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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신호등] 글로벌 ‘그린 보호주의’ 파도…산업 대전환으로 넘어야

최근 산업연구원(KIET)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의 제목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기후환경·에너지 정책 분석과 산업별 대응 방안'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기후·에너지 정책 환경 변화가 국내 주력 산업에 중대한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글로벌 그린 보호주의' 격랑을 소극적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심각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글로벌 통상 질서와 기후 통상 정책 변화에 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정책적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자(fast follower)'였지만, 선진국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저탄소 시대을 맞아 적극적인 '선도자(first mover)'로 전환한다면 추월도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국민경제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헌법(제93조1항)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와 에너지-AI의 충돌 보고서는 주요국의 정책 변화를 자세히 다뤘다. 우선 미국의 경우 기후 정책 후퇴 및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호 관세 도입을 포함한 강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글로벌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역 둔화 등 부정적인 간접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파리 기후 협정 탈퇴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면적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 친환경 투자 인센티브의 대폭 축소가 예상된다. 특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의 제정으로 IRA에 기반한 전기자동차(EV) 세액공제는 2025년 9월까지, 충전 인프라 세액 공제는 2026년 6월까지 폐지될 예정이다. 한편, 공화당은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수입품의 탄소 집약도가 미국 제품보다 10% 이상 높으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해외 오염 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발의를 통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EU, 청정산업딜과 규제 완화 패키지 유럽연합(EU)은 기후 환경 규제를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 주도권을 선점하는 기존 전략에서 성장과 전환을 동시에 도모하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그린딜을 대체하는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통해 에너지 집약 산업 지원과 산업경쟁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의무 간소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적용 대상의 약 80% 축소 및 보고 기한 2년 연기, 공급망 실사 지짐(CSDDD)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CBAM은 예정대로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독일은 탄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탄소차액계약(CCfD) 입찰을 시작해 중공업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등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 추진법을 기반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일본은 탄소세와 GX-ETS(배출권거래제, 2026년 의무화)를 결합해 탄소 가격 신호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GX 경제전환 채권을 통해 탈탄소 기술·인프라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0년 이전 탄소 피크 도달과 2060년 탄소중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설치한 발전 설비 용량 가운데 86%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등 국가 주도로 빠른 전환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철강 분야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신규 설비(710만 톤) 모두를 전기로(EAF)로 채우는 등 산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혁명: 데이터센터 증가와 전력 수요 폭증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지난해 415 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 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2030년까지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6배 수준의 전력 소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중단 없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인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대한 의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의 탄소 집약도는 미국 평균보다 48% 높다. 이러한 전력 수요 압박에 대응하여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에너지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와의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계약을 통해 2030년부터 50MW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의 장기 PPA를 통해 원자력 발전을 확보했다. 이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혼합형 PPA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믹스 논의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및 그린 제품 시장의 지속적 성장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는 가파르게 증가해 전력 믹스의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기준 태양광의 평균 발전단가(LCOE)는 석탄보다 낮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4년 신규 전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92.5%에 달했다. 민간 이니셔티브인 RE100(재생에너지 100%)은 2023~2025년 동안 회원사가 450개사로 증가하는 등 순항 중이다. 반면 국내 기업에게 RE100은 중요한 수출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을 기반으로 하는 '그린 철강' 시장은 2024년 약 37억5000만 달러에서 2032년 약 1290억 달러로 연평균 55.6%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BMW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그린 철강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저탄소 제품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산업 '이중고': 수익성 악화와 정책적 부담 가중 국내 경제는 철강·화학 등 주요 기초 소재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내수 침체, 통상 환경 불확실성으로 경영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주요 소재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제조업 평균(5.6%)을 하회하고 있다(예: 석유화학 2.2%, 철강 4.0%). 이러한 심각한 업황 부진은 향후 저탄소 전환을 위한 주력 산업의 투자 여력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전력비 등 생산비 인상 부담을 가격 결정력이 약한 소재 기업들이 떠안으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196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주택용을 추월했는데, 일부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는 국내 생산 중단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확정된 2035 NDC 목표(2018년 대비 최대 61% 감축)로 인해 산업 부문의 실질적 감축 부담은 기존 대비 3배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ETS)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기업의 감축 의무와 비용 부담이 눈에 띄게 강화될 예정이다. 특히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현재 15%에서 2030년 50%로 증가하면서 전력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이 축소된 상황에서 전환 투자비용과 배출권 구매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기업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전환 역량' 강화 통한 추월 기회 확보해야 보고서는 국내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저탄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산업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탄소중립 이행을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체계를 혁신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목록을 새로 짜고, 철저히 이행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장기·고난도 혁신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시설투자 및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후대응기금의 안정적 재원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배출권 경매 수입 증가분의 재투자를 확대하고 환경부담금 체계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에 앞서 탄소(배출권) 가격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셋째, 고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고배출 산업의 업종별 전환경로(decarbonisation pathways)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근거로 과학적 기반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 실행력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민간 금융기관이 전환금융 추진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과도기적 투자의 회계 및 공시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넷째, 저탄소 제품 수요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 등 혁신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그린 철강 생산 시범사업을 실제 시장 적용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프라 사업에 그린 철강 사용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거나, 민간기업 채택 시 차액계약(CfD) 제도를 시범 도입해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생산비용 격차를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 전체 공공조달 규모 대비 2%에 불과한 녹색 공공조달 제도의 성과지표를 개선, 실질적인 녹색제품 수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무탄소 에너지 전환 믹스 실현 에너지 전환 정책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무탄소 전원 믹스(mix)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에너지시스템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서는 특정 에너지원을 배제하는 전원믹스와 에너지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등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SMR을 포함해 수소발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모든 무탄소 전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비용(LCOE)을 낮추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지역공유형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해 주민 수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내수 시장 기반의 국산화 및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발전단가를 하락시키고, 에너지고속도로(HVDC, 해저케이블) 구축을 조기 달성해 수급 불균형과 송전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 확산과 탄소중립 전력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에 대비해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제도 확대 및 고도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장동혁•조국 ‘대장동 토론’ 하기로…정청래에 동참 제안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건과 관련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토론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장 대표와 조 전 위원장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토론 참여도 제안했다. 22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토론 제안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대표는 조국 전 위원장을 향해 “빠른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대표의 참여는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조 전 위원장에게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건과 관련해 토론을 제안했다. 조 전 위원장은 “한 전 대표는 당 내부부터 정리하고 나오는 게 좋지 않으냐"며 거절의 뜻을 밝히고 대신 “장동혁 대표가 정식으로 하자고 하면 언제든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장 대표가 토론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조 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게시글을 캡처해 올리고 “혁신당 전당대회(23일)가 끝나고 지도부 및 조직 개편이 완료된 후 하고 싶다. 양당 협의 하에 일시와 장소를 잡자"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의 토론 참여와 관련해서는 “3자 토론도 좋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은행은 최대 실적, 정부는 연일 압박…‘상생금융’ 숙제 무거워진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국내 은행들은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자이익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데다 비이자이익도 개선되면서다. 정부가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생산적·상생 금융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올해 1~3분기 44조8000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은 0.07%포인트(p) 축소했으나, 이자수익 자산(3413조5000억원)이 4.5% 늘어나며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2000억원 늘었는데 올해 성장폭이 더 커졌다. 비이자이익도 확대됐다.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외환·파생 관련 이익이 2조6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일반은행 순이익은 14조10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1조5000억원, 500억원 각각 성장한 반면, 지방은행은 500억원 줄었다. 은행들의 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공공성 강화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의 '이자놀이'를 지적해 왔으며, 최근에는 저소득층의 이자가 더 높은 현실을 '금융계급제'라고 비판하며 이자 체계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다"며 “기존 사고에 매이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도 공적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정부 기조에 따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508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높은 이익을 낼수록 더욱 정부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은행의 사회적 기여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마스가 훈풍에 돛 단 HJ중공업…한·미 조선 협력 ‘강화’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최근 미국 상무부 대표단이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를 찾아 미 정부의 함정 MRO 사업을 비롯해 상선 건조 협력까지 공유했다. 한·미 간 조선업 협력 기조가 지속되면서 HJ중공업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HJ중공업에 따르면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제조업과 공급망 자문 분야 전문가인 알렉스 크루츠 상무부 부차관보 등 미 대표단은 지난 11일 영도조선소를 방문했다. 미 대표단은 영도조선소 독과 생산설비를 둘러본 뒤 HJ중공업의 함정과 특수선, 상선 건조 현황, MRO 사업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크루츠 부차관보는 SNS에서 “사흘간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J중공업 등 한국의 놀라운 조선소와 공장들을 방문했다"며 “파트너, 동맹국들과 대규모 상선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고 했다. 최근 한·미 간 교류는 처음이 아니다. 이번 미국 상무부 대표단의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방문을 포함, 지난 4월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의 방문도 있었다. 또 9월에는 미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실사단이 영도조선소를 다녀갔다. 7월엔 지역 조선 전문기업 10개 사와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꾸리기도 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 관계자와 실사단, 상무부 실무진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속속 조선소를 방문해 설비와 건조 능력, 기술력 등을 확인했다"며 “친환경 상선과 독보적인 함정 기술력, MRO 사업 진출을 통해 한미 양국 동맹 간 조선 협업 화두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패트롤] 고양시-부천시-안산시-의왕시-파주시

고양=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고양특례시는 올해 내 경제자유구역 지정 신청에 온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고양시는 산업통상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로부터 3회 사전자문을 받았으며, 자문위원들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면적 등 개발계획을 이달 안으로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사전검토와 주민의견청취 절차를 거쳐 개발계획안을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고양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핵심 기준인 외국인 직접 투자 수요와 관련해 현재 계획 면적 대비 51% 이상 외투기업 수요를 확보해 기준을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평가 기준(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능성을 외투기업 수요 50%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 지난 9월 최종 지정된 안산시의 경우 외국인 투자 수요는 최종 53%였다고 부연했다. 산업통상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기존 5~6년 주기 일괄 공모 방식에서 '수시 신청 및 지정' 체계로 2022년 7월 전환했다. 이는 기존 '선 지정, 후 투자수요 확보' 방식에서 '선 투자수요 확보, 후 지정'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고양시장을 비롯해 관계부서 공무원들은 고양 장점과 잠재력을 상세히 설명하며 투자의향서를 1건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고 고양시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민경 시의원은 시정질문에서 이동환 고양시장을 상대로 가진 일문일답에서 '실투자 금액이 0'이란 발언과 '정확한 투자 유치 건수'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동환 시장은 206건이라고 밝혔다. 이때 총 204건, 206건을 놓고 논란이 생겼다. 고양사는 정민경 의원이 시정질의에서 요청한 현재까지 체결된 업무협약 또는 투자의향서는 206건이며, 자료요구 시점을 달리한(민선8기 출범 후) 요구자료에는 204건으로 제출됐다고 해명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본회의장에서 실투자 금액이 0이라 질타한 것은 깊은 유감이다. 산업통상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 평가 기준은 외국인 투자기업 '수요'이지, 투자 결과가 아니다. 지구 지정도 안 된 지역에 실제 투자를 할 기업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현재 투자 의향을 받은 건에 대해 △수시 공유 및 실체 존재 여부 △개발계획에 맞는 적정-건실한 외국기업 검증 △향후 실제 투자 가능성 등을 수시로 체크하며 누적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민경 시의원이 지난 시정질의에서 언급한 '국제디지털추진위원회-북경자동차 관련 ㈜지오엠에스디(GOMSD)-나이티' 등은 모두 입주수요 산정에서 제외했으며, 오로지 산업통상부에 등록돼 있는 외투기업과 해외 및 국내에서 체결한 건실한 외국 기업만을 수요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완전한 자족도시 조성의 핵심 기반이며, 이에 대한 시민 열망과 간절함도 크다"며 “고양시의회, 그리고 시민과 함께 힘을 합쳐 최종 지정을 추진해, 고양의 미래, 자족도시 실현을 현실로 만들 것이며, 지금은 무엇보다 이해와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부천시는 22일부터 30일까지 관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30곳에서 '2025년 하반기 경기살리기 통큰 세일'을 연다. 경기살리기 통큰 세일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침체를 해소하고 관내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행사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주관한다. 행사 기간 중 참여 상권에서 지역화폐인 부천페이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20%를 자동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특히 하반기 행사는 상반기와 달리 현장 페이백 교환 부스를 운영하지 않고, 지역화폐 결제만으로 즉시 페이백이 지급되는 간편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존 영수증 인증 절차와 대기 혼잡을 해소해 시민 이용 편의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부천시는 부천시소상공인연합회와 협력해 최근 일부 유튜버의 무분별한 생방송 촬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천역 피노키오광장 일대를 행사 참여 상권에 포함해 지역 상권 보호와 활성화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행사 참여 상권과 페이백 지급 기준 등 세부 내용은 부천시 누리집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명아 지역경제과 상권활성화팀장은 “이번 하반기 통큰 세일은 복잡한 절차 없이 결제만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민 체감형 소비 촉진 행사"라며 “이번 행사가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과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기반 조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보건복지부는 대도시-중소도시 기초단체 등 78곳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드림스타트 사업 운영 내용 전반을 평가했다. 안산시 드림스타트는 이번 평가에서 82.62점(전체 평균 63.3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하며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아울러 안산시 드림스타트 이영지 아동통합사례관리사는 안산시 드림스타트 사업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22일 “이번 대통령상 수상은 아동 성장과 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 온 관계자들 헌신이 이룬 값진 성과"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맞춤형 돌봄과 지원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시 드림스타트는 취약계층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2009년부터 12세 이하 취약계층 아동 및 가족을 대상으로 통합사례 관리와 보건, 복지, 교육(보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부 사항은 단원 드림스타트(단원구 관할), 상록 드림스타트(상록구 관할)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의왕=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의왕시는 21일 부곡시장길 24번지 일원에서 '의왕도깨비시장 아케이드 설치 공사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김성제 의왕시장, 김학기 의장 등 의왕시의원, 경기도의원, 지역 상인,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의왕도깨비시장 새로운 도약을 기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의왕도깨비시장은 작년 11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시장 내 그늘막이 붕괴된 이후 방문객과 상인은 눈-비-폭염 등 기상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불편을 겪어왔다. 이에 의왕시는 기존 그늘막보다 견고하면서도 전통시장 현대화에 걸맞은 디자인이 적용된 의왕도깨비시장 내 아케이드(아치형 지붕이 설치된 보행공간) 설치를 추진하고 이날 착공식을 개최했다.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번 공사에는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30억원과 시비 13억원 등 총사업비 43억원이 투입된다. 시설은 전체 길이 190m, 높이 7.8m 규모로 아케이드와 캐노피가 병행 설치된다. 의왕시는 이번 현대화사업을 통해 시장 중앙부에 높이 9m 규모의 광장 기능을 수행하는 개방형 공간을 조성해 의왕도깨비시장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축제가 날씨와 관계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착공식에서 “이번 아케이드 설치는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을 넘어 의왕에서 유일한 전통시장인 의왕도깨비시장 경쟁력 강화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왕도깨비시장이 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생활 밀착형 전통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파주시가 기본소득 성격으로 '기본생활안정지원금' 531억원, 각종 도로-교통-문화-체육 기반시설 구축에 2057억원을 투자하는 등 경기회복과 미래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사상 최대 본예산을 편성해 내년에도 과감히 재정을 투자한다. 내년 예산안으로 파주시는 작년보다 2072억원이 늘어난 2조 3599억원을 편성해 파주시의회에 21일 제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9.6% 증가한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한 파주시 세입예산은 자체세입(지방세,세외수입) 5117억원(26.1%), 지방교부세 3150억원(16.1%), 조정교부금 1600억원(8.1%), 국-도비 보조금 8292억원(42.2%), 보전수입 1467억원(7.5%)으로 국-도비 보조금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세출예산 분야별 규모는 '사회복지'가 9696억원(49.4%)으로 가장 많고, 교통 및 물류 1708억원(8.7%), 환경 1359억원(6.9%), 일반공공행정 1244억 원(6.3%) 순으로 많다. ▷ 3대 시정 핵심 분야 6397억 투자= 그동안 부동산 경기침체, 내수 회복 부진,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민생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집중해 온 파주시는 내년 예산편성 방향에 대해 내수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 진작과 시민에게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성장을 거듭하는 파주 여건을 반영해 각종 기반시설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파주시는 민선8기 하반기 시정 목표인 △기본사회 선도도시 건설 △100만 자족도시 신속 진입 △수도권 문화·생태휴양 메카 건설 등을 위해 재정을 효율화하고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기본사회 선도 도시 건설 4328억 편성= 파주시는 소비 촉진을 통한 지역경제 선순환 시스템 구축과 파주시민 모두가 행복한 기본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분야에 4328억원을 편성하고, 기본생활안정지원금 지원, 기본에너지, 기본주택,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공공돌봄 확대 등 지원을 확대해 시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관내 소비 진작을 위해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는, 파주시 기본소득 성격의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은 교부세 등 이전재원 추가 확보, 대규모 사업 단계별 예산편성, 기금 운용 효율화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고 파주시는 설명했다. ▷ 100만 자족도시 신속 진입 1324억 편성= 미래 성장과 100만 자족도시 신속 진입을 위한 도시기반 조성, 생활밀착형 대중교통시스템 구축,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산업, 교통, 교육, 안전, 농업 분야에 1324억원을 편성했다. ▷ 수도권 문화-생태 휴양 메카 건설 728억 편성= 문화와 역사, 자연이 공존하는 관광자원 조성과 시민의 다양한 문화생활 욕구 충족, 체육활동 공간 확충 등을 위해 728억원을 반영, 파주를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수도권의 문화-생태휴양 메카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3대 핵심 투자 분야 외에도 파주시는 약자 복지, 저출산-고령화 대응, 사회안전망 강화,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 등 한정된 재원을 촘촘하게 배분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예산안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 충족과 정책결정 과정의 시민참여 확대, 지방재정 투명성-책임성 강화 등을 위해 내년 본예산안을 파주시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김동연 “경기살리기 ‘통큰세일’ 시작...민생경제 회복, 선순환의 마중물 될 것”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2025년 하반기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이 22일 의정부 행복로에서 개막했다. 도는 9일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경제 활력을 되살리고, 도민의 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개막식에서 “오늘 하반기 통큰세일을 시작하는데 상반기 70억을 집행했고 하반기 30억 정도 예산이 남아 있었는데 추경 20억을 합쳐서 50억 예산으로 하게 됐다"며 “작년 40억에서 올해 120억이 됐으니 3배가 늘어났다. 상인 여러분들이 3배 이상 신나고 도민 여러분 장바구니는 3배 이상 넉넉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통큰세일의 효과는 120억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상인분들이 다시 돈을 소비하시는 것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승수효과가 나온다"며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은 단순한 할인, 판매 행사가 아니다. 골목상권에 활기를 북돋아서 민생경제 회복을 이루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순환의 마중물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저희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신당동 중앙시장에서 물건을 파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집이 너무 어려워서 어머니께서 성남 모란시장에서 좌판을 하셨다"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개한 뒤 “아버지도 어머니도 시장에서 오랫동안 생계유지를 위해서 애쓰셨기 때문에 전통시장에 오면 정말 마음이 편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고, 그래서 올 때마다 즐겁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개막식 후 의정부제일시장에서 경기지역화폐로 과일과 채소 등을 구입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는 하반기 통큰세일 예산을 20억원 추가해 총 52억원 규모로 지원을 확대했으며 지역화폐 자동 페이백을 도입하는 등 참여 상권과 소비자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총 429개 상권이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화폐로 2만원 이상 결제 시 즉시 자동 환급되는 방식으로 개편해 종이영수증을 들고 교환처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지역화폐 결제 시 건당 최대 20%, 하루 최대 3만원, 행사 전체 기간 중 최대 12만원까지 자동으로 페이백이 지급되며 지급된 페이백은 내달 31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공공배달앱 할인도 동시에 진행돼 행사 기간 중 '배달특급', '땡겨요', '먹깨비' 3개 앱에서 2만원 이상 주문 시 5000원 할인쿠폰이 발행돼 음식업 중심 상권의 매출 증대도 기대된다. 경기 살리기 통큰세일은 경기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 내 경제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도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상반기 행사에서는 참여 상권의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김 지사를 비롯해 김동근 의정부시장, 최병선 도의원, 김연균 의정부시의회 의장,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 김소환 의정부행복로골목형상점가 상인회장, 조진식 의정부제일시장상인회장 등 소상공인 단체와 시민 200여명이 함께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증권사 3Q] 역대급 증시 랠리에 5대 증권사 ‘영업익 1조’…판 커졌지만 격차 더 벌어져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대형 증권사의 3분기 실적이 일제히 사상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5대 증권사 모두 올해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10대 증권사 안에서도 초대형과 대형 간 실적 격차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자를 추가로 허용하면서 대형 증권사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위 10곳의 올해 3분기 누적(1~9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3분기에는 누적 기준 2조원에 육박한 1조98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규모뿐만 아니라 전년 대비 성장세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1.2%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에만 8352억원의 영업이익과 65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 증시 활황 속 각 사업 부문의 고른 약진을 꼽았다. 국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직전 분기 대비 18.5% 늘었으며 수익증권(펀드)과 랩어카운트 등 금융상품의 판매수수료수익은 31.4% 증가했다.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3분기 기준 81조원을 기록, 올 들어서만 13조3000억원 가량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시 주변 자금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해외 금융사와 협력해 출시한 특화 금융상품이 지속적인 인기를 끄는 등 주효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IMA 사업자 지정을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IMA 사업자로 공동 지정했다. IMA는 원금 지급이 보장되는 동시에 실적배당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 중에 IMA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강점을 바탕으로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에서도 추가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3분기 누적 기준 한국투자증권 다음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14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180억원)보다 24.5% 늘어난 수치다. 키움증권의 실적을 견인한 것도 리테일 부문 실적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국내증시 활성화와 미국증시 호조가 겹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한 1773억원을 기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강세는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에 유리한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적을 통한 자본 확충이 신용공여 확대, 발행어음 운용잔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IMA 1호 사업자로 지정된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6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145억원)보다 16.9% 늘어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부문 모두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올렸다. 3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2637억원, 금융상품판매 수수료는 918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도 IMA 사업 인가로 수익원이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MA를 통해 상품 구조를 세분화하며 기존에 강점을 보유한 자산관리 부문과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역대 최대 규모인 금융상품 고객 잔고 및 고객자산, 연금 잔고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산관리 부문에서 경쟁력이 향후 IMA 시장에서도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삼성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 늘어나 1조451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은 401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3241억원)보다 24% 늘어났다. 삼성증권은 증시 강세로 자산관리(WM) 부문의 자금 유입이 안정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호실적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리테일 고객 전체 자산이 직전 분기 대비 37조4000억원 증가했는데, 자산 1억원 이상 리테일 고객 수가 3만7000명 늘어난 덕분이다. 투자은행(IB) 부문은 구조화 금융 부문 중심으로 실적이 성장했다. 인수·자문 수수료는 직전 분기 대비 35.5% 증가한 99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케이뱅크, 마이리얼트립 등 기업공개(IPO) 주관사 지위를 확보해 향후 관련 수수료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6.6% 늘어난 1조2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은 391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881억원을 기록한 것에 견줘 두 배 이상 늘었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19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8% 증가해 시장 거래대금 증가 폭보다 더 높았다. 해외주식 약정금액과 위탁 자산 모두 늘어나 관련 수수료 수익이 475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점유율 상승은 지수가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관리 부문도 수수료 증가가 눈에 띄는데, 증시 호조에 따른 랩과 펀드 등 투자형 상품 판매 증가로 관련 수수료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자기자본 상위 10개사 안에서도 '초대형'과 '대형'으로 체급이 나뉘고 있다.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상위 5개사와 나머지 5개사 간 격차는 커지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기준 상위 5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6조2427억원이다. 나머지 6~10위 증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2조2645억원으로 격차는 약 2.7배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 상위 5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4조7308억원으로 6~10위 증권사 합계 2조1526억원과 격차가 2.1배 수준인 것에 견줘 크게 늘어났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기준 6~10위를 차지한 메리츠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중 3개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오히려 실적이 나빠졌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70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447억원)에 견줘 5.8% 하락했다. KB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하락한 6679억원, 하나증권은 5.9% 하락한 184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말까지 이어질 발행어음과 IMA 신규 인가 여부에 따라 대형 증권사 내에서도 실적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영업이익 상위 5개사 중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IMA 1호 사업자로 지정됐고,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됐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NH투자증권은 IMA 사업자 신청을 한 상태다. 두 회사 모두 현재 금융당국의 심사 과정을 밞고 있다. 6~10위 증권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한 상황이다. 인가 여부에 따라 향후 이익 개선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한희락 대한항공 HF팀장 “자율 보고, 안전 관리의 연료…처벌 대신 ‘공정 문화’ 뿌리내려야”

“현대 항공 안전 관리 시스템(SMS)이라는 비행기를 날게 하는 연료는 바로 '자율 보고'입니다. 그리고 그 연료를 공급하는 주유 장치가 바로 '공정 문화(Just Culture)'입니다." 2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가 주최한 '한국 민간 항공의 공정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희락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 휴먼 팩터(HF)팀장(B777 기장)은 자율 보고 활성화를 위한 공정 문화의 중요성을 이와 같이 강조했다. 이날 '대한항공의 공정 문화(KE Just Culture)'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 팀장은 과거의 처벌 위주 문화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전적 안전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한 팀장은 항공 안전 관리의 역사가 1950년대 '기술적 시대'와 1970년대 '인적 요인 시대', 1990년대 '조직적 시대'를 거쳐 현재는 '통합 시스템 시대'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항공 산업이 작업자의 수행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인간이야말로 안전과 효율성,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주체라고 설파했다. 이는 과거 인간을 시스템의 불안전 요소로 보고 통제하려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유연한 대처 능력을 안전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사고 조사를 통해 안전 정보를 얻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사고율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이제는 사고 데이터만으로는 안전 관리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인리히의 법칙을 언급하며 “실제 사고나 준사고 등 겉으로 드러나는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인 3%에 불과하다"며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는 97%의 잠재적 위험(Near Miss)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현장 종사자들의 자발적인 보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사무직과 현장직의 업무 환경 차이를 언급하며 공정 문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사무실에서는 실수를 수정할 기회가 많지만, 조종사나 정비사는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가 즉각적인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인간의 실수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은 2023년부터 운항·정비·객실·통제·여객·화물 등 6개 부문에서 '공정문화위원회(JCC, Just Culture Community)'를 운영해오고 있다. 또 공정 문화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정책 선도(Lead)·글로벌 기준 부합(Align)·신뢰 구축(Trust)·조직 학습(Learn) 등 4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미래 항공 안전 정책을 선도하고, 국제적 추세에 발맞춘 제도를 만들겠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또한 투명한 위원회를 운영해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 자율 보고를 활성화하고, 공정한 후속 조치를 통해 조직 전체가 배우는 문화를 조성한다는 게 사측의 방침이다. 한 팀장은 “도입 초기에는 각 본부별로 매뉴얼을 따로 만들다 보니 부문 간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실질적 표류(Practical Drift)'가 있었다"며 “이 간극을 방치하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운영상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작년 전 부문 실행 단계를 거쳐 올해 안으로 가이드 라인 표준화를 마치고 내년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공정 문화 가이드 라인(KE/OZ JCC Guides Integration)을 완성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공정 문화의 방점은 '처벌'이 아닌 '학습'에 찍혀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공정 문화가 실제 징계 절차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4단계 프로세스'도 공개됐다. 대한항공의 프레임워크는 조사 승인(Approve Investigation)→행위 분류(Classify Behavior)→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책임 결정(Determine Accountability)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특히 2단계 '행위 분류'에서는 '대체 테스트(Substitution test)' 등을 활용해 고의성 여부를 엄격히 판별한다. 한 팀장은 “고의적 위반이나 무모한 행위는 명백히 처벌하되, 의도치 않은 실수에 대해서는 징계가 아닌 훈련과 코칭을 통해 조직 전체가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부문별 징계 양형 기준의 불균형 문제도 거론됐다. 한 팀장은 “운항 승무원의 경우 실수가 발생하면 '인적 오류(Human Error)'로 분류돼 훈련으로 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비 부문은 의사 결정 흐름도상 구조적으로 징계가 수반되는 '무모한 행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명백한 실수를 '인적 오류'로 포장해서도 안 되지만 구조적으로 징계만 양산하는 시스템도 문제"라며 “전사적으로 통일된 의사 결정 흐름도를 만들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이벤트 조사 시 인적 요인 분석 기법(H-FACS) 도입 △행위 판단 기준의 일관성 확보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 결정 트리(Decision Making Tree) 정교화 등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팀장은 공정 문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심리적 안정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각 본부의 수장들이 공정문화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위계 질서가 강한 문화에서는 본부장의 영향력 때문에 공정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며 “위원장을 실무를 맡는 팀장급으로 낮춰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경영진에게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대한항공의 공정 문화는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며 “처벌의 두려움 없이 누구나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조직의 안전 자산이 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경영진과 현장을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종사들, 처벌 두려워 입 다문다…‘공정 문화’ 없는 항공 안전 담보 못해”

“작년 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이후에도 현장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처벌이 두려워 숨겨진 '아차 사고(Near-miss)' 데이터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참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대강당에서 '한국 민간 항공의 공정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현행 처벌 위주의 항공 안전 정책이 안전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항공 안전의 패러다임을 '처벌'에서 '공정 문화(Just Culture)'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회사를 맡은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은 “공정 문화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숨기지 않고 조직의 학습 기회로 전환해 안전을 확보하는 핵심 가치"라며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인간적 전제를 바탕으로 처벌보다는 시스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 연설에 나선 이장룡 KAU 항공안전센터장은 “현대 항공 안전 관리 시스템(SMS)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의 안전 관리가 사고 후 원인을 찾는 반응 방식이었다면 현대는 사고 징후를 미리 찾아내는 사전적 방식"이라며 “이를 위해 필수적인 현장의 데이터는 종사자들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실수를 보고할 수 있는 '공정 문화' 토양 위에서만 수집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한희락 대한항공 휴먼 팩터팀장(보잉 777 기장)은 “당사는 2023년부터 부문별 공정문화위원회(JCC, Just Culture Committee)를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고, 처벌보다는 학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노력 중"이라며 “경영진을 설득해 징계 위주의 관행을 바꾸는 등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다"고 사례를 발표했다. 한 팀장은 “하지만 정부 차원의 확실한 면책 보장이 없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실수를 보고하라'고 독려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고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적 요인 분석 시스템인 HFACS(Human Factors Analysis and Classification System)를 도입해 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데이터 수집량의 격차도 컸다. 김진웅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비밀 보장과 면책이 확실한 미국의 경우 2024년 한 해에만 약 11만 건의 자율 보고 데이터가 수집됐지만 국내에서는 569건에 그쳤다. 김 연구원은 “그나마 최근 자율 보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보고자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하고 비식별 처리를 철저히 한 덕분"이라며 실제 접수된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조종실 내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기장 △관숙 비행을 위해 탑승한 운항 관리사나 관제사가 알코올을 섭취하고 조종실에 출입한 사례 △포항경주공항 내 시야를 가리는 거대한 흙더미(장애물) 방치 △인천공항 입·출항 차트 간 고도 설정 불일치 등이 있었고, 묻혀있는 상태로 남았을 심각한 위해 요인들이 자율 보고를 통해 개선될 수 있었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이 데이터를 관리해 보고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한다"며 “우리나라도 처벌보다는 학습과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보완과 함께 보고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독립적인 데이터 수집 체계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앞서 지난 3월 29일 베넷 앨런 월시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장(전무) 역시 한국항공대학교 강연에서 “한국에는 더욱 강력한 면책 기반의 자발적 보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인공 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이 실수를 말하지 않으면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현장의 조종사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도 쏟아졌다. 이한소 아시아나항공 기장은 “공정 문화의 핵심은 '신뢰'인데 현재 조종사들은 이중, 삼중의 처벌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장은 “실수를 보고하면 회사에서 징계를 받고, 국토부 조사를 받으며 경제 활동이 중단되고, 결국 행정 처분까지 받게 된다"며 “자신의 실수를 진정성 있게 보고하는 것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에는 법적으로 면책 조항이 있었으나 국토부가 이를 삭제하면서 현장의 불안감이 가중됐다"며 “법적 보호 장치가 부활해야만 진정성 있는 보고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 또한 그는 “에어버스와 보잉의 항공기 설계 철학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절차를 획일화해 오히려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장의 기술적 특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정책도 비판했다. 실제 에어버스는 운항 자동화와 표준화를 우선시하고 컴퓨터가 조종사의 조작을 제한하거나 개입할 수 있게 하는 반면, 미국 보잉은 조종사의 통제권을 최우선으로 해 기계적 기술을 통해 조종사가 항공기의 반응을 직접 느끼고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날 토론에서는 현행 항공안전법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제기됐다. 유인호 법무법인 유인로(YOU IN LAW) 데표 변호사는 “국토교통부의 현행 규제 방식은 자식이 사고 칠까봐서 모든 것을 감시·통제하고 처벌하려는 '엄격한 아버지'와 같다"고 비유했다. 유 변호사는 “현행 관련법상 항공 종사자가 실수를 자율 보고하더라도 조사 결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면책되지 않는다"며 실제 판례(2021구합52648)를 들었다. 그는 “문제는 '중과실'의 범위가 모호해 전문가는 사소한 실수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는 논리로 중과실 처분을 받을 여지가 크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형법에서도 자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주는데 항공안전법은 보고를 해도 정부가 인지하거나 중과실이라 판단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라며 “운항 규정 미준수 같은 사안은 고의·과실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처벌할 수 있어, 종사자 입장에서는 보고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관계 당국도 뒤늦게나마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는 지난 10월 4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항공 분야 공정 문화 실행 지침 마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고의나 중과실 외의 의도치 않은 실수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하고 재발 방지 학습 기회로 삼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한국항공안전연구소가 이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현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화물 항공사 에어제타의 한 기장은 “현장에서는 '저스트 컬처(공정문화)'라는 용어조차 생소하거나, '보고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한 마당에 비행 중 발생한 사소한 실수라도 보고하면 회사 징계위원회나 국토부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영진과 일선 직원 간의 인식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연구 용역이 단순 전시 행정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춘 실질적인 면책 제도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훈 제주항공 기장 역시 “작년 무안 참사 이후 공정 문화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며 선도 항공사들의 노하우 공유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항공 안전의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의·중과실의 명확한 기준 정립 및 처벌 면제 법제화 △자율보고 데이터의 철저한 비식별화·보호 △정부·항공사·노조가 참여 독립 공정 문화 협의체 운영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흔들리는 코스피…예탁금은 줄고 빚투는 늘고

한국 코스피 지수가 4000선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이 커지자 증시 대기자금이 대폭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7일 85조9448억원이었다가 다음 날(18일) 79조6615억원으로 급락했고 가장 최근치인 20일에는 78조2120억원까지 내려갔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잔액의 총합으로, 통상 주가 상승 기대감에 비례해 불어난다. 변동장 국면이 투자 심리에 일부 압박을 주면서 투자에 쓰이는 '실탄'의 전체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잔고는 연일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14일 26조4033억원이었다가 20일에는 26조8471억원까지 치솟아 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단기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뜻한다. 최근 조정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레버리지(대출) 투자 수요가 계속 느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변동장 여파로 채권 등 안전자산 상품의 인기가 돋보였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가장 순자산 유입이 많았던 ETF는 채권 기반의 'KODEX 26-12 금융채(AA-이상) 액티브' 상품으로 4216억원이 추가로 몰렸다. 순자산 유입 2위와 3위는 미국 주식 ETF인 'TIGER 미국 S&P500'(2488억원)과 'KODEX 미국나스닥100'(1336억원)이었다. 이어 다른 대표 안전자산인 금(金)을 토대로 한 'ACE KRX금현물'(1227억원)이 4위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조정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한 주(14∼20일) 사이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도 직전 주보다 소폭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4억3500만달러(약 2조1179억원)으로 전 주(7∼13일)의 15억4900만달러보다 약 7.4% 줄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기술주 선호 현상은 여전했다. 최근 한 주 사이 가장 순매수가 많이 된 미국 종목은 반도체 지수를 증폭해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로 6억9900만달러(1조302억원)가 새로 유입됐다. 이어 2·3위는 구글 운영사인 알파벳(1억9300만달러)과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1억17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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