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행 안전은 수많은 협력의 산물”…국립항공박물관 ‘Cleared for Take-off’展](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07.2a1d1e0d79864565a7b9074ddd28af47_T1.png)
All aviation regulations are written in Blood(모든 항공 규정은 피로 쓰여졌다). 모든 항공 안전 규정은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 생겨난 다음에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이 항공사고 사망자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자기선언적 격언이기도 하다. 평소 이 섬뜩하고도 비장한 문구를 알고 있었지만 최근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기체 결함·난기류 부상 등 각종 항공 안전 사고 소식과 겹쳐지며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항공 안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립항공박물관이 마련한 기획전시 'Cleared for Take-off: 비행을 만드는 순간들'이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 3층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가 한 번의 비행을 위한 수많은 절차가 필요하고, 모든 절차들이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7일 기자가 찾은 전시장 프로그램은 비행기가 뜨기 전, 가장 먼저 선행되는 '하늘 읽기'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0년대 항공기상청에서 실제 사용했던 시정계(RVR, Runway Visual Rangingmeter)와 초음파 풍향 풍속계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특히 활주로 가시거리를 측정하는 시정계가 조종사의 평균 눈높이인 '2.5m'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설명에서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안전 시스템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지는 보안 검색 구역에서는 엑스레이 검색 장비와 2025년형 최신 휴대용 금속 탐지기를 통해 우리가 공항에서 겪는 번거로운 과정이 실은 '모두의 하늘길을 지키는 약속'임을 보여주었다. 창밖으로 무심코 지나쳤던 활주로와 계류장의 풍경도 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실제 항공 현장에서 쓰이는 터그 카·항공기용 탑재 용기(ULD, Unit Load Device)와 진입각 지시등(PAPI, Precision Approach Path Indicator)이 전시돼 현장감을 더했다. 특히 소음 속에서 오직 수신호로 거대한 비행기를 지휘하는 '마샬러(Marshaller)'의 형광색 작업복과 신호봉은 조종석 밖에서 안전을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들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가장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기내 안전장비 섹션이었다. 최근 기내 보조 배터리 화재 사고 등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기내 격리 보관백(Fire Containment Bags)'의 실물 전시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소방 제품 전문 브랜드 '119레오'가 제작한 이 특수 가방은 화재 위험 물질을 격리해 확산을 막는 장비로, 국토교통부가 올해 9월부터 모든 항공기에 2개 이상 탑재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항공 안전 규정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위협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화장실 쓰레기통 온도가 오르면 색이 변하는 온도 감지기 같은 세심한 장치들도 흥미로웠다. 전시는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의 방화복과 헬멧, 1997년 객실 승무원 비상 훈련 교본 등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화재 시 승무원의 호흡을 15분간 지켜주는 보호 호흡 장비(PBE, Protective Breathing Equipment)와 24시간 공항을 지키는 소방대원들의 장비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헌신을 대변하고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남가연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일상처럼 누리는 항공 여행 뒤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장비, 절차가 움직이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마련됐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장을 나서며 'Cleared for Take-off(이륙 허가)'라는 짧은 교신 용어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확인과 점검이 담겨 있는지 실감했다. 각종 항공 사고 뉴스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지금, 이번 전시는 우리가 누리는 비행이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과 견고한 시스템 위에 세워진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승객들의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이번 전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우리가 누리는 비행이 얼마나 치열한 과정 끝에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편 이 기획 전시는 내년 5월 10일까지 계속되며, 항공기상청·한국공항보안·JAS·골든코리아의 자문과 자료 대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전일본공수(ANA)·유나이티드항공의 협조로 이뤄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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