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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도, 물가도 ‘금리만으론 한계’...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진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에 걸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한은 임직원들은 추억이 담긴 앨범과 꽃다발을 전하고 악수를 나누며 전쟁을 비롯한 큰 사건을 함께한 수장을 환송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작별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을 이루기 어려워졌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경제구조 변화로 중앙은행의 정책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시장이 국내 주식 매수·매도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이 좌우했으나, 최근에는 국내 기업·개인·국민연금을 비롯한 거주자 영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일명 '서학개미' 발언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다면서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공론화하고, '뉴프레임워크'를 비롯한 제도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임기를 돌아본 까닭이다. 그는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을 비롯한 요인도 내국인 해외투자에 끼치는 영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개입 또는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보다 빠르게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약 2%)으로 되돌리고, 20년 가까이 상승세를 지속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전환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 최초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시간도 돌아봤다. 저출산과 저성장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통화·재정정책을 위시한 단기 처방 보다 노동 및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으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와 IT를 비롯한 특정 분야 쏠림 현상에 따른 산업구조 양극화도 우려했다. 한은 임직원들을 향해 지난 4년간 뛰어난 실력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균형발전·청년고용·노인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통화위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 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형 점도표 공개와 소버린 인공지능(AI) 구축을 포함한 새로운 시도를 지지했다는 이유다. 이 총재 재임기간 한은은 국내 최초로 2번에 걸친 빅스텝(25bp를 초과하는 규모의 인상)을 포함해 1.50%였던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취임 직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이 맞물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발생한 영향이다. 그는 이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정책 평가 등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인하기에 늦게 내렸고 동결기에는 올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중앙은행 총재로서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3년간 한은과 큰 관계가 있었던 곳에 취업할 수 없지만, 경제평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쎄라, CSCSM 참가… 쎄라필 병행 시술 효율 주제 키닥터 세션 진행

쎄라가 중국에서 열린 CSCSM에 참가해 대표 제품 '쎄라필'을 중심으로 학술 세션과 전시를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CSCSM은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 의료진과 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학술 행사로, 최신 시술 트렌드와 임상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쎄라는 제품 전시와 함께 키닥터 세션을 운영하며 학술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이번 세션은 '쎄라필의 병행 시술 시 효율'을 주제로, 피부 컨디셔닝 단계에서의 역할과 다양한 시술과의 병행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술 전 피부 상태를 정돈하는 과정이 전체 시술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행사 이후 현장에서는 시술 프로토콜과 실제 적용 방식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으며, 제품 도입과 관련한 상담 및 비즈니스 미팅 요청도 접수됐다. 쎄라 관계자는 “쎄라필은 다양한 시술과의 병행을 고려해 설계된 솔루션"이라며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기반으로 의료진과 의미 있는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쎄라는 주요 국가에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학술 활동과 전시 참여를 통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 및 CIS 지역 총판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진출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엣지크로스, SIMTOS2026 성료, 기계 중심 AX로 제조현장 변화 제시

산업용 AIoT·AX 전문기업 엣지크로스가 13일부터 1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SIMTOS2026 참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0일 밝혔다. 엣지크로스는 이번 전시에서 기계 데이터 기반 DX 솔루션과 이를 고도화한 AX 솔루션을 선보이며 제조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범용 AI가 아닌 실제 장비 운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기계 중심 AX' 전략으로 차별화를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설비 데이터를 활용해 반복 트러블을 분석하고 원격에서 A/S 판단이 가능한 운영 구조를 시연했으며, MachineGPT를 통해 숙련자의 판단 기준을 시스템화한 모델도 소개됐다. 이를 통해 장비 납품 이후 서비스 경쟁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엣지크로스는 자체 산업용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기계 데이터를 직접 수집·분석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기존 설비를 유지한 채 별도 개발 없이 AI를 적용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제조 현장에서 AX 적용 효과를 직접 보여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기계 데이터 기반 AI로 제조업 혁신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엣지크로스는 전시 기간 확보한 기업들과 후속 미팅 및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AX 도입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아직 시작에 불과”…해외 기관들, 삼성전자 말고 ‘이것’ 콕 찝었다 [머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글로벌 군비 확장 움직임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방산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전쟁 이후 시작된 방산주 상승 랠리를 단기적인 흐름이 아닌 장기 상승의 초입으로 보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한 항공우주·방산 기업 지수에서 한국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옛 LIG넥스원), 일본 아스트로스케일 홀딩스 등 아시아 방산 기업 3곳이 올해 글로벌 방산주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한화시스템 주가는 지난해 말 5만4400원에서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11만2700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18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는 12만9000원대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연초 대비 여전히 약 14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주가 역시 지난해 말 42만4500원에서 현재 89만원대로 올라섰으며, 이달에만 약 47% 급등했다.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중동 전장 발발 이후 각각 15%, 75% 상승했다. 지난 7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이 오는 21일 만료를 앞두고 2차 협상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대(對)이란 해상 봉쇄 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군이 이란 화물선을 향해 함포 사격을 가한 뒤 나포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면서다. 이란이 보복을 예고한 만큼 이번 사건이 종전 협상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랙록의 위 리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는 “중동 전쟁으로 가속화된 구조적 테마 가운데 하나가 방산"이라며 “전쟁 국면에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오히려 전략적 투자 매력을 확인하고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고,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들은 방산주 랠리가 이번 중동 전쟁을 넘어 구조적인 상승장의 초입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유럽은 전쟁 이전부터 국방 예산 확대 기조를 보여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035년까지 회원국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의 방위비 지출은 2021년 이후 달러 기준 연평균 약 10% 증가했다. 여기에 중동 국가들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군사 지출 확대를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각국 정부가 기존의 소극적 방어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억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점이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주피터 자산운용의 샘 콘래드 투자 매니저는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수십 년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높이지 않았던 점이 추가 상승 여력으로 꼽힌다"며 “이란 전쟁이 당장 내일 공식 종료되더라도 중동 국가들은 국방비 확대를 계속 계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아시아 방산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과거 무기 수입이 중심이었던 아시아 기업들이 자체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미국과 유럽 공급망에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TJ 쏜턴 리서치 마케팅 총괄은 “아시아는 오랫동안 방산 시스템을 구매하는 지역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방산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첨단 기술, 빠른 납기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점에서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CA 인도수에즈 웰스 자산운용의 프란시스 탄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유럽의 재무장, NATO 표준 장비 수요, 경쟁력 있는 가격, 대규모 수주 잔고 등 한국 기업들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는 견고하며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산주가 중동 전쟁 이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영향 등으로 블룸버그 항공우주·방산 지수는 전쟁 이후 약 5.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개리 탄 펀드 매니저는 “전쟁 정점에서의 하락은 펀더멘털 악화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반의 위험 축소 움직임이었다"며 “이후 분쟁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반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전술적으로 다시 위험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좌초위기 해상풍력 사업, 통합 발전공기업이 맡게 되나

국내에서 좌초위기에 처한 해상풍력 발전사업들은 향후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해 출범하는 발전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체 발전을 해상풍력이 주로 담당하게 되는 만큼, 통합발전사가 해당 사업을 얼마나 잘 이어받느냐에 에너지 전환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20일 해상풍력 업계에 따르면 영국 코리오제너레이션, 노르웨이의 에퀴노르가 추진하던 해상풍력 사업들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영국 코리오제너레이션은 최근 한국 법인을 해체하며 사실상 국내 사업에서 철수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의 해상풍력 계열사인 코리오 국내 법인은 한국남부발전·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0.1기가와트(GW)) 규모의 부산 다대포 해상풍력과 총 1.5GW 규모의 울산 귀신고래 1~3호 해상풍력 사업 등을 추진해 왔으나, 결국 투자를 철회했다. 노르웨이 에퀴노르도 오랜 기간 추진해 온 0.75GW 규모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제주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2.37GW)도 에퀴노르가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단독 응찰한 한국중부발전마저 2단계 평가에 나서지 않으면서 최종 유찰됐다. 총사업비만 약 2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방향을 잃게 됐다. 외국계 사업자의 투자 지연으로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어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 통합 작업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 자회사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 검토 중이며 관련 연구용역 초안은 오는 6월 공개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이에 맞춰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국발전공사법안'은 5개 발전사를 통합해 정부 100% 출자의 단일 공기업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전공사 전력 생산과 공급을 총괄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이행, 석탄발전 폐쇄 과정에서의 고용 보장을 핵심 역할로 부여받는다.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자산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좌초 위기에 놓인 해상풍력 사업을 통합 공기업이 인수해 계속 진행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향후 통합 법인의 해상풍력 투자 규모와 사업 승계 방식이 국내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발전공사가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0.4GW 규모 신안우이 해상풍력처럼 국민성장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사업에는 한화오션, 한국중부발전, SK이터닉스, 현대건설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전체 사업비 3조4000억원 중 5100억원은 자기자본으로 2조 8900억원은 타인자본으로 조달된다. 타인자본 중 2조5000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 7000억원을 비롯해 국내 5대 금융지주, 기업은행, 부산은행, 보험사 등 18개 금융기관이 선순위 대출로 지원한다. 3900억원은 미래에너지펀드(3400억원)와 첨단전략산업기금(500억원)이 후순위 대출로 지원될 예정이다. 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통합발전공기업이 공공 에너지 전환을 이끌기 위해서는 민간에 맡기기보다 다수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직접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내 발전공기업 통합을 마무리할 경우, 해상풍력 사업 재편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2차 전기본의 뜨거운 감자 ‘LNG’…“역할 재정의 필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 연말까지 수립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오는 2040년까지 15년 간 우리나라가 사용할 전력량을 예측하고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 수립의 최우선 기초 자료가 된다. 지난해 2월에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58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에서 2038년 약 735.1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부는 오는 22일 개최할 예정인 국민 대토론회에서 2040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결과(잠정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11차 전기본보다 전력 수요-공급을 낮게 전망할 수도, 높게 전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이 목표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목표와 국가 경제성장 전략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사실상의 국가 미래 설계도에 가깝다. 특히, 전력 수요에 따라 전원 믹스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정책 변수인 만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현재의 한국 에너지 정책 경로가 국제 기준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을 12차 전기본 수립에 반영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가장 큰 문제는 LNG"…글로벌 기준과의 구조적 괴리 현재 전력 계획에서 가장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부분은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다.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엄지용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 아이 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리협정(1.5~2℃ 목표)을 충족하는 글로벌 시나리오에 맞춘다고 하면, 2050년 국내 가스 발전 용량은 29.4GW(기가와트, 1GW=100만 kW)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시나리오들의 중앙값 기준). 그러나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미 2038년에 69.2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실질적인 부조화'로 평가했다. 이는 한국의 전력 정책이 국제적 탈탄소 경로와 충분히 정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LNG 공급이 불안정해진 것, 가격이 급등한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에서는 LNG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 이후 가스 발전 용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LNG를 장기적인 주력 전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이행하기 위한 '제한적 교량 연료'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LNG 발전소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홍익대 상경학부 김수이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1990~2023년까지의 국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 공급이 1%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는 0.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은 공급이 1% 늘어날 때 GDP가 0.097% 증가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1% 증가할 때 GDP 증가는 0.0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환경적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으로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5%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의 핵심 기술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지목된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국가 산업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 전략이 필요하고, 풍력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국산 장비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존의 공급의무화(RPS) 중심 정책에 더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하는 등 정책 수단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원자력, 이념 아닌 데이터로 접근해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대학교와 터키 니샨타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원자력 에너지 소비가 1% 증가할 경우 생태발자국이 0.0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녹색성장은 1% 증가 시 생태발자국을 0.107%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원자력이 환경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의 정합성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의 원전 용량은 2023년 기준 24.7GW인 반면, 파리협정 준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중앙값은 2050년 기준으로 16.3GW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수준보다는 현저히 높다. 글로벌 기준에서 원전 확대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은 비용과 건설 기간, 사회적 수용성 등의 현실적 제약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원전 설비 용량이 반드시 글로벌 수준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제약도 적지 않다. 원전은 출력 조정이 제한적이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계통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신규 건설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투자 비용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여전히 변수다. 결국 12차 전기본에서 원자력 정책은 '확대냐 축소냐'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계통 안정성과 탄소 감축 효과, 글로벌 경로와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신기술까지 반영한 통합적 에너지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전력계획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한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종합하면, 12차 전기본은 단순한 전력 공급 계획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기후 전략을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앞의 논문들에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원 믹스를 구축하고, 원전은 보완적 역할로 활용하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력 역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그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지만,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에 원전이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두 에너지원의 동시 확대는 단순한 정책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에너지 저장장치·수요관리 등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한 과제다. 결국 12차 전기본의 핵심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어떤 에너지 구조 위에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 짓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슈&인사이트] 호르무즈의 불길, 한국 통화정책을 옥죄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군사작전 개시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불과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제 우리 경제의 심장부를 조준하기에 이르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와 역봉쇄의 충돌은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한국은행이 구사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선택지 자체를 근본적으로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취약성은 구조적이다.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에너지 자급률이 4% 수준에 불과한 나라에서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수로가 막힌다는 것은, 경제시스템 전체의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봉쇄 선언 직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70% 급감했으며,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유조선 7척은 국내 항구 도착까지 항해하는 데만 최소 22~23일이 소요된다. 정부는 대통령 특사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에 파견해 연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 톤을 확보했고, 현재 비축유 208일치를 앞세워 진화에 나섰지만,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이 방어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산 원유 확대도 검토 중이지만, 국내 정유시설의 설비 최적화 조정과 블렌딩, 높은 물류비 등 장애요인이 만만하지 않다. 호르무즈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최대 50~80% 뛰고 보험료는 과거 분쟁 사례에서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전례가 있다. 물량 확보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조달 비용 급등이라는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이 에너지 충격이 국내 물가에 파급되는 경로는 단선적이지 않고 복합적이다. 1차 충격은 직접적이다. 배럴당 유가가 20달러 오를 때마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은 약 10조 원 증가하는 구조다. 유가 상승이 휘발유·경유 가격을 밀어 올리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력으로 전이된다. 오래 3월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으로, 1985년 1월 통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내구재·섬유제품·가공식품 물가지수 역시 역대 최고 또는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3월 2.2%로 한국은행의 목표치 2%를 이미 상회하기 시작했다. 더 위협적인 것은 2차 파급효과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 원가에 녹아든 뒤,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5월 이후 도미노식 물가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은 4월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명시했고, 향후 인플레이션은 중상위 2% 범위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성장 둔화 속에서 금리 인상은 독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지점이다. 산업 충격의 최전선에 석유화학 부문이 서 있다. 이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탄화수소로,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현대 산업의 기초를 떠받친다. 과자 봉지에서 의료용 장갑까지, 나프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수입 나프타의 54%를 중동에서 조달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전쟁 발발 이후 나프타 현물 가격은 전쟁 직전 대비 84% 가까이 뛰었고, 연초 대비로는 100% 이상 상승했다. 국내 주요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은 60% 이하로 추락했으며,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롯데케미칼은 정기 보수를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4월 중순을 지나면 NCC 가동률이 30~4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정부는 나프타를 공급망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하고 5개월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지만, 원유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제한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충격은 석유화학에서 자동차·전자·섬유 전방 산업 전반으로 번지며 기업 이익을 잠식하고,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로를 열어놓고 있다.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자리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서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통화정책 철학을 비교적 명확하게 피력했다. 현재 기준금리 연 2.50%를 “중립금리 추정 범위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경기 흐름과 크레딧 리스크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못 박았다. 중동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히며, 1차 공급 충격에 대한 금리 대응보다 2차 전이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환율에 대해서는 이창용 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는, 원화 절하를 막기 위한 금리 인상보다 달러 유동성 확보와 시장 개입이라는 수단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다면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한국은행은 4월 10일 금통위에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관건은 중동 전쟁이 단기 공급 충격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2차 효과로 번질 것인지다. 전자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은행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이란 협상 타결을 기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0~21일경 2차 협상 재개를 예고한 만큼, 외교적 돌파구가 열린다면 유가는 급격히 안정될 수 있다. 후자의 시나리오는 훨씬 까다롭다. 기업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본격 전가되고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은 성장 둔화를 감수하고도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기로에 설 수 있다. 동시에,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를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악순환도 경계해야 한다. 4월 말 영국 국왕의 미국 방문, 5월 중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대기 중인 만큼, 당분간은 협상 재개 국면을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이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미국-이란 전쟁이 한국 통화정책에 던지는 핵심 과제는, 공급 충격발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발 경기 하강이라는 두 개의 함정 사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과하느냐다. 신현송 체제의 한국은행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 그 앞에는 교과서가 상정하지 않은 지형이 펼쳐져 있다. 호르무즈의 불길이 어느 방향으로 번지느냐가, 당분간 한국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외생변수가 될 것이다. ekn@ekn.kr

[EE칼럼] 지구의 날, 다시 생각하는 환경의 의미

4월 22일 오후 8시, 서울 남산타워를 비롯하여 주요 랜드마크와 공공기관의 조명이 꺼진다. 1970년 시작된 지구의 날(Earth Day)을 기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우리나라가 시작한 소등행사다. 이 행사를 통해 얻는 전력 절감 효과는 작지만, 그보다 도시의 불빛이 잠시 멈추는 장면은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던 에너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지구의 날은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과 함께 근대 환경운동의 시작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발표된 “지구의 날 선언문"은 인간이 환경파괴와 자원 낭비로 인해 자연과 조화롭게 살던 전통적 가치가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 생활 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UN이 정한 환경의 날(6월 5일)은 국가와 정부 중심의 하향식(top-down) 성격을 가진 반면, 지구의 날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 환경 문제를 국가 및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상향식(bottom-up) 운동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해외에서는 해변 청소, 나무 심기, 학교 교육, 지역 장터, 기후행진 같은 시민참여형 활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Our Power, Our Planet"이다. 여기서 Power는 전기와 에너지 외에 시민의 힘을 뜻한다. 이 주제를 선정한 배경에는 전쟁과 경기 침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의 관심이 당장의 경제와 안보 문제에 집중되면서 환경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밀리고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반영되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1,900만~2,3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권고 기준을 넘는 오염된 대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해외 주요 언론들도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문제의 현실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문제가 농업과 생활비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Guardian)은 자연생태계 훼손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재난 대응 능력과 식량 및 물 공급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결국 환경은 식량과 물 공급, 에너지 안정처럼 우리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중요한 조건이자 기반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물론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자원 관리, 산업 규제, 에너지 전환, 폐기물 제도는 제도적 설계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사용, 소비 습관, 이동 방식, 생활 속 선택은 결국 시민의 행동에서 결정된다. 결국 올해, 지구의 날 주제어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의 작은 실천과 지속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소등이라는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의 폭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지역 단위 청소 활동, 학교 중심 환경교육, 생활 속 자원순환 실천 같은 작지만 구체적인 행동이 함께할 때 지구의 날은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환경은 거대한 선언보다 반복되는 생활의 변화 속에서 오래 남는다. 미국에서 도시 녹화와 생활환경 개선 운동을 이끌었던 전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은 “환경은 우리 모두가 만나는 곳이며,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2일, 전국의 불빛이 10분간 잠시 줄어드는 시간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다. 그 짧은 시간은 환경을 정부의 과제로만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시민 각자가 생활 속에서 먼저 실천할 것인지를 묻는다. 결국 환경은 누군가 대신 책임질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삶의 기본 조건이다. ekn@ekn.kr

내일 아침 기온 ‘뚝’…“역대 가장 늦은 한파 특보”

오는 21일 전국의 아침기온이 5~10℃(도) 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이날 관측 이래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발령됐다. 20일 기상청은 강원 남부 산지와 충남 공주·금산, 전북 무주에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이틀 이상 영하 12도를 밑돌거나,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번 한파특보는 한파특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지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21년 4월 13일 오전 10시 중부와 남부 내륙, 산지 지역에 발령된 사례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21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2~11도, 낮 최고기온은 6~22도로 예보됐다.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5~10도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 내륙과 산지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다. 북서풍을 타고 황사도 유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에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용인 톺아보기] 이상일표 ‘약자동행’ 성과에도…용인시의회, 반다비체육센터 제동 논란 확산

용인=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용인특례시가 추진해온 장애인 체육 인프라 확충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내는 가운데 시의회의 '반다비체육센터'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부결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체육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온 정책들이 호평을 받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현재 시가 운영 중인 '가상현실(VR) 스포츠체험센터'는 장애인과 고령층의 재활 및 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대표적 정책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센터는 대한장애인체육회 공모사업으로 추진돼 2024년 6월 개관했으며 경기도내 유일한 시설이다. 개관 이후 이용자들이 빠르게 증가해 2024년 하반기 2008명에 머물렀던 이용자는 지난해 455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올 들어 1월부터 3월까지 1분기에도 1093명으로 전년도 대비 10% 가량 증가하면서 도내 장애인의 체육활동과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재활을 돕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자전거·휠체어 체험 프로그램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과 어르신에게도 호응을 얻으며 '생활밀착형 체육복지'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체육 인프라 확대의 핵심 사업이었던 '반다비체육센터'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용인시의회는 지난 3월 '제301회 임시회'에서 해당 사업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부결했다. 앞서 이 사업은 이미 행정안전부 중앙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하고 국비 40억원까지 확보된 상태였다. 장애인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용인시가 장애인 생활체육을 위한 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해 온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사업 계획을 용인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시의원들이 부결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 건립, 기흥국민체육센터와 동백미르휴먼센터 수영장에 장애인을 위한 가족샤워실ㆍ탈의실ㆍ화장실 설치, 장애인회관 건립 착수 등 많은 일을 한 이상일 시장 업적에 반다비체육센터 건립까지 추가될까봐 계획안을 부결시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시의회가 장애인을 위한 필요한 사업을 방해한 것과 관련해 많은 장애인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시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의회 청사 증축에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장애인시설은 막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밀착형(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 건립사업에 선정돼 국비 40억원을 확보한 '반다비체육센터'는 용인 미르스타디움 임시주차장 부지에 연면적 5만2452㎡ 규모로 건립이 추진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체육 활동을 위한 시설을 갖춘 '반다비체육센터'에는 국제대회 개최까지 가능한 길이 50m의 레인 10개를 가진 수영장을 비롯해 2000석 이상의 관람석, 수중운동실, 다이빙풀도 계획됐다. 수영장 위에는 다목적 체육관, 스쿼시실, 장애인 체력인증센터, 가족샤워실·탈의실 설치 계획도 수립됐다. 시와 지역내 장애인단체들은 '반다비체육센터'가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 중앙지방재정투자심사까지 통과한 만큼 당초 계획인 2028년 준공까지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일 시장은 공개석상에서 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시장은 “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체육시설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국비 확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시의회가 반대한 것은 옳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들의 여가와 생활체육 환경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책무"라며 “장애와 비장애 벽을 낮추고 장애인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여가 및 생활체육 활동을 하도록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의회가 반대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업계획이 다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시는 민선 9기 때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재상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다비체육센터' 건립은 꽤 오랜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는 등록장애인이 3만8000명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체육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로 입증된 정책 효과를 확장할 기회가 시의회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약자동행'을 내세운 시정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안은 장애인 복지와 체육권 보장을 둘러싼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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