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흐름을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정부의 확장 재정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인다면 통화정책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 물가 충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 총재는 10~11월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묻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추이"라고 답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취약 차주가 겪는 부담을 금리 조정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정부의 재정 확대가 물가와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단기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중장기 효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를 지적하자, 한은은 두 정책의 상호작용을 모형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지출이 당장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면 통화정책과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견해도 유지했다. 한은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영향도 제시했다. 신 총재는 예산안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성장 효과를 0.5%포인트로 추산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효과는 0.06%포인트 수준으로 봤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자극할지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인정했다. 신 총재는 제도 시행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0.6%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됐지만 유가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2차 파급효과를 사전에 억제했다는 것이다. 석유 가격의 급등이 기업 비용과 근원물가로 전이되는 경로를 차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가격 통제를 장기간 이어가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가격 통제는 장기적으로는 실행하면 안 되고, 한시적인 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의 효과를 추정한 한은 자료에서는 물가와 가계부채, 주택가격을 억제하는 효과와 성장 둔화 부담이 함께 나타났다. 윤후덕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기준금리 50bp 인상의 영향에 대한 모형 추정치'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경우 1년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8%포인트, 가계부채 증가율은 0.0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택가격 상승률은 0.5%포인트 둔화하는 반면 실질 GDP 성장률은 0.1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가계의 이자 부담과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의 효과와 취약계층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이번 국감에서 드러났다는 평가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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