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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충돌 순간에도 멀쩡…안전센터서 확인한 中전기차 [해외현장]

[중국 닝보=박지성 기자] “펑!" 둔탁한 충격음이 실내를 울리며 순간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취재진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내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8일 방문한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 시속 85㎞로 달려오던 대차가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 '7X'의 후면을 그대로 들이받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모인 약 250여명의 기자들이 함께했다. 충돌 직전까지 현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기차, 특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충격에 취약하고 화재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충돌 직후 차량에 다가가 눈으로 확인한 현실은 기존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후면 범퍼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찌그러졌지만 실내 공간은 놀라울 만큼 온전했다. 뒷좌석부터 앞좌석까지 객실 구조는 유지됐고 탑승자 공간을 의미하는 '생존 공간' 역시 침범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배터리였다. 강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발화나 연기, 열폭주 등 전기차 화재의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흔히 떠올리는 “충돌=화재"라는 공식이 이 현장에서는 성립하지 않았다. 지리 측은 “안전은 어떤 기술보다 우선하는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이날 테스트는 그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테스트가 진행된 지리 안전센터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안전 연구 시설이다. 총 투자금액만 약 20억위안(약 4200억원)이다. 연면적 4만5000㎡로 축구장 10개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하며 지리·지커·볼보·로터스 등 그룹 내 7개 브랜드의 모든 차량이 이곳에서 검증을 거친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 도로 환경은 표준 시험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우리는 항상 현실을 기준으로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규정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고 상황을 더 가혹하게 재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일반 차량 안전과는 또 다른 핵심 영역으로 보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지리는 소재 단계부터 구조 설계까지 총 11중 보호 체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더해져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한다. 못을 관통시키는 침투 테스트, 압착, 고온 실험 등 16가지 이상의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 실제 차량에 탑재된다. 현장을 둘러보며 느껴지는 인상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집요함'이었다. 충돌 실험실 옆에는 더미(인체 모형) 연구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반영한 60개 이상의 더미가 준비돼 있다. 일부 더미에는 180개 이상의 센서가 장착돼 충돌 시 인체에 가해지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기후 환경을 재현하는 풍동 시설도 압도적이다. 영하 40도의 혹한부터 영상 60도의 폭염, 습도 5~95%, 태양광, 고도 5만2000m에 이르는 극한 조건까지 구현할 수 있다. 사막과 열대우림, 고산지대 등 전세계 거의 모든 주행 환경을 실내에서 재현하는 셈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차량은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버티는 능력'을 시험받는다. 극한 온도에서의 배터리 안정성, 고속 충전 시 안전성, 공조 시스템의 신뢰성까지 전방위적으로 검증된다. 보이지 않는 영역도 놓치지 않는다. 사이버 보안 실험실에서는 해킹 공격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가 진행되며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위험 상황까지 반복 검증한다. 차량의 조향과 제동 등 핵심 기능은 이중화 설계를 적용해 하나의 시스템이 고장 나더라도 즉시 다른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했다. 지리 측은 현재 170개 이상의 글로벌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155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부 핵심 안전 기술은 업계에 공개하며 전체 산업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과장'과 '가성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런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있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적된 기술과 집요한 검증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충돌 순간의 '펑' 소리는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눈앞에서 하나씩 지워졌다. 특히 “안전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검정고시 발표 임박… 한국예술사관학교, 예술계 진학 상담 움직임 확대

오는 5월 8일 오전 10시, 2026년 제1회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결과가 각 시도 교육청 누리집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시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수험생들의 진로 선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입시 상담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합격자 발표 직후가 향후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고졸 학력 취득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다양한 선택지가 열리는 만큼, 초기 방향 설정이 향후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맞물려 한국예술사관학교(이하 한예사)는 검정고시 합격 예정자를 중심으로 2027학년도 신입생 선발과 입학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번 모집은 별도의 수능이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반영 없이 면접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예사 관계자는 “일반 대학 전형과 달리 지원 횟수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 구조로, 다양한 진학 기회를 모색하는 수험생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며 “검정고시 출신 역시 일반 고교 졸업생과 동일한 조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 과정은 전공 교수와의 개별 면접과 잠재력 평가를 통해 진행되며, 지원자의 성장 가능성과 적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초점을 둔다. 특히 예술 분야의 특성상 진로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확정하고 실무 역량을 쌓으려는 수험생이 많아, 매년 합격자 발표 이후 지원 문의가 이어진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한예사는 실용음악, 실용무용, 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 연극·영화, 모델 등 현장 중심 교육과 연계된 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각 학과는 관련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진로 탐색과 역량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학교는 2027학년도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상담과 원서 접수를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와 졸업생뿐 아니라 올해 검정고시 합격자도 지원할 수 있다"며 “발표 이후 빠른 진로 결정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신한이 웃었지만”...국민·하나은행 추격, 판 다시 열린다

신한은행이 올 1분기 실적 결과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자이익을 높이는 한편 일회성 비용 등 리스크를 피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금융시장 변동성과 순이자마진(NIM) 성과에 따라 2분기 이후 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1조1571억원을 기록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전년 대비 11.2%, 7.3%씩 증가한 1조1042억원, 1조10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6.2% 줄어든 5312억원을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1분기 이자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2조403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6%를 기록해 지난해 2분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 자산 수익률 개선, 조달 비용 관리 등을 통해 개선세를 유지한 결과다. 이번 리딩뱅크 탈환에는 대출 구조의 질 좋은 성장이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금융을 강화한 가운데 대기업 대출을 6.1% 성장시키고 중소기업 대출을 2.0%가량 늘렸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수익성이 보장된 자산을 늘려 대출 자산을 확대한 것이다. 이자이익 방어 능력이 확대되면서 비이자이익 감소에도 전체 이익 방어에 성공했다. 리스크 관리도 성패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번 실적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각각 ELS 충당금이나 외환·트레이딩 변동성, 해외법인 충당금 부담이 크게 작용했지만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건전성 지표 관리에 성공했다. 연체율과 NPL비율은 각각 0.32%, 0.30%를 기록한 가운데 NPL 커버리지 비율은 125.98%로 손실 방어력도 높게 유지했다. 다만 2분기 이후 타 은행의 일회성 비용 소멸과 은행별 마진 성장성, 금융시장 변동성 등 변화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1분기 순위도 은행의 이자·수익 구조보다 일회성 비용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추후 이자이익이나 대출 성장 구조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란 예상이다.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2조7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하는 등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이자이익을 달성했다. 하나은행은 이자이익으로 2조184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12.8%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4대 은행 중 이자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414억원으로 6.4% 늘었다. 고금리 수신상품 재조정(리프라이싱)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 NIM 개선 등의 영향이다. 이에 NIM도 국민은행이 1.77%로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도 신한은행(1.60%)보다 소폭 낮은 1.58%를, 우리은행은 1.51%를 나타내며 모두 전년 대비 개선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나머지 세 은행이 전 분기대비 0.02%p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홀로 0.06%p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기(1.48%)와 비교해도 0.10%p 증가한 수치다. 향후 리딩뱅크 경쟁이 순이익 규모보다 이자수익 구조와 리스크 및 건전성 관리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이목이 모인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이번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2% 줄어든 2006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관련 손익이 전년 대비 27.7%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신한은행은 미국과 이란 전쟁 이슈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장기 금리가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용욱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내수 경기가 어려운 점을 생각하면 금리가 하락할 요인이 있고, 물가·환율 등을 고려하면 금리가 상방으로도 하방으로도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런 전망 아래 유동성 핵심예금을 최대한 확대하면 어느 정도 NIM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이란 전쟁으로 확산하는 한국의 드론 딜레마

드론이 현대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드론 공격의 파괴력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한 것은 이란 전쟁의 여파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28일에 발생한 이란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공격해 이란을 해·공군력 등 대부분의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란은 큰 피해를 봤지만, 즉시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 미군 기지, 미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해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대량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비롯해 사헤드(Shahed) 장거리 자폭 드론 등 여러 종류의 드론을 동시에 발사하는 '섞어쏘기' 전술을 구사했다. 지금까지 5,400회 이상 공격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성과나 결과는 제한적이었지만, 드론은 이란이 어려운 환경에서 보복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은 예상하지 못한 피해을 입었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미군 기지에서 13명의 전자사를 포함해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기지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은 고가의 사드(THAAD) 레이더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공중급유기 등 고가치 전략자산을 잃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국의 피해는 약 8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군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요격미사일을 대량 소비했다. 이 결과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3분의 2 이상과 사드 미사일 80%를 소모해 대공미사일 재고가 거의 소진되었다. 미국이 미사일 재고를 충당하려면 5~6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미사일 부족 때문에 한국에 배치한 사드 미사일도 반출했다. 이는 향후 미군과 동맹군 방어 능력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다. 문제는 미국이 미사일 재고를 소진하면서도 이란의 공격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현실이다. 이란의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미군이 피해를 보자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탄력받기도 했다. 더군다나 미국의 미사일 재고 부족과 전력 노후화로 인해 대만 주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질 가능성은 없지만, 체면이 손상된 건 분명하다. 이란은 휴전 기간 미사일과 드론 재고 확충에 나설 것이다. 특히 손쉽고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폭 드론 확보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한다. 드론은 현재 이란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한적이나마 반격과 보복 능력을 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란도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전장에서 1980년 초 독일이 싸구려 오토바이용 엔진을 사용해 개발한 모델을 복제한 샤헤드 염가 자폭 드론이 이렇게 귀중한 자산이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큰 걱정거리다. 한국도 드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능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 이후 드론 운영과 방어에 대한 다양한 실전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중국의 부품을 사용해 샤헤드와 유사한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도 다양한 드론을 서둘러 개발하고 있다. 잠자리 크기 초소형 정찰 드론에서 소형 자폭 드론, 대형 정찰 드론 등 여러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드론 실력은 부족하다. 드론 재고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난 17일에 열렸던 국가정보원과 한국국가정보학회 합동 컨퍼런스에서 현재 전시에 한국이 동원할 수 있는 드론 전력은 불과 수 천대뿐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중국이 드론 부품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부품 수급 능력이 부족한 한국의 드론 전력 확충은 매우 더딜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중국은 이미 전쟁에서 동시에 수 십만 대의 드론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북한도 중국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더 많은 드론을 동원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란 전쟁 추이를 보면, 미국과 유사한 교리를 사용하는 한국군도 북한의 이란식 '섞어쏘기' 공격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군이 드론으로 대응 또는 보복 공격을 한다고 하지만, 현재 실력으로 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드론 실력을 마스터하지 못했다면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드론 산업 지원 확대는 물론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앞을 대비해야 한다. 이상호

[서울에너지포럼]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효율화·수요관리 없으면 시스템 부담 한계”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과 차원이 다른 전력 수요를 유발한다. 수요 관리와 효율화 없이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전력 시스템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유수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세 번째 세션에서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수요관리 및 효율화방안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며, 전력 설비 용량도 현재 약 100기가와트(GW) 수준에서 200GW 이상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성능 서버 확산이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상황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는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약 8테라와트시(TWh)에서 2038년 30TWh 수준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최대전력 역시 6GW 이상으로 확대되며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질적 특성'이 기존 산업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개 GPU가 동시에 작동하는 학습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이러한 전력 패턴은 계통 안정성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문제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60~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전력계통 부담과 송전망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신규 전력 공급 인프라 확보 지연과 맞물려 전력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효율화'와 '수요관리'를 제시했다. 먼저 데이터센터 내부 효율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60%가 서버에서, 30% 이상이 냉각 설비에서 소비되는 구조"라며 “냉각 효율 개선과 IT 장비 활용도 향상이 에너지 절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액침·직접냉각 등 차세대 냉각기술 도입 △AI 기반 지능형 에너지관리 △서버 통합 및 가상화 △고전압 직류(DC) 배전 시스템 적용 등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개선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교수는 “PUE 1.5 이하를 목표로 설계하고 AI 기반 냉각 제어와 운영 최적화를 통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1.1 수준까지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관리 측면에서는 전력 사용의 '유연성 확보'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그는 “AI 추론 작업은 상대적으로 위치와 시간에 따라 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 여유 지역으로 작업을 이동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소프트웨어 기반 부하 이동과 분산형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입지 분산 정책과 함께 PPA 확대, 자가발전 및 분산에너지 활용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향후 과제로 △수도권 집중 완화 △주민 수용성 제고 △에너지 효율 규제 및 인센티브 강화 △차세대 냉각 및 전력 기술 투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이지만, 동시에 전력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는 존재"라며 “효율화와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 없이는 AI 시대 전력 수급 안정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AI 경쟁에서 3위 국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전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AI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결국 전력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2주 전에 발표한 AI를 하기 위한 5가지 조건 중 가장 바탕에는 에너지가 있다"며 “미국 데이터센터의 주요 전력 공급원은 가스터빈과 연료전지이다. 에너지라는 기둥이 튼튼할수록 그 위에 구축되는 AI 산업의 규모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의 유연성 확보 필요성도 지적했다. 다양한 발전원을 활용해야 에너지 소비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유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유럽의 데이터센터 효율화 지표 정립과 데이터센터 운영사와의 협의 과정, 에너지 고효율 데이터센터 인증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센터연합회가 운영하는 인증제도 등으로 업계의 자발적 움직임을 공공이 격려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효율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강화에 기여하는 제품에 대해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주는 제도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반도체에도 친환경 요소 충족에 대한 생산세액공제를 제공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에 기여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기왕이면 한국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에 더 많이 쓰이도록 에너지 효율 강화에 개여하는 반도체와 관련 생태계에도 세액공제를 제공해 전체 데이터센터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자체 공급할 자구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 현실이 있다"며 “(한국 내 규제에 따라) 하나의 에너지원만으로 데이터센터용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솔루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여러 에너지원을 적절히 혼합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롭게 구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한국이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도 전력 수요 패턴이 복잡한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발전원을 이용할 제도적 토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 규모는 일반 시설의 50배에 달하고, 부하 변동 밀도가 높은 동시에 수요도 상당한 복잡한 패턴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제기된 문제들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구글처럼 AI 기반 냉각제어 기술을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도입하도록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은 전력으로 많은 연산을 수행하는 효율성, 청정 에너지원 사용이라는 두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데이터센터 자산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 과정은 시간대 조정이 가능하지만, 추론은 실시간 응답이 필수라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감하는 시간대를 피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센터에서는 하나가 아닌 여러 발원을 섞어 안정적 전력 공급에 대비해야 하면서 전력 부하 시간 관리(스케줄링)을 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력구매계약(PPA) 제도에 관해서는 “한국에서는 PPA가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도 한 AI 사업자가 다수의 전력 공급자와 계약해 여러 공급원을 단일 데이터센터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며 “데이터 센터의 전력수요 패턴에 부합하는 PPA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도록 시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서울에너지포럼] 산업용 전기요금 美·中보다 높아…“한국형 전원믹스 필요”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산업 경쟁력과 충돌하는 방식이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한 '조화로운 전원믹스' 구축이 시급하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28일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 합리적 전원믹스를 통한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짚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8%, 수출의 80% 이상을 제조업이 차지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형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전력과 에너지 가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의 약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중동 지정학 리스크, 글로벌 탄소 규제, 공급망 재편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저비용·고탄소 국가와 고비용·저탄소 시장 사이에서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 설정 과정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서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정책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가격, 안보, 산업, 기술이 결합된 복합 정책"이라며 “재무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등 핵심 가치에 기반한 장기 비전 아래 전원믹스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믹스 설계의 현실적 난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 부담,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전의 역할, 재생에너지 경제성 확보, 전력망 투자 부족, 수소 및 신기술 불확실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는 에너지 공급에 있어 자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계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정책에서 일정 부분 손을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유의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어 어느 나라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만의 에너지 수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관련해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연료전지 등 전력 공급에 직접 투자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에너지 산업과 수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안정적 전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과학 기반 의사결정 △적정 비용 △기술 혁신 △정책 일관성 등을 제시하며 “포퓰리즘적 요금 정책에서 벗어나 적정 비용을 통해 장기 투자 회수 가능성이 담보되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완벽한 에너지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다양한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조합한 '회복력 있는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 주제발표 이후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손 교수는 포럼 주제인 산업의 생존과 성장 방안을 언급하며, 글로벌 에너지 정책이 탈탄소보다는 생존과 경쟁력 향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주제가 산업의 생존과 성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에너지는 없지만 소비는 많은 독특한 구조로, 에너지를 산업 생존 관점에서 다뤄왔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각국 정치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제는 그린과 기후보다 생존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초빙교수는 하향식(톱다운) 방식의 에너지 정책으로 일관성이 흔들린 데다 에너지 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 전원 믹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탈원전이 원전 복원으로 돌아서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등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토대를 둔) 톱다운식 전원 믹스 정책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 전원 믹스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1차에너지(연료) 가격이다. 특히 천연가스 시장에서 발전용과 산업용 가격이 외국과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며 “기업이 에너지 공급 업체를 선택하지 못하는 구조다. 에너지 산업 구조가 경직적이라는 점도 합리적인 전원 믹스가 제대로 안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에너지 정책은 너무 많지만 시장은 약하다"며 “미국의 힘은 에너지 시장 내 막강한 힘에서 나온다. 에너지 시장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는 산업계 등 전력 소비 주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가격 합리성 측면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주요 국가들에서는 에너지 수용 관련해서 가격 합리성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화두"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메가와트시(MWh)당 60~70달러, 미국은 80달러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약 120달러 정도로 신흥국인 인도와 베트남에 비해서도 높다"며 “첨단, 고부가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 경제와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산업용 에너지와 전력 요금 측면에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토대로 다른 나라와 협력 관계를 모색하자는 주문도 내놨다. 김 교수는 “국내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전력기기와 초고압 변압기·차단기,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는 국가와 회사들이 많다"며 “특히 미국과 관세 협상 일환으로 논의 중인 대미(對美) 투자 중 조선 분야를 뺀 나머지가 에너지 중심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서울에너지포럼] “호남 2030년 이후 수십GW 계통 부족 예상…ESS가 유일한 단기대책”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까지 추세라면 2040년에는 킬로와트시(kWh)당 300원을 넘길 수 있다. 비용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저탄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산업 전략이다."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2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서울에너지포럼'의 두 번째 세션에서 '산업 생존을 위한 전력망과 분산화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전 교수는 먼저 최근 전기요금 구조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 이상 상승해 주택용(약 45%)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며 “과거 주택용보다 낮았던 산업용 요금이 현재는 역전되는 수준까지 올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용 전력 수요는 2023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경제 성장률 둔화와 맞물리고 있다"며 “전기요금 상승이 실제 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기요금 상승 압력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전 교수는 “현재 전기요금의 약 70%가 발전·연료비, 20%가 세금·부담금으로 구성돼 있어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정책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연평균 4.6%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kWh당 200원대, 2040년에는 300원대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전력도매가격(SMP)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LNG 가격이 MMBtu당 10달러에서 20달러로 상승할 경우 SMP는 약 110원에서 150~160원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을 위한 에너지 전략으로 “우리나라가 이미 주요 제조업 국가 대비 높은 무탄소 전원 비중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제조업 대비 무탄소 전원이 많은 점을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발전 비중은 전체의 40%로,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는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해 전력망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지역별 잉여 전력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수송할 송전망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호남 지역은 2030년 이후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의 계통 수용 부족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송전망 확충 △에너지저장장치(BESS) 확대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전기화 수요 창출 △수요 분산 및 백업 전원 확보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도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주력 자원으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송전망 확충에는 1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인허가 지연과 주민 수용성 문제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ESS가 사실상 유일한 계통 보강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제어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하고, 전력시장 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발전소(VPP), 수요반응(DR), 전기차(EV) 연계 등 분산형 전력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화 확대 전략과 관련해 “열과 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필요하지만 현재 전기요금 구조에서는 경제성이 낮다"며 “보조금이나 요금체계 개편 등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계통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는 LNG 발전이 필수적인 백업 전원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며 “재생에너지와 LNG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을 위해 에너지가 존재해야지, 에너지를 위해 산업이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주제발표 이후 박종배 건국대 교수(대한전기학회회장)를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비교적 비싼 전기요금 속에 어떻게 산업경쟁력을 육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중국은 전기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전기 산업 자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반면, 배터리 가격은 우리가 30~40%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ESS 사업에서 중국산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산업단지와 분산에너지 전략을 결합하는 방식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을 육성할 방안을 제시했다. PPA란 발전사업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기업 등 전기소비자와 직접 전력거래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본부장은 과도한 산업용 전기료 부담이 수출·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낮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시장의 합리적 자원 배분보다 정치적·근시안적 의사결정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과도한 전기요금 부담은 제조업 침체뿐 아니라 고용 불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향후 분산에너지 시스템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전기화를 하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화는 해야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청정수소나 원전 등을 이용한 비전력부분의 탈탄소화 정책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분산에너지 확대 기조에 대해서는 “요금 감면을 넘어 기존 산업단지 특성과 장점을 연계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전력망과 산업단지 전략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PPA가 가능한 발전원의 범위를 넓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전력 공급 안정성과 비용 인상 요인 최소화를 추구할 것을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과거에는 한전이 전력망과 시장 구축에서 많은 부분을 기여했지만, 지금은 전력시장에서 민간 자본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SMP 상한제, 망 구축 비용, 출력제어 등에서 약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 특별구역에 제한된 PPA 제도를 원전과 석탄발전으로도 열어달라는 현장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 공급 경로의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권을 폭 넓게 보장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에 국한하면 미국이 에너지 안보질서를 보장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에너지 거버넌스 측면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정책이 전력 비용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재생에너지는 계통운영 측면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망비용 측면에서 보면 전체적인 SMP를 증가시키는 셈"이라며 “독일 사례처럼 재생에너지 확대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의 전력망 구축 참여에 대한 합리적인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필요하지만, 민간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잘 설계할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서울에너지포럼] 김정관 태평양 고문 “탈탄소에 무게 쏘려 경제성·안정성 흔들려”

김정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환경성 중심으로 쏠리면서 수급 안정과 경제성 측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정책은 안정성·경제성·환경성이라는 이른바 '3D 목표'의 균형이 핵심인데 최근 정책은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가 실리면서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고문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이 2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에서 기조강연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급격한 전환 속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기화 확대와 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 증가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 데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배전망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다. 그는 “전력 설비 확충은 사회적 수용성과 비용 문제까지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급 능력 확보 없이 전환 속도만 높이면 산업과 국민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도 변수로 꼽았다. 김 고문은 기후 대응을 '공유지의 비극'에 비유하며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감축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국가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 등 주요국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탈탄소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책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은 필요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라며 “수급 안정과 적정 가격을 담보하지 못하면 전환 자체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을 재평가하고 수소 등 대체에너지 육성 등을 병행해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력망 확충과 시장 구조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기요금 역시 원가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고문은 “에너지 가격 정상화는 수요 관리와 효율 개선의 출발점"이라며 “정부 규제 중심에서 준시장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대응은 불가피하지만 우리 산업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감축 정책과 함께 기후 적응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울에너지포럼] 문재도 에너지미래포럼 대표 “정책 불확실성 줄이고 민간 투자 활성화해야”

문재도 에너지미래포럼 대표는 2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9회 서울 에너지 포럼' 축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전쟁이 끝난 뒤 에너지 시장이 과거로 회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에너지 질서가 생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문 대표는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현재 에너지 질서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미국과 재생에너지 선두 국가로 떠오르는 중국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에너지는 경제의 피와 같아 흐르지 않으면 경제가 마비된다"며 “우리처럼 에너지를 수입해 쓰는 나라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 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며 “비록 화석에너지는 생산하지 않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스템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민생 안정과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마지막으로 “전 세계가 어떤 시장으로 갈지 주목해야 한다"며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울에너지포럼] 김현제 에경硏 원장 “에너지정책, 우리경제 뒷받침하는 핵심”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2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미래포럼, 한국자원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9회 서울에너지포럼' 축사에서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문제는 특정 부문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라 산업의 생존과 국가 성장 기반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며, “에너지 정책은 산업정책과 분리된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정책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은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마련됐다"며 “이 자리가 우리 산업의 생존과 성장, 그리고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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