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정책 대결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양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와 교통 혁신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서울이 직면한 주거난과 교통난의 원인 진단과 해법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정책만 놓고 보면 두 후보의 공약은 의외로 닮아 있다. 오 후보는 '신속통합기획 2.0'을 중심으로 2031년까지 31만호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극 개입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사업성을 높여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오 후보는 지난달 31일 캠프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사실상 유일한 신규 주택공급 대책은 정비사업"이라며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전월세 시장 불안과 관련해서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와 시장 기능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정 후보는 '3136+ 착착 포트폴리오'를 통해 2031년까지 36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공급 물량 대부분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오 후보와 유사하지만 추진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정 후보는 1일 서울역 앞 기자회견에서 “강남·반포·압구정·성수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정부와 협력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주거 공급 확대와 전월세난 해소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실수요자의 이주비 문제와 양도·양수 문제도 정부와 협력해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 일부를 자치구에 이양해 사업 지연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500세대 이하 정비사업은 구청이 직접 처리하도록 하고 서울시는 착공과 입주 단계까지 밀착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두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오 후보가 서울시 중심의 통합 관리와 정비사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정 후보는 정부 협력과 권한 분산을 통한 사업 속도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 목표보다 실제 사업 추진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지금 서울 정비사업의 병목은 정비구역 지정이 아니라 관리처분 이후 단계"라며 “이주비 조달 문제와 공사비 증액, 조합 내부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목동, 여의도, 성수전략정비구역, 한남뉴타운 등 주요 사업지 역시 규모가 큰 만큼 변수도 많다"며 “공급 공약은 숫자 경쟁보다 실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비업계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자체보다 공사비와 사업성, 이주 문제가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인허가 단축뿐 아니라 금융 지원과 사업성 확보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급 확대라는 목표는 같지만 전월세난 해법에서는 시각차가 뚜렷했다. 정 후보는 최근 TV토론과 지난달 31일 양천구 파리공원 도보유세 등에서 “재건축·재개발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10~15년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당장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급 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빌라와 오피스텔, 역세권 소규모 주택은 2~3년 안에도 공급이 가능하다"며 “전월세 문제는 아파트 공급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병행해 단기 공급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최근 서울 전세난의 원인으로 입주 물량 감소와 비아파트 시장 위축을 지목하며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또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은 당장 내년에 입주할 집이 필요하다"며 “장기 공급 대책과 단기 공급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후보는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캠프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사실상 유일한 신규 주택공급 대책은 정비사업"이라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등을 통해 공급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후보 모두 공급 확대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 후보가 공공주택과 비아파트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공급 확대를 강조한다면 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를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과 함께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교통이다. 정 후보는 지난달 29일 교통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30분 통근도시 서울'을 대표 브랜드로 제시했다. '5분 버스정류장, 10분 역세권'을 핵심으로 버스와 지하철, 경전철을 촘촘하게 연결해 서울 어디서든 30분 안에 주요 생활권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서부선과 강북횡단선 등을 연계한 격자형 철도망 구축과 가칭 '동부선'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야 시간대 지하철 노선을 따라 운행하는 '서브웨이 팔로워 버스' 도입과 장기간 지연된 경전철 사업의 공사비 현실화를 통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 역시 핵심 공약이다. 정 후보는 서울역에서 영등포·구로·금천을 잇는 구간을 정부와 협력해 조기 추진하고 상부 공간에는 공공주택과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면 오 후보는 '서울 교통 대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도시철도 급행화와 철도·도로 지하화, 경전철 조기 추진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확충을 통해 서울의 교통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목동선, 면목선, 난곡선, 우이신설선 연장 등 주요 도시철도 사업의 조기 추진과 철도망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경부선 지하화 역시 찬성하지만 상부 공간을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양 후보 모두 공급 확대와 교통 인프라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오 후보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과 광역 인프라 구축을 강조한다면 정 후보는 정부 협력과 권한 분산, 다양한 주택 유형 공급, 생활밀착형 교통망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양 후보의 차이는 공급 정책이나 교통 공약뿐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앙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드러난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역 앞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은 대통령과 싸우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 삶을 챙기는 자리"라며 정부 협력론을 내세웠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경전철 사업 등 서울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 후보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손발을 맞춰야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고 교통 인프라 확충도 앞당길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오 후보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개선을 직접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3부2민(3대 부동산 개선·2대 민생 제언)'을 발표하며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