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탄소 전원으로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발을 들인 민간 기업들이 공공 주도로 대형 원전 사업을 성장시킨 기존 모델과 사업 특성과 시장 여건이 다른 만큼 법과 제도적인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을 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와 GS에너지는 1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에서 '민간 주도 SMR 사업모델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에서는 GS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이 민간 SMR 사업 채비를 갖추고 있다. GS에너지는 2021년 미국 뉴스케일에 투자해 국내 독점사업권을 확보한 뒤 사업 개발과 정책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2대 주주로 올라 있는 미국 테라파워와 국내외 협력을 이어왔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전 인허가 절차에 내년 초 신청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SMR 사업에 나서려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아직 법과 제도 차원의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김정욱 GS에너지 SMR사업팀 부장은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으로 전력 수요지 인근에도 SMR 건설하고 특화지역 지정을 통해 PPA를 맺을 수 있게 해 최소한의 숨통을 텄다"면서도 “그러나 전력판매 일반사업자는 40메가와트(MW)만 허용되고, 특구 지정 유형으로 수요와 신사업 육성뿐만 아니라 공급자 유인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시행되는 SMR 특별법에 민간 직접구매계약(PPA)도 포함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난 5월 통과된 원안법 개정안으로 법제화된 사전설계검토의 경우 미국 NRC 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부장은 “민간 발전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민간 기업이 SMR에 더 관심을 갖고 사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SMR의 LCOE와 발전단가 같은 지표를 시간을 두고 정합성 있게 산출하는 노력으로 PF 조달과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MR 제작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이 국내 발전기업들의 발전사업 시행 역량을 주목해 상호 시너지 효과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유향근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사업단 팀장은 “대규모의 무탄소 전원 공급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라 SMR 사업을 검토했다"며 “이미 역량이 우수한 사업자가 많은 경수로 분야는 한수원과 협력하고, 4세대 비경수형 부분은 기술이 앞서는 미국 기업과 협력하는 식으로 생각을 좁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라파워가 스팀과 소듐을 분리해 폭발을 막는 기술을 이미 개발해 안전성을 개선하고 에너지 저장과 지산지소 측면에서 장점이 있었던 데다, 빌 게이츠 창업자가 있어 든든한 대주주로 파이낸싱이 뒷받침되면 협력이 잘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팀장은 “테라파워는 원래 2010년경 중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갔다가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헤어졌는데, 당시 테라파워가 주목한 점은 중국 기업들의 디플로이(사업 시행) 역량"이라며 “이후 SK가 (디플로이 역량을 제공할) 역할을 맡아 K-나트륨 형태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SMR 전력 수요자 입장에서도 전력 다소비 업종인 철강 분야에서는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전환 등으로 향후 더 많은 전력 소비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연산 250만톤 규모의 고로 1기를 연 200만~25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 20만톤의 수소를 만들고 용융로를 가동하기 위해 1.7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육진성 포스코홀딩스 전략에너지사업실 부장은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공정 전환에 대한 기술적 의심을 하지 않지만, 청정수소와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지에 실제 하이렉스(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공정) 도입 단계로 진입할 시기와 규모가 종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정수소를 만들고 (대량의) 무탄소 전원을 공급해야 하는 철강기업 입장에선 SMR이 최적화된 발전원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이렉스는 섭씨 950도의 열을 공급받아야 해 많은 열원이 필요한데, 노형에 따라 철강 공정용 열을 생산하는 SMR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대형 공장을 운영해온 기업이 SMR로 생산한 전력을 쓸 수 있도록 제도 유연성을 넓혀달라는 주문도 제시됐다. 육 부장은 “SMR 전력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공장을 짓는 경우가 아니라 기존의 대규모 장치산업이 위치한 상황에서는 SMR에 적합한 부지가 제철소 인근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행 분산에너지 특별법으로는 기존 공장 인근을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하기 어려우므로 특구 지정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MR 시장 경쟁 체제 확립과 지원 정책의 명확한 목표 수립 등 민간 기업들의 SMR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쓴소리도 잇달아 나왔다. 장문희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SMR은 대용량 원자로와 달리 초기 투자비가 적고 분산형 에너지 시장 진입이 유리해 민간기업이 투자부터 공급, 건설,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SMR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시장경제에 기반한 자유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희창 원자력산업정책연구원 정책연구본부장은 “민간이 짊어질 리스크를 줄이자는 제안이 정부에서 잘 논의되지 않는다"며 “SMR시장을 만들고 사업성을 확보해주면 결국 전기본 체제를 채택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존하는 전력시장 체계와 공존 가능한 부분(세그먼트)을 찾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SMR이 LNG 발전을 대체한다는 관점에서 LNG발전과 SMR의 발전소 건설비용과 발전 단가 등 전체 비용이 비교할 만한 수준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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