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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 선사와 3년 계약하면 운송비 1% 세액공제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내항 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우수 화주가 운송비용의 1%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말까지 해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비하고 내년 초부터 내항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도 내항선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한 우수 화주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도가 시행되면 우수 선·화주 인증을 받은 화주사가 내항 화물운송사업자와 3년 이상 계약을 맺고 지출한 운송비용에 대해 법인세나 소득세의 1%를 공제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대상이 될 주요 화주사는 유류·철강·시멘트 등을 생산·제조하는 전국 160여개 기업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항해운은 육상 운송보다 사회적 편익이 높은 운송수단으로 평가된다. 화물 1톤을 도로에서 연안운송으로 전환하면 1㎞당 112.17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해수부는 우수 선·화주 인증과 세액공제가 시행되면 연안해운업계의 장기운송계약이 늘고 선사와 화주 간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물류운송을 활성화하고 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내항 우수 선·화주 인증제는 장기운송계약 체결 등 선·화주 간 상생에 노력하는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인증 대상은 내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한 선사와 내항화물운송사업자를 이용하는 화주다. 리더십과 사업 안정성, 공익성 등 공통 분야와 동반성장 노력, 공정한 운송거래질서 정착 노력 등을 평가한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세액공제 외에도 정부 포상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수익률 및 보증요율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선사는 친환경 선박 건조·개조 등 정부 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중동전쟁 이후 지속된 공급망 위기 속에서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인 수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외항에 이어 내항에서도 선·화주 간 상생을 이끌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암보험도 ‘독점 경쟁’...생보사, ‘보험 특허’에 꽂힌 이유

생명보험사들이 보험업계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가속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필두로 하는 제3보험 영역 내 입지를 강화하고, 고객 기반 확대 등 보험업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7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날까지 생보사들이 받은 배타적사용권은 15건으로, 손보사(9건) 보다 많았다. 기업수로 보면 생보업권에서는 8곳, 손보업권에서는 3곳이 획득했다. 생보사들의 배타적사용권은 연간 기준으로 2023년 7건, 2024년 10건, 지난해 1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손보사는 13·23·39건이었다. 연말까지 4개월 가량 남았으나,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 이후 줄곧 손해보험사에 밀렸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배타적사용권은 독창성과 유용성 등을 인정 받은 상품에 대해 다른 보험사들이 유사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막는 제도로, 기존 12개월까지 인정 되던 기간이 지난해 18개월로 연장됐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의 신청·획득이 줄어든 것은 그간 다수의 상품군에서 성과를 냈던 것의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생보사들은 제3보험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개발 역량을 끌어모으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늘어난 암 환자수가 금융소비자들의 의료비 리스크로 전이된 것도 상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23년 신규 발생한 암 환자수는 28만8613명으로 전년 대비 2.5% 많아졌다. 전국단위 통계를 작성한 1999년(10만1854명)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2015년 4조8640억원 안팎이었던 암환자 진료비는 2024년 10조7880억원으로 불어났다. 암진단자의 생존율이 개선된 영향이다. 올해 승인된 생보사 배타적사용권이 암 치료비 보장 등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도 이같은 사회변화와 관련이 있다. 흥국생명은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 과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생분해성 물질주입술을 연 1회 보장하는 특약을 선보였다. 직접적인 암 치료와 발생한 부작용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부작용 예방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DB생명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건강코칭 서비스를 개발하고, '(무)AI 라이프케어 암보험'에 탑재했다. 건강관리 노력을 기울인 고객에게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의 '선별급여 암주요치료보장S특약Ⅱ'는 '시그니처H암보험'·'시그니처 H통합보험'에 탑재되는 특약으로 암 진단을 받고 보험기간 중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선별급여 암 주요치료가 이뤄진 경우 연간 1회 한도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라이나생명의 '(무)암생존지원특약(미세잔존암WSG검사지원형)'은 암 진단시 최대 10년간 미세잔존암 WGS검사를 현물 급부로 지급한다. 전체 암 중 16%가 이차암이라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WSG검사는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 이후에도 남은 암 흔적을 찾는 것으로, 기존 방식 보다 정확도가 높은 대신 비용이 크다. 신규 담보는 제도 변화로 기존 건강보험 상품 판매에 제약이 걸린 상황을 극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과도한 환급률 적용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막혔고, 금융당국의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이 변경되고, 일명 '1200%룰'이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공격적 시책 기반 영업도 어려워졌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용이한 건강보험 판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사망담보 위주인 종신보험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 보장 기능을 더한 상품(삼성 암치료플러스종신보험)을 출시했다. AIA생명은 업계 최초로 최경도 치매(CDR 0.5) 단계로 보장 범위를 넓혔다. 치매 환자가 많아지면서 빠르게 발견하고 치료하려는 니즈를 상품에 녹여내면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교보생명은 여성의 특정자궁질환 진단에 필요한 급여 초음파 검사 지원비를 보장하는 특약을 '교보더블업여성건강보험(무배당)'에 탑재했다. 난임 또는 중증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위험에 대비하면서 고객과 상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10년 넘게 실패한 ‘에너지 수요’ 감축…한국, 국제 약속도 외면하나

국내 에너지 정책이 '수요 절감'은 외면한 채 '공급 늘리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등 정부 주요 계획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및 에너지 효율 개선 목표가 지속적으로 실패했다고 7일 밝혔다. 가장 최근인 2024년의 경우 최종에너지 소비 실적이 1억8330만 석유환산톤(toe)에 달해 목표치(1억7650만 toe)를 680만 toe 초과했다. 에너지 효율성을 뜻하는 에너지 원단위 역시 0.101toe/백만원으로 목표(0.094toe/백만원)를 달성하지 못했다. 앞서 2012년과 2017년에도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전력 부문의 수요관리 목표 후퇴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분석한 결과, 2025년의 최대전력 절감 목표치는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5년 수립된 '7차 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1만471메가와트(MW)를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나, 2025년에 수립된 '11차 계획'에서는 이 목표를 3534MW로 약 66% 축소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전면 배치된다. 한국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상향(2%→4%)' 선언에 동참했다. 그러나 '제7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에 반영된 목표치는 1.8%에 불과하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전문위원은 “인공지능(AI)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독일처럼 실효성 있는 법령이나 상위 국가계획을 통해 수요 감축 목표를 법제화하고, 기후·생태적 한계에 맞춰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출근이 유일한 외출…닫힌 공장 문 앞에서 그의 세상도 닫혔다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①]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서울 미아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20분. 골목 안쪽 깊숙히 들어서야 봉제 공장이 보인다. 2급 지적장애인 김토미 씨(50)의 일터다. 김 씨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사뿐히 타오른다. 김씨 귀밑으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김 씨는 응암동에서 온다. 삼양역에서 내리려면 3번 환승을 해야한다. “삼양역(우이신설선)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지 않아요?" 기자가 묻자 김 씨는 '헤헤' 웃기만 하고 고개를 숙였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신경자 팀장(완성팀·72)이 귀띔했다. “지하철 환승하는 법을 10년 가르쳤는데 2번이 최대야. 그 이상은 못 외워." 김 씨 지능은 7살 수준이다. 보호자 없이 밖에 나가기 힘들다. 출근길도 수백 번을 왕복하며 겨우 외웠다. 평소 다니던 길에 문제가 생기면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전동차가 고장 나 운행을 멈췄는데도 내리지 못할 정도다. 외출은 김 씨에게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김 씨는 출근을 멈추지 않는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던 지난달 27일. 이날도 김 씨는 출근했다. 문은 닫혀있었다. 김 씨는 한참이나 문을 바라봤다. 문을 밀어보고 닫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말없이 돌아섰다. 공장 문은 지난 5월 20일부터 닫혀있었다. 이 공장은 국방부의 수의계약 물량이 줄어들자 지난 5월부터 3달간 무급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을 몇번이고 알려줬지만 김 씨는 주에 한 번은 공장을 찾는다. 출근이 유일한 외출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시다(조수)'로 일한다. 군용 방상내피, 이른바 '깔깔이' 제작을 돕는다. 이 공장 '최고참' '에이스'로 불린다. “출근이 좋으냐"고 물었다. “집에선 라디오만 들어요. 회사가 훨씬 좋아요. 군인 옷 만드는 게 재밌어요." 김 씨는 소녀처럼 수줍게 웃었다. 김 씨는 2012년 이 공장에 입사했다. 처음엔 하루 종일 구석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일하다 말고 집으로 가겠다며 짐을 싸기도 했다. 회사엔 동료이자 선생님같은 팀장님들이 있다. 그런 김 씨를 여러 팀장들은 두고 보지 않았다. '헬렌 켈러를 가르친 설리반 선생님의 마음'이라고 했다. 검은색, 군청색, 파란색 등 색이 비슷한 실을 구분해 재단사에게 건네주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한인자 팀장(생산1팀·63)은 “지금은 원단이 떨어지면 말도 안 했는데 먼저 가져다 준다. 공장에서 눈치가 제일 빠르다"며 김 씨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설리반 선생님들'은 늘 김 씨가 걱정이다. 김 씨는 봉제 공장으로 출근하던 길에 생리가 터진 적 있다. 바지 엉덩이 부분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생겼다. 피가 줄줄 샜다. 김 씨는 피가 묻은 채 회사에 출근했다. 한 팀장이 뛰어나왔다. 한 팀장은 김 씨 손을 잡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피를 닦고 생리대를 붙여줬다. 그는 “내가 토미 속옷까지 갈아입혔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 뒤로 한 팀장은 김 씨에게 생리대 가는 법을 알려줬다. 월경이 멈추기 전까지 몇번이고 반복했다. 공장은 김 씨의 '세상'이다. 공장이 멈추면 김 씨의 세상도 닫힌다. 김 씨가 휴업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한 팀장은 “토미가 요즘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일상을 보고하는데, 어머니랑 개천 걷는 거 말고는 별 다른 일이 없다. '언니 나 하루종일 집에서 라디오 들었어. 그런데 회사 문 언제 열어?' 이렇게 꼭 출근하고 싶단 얘기를 덧붙인다"고 말했다. 공장이 다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옷 만들기, 포장하기 같은 업무를 말하던 김 씨는 인터뷰에 동석한 팀장이 자리를 비우자 슬쩍 열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손톱이 살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언니들이랑 봉숭아 물들이고 싶어요." 공장엔 김 씨의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이 공장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최기준(가명·20대)씨도 있다. 최씨는 제빵·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공부를 했을 때보다 공장 일이 훨씬 즐겁단다. 최 씨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이 느리다, 제대로 빵을 못 만든다고 구박 받았어요. 그런데 공장에서는 칭찬 많이 해주세요" 최 씨에겐 틱 장애가 있다. 수시로 '억'하는 소리를 내거나 혼잣말을 반복한다. 자의로는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동료들은 최 씨의 틱 장애를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힘이 좋고 시야가 넓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최 씨는 공장의 물류 작업을 도맡는다. 무거운 안감을 2층으로 올릴 때, 다른 직원이 한두 단을 들 동안 최 씨 혼자 서너 단을 어깨에 올린다. 무겁지 않냐고 묻자 최 씨는 되려 활짝 웃었다. “대표님한테 칭찬 받으면 옷판이랑 우라(안감) 만든 거 올리는 일 하나도 안 힘들어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계단을 뛰어다니며 우라를 옮기는 최 씨를 김현섭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피복사업본부 대표가 멈춰세웠다. 김 대표는 최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 계단에서 쿵쿵 뛰면 무릎 나간다, 젊을 땐 괜찮아도 나중에 무릎 안 좋아져"라고 걱정을 건넸다. 삼촌과 조카처럼 보인다. 공장은 온정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엄격하게 위계를 가르친다. 장애인 노동자가 집에서 보이는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서다. 최 씨 모친의 말이다. “집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엄마 대표님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 제 핸드폰을 숨기기도 하고요. 전화를 하면 대표님이나 팀장님이 따끔하게 혼을 내주시거든요. 제 말보다 더 따르는 것 같아요." 최 씨의 팔뚝은 모친의 허리만큼 굵다. 그런 최 씨가 힘을 쓰면 가족 중에선 이를 말릴 사람이 없다. 한 때 부친이 최 씨의 월급 통장을 바꾼 적이 있다. 이자율이 더 높은 통장으로 아들의 돈을 옮겨주려 했다. 최 씨는 '아버지가 자기 돈을 뺏어간다'며 화를 냈다. 몸을 휘두르는 최 씨를 멈춘 것은 부친도 모친도 아니었다. 김 대표의 전화 한 통이었다. “기준이! 너 부모님 말 잘 들어야지!" 한 마디에 최 씨는 얌전해졌다. 최 씨도 '월급 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신경자 팀장은 출근을 할수록 장애인 노동자들의 상태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들이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거거든요. 출퇴근도 정확하게 하고 밥도 제 때 먹고 손도 움직이고… 그것만 해요? 우리(상사)한테 혼나고 친구도 사귀죠. 그러면 확실히 몸이나 정신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뒤로 최 씨는 밤마다 엄마에게 통화를 조른다.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언제 출근하는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시간 외 근무 많이 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돈 벌어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한테 치킨이랑 피자 사드릴 거예요." 3급 정신장애인 조성진(45) 씨는 공장의 마무리 담당이다. 날카로운 쪽가위로 얇은 원단 사이에 몇 가닥 튀어나온 실밥을 자르는 일을 한다. 손을 어설프게 놀리면 실 대신 원단을 찢는다. 다 만들어진 옷을 망칠 수 있다. 숙련하기 어려운 작업이지만 9년 차 베테랑이 된 조 씨의 손끝은 정교하다. “장애인은 일 배우는 게 오래 걸려요. 비장애인이 보기엔 단순한 기술인데도 3년씩 걸리니까 재취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회사가 문 닫으면 오갈 데가 없어요. 여기가 제 마지막 일터라는 마음으로 일해요." 조 씨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4시에 집을 나선다. 집이 있는 영등포에서 봉제 공장까진 지하철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조 씨는 새벽 출근을 고집한다. 안전한 출근을 위해서다. 조 씨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조 씨의 턱에 있는 보랏빛 반점을 손가락질하며 키득대던 사람을 홧김에 밀쳤다가 벌금 200만 원을 물었다. 사고 없이 출근하기 위해선 최대한 사람이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지하철보다 좁아 거의 타지 않는다. 집에서 지하철역, 다시 역에서 회사까지 40분을 꼬박 걷는다. “그렇게까지 출근이 하고 싶냐"고 물었다. 인터뷰 내내 탁자 끄트머리를 쳐다보고 있던 조 씨가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재직증명서가 있어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제가 우리 집 가장이니까요." 조 씨는 특히 '가장'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조 씨 아버지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조 씨는 70대 노모와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 둘을 홀로 보살핀다. 대출 이자를 내고,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는 돈은 공장의 월급봉투에서 나왔다. 정신장애인 조 씨를 가장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현재 조 씨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며 무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장애가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어요. 지금 이 상태로 어디 가겠어요? 공장 문 여는 것만 기다리고 있죠. 기본적인 생활, 먹고 자고 그런 생활조차도 어려워요." 2급 뇌병변장애인 정원철(50) 씨도 집안 생계를 책임진다. 정 씨는 아흔이 넘은 노부모와 1급 뇌병변장애인 형과 함께 산다. 4인 가족의 생활이 정 씨에게 달려있다. 정 씨는 후천적으로 뇌병변장애를 얻었다. 장애가 생긴 7살 전까지 아역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장애 탓에 언어 전달이 어눌하고 손발 활용이 불편하다. 대신 숫자 감각만큼은 비장애인보다도 뛰어나다. 세자릿수 단위도 오차 없이 세어 박스에 옷을 넣는다. 정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진 않는다. 정 씨는 아직도 첫 월급의 순간을 기억한다. “부모님이 우리 아들 애 많이 썼다고 처음으로 인정해주셨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제 자식 같아요." 정 씨에게 출근이란 지금까지 받아 온 돌봄을 돌려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있는 기자에게 정 씨가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냈줬다. 지하철 퀵서비스 전화번호다. 정 씨는 공장이 휴업 중인 탓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택배 보내실 거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정 씨는 굽은 손으로 종이 뭉치에서 한 장을 겨우 골라냈다. 한참이 걸렸다. 체온이 명함에 스몄다. 오렌지색 명함은 따뜻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신유정 인턴기자

[주말날씨] 수도권·호남 39도 극단적 폭염…동해안 최대 150㎜ 폭우 비상

주말 동안 수도권과 호남을 중심으로 한낮 39℃(도)에 육박하는 극단적인 폭염이 이어지겠다. 동해안에는 최대 150㎜ 이상의 폭우가 내리고 내륙 곳곳에는 소나기가 쏟아지겠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올라 매우 무덥겠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횡성·춘천·홍천), 전라권(전주·광주 동부·광양)은 낮 최고기온이 39도, 최고 체감온도는 38도 이상으로 치솟겠다. 토요일인 8일부터 동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 8일 새벽 강원 동해안·산지를 시작으로 아침에는 경북 동해안, 오전에는 제주도 산지·중산간으로 비가 확대되겠다. 이어 9일 새벽부터는 제주도 전역, 오전부터 밤 사이에는 경남권에도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산지 30~100㎜(많은 곳 150㎜ 이상), 경북 북부 동해안·북동산지 30~80㎜, 경북 남부 동해안 20~60㎜, 제주도 산지·중산간 10~60㎜(해안 5~30㎜), 부산·울산·경남 중·동부 내륙 5~40㎜다. 특히 8일 오전부터 낮 사이 강원 동해안과 산지에는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피서객 안전과 시설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같은 날 내륙 지역에는 기습적인 소나기가 예보됐다. 8일 오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내륙, 충청권, 전라 내륙, 경상 내륙 전역에 5~40㎜ 안팎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8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 낮 최고기온은 27~36도, 9일 아침 최저기온은 21~26도, 낮 최고기온은 26~35도로 예보됐다. 한편 잇따른 폭염으로 전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늘(7일) 전력피크 예상시간은 18~19시로, 최대전력은 93.2기가와트(GW)로 예상된다. 공급예비력은 10.8GW이며, 공급예비율은 12% 이다. 아울러 무더위와 강수 부족이 겹치면서 가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남 밀양·양산·창녕 등 10곳은 '경계', 경북 안동·상주·포항 등 15곳은 '주의' 단계까지 저수지 수위가 하락함에 따라 당국이 비상 급수 등 수급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단독] “상가 단독 재건축 의사 밝힌 적 없다”…임시관리인 답변에 올림픽선수촌 공방 새 국면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중심상가와 스포츠센터의 정비구역 포함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이 선임한 올림픽프라자상가 관리단 임시관리인이 “상가의 단독 재건축 의사를 누구에게도 표시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상가 측이 문제를 제기해 온 2024년 내용증명의 작성 취지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하면서 정비구역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임시관리인은 지난 7월 14일 상가 재건축위원회에 보낸 답변 내용증명에서 “재건축 여부는 소유자들의 총회 결의나 적법한 동의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절차가 없으면 재건축 의사 여부에 대해 어떠한 개입도 할 수 없다"며 “상가의 단독 재건축 의사를 누구에게도 표시한 사실이 없고 재건축과 관련해 상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임시관리인은 또 자신이 2024년 3월 아파트 추진단에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서도 “당시 아파트 추진단이 상가 소유주들에게 우편을 발송하면서 개인정보 취득 경위 등을 둘러싼 항의가 이어졌고, 적법한 절차가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절차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재건축 여부는 소유자 의견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상가 재건축위원회가 지난 6월 22일 임시관리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위원회는 2024년 문서가 상가 소유자들의 의견수렴과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쳐 작성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관련 공문과 서신 일체의 공개와 작성 경위를 요구했다. 또 재건축 추진 방향을 총회 의결이나 적법한 절차 없이 외부에 표명했다면 상가 소유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가 재건축위원회는 이번 답변을 토대로 “2024년 내용증명 어디에도 상가의 단독 재건축 의사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해당 문서가 상가 제외의 근거로 활용돼서는 안 되며 최초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자료와 준공 자료 등을 통해 중심상가의 법적 지위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가 측은 단독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초 사업승인 자료를 토대로 법적 지위를 확인한 뒤 아파트 측과 통합 재건축을 협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갈등은 송파구가 지난 6월 24일 추진위에 상가 관련 미확인 사실과 미확정 사안을 단정적으로 표현할 경우 주민 혼선과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홍보물 제작과 표현 사용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추진위는 지난 7월 2일 주민들에게 중심상가와 스포츠센터의 정비구역 통합 반대 탄원서를 배포했고, 상가 측은 이를 송파구 공문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시정과 조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마련했다. 추진위는 중심상가와 스포츠센터가 아파트와 별도의 지번과 필지, 관리체계를 갖춘 독립된 구역이며 상가를 정비구역에 포함하면 사업계획 변경과 추가 동의 절차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상가 측 질의에 대한 공식 회신에서도 상가를 기존 사업구역에서 임의로 제외한 '제척'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파트 단지만을 대상으로 정비계획 입안을 추진해 온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소유자 전체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가를 정비구역에 포함하는 것 역시 일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사업 지연을 초래할 수 있으며, 통합 재건축 여부는 향후 상가 소유자들의 의사와 법적 절차 등을 거쳐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상가 측 주장에 대한 추가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본지가 추진위 측에 송파구 공문 이후 탄원서를 배포한 이유와 상가 측 반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직무대행 체제여서 추가적인 공식 입장을 내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위원장이 정식으로 선임된 이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월 2일 직무대행 명의로 배포된 통합 반대 탄원서가 추진위의 공식 문서인지 묻자 “주민들에게 배포한 문서인 만큼 비공식적인 자료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추가 입장을 내면 양측의 갈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새 위원장 선임 이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시관리인도 본지에 “현재 임시관리인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가 재건축위원회는 추진위가 직무대행 체제여서 추가 입장에 신중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미 추진위 명의의 통합 반대 탄원서가 주민들에게 배포된 만큼 사실상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핵심 쟁점은 중심상가가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의 동일 사업계획에 포함된 부대·복리시설인지, 별도의 독립 구역인지 여부다. 임시관리인이 “상가의 단독 재건축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향후 송파구와 관계기관이 최초 사업승인과 정비구역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이번 갈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경제 전망 불확실한데…‘닥터 코퍼’ 신고가 찍은 이유는 [머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구리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2.03% 오른 톤당 1만445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4일 톤당 1만4195달러를 기록하며 약 3개월 만에 1만4000달러선을 웃돈 데 이어 이날까지 고점을 높이고 있다. 이날 구리 가격 급등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자국 내 광물 가공을 장려하기 위해 구리 및 코발트 정광 수출을 공식적으로 금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타났다. 통상 구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제 활동의 확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구리는 건설과 전자제품, 운송을 비롯해 AI 관련 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 산업용 금속이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활용돼 실물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 코퍼'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사상 최고가를 단순히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바차트의 윌리엄 오스나토 원자재 데이터 리서치·분석 디렉터는 “구리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핵심 배경은 AI 산업의 급속한 확장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수요"라며 “구리값 상승을 뒷받침했던 전통적인 광범위한 경제 성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한적인 공급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리 채굴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새로운 광산을 개발해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약 10년이 걸릴 수 있어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위드머 금속 리서치 총괄은 공급 측 요인이 구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광산을 통한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광산의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도 폭설과 폭우, 강풍 등 악천후로 광산 운영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정책과 중국의 구리 스크랩 단속 조치도 올해 글로벌 구리 공급을 빠듯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반제품 구리와 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 수입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바 있다. 구리 수요 역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호황보다는 전기화 확대와 더욱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전력망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중국은 최근 약 5740억달러(약 800조원)를 전력망 고도화에 투자하는 대규모 계획도 발표했다. 오스나토 디렉터는 최근 구리 시장의 변화를 두고 “닥터 코퍼에게는 분명 새로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구리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광물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BM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 압박과 관세 정책, AI 산업 성장 기대감 등이 “구리 가격을 연이어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올해 구리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톤당 1만1900달러에서 1만27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BMI는 구리 가격이 2028년 평균 톤당 1만3500달러, 2029년 1만5000달러, 2030년 1만58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와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2035년에는 톤당 1만7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구리 가격을 둘러싼 강한 낙관론과 실제 수요공급 펀더멘털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맥쿼리에 따르면 구리 재고는 2025년 초 이후 87만톤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44만4000톤이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42만9000톤이 추가로 쌓였다. 공급 증가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 콩고의 '카모아-카쿨라' 구리 광산, 인도네시아의 '그라스버그' 구리 광산에서의 운영 차질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광산 공급이 1.3% 증가한 뒤 내년에는 증가율이 4.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수요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맥쿼리는 올해 글로벌 구리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낮췄다. 중국의 수요 증가율 전망치는 1.1%로 낮췄으며 중국을 제외한 지역은 2.6%로 하향됐다. 특히 구리 가격이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매수세도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는 AI 산업 확장이 구리 수요를 예상만큼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데이터센터 확산이 구리 가격에 대한 강세 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 여론과 전력망 제약, 장비 부족 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섬유 기반 통신망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가 실제 구리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의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맥쿼리는 분석했다. 이에 맥쿼리는 최근 가격 상승세와 거시경제 여건을 반영해 올해 구리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톤당 1만2310달러에서 1만3165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현재의 급등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이 조정을 거쳐 2027년 3분기 톤당 1만1000달러까지 내려가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경복대, 2026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공모전 전 부문 ‘석권’

남양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복대학교 혁신지원사업단이 교내 공모전 우수작을 '2026년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발전협의회 공모전'에 출품해 대거 수상했다. 이에 따라 경복대는 지난 4일 남양주캠퍼스에서 상장 전수식 및 교내 공동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전수-시상식은 교내 AI 활용 교육-행정 혁신 및 숏폼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우수 사례를 대외 공모전으로 연계-고도화해 거둔 성과를 축하하고, 전국 단위 상장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복대는 이번 공모전에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대상)을 비롯해 전문대학 발전협의회 회장상(우수상-장려상)을 수상하며 교육혁신-행정혁신-숏폼 등 전 부문에서 독보적인 혁신 역량을 입증했다. 숏폼 부문에선 Pham Thi Nhu Quynh 학생이 '우리 대학 혁신지원사업 홍보- Together, No One Left Behind : 모두를 위한 혁신, 함께 성장하는 경복대학교' 작품으로 최고 영예인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숏폼 부문에서 온(ON) 팀 역시 '경복대학교 혁신지원사업' 작품으로 전문대학 발전협의회 회장상(우수상)을 차지했다. 교육혁신 부문 AI 기반 수업설계 분야에서 조안나 교수가 'AI 협업 파트너: 비전공자가 기획부터 AR 앱 베타 출시까지 완주하는 end-to-end 캡스톤형 정규 교과 모델' 작품으로 전문대학 발전협의회 회장상(장려상)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행정혁신 부문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분야에서 경복 AI 학사표준화 추진단이 '[KBU-OPAL] AI 자동검증 기반 블렌디드 러닝 품질관리 및 학사행정 표준화 모델 품질관리 및 학사행정 혁신' 사례를 선보여 전문대학 발전협의회 회장상(장려상)을 품에 안았다. 경복대 혁신지원사업단장은 7일 “대학 자체 로드맵에 맞춘 선제적 성과 발굴과 대외 플랫폼 연계 전략이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을 포함한 전 부문 석권이란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이번에 검증된 AI 기반 교육-행정 혁신 사례와 재학생 숏폼 영상들은 공식 SNS 게시 및 우수사례집 발간을 통해 대학의 소중한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하고 교내 전반에 지속가능한 혁신 문화를 더욱 깊이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장 전수식은 혁신지원사업단 관계자 및 공모전에서 수상한 교원, 행정직원, 재학생 수상자가 참여한 가운데 대외 성과 보고,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발전협의회 발전협의회 및 한국연구재단 상장 전수식, 수상자 소감 발표, 기념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美, 수입 폴리실리콘에 15% 관세…OCI홀딩스·한화솔루션 수혜 전망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태양광 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파생상품에 대해 오는 12월부터 수입 관세 15%를 추가로 적용하고, 수입 최저가격제도 적용한다.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는 합산 관세가 15%를 넘지 않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미국내 공급망과 비중국 공급망을 갖춘 OCI홀딩스, 한화솔루션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최저 수입가격도 폴리실리콘은 kg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는 100달러로 정했다. 포고령 효력은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미 동부시간 오전 0시 1분부터 발생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7월 폴리실리콘에 대해 개시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토대로 나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특정 제품의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폴리실리콘은 미국의 반도체 및 태양광 발전 공급망 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외국이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미국 생산업체를 약화시키도록 방치해 왔으며, 이는 우리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해 왔다"며 “이러한 관행을 중단하고 미국의 폴리실리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추가 관세 취지를 설명했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및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이다. 이를 가공해 잉곳과 웨이퍼를 만들어 반도체나 태양전지 셀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이번 추가 관세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산을 견제하고, 미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유럽연합의 제품은 합산 관세가 15% 이내로 제한되고, 영국 제품 관세율은 10%가 적용된다. 현재 비중국 기업 가운데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기업은 한국 OCI홀딩스, 독일 바커, 미국 헴록 정도다. 태양광 업계는 이번 조치에 셀과 모듈 제조 원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계산기 두드리기'에 나섰다. 미국 내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연간 약 4만톤 규모로 작아 증가하는 태양광 발전 수요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서다. 결국 태양광 시장 전반의 제조 원가를 높이는 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한 기업들에게는 관세 조치가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232조 조사 개시 직후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의 대미투자를 근거로 무역 조치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조지아주에 잉곳부터 셀, 모듈에 이르는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폴리실리콘, 웨이퍼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텍사스주에 태양광 패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조혜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포고령은) 비중국산을 명시적으로 면제하는 대신 모든 원산지에 시장가를 상회하는 가격 하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나왔다. 따라서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비중국 공급망의 판가를 최저수입가격(MIP)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며 “포고령 발표로 하반기 최대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 비중국 업스트림 공급망을 보유한 OCI홀딩스가 수혜의 중심, 미국 내 셀과 모듈을 내재화한 한화솔루션 또한 일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조치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단독] 삼전닉스 광주 250만평 ‘한판 설계’…평택식 캠퍼스 들어선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확정된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250만평)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같은 '팹-유틸리티-팹' 구조의 캠퍼스형 배치를 각각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가 각각 독립된 유틸리티를 갖춘 캠퍼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향후 반도체 수요에 따라 최대 4개 세트를 동시에 착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팹-유틸리티-팹' 배치…건설기간 단축 장점 7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부지에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처럼 복수의 팹(Fab) 사이에 공통 유틸리티 시설을 두고 전력·용수·가스·냉각설비 등을 공급받는 캠퍼스형 배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반도체 팹은 통상 생산라인 사이에 전력·용수·가스·냉각설비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시설을 두고, 여러 라인이 함께 이를 쓰는 구조를 채택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삼성E&A는 평택 P2 프로젝트에서 D램·V낸드·파운드리 공정에 필요한 냉수·스팀·압축공기·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시설을 구축하면서, P1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유틸리티동(UT동)과 클린룸 지원동(CT동)을 블록 단위로 배치해 운영 효율을 높인 바 있다. 이런 배치의 장점은 건설 속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팹을 먼저 짓고 별도로 유틸리티를 지어 스팀 등을 공급받는 방식이었다면, '팹-유틸리티-팹' 구조는 가운데 유틸리티를 두고 양쪽 팹이 전력·용수·가스·냉각시설을 편리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 건설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말했다. 팹 한 세트를 짓는 데는 통상 2~3년, 부지는 30만평이 필요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나의 유틸리티를 함께 쓰는 방식은 아니다. '삼성1기-유틸리티-삼성1기', 'SK하이닉스1기-유틸리티-SK하이닉스1기' 식으로 회사마다 별도 세트를 운영하는 구조다. 전력·용수·가스 공급을 각 회사가 자체적으로 맡는 데다, 유틸리티 관리 자체도 회사별 노하우 영역이라 혼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캠퍼스 안에 들어서더라도 유틸리티가 지원하는 설비 구성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장은 세트 하나씩…수요 늘면 4세트 동시 착공 업계에서는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캠퍼스 한 세트씩부터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본다.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양사가 각각 2세트씩, 최대 4개 세트를 동시에 착공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한 세트를 짓는 도중에 다른 세트를 동시에 착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항부지 185만평, 탄약고 이전부지 24만평, 안전구역 등 39만평을 구역별로 따로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 구역을 합친 250만평 전체를 처음부터 하나의 캠퍼스로 설계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탄약고 이전부지 등 63만평을 우선 활용해 팹을 순차적으로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이보다는 250만평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놓고 설계한 뒤 착공 순서만 군공항 이전 일정에 맞춰 조정하는 쪽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단 입지로 확정한 데 이어, 오는 10일 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열어 군공항 이전 문제를 우선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착공 시기는 이 회의 이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광주특별시 관계자는 “10일 점검회의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가 먼저 정리돼야 이후 일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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