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대법관 정원 확대, 재판소원제 도입, 법왜곡죄 신설을 담은 '사법개혁 3법'을 지난달 26~28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9년간 유지된 대법관 정원이 늘어나고,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과 판·검사 법 왜곡 행위 처벌이 가능해지는 등 사법제도 전반에 변화가 예고됐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과 개헌 국민투표 절차를 명문화한 국민투표법 개정안도 처리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를 수 있게 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주도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제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 도입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지난달 26~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약 10개월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사법제도 개편이 현실화됐다. 가장 먼저 처리된 법왜곡죄 도입법은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판사와 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령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판·검사가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서 법을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법왜곡 행위를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법령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규정했다. 다만 합리적 해석 범위 내의 재량적 판단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위조하거나 위법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한 경우 등도 법왜곡 행위에 포함했다. 법왜곡죄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에서 처음 본격화됐다. 당시에도 법관의 부당한 법 적용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재판 독립 침해 우려로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체포적부심사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면서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사법부 내부망에서도 “종래 실무를 뒤집는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이례적 법 적용을 방지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판사도 법을 왜곡해서 뇌물을 받거나, 말도 안 되는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해서 잘못된 판단을 통해 재판 자격이나 공소 제기로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했을 경우에는 당연히 그것은 처벌의 대상"이라고 했다. 다만 법 적용 기준이 추상적일 경우 재판의 독립성을 위축시키고, 판·검사의 소극적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판소원제 도입 역시 제도 변화의 폭이 크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과 달리 법원의 확정 판결도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 청구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가능하며, 헌법재판소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이 헌법소원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되지만, 제도 시행 시 헌재가 사실상 법원 판결을 다시 심사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4심제'라는 평가와 함께 사법 체계 이원화 및 대법원·헌재 간 권한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법관 증원법에 따라 1987년 개헌 이후 14명으로 유지돼 온 대법관 정원은 26명으로 늘어난다. 법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 증원된다. 대법관 임기는 6년이다. 증원되는 12명과 임기 만료 예정인 10명을 포함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재임 중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전체 26명 중 약 85%에 해당하는 인사가 새로 구성되는 것으로, 사실상 대법원 구성이 전면 재편되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대법관 1인당 사건 부담이 줄어들 경우 사건 처리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사건은 상고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 이유를 상세히 적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방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원 확대를 통해 보다 충실한 심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사법부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달 25일 회의에서 “대법관이 늘어나면 이를 보조할 재판연구관 등 인력도 함께 확충돼야 한다"며 “1·2심 재판부의 인력 공백으로 재판 지연과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은 총 102명으로, 1인당 평균 8.5명 수준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추가로 약 100명 안팎의 법관이 대법원으로 이동해야 해 사실심이 약화될 수 있다. 1일에는 국민투표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개정안은 '재외투표인 명부에 등재된 사람'을 투표인에 포함하고, 국외 부재자 신고 및 재외투표인 등록 절차를 공직선거법 기준에 맞춰 정비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투표권 제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1년 7개월 만에 후속 입법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의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직전 수요일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해, 개헌 일정의 법적 기준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를 수 있게 됐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국민투표자유방해죄' 조항이 포함됐다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끝에 삭제됐다. 당초 허위사실을 지속 유포해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이었으나, 여야 합의 부족과 과도한 처벌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등 검찰 개혁 후속 입법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입법이 정권에 의한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한편, 장외투쟁과 도보행진 집회 등 대외 행동도 검토 중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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