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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환율·금리·유동성…증시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예전 중동 사태를 떠올리면 공식은 단순했다. 유가가 뛰면 금이 오르고, 주식은 빠졌다. 시장은 공포를 한 방향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유가가 오르는데 금은 주춤하고, 증시는 방향을 못 잡고 흔들린다. 과거의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 바로 지금이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핵심은 유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다음에 이어지는 금융의 연쇄 반응에 있다. 지금 시장은 유가 상승을 단순한 공급 충격으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유가가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 그리고 그 금리가 금융 시스템을 어디까지 압박할 것인가." 유가 상승은 시작일 뿐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자극되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는 내려오기 어렵다. 금리가 높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문제가 커진다.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영역, 이른바 프라이빗 금융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모대출, 비은행권 자금들이 먼저 흔들린다. 환매가 지연되고, 자금 회수가 막히며, 신용 경색의 신호가 번진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시장의 공포는 유가가 아니라 유동성으로 이동한다. 돈이 돌지 않기 시작하면, 자산 가격은 이유 없이 떨어진다. 이때부터는 금도, 주식도, 채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실제로 지금 금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안하다고 해서 무조건 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주는 달러와 현금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시장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유가 → 금리 → 유동성 → 신용. 이 연결고리가 핵심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증시의 널뛰기도 설명된다. 시장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리가 더 오를지, 아니면 경기 둔화로 꺾일지, 금융 시스템이 버틸지 흔들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에도 방향이 바뀐다. 공포가 앞서면 급락하고, 기대가 살아나면 반등한다. 확신이 없는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 중동 사태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유가 충격이 실물경제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글로벌 자금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충격도 더 깊게 연결된다. 그래서 이번 위기는 '에너지 위기'라기보다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더 가깝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당국의 대응은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단순히 환율이나 증시를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리 정책은 물가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유동성 공급은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투입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이 불안해하는 지점, 즉 비은행권과 그림자 금융 영역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문제가 생긴 뒤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되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동시에 정책의 메시지는 명확해야 한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애매한 신호는 불안을 키운다. 일관된 방향과 예측 가능한 대응이 쌓일 때 비로소 신뢰가 만들어진다. 그 신뢰가 유지되지 않으면 어떤 자금 투입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시장은 방향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살아남는 게임에 가깝다.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공격보다 방어가 먼저다. 무리하게 수익을 노리기보다 손실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현금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 기회는 항상 변동성 속에서 나오지만, 현금이 없으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동시에 자산을 한쪽에 몰아두는 것도 위험하다. 환율이 움직이는 시기에는 통화 분산이 필요하고, 특정 업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예상보다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또한 시장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다. 급락할 때 공포에 팔고, 반등할 때 뒤늦게 따라가는 패턴은 반복될수록 자산을 깎아먹는다. 지금은 예측보다 원칙이 중요한 시기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자산,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 중심으로 접근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에는 거리를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선택지는 명확하다. 위험을 감수하며 방향을 맞히려 할 것인가, 아니면 변동성을 관리하며 기회를 기다릴 것인가. 시장은 언제나 흔들린다. 모든 흔들림이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구조적 불안이 겹친 시기에는 버티는 것이 전략이 된다. 지금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균형감각이다. 균형은 현금과 원칙에서 시작된다.

[이슈&인사이트] 중동 발 지정학적 단층선: 장기전의 늪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파고

2026년 2월 28일 발발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한 달을 넘어서며 전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서 있다. 당초 단기 정밀 타격으로 끝날 것이라던 낙관론은 이미 사라졌고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봉쇄와 전쟁 장기화 전망,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상호 보복으로 글로벌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5일간의 공격 유예' 발표로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도감과 함께 오랜만에 온기가 도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번 유예는 이는 종전에 대한 신호라기보다 전술적 재정비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미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소모전을 택했으며 그 핵심은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을 통해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들을 인질로 잡는 전략이다. 현재로써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요구 조건이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제시하는 '우라늄 농축 전면 포기'와 이란의 '중동 내 미군 전면적 철수'는 타협의 여지가 희박하다. 양측 모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게 치솟았으며, 장기전 전망으로 인한 불확실성 고착화는 기업의 투자 위축, 금융시장 불안, 공급망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시화하여 글로벌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또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2022년 이후 3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던 인플레이션은 2024~25년 간 안정세를 지속하던 중에 이번 전쟁을 빌미로 다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 우리가 수입하는 유가는 실질적으로 160 달러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당장 주유소 휘발유, 경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물론이다. 원유는 모든 제조업의 원자재이므로 생산자물가(PPI)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며 소비자물가(CPI)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의 기대는 이 전이과정의 시차를 급격히 단축시키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다.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공포는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향후 있을 물가상승을 선반영하게 유도한다. 일각에서는 비록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비용의 상승이라는 공급요인이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미연준은 명확한 '매파적 인내'를 선택했다. 파월 의장은 지정학적 위기가 가져온 인플레이션 상방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하 시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으려는 정책적 의도이지만, 글로벌 자본유출과 신흥국 부채위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더욱 가혹한 외줄 타기를 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상 고유가는 곧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내수부진과 가계부채 임계점이 발목을 잡고, 동결하자니 내외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관리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은 이미 우리의 통화정책이 연준의 행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알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넘어선 것은 단순히 심리적 저항선의 붕괴를 넘어 우리에게 주어진 경제여건과 이데 대한 우리의 대응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에너지 수입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는 폭증하는데, 수출 경쟁력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둔화되고 있고, 한은의 발목은 묶여있다는 것이다. 만약 전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환율은 1,600원 선을 테스트하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국내 금융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평가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된 복합 위기다. 전쟁의 장기화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으며,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성은 우리 경제가 맞이하는 뉴노멀이 되었다. 결국 이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다. 일련의 지정학적 위험들이 반복되는 현재, 지정학적 단층선이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가동해야 한다. 이는 1997년 당시 우리가 놓쳤던 펀더멘털의 재점검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시 “우리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외쳤던 정책당국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히 귓가에 메에리 치는 듯하다. 2026년의 봄은 혹독하지만, 이 위기를 통해 우리 경제가 체질 개선을 이뤄낸다면 그것만이 장기화된 전쟁의 늪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kn@ekn.kr

[르포] 양도세+보유세 직격… “연금 200에 세금 80” 1주택자 ‘비틀’

“이미 버스는 떠났습니다. 지금은 막판에 한두 건 나오는 수준이에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업소.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 폭탄'이 쏟아진다는 외부 인식과 달리, 현장의 공기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는 2월 말부터 3월 초중반 사이에 대부분 정리됐다"며 “지난주까지 팔릴 만한 물건은 다 나갔고,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1억 이상 다시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일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지 중개사는 “4월 초가 사실상 마지막 바겐세일"이라며 “4월 중순을 넘기면 절차상 매도가 어려워져 '안 팔리면 그냥 가져간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장은 가격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호가 5억 하락이라는 말이 파다하지만, 현장은 '급매 소진' 이후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강동권 매물은 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3월 셋째 주(16일~20일) 기준 약 12% 감소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라는 '탈출구'를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사실상 4월15일 이전에 정리됐다는 의미다.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27억 원대에 거래됐다는 사례 역시 전체 9510세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수 집주인은 여전히 29억~30억 원 선의 호가를 유지하며 정책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하락 역시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단지에서 전용 84㎡ 기준 최고가 대비 4억~6억 원 낮은 거래가 등장했지만, 이는 제한적인 초급매 사례다. 헬리오시티 소망부동산 박영호 대표 공인중개사는 “언론에서는 5억씩 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거래는 한두 건뿐"이라며 “대부분 매도자는 여전히 28억~30억 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온라인에 올라온 저가 매물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락폭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시세 대비 수억 원 낮은 특급 매물을 내걸고 영업 중인 한 업소에 들어가 실시간 거래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미 나갔다"는 판에 박힌 말뿐이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구체적인 거래 시점 등을 묻자 중개인은 즉각 취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화를 끊었다.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는 '미끼성 허수 매물' 의구심이 취재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 대목이다. 이처럼 단기 급락 이후 시장은 빠르게 관망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크게 언급되는 변수는 가격이 아니라 '세금'이다. 양도세 국면이 종료되면서 시장의 중심축은 보유세로 이동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67% 상승했다. 반면 보유세는 최대 40~5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6년 세수 추계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대상 1주택자는 31만7000가구에서 48만7000가구로 1년 새 53.5% 급증하며 과세 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격보다 세금이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충격은 고령층과 1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약 250만~3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70만~100만 원에 달해 소득의 30~40%를 세금으로 지출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연금 200만 원을 받아 80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복수 공인중개사의 정보를 종합하면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신축 대단지에서 별도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약 20~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올해 보유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깝다. 실제로 헬리오시티 보유자의 보유세는 650만 원에서 약 980만 원으로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환산 시 약 81만 원 수준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전환되는 구조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70~80대 고령 조합원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이분들은 소득이 없어 보유세가 그대로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비자발적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남에 집 한 채 있다고 모두 부자가 아니다"라며 “보유세가 월 10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나면 사실상 생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DSR 40% 규제 속에 '영끌'로 주택을 매입한 2030 세대는 원리금 상환에 더해 월 50만~60만 원 수준의 보유세 부담이 추가될 경우 실질 가용 소득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 중개사는 “월급 받는 직장인도 세금이 늘어나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식비"라며 “세금이 주거 안정성을 넘어서 삶의 질 자체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리지만 흐름은 분명하다. 5월 9일 이후에는 매물 감소에 따른 '공급 절벽'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동구 한 중개사는 “다주택자가 빠지고 나면 남는 것은 1주택자뿐인데, 이들이 급하게 매도할 이유는 없다"며 “일정 기간 거래 공백 이후 가격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팽팽히 맞서는 '심리 교착' 상태다.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매도자는 반등을 기대하며 버티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거래 절벽, 중기적으로는 가격 반등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국면이다. 복수 공인중개사는 “지금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 호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매도자들은 조금만 버티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결국 이번 시장 변화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공시가격 상승(약 18%)과 과표 확대가 맞물리며세금이 40~50% 급증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그 부담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 고령층과 실수요자에게 전이되고 있다. “결국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집 한 채 가진 서민"이라며 “세금이 시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잡겠다던 조세의 칼날이, 평생 집 한 채를 지켜온 은퇴 세대의 밥상머리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먼저 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역시 시장의 중심 변수가 세금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국면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지금은 보유세 부담이 시장을 움직이는 시기"라며 “특히 소득이 없는 고령층일수록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고령층은 일정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보유세가 곧 생활비 부담으로 직결된다"며 “이들은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시니어 모델의 새로운 도전…폼엔터, 김유찬·서대환 룩북 화보로 첫 무대 장식

폼엔터테인먼트 소속 시니어 모델 김유찬과 서대환이 룩북 화보 촬영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두 모델은 이번 촬영에서 각기 다른 매력과 서사를 담아내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김유찬 모델은 세련된 분위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연기로 몰입도 높은 표현력을 선보였다. 특히 자연스러운 감정선과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어우러지며 컷마다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신인이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인 연출력과 집중력이 돋보였다는 후문이다. 김유찬 모델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도전을 시작하고 싶다"며, “체계적인 발성과 감정 표현을 익혀 모델을 넘어 연기 분야까지 활동을 넓혀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대환 모델은 시니어 모델 특유의 깊이와 무게감을 앞세워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현했다. 삶의 경험이 녹아든 표정과 개성 있는 스타일링이 어우러지며 한 편의 스토리를 완성했다. 관계자는 “시간이 쌓아온 감정과 가치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모델"이라고 전했다. 또한 서대환 모델은 꾸준한 자기관리와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프로 모델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 속에서도 자세와 태도를 철저히 관리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폼엔터테인먼트 측은 “두 모델 모두 시니어 세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과 깊이를 갖추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콘텐츠와 연기 활동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폼엔터테인먼트는 시니어들의 리얼 예능 '도전 패션왕'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 파일럿과 콘텐츠 기획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폭넓은 활동 기회와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20% 확률이 현실로”…오판이 키운 장기戰, 충격은 이제 시작 [美·이란 전쟁 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시작된 지 한 달.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당초 제한적 군사 작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 화력 공세에도 이란은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세계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전쟁 초기 '일시적 충격'에 대한 기대는 무너졌고, 에너지·물류·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가 각국 통화정책까지 흔들며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과 다르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쉽게 발을 뺄 수 없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극적인 타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중동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달 이내 끝난다"…전문가들의 오판 미국 국방부가 명명한 '장대한 분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8분짜리 영상에서 “조금 전 미군은 이란 내 중대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굴복하고 '항복' 수준으로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전문가들도 군사 충돌이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유가 전망에 대한 리스크는 상방으로 치우쳐 있지만,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이나 일시적 공급 차질로 인해 급등한 유가는 단기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의 페레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을 “종이 호랑이"로 비유하며 전쟁이 4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피해를 입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확률이 20%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개전 직후 이란 지도부가 대거 제거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이란이 큰 나라인 만큼 4주 정도, 아니면 그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주변 걸프국을 무차별 타격하는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펼치며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에 나서자 상황이 점차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버티기를 택했고,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번졌다. 중동 주요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전쟁 1주차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35.63% 폭등했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이다.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도달한 뒤 소폭 진정됐지만 여전히 100달러선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스 시장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인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공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가정해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 “이란 정권 붕괴된다"…트럼프·네타냐후의 오판 이번 전쟁이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기반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쟁 초기에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 교체를 유도하면 대규모 봉기가 발생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시작 후 첫 연설에서 이란인들에게 폭격으로부터 대피하라고 당부하면서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이란 내에서 대규모 봉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 정부가 일정 부분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대규모 반란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이번 전쟁 전략의 근본적 결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수시로 바뀌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개전 초기에는 핵무기 개발 저지와 미사일 역량 파괴, 정권 붕괴 등이 목표로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확보가 새로운 우선 목표로 부상했다. 해협 통제권을 확보해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선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중동 지역에 미군 병력이 증파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갈 경우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48시간 최후통첩'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적대행위 종식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는 등 입장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가 하면 러시아·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 예상 밖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에 돌입한 뒤 해답을 찾으려는 변덕스러운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 확전이냐 협상이냐…전쟁 중대 기로 당장의 관건은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 시한이 만료되는 27일 이후 미국의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따라 군사행동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동시에 사상 미군 정예부대의 투입 준비가 완료되는 등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의 육군 82공수사단 병력의 중동 투입을 승인했으며, 주일미군 소속 해병대 병력 약 2500명도 27일께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주둔 해병원정대와 군함 3척도 추가로 파견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상군이 이란의 석유 수출 중심지인 하르그섬을 점령하거나, 농축 우라늄 확보 작전을 지원하고, 이란 해안을 장악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방 전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마이클 오핸론은 “현재로서는 모든 방안의 성공 확률이 50%보다 낮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각각의 방안 모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완전히 닫아두지 않은 모양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전혀 없다"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한 달째 접어든 美·이란 전쟁…충격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군사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물가와 금리, 소비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복합 위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개월에 걸쳐 공급망에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원유, 가스, 알루미늄, 비료,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제조업, 농업, 물류 등 실물경제 전반에 즉각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컨설팅업체 RSM의 삭슨 모즐리 레저 부문 책임자는 “2022년 에너지 위기는 소비자 신뢰가 빠르게 추락하고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식품·물류·유틸리티 전반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확대돼 올해 하반기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실물경제 지표에서도 전쟁 충격이 확인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산한 3월 종합 PMI는 호주,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유로존, 영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모두 하락했다. 미국과 유로존 PMI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호주는 전달 52.4에서 47.0으로 급락하며 경기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인도의 제조업 PMI도 56.9에서 53.8로 떨어져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3월 종합 PMI는 51.4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반면 물가 지표는 급등했다. 독일의 투입 비용 상승률은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높아졌고, 영국 제조업 투입 지표는 1992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투입 비용이 각각 7개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판매 가격 상승률도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 글로벌 이코노믹스 책임자는 “이란 전쟁 이전에는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PMI 지표는 유가 상승, 금융 여건 긴축, 심리 위축이 결합되면서 회복세가 꺾일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압력은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주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유럽과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약 0.5%포인트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이 전쟁 이전 대비 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는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심화되는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러시 책임자는 “향후 전망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과 중앙은행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규모보다 전문성 좇던 현대百, 통합 플랫폼 ‘더현대하이’ 내놓은 까닭은

현대백화점이 더현대서울의 DNA를 이식한 온라인 몰 '더현대 하이(Hi)'로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카테고리별로 분산된 플랫폼을 통합 몰로 일원화하고, 고객 취향을 저격하는 큐레이션 능력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4월 6일 고급 큐레이션 전문몰인 더현대 하이를 공식 개장한다. 이 플랫폼은 기존 패션·리빙 중심의 '더현대닷컴'과 식품 전문 '현대식품관 투홈'을 하나로 합친 통합몰로, 분야별 전문관을 내부로 흡수한 '숍인숍' 구조다. 그동안 개별 플랫폼 전략을 펼쳐온 모습과 정반대의 행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식품·현대·리빙 등 계열사별로 온라인 몰을 운영하는 버티컬 플랫폼 구조를 고수해 왔다. 2020년에는 업계 최초로 식품 전문 몰을 통해 오프라인 식품관과 연계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의 이목도 샀다. 이 같은 구조적 특징으로 현대백화점은 타사 대비 이커머스 확장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롯데와 신세계는 각자 롯데온·SSG닷컴 등 전사를 아우르는 대규모 통합몰로 온라인 쇼핑 영역을 확장한 반면, 현대는 전문몰 위주의 차별화를 택하는 대신 볼륨화는 포기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업계는 이번 통합 온라인 몰 출범과 관련해 현대백화점이 고객 편의성과 운영 효율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판매 채널 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의 구매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은 통합 플랫폼화로 온라인 경쟁력 향상과 함께, 단순 쇼핑 이상의 차별화된 경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더현대 하이의 차별점으로 '취향 큐레이션'을 꺼내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검색·비교 기반의 일반적인 이커머스 구조에서 탈피해 더현대서울과 같이 고객의 취향·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발견형 쇼핑 플랫폼'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앱 최상단 화면에 특가 상품·행사 내용이 아닌 큐레이션 콘텐츠를 전면 배치한 것도 전략의 하나다. 계절·공간·취향별 주제에 맞게 관련 카테고리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품 구성도 큐레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자체 바이어가 검증한 3000여개 브랜드만 들여와 입점 문턱이 낮은 일반 오픈마켓형 구조와 차이를 뒀다. 브랜드의 경우 현대백화점 점포에 입점된 2000여개 브랜드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찾아보기 힘든 1000여개 팬덤 브랜드를 함께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구매 이력·선호 제품군 등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까지 기획하고 있다. 고객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체제를 접목하는 데 이어, 관심 상품이나 취향인 브랜드·콘텐츠 등을 표출할 수 있는 '젬(Gem)' 기능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자체 인공지능(AI) 쇼핑 보조인 '헤이디'를 활용한 대화형 큐레이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매자 중심의 일방향성 소통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과 고객, 고객과 크리에이터가 소통하고, 함께 콘텐츠도 생산·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양주시, 과천경마장 유치 공감대 전국 확산… 울산 현장 홍보

타 지자체 협업 콘텐츠 제작과 연계한 홍보 전략 강화…지역경제·일자리 창출 기대 양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양주시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사업으로 '경마장 유치'에 속도를 내며, 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현장 홍보에 나서는 등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섰다. 단순한 유치 의지 표명을 넘어 도시 간 협업을 기반으로 정책 메시지를 확산하는 새로운 방식의 홍보 전략이 주목된다. 양주시는 최근 울산광역시 남구와 협업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마장 유치 홍보 팻말을 활용한 현장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캠페인은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직접 정책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형식적인 홍보를 넘어 자연스러운 노출과 공감 형성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지역 간 협업을 통해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교류 기반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양주시는 경마장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광 인프라 확충 등 다각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 사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시설 유치를 넘어 지역 상권과 연계된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수도권 북부의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울산 현장 캠페인은 이러한 전략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신호탄 성격도 갖는다. 기존의 보도자료 중심 홍보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시민과 관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정책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였다. 이는 향후 타 지자체와의 협업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양주시는 앞으로도 다양한 도시와 협력을 강화하며 정책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김영준 홍보담당관은 “울산과의 협업은 콘텐츠 제작과 정책 홍보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마장 유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주시는 지난 23일 '과천경마공원 양주시 유치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고 시민 참여 기반의 유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행정 주도의 정책 추진을 넘어 시민과 함께하는 공론화 과정을 강화하며, 경마장 유치에 대한 사회적 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외국인·기관 매도에 코스피 5600선 아래로…코스닥 소폭 상승 [개장시황]

26일 장 초반 코스피지수가 1% 가량 밀리면서 5600선을 내줬다. 미국과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 알고리즘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약화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30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9%(72.83포인트) 내린 5569.38이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6448억원을 순매수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79억원, 1379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2.75%)와 SK하이닉스(-3.52%)는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이 인공지능 모델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최대 6배까지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터보퀀트 알고리즘을 공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어디까지나 논문 상 알고리즘 공개이고, 실제 상용화까지도 시간은 소요된다고 한다"면서 “연초 메모리 폭등 랠리 피로도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 속에서 추가적 차익실현 명분으로 작용한 성격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삼성바이오로직스(+0.63%), 한화에어로스페이스(+0.07%)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약세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0.62%(7.32포인트) 오른 1166.87이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홀로 2181억원을 순매수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1112억원, 768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 제약·바이오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천당제약(+5.20%), 알테오젠(+10.60%), 코오롱티슈진(+18.67%) 등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 대비 3.5원 오른 1503.2원으로 개장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경북도 재산공개·통합돌봄 시행·안동소주 수출 확대

◇경북도, 공직자 282명 재산변동 공개…평균 10억2500만 원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공개 대상자 282명의 정기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26일 경상북도 도보와 공직자윤리시스템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 공개 대상에는 경북개발공사 사장과 문화관광공사 사장, 김천·안동의료원장, 경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경북체육회 사무처장, 시·군 기초의원 등 276명이 포함됐다. 재산공개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전년도 재산 변동 사항을 신고한 뒤 공개하는 제도로, 부동산과 예금, 보험, 유가증권, 채권·채무 등이 포함된다. 신고 자료는 제출 이후 한 달 이내 공개되며, 이후 심사를 거쳐 적정성을 확인하게 된다. 올해 공개 대상자의 평균 재산은 10억2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6300만 원 증가했다. 재산 규모는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 37.2%로 가장 많았으며, 절반 이상이 중산층 수준 자산 분포를 보였다. 재산 증가자는 180명으로 평균 1억2200만 원이 늘었고, 감소자는 102명으로 평균 1억1300만 원 줄었다. 주요 증감 사유는 부동산 공시가격 변동, 증권 평가액 변화, 채무 조정, 급여 저축, 생활비 지출 증가 등으로 분석됐다. 위원회는 6월 말까지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금융기관 전산자료 조회를 통해 성실 신고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며, 누락이나 허위 신고가 확인될 경우 과태료 부과, 경고, 시정명령, 해임 요구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경북형 통합돌봄 본격 시행…32만 명 우선 관리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가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지역 중심 통합돌봄 체계를 본격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통합돌봄은 의료와 요양, 건강관리, 일상생활 지원을 한 번의 신청으로 연계 제공하는 제도로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대상은 노인과 장애인을 중심으로 시작되며, 도내 대상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장기요양 인정자와 고령 장애인, 치매환자 등 우선 관리 대상은 약 32만 명으로 파악된다. 도와 22개 시군은 조례 제정과 전담 조직 구성, 협의체 운영을 완료했으며, 특화 서비스 예산 144억 원을 포함한 총 184억 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했다. 또한 재택의료센터 28곳을 지정해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보완했다. 의성군을 시작으로 모든 시군이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현재까지 1830명에게 서비스를 연계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통합돌봄 창구가 설치돼 신청과 상담이 가능하다. 도는 앞으로 도시형, 농촌형, 도농복합형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경북형 돌봄 모델을 개발하고, 민간 협력과 AI 기반 서비스, 복지형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돌봄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안동소주 대만 홍보…프리미엄 증류주 시장 공략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상북도는 안동시, 안동소주협회, 경북통상과 함께 대만 타이베이에서 안동소주 홍보행사를 열고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섰다고 26일 밝혔다. 대만은 증류주 소비 비중이 높고 한국 주류에 대한 관심이 커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국산 주류의 대만 수출액은 2023년 80억 원에서 2024년 105억 원으로 증가했다. 행사에서는 공동 브랜드 제품과 도지사 품질 인증 제품을 중심으로 시식과 전시가 진행됐으며, 현지 유통업체와 전문가,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생산 방식과 전통성을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안동소주의 부드러운 맛과 곡물 향, 제품별 개성을 높이 평가했으며, 현지 주류 전문가들도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는 앞으로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행정 지원을 확대하고 수출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교 안 작은 미술관…경북도교육청, 경북형 예술교육 모델 확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은 26일 학교 유휴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학생과 교직원, 지역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예술교육 모델로 학생 작품 전시와 지역 작가 초청전, 교직원 전시 등이 운영된다. 학생들은 도슨트와 큐레이터 활동에 참여해 전시 기획과 운영을 직접 경험할 수 있으며, 촉각 작품과 음성 안내 등 장애 학생을 위한 전시도 함께 추진된다. 전시 공간은 학부모와 주민에게 개방돼 학교가 지역 문화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운영된다. ◇경북도교육청,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강화…위(Wee) 프로젝트 확대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은 26일 학생 정서·심리 지원을 위해 위(Wee) 프로젝트 기능 확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은 2026년 3월부터 1년간 운영되며 교육부 지원 2억1900만 원이 투입된다. 학교 중심 상담 예방과 전문성 강화, 맞춤형 지원 체계를 핵심으로 추진된다. 2025년 조사에서는 상담 만족도가 94% 이상으로 나타났고, 상담 이후 학교생활 만족도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위 클래스와 위 센터 기능을 고도화해 학생 상담 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북도교육청, 학교 정보보안 업무 지원…교원 부담 줄인다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은 26일 정보보안 업무를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으로 분산하고 학교 부담을 줄이는 지원 계획을 시행한다. 학교 정보 업무 담당자의 상당수가 겸임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절차 간소화와 전담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보안 매뉴얼과 점검표 등 실무 도구도 제공해 학교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경북도교육청, 교육시설 공사 기준 마련…일위대가표 보급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도교육청은 26일 2026년 상반기 시설공사 일위대가표를 마련해 각 기관에 배포했다. 표준품셈 개정과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했으며, 보호망 설치, 수평비계, 자동문, 복층유리 등 현장 여건을 반영한 항목이 추가됐다. 평균 임금 상승분도 반영해 현실적인 공사비 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교육청은 이번 기준 마련으로 공사비 산정의 객관성과 예산 집행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재벌승계지도] 한화 ‘넥스트 김승연’ 계열 분리 관건은 ‘실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한 상태다.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 없이 수직적 체제가 확립돼 있다. 총수 일가는 정점에 위치한 기업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 주력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세 승계 관련 경영 분야 교통정리는 대체로 마무리됐다. 삼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차기 총수 역할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맡을 전망이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유통 및 신사업을 각각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측면에서는 승계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다. ㈜한화 인적분할을 시작으로 주력사 지분 맞교환, 한화에너지 상장 또는 합병 등 다양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복 상장 논란 등 각종 변수도 불거질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관건은 삼형제가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실탄'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 ㈜한화 중심 지배구조…'옥상옥' 한화에너지는 삼형제 자금줄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한화를 중심으로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아니지만 ㈜한화가 지주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산, 우주·항공, 에너지, 금융, 유통 등 대부분 사업군들을 아우른다. ㈜한화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은 △한화솔루션(36.31%, 이하 각사 2025년도 사업보고서 또는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32.18%) △한화비전(33.95%) △한화갤러리아(36.31%) △한화생명(43.24%)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80%) △한화로보틱스(67.97%) △한화이글스(40%) 등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44%)와 한화시스템(11.57%) 아래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외에 한화시스템(46.73%)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한화솔루션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57%), 한화임팩트(47.93%), 한화갤러리아(1.39%), 한화이글스(40%) 등 주식을 들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아워홈 지분 58.62% 인수해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100% 자회사로는 한화푸드테크 등이 있다. 금융 부문의 핵심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 지분 51.36%를 가진 최대주주다.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한화투자증권(46.08%)에도 힘을 행사한다. 한화저축은행, 한화육삼시티, 한화손해사정, 한화라이프랩 등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옥상옥' 자리에 있다. ㈜한화 지분 22.15%를 가지고 있다. ㈜한화 주요 주주는 이밖에 김승연 회장(11.33%), 김동관 부회장(9.76%), 김동원 사장(5.38%), 김동선 부사장(5.38%), 북일학원(1.83%) 등이다. 총수 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율(55.85%)이 과반을 넘긴 상태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은 한화에너지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한화 최대주주인 동시에 한화시스템(12.80%), 한화임팩트(52.07%), 한화에어로스페이스(0.32%) 등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아래에 '캐시카우'인 한화토탈에너지스를 뒀다. 프랑스 토탈에너지스의 영국 법인 'Total Energies Holdings UK Limited'와 만든 50대 50 합작사다. 한화에너지는 원래 한화S&C라는 IT 서비스 회사였다. 계열사 전산 업무 등을 맡아 성장하다가 지난 2012년 경인에너지를 인수하며 기업 체질을 개선했다. 이후 물적분할, 합병 등을 거쳐 현재와 같은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50%), 김동원 사장(25%), 김동선 부사장(25%) 등에게 넘겨줬다. 일찍부터 자녀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최근 들어 지분율에 변동이 생겼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주식 일부를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하면서다. 김동원 사장이 5%, 김동선 부사장이 15%를 한투PE 등 컨소시엄에 팔았다. 김동관 부회장 주식은 그대로 남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0%, 10%로 낮아진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 밑그림이 거의 그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핵심 사업을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어간다는 공식이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3월 ㈜한화 지분을 삼형제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총수 일가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사 주식을 거의 매입하지 않은 상태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이글스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0.01%를 소유 중이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 지분 0.03%를 들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주식 16.85%를 가지고 있다. ◇ ㈜한화 인적분할 추진…삼형제 '경영 분리' 본격화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게 ㈜한화의 인적분할 발표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한화를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법인과 테크 및 라이프 부문이 포함된 신설법인으로 나눈다고 선언했다.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는 김동선 부사장이 속한 분야 계열사가 포함된다.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다. 존속법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이 남게 된다.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이 책임지는 업종들이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존속 법인 76.3%, 신설 법인 23.7%다. 인적분할 작업은 올 6월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해당 안건이 큰 이변 없이 임시주총을 통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데다 소액주주들을 위한 이른바 '당근'도 별도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4562억 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금을 25% 이상 상향하는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아있는 구형 우선주도 사들여 없애기로 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또는 승계를 위해 이뤄진다는 점을 알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유인을 제공받은 셈이다. 한화그룹은 인적분할 발표 이후 개인 주주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한화 분할의 목적이 단순 승계 작업만이 아니라 기업 가치 제고에도 있다는 점에 상당 수준 공감했다고 전해진다. 분할 이후 김동선 부사장은 독립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형제간 분할은 효율적으로 됐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그동안 김동선 부사장이 맡던 유통 및 신사업 계열사는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아워홈 인수와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화그룹 측은 인적분할 추진 사실을 발표하면서 “신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본 투자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앞으로는 김동선 부사장 주도로 테크와 라이프 부문의 전략적 협업 및 투자가 지속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설비 등을 활용하는 '스마트 유통' 사업을 영위한다는 게 회사의 최종 목표다. 한화그룹은 이밖에 △독립적 감사지원부서 설치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배당정책 및 실시 계획 연1회 이상 공고 △현금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공 △주주제안 관련 권리 및 절차의 홈페이지 안내 검토 등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한화 인적분할은 전략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증권가에서 나온다. 회사를 쪼개면서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는 변수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특정 회사에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자산총계의 절반을 넘어서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 자회사 지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한화생명 아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다는 규제도 생긴다. 이 문제는 임시주총 이후 ㈜한화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대부분 해결된다. ㈜한화가 부채를 떠안는 방식으로 자산 불리기가 가능해져서다. 신설 법인으로 넘어가는 계열사 지분 가치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한화의 별도 기준 자산총액은 11조2011억원이다.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장부가액은 5조4061억원으로 50%에 근접했다. 이는 전기 말(4조5297억원) 대비 크게 늘어나며 ㈜한화를 압박하는 요소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 등에 참여한 영향으로 자회사 주식가치가 크게 늘었다. ◇ 김동선, 실탄 마련했지만 지분 정리는 아직…김동관·김동원도 현금 확보 절실 ㈜한화를 분할한 존속·신설 법인이 계열분리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분야 역시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지만 시기를 점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동원 사장 역시 홀로서기에 나선다면 키를 쥐는 회사는 한화생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자체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서다. 한화생명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우거나 아예 ㈜한화가 지닌 한화생명 지분을 김동원 사장이 사들이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한화그룹 내에서 아직 금융이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화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4조7854억원이다. 여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금융이 42.73%로 가장 높다. 화약제조업(20.90%), 조선업(19.46%), 태양광(8.98%), 화학제조업(7.83%), 도소매업(5.15%), 레저·서비스업(4.44%), 건설업(4.31%) 등 다른 분야를 압도하는 수치다. 지분 측면에서 독립도 김동선 부사장이 먼저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앞서 한화에너지 프리IPO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8200억원 수준이다. 김승연 회장에게 ㈜한화 지분을 받을 때 증여세를 납부하고도 상당한 자금이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연 회장에게 받은 3.23%의 증여세는 약 6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김동원 사장은 같은 프리IPO에서 3000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증여세를 제외하면 한화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확보하기는 부족한 수준이다. 삼형제는 자금 마련 수단으로 배당과 주식 가치 상승 두 가지 전략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 상장사이자 지배구조 중심에 있는 ㈜한화에서는 배당을 받아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 이 회사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 9.76%, 김동원 사장 5.38%, 김동선 부사장 5.38%다. ㈜한화의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은 2024년 9.34%에서 지난해 26.49%로 뛰었다.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배당 확대를 약속한 것도 총수 일가의 증여세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는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2022년, 2023년 등에도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화 지분을 꾸준히 모으거나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등 궁극적으로 회사 '몸값'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지분 측면에서 한화그룹 계열분리의 시작점은 한화에너지 상장이 될 전망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앞서 프리IPO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동선 부사장 분야를 ㈜한화에서 인적분할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분리에 대한 메시지는 확실해졌다. 이후 각각 지분을 주고받거나 필요한 증여세 등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삼형제가 한화에너지 구주를 파는 게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 회사 지분 20%는 약 1조1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분할 전 ㈜한화의 시가총액은 8조5900억원 수준(3월 24일 종가 기준)이다.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가 승계를 위한 다음 단계로 ㈜한화 존속법인과 한화에너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삼형제가 구주를 팔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뒤 양사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투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김동관 부회장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변수는 시장의 눈높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입법 측면에서 '중복 상장 리스크'가 생겼다. 모든 작업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한화에너지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셈이다. 모회사를 상장하는 이례적인 경우지만 규제를 피해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삼형제에게 지분이 모두 넘어가는 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합병이건 상장이건 결국 한화에너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에너지는 과거 성장 과정에서 '편법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한화S&C가 ㈜한화의 정보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 사익편취 지적이 나왔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 2005년 김동관 부회장에게 ㈜한화의 한화S&C 지분 66.67%를 넘길 당시에는 '저가매각 의혹'이 나와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에는 일감몰아주기 조사 타깃이 되기도 했다. 한화그룹 승계지도는 방향성이 명확하다. 삼형제가 맡을 분야도 정리가 됐고 이를 위한 준비 작업도 최근 1~2년 사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삼형제가 '실탄'을 얼마나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 확보가 각자 운신의 폭을 넓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 상장 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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