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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럼프로 촉발된 국제 금·은값 역대급 폭락…중국인들이 낙폭 키웠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과 은 가격이 하루 만에 수직 낙하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소식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번 폭락의 도화선이 됐지만, 그간 금·은값을 밀어 올렸던 중국인들의 투기적 자금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금값, 10여 년 만에 최악의 하루…은값은 '사상 최대' 폭락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5375.24달러에서 다음날 4894.23달러로 하루 만에 9% 급락해 10여 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같은 기간 국제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85.20달러로 26% 폭락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귀금속 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미 확산돼 있었다. 하지만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데다 시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이처럼 빠르고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난 것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세계 주요 귀금속 정제업체 헤라우스 프레셔스 메탈스의 도미니크 스퍼젤 트레이딩 총괄은 “내 경력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광적인 장세"라며 “금은 안정성의 상징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안정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귀금속 정제·거래 업체인 MKS PAMP의 닉키 실즈 금속 전략 총괄은 지난달 30일 폭락장을 두고 “포물선적이고, 광란에 가까우며, 거래가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표현하며 “2026년 1월은 귀금속 시장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컸던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워시 지명' 소식에 强달러로 반전…랠리 붕괴의 도화선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촉발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달러 가치가 급등했고, 이는 약(弱)달러를 전제로 형성돼 있던 귀금속 랠리의 붕괴로 이어졌다. 통상 금·은 가격과 달러 가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동안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데는 달러 대안으로 금을 사들인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뒷받침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서방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폐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열풍이 불며 상승세가 가속화됐다. 그 결과 작년 금값은 65% 급등하며 1979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베네수엘라·이란 등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면서 달러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 금 현물 가격 상승률은 한때 25%에 달했다. ◇ 역대급 랠리에 가세한 중국인들 그러나 최근 몇 주간의 상승은 특히 중국인들의 투기 자금에 의해 더욱 격화됐다. 개인 투자자부터 대형 펀드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금·은 등의 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추세를 추종하는 CTA(상품거래자문사) 자금까지 가세하며 거품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광풍은 특히 은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은 시장은 연간 공급량이 980억달러로 금 시장(7870억달러)에 비해 현저히 작아 가격 왜곡에 취약하다. 실제 은 가격은 지난해에만 150%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한때 63%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대표적 은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ETF(티커명 SLV)'의 거래대금은 4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애플과 아마존의 거래대금을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26일에도 거래대금이 400억달러에 육박했는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SLV의 일일 거래대금이 20억달러를 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옵션 시장에서도 열풍이 불었다. 최근 몇 주간 금·은 ETF의 콜옵션 미결제약정과 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SLV 콜옵션 거래량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를 웃돌았다. 미결제 콜옵션이 과도하게 쌓이면 딜러들이 포지션 헤지를 위해 기초자산을 사들여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스퀴즈' 현상이 발생한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에서 원자재 총괄로 근무했던 알렉산더 캠벨은 “스퀴즈로 올라갈 때 기계적으로 더 사야 하는 구조"라며 “그래서 이렇게 빠르게 오르고 내린다"고 설명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해트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펀더멘털이 아닌 모멘텀 트레이드로 변했다는 점을 3~4주 전부터 이미 파악했다"며 “우리는 이런 일(가격 폭락)이 벌어질 때까지 그냥 올라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 반전은 단 10분 만에…향방은 다시 중국으로 이 같은 귀금속 열풍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달러화 약세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을 때 정점을 찍었다. 금값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5595달러까지 치솟았고, 은값은 121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반전은 순식간이었다. 지난달 29일 미국 시장 개장과 함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금 가격은 불과 10분 만에 온스당 200달러 이상 급락했다. 이어 다음 날인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전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중국 투자자들이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서며 대폭락이 발생했다. 캠벨은 “중국이 팔았고 우리는 그 후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귀금속 시장의 향방도 중국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귀금속 현물 수요가 강한 춘절(설)을 앞둔 조정 구간이 새로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중국에서 '패닉 셀' 조짐은 아직 없다는 것이 현지 트레이더들의 전언이다. 선전 구오싱 프레셔스 메탈의 류슌민 리스크 총괄은 “금은 상대적으로 강세이고 최근 이틀간도 춘절 전에 장신구와 골드바를 사려는 저가 매수자들이 많다"며 “반면 은의 경우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현대모비스, 지난해 해외 완성차 수주 13조원 돌파…목표 초과 달성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제외한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총 91억7000만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고 2일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목표 수주액 74억5000만달러 대비 23%를 상회한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전동화부품 신규 수주, 고부가가치 전장부품 공급 확대, 중국·인도 등 신흥국 시장 공략을 통해 이 같은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의 글로벌 메이저 고객사 두 곳으로부터 각각 전동화 핵심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과 섀시모듈을 공급하기로 하는 수주를 이끌어냈다. 보안 유지를 비롯한 계약 관례와 양산까지의 변동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고객사명과 세부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고부가가치 사업분야인 전장부품에서도 다양한 수주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북미 메이저 고객사로부터는 첨단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제품을 수주하고, 한 세단 전문 브랜드에는 사운드시스템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사운드 시스템 역시 현대모비스가 고급 브랜드로 공급처를 늘린 품목이다. 현대모비스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을 대상으로도 제동과 조향, 안전부품 등 핵심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인도에서는 현지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자 이들 고객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부품공급 전략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중국시장 역시 로컬 전기차 브랜드에 차별화된 소싱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성과를 이끌어 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에도 주요 권역별로 차별화된 영업전략과 핵심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대비 30%가량 높은 118억4000만달러(약 17조1000억원원) 규모의 글로벌 수주 목표를 함께 제시했다. 이는 전년과 유사한 규모의 핵심부품을 수주함과 동시에 대규모 모듈 수주도 함께 고려한 수치다. 조재목 현대모비스 글로벌영업담당 전무는 “올해에도 불투명한 대외 환경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동화와 전장 등 핵심부품 경쟁력을 앞세워 전년 실적을 뛰어넘는 수주활동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밸런타이데이 앞두고 ‘덕심’ 잡기 경쟁…캐릭터 마케팅 불지피는 편의점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국내 편의점업체가 일제히 기획 상품을 출시하며 판매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마니아층을 갖춘 '캐릭터IP'를 전면에 내세운 협업 제품으로 화제몰이에 나선 분위기다. 2일 GS25에 따르면, 화이트데이가 예정된 오는 3월까지 두 달 간 '달콤페스티벌' 행사를 연다. 몬치치·몽모·셔레이드쇼·카카오 이모티콘 등 각종 캐릭터부터 플레이브 등 인기 버추얼 아이돌그룹 등 다양한 IP를 활용한 선물세트와 키링·인형을 주로 판매한다. 판매 초기지만 고객 호응이 뜨겁다. 이날 기준 플레이브와 몬치치는 우리동네GS 앱 인기 검색어 3~4위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상품 재고를 찾거나 픽업·예약 주문을 위해 앱에 방문한 소비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 예판을 받은 일부 상품은 이미 품절 상태다. 지난 달 28일 GS25는 '몬치치X기묘한 이야기' 협업 키링 사전 예약을 진행했는데, 하루 만에 1만개 전량 완판됐다. 몬치치는 1974년 일본 완구회사 세키구치사가 만든 원숭이 캐릭터로, 50여년이 지금까지 국내에서도 팝업 행사가 열릴 만큼 팬층이 두텁다고 평가받는다. 경쟁사인 CU도 레트로 감성을 살려 국내외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장수 캐릭터들을 꺼내들었다. 1996년 2월 첫 등장한 '포켓몬'과 1950년 탄생한 만화 '피너츠' 속 강아지 캐릭터 '스누피'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번 협업 상품은 인형·키링 등 기본 굿즈를 포함해 총 17종으로, 한정 수량만 준비해 소장 가치를 극대화했다. 특히, 스누피 상품의 경우 리유저블 백·패딩 파우치·접이식 테이블 등 캠핑·생활 잡화류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나아가 오는 4일부터 18일까지는 기존 올림픽광장점을 활용해 스누피 특별 컨셉스토어도 운영한다. 이 밖에 세븐일레븐은 헬로키티·위글위글·이나피스퀘어 등 인기 IP 20종을 총출동시킨다. 리빙·패션·팬시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총 120여종의 협업 상품을 판매한다. 이마트24는 오는 13일까지 인기 캐릭터 '슈야토야' IP를 접목한 단독 기획세트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슈야토야는 각각 슈크림과 초콜릿에서 태어난 두 마리의 토끼 캐릭터로, 카카오톡에서만 50개 이상의 이모티콘 시리즈를 보유할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뜬 캐릭터 IP를 가지고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다양하게 가지고 오냐도 경쟁 요인"이라며 “최근에는 소수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 신생 캐릭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전보다 더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청년 생각하면 ‘부동산 대책 갈등’ 멈춰라

1·29 공급대책을 계기로 부동산 공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충돌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에 총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등 가용 부지를 총동원하겠다는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3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등 일부 핵심 지역의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시장이 불안해진 것에 따른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 “부동산(자산 집중) 망국병"이라는 강한 어조를 동원하면서 보유세제 개편을 포함한 강경한 대책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대책 발표 약 4시간 만에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8000가구 공급이 국제업무지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고, 태릉CC 공공주택 공급 역시 그린벨트 해제 면적에 비해 주택 공급 효과가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공방은 주말에도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태릉CC 사업지의 약 13%가 조선 왕릉 보존지역과 겹친다고 비판했다. 종묘 보존을 이유로 세운상가 개발을 제동 걸었던 정부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토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선행을 분명히 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직접 반박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는 원인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정책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정부와 서울시 모두 공방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상황이다. 부동산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포함한 전 세대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진다. 현재 시장에 필요한 것은 정책 주도 싸움이나 책임 공방이 아닌 현실적인 해법이다. 정부나 오 시장이나 정치적 이해 득실이 아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협상과 협력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 망국병'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마따나 이대로 부동산 시장을 방치할 경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지속가능할 수 있을 지 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다. 더 이상 부동산 투기 때문에 초고령화·양극화, 인공지능(AI)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사회·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훼손당해선 안 된다. 부동산은 정쟁의 소재가 아닌 최우선 협력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환경 포커스] 플라스틱 남용, 인류 사회에 엄청난 건강비용 청구한다

플라스틱 오염이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오는 2040년까지 인류 전체로부터 건강 수명(건강한 시간)을 8300만 시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을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전(全) 수명 주기 평가(life-cycle assessment, LCA) 기법을 통해 플라스틱이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의학·환경 분야 저널인 '랜싯 지구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플라스틱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다 연구팀이 사용한 핵심 분석 틀인 LCA는 특정 제품이나 물질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원료 채굴부터 생산과 운송, 사용, 폐기 또는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쓰레기 처리나 재활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석유·가스 추출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 건강 피해를 계량화하기 위해 사용된 지표가 장애보정 생존년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다. DALY는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과, 조기 사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명을 합산한 지표다. 1 DALY는 '건강한 삶 1년의 상실'을 의미한다. 즉 DALY가 클수록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건강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는 또한 BAU(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정책, 생산 방식, 소비 패턴이 유지되고 추가적인 구조적 변화가 없을 경우의 미래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기준선인 셈이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생산·소비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16년부터 204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건강 피해는 약 8300만 DALY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 세계 인류가 플라스틱으로 인해 8300만 년에 해당하는 건강한 삶을 잃는다는 의미다. 특히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된다. 2040년 한 해에만 약 450만 DALY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플라스틱 문제가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해로운 단계는 '버린 뒤'가 아니라 '만들 때'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플라스틱 수명 주기 중 인류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단계가 폐기나 재활용이 아니라 '1차 플라스틱 생산' 단계라는 점이다. 2016년 기준으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이를 폴리머로 전환하는 이 단계가 전체 건강 부담의 약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기후 변화를 심화시켜 폭염과 홍수, 식량 불안, 감염병 확산을 키운다. 동시에 초미세먼지(PM2.5)는 심혈관 질환과 폐암 사망 위험을 높이며, 각종 독성 화학물질은 암과 호르몬 교란, 비전염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산 다음으로 건강 피해가 큰 단계는 폐기물의 노천 소각(open burning)으로 15%를 차지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심각한 공기 오염과 독성 노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약 3%는 폐기물 수거 및 운송, 산업용 소각, 위생 매립, 덤프사이트(비위생 매립지) 등에서 발생한다. 또한, 오는 2040년에는 1차 플라스틱 생산이 전체 피해의 63%를 차지해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대체재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으로 인한 피해가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노천소각은 관리가 개선되면서 비중이 5%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재활용 공정이 확대됨에 따라 약 5%로 비중이 늘고, 산업용 소각도 약 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이 중요한 이유 이 연구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한다. 재활용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일 정책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건강 피해의 대부분이 이미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재활용을 아무리 늘려도 핵심 피해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둘째, 재활용 공정 자체도 에너지 사용과 배출을 동반하며, 특히 화학적 재활용은 오히려 건강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셋째, 현재 추세대로라면 플라스틱 수요는 2050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재활용만으로 증가분을 상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대체 물질조차 없는 단순한 1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만으로도 건강 피해와 배출량을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후 변화, 공기 오염, 화학물질 노출이라는 세 가지 위협을 동시에 낮출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해법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기물 관리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 대책으로는 ▶전 지구적 플라스틱 생산 상한 설정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조적 감축 ▶재사용 시스템 확대 ▶폐기물 수거·처리 인프라 개선 ▶플라스틱 화학물질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 제시됐다. 특히 국제적 구속력을 갖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s Treaty)'을 통해 생산량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 한, 건강 피해 증가는 막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에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직접적인 건강 피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해당 피해가 작아서가 아니라, 정량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LCA 방법론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노출 경로와 건강 영향을 충분히 반영할 만큼 발전하지 않았고,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 정보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 때문에 8300만 DALY라는 수치가 실제 피해를 10분의 1 이하로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즉,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플라스틱의 건강 비용은 훨씬 클 수 있다. 이 경우 플라스틱 생산보다 사용이나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생산 단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한 논쟁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협약 협상에서 선진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중국 등 플라스틱 생산국에 대해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생산국들은 생산을 줄이기보다는 재활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플라스틱 문제는 쓰레기의 문제가 아니라 추출과 생산의 문제이며, 인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활용보다 먼저 덜 만들고, 덜 쓰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플라스틱의 숨겨진 비용은 앞으로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수명을 깎아먹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슈&인사이트] 2026년의 각성: ‘금융 안정’의 요새와 WGBI라는 구원투수

2026년 1월 15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에 발맞춘 '추가 인하'라는 선물을 기대했지만, 금통위의 대답은 '기준금리 2.50% 동결'이라는 차가운 현실이었다. 특히 이번 결정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유지해온 “금리 인하 기조 유지"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당분간 금융 안정을 위해 긴축적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고차원적인 인내를 선언한 점이다. 1. '포워드 가이던스'의 실종과 하이브리드 긴축의 시대 연준이 매월 400억 달러의 단기 국채를 사들이며 '스텔스 QE'를 단행하고 있음에도 한국은행이 '동결'이라는 빗장을 걸어 잠근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2025년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를 옥죄어온 '서울 집값'과 '고환율'이라는 두 괴물 때문이다. 한은은 연준의 유동성 파티가 국내 자산 시장의 투기적 수요로 전이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금리 수준을 조절하는 차원을 넘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LTV, DSR 강화)과 금리 정책이 결합된 이른바 '하이브리드 긴축'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한다. 2. 1,400원의 사투: 외환 방어의 '뉴 노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 안착하면서 수입 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 압력은 한국 경제의 상수가 되었다. 서학개미들의 거센 해외 투자 행렬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세가 맞물리며 외환보유액은 2025년 12월 한 달 만에 26억 달러가 급감,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와 한은은 2026년 1월 말부터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KRW FX Bonds)' 발행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달러를 팔아 원화를 방어하는 소극적 개입에서 벗어나, 외국인들에게 원화 채권을 직접 팔아 원화 수요를 구조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한국 국채의 신용을 담보로 외환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진화된 방어 기제다. 3. 4월의 약속, WGBI라는 구조적 변곡점 환율과 금리의 딜레마를 풀 핵심 열쇠는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다. 2026년 April(4월)부터 8개월간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WGBI 편입은 한국 국채 시장에 약 560억 달러(약 75조 원) 이상의 안정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을 보장하는 강력한 구원투수가 될 전망이다. 이전의 자금이 단기 수익을 쫓는 '핫머니(Hot Money)'였다면, WGBI를 타고 들어올 자금은 글로벌 연기금 등 장기 보유 성향의 '안정적인 자본'이다. 이 자금의 유입은 국채 금리를 낮춰 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원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공간을 넓혀줄 것이다. 4. 생산적 유동성으로의 물꼬: AI와 반도체의 승부수 결국 2026년 한국 경제의 성패는 넘쳐나는 유동성이 '부동산'이라는 늪에 빠지느냐, 아니면 '미래 산업'이라는 엔진으로 흘러가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유동성 공급의 타겟을 AI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2026년 1.8%라는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통한 착시 효과보다는, WGBI 편입으로 확보된 안정적인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2026년은 더 이상 연준의 입만 바라보는 시대가 아니다. WGBI 편입이라는 글로벌 자본의 인정과 원화 표시 채권 발행이라는 자주적 방어 수단, 그리고 산업 구조의 생산적 전환을 통해 우리는 '부채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준이 튼 유동성의 수도꼭지가 우리에게 홍수가 아닌 단비가 되게 하려면, 이제는 금리라는 계량적 수치보다 '구조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수현

부채표 가송재단·대한의학회, 제11회 의학공헌상 김동집 교수 선정

부채표 가송재단과 대한의학회는 '제11회 대한의학회 의학공헌상' 수상자에 김동집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를, '제16회 윤광열 의학상' 수상자로 조명래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시상식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의학회 2026년도 정기총회에서 진행됐다. 대한의학회 의학공헌상은 우리나라 의학 발전 기반 조성에 헌신적으로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김동집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혈액학 발전과 조혈모세포이식을 이끈 선구자로서 학문 발전 및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장,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장, 보건의료기술연구기획평가단장, 대한적십자중앙혈액원장과 대한혈액학회 회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에 성공했으며, 후학 양성을 통해 혈액 및 면역 질환 연구자를 배출해 우리나라 난치성 혈액질환 치료 분야의 의료 수준 향상에 이바지했다. 윤광열 의학상은 국내 학자들의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국내 학술지에 투고하는 것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한국 의학 학술지의 국제화를 견인하기 위해 부채표 가송재단과 대한의학회가 2009년 공동 제정한 상이다. 최근 10년간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에 게재된 논문 중에서 피인용 횟수와 인용한 학술지의 IF 합을 구해 가장 높은 점수의 논문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이번 윤광열 의학상 수상자인 조명래 교수는 '근감소증의 병태생리, 진단, 치료 및 향후 연구 방향' 논문의 책임저자로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논문은 노화로 인해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근감소증을 주제로, 발생 원인과 진단, 치료 방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다. 고령화 사회에서 근감소증 관리의 중요성을 학문적으로 조명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총 194회 인용되며, 윤광열 의학상 심사 기준인 학술적 기여도와 영향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채표 가송재단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윤광열 동화약품 명예회장과 부인인 김순녀 여사의 사재 출연을 통해 2008년 4월 설립됐다. 재단은 의학공헌상과 윤광열 의학상 외에 △윤광열 약학상(2008년 대한약학회 공동제정) △윤광열 약학공로상(2019년 대한약학회 공동제정)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2012년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동제정) 등을 제정해 학술연구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실하고 우수한 대학생 인재를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E칼럼] 충분한 전력 확보 위해 시간과 공간도 고려해야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NASA 우주인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생존하여 지구로 돌아오는 내용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화성 우주 기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는 물, 공기, 감자와 같은 재배 가능 식물 등 얼마 안 되는 각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마크 와트니가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시간과 공간이다. 주어진 시간과 좁은 공간 속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한 전력의 확보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 고려사항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도 최근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확정하고 부지 선정 작업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과 공간이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천지 원전을 추진하였던 영덕을 비롯해 울진, 울주 등 여러 곳이 신규 원전 부지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되어 부지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므로 신규 원전은 지금부터라도 당연히 추진해야 할 옵션이다. 좁은 국토에서 불과 몇 년 후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발전설비의 건설과 함께 필요한 것은 전력망의 건설이지만 현재 전력망의 건설은 곳곳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강원지역에서 백두대간을 건너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HVDC와 하남시 변전소 건설이 늦어지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북과 충청권을 거쳐 수도권 반도체 단지로 연결되는 전력망의 건설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송전망도 2029∼2038년까지 호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중 수도권으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는 시기는 2030년 중반 이후로 예상된다. SMR은 공간을 아낄 수 있고 또 추가적인 송전망 건설 없이 반도체 단지나 데이터센터에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SMR 모델과 안전규제 프로토콜이 확정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인근 주민들의 동의 같은 입지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말이다. LNG 발전소는 어떤가? 건설 기간은 4년 정도 예측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가스터빈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AI에 따른 전 세계 전력 부족으로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급증하여 지금 주문을 넣어도 GE, 미쓰비시, 지멘스 등 빅 3는 2030년 이후에나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공급 부족으로 가스터빈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두산 에너빌리티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런 점에서 4년 후라는 전제를 둔다면 LNG 발전소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수도권에 추가로 지을 수 있는 발전설비는 수도권의 좁은 지역에서 높은 밀도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도권이 발전설비가 입지하기 어려운 지역임을 감안하여 주민 수용성이 좋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LNG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설비는 지역난방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지역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비용도 고려해야 하나 연료전지를 통한 발전과 열의 공급은 시간을 앞당길 수 있고 공간도 적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따른 일시적 전력부족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 이미 그 틀이 잡힌 에너지 전환의 시간 제약 안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시간표를 다시 짤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석탄발전소의 문을 닫는 시간이 연장된다. 이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남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시간과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전력 공급을 위해 모든 선택지를 다 검토할 수밖에 없다. 조성봉

[이슈+] ‘이제까지 이런 랠리는 없었다’…코스피·코스닥 1월 ‘동반 20%대’, IT 버블 후 25년 만

▲크레이시(CRAiSEE) 1월 국내 증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출발을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2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연초 랠리를 연출했다.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상승률이며,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수익률 격차가 뚜렷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은 각각 24%씩 상승했다. 연초부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 강세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 역시 중소형 성장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며 동반 급등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1월에 동반 20%대 급등세를 연출한 것은 수십 년간의 시계열상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연도별 1월 흐름과 비교하면 올해의 특수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최근 10년간 1월 등락을 보면 지난해 1월에는 코스피가 5%, 코스닥이 7% 상승했다. 2024년에는 각각 -6%, -8%로 동반 약세를 보였다. 2023년에는 코스피 8%, 코스닥 9% 상승했고, 2022년에는 글로벌 긴축 여파로 코스피 -11%, 코스닥 -16%의 급락을 겪었다. 2019년과 2021년에도 상승 흐름은 있었으나 한 자릿수 등락에 머물렀다.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2018년(14%) 역시 코스피 상승률은 4%에 그쳤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1월은 코스피·코스닥이 동시에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출발로 평가된다. 월별 흐름으로 넓혀 봐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20%대 상승률을 기록한 사례는 제한적이다. 가장 최근 양대 지수가 동시에 10%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 2020년 11월이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와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를 배경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4.3%, 11.8% 상승했다. 그 이전으로는 2001년 11월, IT 버블 붕괴 이후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국면에서 코스피 19.7%, 코스닥 12.7% 상승이 나타났다. 다만 당시에는 위기 이후 급격한 되돌림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현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1999년 IT 버블 시기에는 월평균 기준으로 코스피 10~20%, 코스닥 20~50%에 달하는 급등이 이어졌지만, 이는 코스닥 중심의 비정상적 과열 국면이었다. 올해 1월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1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포함한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인의 매수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 기간 개인은 14조702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3140억원 순매수로 소폭이나마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기관은 18조3140억원 순매도로, 연초 급등 이후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 뚜렷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 주도의 수급 구조가 나타났다. 1월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은 10조88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9조2530억원 순매도로 차익 실현에 나섰고, 외국인은 5260억원 순매수로 소폭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정책 기대가 반영된 중소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기관의 선별적 매수가 유입된 반면, 개인은 급등 이후 비중 조정에 나선 모습이었다. 글로벌 증시와의 비교에서도 국내 증시의 상대 강도는 분명하다. 올해 1월 기준 한국 코스피는 24%, 대만 가권지수는 12.3% 상승한 반면, 미국 S&P500은 1.9%, 유럽 유로스톡스50은 2.5%, 일본 TOPIX는 4% 상승에 그쳤다. 국내 증시의 급등 흐름 중심에는 코스피의 반도체 주도 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가시성이 빠르게 개선되며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됐고, 월말로 갈수록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서 지수의 추가 턴업을 자극했다. 실적 전망 상향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났다는 평가다. 코스닥의 급등 역시 단순한 추격 매수로만 보기는 어렵다. 연초 조정 국면에서 낙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되돌림 성격의 매수가 유입된 데다,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중소형 성장주 전반으로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일부에서는 코스닥 강세를 코스피 자금 이탈로 해석하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구조적 위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증시에 대한 눈높이 역시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기존 5300선이던 코스피 목표치를 5800선으로 상향 제시했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며 지수의 중장기 상승 여력이 확대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연초 급등 이후에는 업종 간 순환과 단기 변동성을 동반한 조정 국면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주도의 지수 레벨업 이후에는 업종 간 순환매를 동반한 2차 상승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4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단기 과열 해소와 함께 매물 소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는 내수주 중심의 순환매에 대응하되,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실적 가시성이 확보된 업종은 중기 관점에서 매집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경기도 평화누리길 12코스, ‘역고드름’ 보고 읽고 걷다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평화누리길은 경기도 DMZ 접경지(김포-고양-파주-연천) 4개 시-군을 잇는 최북단 도보 여행길이다. DMZ 인근 철책선을 따라 걸으면서 분단 현실 체감은 물론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길로도 유명하다. 2010년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총 12개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길이는 약 189km 안팎이다.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됐다. DMZ와 인접한 평화누리길은 사계절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계절별 색깔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DMZ 사색(四色)하다'를 주제로 월별 가볼 만한 평화누리길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2월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겨울철 가볼 만한 평화누리길 12코스를 톺아본다. 경기도 연천군에 자리한 평화누리길 12코스 이름은 '통일이음길'이다. 이 길은 대한민국 허리를 관통하던 철도, 경원선을 따라 걷는다. 신탄리역, 대광리역, 신망리역은 지금 기차 대신 사람 발걸음만이 이어지고, 분단의 시간과 일상의 풍경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한때 북으로 향하던 철길이 멈춘 자리에서, 통일이음길은 묵묵히 남과 북을 잇는 상징 같은 길이 됐다. 이 길을 걷는다는 건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멈춰 선 역사 위를 천천히 되짚는 경험이다. 통일이음길의 인상적인 시작은 강원도 철원과 맞닿은 끝자락, 폐터널 속 '역고드름'이다. 연천의 역고드름은 경원선 철길 아래 남아 있는 오래된 터널에서 만날 수 있다. 터널 바닥에는 수백 개의 고드름이 아래에서 위로 솟아 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라 마치 얼음 숲에 들어온 듯하다. 이는 2005년, 마을주민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6.25전쟁으로 터널 상판에 생긴 균열 사이로 스며든 물이 얼어붙으며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그때 밝혀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드름이 거꾸로 자라는 이유는 두 가지다. 떨어진 물이 바닥의 얼음 위에 반복해 맺히며 위로 자라기도 하고, 얼음 표면의 미세한 물 분자가 지하의 물을 끌어 올려 고드름을 키우기도 한다. 위아래로 자란 고드름이 맞물린 터널 안은 마치 입을 벌린 상어의 이빨처럼 보인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만날 수 있는 이 풍경은,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 떼처럼 대한민국 역동성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평화누리길 12코스, 통일이음길은 역고드름처럼 '거슬러' 걷는 길이다. 자연과 시간, 역사를 거슬러 걷는 느낌이 이 코스 매력이다. 길은 고대산 자락을 스치듯 지나간다. 고대산 자연휴양림의 겨울 풍경은 조용하고 단정하다. 눈 덮인 숲길과 차분한 공기가 걷는 이를 자연스럽게 느리게 만든다. 신탄리역에서 대광리역, 다시 신망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으로 전철1호선이 연천역까지 연장 운행돼 현재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대신 차탄천 천변길이 걷는 이의 동반자가 된다. '차탄천'이란 이름은 '수레여울'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초, 이방원이 이양소를 만나기 위해 가던 길에 수레가 빠졌다는 설화도 함께 흐른다. 길은 옥계리로 이어진다. 이곳은 한때 38선 이북, 북한 땅이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 제4사단이 전진 배치되고, 이후 국군과 유엔군, 북한군과 중공군이 번갈아 오가며 전선이 수없이 바뀌었다. 지금은 조용한 마을이나 땅속에는 치열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종착 무렵, 평화누리길 어울림센터가 나타난다. 종주자 쉼터이자 인증샷 명소다. 어울림센터에는 평화누리길 12개 코스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인근 연천 로하스파크를 지나 옥녀봉에서 노선을 잠시 벗어나면 '그리팅맨' 조각상이 길손을 맞는다. 15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 이 조형물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상징한다. 해발 205m의 옥녀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연천 전경은, 걷는 동안 쌓인 생각을 말끔히 씻어준다. 통일이음길은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지가 아니다. 천천히 걸으며 생각이 쌓이는 길이다. 거꾸로 자라는 고드름처럼, 이 길은 당연하게 여겨온 방향을 다시 묻게 한다. 멈춘 철길 위에서 이어지는 발걸음,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다. 걷다 보면 '통일'이란 단어를 굳이 크게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그 의미가 부풀어 오른다. 역이 세 개나 이어지는데도 기차 소리는 들리지 않고, 대신 바람 소리와 발밑 자갈 소리, 차탄천 물소리가 길을 채운다. 이 고요함이 오히려 많은 말을 건다. “우리는 무엇을 잇고 싶었을까, 무엇을 멈춰 세웠을까." 통일이음길은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남기는 길이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연천의 겨울이 끝나갈 무렵, 너무 멀리 떠나지 않고도 '걷는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다면 평화누리길 12코스는 꽤 좋은 선택이다. 특히 역고드름이 남아 있는 2월이라면 길을 걸을 이유가 충분하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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