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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정청래 연고지서 ‘303표 신승’…첫 경선 기선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의 첫 순회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정 후보의 연고지인 충청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두 후보의 격차가 0.44%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호남과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의 투표가 남아 있어 승부의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김 후보는 45.0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 후보는 44.61%, 송영길 후보는 10.34%를 기록했다. 김 후보와 정 후보의 격차는 0.44%포인트(303표)였다. 박빙의 승부였지만 김 후보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후보가 충남 금산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충청권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 역시 경선 전까지 충청에서 다소 밀릴 수도 있다고 말해 왔다. 첫 승리로 김 후보는 초반 경쟁에서 유리한 출발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열리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경선에서도 앞설 경우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반대로 정 후보가 영남에서 승리하면 두 후보 간 접전 구도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충청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정 후보의 연고가 있는 충청에서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오늘과 내일 승부를 잘 가져가면 이후에는 비교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후보는 영남권 경선을 반전의 무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영남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정치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정 후보가 노사모 출신인 데다 부산 지역 조직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영남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청권에서 10.34%를 얻은 송 후보는 영남에서 득표율을 끌어올린 뒤 호남과 수도권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호남에서 지지세를 결집하고, 정치적 기반인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득표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후보는 “충청에서는 10%를 얻었지만 부울경에서는 더 높은 득표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치적 고향인 인천에서 열리는 경선에서는 파란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과 수도권 경선에서 반전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후보 간 신경전도 경선이 진행될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전일 열린 충청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정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당대표, 손발이 맞는 지도부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충청 경선 결과에 대해 “2대1, 3대1로 두들겨 팼는데 이 정도면 잘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를 향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혀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생각과 정책, 비전을 이야기했으면 어떨까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합동연설회에서도 정 후보는 “최악의 자기 정치는 노무현을 배신하고 정몽준에게 간 것 아니냐"며 김 후보를 정조준했다. 김 후보 측이 정 후보의 대표 재임 당시 당정 갈등을 부각하자 과거 이력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2일 부울경에 이어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15일 호남, 16일 경기·서울에서 순회 경선을 진행한다. 최종 결과는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이번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선거에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공개되며 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마지막 날 합산된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EE칼럼] 대규모 투자, 에너지전환과 산업혁신을 함께 담아야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지난 달 정부와 주요 대기업은 1천조가 넘는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하여 앞으로 십 수년간 추가적인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임이 분명하다. 전력 생산 시설은 물론 전력망이 크게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도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특히 전력화의 추진이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수요 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모두 해당됨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충분한 탄소중립형 전력 생산 시설 및 전력망의 건설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에너지 생산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환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에 대한 전환 작업은 그러나 매우 미적지근한 상태이다. 국내 산업의 에너지사용 방식에 대한 전환 노력은 1990년대에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조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도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만의 변화가 아니고 제조업, 나아가서 산업 전체에 대한 에너지 사용방식의 혁신과 건물, 도로 등의 인프라 건설과정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 등 에너지 생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전체 온실가스 감축 중 정부 주도로 전환을 진행하기가 가장 쉬운 부분일 뿐이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면 바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교통과 주거 부문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경공업을 지나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통하여 현재의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을 이룬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며 GDP의 대부분이 제조업의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서 소비되고 있다. 또한 전기는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22% 수준이며 나머지 80% 정도가 동력과 열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하니 발전시설의 전환만으로는 탄소중립은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설비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로 바꾸고 전기의 생산 방법을 이른바 '탄소중립발전'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제조업의 생산 장비를 전기를 사용하는 새로운 장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장비와 시설로 대체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엄청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중화학공업의 특성상 필요한 자본투자의 규모가 매우 크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 역시 변화하여야 하는데 이들이 공급망 재편 과정 역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받치고 있는 중화학공업의 전통적인 제조 프로세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철강산업이 노력 중인 수소환원공법, 시멘트산업의 재활용열 사용, 건설산업과 조선산업의 중방비 및 선박의 전기화 노력 등이 일부 사례이다. 대기업도 그러하니 중소·중견기업이 사용하는 기기와 생산설비에 대한 에너지사용 전환과정은 더욱 더 어려움이 크다. 자본투자의 규모가 엄청나지만 당장에 시장이 충분히 크다고 보장되어 있지도 못하니 선뜻 나사서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다. 제품 쪽으로 가면 더욱 더 진행이 더디고 장벽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제품 등 석유화학산업의 제품들이다. 이들은 그 원료가 석유인지라 제조 과정의 프로세스의 전환 정도가 아니고 원료 자체를 대체하지 않으면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민들 역시 생활 전반에 걸쳐 석유화학산업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대체 상품의 개발 또는 사용의 전환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AI 등 새로운 산업 혁명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이 이미 활발히 인공지능을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고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이번 대형 투자가 에너지전환은 물론 미래형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브라질 이어 튀르키예...정의선, 유럽 소형 EV 시장 출격 점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의 첫 유럽 전략형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 양산을 앞두고 튀르키예를 찾았다.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의 승부수인 아이오닉 3의 생산라인을 직접 살피며 현지 전략을 직접 살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즈미트에 있는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아이오닉 3 생산라인과 현대모비스 배터리 시스템 조립(BSA) 공장을 둘러보고 현지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했다고 2일 밝혔다. 아이오닉 3는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겨냥해 처음 내놓는 B세그먼트 전기차다. 인스터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5·6·9에 이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모델로, 수요층이 가장 두터운 소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이다. 오는 8월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부터 유럽 시장에 순차적으로 판매된다. 아이오닉 3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와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이 적용됐다. 유럽 B세그먼트 전기차 시장은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며 경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3를 앞세워 B세그먼트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유럽 전동화 판매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양산 초기부터 품질을 최우선에 두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를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안전성에서 유럽 시장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모비스 BSA 공장을 찾아 아이오닉 3에 탑재될 배터리 시스템 생산 과정도 확인했다. 현대차는 튀르키예를 유럽 시장 공략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해 왔다. 튀르키예 공장은 1997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그동안 i10과 i20, 베이온 등 소형차를 생산해 왔다. 현대차는 튀르키예 공장을 기반으로 아이오닉 3 생산을 본격화해 유럽 전기차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이오닉 3의 연간 판매 목표를 4만대 이상으로 잡고 유럽 전동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비행기 좌석 ‘찜’하면 추가금…美·EU “아이 옆자리는 예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어린 자녀와 보호자가 나란히 앉기 위한 좌석에는 추가금을 면제하는 제도와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달 7일 항공 여객 권리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정안에는 14세 미만 어린이와 동반자가 나란히 앉을 경우 별도의 좌석 지정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04년 도입된 해당 규정을 20여 년 만에 손보면서 아동 동반 좌석을 새로운 승객 권리로 포함한 것이다. 미국 교통부(DOT)는 주요 항공사 10곳의 아동 동반 인접 좌석 정책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알래스카항공·아메리칸항공·프론티어항공·하와이안항공·제트블루 등 5개 항공사가 일정 조건 아래 13세 이하 어린이와 동반 성인의 인접 좌석을 별도 비용 없이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외항사들은 가족 단위 승객을 겨냥한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트블루는 가장 저렴한 '블루 베이직(Blue Basic)' 운임에도 어린이와 동반 성인의 인접 좌석을 추가 비용 없이 배정하고 있다. 알래스카항공 역시 동일 예약의 13세 이하 어린이가 최소 한 명의 동반 성인과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현재 어린이와 동반 성인의 인접 좌석을 추가 비용 없이 보장하도록 하는 공통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항공사들이 유·소아 동반 승객을 대상으로 좌석 배정과 우선 탑승 등의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만 2세 미만 유아 동반객에게 앞열 좌석과 우선 체크인·우선 탑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성인 1명이 유아 또는 7세 미만 어린이 2명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 우선 좌석과 우선 체크인·우선 탑승 등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아동 동반객의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내 제도화에 따른 체계 변화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주임 교수는 해외 사례에 대해 “미성년자와 보호자의 좌석 배치도 모든 항공 승객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항공 승객의 보편적 권리는 계약의 영역에서 규율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법률이나 행정 규제로 강제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기자의 눈] 지갑 속 카드만 쌓이는 ‘교통 행정’의 그늘

“이번에는 또 무슨 카드를 만들어야 하나요." 최근 한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그는 그동안 대중교통비를 아끼려고 교통카드를 바꿔가며 발급받았다. 오는 9월 기후동행카드가 종료된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시 어떤 제도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은 늘 반갑다. 그러나 정책이 바뀔 때마다 시민은 카드를 새로 발급받고, 자신에게 어떤 제도가 유리한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대중교통 할인 정책은 어느새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브랜드'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알뜰교통카드는 이동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방식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K-패스로 바꾸며 이용금액 환급 방식으로 단순화했다. 이재명 정부는 다시 이를 확대 개편한 '모두의 카드'를 내놨다. 서울시는 별도로 오세훈 시장 주도의 기후동행카드를 운영했다. 8월 말 종료를 예고했다가 전산시스템 구축 시점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의 협의가 길어지자 9월 말로 미뤘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혜택도 이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것은 '또 바뀌었다'는 피로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제도를 내놓을 때마다 이용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얼마나 많은 교통비가 절감되는지 홍보한다. 그러나 정작 시민은 자신의 출퇴근 경로를 기준으로 어떤 카드가 혜택이 많은지 비교하고, 휴대폰 앱을 지웠다 설치하는 데 시간을 쓴다. 정책의 성과를 경쟁하는 사이 행정의 연속성은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교통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의 목표는 같다. 그렇다면 제도를 통합하거나 최소한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혜택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그런데 현실은 뒤처져 있다. 이름은 달라지고, 신청 방법은 바뀌고, 환급 기준도 매번 새롭게 익혀야 한다. 정책을 설계한 사람에게는 작은 차이일지 몰라도 시민에게는 또 하나의 복잡한 절차가 된다. 정치는 새로운 브랜드 개발로 성과를 찾기 쉽다. 전임자의 업적을 지우고 그 자리에 간판을 바꿔 다는 이유다. 하지만 시민이 원하는 것은 '000표' 정치인 이름이 내걸린 카드가 아니다. 한 장의 카드로,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한화그룹 3세 승진-김동선] 아워홈 인수·HBM 장비 진입…독자 지주 띄운다

한화그룹 유통·레저·식음료와 기계·반도체 장비를 묶은 신설 지주회사가 8월1일 출범했다. 이 사업들을 총괄해 온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도 같은 날짜로 사장에 올랐다. 한화그룹은 지난 7월 30일 김동관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동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냈다. 3형제가 나란히 한 계단씩 오르면서 직급 간격은 종전대로 유지됐다. ◇ 아워홈 품고 HBM 장비 진입, 2년 만에 달라진 외형 그룹이 밝힌 김동선 신임 사장의 승진 배경은 유통·레저·식음료 부문 확장과 반도체 장비 등 첨단 산업 진출이다. 신설법인에 함께 담긴 두 축 모두 최근 2년 사이 외형이 크게 달라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5월 특수목적법인 우리집에프앤비를 앞세워 아워홈 지분 50.6%를 약 7500억원에 사들였다. 12월에는 아워홈이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문까지 영업양수했다. 아워홈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2조4497억원이다. 효과는 올해 1분기 숫자로 나타났다. 아워홈의 1분기 연결 매출은 6694억원, 영업이익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6%, 86.9% 늘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3일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급식사업부문 편입과 외형 성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를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인수 효과를 제외한 자체 수익성은 하반기 실적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연결 매출 5752억원, 영업이익 94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2024년 34억원에서 세 배 가까이 늘었고 순손익은 175억원 적자에서 3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부문별로는 백화점이 4730억원으로 제자리였던 반면 식음 부문이 620억원에서 1021억원으로 64.7% 늘어 증가분을 대부분 채웠다. 김 사장이 주도해 온 식음 사업이 외형 성장을 이끈 셈으로, 이번 승진 사유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550.8% 늘었다. 다만 매출은 1261억원으로 2.4% 줄었다. 사회적기업 한화비앤비 청산 등으로 식음 매출이 181억원으로 24.3% 감소한 영향이다. 외형을 키우던 국면에서 수익성 위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에서는 신규 시장에 진입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품질 검증을 통과해 210억원 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 공급계약을 따냈고, 올해 1월 추가 물량을 수주했다. ◇ 5년간 4조7000억원 집행, 피지컬 AI 내걸어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이 사업들을 한데 묶는다. 한화비전·한화세미텍·한화모멘텀·한화로보틱스가 테크 부문에,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이 라이프 부문에 들어간다. ㈜한화 분할신고서 기준 신설회사 자산총계는 8847억원, 부채총계는 248억원이다. 지주 자체는 차입 없이 출발하지만 자회사 차입은 연결에 반영된다. 8월3일 분할등기를 거쳐 25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다. 투자 청사진은 ㈜한화가 1월 내놓은 '기업가치제고계획 2026'에 담겼다. 2030년까지 설비투자 2조1000억원, 연구개발 2조원, 인수합병 6000억원 등 4조7000억원을 집행해 연평균 30%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설비투자에는 명품관 재건축이, 연구개발에는 한화비전의 매출 대비 13% 수준 확대가 들어 있다. 이질적인 사업군을 한 법인에 넣은 배경은 '사람과 기계가 함께하는 피지컬 AI 기업'이라는 비전이다. 한화비전의 영상 인공지능과 한화로보틱스의 조리·물류 로봇을 아워홈 급식 사업장과 호텔·백화점에 먼저 투입하고, 여기서 쌓은 실적을 들고 외부 시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기업가치제고계획은 테크 계열사가 라이프 계열사 사업장을 시험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부문 간 시너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 재건축·잔여지분·지주 규제, 과제는 실행 단계에 당장 과제는 갤러리아 명품관 재건축이다. 기업가치제고계획은 재건축 기간을 2027년부터 2032년까지로 명시했다. 명품관은 갤러리아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백화점 부문의 핵심 점포로, 착공하면 순차 영업 중단이 뒤따른다. NICE신용평가는 3월 리포트에서 재건축이 진행되면 영업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명품관 재건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 온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은 1년이 지나도록 본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사모펀드와 양해각서를 다시 맺어 협상 기한을 늘린 상태다. 아워홈에는 잔여 지분 부담이 남았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매도 주주 잔여 지분 8.0%를 1차 거래일로부터 2년 안에 사들여야 한다. 규모는 1187억원이다. 확장 과정의 자금 소요는 인수 주체의 차입 부담으로 남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난해 말 연결 총차입금은 1조2388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3월 리포트에서 아워홈 등 인수 과정의 자금 소요로 차입 부담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새로 벌인 사업들은 아직 적자 단계에 있다. 한화푸드테크는 지난 2023년 19억원 영업흑자에서 지난해 160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로봇 조리를 앞세운 파스타X 매장은 지난해 4월 철수했다. 한화세미텍이 속한 한화비전 산업용 장비 부문도 지난해 매출 4600억원에 영업손실 200억원을 냈다. 법적 숙제도 있다. 분할신고서는 신설회사가 자회사 지분율 등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분할 직후 채우지 못한다고 적었다. 설립 후 2년 유예기간에 구조 개편과 지분 추가 취득·매각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 회사 계획이다. 지배구조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인적분할이라 신설법인 주주 구성은 존속법인과 같다. ㈜한화 최대주주는 지분 22.15%를 쥔 한화에너지이고,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5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의 ㈜한화 지분은 5.38%다. 신설지주 초대 대표이사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를 지낸 김형조 사장이 내정됐다. 김 사장은 한화갤러리아 1분기 보고서에 미래비전총괄 미등기 임원으로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은 채 경영을 총괄하는 구조를 두고 책임과 권한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는 1월 분할 발표 당시 최대주주 간 추가 지분 정리나 교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한화그룹 3세 승진-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 속 ‘방산·에너지’ 재편 의미는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청사진이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확고한 자신의 영토를 부여받은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본격적인 시험대도 막이 올랐다. 본지는 방산·에너지, 금융, 테크·라이프 부문으로 나뉜 한화그룹 신 삼분지계(新 三分之計)의 전략적 의미를 진단하고 김승연 회장 슬하의 세 아들이 각각 돌파해야 할 핵심 과제를 심층 조명한다. 지난 30일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을 쇄신하고 지배 구조 새 판을 짜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안보 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 내 권력 지형과 사업 포트폴리오 무게 중심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김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장악력과 후계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등장은 '포스트 김승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대 이정표다. 2024년 5월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약 2년 4개월 간 공석이던 자리가 채워짐으로써 '김동관 원톱 컨트롤 타워'를 통한 차기 왕위 승계 구도가 공식화됐다. 이와 함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부회장 승진, 삼남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동시에 이뤄지며 장남(방산·해양·에너지), 차남(금융), 삼남(유통·로봇·기계)으로 이어지는 삼형제 책임 경영 구도도 한층 더 선명해졌다. 삼분지계 독자 경영은 각 산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해 궁극적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복잡하게 얽힌 그룹 사업을 명확히 분리하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각 사업 부문별로 시장의 온전한 평가를 받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제고는 그룹의 해묵은 과제인 상속세 등 승계 문제를 둘러싼 잡음을 해결할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승계를 위한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의 실적 호전과 배당 확대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공개 매수와 장외 매수 등을 통해 ㈜한화 지분율을 22.15%까지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 경영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배당 여력을 확대한다면 ㈜한화·한화에너지를 통한 배당 수익으로 상속세 재원을 자연스럽게 마련해 시장의 우려와 승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배 구조 변화는 최근 단행된 ㈜한화 지배 구조 개편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화 인적 분할 안건이 원안 가결됨에 따라 존속 법인에는 김 수석부회장이 총괄하는 방산·우주항공·해양·에너지 관련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등이 남게 됐다. 반면 신설 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에는 삼남인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테크·라이프 사업 부문이 안착하며 계열 분리의 뼈대가 세워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와 주총 결과를 기점으로 그룹 전반의 추가적인 인적 분할·계열 분리 작업이 재점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형제의 독립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한화의 사업 부문별 추가 인적 분할이나 한화에너지와의 합병 등 지배 구조 최상단에서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거시적 계열 분리 시나리오의 전개를 시사하는 것인 만큼 향후 각 형제가 지배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거시적 지배 구조 개편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이번 5개 주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한화자산운용·한화세미텍 대표이사 교체 인사는 전략적 포석을 내포하고 있다. 김 수석부회장의 양대 핵심 사업 축이라 할 수 있는 방산 부문과 에너지·석유화학 부문 수장을 전면 교체한 것은 과거 양적 성장을 이룬 안정화·통합 단계에서 탈피해 고수익 창출과 글로벌 거점 확보를 향한 확장 단계로 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진용 구축을 통해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겨냥하는 최종 지향점은 화력·해양 플랫폼·첨단 레이다 등 각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기술력을 융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주요 거점 시장에 한화만의 안보 표준을 제시하는 육·해·공 우주 통합 글로벌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금번 임원 인사가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다. ◇ '방산 컨트롤 타워' 손재일 대표 2선 후퇴 이번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시장과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지난 2년여간 그룹 방산 부문 양대 산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를 겸직해온 손재일 전 대표의 2선 후퇴다. 통합과 외형 확장을 이끌어온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상근 고문으로 발령 나고 양사에 각각 새로운 전문 경영인이 선임된 것을 두고 그룹 측은 사업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중대 재해 리스크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두 방산 계열사 외형 성장에 따른 물리적 경영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 겸임 체제 종료와 퇴진을 촉발한 원인은 올해 6월 1일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다. 대형 추진 기관과 전술 지대지 체계를 연구·생산하는 대전 유성구 외삼동 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추진제 제조 공정 중 화약 잔여물을 제거하던 작업 도중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근로자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과거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은 그룹에 다각적 위기로 다가왔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8년 5월과 2019년 2월에도 유사한 폭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8년 간 동일 사업장에서 13명이 사망해 반복된 인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태를 인지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대전경찰청은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착수했고 최고 경영자인 손재일 당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가재웅 대전 사업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며 각각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 구속보다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온 것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공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가능성이었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발맞춰 강화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계약 이행 중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동시에 2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하는 위해를 가한 업체는 1년 이내 범위에서 정부 발주 신규 계약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전체 매출 중 내수 비중이 약 30퍼센트에 달하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와의 방위력 개선 사업이 근간이 되는 방산 기업에게 1년간 공공 입찰 배제는 존립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는 타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국 사업장 내 추진제 생산·취급 공정에 무인 자동화 설비 도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은 사고에 대한 대내외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전사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을 거행함으로써 여론을 수습하며 수사 당국 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 방산 부문을 이끌던 손재일 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책성 인사라는 단기적 요인 이면에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당위성도 존재한다. 지난 수년 간 글로벌 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폭풍과도 같은 성장을 거듭했고, 단 한 명의 경영자가 겸임하기에는 두 회사 규모와 사업 복잡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 합병한 이후 K-9 자주포·레드백 장갑차·천무 등 지상 무기 체계부터 정밀 타격 무기·항공 엔진·우주 발사체까지 아우르는 복합 하드웨어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대공 레이다·함정 전투 체계·군사 위성 통신·정보통신 시스템 구축과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한 해양·유지 및 보수 등 방산·전자·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직 DNA와 연구·개발(R&D) 수행 주기, 해외 고객 접근 방식이 다른 두 회사를 단일 구심점으로 묶어두는 것은 합병 초기 융합 시너지 창출을 표방하던 시기에 유효했다. 수십 조 원 단위 수주 잔고를 관리하고 글로벌 거점을 각각 구축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각 사업 성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개별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겸임 체제를 해소함으로써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두 계열사가 독자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배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의 의중은 새로이 내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이부환 대표이사·한화시스템 양기원·한화임팩트 사업부문 강정훈 등 핵심 대표이사 3인의 면면을 통해 드러난다. 이들은 각 계열사가 처한 환경과 달성해야 할 전략적 목표에 맞춰 발탁된 맞춤형 경영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인사가 사업 통폐합과 내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올해 하반기 인사는 글로벌 현지화 이종 비즈니스 간 밸류 체인·융합, 업황 부진을 맞은 현장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김동관 체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여의도 재건축 선발주자 대교아파트, 이주 준비 ‘예열 중’

“이사 가야죠. 주민들도 다 기다린 재건축인걸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이사를 준비 중이라는 주민 A씨는 위와 같이 말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올해 하반기 이주를 앞두고 있다. 영등포구청은 지난 5월 19일 대교아파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고시했다. 조합설립 2년 4개월 만이다. 이로써 서울시 최단기간 재건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1호 사업장으로 지정돼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결과다. 이날 찾은 대교아파트 단지 내부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내건 “여의도 최초 관리처분인가를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과 함께,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7월 27일 진행한 '이주 및 사업추진 설명회'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삿짐을 싣기 위해 이중주차를 해둔 화물차 등 이사를 서두르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교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주민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라며 “관리처분인가 이후 전월세 매물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주민들이 분주하게 이주를 준비 중"이라며 “보통 인접한 근방으로 이동하기보다는 대방동, 신길, 공덕, 김포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따라 대교아파트는 내년 착공을 목표로 올해 10월부터 이주와 철거 절차에 돌입한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기존 576가구였던 단지 규모도 크게 확대된다. 총 912가구(임대주택 144가구 포함)로 조성되고,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213가구에 달해 향후 청약 시장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교아파트는 구글 베이뷰 캠퍼스, 일본 아자부다이 힐스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됐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대교아파트가 여의도 일대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재편하며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10월로 예정된 이주 일정을 현실적으로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민 D씨는 “아직 이주할 곳을 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단지 경비원 E씨 역시 “몇몇 사람들은 이사 가는 분위기지만, 인가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많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조합은 지난 20일 명도소송 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이주 단계를 최대한 지체 없이 처리하기 위해 명도소송 절차를 선제적으로 밟겠다는 의도다. 앞서 열린 설명회에서 법무법인 현의 오동준 변호사는 “과천 주공 8·9단지의 경우 이주에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명도소송은 소유자, 점유자, 임차인, 기타 권원자 모두가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변호사는 “이주 기간 내에 퇴거하면 문제가 없고, 착공 이후에는 물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이주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주민들이 원하던 재건축이라 최대한 빨리 이주하려 할거다"라며 “그러나 10월에 시작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한두 달 정도는 지연이 불가피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교아파트의 '초스피드' 재건축 사례는 인근 노후 단지들에도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한양, 삼부, 목화 등 15개 안팎의 노후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대교아파트를 신호탄으로 여의도 전역의 정비사업 시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정수빈 인턴기자 chloejung0318@gmail.com

슈퍼사이클 K전력기기, 수주잔고도 ‘역대급’…수주·성장전략 ‘3社 3色’

글로벌 전력인프라 사업 호황을 맞은 국내 전력기기 3사가 올해 상반기 역대급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성장 가시성을 높였다. 각 기업별 미래 수주·성장 전략 방향성 차이는 명확히 드러나면서 초고압변압기 중심의 기존 경쟁 구도도 한층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2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37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 1분기말 수주잔고 32억원 대비 15%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LS일렉트릭은 2분기말 기준 수주잔고 6조9998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24.1% 늘렸고, 당기 신규 수주는 2조1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당기 14억4000만달러(2조1000억원) 규모 신규 수주를 추가해 수주 잔고는 같은 기간 7.6% 오른 84억9000만달러(12조 3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력기기 3사 가운데 수주잔고가 가장 큰 효성중공업의 경우 2분기말 수주잔고는 직전 분기 대비 15.9% 오른 17조5070억원으로, 당기 신규 수주는 3조3242억원 규모다. 이번 2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한 수주현황과 전망을 통해 이들 3사는 영업실적 성장 가시성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전략도 한층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LS일렉트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2분기말 기준 LS일렉트렉의 수주잔고 현황을 살펴보면, 초고압변압기가 총 수주잔고의 47.8%(3조3453억원) 비중을 차지했고 배전반은 28.6%(2조9억원), 중저압변압기와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는 각각 4.7%(3279억원)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건 배전반 수주의 성장률이다. 직전분기말 기준 1조1697억원 규모였던 배전반 수주잔고는 한 분기만에 8321억원(71.1%) 증가했다. 이는 당기 신규 수주(2조100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LS일렉트릭이 최근 주력 제품인 배전반을 앞세워 데이터센터향(向) 배전솔루션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주잔고 변동은 회사의 데이터센터 배전 인프라 시장 선점 전략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LS일렉트릭은 지난 6월 1064억원 규모의 북미 빅테크 초대형 데이터센터향 38킬로볼트(kV)급 고압 배전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수주액을 1조2000억원까지 늘려둔 상태다. 반면 초고압변압기·차단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효성중공업은 노후전력망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지속 확대되는 미국을 중심으로 일감을 늘리며 전력 인프라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올 2분기 수주잔고(17조5070억원)의 국가별 비중은 각각 미국 57%·내수13%·기타(중동·유럽 등) 30%로 집계됐다. 미국 비중이 직전 분기 대비 3%포인트(p) 확대된 구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미국 비중은 13%p 확대됐다. 미국시장 중심의 고스펙·고마진 수주 물량을 지속 확보하며 중장기 이익률 개선 가시성을 확대했다는 게 효성중공업 측 설명이다. 효성중공업이 미국 최대 전력·에너지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콴타서비스와 현지에서 합작 설립한 법인이 오는 10월 72.5~800kV급 초고압차단기 생산에 본격 돌입하는 만큼, 이 같은 사업 전략은 올 하반기 들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초고압변압기·차단기 등 전력기기 집중 구조를 탈피하고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수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달 회사가 글로벌 빅테크와 체결한 1조원대 규모 전력·배전기기 패키지 수주 모델이 주축이다.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2일 글로벌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총 1조1212억원 규모의 전력·배전기기를 5:5 규모로 오는 2029년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실제 납기는 오는 2028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해당 계약의 고객사와 같은 규모의 2029~2030년분 물량을 납품하는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다른 빅테크기업 세 곳과도 패키지 형태의 1조원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기준 1.8%, 올해 6.3%에 그쳤던 전력사업의 신규 수주 내 데이터센터향 비중을 내년 16.0%까지 1년 새 3배 가까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통상 전력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배전기기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전사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시장에선 데이터센터향 제품의 경우 일반 제품 대비 높은 가격이 형성돼있어 실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데이터센터향으로 중저압 차단기 등 배전기기 스코프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향 제품은 일반 산업용 대비 높은 판가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존 이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새 역사 쓴 코스피, 8월엔 변동성 줄어들까[주간증시]

지난주(27~31일) 코스피는 급등과 급락을 오가며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3~7일)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한 투자심리 회복이 관건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요건 강화로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주 나흘간 이어진 폭락을 딛고 지난달 31일 단숨에 6500선으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지난 28일(-10.84%)과 29일(-5.98%) 연이어 폭락하면서 사상 최초로 이틀 연속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 과정에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85배를 기록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5배를 밑돌았다. 30일까지 코스피 시장 월간 기준 하락률은 34.01%로 사상 최대 낙폭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27.25%)보다 더 큰 하락 폭이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91%(1001.89포인트) 오른 6595.45에 마감했다.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과 상승폭이다. 상승률 기준으로 2위는 2008년 10월 30일 기록한 11.95%다. 하루 만에 1000포인트 오른 코스피 시장은 월간 기준 하락률도 22.19%로 줄었다. 이날 시총 2~5위에 속한 SK하이닉스(+29.95%), SK스퀘어(+29.91%), 삼성전기(+29.92%) 등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6.81%)와 삼성전자우(+26.49%)도 상한가에 근접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모두 사상 최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2009년 1월 이후 첫 상한가다. 시장에서는 이날 급등 원인으로 AI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청산 뉴스를 꼽았다. 이 펀드는 SK하이닉스 등 AI 관련 기업에 원금의 4배 이상 빚을 내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면서 보유 주식을 헐값에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에 넘겼다. 시타델에 넘어가면서 투매가 멈추고, 외국인 투자가 재개됐다는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청산 완료는 곧 메모리·AI 인프라 종목에 대한 최대 레버리지 매도 압력의 소멸을 의미한다"며 “급락의 원인이 펀더멘털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이상, 되돌림의 속도가 빨랐던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에도 AI와 반도체 관련 수요와 업황을 엿볼 수 있는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고되어 있다. AMD(4일), 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5일) 등이다. 실적 개선보다 빅테크의 대규모 AI 자본지출이 실제 관련 기업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주목된다. 이들 기업의 실적과 전망에 따라 메모리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수요의 최전방인 앤트로픽은 연간 반복 매출이 5월 470억 달러에서 7월 740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이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국내 반도체 실적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여전히 과매도, 낙폭과대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하이퍼스케일러,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주력 업종 실적을 통한 코스피 전반의 이익 신뢰성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요건 강화 영향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8월 중 시행 예정이던 투자요건 강화를 지난달 31일부터 조기 시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현금 3000만원을 계좌에 넣어둬야 한다. 기존 예탁금은 1000만원이었다. 또한 기본 예탁금을 계산할 때 계좌 내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대용증권의 시가 70%도 인정했지만, 앞으로 현금만 인정한다. 증권업계에서는 7월 들어 이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순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었던 상황이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매수 강도가 7월 들어 약화했다"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급증으로 인한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 비중 확대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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