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제조·유통 기업 주가가 최근 한 달간 급등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주춤하면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자,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화장품으로 투자심리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1330원대까지 내려온 달러당 원화값이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액 증가라는 펀더멘털은 유지되고 있지만, 단기 급등한 만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워지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화장품 주문자 개발생산(ODM) 관련 기업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화장품 산업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 회사, 브랜드사를 대신해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ODM 회사, 완제품을 국내외 판매 채널에 공급하는 유통 회사로 나뉜다. 지난달 4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달간 국내 화장품 ODM 3대장으로 꼽히는 한국콜마(+50.62%), 코스맥스(+48.52%), 코스메카코리아(+69.40%)는 같은 기간 코스피(+6.87%), 코스닥(+10.33%) 상승률을 크게 웃돌며 급등했다. 세 회사는 올해 2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K-뷰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인디 브랜드의 주문이 급증한 영향이다. 올해 1~8월 화장품 수출액은 79억달러(약 10조원)로 역대 같은 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61억달러)보다 29% 늘었다. 6~8월에는 3개월 연속 월간 수출액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때 화장품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중화권(중국·홍콩·대만) 비중은 21%까지 낮아졌다. 반면 유럽과 미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 39% 늘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수출국 1위에 오른 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영국,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판매처가 다변화하면서 한 시장의 판매가 둔화하더라도 다른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수출 호황은 미국 오프라인 시장 침투와 유럽 시장의 전방위적인 침투가 기여하고 있다"며 “채널과 지역 확장으로 K-뷰티의 전체 시장(TAM)이 크게 증가하는 구간인 만큼 하반기에도 수출의 성장률이 상반기 수준의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장품 유통기업 실리콘투(+39.13%)도 제조기업 못지않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오프라인 시장 침투와 유럽 전역으로의 판로 확대 속에서 유통기업인 실리콘투의 역할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기준 실리콘투의 가장 큰 고객은 영국의 대표적인 리테일러인 부츠(Boots)"라며 “최근 영국 내 한국 화장품의 인기 상승을 고려할 때 부츠향 매출은 하반기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올해부터 유럽 지역 내 한국 화장품들의 오프라인 채널 입점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에 유럽 시장 내 한국 화장품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달러당 원화값 상승이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주의 실적 우려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이날 한때 1330원까지 내렸다. 2024년 10월 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고점인 지난 7월 1일(1559.2원)과 비교하면 두 달 새 220원 넘게 하락했다. 김명주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환율 흐름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화장품 기업 주가가 단기 급등한 만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장품 산업 전체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 15배에서 최근 17배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추가 급등할 여지는 크지 않지만, 2024년과 2025년 하반기에 있었던 실적 쇼크와 주가 급락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수출이 꺾이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멀티플도 과거처럼 과열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형권훈 연구원은 “이제는 적어도 화장품 업종 주가가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얼마나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을지 고민할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과거 상승 주기 상단에 비해 여유가 있고,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많은 수출이 나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화장품 업종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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