사 '서울세계불꽃축제'가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추석 연휴와 외국인 관광객 수요 등을 고려해 개최 시기를 예년보다 약 3주 앞당겼다. 올해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당신의 빛을 찾아서'를 주제로 진행된다. 한화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 3개국을 대표하는 불꽃팀이 참여해 각기 다른 콘셉트의 불꽃쇼를 선보인다. 본격적인 불꽃쇼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 첫 무대에 오르는 영국팀은 특별 제작한 불꽃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삽입곡 '소다팝' 등에 맞춰 연출한다. 이어 미국팀은 '카르미나 부라나: 오 포르투나' 등의 음악에 맞춰 어둠을 밝히는 빛의 웅장함을 표현한 불꽃쇼를 펼친다. 마지막 무대를 맡은 한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서 영감을 얻은 불꽃 연출을 선보인다.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 맞춘 감성적인 불꽃 장면도 준비했다. 올해 축제의 주요 관람 포인트로는 원효대교를 활용한 '타워불꽃'과 다양한 패턴을 더한 '브릿지연출'이 꼽힌다. 특히 원효대교를 중심으로 한강 상공 양쪽에서 불꽃이 대칭으로 펼쳐지는 '데칼코마니' 연출을 통해 원거리에서도 넓게 펼쳐지는 불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만큼 안전관리와 교통 통제도 강화된다. 서울시는 소방과 자치구, 경찰, 한화그룹 등 관계기관과 함께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해 행사장 인파와 교통 상황, 돌발상황 등에 대응한다. 안전관리와 질서유지를 위해 총 6800명의 인력도 투입된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마포대교 남단에서 63빌딩까지 이어지는 여의동로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한다. 원효대교는 행사 준비와 철수 등을 위해 이날 오전 9시부터 6일 오전 3시까지 양방향 차량 통행이 전면 제한된다. 지하철도 일부 구간에서 무정차 운행한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시간 동안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현장을 찾기 어려운 시민들을 위한 온라인 생중계도 진행된다. 한화는 공식 유튜브 채널 '한화TV'를 통해 여의도 불꽃쇼를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신간도서 출간] ‘기억의 맛’·‘차이나 시그널’·‘신경 끄기의 기술’ 에디션 外

◇ 기억의 맛 손미주의 에세이 '기억의 맛'이 출간됐다. 부제는 '식탁 위에 쌓이는 시간, 그릇 안에 담기는 역사'다. 24개의 음식을 매개로 사적인 기억과 인류가 축적해온 음식의 역사를 나란히 놓은 236쪽 분량의 에세이다. 수제비 한 그릇에는 한국전쟁 후 피란민의 시간이 고여 있고, 흔히 사 먹는 햄버거의 기원을 따라가면 13세기 몽골 기마민족이 말안장 밑에 날고기를 넣고 대륙을 호령하던 전쟁사에 닿는다. 책의 출발점은 한 사람의 부엌이다. “먹는 행위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기억법이자, 흘러가는 시간을 새겨넣는 일이다. 나에게 그 수많은 기억의 문을 처음 열어준 사람은 나의 할머니였다." 저자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손은 '지도' 같았다. 그 손맛의 의미를 알아차린 것은 훨씬 뒤였다. 책의 구조는 두 겹이다. 각 꼭지는 저자의 기억으로 시작해, 말미의 '메뉴판 비하인드'에서 그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역사로 이어진다. 이 책이 여느 음식 에세이와 갈라지는 지점은 열고 싶지 않았던 기억까지 꺼냈다는 데 있다. '에이스, 수치심의 맛'이 대표적이다. 바닷가에서 언니들이 밟아 부순 과자를 사촌과 주워 먹다 들킨 어린 날, “쟤네 거지 아니냐?"는 말에 도망치던 장면을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침과 함께 버무려진 에이스는 수치심으로 내 몸 어딘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요양원의 할머니를 그린 '맛의 끝자락 콩잎', 갈치를 발라주며 사랑의 대물림을 깨닫는 '갈치를 발라주는 시간'도 함께 실렸다. 제목 : 기억의 맛 저자 : 손미주 발행처 : 작가의집 ◇ 나는 50세에 다시 태어났다 “자네가 나이가 좀 있지." 짧은 한마디가 오십 살 여자의 가슴을 후려쳤다. 20여 년의 성실한 직장 경력도, 30여 개의 자격증도 '나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정솜결의 '나는 50세에 다시 태어났다'가 출간됐다. 우울증과 화병으로 3년간 집이라는 작은 섬에 갇혀 지내던 한 중년 여성이 아파트 계단 한 층을 오르고 블로그 한 줄을 쓰면서 시작한 인생 2막의 기록이다. 이 책이 다른 중장년 자기계발서와 갈라지는 지점은 첫 장면에 있다.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막막함부터 말한다. 저자는 '18층까지 올라가자'고 다짐했지만 2층에서 숨이 막혔다. 두 시간 만에 겨우 집에 닿은 날 현관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눈물을 훔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설거지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서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 전원을 켜는 데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생애 첫 블로그 글은 '안녕하세요. 정솜결입니다'라는 단 한 줄이 전부였다. 그 한 줄이 모든 것을 바꿨다. 다섯 달 만에 블로그 이웃 5000명, 103명이 신청한 첫 무료강의, 4개월 만에 1000명이 모인 오픈채팅방, 그리고 마침내 손에 쥔 월 100만원. 여정 속에서 저자는 60대에 인공지능(AI) 동화작가로 변신한 은퇴자, 80세에 새벽 독서 모임을 이끄는 어르신을 만난다. 핸디캡이라 여겼던 나이는 결국 자산으로 뒤집힌다. 재취업의 벽 앞에 선 중장년, 경력 단절 이후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구체적인 지도이자 담백한 응원이 될 책이다. 제목 : 나는 50세에 다시 태어났다 저자 : 정솜결 발행처 : 작가의집 ◇ Job談 잡담 브랜드는 왜 필요하고, 좋은 디자인은 왜 때로 선택받지 못할까. UX와 UI, CX는 실제 프로젝트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전문가와 조직의 판단은 왜 자주 엇갈릴까. 브랜드 현장에서 약 30년간 활동해 온 이정아 브랜드랩커넥트 대표와 UX·서비스디자인을 연구해 온 이정선 화성의과학대학교 교수가 이러한 현장의 질문을 한 권에 담은 '브랜드, UI, UX, CX 일 이야기: Job談'을 샵북(Shopbook)을 통해 출간했다. 이 책은 브랜드와 UI, UX, CX의 개념을 각각 설명하는 전형적인 전문서와는 결을 달리한다. 두 저자가 서로 다른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겪은 판단과 충돌,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왜 이것을 선택하고, 사용하고, 기억하는가"라는 공통의 질문을 풀어간다.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서비스 기획 현장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문가가 확신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기도 하고, 명확해 보였던 프로젝트가 조직 내부의 다른 판단과 이해관계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한다. 책 제목에 들어간 'Job談' 역시 이러한 성격을 반영한다. 일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과 함께 현장에서 오간 질문과 대화, 고민을 가볍게 풀어낸 '잡담'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 제목 : 브랜드, UI, UX, CX 일 이야기: Job談 저자 : 이정아 발행처 : 샵북 ◇ 신경 끄기의 기술 – 한교동 에디션 웅진씽크빅이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와 손잡고 '신경 끄기의 기술 한교동 에디션'을 출간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국내 약 50만부 이상, 전 세계에서 약 2000만부 이상 판매된 마크 맨슨 작가의 대표 자기계발서다. 이번 에디션은 원작에 산리오 인기 캐릭터 한교동의 아트워크를 더한 특별판으로, 지난해 선보인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헬로키티 에디션에 이은 두 번째 산리오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이다. 한교동 아트워크를 적용한 양면 커버로 제작돼 취향에 따라 원하는 표지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서점에서는 한교동 한정판 굿즈를 제공한다. 교보문고에서는 북슬리브를, 예스24에서는 피크닉 매트를, 알라딘에서는 틴케이스와 북클립 세트를 한정 수량으로 증정한다. ◇ 차이나 시그널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전무가 '차이나 시그널: 우리가 놓친 중국 기업의 진짜 모습'을 출간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증시 부진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키워온 중국 기업들의 성장 배경을 다룬 신간이다. 차이나 시그널은 중국 증시의 장기 부진이 곧 중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증시의 부진과 산업 현장의 실제 변화가 별개라는 점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며, AI·반도체·로봇·자율주행·배터리·전기차 등 분야에서 세계 산업 판도를 바꾸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책에서는 화웨이, 바이트댄스, 샤오미, 팝마트 등 대중에게 친숙한 기업부터 CATL, 비야디(BYD), DJI, 애지봇 등 산업별 강자까지 총 19개 기업을 다룬다. 이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온 구체적 사례는 물론, 풍부한 이공계 인재 기반의 '엔지니어 배당', 도시별 산업 클러스터와 지방정부 간 경쟁, 공급 과잉을 통한 산업 재편 등 중국 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생태계까지 폭넓게 짚어낸다. 이필상 작가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2010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서 15년 넘게 아시아·중국 기업 리서치와 투자를 담당해온 대표적인 중국 투자 전문가다. 그동안 중국 40여 개 도시 현장을 직접 돌며 수백 개 기업 경영진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도 홍콩에서 현지 산업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제목 : 차이나 시그널 저자 : 이필상 발행처 : 헤리티지북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청년공감] 10년 스팀 기록 살펴보니…게임트렌드, ‘경쟁’에서 ‘치유’, 그리고 ‘몰입’으로 이동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주류 트렌드가 승패 중심의 경쟁에서 협동과 소통, 그리고 개인의 몰입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최근 10년간(2016~2026년) 연말 결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오랜 기간 게임을 이용해 온 대학생 김모(20)씨의 사례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토대로 지난 10년간의 시장 흐름을 살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1인칭 슈팅(FPS)과 다중 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MOBA) 장르가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고사양 PC 성능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승패를 가르는 경쟁 콘텐츠를 선호했다. 이 시기 스팀 상위권을 유지한 대표작으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도타 2(Dota 2) ▲배틀그라운드(PUBG) ▲레인보우 식스 시즈 ▲GTA V 등이 꼽힌다. 게이머들에게 이 시기의 게임은 타인을 제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정복 대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시장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승패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보다 타인과의 소통과 협동이 가능한 플레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이용자 김씨는 “팬데믹 당시에는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모여 함께 플레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을 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 역시 소통과 협동 요소를 강조한 콘텐츠 출시에 집중했다. 이 시기에는 ▲어몽 어스(Among Us) ▲발하임(Valheim) ▲파스모포비아(Phasmophobia)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는 개인의 플레이 경험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오픈월드 RPG 및 로그라이크 장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경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완전한 가상세계에 몰입하거나, 짧은 시간 내 직관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점진적인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최근 순위권에 오른 ▲발더스 게이트 3 ▲엘든 링 ▲사이버펑크 2077 ▲하데스 I·II ▲팔월드(Palworld)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형 개발사의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독창성이 이용자들의 선택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김씨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존 명작들의 리메이크나 완성도를 높인 신작들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결국 지난 10간 스팀 시장의 흐름은 승부 중심의 '경쟁'에서 팬데믹 기간의 '소통과 협동'을 거쳐 개별 이용자의 '깊은 몰입' 형태로 확장돼 왔다. 이는 게임 선택 기준이 개발사의 규모나 이름값에서 이용자가 체감하는 본질적인 재미와 완성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교근 기자·추연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충언이냐 견제냐…조국, ‘李 레드팀’ 자처한 속내는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문제를 비롯해 부동산 정책 등 주요 국정 현안에 잇따라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를 '레드팀'으로 규정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조 원장을 사면·복권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 소속 이해민 의원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기용하는 등 범진보 진영을 향한 포용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연대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조 원장의 행보가 단순한 정책적 충언을 넘어 정치적 존재감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원장은 최근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조작기소를 이유로 공소취소를 추진하려면 조작기소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며, 이 대통령의 사건이 퇴임 이후 재개될 경우 유죄 판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공소취소를 서두를 경우 정치적·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후 조 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이재명 레드팀'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잘못 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충언역이이리어행(忠言逆耳利於行)'이라는 글귀를 올렸다.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하는 데에는 이롭다는 의미다. 실제 조 원장은 공소취소뿐 아니라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정부·여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원장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조 원장의 발언을 두고 '동지의 언어'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박지원 의원도 조 원장이 정치적 고독을 화풀이하듯 풀어서는 정치적 복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조 원장이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비판에 나서는 배경으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연대 논의를 빼놓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합추진단을 중심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 역시 합당과 연대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양측 사이에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날에도 조국혁신당 측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합 논의를 꺼내기보다 먼저 통합과 연대의 가치와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현재 양측의 갈등은 단순히 '합당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합당이나 연대가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 것인지, 조국혁신당의 독자성과 정치적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누가 통합의 주도권을 쥘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정치적 재기의 기회인 동시에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규모와 조직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흡수 통합으로 비칠 경우 조국혁신당이 쌓아온 정치적 브랜드와 독자 노선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조 원장이 '레드팀'을 자처하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통합 논의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세력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독자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향후 통합 과정에서도 일정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데에는 진보 진영 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진보 진영의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이재명 정권과 각을 세우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닻 올린 선관위 특검…‘IT·검찰 출신’ 전면 배치, 전산망부터 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전방위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검찰 출신 수사 인력과 IT·보안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 특검보 5명 가운데 4명이 검사 출신으로 채워졌고,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경력을 가진 김상천 변호사도 합류했다. 특검팀은 파견검사 20여명 인선을 마무리하는 대로 기존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기록과 압수물을 넘겨받아 분석하고 선관위 전산망 등 관련 자료에 대한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한 특별검사는 특검보 후보 10명 가운데 5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완료했다. 특검보 5명 중 4명이 검사 출신이다. 김상천 변호사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공수처 검사를 지낸 IT·보안 분야 전문가다. 정보통신부 파견 경력이 있는 박협 변호사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낸 김은정 변호사도 특검보로 합류했다. 경찰·검사·판사를 모두 거친 법조계 인사와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변호사 출신 인사도 포함됐다. 특검보 진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IT·보안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별도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선관위 관련 의혹을 수사하려면 관계자 진술이나 문서뿐 아니라 전산 시스템에 남은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운영 과정과 관련 자료의 생성·보존 경위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첫 작업 중 하나는 기존 합수본 수사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파견검사 인선이 끝나면 합수본이 확보한 수사 기록과 압수물, 분석 자료 등을 넘겨받아 의혹별로 사실관계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기존 관계자 진술과 압수·분석 자료를 대조하면서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산 분야에서는 시스템에 남아 있는 자료와 관련 기록을 어떻게 확보하고 검증하느냐가 중요하다. 특검팀이 관련 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팀은 앞서 선관위 측에 올림픽공원 등에 보관된 관련 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 자료들을 기존 수사에서 확보한 기록과 맞춰보면서 선관위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재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T·보안 전문가가 참여하는 만큼 전산자료에 대한 기술적 검증과 법률적 판단을 병행하는 수사 방식이 예상된다. 파견검사 20여명 인선도 막바지 단계다.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급 인사들이 파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정비와 수사 인력 구성이 마무리되면 특검은 선관위 전산망을 비롯해 기존 합수본 수사에서 다뤄진 관련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태한 특검은 과거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에서 활동했다. 특검팀이 검찰 출신 수사 인력에 IT·보안 전문가까지 결합한 진용을 갖추면서 출범 초기부터 확보 자료 분석과 전산자료 검증에 수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청년공감] “집은 없어도 샤넬은 있다”…20대 사로잡은 ‘스몰 럭셔리’ 열풍

“내 집 마련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명품 립밤 하나를 사는 건 지금 할 수 있잖아요." 최근 20대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소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스몰 럭셔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명품이나 고급스러운 경험을 누리며 만족감을 얻는 소비를 뜻한다. 프리미엄 디저트와 호텔 빙수부터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과 향수까지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소비가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 등 큰 지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비교적 가격 부담이 낮은 제품을 통해 브랜드와 고급스러움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특히 청년층에게 스몰 럭셔리는 단순한 사치를 넘어 자신을 위한 작은 보상이나 또래와의 소통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높은 집값과 취업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약하기 어려운 장기 목표보다 현재 누릴 수 있는 확실한 만족을 선택하는 소비 심리도 배경으로 꼽힌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4·여)는 최근 프리미엄 디저트를 구매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유행하는 제품을 직접 구매했다는 사실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행하는 디저트를 공유하면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정체된 일상 속에서도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몰 럭셔리 소비가 반드시 고가의 제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버터떡과 요아정, 개성주악 등 한동안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디저트부터 호텔 빙수와 프리미엄 디저트까지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상품들이 청년들의 소비 목록에 들어오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1·여)는 생일에 친구로부터 명품 브랜드의 립밤을 선물받았다. 일반적인 립밤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지만, 명품 브랜드 제품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대였다. 이씨는 “내 돈 주고 직접 사기에는 망설여지는 가격이지만 선물로 주고받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다"며 “파우치를 열었을 때 명품 로고가 보이면 또래들과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몰 럭셔리는 제품 자체의 효용뿐 아니라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상품을 SNS에 공유하거나 친구들과 주고받으면서 소비가 또래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는 것이다. 청년들의 스몰 럭셔리 소비를 단순히 '과소비'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거와 결혼, 자동차 등 목돈이 필요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멀게 느껴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으로 현재의 만족을 얻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안모 씨(23)는 한때 장기 적금을 유지하며 미래를 준비했지만, 저축만으로는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안씨는 “평생 일해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를 위해 무조건 아끼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며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운 경험이나 제품에 돈을 쓰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모 씨(26·여)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손씨는 매달 일정 금액을 호텔 파인다이닝이나 명품 향수 등 자신을 위한 소비에 사용하고 있다. 손씨는 “내 집 마련이나 결혼처럼 큰돈이 필요한 목표를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이 든다"며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미래만 바라보기보다는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스몰 럭셔리가 모든 청년에게 장기적인 저축이나 자산 형성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처럼 '현재를 참고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는 방식만으로 청년들의 소비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장기간의 노력으로도 달성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목표와 달리, 작은 사치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몰 럭셔리 확산의 배경에는 SNS도 자리하고 있다. 프리미엄 디저트나 명품 화장품처럼 시각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제품은 사진과 영상만으로도 자신의 소비 취향이나 유행 감각을 보여주기 쉽다. 대학생 박모 씨(22·여)는 인스타그램에서 학과 동기들이 명품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잇따라 올리는 모습을 본 뒤 소비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기들이 올린 일상 사진을 보면서 나만 유행에서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날 밤 비슷한 브랜드의 제품을 찾아보다가 결국 모바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SNS의 알고리즘 역시 이러한 소비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번 특정 상품이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면 유사한 제품이 계속 추천되면서 소비 욕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 씨(26)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명품 립스틱을 소개하는 숏폼 영상을 본 뒤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접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며칠 동안 SNS를 볼 때마다 비슷한 제품이 계속 추천됐다"며 “처음에는 살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갖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결국 구매했다"고 말했다. SNS에서 소비는 더 이상 개인적인 행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어떤 제품을 사고, 어디를 방문했는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소비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잘 소비하는 것'이 곧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스몰 럭셔리 열풍은 청년들의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고가의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 여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비교적 작은 비용으로 명품 브랜드나 고급 서비스를 경험하며 만족을 얻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와 모바일 쇼핑의 발달은 이러한 소비를 더욱 쉽게 만들었다. 상품을 발견하고 정보를 확인한 뒤 결제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고, 소비 경험을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다만 '작은 사치'라는 이름이 소비에 대한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번의 소비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더라도 반복되면 지출 규모가 커질 수 있고, SNS 속 타인의 소비와 비교하면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몰 럭셔리는 단순히 청년들의 '명품 사랑'으로만 바라볼 현상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 심리, 또래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려는 욕구, SNS와 모바일 플랫폼의 확산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내 집 마련'이나 '안정된 미래'처럼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한 목표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청년들에게 스몰 럭셔리는 어쩌면 가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작은 만족이 미래를 위한 소비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는 각자의 소비 습관을 돌아봐야 할 문제로 남는다. 김윤호 기자·김사랑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요양원 가기엔 건강한데”…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이유①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함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주택보다 요양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요양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요양원에 가기엔 건강한 실버세대에게 노인주택이 대안이 되는 이유, 중산층 실버가구에게 부족한 선택지와 입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10명 중 7명' 장기요양 재가 어르신 중 “아파도 살던 집에 살겠다"고 답한 숫자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급여 수급자 중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집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69.4%로 2022년 49.8%에서 19.6%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2022년 28.7%에서 2025년 17.6%로 감소했다. 장기요양 수급자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말한다. 초고령층이 빠르게 늘면서 노년기에 돌봄이 필요한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85세 이상 노인인구 수는 2021년 63만명에서 2025년 11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 수급자 중 80세 이상이 71.4%, 85세 이상 수급자는 47.3%로 증가 추세다. 현재 재가급여 수급자는 방문요양(78.1%), 주·야간보호(21.5%), 방문목욕(19.6%), 방문간호(3.8%)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 자체가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계단이나 욕실 같은 주거 환경부터 식사·청소·외출 등 일상생활까지 기존 주택이 고령자의 신체 변화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종사자들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70세 이상 재가급여 종사자는 2019년 10.9%, 2022년 17.8%에서 2025년 20.2%로 고령화 수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는 만큼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서비스 인력의 연령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령자 주거 문제는 집 아니면 요양원으로 양극화돼있다. 요양원은 자립생활·커뮤니티 중심 이라기보다 의료·간병 중심이다. 요양원에 가기엔 너무 건강하고, 일반 아파트에 살기엔 돌봄·안전이 불안한 실버가구를 위한 선택지가 부재한 것이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 '노인주택(senior housing)'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이 노후를 지내기 위한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이란 거주하는 사람이 독점적으로 거주하는 고유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주택에 포함되는 것은 소유권 방식의 시니어 대상 분양 아파트와 임차권 방식의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이다. 노인주택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에 맞도록 주거 공간을 설계한 공간이다. 고령화에 따른 불편을 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요소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수반된다. 물리적 요소로는 쾌적한 주거시설 병원과 연계된 의료시설, 문화·오락·체력 서비스를 위한 공용시설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능은 건강관리 서비스와 문화·일상생활 서비스 등이다. 노인주택과 시설과의 가장 큰 차이는 프라이버시 여부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지역사회 돌봄 연계를 위한 노인주거복지시설 개선 방안 연구'에서 기존의 병원·요양시설 중심 돌봄은 공간적으로 일상생활과 분리되어 있어 고령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진단했다. 주택형 주거는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하지만 시설형은 협조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시설은 고령자 전용 공간에 대한 이용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주택은 분양방식이라면 소유권 상속이 가능하고, 임차라고 하더라도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입주자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다. 노인주택에 비해 요양원 공급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장기 요양기관 3만1281곳의 입소자는 82만5514명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1만가구 수준으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양원은 개인이 85%를 공급하는데, 이는 낮은 진입장벽과 사업 인센티브에서 비롯된다. 토지·건물의 소유자이기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을 운영하려면 입소자 수에 비례해 시설장·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조리원 등을 의무 배치해야 하는데,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인력 배치 기준이 완화돼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익 구조도 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원에 지급하는 서비스 단가인 장기요양보험 수가에 상급 침상료 등 비급여 이용료 같은 추가 수익을 얹는 사업 모델이 확산됐다. 미분양 상가 등을 활용해 초기 취득 비용을 낮추고, 4~5년 운영 후 양도차익과 권리금을 노리는 사업 모델이 유행했다. 경매로 취득할 경우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입 과정에서 입소자의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노인복지주택 시장이 정체상태인 이유에 대해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구조를 지적했다. 노인주택 초기 공급자들이 이를 일반 분양형 개발사업처럼 접근했기 때문이다. 노인 주택은 서비스와 운영이 결합한 상품인데, 분양 후에 운영 주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공급의 한계가 있음에도 수요 측면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진입을 꺼렸지만, 현재 주거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이미 지출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진입이 수요변화의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마셔보니] 정식품 ‘그린비아 당 케어’…건강식의 선입견 깬 고소함

“건강을 위해 먹는 제품은 맛이 아쉽다." 균형 영양식이나 환자용 영양식에 흔히 따라붙는 선입견이다. 영양성분을 꼼꼼하게 채우는 대신 맛이나 향에서는 타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정식품 '그린비아 당 케어 호두맛'을 마셔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같은 공식에서 꽤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그린비아 당 케어는 당 식이조절이 필요한 소비자를 겨냥한 균형 영양식이다. 정식품은 저당·저나트륨·고식이섬유 설계를 적용하고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등 5대 영양소와 26종의 비타민·미네랄을 담았다. 제품은 200ml 한 팩 기준 200kcal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간식 음료보다는 '영양 보충'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제품이다. 막상 맛을 보면 영양식 특유의 밋밋하거나 텁텁한 느낌을 강하게 주지는 않는다. 첫인상은 호두의 고소함이다. 지나치게 달거나 향이 튀기보다는 담백한 쪽에 가깝다. 단맛을 기대하고 마시는 음료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당류를 줄인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자연스럽다. 실제 영양정보를 보면 당류는 한 팩에 1g이다. 탄수화물은 20g이며 이 가운데 식이섬유가 7g을 차지한다. 단백질도 10g 들어 있다. 여기에 나트륨은 160mg, 지방은 10g으로 표시돼 있다. 콜레스테롤은 0mg이다. 이 제품의 포인트는 '달지 않은데도 마실 만하다'는 데 있다. 건강을 이유로 맛을 포기한 제품이라기보다, 고소한 풍미를 앞세워 음료로서의 부담을 낮춘 제품에 가깝다. 제품의 성격은 이름 그대로다. 정식품은 그린비아 당 케어에 저당·저나트륨·고식이섬유 설계를 적용하고, 바나바잎추출분말 등을 넣었다. 바나바잎추출분말 25mg과 단백질 10g도 들어갔다. 다만 '혈당 관리에 좋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당 식이조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영양 설계 제품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그린비아는 원래 환자용 전문 영양식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정식품은 1991년 그린비아를 선보인 이후 다양한 균형 영양식을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개인의 상황과 목적에 맞춰 영양을 보충하는 '그린비아 케어' 시리즈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당 케어는 이름 그대로 당 식이조절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맛과 영양 사이의 균형이다. 호두맛이라고 해서 견과류 향이 강하게 치고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밋밋한 음료도 아니다. 고소한 풍미가 중심을 잡으면서 단맛은 뒤로 빠진다. 식사 대용이나 간단한 영양 보충용으로 마시기에는 오히려 이런 방향이 잘 맞는다. 아침에 단맛이 강한 음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나 출출할 때 과자 대신 다른 선택지를 찾는 사람에게도 접근성이 있어 보인다. 정식품이 그린비아를 특수의료용도식품이라는 전문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 건강을 책임지는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제품의 방향성은 읽힌다. 화려한 맛보다는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를 택했고, 당류 1g과 단백질 10g 등 영양 설계도 분명하다. 매일 자극적인 맛을 찾는 소비자에게는 심심할 수 있겠지만 건강을 고려하면서도 맛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라면 한 번쯤 선택지에 넣어볼 만하다. '건강해서 참는 맛'이 아니라 '건강을 챙기면서도 꽤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맛'을 지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후특위 숙제 떠안은 기후환노위…2030 NDC 운명의 2년[이원희의 기후兵法]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말 활동을 종료하면서 기후특위가 다루던 현안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몫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하지만 범여권 내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하반기 국회의 기후정책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시간이 촉박한 만큼 여야가 감축 속도와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기후환노위 간사에 최기상 의원을 내정했다. 당초 간사를 맡았던 이소영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따른 후속 인선이다. 최 의원은 판사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전반기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기후·에너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의원은 아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교체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기후에너지 분야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해 탈석탄 등 온실가스 감축 이슈를 주도해왔다. 이에 화력 등 전통 발전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반면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의원이 중기부에서 기후테크 기업 지원 등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거시적인 에너지 정책을 직접 다루는 데에는 부처의 역할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간사 교체와 함께 하반기 국회에서 범여권에 놓인 과제는 내부의 기후정책 방향을 다시 정리하는 일이다. 지난달 처리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개정된 탄소중립법은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감축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하한은 매년 일정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선형 감축 경로'를 토대로 설정했다. 선형 감축은 기준연도부터 탄소중립 시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한 속도로 줄여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려면 초기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조기 감축'이 필요하다며 선형 감축 경로를 적용한 데 대해 비판해왔다. 초반 감축량이 적을수록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감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압박 속에 범여권에서 균열이 나타났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선형 감축이 포함된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범위형 목표를 설정하면서 실제 규제 기준을 하한에 맞추면 상한의 실질적인 규범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2031~2049년 감축목표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점을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환경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산업계 부담과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선형 감축 수준의 하한을 제시했다.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은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앞으로 기후환노위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이 감축 속도와 산업정책을 두고 선형 이상의 감축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마련할지, 각기 다른 목소리를 계속 낼지가 변수로 꼽힌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변수다. 정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를 반영하는 한편 신규 원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의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들은 에너지전환포럼 등 탈탄소·에너지전환을 강조해 온 단체들과 정책적 접점이 많았다. 그러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원전을 포함한 안정적인 전원 확보에도 무게를 두면서 기존 에너지전환 진영과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숙제로 떠오른다. 민주당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을 주도해 온 의원 중 한명인 김성환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으로서 대규모 전력 수요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소영 의원도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민주당에서는 기후에너지전문 의원인 박지혜 의원에게 기후에너지 의제를 주도할 역할이 한층 커지게 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정책 방향이 선명하다.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인 김소희 의원을 중심으로 원전과 기후테크를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탄소중립법 논의에서도 기업이 제시한 선형 감축 경로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여기에 국힘 쪽에서는 김기현·나경원·윤재옥 의원 등 4·5선 중진급 의원과 전반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이 기후환노위에 합류하면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김소희 의원은 최근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CCEN)를 통해 기후테크 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실증·사업화, 투자와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기후테크기업 육성 및 기후테크산업 생태계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시에 AI·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와 원전 산업 생태계를 이유로 제12차 전기본에 대형 신규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전(SMR) 2기 이상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원전·기후테크를 결합한 보수 진영의 기후 의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국회의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2030년 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4월 이후 2030년까지는 불과 2년여밖에 남지 않는다. 사실상 이번 하반기 국회와 내년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제도와 예산이 2030년 NDC 달성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특위가 탄소중립법 개정으로 2050년까지 가는 법적 이정표를 세웠다면, 이제 기후환노위에는 그 목표를 실제 감축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넘어왔다. 범여권에는 감축 속도와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내부 이견을 정리하는 일이, 국민의힘에는 원전·기후테크를 앞세운 기후정책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각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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