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가 높아지면서 카드사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비우호적인 제도 환경으로 고전하는 기업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AA+ 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평균 3.424%로 집계됐다. 올 하절기 2%대 후반이었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달 초 3.0%를 돌파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전채는 신용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여전채 금리 인상은 이들 기업의 이자비용 확대로 이어진다. 카드사들은 해외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의 대안을 찾고 있으나, 여전히 여전채 의존도가 70%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 1~3분기 카드사 8곳(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의 이자비용은 3조5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가량 증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신한카드(8349억원)는 7.30%, 현대카드(5554억원)은 4.65% 증가했다. 롯데카드(5524억원)는 1.23%, 삼성카드(4330억원)는 14% 가까이 상승했다. KB국민카드(5885억원, -1.36%)·우리카드(3170억원, -3.12%)·하나카드(2592억원, -3.10%)는 이자비용을 감축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연간 기준 총 4조8000억원까지 높아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이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 국채금리 상승, 원화가치 하락 등 여전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소들이 한꺼번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여전채 금리가 동결되는 경우가 있고, 이번처럼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향후에도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3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8일 3.084%로 올라선 데 이어 9~10일 3.09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3년 3개월만에 국채를 매입했으나, 금리 안정화에 실패했다. 한은의 매입 규모(1조5000억원)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독일과 일본을 비롯한 곳에서 금리가 역대급으로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겹쳤다. 고환율은 외환·대외 리스크 확대 신호로 작용, 회사채를 비롯한 크레딧 채권의 스프레드에 영향을 준다. 국채금리에 스프레드가 가산되는 여전채 금리 특성상 낮아질 수 없었던 셈이다. 기준금리 인하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25bp 낮추면서 여력이 생겼으나, 내년에 인하 횟수가 한 번에 그칠 것으로 언급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차에 따른 부작용 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현지에서는 3명이 동결을 주장하는 등 금리 인하에 대한 반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들이 여전채 의존도를 낮추기 힘든 것도 이자비용 확대를 점치게 만든다. 복수의 금융기관들이 차입자에게 공통된 조건으로 일정한 금액을 빌려주는 해외 신디케이트론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홍콩·대만·일본 은행 등으로부터 4억달러, 신한카드가 대만·중국 금융기관으로부터 3억달러를 조달한 것이 대표사례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으로 보면 수익성 악화로 인해 발행이 어렵고, 환헤지 비용을 비롯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발행 시기와 규모를 '잘' 맞추지 못하면 오히려 손실을 입는 것도 가능하다. ABS 발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ABS는 카드사가 신용카드 사용대금과 현금서비스 이용대금채권을 담보로 유동화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솔루션이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앞서 열린 'KOKAS 컨퍼런스 2025'에서 더 많은 카드사가 ABS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12%의 카드사만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발행 가능 비중을 20%, 신용평가 제외 항목(15%)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고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규모도 축소되는 와중에 이자비용이 불어나면 '알짜카드' 단종이 지속되고 희망퇴직이 재개되는 등 기업·근로자·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