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역습’ 가시화?…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美 증시 [머니+]](http://www.ekn.kr/mnt/thum/202602/rcv.YNA.20260214.PRU20260214062001009_T1.jpg)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경영진과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이 여러 산업의 사업모델을 붕괴시킬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서다.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기업이라면 언제든 'AI 공포'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수익 모델이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하는 주장도 나온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실적 시즌이 시작되기 전 예상치였던 8.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전체 기업의 75% 이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S&P500 지수는 작년 9월 초 이후 지금까지 6500~7000 박스권에서 횡보세를 이어가며 좀처럼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AI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심리가 꾸준히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AI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증시 랠리를 견인한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작년 하반기부터 부각됐고 최근에는 AI가 기업 이익 자체를 잠식할 수 있다는 공포마저 등장하면서 시장이 짓눌리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앤트로픽이 내놓은 AI 도구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면서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불안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데이터 서비스, 자산관리, 부동산 서비스, 물류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 그룹은 작년 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BRE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어난 116억3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와 부합했고, 조정후 주당순이익(EPS)은 17.7% 급등한 2.73달러로 집계, 예상치를 상회했다. CBRE의 밥 설렌틱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자료에서 “2025년을 매우 강한 흐름으로 마무리했다"며 “4분기 매출과 조정후 EPS는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장기적으로 AI가 사무실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자 주가는 이틀 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컨퍼런스콜에서 AI 위협이 언급된 횟수는 전 분기 대비 거의 두 배 증가했다"며 “아직까지 AI가 실적 전망치를 본격적으로 끌어내리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기다리지 않고 AI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의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짚었다. 싱귤러뱅크의 로베르토 숄테스 전략 총괄은 “시장은 늘 그렇듯 먼저 반응하고 나중에 질문한다"며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앞으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기 전까지 압박을 가할 태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글로벌 투자은행 UBS이 AI로 위험에 처한 주식들을 직접 선정한 바스켓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40~50% 급락했다. 써니 자산운용의 장 에드윈 레아 펀드매니저는 “디지털 기반 사업일수록 취약하다는 흐름은 분명하다"며 “증시 관점에서 보면 물리적 실체가 있는 산업이 디지털 산업보다 단기적으로 훨씬 높은 확실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속한 아시아 증시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지출 경쟁이 완화돼야 AI 공포에 따른 투매도 진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이 계속될수록 AI의 활용 속도와 범위는 더욱 늘어나 산업 전반에 미칠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이같은 투매를 진정시킬 가장 분명한 요인은 하이퍼스케일러 중 한 곳이라도 설비투자 축소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투자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일란 우려도 여전하다. 올해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4개 기업이 AI에 66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MS와 아마존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각각 16% 넘게 하락했다. AI 경쟁에서 승자로 거론되던 알파벳조차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11% 떨어졌다. 메타 역시 호실적으로 주가가 한때 급등했지만 예상보다 큰 설비투자 부담이 부각되자 13% 급락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AI가 산업 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과 AI에 투자된 수천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조만간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두 가지 공포가 현재 주식 시장 혼란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같은 이중 불안은 연쇄적인 투매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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