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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석화제품 공급가 인하 추진…“중소 고객사 상생 경영”

롯데케미칼이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가 인하를 통해 상생 경영 시행에 나선다. 1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회사는 주요 제품의 공급가를 한시적으로 인하 조정하는 방식의 상생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고객사의 원가부담을 경감하고 내수 시장의 안정적 공급망 유지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이번 인하 조치는 산업통상부 주관 '2026년 나프타 수급안정화 지원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석화 원료의 가격 변동에 따른 고객사 부담을 완화하고 정부의 지원 효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게 롯데케미칼 측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제품 원료 투입 비중과 시장 상황, 고객사별 거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 인하 적용 대상과 적용 기간, 지원 방안 등을 순차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하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다지고, 폭넓은 분야에 사용되는 필수 석화 소재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망 유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물적분할 법인인 롯데대산석화 역시 공급망 안정과 고객사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주요 제품의 공급가 조정을 고객사에 통보한 상태다. 이 밖에 롯데케미칼은 대외 변수 확대 국면 속에서도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고, 생산·정비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4월 수액백 원료로 사용되는 의료용 폴리프로필렌(PP)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별도 의료용 인증 규격을 보유한 여수공장의 정기보수 일정을 1주일 연기하며 긴급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정기보수 기간 중에도 롯데케미칼은 해당 제품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산공장에 생산된 프로필렌 3900톤(t)을 여수로 긴급 이송하는 등 중단 없는 공급 체계를 유지했다. 아울러 건설자재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됐던 시기에는 콘크리트 혼화제 핵심 원료인 산화에틸렌 유도체(EOA) 생산을 확대해 국내 월 평균 수요 대비 140% 수준인 7000t을 공급하며 현장의 '레미콘 대란' 방지에도 나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사와의 상생 협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국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르포] 걸어서 ‘7분 거리’ 용인 기흥-처인…토허제가 가른 운명

“확실히 매물이 줄었죠. 거래도 끊기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9일 호우특보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던 경기도 용인시 기흥역 인근의 한 부동산. 텅 빈 사무실에서 공인중개사 A씨가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정부가 용인 기흥구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전격 묶은 규제 효력이 발생(5일)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수인분당선 기흥역에 내리자 궂은 날씨에도 수십 명의 승객이 쏟아져 나왔다. 9개의 출구로 각기 바쁜 걸음을 했다. 기흥역세권은 서울 못지않은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었다. 역과 바로 연결된 AK플라자 기흥 내부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활기가 넘쳤다. 규제 폭탄을 맞아 침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층의 스타벅스는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민들의 일상은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한 이곳의 주택 시장은 최근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역 바로 위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기흥은 120㎡ 기준 13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기흥역 롯데센트럴시티 115㎡는 9억8000만원, 기흥역 더샵 118㎡과 기흥역더퍼스트푸르지오 118㎡는 평균 매매가가 각각 11억5000만원과 10억8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작년 여름과 비교하면 1억~2억 정도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아파트 값이 상승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용인시 기흥구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대출과 청약, 세제 규제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지정효력은 이달 5일부터 발생했다. 정부 당국이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와 더불어 작년 경기 용인시 수지구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기흥구 집값이 과열됐다고 판단하자 '3중 규제' 족쇄를 채운 것이다. 기흥구 안에서도 처인구와 맞닿은 현장으로 이동했다. 기흥역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9분 거리에 위치한 기흥구 상하동의 쌍용아파트입구 삼거리.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흥역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낡은 저층 건물들과 적막한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투기 과열'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동네였다. 이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B씨는 “최근들어 매물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라며 “자세히는 모른다"라고 전했다. B씨는 상하동 인근에서 가장 시세가 높다는 '진흥더루벤스'로 가볼 것을 권하며 “건너편의 처인구 삼가동 아파트가 여기보다 1억원은 더 비쌀 겁니다. 거긴 새 아파트니까요."라고 말했다. 규제 지역인 기흥구보다 비규제 지역인 처인구의 아파트값이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풍선효과, 반도체, GTX 호재 등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추가했다. B씨의 말대로 걸어서 10분 거리의 기흥 진흥더루벤스 2차 단지를 찾았다. 2008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의 115㎡(35평형) 매매가는 4억원에서 4억5000만원 선. 서울 외곽 금천구의 35평형 평균 매매가(4억 9000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선 아직 토허제 규제가 체감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단지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주민 C씨는 김밥을 말다 말고 되물었다. “토허제가 뭐예요? 우리는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냥 그런가보다 합니다." 상하동에서 다시 10번 버스를 타고 처인구 삼가역에 도착했다. 상하동(기흥구)에서 삼가동(처인구)까지 오는데 불과 7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기흥구와 처인구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상하동 공인중개사가 말한 처인구의 대장격 단지, '용인행정타운 두산위브 2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2013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확실히 상하동의 구축 단지들과 차별화되는 신축 아파트의 외관을 하고 있다. 용인행정타운 두산위브 2단지 115㎡(35평형)의 매매가는 5억 5000만 원 선으로, 바로 옆 동네인 기흥구 상하동보다 실제로 같은 평수 대비 1억 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기흥구 상하동과 처인구 삼가동의 차이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확인된다. 규제 탓인지 조용하던 기흥구 부동산들과 달리, 처인구 삼가동 일대 부동산 3곳은 모두 내방객들과 계약서를 체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더해 2027년 3월 입주를 앞둔 인근의 '두산위브더제니스센트럴 용인' 분양권 (83㎡)이 최근 5억 156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처인구 삼가동 일대는 활기를 띈 모습이었다. 삼가역 인근 공인중개사 D씨는 “기흥구 토허제로 처인구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기흥구를 토허제로 묶는 것으로 집값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는 않다. 어디까지 내려올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정수빈 인턴기자 chloejung0318@gmail.com

[단독] KAI, 로봇으로 전투기 엔진 장착…파손 막고 공정 효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투기 제조 공정 중 최고 난도로 꼽히는 '엔진 장착'을 완전 무인화·자동화하는 역량을 갖췄다. 이는 현재 에어버스와 보잉 등 글로벌 항공기 최종 조립 라인(FAL, Final Assembly Line)에서 널리 쓰이는 업계 표준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본격 양산에 돌입한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조립 병목을 뚫고 K-항공 방산의 패러다임을 기체 수출에서 '스마트 팩토리 턴키(Turn-key) 수출'로 바꿀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KAI는 3D 공간 맵핑과 다축 로보틱스가 융합된 지능형 로봇으로 항공기 엔진을 장착하는 시스템에 관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형 민항기나 전투기의 정비(MRO) 및 최종 조립 현장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상용 리프팅 장비는 하이드로(HYDRO)의 '코브라' 시스템이다. 코브라는 최대 18톤의 하중을 다루며 엔진 교체 시간을 대폭 줄였지만 여전히 작업자가 모바일 패널을 들고 육안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조이스틱을 움직여야 하는 '반자동(Semi-auto)'의 한계가 명확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엔진이 미세한 조작 실수로 기체와 충돌할 수 있는 '휴먼 에러' 리스크가 잔존했던 셈이다. KAI의 이 불확실성을 기계 스스로 통제하는 '완전 자동화'를 이뤘다. 시스템 상단의 '레이저 프로파일 센서'가 동체 후방의 텅 빈 엔진 베이를 스캔해 수십만 개의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입체 지도를 만든다. 연산 모듈은 이를 동체 기준의 전역 좌표계로 동적 변환해 기체와 엔진 사이의 공간 오차 벡터를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 산출한다. 목표 궤적이 도출되면 잭 스크류·서보 모터 등 하부의 4개 축 자세 조정 모듈이 수 톤 중량 엔진의 피치(Pitch)·롤(Roll)·비틀림을 자동 보정한다. 오차가 '0'에 수렴할 때까지 기계 스스로 위치를 교정하는 '폐루프(Closed-loop) 제어'다. 이는 과거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연구팀이 부품 단위에서 실증한 '위치-폐쇄 기구학 기반 정렬' 이론을 수 톤의 거대 엔진을 통째로 기체에 꽂아 넣는 거시적(Macro) 산업 현장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용화한 쾌거다. 엔진 조립 라인의 지능화는 글로벌 톱티어 제조사들의 사활이 걸린 생존 경쟁이다. 글로벌 엔진 명가 프랫앤휘트니(P&W)는 고압 압축기 조립에 '알프레드(Alfred)' 로봇을 투입해 14시간 걸리던 수작업을 7시간으로 줄였고, 독일 MTU는 비전 카메라가 탑재된 정밀 체결 로봇을 도입해 조립 사이클 타임을 2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나아가 에어버스는 협소하고 사각지대가 많은 항공 조립 라인에 최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2(Walker S2)'를 시범 투입했다. KAI 역시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정부 주도의 'K-휴머노이드 연합' 핵심 멤버로 합류했다. 향후 KAI가 선점한 거대 로봇 장착 기술에 밀폐구역 미세 수작업을 돕는 휴머노이드까지 결합된다면, 조립 품질과 공정 속도는 폭발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당장 이 원천 기술의 혜택을 보는 것은 2조4000억 원 규모로 1차 양산에 돌입한 KF-21이다. 특히 무장을 기체 내부에 숨겨 완전한 스텔스 형상으로 진화할 차세대 '블록 3' 모델은 기체 내부 구조가 극도로 조밀해져 엔진이 들어갈 여유 공간이 매우 좁아진다. 무충돌 장착 시스템 없이는 조립 불량 방지와 극한의 품질 보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수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이미 입증됐다. KAI는 최근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트럭처와 에어버스 A350 및 A320neo에 탑재될 핵심 공기역학 부품 '엔진 낫셀(Nacelle)'을 1400억 원 어치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극저 공차의 기계 가공과 정밀 조립이 요구되는 대형 구조물 사업에서 깐깐한 글로벌 항공 거인(OEM)들의 선택을 받은 배경에는 KAI가 이번 특허로 증명한 초정밀 3D 측정(Metrology)·로봇 체결 역량이 품질 보증 수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KAI의 이 기술이 한국의 방산 수출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전환시킬 '마스터키'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폴란드·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 방산 수입국들은 완제품 수입 외에도 자국 내 현지 생산(기술 이전)과 정비(MRO)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엔 현지 미숙련 노동자들의 휴먼 에러로 인한 조립 불량 리스크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KAI의 지능형 장착 시스템은 기계 자체가 오차를 통제(Error-proofing)하기 때문에 현지 노동자의 숙련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현지에서 균일하게 명품 무기를 찍어낼 수 있는 무결점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 자체를 기체와 묶어 '턴키(Turn-key)' 패키지로 수출하는 새로운 수출 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본 기술로써 항공기 엔진 장착에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해 작업자의 제어 조작 오류로 인한 항공기와 엔진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작업 소요 시간도 단축시켜 공정 효율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부산시, 청년고용우수기업 5곳 선정…청년 일자리 늘린 기업 지원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부산시가 청년 고용 확대에 기여한 지역기업 5곳을 올해 청년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시는 13일 오전 시청 국제의전실에서 '2026년 청년고용우수기업' 인증서 수여식을 열고 금오기전㈜, ㈜소셜빈, ㈜씨넷, ㈜아이큐랩, ㈜한미유압기계 등 5개 기업에 인증서와 인증현판을 수여했다. 선정 기업들은 청년 채용 확대와 복지제도, 일·생활 균형 문화 조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선기자재와 전력반도체, 정보통신, 생활소비재 등 부산의 주력산업과 미래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고루 포함됐다. 특히 부산 최초 예비유니콘 기업인 ㈜소셜빈을 비롯해 전력반도체 기업인 ㈜아이큐랩, 친환경 선박기자재 전문기업인 금오기전㈜, 조선·해양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인 ㈜씨넷, 선박엔진용 유압기계 전문기업인 ㈜한미유압기계가 이름을 올렸다. 선정 기업에는 인증서와 인증현판이 수여되며 좋은일터강화지원금 4000만원, 사업용 부동산 취득세 감면,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시는 청년고용우수기업과 청끌기업을 중심으로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청년들의 지역기업 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오는 9월에는 청끌기업 메가(Mega) 채용박람회를 열어 청년과 지역기업의 만남을 확대하고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전재수 시장은 “청년고용우수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지원해 청년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기업에는 우수 인재를 연결하는 부산형 청년고용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청년고용우수기업은 부산시가 선정한 '청끌(청년이 끌리는)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청년 고용 증가 실적과 일자리의 질, 근무환경, 기업 성장성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하는 제도다. 올해는 23개 기업이 신청했으며 서류·현장·면접 등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5개 기업이 선정됐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SK하이닉스 ADR 대박났다며”…월가가 바라본 ‘코스피 패닉셀’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으로 코스피가 두 달여 만에 7000선 아래로 밀려났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조정 장세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을 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12포인트(7.21%) 내린 6936.8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63.91포인트(0.85%) 하락한 7412.0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6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코스피는 이날 한때 6861.40까지 밀리며 전장 대비 8.22% 하락했고, 오후 1시 28분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2000년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이번이 13번째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코스피 급락은 반도체 투톱이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8.6% 떨어지며 26만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12.34% 급락하며 200만원선을 내줬다. 생산능력 확대와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급락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첫날 13% 넘게 급등한 것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265억달러를 조달하며 외국 기업 기준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다. 페트라자산운용의 이찬형 대표는 “ADR 상장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 성공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었다"며 “이날 주가 약세는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는 전형적인 '뉴스에 팔아라' 현상과 차익실현 매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유안타증권의 다니엘 유 글로벌 전략가는 CNBC 방송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은 사실상 추가 주식 발행에 해당되기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시장은 이를 국내 SK하이닉스 주가의 조정 기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조적인 AI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는 만큼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6~12개월 동안 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최고리서치책임자(CRO)도 최근 아시아 AI 관련주의 약세를 산업 전망 악화가 아닌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으로 해석했다. 울 CRO는 “하락 대부분이 리스크 관리에 따른 것으로 본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큰 폭으로 상승한 한국과 대만의 AI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려왔기 때문에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매도세는 AI 하드웨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식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AI 투자 대상이 반도체를 넘어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계속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주가 과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RM 리서치의 니코 로스티 애널리스트는 현재 SK하이닉스 주가가 “매우 심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주 정도 추가 하락은 가능하지만 이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한국 증시가 반등하면 ADR 역시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매수하기에 좋은 구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레오웰스의 알렉세이 미로넨코 글로벌 투자솔루션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는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을 배당 확대가 아니라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동시에 고객사들은 필요한 메모리와 컴퓨팅 자원을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메모리 수요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는 반면 공급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4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8%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매출 비중이 높아 시장 평균보다 ASP(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완공했지만 못 판다”…PF 부실, 브릿지론 넘어 ‘본PF’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착공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준공까지 마친 '본PF'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 기조 이후 중도에 접기 어려운 사업은 준공까지 이어져 브릿지론 단계 리스크가 본PF 단계로 이동한 상황이다. 1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8차 부동산PF 전금융권 현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170조원으로 2023년 말(231조원)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의이하비율은 전분기 말 8.4%에서 올해 1분기 9.7%로, 부실우려비율은 6.3%에서 7.1%로 상승하며 PF 건전성은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실 수준을 뜻하는 유의이하 사업장 잔액은 올해 1분기 16.4조원이었다. 전분기 말 14.7조원 대비 1.7조원 증가했다. 정리·재구조화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신규 부실 사업장이 유입된 영향이다. 완공 이후에도 회수가 어려운 사업장이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고금리 이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꼽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가 핵심 리스크였다면, 본PF 단계에서는 '완공한 건물이 팔리느냐, 임대가 되느냐'가 핵심 리스크"라며 “부실이 본PF로 이동했다는 것은 결국 시장 수요가 위축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금리 급등 이후 신규 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착수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반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은 중도에 접기 어려워 일단 준공까지는 갔지만, 이후 분양 부진이나 매각 지연으로 자금 회수가 막히는 사례가 증가해 본PF 단계로 부실이 넘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신평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본PF 잔액은 2분기 중 약 0.9조원 증가해 경·공매 추진 사업장 내 본PF 비중은 전분기 16.7%에서 20.6%로 상승했다. 6월 말 기준 본PF 비중이 23.6%까지 확대돼 본PF 사업장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신평은 “기존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진행 리스크에 더해, 완공 이후 분양성과 부진 및 매각 지연에 따른 본PF 회수위험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회수 여건도 악화되는 모습이다. 법원경매정보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 매각률과 매각가율이 2024년 하반기에 최고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매각가율은 58.2%까지 낮아졌다. 경매를 통한 사업장 해소가 지연되고 담보가치 회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신문이 금융투자협회 경공매 PF 매각추진 사업장 리스트를 직접 분석한 결과,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충남 천안시 성성동의 한 업무시설(감정가 약 3136억원)은 준공을 마쳤지만 아직 공매조차 개시되지 않은 상태다. 경기 부천시 내동의 한 물류센터(감정가 약 1802억원)는 완공 이후 화재보험 등 미비 서류를 보완하며 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감정가 약 405억원)은 유치권 분쟁으로 매각이 장기화되고 있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일부 호수는 매입 협의가 무산됐고, 현장을 점유 중인 유치권자와의 협의도 수개월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 건물(감정가 약 240억원)은 준공 후 전체가 공실로 남아 있고, 광주광역시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감정가 약 190억원)은 입주 지정일이 지나면서 수분양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삼전닉스’ 이윤에 빨대 꽂지 말라”…경제학자들은 왜 반대하나

“초과이윤에 외부에서 '빨대를 꽂아서 공유하자'고 하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발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기업 초과이윤 재분배 논의에 대해 이 같이 잘라 말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초과이익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경제학계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본지는 박주헌 동덕여대, 조동근 명지대, 김광두 서강대, 김상봉 한성대, 김정식 연세대,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부) 교수 등 6명에게 ▲특정 업종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방안 찬성 여부 ▲정부의 재분배 압박이 기업 투자 의지를 위축시킬지 여부 ▲과거 이익공유제·횡재세와 달리 이번엔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지 ▲초과이익 재분배가 청년 일자리·상생에 기여할 지 ▲이번 사안을 공론화 절차로 확대할 만한 지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는 “적정이윤의 바운더리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라고 했고, 강인수 교수도 “경제학적으로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헌 교수는 “반도체처럼 업황 변동이 큰 산업에서는 초과이익과 정상이익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2~3년 전 삼성전자가 적자를 내며 법인세를 '0원' 냈을 때 사회가 그 손실을 보전해 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대신 주목한 것은 '초과세수'였다. 강인수 교수는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상보다 대규모로 걷힌 법인세, 즉 초과세수의 처분 문제이지 기업의 이윤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정식 교수는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의 법정 배분 비율(지방교부금 20%, 지방교육교부금 20%, 공적자금상환기금 30%, 국채 상환 30%)을 거론하며 “이 틀 안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다루면 될 정책적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광두 교수 역시 “초과세수랑 초과이윤은 다르다"며 “자기자본 대비 이윤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 법인세를 누적적으로 더 걷는 제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개념을 바라보는 결은 조금씩 달랐지만, 정부의 재분배 압박이 기업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김광두 교수는 “미국의 마이크론, 대만의 TSMC는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받는데 한국만 이익을 환수해 투자 여력을 깎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동근 교수는 “삼성은 HBM을 제외하면 레거시 반도체 비중이 크고,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빼앗기면 투자 여력이 소진돼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도마에 올랐다. 강인수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사가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10% 안팎의 높은 성과급에 합의했는데, 이것이 비반도체 업종으로 파급돼 연쇄 파업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400만 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이 합의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교수도 “노동계는 이익을 더 나눠주라 하고 경영계는 반대하면서 노사 간 극심한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과거 2021년 이익공유제, 2023년 횡재세 논의와 달리 이번엔 현실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문가들은 일제히 부정적이었다. 박주헌 교수는 “두 논의 모두 같은 맥락의 잘못된 접근"이라며 “'횡재'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조차 모호하다"고 했다. 김광두 교수는 “반도체는 혹독한 적자 기간을 견뎌야 하는 사이클 산업으로, 아무 노력 없이 자산 가치가 오른 것과는 다르다"며 횡재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상봉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 이익에 초과이윤세를 매기는 것은 부가가치세·법인세에 이은 '삼중과세'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거론되는 대형 AI 기업 지분 강제 이전 논의도 비판 대상이 됐다. 김광두 교수는 “현금을 걷는 세금이 아니라 지분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방식은 사실상 국유화에 가깝다"고 했고, 김상봉 교수는 “정부가 아니라 집권자 개인에게 기업 권력을 쥐여주는 꼴"이라며 권력 사유화 우려를 제기했다. 초과이익 재분배가 청년 일자리와 원하청 상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조동근 교수는 “반도체는 부가가치에 비해 직접 고용 유발 인원이 적어 관련 분야 사람만 돈을 버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재원의 방향을 '초과세수'로 돌릴 것을 주문했다. 강인수 교수는 “정부가 초과세수로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용수 인프라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구축해 주는 것이 실질적 기여"라고 했고, 박주헌 교수는 “정부는 초과세수를 활용해 철강, 석유화학 등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간산업을 지원하고 청년 고용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6인은 이번 사안을 국민 여론조사나 공론화 절차로 확대하는 것에도 모두 선을 그었다. 김광두 교수는 “돈을 잘 버는 민간 기업을 사실상 국유화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을 바꿔야 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라고 했고, 조동근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량기업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인수 교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주도로 토론회를 열어 논의를 조망해보는 자리 자체는 만들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초과이윤을 어떻게 강제로 써야 한다'는 틀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李대통령 “추가세수 ‘미래대응’ 투자재원 활용”…재정운영 3원칙 천명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혁명이 이끈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미래 산업과 청년, 지방, 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도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반도체 대호황에 힘입어 전례 없는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 부처가 참여해 내년도 예산안과 중장기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사실상의 첫 범정부 재정전략회의다. 이 대통령은 취임 2년 차 국정 비전인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뒷받침할 재정 운영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은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미래,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이번 추가 세수는 전 세계 AI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에 쓰일 소중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그 과실을 모든 국민께 돌려드리려면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미래대응기금이 그 기능을 수행해 미래세대와 함께 대도약을 이뤄낼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원칙으로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시간표대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수 자원인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과 혁신 기반까지 갖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수도권 중심의 생산거점을 지방으로 확장해 첨단산업 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과 SK는 각각 2655조원, 2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세 번째 원칙으로는 '모두의 성장'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부터 주거, 자산 형성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AI 시대에 불가피하게 늘어날 비정형 노동자들도 빈틈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사회 안전매트'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며 “국민 모두가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논의할 재정의 방향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 30년을 결정하게 된다"며 “모두가 대한민국의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각오로 논의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진보 진영의 ‘족보 밖’ 대통령 흔들기…‘20년 전 노무현’ 보인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진보 진영 특유의 '정통성 경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의 '노무현 흔들기'를 떠올리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노선과 리더십을 견제하는 모습이 과거와 닮았다는 것이다.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최악의 자기 정치는 선거 때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거나 남의 당 후보를 돕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민석 전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후단협 사태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 반노(반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이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집단 탈당한 사건을 말한다. 김 전 총리는 당시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앞서 유시민 작가는 지난달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증축'을 원했는데 정작 이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 한다고 비유했다. 유 작가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별칭에 포함되는 친문계 인사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개혁 진영은 뚜렷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한 끝에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동영·천정배 등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이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끝내 대통령 탈당과 신당 창당을 겪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갈등의 배경으로 운동권 내부의 '정통성 의식'을 거론한다.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의 계보를 중시하는 일부 세력에게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성장은 함께했지만 출발점은 달랐던 인물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공유하면서도 기존 운동권 주류와는 다른 경로를 걸어온 만큼, 완전한 '우리 편'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 이 대통령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기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 중심의 이른바 386 운동권 계보와는 거리가 있다. 시민운동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거치며 독자적인 정치 기반을 구축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여전히 '친노·친문 적통'과는 결이 다른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책과 노선의 차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특히 친노·친문 일부 인사들이 연일 이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정치적 차별화를 넘어 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 균열이 정권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역시 야당보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더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국정 동력 약화와 조기 레임덕의 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본지에 “항상 여당에서 은연중에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자는 기본적으로 전임자를 밟고 간다"며 “전임자하고 동일한 노선을 하다가 전임자가 국정에 실패하면 같이 무너지니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전통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진보 진영이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 성과를 만드는 경쟁보다 '누가 진짜 적통인가'를 둘러싼 내부 경쟁이 앞설 경우, 노무현 정부 말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권 내부의 결속이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의 '족보 정치' 논란이 국정 운영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정청래, 당권 도전 선언…“당대표직 이용해 대선 출마할 생각 없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며 8·17 전당대회 당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며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도 분명히 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대표는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아서 멈추면 쓰러진다"며 “개혁의 페달과 민생의 페달을 같이 힘차게 밟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와의 호흡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저 정청래"라며 “걱정하지 말라. 이재명 대통령과 찰떡궁합으로 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대표직을 수행하며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겠다"며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 대선 승리의 기획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임 11개월 동안 강력한 개혁 당대표로 내란 청산,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당원주권 정당개혁을 위해 불철주야 일했다"며 “당원주권 정당의 1인 1표제를 성공시켰다. 1인 1표제를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범여권 통합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통합할 분들과는 통합하고, 연대할 분들과는 반드시 연대하겠다"며 “필요하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범민주진보 대선후보 단일화로 제5기 민주정부를 기필코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는 시스템 개혁공천 구상도 제시했다. 정 전 대표는 “1인 1표제를 더욱 정착시켜 계파 해체 효과를 거두겠다"며 “계파 보스에 줄 서지 않아도 되는 상향식 민주적 경선으로 공천 후보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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