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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향후 원유 등 에너지 가격에 안보 비용이 더해지며 비용상승 장기 고착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미국은 안보 비용 청구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공급망 재편을 넘어, 에너지와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동안 미국 주도로 유지돼 온 '저유가 기반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안보 거래'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일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과 이란은 에너지를 얻으려면 대놓고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더 이상 전 세계에 균등하게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확보 각자도생의 시대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공급망 밖에서 갈등이 심화될수록 에너지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은 자국 중심 공급망 내 에너지 거래를 유도하면서, 안보 비용을 가격이나 정책 조건으로 반영하는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란 사태 이전까지 국제유가는 1년 이상 배럴당 60달러 안팎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왔다. 이를 토대로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들은 정부 주도 지원금, 증시부양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중동 충돌 이후 유가는 한 달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일시적 급등이 아니라, 향후 유가 구조 자체가 '고유가·고비용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특히 미국의 해군력 철수와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에 따른 보험료 상승, 운송 리스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저유가 환경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비용 증가를 넘어 전기요금, 물가, 산업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원유 수입량(연간 약 9억 배럴)을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약 9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며, LNG 가격 상승까지 반영하면 총 부담은 10조원 중반대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약 유가가 20~30달러 상승하거나 이란이 요구할 호르무즈 해협 통행 비용이 반영될 경우 연간 부담은 3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하반기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79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쟁 전 평균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3배 가까운 폭등이다. 100조에 가까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분을 가구 단위로 환산할 경우 부담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국내 가구 수(약 2200만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연간 12~15조원 수준일 경우 가구당 약 50만~70만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유가 상승폭이 확대돼 총 부담이 30조원을 넘어설 경우에는 가구당 연간 130만원 이상, 최대 180만원에 가까운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전기요금뿐 아니라 교통비, 물가 전반에 반영되는 간접 부담까지 포함된 수치로, 에너지 가격 변동이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의 태도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항공유를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들은 미국에서 구매하거나 직접 확보하라"며 “미국은 더 이상 당신들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발언을 넘어,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안보 제공자' 역할을 전면적으로 수행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유지돼 온 '미국 주도의 해양 에너지 안보 체제'가 사실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구조가 흔들릴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수입 구조를 유지한 채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블록화'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저유가 환경을 전제로 제조업은 물론 에너지 정책이 설계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탄소중립 기조 아래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LNG 발전 비중 확대가 사실상 기본 전제로 작동해왔다. 저유가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스 가격 환경이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전환 전략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유가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흔들릴 경우, 전력 믹스와 수급 전략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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