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대형 시중은행이 장기간에 걸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서로 교환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4대 은행은 정보교환을 통해 경쟁 은행의 영업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대형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중요한 거래조건인 LTV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다"며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TV는 차주가 제공하는 부동산 담보물의 가치 대비 몇 %까지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다. LTV가 낮아지면 특정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어 차주들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다. 차주가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추가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전체 기업체 수의 99.9%에 달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아 신용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한계가 있고, 추가담보를 제공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등의 경우 은행이 담보인정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는지에 따라 자금 조달 가능성 및 규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들이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한 사실을 적발했다. 각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담당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 다른 은행에 요청해 정보를 제공받았는데, 당시 법위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보교환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제거했다. 공정위는 “각 은행의 실무자들은 담당자가 교체되더라도 정보교환이 중단없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별 정보교환 담당자, 교환 방법 등을 정리해 전·후임자 사이에 인수인계까지 하며 장기간에 걸쳐 정보교환 담합행위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4대 은행들은 다른 은행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다. 특정 지역이나 토지, 상가, 공장 등 특정 종류 부동산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경쟁 은행에 비해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많이 부담하는 만큼 LTV를 낮췄다. 반면 자사의 담보인정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LTV를 상향 조정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그 결과 4대 시중은행들은 LTV를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경쟁 은행의 영업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LTV를 통한 경쟁을 회피하면서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했다"며 “반면,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시중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이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결정된 LTV는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이하 비담합은행)인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부산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2023년을 기준으로 4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비담합은행에 비해 7.5%포인트(p) 낮게 형성됐고, 공장, 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8.8%포인트에 달했다. 이번 제재는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새롭게 규정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중요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한 행위도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앞으로도 금융은 물론 각 분야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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