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이지태광이 상장 계열사 티케이지애강을 상장폐지시키기 위한 2차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태광은 1차 공개매수 때와 같은 주당 900원에 애강의 남은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주당순자산가치(BPS) 1500원대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라고 반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공정가액 산정방식 개정안 시행 전 싼값에 자진 상장폐지 시키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케이지애강(이하 애강) 최대주주인 티케이지태광(옛 태광실업, 이하 태광)은 애강 주식 1607만6041주를 주당 9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제외한 유통물량 전량으로,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144억원가량이다. 태광은 이 자금을 전액 자기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태광은 애강 발행주식 68.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1차 공개매수 때 주식 1110만1047주를 사들여 지분이 21.43%포인트 늘었다. 이번 공개매수 물량은 태광이 보유한 주식을 뺀 애강 유통주식 전부다. 태광은 공개매수 추진 목적을 자진 상장폐지라고 명시했다. 태광은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애강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주가도 하락한 것을 상장폐지 이유로 들었다. 공개매수 배경으로 ▲산업 환경 악화에 대한 대응력 제고 ▲주가 하향과 유동성 저하에 따른 소액주주 자금회수 기회 제공 ▲상장 유지비용 절감 및 경영 자원 재분배 등을 꼽았다. 애강은 배관과 소방설비를 만드는 회사다. 주로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급수·난방·소방 배관과 스프링클러 헤드, 유수제어밸브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둘 다 건설경기에 직접 연동된다. 애강 매출 대다수는 신규 아파트나 건물 착공 물량에서 나오는데, 고금리, 부동산PF 부실, 미분양 증가 등으로 전방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 이에 2023년까지 흑자를 내던 애강은 2024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적자를 냈다. 태광은 애강 주식을 주당 900원에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 3월 진행한 1차 공개매수 때와 같은 가격이다. 태광은 최근 1년간 시장가격에 할증률 50%를 적용해 주당 가격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애강은 공개매수신고일로부터 지난 1년간 510~895원에서 횡보했다.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전날 종가(600원)보다 50% 할증한 금액이다. 주주들이 가장 반발하는 지점은 공개매수 가격이다. 주당순자산가치(BPS) 1576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주당순자산가치는 회사가 문을 닫고 모든 자산을 팔아 빚을 갚은 뒤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1주당 몫을 뜻한다. 청산가치라고도 불린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년 연속 1배 미만을 밑돌고 있다. PBR 1배 미만은 장부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의미다. 지난 6월 30일 기준, PBR 0.36배에 불과하다. 공개매수가(900원)를 적용해도 PBR은 0.57배에 머문다. 최대주주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도 장부상 순자산가치보다 저렴한 것이다. 애강에 수억원을 5년 넘게 투자했다는 주주 A씨는 “1차 공개매수 때 팔지 않은 사람들은 평단가 2500원 이상에 물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누가 BPS에도 못 미치는 900원에 팔겠냐"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1차 공개매수 때 공개매수 가격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장 가격보다 높게 산정되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평소에 주가를 실컷 눌러놓고 '50% 더 높게 사주는 데 뭐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나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100원짜리 주식을 20원으로 만든 다음에 50원에 공개매수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태광이 원하는 대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하려면 최대주주가 발행주식총수의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애강은 발행주식총수 5179만4579주 중 약 4920만주를 넘겨야 하는데, 2차 공개매수 시작 전 태광이 보유한 주식은 3571만주가량이다. 95%를 채우려면 2차 공개매수 목표 물량 중 84% 이상이 응모해야 하는데, 1차 공개매수 응모율이 40.85%에 그쳤던 전례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95%를 채우지 못한다고 해서 상장폐지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상법상 '포괄적 주식교환'을 활용하면 더 낮은 지분율로도 소수주주를 강제로 내보내고 상장폐지를 완료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만 통과하면 된다.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미 태광이 보유한 지분(68.96%)만으로도 이 요건을 충족한다. 극단적으로 소액주주 전원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68.96%는 의결정족수 3분의 2(66.67%)를 넘는다. 이론적으로는 2차 공개매수 응모율이 0%에 가까워도 태광이 상장폐지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95%에 못 미치는 지분으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상장폐지에 성공한 사례는 여럿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20년 모회사 지분율 69.45% 상태에서, 부산도시가스는 2021년 SK E&S 지분율 84.34% 상태에서 각각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으로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태광 역시 공개매수신고서에 “2차 공개매수로도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완전자회사화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명시해뒀다. 주주 A씨는 “900원에 팔 거라면 1차 때 참여했을 것"이라며 “상폐되든,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든, 지금 버티는 사람들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상장사가 지배주주와 합병이나 주식교환 가액을 정할 때 그동안은 '최근 시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시장가격이 저평가된 시기를 선택해 주가를 누른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런 논란 끝에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가 계열회사와 합병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을 할 때 적용하는 가액 산정 기준을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바꿨다. 공정가액은 시가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 기업 내재가치도 반영해야 한다. 반대주주가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협의가 안 되면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가액 적정성 의견서를 공시해야 한다. 계열사 간 거래는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직접 선정하도록 해 '주문형 평가'를 막는 장치도 담겼다. 이 법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된다. 아직 공포 전이라 정확한 시행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애강의 2차 공개매수 종료일(9월19일)보다는 한참 뒤가 될 전망이다. 즉 태광이 법 시행 전에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한 이사회 결의까지 마친다면, 소액주주를 내보낼 가격을 공정가액이 아닌 옛 기준(시가)으로 정할 수 있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 산정은 보통 최근 시가를 평균해서 정한다"며 “멀쩡한 기업이 자진 상폐를 할 일은 없고 대부분 주가가 엉망인 경우에 자진 상폐를 하는데, 그럼 주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가액 산출 방안은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그 전에 좀 싸게 사들여 비상장으로 돌아가려는 막차를 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