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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확대’ 압박…부실 늘어난 은행들 고민 깊어졌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소집해 생산적금융 강화 기조를 강조하는 등 은행의 '공공성 확대'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은행권은 갈수록 늘어나는 부실대출로 인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하는 한편 기업대출 확대를 통한 수익화를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떠오른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은행 공공권 확대 방안'을 주제로 은행연합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금융연구원,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가 현 정부 들어 은행의 공공성 확대를 목적으로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서는 은행권의 생산적·포용 금융 제도의 현황을 파악하고 한계 및 개선 사항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같은 주제를 갖고 올해 상반기 내 한 번 더 이들 은행을 소집할 계획이다. 생산적금융 시행 규모와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한편 은행권의 자발적 태도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은행권은 지난 2024년 말 판매가 중단된 '희망플러스 신용대출'의 재추진과 같은 정책금융 확대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른 제한을 포용금융 정책 상품에서는 제외하는 등 공공 이익 확대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은행권은 지방 거점기업 지원이나 미래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산적금융과 연계한 실행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간담회를 거듭한 뒤 업계 의견 등을 취합해 정책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권은 최근 부실대출 증가로 건전성 지표의 하방 압력이 거세지는 등 생산적·포용금융의 공격적 확대와 수익 전환에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다 지난해 말 80%선이 붕괴됐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중소기업 부실 위험이 늘고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권이 보수적인 대출 운용에 나설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은행 전체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비중은 79.8%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80% 선이 붕괴됐다. 작년 3분기 4대 시중은행 중소기업 연체율이 8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로, 고위험군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이게 된 결과로 해석된다. 포용금융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미 전 정부부터 시행해 온 상생금융의 효과가 누적돼 은행권의 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지난달 20일 기준 5대 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NPL)은 가파르게 올라 전년 말 대비 10.7% 늘어난 6조178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중 악성채권으로 분류되는 '추정손실'은 9551억원으로 전년(8518억원) 대비 12.1% 불어났다. 코로나19 이후부터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와 영세기업 등 금융 취약계층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추정손실의 증가 속도가 일반 NPL 증가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권이 적극적인 상·매각으로 부실을 털고 있지만 규모가 더 증가하는 추세다. 포용금융을 확대할 경우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이나 저소득·저신용층에 자산 집중도가 올라가면 자산 질 저하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은행권은 이미 생산적·포용을 위한 대규모 지원과 투자를 시작한 상황에서 가계대출 이자이익은 정체된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기업대출을 확대하지 못하면 구조적 위험에 빠질수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다만 부실 우려에 건전성 지표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 생산적금융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고, 생산적금융을 확대하는데 성공하면 연체율과 같은 재무안정성 리스크가 함께 커지게 돼 구조적 난관에 빠진 상황으로 해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리스크 분류 능력과 안정적인 기업대출 수익 확보가 수익성을 키울 것"이라며 “생산적금융을 통한 수익 모델 창출 뿐 아니라 고위험자산에 대한 관리와 비이자이익을 통한 수익성 확대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발생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산적금융 확대에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 변동성 및 고환율 현상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증가시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 압력을 받는 등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어서다. 건전성 확보 부담이 커지면 중소·혁신기업 대출과 같은 고RWA 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시중은행은 외화 익스포저가 제한적인 특성이 있어 재무 안정성이 곧바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공급 불안으로 고환율 압력이 커지지만 당장 은행권에 대규모 파급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 대응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등도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로컬뉴스] 칠곡군, 칠곡군의회, 영남이공대, 경북문화관광공사 소식

◇칠곡군, 공직자 앞장선 '사랑의 헌혈운동' 전개 혈액 수급 안정화 위해 생명나눔 실천… 공직자·군민 참여 독려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칠곡군은 지난 5일 군청 민원실 앞에서 대구·경북적십자혈액원과 함께 생명나눔운동의 일환으로 '사랑의 헌혈 운동'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헌혈 행사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헌혈인구 감소로 혈액 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헌혈 문화를 확산하고 혈액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공직자들이 앞장서 생명 나눔에 동참하며 군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칠곡군은 헌혈 행사가 수혈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70여 명의 단체 헌혈에 이어 이번 행사에는 40명이 참여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도 헌혈을 실시하여 지역 혈액 수급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칠곡군은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헌혈운동에 많은 공직자와 군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줘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나눔과 실천이 일상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건강한 헌혈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군, 제23기 어르신문화대학 개강… 배움과 소통의 장 활짝 노인복지관서 개강식 개최… 12개 과정·277명 참여, 건강한 여가활동 지원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칠곡군이 지역 어르신들의 평생학습과 활기찬 노후생활 지원을 위한 '어르신문화대학'을 본격 운영한다. 칠곡군은 지난 5일 노인복지관(어르신의 전당)에서 '2026년도 제23기 어르신문화대학' 개강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교육 과정 운영에 들어갔다고8일 밝혔다. 이날 개강식에는 문화대학 수강생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새로운 배움의 출발을 함께 축하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문화대학은 트롯가요 교실을 비롯해 아코디언, 하모니카, 숟가락 난타, 신바람 택견, 비타민 체조, 한궁 교실 등 총 12개 과정으로 운영되며, 277명의 수강생이 참여한다. 교육 과정은 오는 12월까지 진행되며,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과 활기찬 여가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2009년 처음 시작된 어르신문화대학은 올해로 18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지역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교양·건강·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배움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칠곡군 관계자는 “배움을 실천하는 어르신들이 바로 우리 지역의 봄"이라며 “앞으로도 배움의 열정을 이어가며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 속에서 행복한 노후를 설계해 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군의회 제316회 임시회 개회… 결산검사위원 선임 등 안건 처리 조례안 3건 등 총 4건 심의… 12일까지 7일간 일정 진행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칠곡군의회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제316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칠곡군이 제출한 조례안 3건과 기타 안건 1건 등 총 4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위원을 선임할 계획이다. 의사일정은 지난6일 제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9일부터 11일까지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제출된 안건을 심사하고, 12일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을 통해 회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열린 제1차 본회의에서는 2025회계연도 결산검사를 수행할 결산검사위원 4명을 선임했다. 대표위원에는 이창훈 의원이 선임됐으며, 위원으로는 김준호 공인회계사(삼화회계법인), 류해열 재무전문가(진명세무법인 칠곡지사), 칠곡군 전 공직자 최일영 씨가 각각 위촉됐다. 결산검사위원들은 칠곡군의 2025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전반에 대해 재정 운용의 적정성과 효율성, 집행 과정의 적법성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이상승 의장은 “칠곡군 재정운용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철저하고 면밀한 결산검사를 당부드린다"며 “군민의 소중한 세금이 합리적이고 책임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꼼꼼한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남이공대, 제41회 나이팅게일 선서식 개최… 예비 간호사 216명 사명 다짐 촛불 점화 속 전문직 윤리·생명존중 정신 되새겨… 국가고시 205명 전원 합격 성과도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영남이공대학교는 지난 6일 오후 3시 교내 천마스퀘어 시청각실에서 '제41회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개최하고 예비 간호사들의 전문직 윤리와 사명을 다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선서식은 간호학과 3학년 학생들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전문직 간호인으로서의 윤리와 책임을 다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간호학과 3학년 학생 216명이 선서생으로 참여했으며, 이재용 총장을 비롯해 영남대학교의료원 김용대 의료원장, 대구광역시간호사회 서부덕 회장 등 대학과 의료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학생들의 첫 다짐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행사는 개식선언과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나이팅게일 입장, 촛불 점화, 선서생 촛불 점화, 나이팅게일 선서, 축사와 축가, 교가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재용 총장의 촛불 점화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차례로 촛불을 밝히는 장면은 간호 전문직의 숭고한 정신과 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행사 분위기를 한층 엄숙하게 만들었다. 이어 학생들은 간호대학 최은희 학장과 영남대학교의료원 김순희 간호본부장의 인도에 따라 나이팅게일 선서를 낭독하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전문직 윤리를 실천하는 간호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촛불을 든 학생들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기여하고 환자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간호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의료 현장으로 나아갈 준비된 간호 인재로서의 자세를 다졌다. 이재용 총장은 “간호는 지식과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직무가 아니라 환자에 대한 존중과 공감, 그리고 생명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며 “오늘의 선서가 환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존엄을 지키는 전문 간호인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영남이공대 간호학과는 체계적인 임상 실습 교육과 현장 중심 교육과정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간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영남대학교의료원을 비롯한 지역 주요 의료기관과의 교육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임상 역량 강화와 취업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 실시된 제66회 간호사 국가고시에서 응시생 205명 전원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며 교육 역량을 입증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AI 기반 '경북 맞춤형 여행 코스' 공개 소셜데이터 분석해 4개 권역 관광코스 제안… 힐링·사찰·온천 여행 트렌드 급증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북문화관광공사가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를 반영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경북 지역별 맞춤형 여행 코스'를 공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여행 코스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생성되는 실시간 데이터와 한국관광데이터랩 통계 자료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공사는 소셜 분석 전문 AI를 활용해 방대한 방문 후기 속 관광객들의 실제 목소리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대표·추천 키워드를 선별해 분석의 신뢰성과 정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2024년(1월 1일~2월 20일) 대비 2026년 소셜데이터 분석 결과, 과거의 막연한 '국내 여행' 검색보다 '#힐링여행(748% 증가)', '#사찰여행(376% 증가)', '#온천여행(239% 증가)' 등 여행 목적과 취향을 반영한 키워드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사는 경북을 동부·서부·남부·북부 등 4개 권역으로 나누고 AI가 추천하는 대표 여행 코스를 제시했다. 먼저 동부권(포항·영덕·울진)은 '바다 몰입형 미식 여행'을 테마로 동해안을 따라 드라이브와 먹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영일대해수욕장, 영덕 대게 거리, 덕구온천스파월드 등이 포함돼 부모님과 함께하는 1박 2일 가족 여행지로 추천됐다. 서부권(문경·상주·김천)은 자연 속 체험형 여행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옛길 트레킹과 경천대 전망대, 부항댐 출렁다리 등이 포함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적합한 코스로 꼽혔다. 남부권(경주·영천)은 문화유산과 감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 여행' 코스로 구성됐다. 불국사와 동궁과 월지 야경 코스, 보현산천문과학관 별빛 체험 등이 포함돼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감성 여행지로 제안됐다. 북부권(봉화·영주·안동)은 자연 속 힐링과 전통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한 코스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부석사, 안동 하회마을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전통 명소가 포함돼 경북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소개됐다. 김남일 사장은 “데이터 분석 결과 관광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목적 중심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AI가 추천한 이번 코스를 통해 경북의 숨은 매력을 더욱 체계적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맞춤형 여행 코스의 상세 정보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데스크칼럼] 기름값 정상화, ‘도플갱어 정책’ 안돼야

석유는 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 소비 비중에서 47%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평균 30%보다 높다.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도 세계 4위이며, 일일 석유 소비량 순위도 8위로 독일, 캐나다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 따라서 석유 공급망을 뒤흔드는 해외 지정학적 충돌, 원유 감산 등이 발생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계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만큼 정부뿐 아니라 기업, 국민 모두 석유와 관련된 국제 지정학적 충돌, 원유 생산 및 공급 변동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미-이란 전쟁 따른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 편승해 크게 치솟고 있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 문제를 '집중타격'했다.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로 야기된 경제위기 속에 하룻새 리터(ℓ)당 200원 가까이 급등한 주유소의 행태를 질타하고 시정과 함께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또한, 해결책으로 주유소 기름값의 '최고가격'(가격상한제)을 신속하게 지정할 것도 지시했다. 다음날 6일에는 기름값 급등 문제에 기업 책임론을 거론하며 '더 센' 경고를 내놓았다.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격상한제 지정과 정부의 기름값 시장점검 방침에 대한 기업들의 대책 마련 움직임을 겨냥해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 '불법을 자행하며 국민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기업'으로 규정했다.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영역의 비정상화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피력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기름값 문제 인식은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수급 상황에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주유소 기름값이 과도하게 올라 국민 생활과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의 비판처럼 기름값 급등이 공급자인 정유사 또는 중간유통상, 최종 판매자인 주유소의 가격담합 같은 불법유통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부의 시장 점검 과정에서 밝혀질 일이다. 아마 일반국민 대부분은 대통령의 기름값 정상화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지 반신반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변 상황과 그에 따른 국내 기름값 급등 현상은 이번이 처음 아니고, 과거에도 수없이 비슷한 양상을 연출해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시 정부도 불법유통 및 담합 긴급점검에 나섰고,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 도플갱어' 놀이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주유소 기름값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매번 중동 사태가 발생하면 하루 뒤 어김없이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신속하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작 사태가 진정되면 왜 '느리고 완만하게' 내리는가 하는 것이었다. 즉, 오늘 주유소에서 오른 가격으로 넣은 기름이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가격이 상승한 원유가 아닐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에서다. 물론 정유사와 주유소업계는 석유의 가격산정 구조를 이유로 대며 국제 가격을 국내 가격에 실시간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호소할 것이다. 주유소 기름값 과도한 상승을 잡기 위해 관련 업계의 부당·부정행위를 발본색원하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이참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만큼 석유 유통 및 가격 산정의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국내 석유 유통 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지역별 가격차와 전국 단일가격 시행의 어려움, 기름값의 45~60% 차지하는 과도한 세금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름값의 정상화는 '땜질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석유 유통 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손보 2위 굳힌 메리츠화재, 김중현 2기서 ‘약속의 땅’ 입성 노려

메리츠화재가 또다시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추진 중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과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을 비롯한 주요 지표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 성과다. 향후에도 김중현 대표를 중심으로 순위 상승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를 CEO 후보로 추천했고, 오는 25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재선임이 이뤄질 예정이다. 메리츠화재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3년 1조5670억원에서 2024년 1조7105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1조6810억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1.7%는 △건강보험을 둘러싼 생·손보사 경쟁 심화 △법인세율 인상 △보험료 인하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국내·외 사고로 인한 일반보험 손해율 상승 등 수많은 악재 속에서 선방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별도 순이익(1조6909억원)은 21.1%, DB손보(1조5349억원)와 KB손해보험(7782억원)도 각각 13.4%·7.3% 줄었다. 메리츠화재가 업계 2위를 굳힌 것도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3차례에 걸쳐 9년간 메리츠화재를 이끈 사례를 들어 김 대표의 임기도 3년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중현 2기'에서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본업의 경우 여전한 업황 부진 속에서도 '가치 총량 극대화' 원칙 하에 실적 향상을 모색한다. 의료이용 증가 등으로 장기손해보험 실적이 악영향을 받고 있으나, 부실계약 비중이 낮을 뿐더러 언더라이팅 강화·우량 계약 확대로 손해율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특히 '메리츠 파트너스' 등 전속 채널 확대,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내 점유율 향상, 텔레마케팅(TM) 강화로 영업력을 제고한다. 메리츠 파트너스는 부업으로 보험 산업에 뛰어든 설계사들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1만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했다. 삼성화재가 관련 조직을 출범시켰고, 아직 공식 조직을 구성하지 않은 보험사에서도 이미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해당 모델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X) 전문기업 인스웨이브와 손잡고 유저인터페이스(UI)도 개선했다. 보험료 산출 등의 속도를 대폭 높이고 입력 단계를 간소화하는 등 가입 편의성을 제고한 것도 특징이다. 투자손익(8623억원)도 전년 대비 13% 높아진 기세를 이어간다. 과거 저금리 환경에서 매입한 채권을 팔고 우량 채권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처분 손실이 났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이자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금융당국이 그간 보험사 실적이 낙관적 손해율을 토대로 부풀려졌다는 판단 하에 가이드라인에 손을 댄 것도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손보사 중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일부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메리츠화재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동안 실손보험 등 무·저해지 상품을 많이 판매한 기업이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간 합리적인 최적 과정을 원칙대로 일관되게 적용해왔다"며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재무적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계약 기준 손해율을 90% 이상으로 설정하고, 비실손 갱신 담보 손해율을 100%로 가정하는 등 가이드라인 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신계약을 늘려온 행보가 결실을 맺는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자동차보험 비중이 압도적으로 낮아 '모래주머니' 하나가 없는 셈"이라며 “아직 자산 규모가 업계 지위에 미치지 못하고 무리한 외형성장에 나서지 않는 특성상 해외 진출 보다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웹젠의 ‘이상한 전액환불’ 기준

게임사 웹젠이 최근 신작 '드래곤소드'의 과금액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이번 전액 환불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불과 얼마 전, 명백한 소비자 기망 행위가 확인된 다른 게임들에서 웹젠이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와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웹젠은 '드래곤소드'의 환불 결정에 대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전액 환불을 개발사 '하운드13'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한 '압박 카드'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전액 환불을 단행해 게임 매출을 '0원'으로 만들면, 퍼블리셔인 웹젠이 개발사에 지급해야 할 수익 정산금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금난을 겪는 개발사의 현금 흐름을 차단해 경영권을 헐값에 넘기도록 유도하려는 '고사 작전'의 일환이라는 의혹이다. ​반면, 웹젠의 귀책사유가 명확했던 사례에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뮤 아크엔젤'이 대표적이다. 당시 웹젠은 특정 횟수까지 아이템 획득이 아예 불가능한 일명 '바닥 시스템'을 설정하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 ​그러나 환불에는 '천장'이 있었다. 웹젠은 환불 대상을 특정 기간, 특정 상품으로 한정했고, 패키지 상품의 경우 구성품 비율을 따져 환불액을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이용자가 2000만원가량을 결제했음에도, 아이템 사용 가치 등을 공제당해 약 119만원(5% 수준)만 환불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4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한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도 마찬가지다. 웹젠은 서비스 종료가 내부적으로 확정된 시점에도 이용자 문의에 “검토 중인 사항이 없다"고 거짓 답변을 하며 아이템 판매를 지속해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를 속여 판매한 기만행위가 있었음에도 당시 환불은 '사용하지 않은 유료 재화' 반환에 그쳤다. ​웹젠의 환불 정책은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경영 전략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질수 있지만 그 전략의 도구가 '소비자 환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환불 기준 앞에서, 소비자는 웹젠의 '고객 보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공천 신청 마친 이강덕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주말 서남부 민심 행보

성주=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인 이강덕 후보가 공천 신청을 마친 직후 주말 동안 경북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광폭 행보에 나섰다. 지역 체육행사와 주민 화합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며 공천 신청 마친 이강덕 예비후보, 주말 경북 서남부 민심 행보가면서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6일 공천 신청 절차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지역 일정에 돌입했다. 7일 구미를 시작으로 8일에는 성주와 칠곡을 방문하며 서남부권 민심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일정이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현장의 요구와 의견을 청취하는 데 주력했다. 8일 오전에는 성주군 별고을체육공원에서 열린 '성주참외 전국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 행사장을 찾은 이 예비후보는 마라톤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편 참외 재배 농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농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성주 참외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성주 참외는 국내 참외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농산물로 지역 농가의 핵심 소득원"이라며 “해외로 수출되는 경북 농업의 상징적인 품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후 변화와 소비 감소, 유통 환경 변화 등으로 농업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참외 마라톤과 같은 행사가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 촉진으로 이어져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예비후보는 성주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칠곡군으로 이동해 지역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칠곡군 협회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을 비롯해 가산면 주민 화합 민속 윷놀이대회, 북삼청년협의회 윷놀이대회 등을 찾아 주민들과 직접 만나며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전날인 7일에는 구미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정이 이어졌다. 경상북도태권도협회 지도자 직무교육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구미시 주민자치위원회 신년 교례회, 구미시협회장기 배드민턴대회 등에 참석하며 지역 체육·자치 단체와의 접촉을 넓혔다. 또한 선산시장과 구미 파크골프장, 구미문화예술회관 등을 찾아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생활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에는 온라인 소통을 위해 '이강덕 TV'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며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예비후보의 이번 일정이 경북 서남부권 민심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 신청 이후 곧바로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 접촉을 확대하고, 농업과 생활 체육, 지역 공동체 행사 등에 참여해 현장 중심의 선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미-이란 전쟁 ‘안갯속’…국내산업 파장은 ‘온도차’

지정학적 비극은 경제적 비대칭성을 동반한다. 누군가에게 생존이 걸린 처참한 전쟁이 국경 너머에서는 '로또'가 되는 게 국제 정치·경제의 냉혹한 질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효과로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패전국 일본이 전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베트남 전쟁 당시 흘린 피를 바탕으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공세가 압도적이지만, 이란의 항전 의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전면적인 지상전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동 상황을 우리나라 산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종별 기상도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전쟁으로 '낙뢰'가 떨어진 대표적인 분야는 석유화학 업종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와중에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다보니 원가가 뛰어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재료인 나프타 대부분을 중동 지역에서 수급하고 있다. 아직 전쟁 양상을 점치기 힘들지만 일부 기업들은 벌써부터 비상등을 켰다. 여천NCC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항공·여행 업계도 날씨가 좋지 않다. 중동 노선이 여객·화물 비중에서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유럽 등 일부 노선은 우회 운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심리 자체가 위축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도 걱정할 수 있다. 제일 큰 고민거리는 유가 변동성 확대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항공사들 유류비 지출액도 늘어난다. 유류할증료 제도를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긴 하지만 이 역시 여행 심리 위축에 부채질을 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비행기 리스료 등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건설사들도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장 공정 지연은 대표적으로 건설사의 수익성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가전·스마트폰 업계도 중동 전쟁 소식이 반갑지 않다. 고가 IT기기는 항공 물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길이 막히고 비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고민을 하는 와중이라 물류비 상승에 대한 압박이 더 크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국제 유가 향방을 살피고 있다. 통상 유가가 크게 오르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요국 판매 전략을 다시 짜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동 수출길 확대에 공을 들여온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큰 악재다. 전반적으로 물류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향후 중동 사태 진행 방향에 따라 날씨가 달라질 수 있는 업종도 있다. 조선 업계의 경우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면 에너지 자립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유 운반선 발주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이는 동시에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값 상승 우려도 동반하고 있어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해운사들도 계약 구조나 선종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원유 운반이나 장기운송계약이 많을 경우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해운사들은 주로 컨테이너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당장 재고 이익 극대화라는 화창한 날씨를 맞았다. 기존에 쌓아둔 원유 재고에 대한 가치가 높아져 단기적으로 영업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적으로 원자재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방산 업계는 또 한 번 기회를 맞았다. 중동 전역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발주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중거리 요격체 등 수주 경험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가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다. 큰 비가 내릴지 소나기에 그칠지는 향후 물가 변동 양상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2.0%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2%대다. 다만 이는 중동 사태에 따른 휘발유·경유 상승 같은 지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6일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유지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4% 포인트(p) 증가시킬 것"이라며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p 올라가고 150달러면 2.9%p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 급등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 이 대통령 “이란 사태 계기 화석연료 줄여야”…발전업계 희비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계기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발전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규로 액화천연가스(LNG)발전 확대와 수소 혼소 발전 등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정책 방향 변화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이란 사태를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좀 더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화석연료 발전 확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6일 국회에서는 박지혜, 김정호, 서왕진 등 여권 의원들이 주도해 '신규 LNG 발전소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책 기류 변화 조짐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LNG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을 준비해 온 발전·에너지 기업들이다. 현재 민간과 발전공기업,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신규 LNG복합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신규 LNG 건설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도입이 논의됐던 LNG 발전 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 물량도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당초 계획보다 적은 규모로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을 전제로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들이 많다"며 “정책 방향이 급격히 바뀌면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6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LNG 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셸 김 IEEFA 에너지금융 분석가는 발표에서 한국의 전력 정책이 석탄을 LNG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가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 지역 LNG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LNG 인프라 과잉 투자와 좌초자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언 기후넥서스 대표도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할 경우 석탄을 LNG로 단순 대체하는 방식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LNG 발전 설비가 늘어나는 반면 발전 비중은 감소하는 구조가 나타날 경우 이용률 하락과 전기요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 제도의 취지 자체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CHPS는 기존 화력발전의 좌초자산을 완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제도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제도가 신규 LNG 발전 건설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소 혼소가 기존 설비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신규 LNG 발전 허가의 근거로 사용될 경우 제도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먼저 LNG를 짓고 나중에 수소를 섞겠다'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HPS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수소 전소 기반 기술 실증과 무탄소 유연성 자원 확보를 위한 플랫폼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저혼소 상업 조달을 확대하는 방식보다 수소 전소 기술 실증과 운영 검증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치권 논의와 대통령 발언이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규 LNG 발전 설비 규모와 CHPS 물량이 줄어들 경우 발전·집단에너지 업계의 투자 계획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것은 이해하지만 산업계 투자 계획과 전력 수급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우크라·중동·동남아서 화력 맹위…K-방산 ‘글로벌 병참 파트너’ 부상

국제사회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 등에서 보듯 오늘날 전장(戰場)이 첨단기술 경연장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방위시장에서 주변국에 머물러 있던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이 전 세계 자유민주 진영의 핵심적인 병참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2024~2025년을 거치며 과거 가성비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난 K-방산이 이제 전 세계 격전지에서 증명된 압도적인 실전기록(Track Record)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K-방산의 새로운 전성기를 상징하는 장면은 올해 초 중동의 밤하늘에서 연출됐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초기에 미국 공습에 맞서 이란군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지만 우리 기업 LIG넥스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인 '천궁-II(KM-SAM 블록 2)'가 사상 첫 실전에 투입돼 경이로운 '방공망 성과'를 올린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란이 UAE 내 미군기지 및 주요 인프라를 향해 발사한 174발의 탄도미사일과 689대의 드론 공격 당시 알 다프라 기지 등에 배치된 천궁-II 포대가 즉각 가동됐다. 작전 결과, UAE 방공망의 핵심자산이었던 천궁-II는 개별 요격률 96%를 달성하며 적의 저가형 드론과 고성능 미사일 혼합공격인 '가랑비 전략'을 완벽하게 분쇄했다. 천궁-II는 '콜드 런칭(Cold Launch)' 방식으로 360도 전방위 방어를 수행했고 목표물에 직접 충돌하여 파괴하는 '직격 요격(Hit-to-Kill)' 기술을 통해 탄도 미사일의 탄두를 물리적으로 무력화했다. 이는 국산 유도 무기가 실제 탄도탄 교전에서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미국 록히드 마틴의 패트리엇과 대등한 정밀도를 입증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실전에서의 압도적 성능을 목도한 UAE 정부는 즉각 요격미사일 재고 소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천궁-II 요격 미사일의 추가 지원 및 신규 구매를 긴급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기존 10개 포대 계약 물량 중 잔여분의 조기 인도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4조2000억 원)와 이라크(3조7000억 원) 등 주변 도입국들에도 한국산 무기에 강한 신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K-방산의 비상은 중동을 벗어난 지역의 하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FA-50 경공격기와 T-50 고등 훈련기는 동남아시아의 분쟁 지역에서 교육·훈련 자산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타격 자산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분쟁 당시 태국 공군은 KAI의 T-50TH 골든 이글을 실전전투 임무에 전격 투입했다. AGM-65 매버릭 지대공 미사일과 스나이퍼 타격 포드를 장착한 T-50TH는 캄보디아 측 군사 목표물에 정밀폭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저비용·고효율의 멀티롤 전투기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FA-50의 경우 지난해 필리핀 공군으로부터 추가 도입을 이끌어냈다. 이는 필리핀군이 현지 무장테러단체 ISIS(이슬람국가)과 2017년 마라위 전투를 수행하면서 필리핀 공군의 FA-50PH가 ISIS 추종세력을 소탕하는 시가전에서 정밀한 근접 항공 지원(CAS) 임무를 성공리에 이끈데 따른 것이었다. 필리핀 군 당국은 “FA-50의 굉음은 승리의 굉음"이라 극찬했고, 이런 신뢰가 2025년 추가 도입으로 이어졌다. 또한, 합동훈련 중 미공군의 F-22 랩터를 근접 교전에서 가상 격추했다는 기록은 FA-50의 우수한 기동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유럽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자주곡사포 시장 점유율 50%를 장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과 차세대 전차 시장의 강자 현대로템 K-2가 독보적인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폴란드가 지원한 AHS 크라프(Krab) 자주포는 K-9의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봄철 해빙기의 혹독한 진흙탕 지형인 라스푸티차에서도 탁월한 기동성을 보여주며 러시아 군을 압도하는 사격 능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NATO(북대서양기구) 합동훈련인 '아이언 게이트'에서 K-9 자주포는 3만 명의 병력과 함께 참가해 미국의 에이브람스 전차와 완벽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정밀화력을 뽐냈다. 이는 한국 무기가 NATO의 통합지휘체계인 JAGIC와 완벽하게 연동됨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밖에 노르웨이 동계시험 평가에서 K-2 전차는 영하 수십 도의 설상 지형 속에서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을 성능 점수에서 앞질렀다. 비록 정치적 배경으로 최종선정이 무산됐지만 노르웨이 국방물자청은 공식 보고서에서 K-2의 우수성을 인정했고, 이는 폴란드의 대규모 도입 결정에 결정적 근거가 됐다.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S21 레드백(Redback)은 K-방산이 5세대 기갑 기술의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복합소재 고무 궤도를 통한 소음·진동 감소와 '아이언 피스트' 능동보호 체계 등은 기존 서방제 무기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과시하며 약 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K-방산의 급격한 성장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세계 유일의 상시 대량 생산 체계를 통한 신속한 납기, 파격적인 기술 이전과 현지화 전략은 한국을 독보적인 '대안 공급자'에서 '주요 파트너'로 변모시켰다. 여의도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LIG넥스원 등 K-방산 4사의 올해 합산 매출이 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수주 잔고도 합산 130조 원을 넘어서며 향후 4~5년 이상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K-방산이 진정한 '글로벌 빅4'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출 구조 다변화 △초격차 기술 유지 △MRO 서비스 체계화와 같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폴란드 등 특정국가와 포병 전력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미국·캐나다 등 북미시장과 잠수함·유도 무기 분야로 넓혀야 하고, 인공지능(AI) 무인체계·드론 워리어 등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수출무기에 대한 장기적인 유지·보수·정비(MRO)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국가와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전문가들은 빠트리지 않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미-이란 전쟁]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중동 정유설비 타격에 多소비 경유 ‘껑충’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의 여파로 국내 경유 판매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3년여 만에 재현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설비가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동산 원유 운송뿐 아니라 경유 생산까지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국제 경유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빠듯한 구조라 일반적으로 더 비싸고 국제 정세의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유류세로 경유가 더 저렴한 가격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이날 국내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각각 1893.3원과 1915.37원(오전 10시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6일 1871.82원과 1887.33원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난 이후 사흘째다. 상승 폭도 경유가 더 가팔랐다. 이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미국이 제거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이달 7일을 비교하면 휘발유는 11.6%, 경유는 19.6% 올랐다. 이 같은 경유 가격 역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2022년 5월 11~27일과 같은 해 6월 13일~2023년 2월 22일 발생한 뒤 처음이다. 해외 원유시장에선 기본적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지난해 싱가포르 석유시장 기준으로 평균 경유 가격은 배럴당 87.73달러로 휘발유보다 8.7% 높았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와 경유 제품에 붙는 세금 때문에 결과적으로 휘발유의 판매 가격이 경유보다 더 낮아지는 구조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관세 3%와 수입부과금 16원이 추가되고, 정유사 공급 가격에는 유류세가 붙는다. 경유에 매기는 유류세는 리터당 528.75원으로 휘발유보다 217.14원 낮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인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급이 거의 막혔다. 봉쇄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석유시장 가격이 출렁였다. 두바이산 원유 가격은 6일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석유제품 공급 가격 산정 기준 중 하나인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는 휘발유(95RON)와 경유(0.001%) 가격이 각각 배럴당 121.33달러, 155.74달러로 47.8%, 67.6% 급등했다. 국제 경유 시장이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경유가가 더 빠르게 오른 것이다. 이번에 경유 시장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동에서 생산하는 원유뿐 아니라 역내 정유사들의 경유 생산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이어 원유 생산 2위 국가이자 정유제품 생산 6위 국가다.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당장 정유제품 생산이 멈췄다. 정비 후 재생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졌고, 중동 내 다른 정유설비도 공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자체가 어려워졌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연구위원)은 “중동지역 정유사들이 유종과 설비 특성에 따라 경유 제품을 많이 생산, 공급하는 편"이라며 “이번에 정유 시설이 공격받은 데다 수출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까지 멈추면서 세계 경유시장에서 가격이 더 크게 반응했고, 그 영향이 국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이유는 경유 생산 과정과 쓰임새 때문이다. 휘발유는 분자 한 개당 탄소 개수가 8개 안팎, 경유는 12개 안팎으로 이뤄진다. 끓는점은 각각 30~200℃, 250~350℃로 경유가 더 높다. 같은 양의 연료를 태우면 경유가 더 많은 열 에너지를 낸다. 연료라는 용도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보다 경유가 대형 운송이나 산업용 발전에 훨씬 더 많이 쓰이므로 찾는 곳이 더 많다. 반면에 정유 과정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적게 나온다. 원유 열분해·증류 과정에서 끓는점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중유, 아스팔트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정제된 원유 중 휘발유는 40~50%가량, 경유는 20% 미만이 차지한다. 그럼에도 국제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 낮은 유류세로 경유 가격이 더 낮아진 구조는 20세기 후반기 산업 육성책에 따른 결과이다. 우리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고시제도를 1997년까지 운영하면서 경유에 더 낮은 가격을 매겨왔다. 산업화를 시작한 1960년대 경유가 산업용, 휘발유가 사치재로 구분된 결과다. 가격 고시제 폐지로 정유제품 가격 책정이 시장 원리를 따르게 됐지만,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구조만큼은 유류세 도입으로 고착화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경유에 더 낮게 매기는 유류세 부과 구조로 경유가 저렴한 기름이라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큰 데 따른 시장 원리"라며 “전체 경유 소비를 줄이려면 유류세가 초래하는 시장 왜곡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정유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는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유관단체와 함께 6일 입장문을 내고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하는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하지만이러한 인상 요인이 국내 가격에 일시 반영될 경우 물가상승 등 국민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어 주유소 가격에 분산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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