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잇단 인수합병(M&A)과 관계사 자금거래를 거쳤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 일련의 거래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잇따른 최대주주 손바뀜 이후 외형 성장과 재무상태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총이익은 꾸준히 늘었다. 매출원가 상승에도 매출액 증가가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반면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급격히 치솟았다. 최대주주가 에프에스엔(FSN)으로 바뀐 2024년을 전후해 수백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잇따랐고, 인수 회사에는 별도의 자금 대여까지 이어졌다. 본업은 성장했음에도 M&A와 특수관계자 자금거래가 회사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구조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FSN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2024년과 맞물린다. 2023년 말 51.21%였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245.36%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에는 369.80%까지 치솟았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226.25%까지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3년 22.25%에서 지난 1분기 53.04%로 상승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의 재무안정성과 차입 부담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200%,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같은 기간 본업의 외형은 오히려 좋아졌다. 매출은 2023년 429억원에서 2024년 577억원, 지난해 76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도 꾸준히 늘었는데, 특히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135%에 달했다. 실제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51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영업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2023년 19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늘었다. 판매관리비가 89억원에서 16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가 된 2024년 4월, 하이퍼코퍼레이션은 M&A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 문제는 M&A 대상 기업이 FSN의 비상장 계열사이거나, 계열사가 투자한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퍼코퍼레이션은 메이크어스 지분 인수에 약 79억원, 이모션글로벌에 약 59억원, 핑거랩스에 약 166억원을 투입했다. FSN과 연관된 기업 인수에만 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FSN이 하이퍼코퍼레이션을 통해 부실 계열사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하이퍼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그 피해를 일반 주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인수 당시 이들 회사의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핑거랩스는 2024년 142억원, 2025년 21억원의 당기손실을 냈다. 이모션글로벌은 2024년 취득후 지난해까지 누적 당기순손익 16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억7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메이크어스의 경우에는 결국 지난해 8월 보유 지분 전량을 28억원에 처분하며 관계를 정리했다. 당초 지분 취득에 약 79억원을 투입했던 점을 고려하면 처분가는 취득가보다 약 51억원 낮은 수준이다. 투자금의 약 3분의 1만 회수한 셈이다. 회사도 M&A가 재무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점을 인정했다. 기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했으나, 일부 투자와 사업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상석 대표는 본지에 “대표이사로서 이러한 결과에 대한 경영적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지난해부터 비핵심·저수익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부채 상환과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의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인수 대상 기업과 하이퍼코퍼레이션 사이에 충분한 사업적 연관성이 있고, M&A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면 달리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당시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주력 사업과 인수 기업들의 사업영역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하이퍼코퍼레이션은 FSN 측이 경영권을 확보한 시점에 맞춰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소프트웨어 자문 및 유지보수, 컴퓨터 프로그래밍, 인터넷 콘텐츠 공급 등 사업목적을 대거 추가했다. 이후 인수한 세 회사의 사업영역은 새로 추가된 사업목적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다만 정관상 사업목적을 추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력 사업이 유통인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이들 기업에 수백억원을 투입한 경제적 타당성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인수한 계열사가 당장 적자를 내더라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면 기술이나 인력, 영업망 등을 공유하면서 중장기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유통업을 영위한다. 인수한 기업들과 사업영역이 달라 기존 사업의 노하우를 축적하거나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간접적인 효과도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수백억원을 투입한 M&A가 실적뿐 아니라 본업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M&A에 따른 연결 대상 확대, 신규 사업 투자 및 인력·조직 운영비용, 일부 사업의 초기 비용과 구조조정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외형 성장의 효과가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며 “회사는 현재 외형 성장 자체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경영기조를 전환하였으며, 저수익·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커머스·페이먼트 등 실질적인 현금 창출능력이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액을 들여 지분을 인수한 뒤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2024년부터 올초까지 인수·관계회사에 수십억원 규모의 단기대여금을 제공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핑거랩스다. 올 1월 말 현재 핑거랩스에 대한 단기대여금은 64억원에 달했다. 최초로 빌려줬던 54억원의 경우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는데, 이후 10억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이밖에 이모션글로벌 등 특수관계 법인에 수십억원씩 단기대여하고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행위가 이어졌다. 관계사 밖으로도 자금거래는 이어졌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이상석 대표 개인에게 2억원을 대여했고 지난해에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FSN에도 33억원을 신규 대여했다가 회수했다. 외부에서는 차입과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 동안 회사 안에서는 특수관계자를 상대로 한 자금 이동이 빈번히 일어난 셈이다. 종합하면,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 악화는 장사가 안돼서 발생한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M&A와 관계회사 자금지원, 추가적인 차입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는 빠르게 취약해졌다. 특히 인수한 회사에 투자금에 이어 대여금까지 추가로 투입했음에도 일부 채권은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할 정도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수준이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지분증권서를 통해 “올해 1분기 현재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42.34%인데, 2024년 외형확장 목적에서 발생한 관계회사 및 타법인들에 대한 대여금에서 비롯됐다"면서 “현재 최대주주인 JK신기술투자조합 제12호는 대여금 회수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하이퍼코퍼레이션 측은 이와 관련된 본지 질의에 '핑거랩스에 대한 자금 대여는 당시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손충당금 설정은 회계기준에 따라 회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한 회계 처리일 뿐 채권 회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만기 연장 역시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설정이 법률상 회수권을 포기하거나 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만기 연장은 회사의 재무상황과 현실적인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채권 회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미 100%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는 것은 회사 스스로 해당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그런 상대방에게 다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 의사결정 관점에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여신 판단 절차가 작동했다면 상대방의 상환능력과 담보, 이자율, 회수 가능성 등을 먼저 따졌어야 한다"며 “회계상으로는 손실을 인정하면서 실제 자금지원은 계속됐다면 회계 판단과 자금 의사결정이 분리돼 이뤄진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