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아껴라”…한국 등 아시아, ‘환율 방어’ 공식 바꿨다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08/rcv.YNA.20260703.PYH2026070308840001300_T1.jpg)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고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까지 커지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이 외환보유액을 직접 소진하지 않고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을 잇따라 동원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와 미국·이란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향후 추가 충격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아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기업들의 달러 자금을 국내로 보다 빠르게 들여오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난달 원화 가치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달러당 1559원 수준까지 치솟아(원화 약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해 조달한 265억달러 일부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졌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한때 1418원까지 떨어져 2025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률은 약 8%로 2022년 11월의 9%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원화 강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는 올해 상반기 약 7% 하락하며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부진했지만 이번 분기 들어서는 9% 넘게 상승해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유입되고 있지만,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앞선 보도에서도 “SK하이닉스의 달러 매도는 단일 기업의 움직임만으로도 외환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는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하기보다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정부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인도·대만 등도 '민간 달러' 확보에 총력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서도 외환보유액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해외에 있는 달러 자금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외화 자금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국영기업의 해외 차입과 은행의 외화예금 유치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도는 여기에 환헤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현지 은행들이 해외 거주 인도인들에게 매력적인 금리의 외화예금을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6월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7월 말까지 외화예금으로만 약 367억달러가 유입됐다. 해외 외화대출과 상업차입 등을 포함하면 전체 유입액은 약 41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달러 유입에 힘입어 인도 루피화는 지난 5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반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올해 말까지 인도로 최대 8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외국계 자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최근 두 달간 채권시장으로 16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대만 당국도 자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낼 때 수출기업들에 미국 달러를 매도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클라우디오 피론 아시아 외환 및 금리 전략 총괄은 “여러 동기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조적으로 높아진 변동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아시아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각국은 자국내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며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 유가 충격에 취약한 아시아…“문제는 자본 흐름" 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환율 방어 수단을 찾는 배경에는 중동발 유가 충격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반면 중남미 신흥국들은 아시아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상당수가 산유국이어서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도 상대적으로 작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인도 루피, 태국 바트는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22개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올해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5개 통화에 포함됐다. 반면 콜롬비아 페소와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등 중남미 통화는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시아 통화의 약세를 경제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알파인매크로와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M&G인베스트먼츠 등 해외 기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수지 흑자와 견조한 거시경제 펀더멘털, 강한 수출, 증시 호황 등을 감안하면 최근 아시아 통화의 약세폭이 예상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M&G인베스트먼트의 로우 관 이 아시아 채권 총괄은 “이같은 불균형의 원인은 무역 펀더멘털보다는 자본 흐름의 구성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통화 약세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각국 정부는 앞으로도 외화 유입원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MUFG은행의 마이클 완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국제유가와 엘니뇨, 미국 국채금리, 달러화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등 글로벌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더 많은 정책 여력을 남겨두고 있다"며 “더 많은 달러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이들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전략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준에 서학개미까지…원화 강세 지속은 '미지수'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은 향후 아시아 통화 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위원 3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지나치게 늦출 경우 향후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야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코스피 폭락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원화의 지속적인 강세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해 개인들이 지난달 미국 주식을 46억달러어치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미국 주식 순매수액인 2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22% 폭락한 코스피가 이달에도 4% 넘게 하락하고 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가 지난 7일 7757.64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지속될 경우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최근의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계속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자금 유출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원화의 지속적인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우호적인 포트폴리오 흐름이 형성될 수 있는 경로는 매우 좁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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