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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항서 써볼 기회 제공을”…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실증 문턱부터 ‘높은 장벽’

“국산 장비를 구매하기 전에 공항 안에서 충분히 실증할 기회부터 주셨으면 합니다." 30일 경북 구미코에서 열린 '2026년 항공 보안 포럼'에서 이장원 SST 랩스 연구소장은 이와 같이 말하며 국산 보안 검색 장비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거론했다. 국제 인증을 확보해도 실제 운영 실적이 없으면 선택받기 어렵고, 도입되지 않아 트랙 레코드를 갖지 못하면 실적을 쌓을 수 없는 악순환이다. 현장에서는 장비 개발 외에도 실증·데이터 확보·인공 지능(AI) 성능 검증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국항공보안학회와 경운대학교·한서대학교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의 주제는 'K-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가속화 방안'이었고, 공항 운영·보안 기관·장비 기업·대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개회식 사회를 맡은 신승균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개발 현황과 기술적 과제를 살피고 유통 장비까지 공유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소대섭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 항공정책센터장·항공보안학과장 교수)은 “국산 장비 기업에서 차세대 인재들이 항공 보안 발전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체적인 기술 자립과 첨단 보안 장비 국산화는 국가 항공 보안의 핵심 과제"라며 국내 기술의 공항 안착과 해외 진출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추진 보고와 주제 발표 진행을 맡은 이용강 한국항공보안학회 편집위원장(한서대 항공보안학과 교수)는 학회 산하 연구위원회를 통해 기업 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확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국내 항공 보안 장비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했다. 가경환 경운대 인재개발처장은 과거 보안 장비 개발·인력 양성 과제를 수행한 경험을 언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혁신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는 협력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석 한국민간경비학회장은 신라대학교 항공 보안 검색 교육 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학술·교육 기관과 기업이 결합한 토론의 의미를 평가하고 양 학회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제안했다. 기업 발표의 공통 화두는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국산화'였다. 김명수 딥노이드 차장은 외산 장비 의존이 유지·보수뿐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검색기에 국산 AI를 연결해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수출하자는 구상이다. 김 차장은 AI의 역할을 숙련 판독 요원의 완전한 대체보다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보완하는 데서 찾았다. 공항·항만·세관에서 실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실증 기회를 확대하고 AI 자체의 판독 성능을 평가·인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산을 일괄 교체하기보다 함께 활용하며 국내 기술의 강점을 키우자는 설명이다. 이장원 소장은 고정된 9개 엑스선으로 3차원 영상을 만드는 휴대 수하물 검색장비와 유럽민간항공회의(ECAC) C3 인증 성과를 소개했다. 다음 과제로는 제조사와 장비별로 분리된 검색 데이터를 연결하는 개방형 판독 체계를 제시했다. 수하물 CT와 전신 검색기 등의 결과를 함께 분석하려면 데이터 표준인 DICOS에 기반한 연동과 개인정보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명원 뉴원에스엔티 연구소장은 보안 검색선을 넘어 주차장과 로비 등 일반 구역의 초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물·마약 흔적 탐지기 'IONAB'에 이어 개발한 비접촉식 'IONAB_에어'는 의심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는 폭발물 처리반 도착 전 현장 요원의 판단을 지원하고 공항 시설 전체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외산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국내 기술과 운영 경험의 결합을 강조했다. 김기태 인씨스 전무는 “원 영상이 고해상도로 제공되지 않으면 AI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탐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라피스캔 검색기에 자체 AI를 접목해 재검색 대상 물품을 자동 분류하고 통합 상황실에서 장비 상태와 비상 상황을 관리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신동인 동곡기정 연구팀장은 보안 검색장의 성능을 단일 장비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T·신체 검색기·통합 판독에 장비 배치와 교육, 유지·보수, 장애 대응이 결합돼야 승객 편의·업무 효율·보안 수준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과 수하물을 통합 검색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길 바란다며 구축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오창환 카티스 수석은 CT 검색기·전신 검색기·바구니 자동 회송 장치·원격 통합 판독으로 구성되는 '스마트 시큐리티'의 실제 운영을 설명했다. 검색 결과에 따라 재검사 대상을 분리하고 여객 수요에 맞춰 판독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외산 장비를 취급하지만 국산 장비의 개발과 성과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박형남 에이리스 기술이사는 작은 저장매체와 비정형 마약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려면 영상 해상도뿐 아니라 물질 특성을 담은 원본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제조사에서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자체 검색기 제작에 나섰다는 그는 “보안 검색 영상은 우리나라의 자산"이라며 데이터 주권을 부각했다. AI가 판단 근거를 제시하고 신규 위협을 학습한 뒤 재검증받도록 인증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물 보안도 논의됐다. 유병철 경운대 항공관제물류학부 교수는 등록 대리점(RA) 도입을 중심으로 공항에 집중된 검색 부담을 분산하고 화물의 운송 전 과정에서 보안 상태를 유지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다뤘다. 본지는 항공 보안 장비의 △국산화의 범위 △부품 공급망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도입 실적 확보 방안을 물었다. 이 소장은 전체 제어체계는 국산화하고 있지만 엑스선 발생 장치와 검출기까지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은 품질보다 가격 측면의 과제가 있다며 구매에 앞서 실제 현장에서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민규 교수는 대형 화물의 탐지 기술과 발전 방향을 질문했다. 김 차장은 탐지 대상별 학습과 장비 결합을 통해 AI의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전무는 중형 엑스선 장비와 컨테이너 검색기의 활용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공항의 대형 화물 검색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잘 팔리는 건 반도체뿐”...소비위축에 ‘내수 회복’ 여전히 냉랭

수출로 벌어들인 성장의 성과가 국내 소비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는 소비가 유입됐지만 대형마트와 음식점은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마저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이 내수 현장과 기업의 자금 사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전년 동기 대비 0.5%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으며, 낙폭도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컸다. 소비 위축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여러 품목에 걸쳐 나타났다. 내구재 판매가 1년 전보다 7.0% 줄었고, 승용차 판매는 11.3% 감소했다. 지난해 민생회복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와 자동차 업계의 하계휴가·파업, 상반기 가전제품 환급행사에 따른 소비 선반영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 흐름 역시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승용차를 뺀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2.5%, 2.4%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도 0.8% 감소했고,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2.7% 늘며 소비 지표를 지탱했다. 유통업태별로는 소비 양극화가 한층 뚜렷했다. 대형마트 판매는 3분기에도 1.9% 줄었다. 2024년 2분기 감소세에 들어선 뒤 10개 분기째 뒷걸음질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긴 감소 행렬이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에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점포 폐점까지 겹치며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직전 분기 9.4%에 달했던 감소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관광 수요와 고소득층 소비의 영향을 받는 업태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면세점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 2024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역시 4.3% 증가하며 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비 전반이 살아나기보다는 관광객 지출과 일부 소비층의 구매력이 특정 유통 채널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서비스업에서도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과 금융 관련 업종의 성적표가 엇갈렸다. 3분기 전체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지만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2.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감소 폭은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컸다. 도소매업 생산도 0.2% 줄어 7분기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금융·보험업 생산은 9.2% 증가했다. 2023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주식시장 거래가 활발해지고 거래대금이 확대된 점이 업종 생산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산업과 금융시장은 활기를 띠는 반면 소비자와 직접 맞닿은 업종은 회복 속도가 더딘 셈이다. 내수 부진은 기업의 자금 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매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높은 금융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면서 대출 상환 여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원화대출 연체율 평균은 0.42%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5%포인트(p), 직전 분기보다 0.03%p 상승한 수치다. 2017년 1분기 0.4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에서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났다. 3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49%로 전년 동기보다 0.07%p 올랐고, 전분기 대비로도 0.04%p 상승했다. 2017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60%까지 높아졌다. 2017년 1분기 0.65%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3분기 0.54%였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같은 해 4분기 0.49%로 낮아졌다가 올해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은 매출 부진이 길어질수록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원리금 상환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소매업과 음식점업 등 소비와 밀접한 업종의 생산 감소가 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의료계에 포획된 복지부…비대면진료, 의료계 입김에 환자 편의 ‘뒷전’

매달 비대면진료로 혈압약을 처방받던 환자는 앞으로는 한 달치 약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밤에 아이가 열이 나 비대면으로 진료받던 부모는 앞으로는 동네에 비대면진료를 하는 의원이 없으면 갈 곳을 찾기 어려워진다. 회사를 비우기 어려워 점심시간에 비대면진료를 받던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가 정식 제도로 시행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시 허용과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 6년간 이어져 온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기존 이용자들의 진료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시범사업보다 좁아진 이용 기준…환자 불편 우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가 정식 제도화를 앞두고 시범사업 때보다 이용 문턱이 높아질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초진 처방일수와 진료 지역, 의사당 진료 건수 등을 제한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다. 의료계가 비대면진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제기해온 가운데,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환자 편의와 의료 접근성보다 규제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19일 비대면진료의 대상 환자와 의약품 처방 기준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정부가 마련한 안은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고,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는 경우에도 최대 30일 처방을 한 차례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시범사업 때보다 처방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기존 시범사업 지침에서는 비대면진료를 통해 약제를 처방할 때 1회 최대 90일까지 처방할 수 있었다. 또 개정안은 환자 주소지를 기준으로 진료 지역을 제한하고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건수에도 상한을 두도록 했다. 관련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수 년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얼마든지 안전하게 운영됐다는 점을 실증했음에도, 더 좁은 기준을 세운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시범사업 3년 동안 276만 명이 730만 건의 진료를 받았다. 전체 진료의 15%는 병원 문이 닫힌 야간과 휴일에 이뤄졌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이용 환자의 1회 평균 처방일수는 33.7일로, 전체 처방의 46.3%는 30일 이상의 약을 처방 받았다. 전체 진료 가운데 처방이 제한된 의약품이 처방된 사례는 0.06%였고,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은 17건이었다. 코스포 측은 “실증을 거친 결과가 제도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시범사업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 부담은 결국 병원 문이 닫힌 시간에, 의원이 적은 지역에서 진료를 받아 온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기 처방 막히면 플랫폼 사업모델도 타격 업계는 이번 제도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비즈니스모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탈모·여드름·아토피·통풍 등 매일 같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비중이 높은 만큼, 편의성이 떨어지면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규제로 이용자 편익이 줄어 이용자 이탈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규제를 만든 과정에 있었다. 코스포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복지부의 규제영향분석 과정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직역단체가 의견수렴 대상으로 포함됐지만, 환자와 비대면진료 플랫폼업계는 제외됐다. 정작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이 빠졌던 것이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 중개매체는 의료법에 따라 법적 지위와 책임이 규정된 비대면진료 전달체계의 일원인데도 규제영향분석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로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민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라면 필요성과 효과, 환자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과 실제 집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국회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는 비대면진료를 기존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14일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이날 기준 동의 수 4만 건을 넘어섰다. 청원이 등록돼 공개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해당 안건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돼 심사를 받게 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눈] ‘저PBR’ 꼬리표, 어떻게 뗄 것인가

2일부터 증권사 앱에서 151개 종목 옆에 '저PBR' 꼬리표가 붙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따라 오래 저평가된 기업이 스스로 주가를 끌어올리도록 압박하려는 취지다. 주가가 회사의 장부상 재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태가 오래 이어진 기업이 대상이다. 이마트, 롯데쇼핑, 현대제철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다. 꼬리표를 떼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왜 싸게 평가받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가장 흔한 이유는 돈을 잘 못 버는 것이다. 계획을 낸 62곳 가운데 절반은 최근 3년 동안 주주 돈 100원으로 1년에 3원도 벌지 못했다. 이 수익률(ROE)이 충분한지는 주주가 기대하는 수익률, 즉 자기자본비용(COE)과 견줘야 알 수 있다. 시험 점수만으로는 합격 여부를 알 수 없고 합격선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주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보통 연 8~10%를 기대한다. ROE가 이에 못 미치면 시장은 회사 재산을 장부가치보다 낮게 쳐준다. 그런데 이 합격선을 계산해 밝힌 곳은 17곳뿐이었다. 합격선을 밝히지 않으면 목표가 충분한지 주주가 판단할 수 없다. 밝힌 17곳 중에서도 13곳은 목표 ROE를 COE보다 낮게 잡았다. 첫째 방향은 ROE를 COE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정리하고, 쓰지 않는 부동산이나 투자자산은 팔아 돈이 되는 사업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둘째, 그럴 자신이 없다면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방식이다.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에 따라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의 목적이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예외 조항에 기대기보다 소각 일정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주주 신뢰를 얻는 길이다. 광주신세계는 2024년 약속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올해 4월 마쳤다. 셋째,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에 계획을 낸 기업 열 곳 중 네 곳꼴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만난 한 거버넌스 전문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이사회가 주도하고, 이사회 심의·결의를 거쳐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일수록 소액주주 입장에서 계획을 점검할 이사회의 역할이 크다. 끝으로 진행 상황을 꾸준히 알려야 한다. 계획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는 없다. 그렇다고 약속을 흐지부지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명단 발표는 내년 5월이고, 내년 3월 주주총회부터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이 크게 제한된다. 꼬리표를 떼는 방법은 결국 하나다. 시장이 기업을 다시 평가할 근거를 실적과 주주환원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패트롤] 고양시-광명시-김포시-부천시-시흥시

고양=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고양특례시가 지난달 31일 일산문화광장에서 '2026년 제13회 고양도시농업축제'를 개막했다. 시민이 도심 속에서 농업 가치를 발견하고 도시농업을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축제는 '흙에서 싹트고, 도시에서 자라다'를 주제로 일산열무 김치 담그기를 비롯해 △스마트팜-수직농장 체험 △치유농업 프로그램 △도시농부 장터 △미래농업기술 전시 등 다양한 체험-전시 프로그램을 1일까지 운영한다. 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광명시가 지난달 30일 광명시사회연대경제혁신센터 마주에서 '공정무역, 광명에서 마주하다!'를 주제로 '2026년 광명시 공정무역 2주간 캠페인(포트나잇)'을 개최했다. 공정무역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일상 속 윤리적 소비문화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포트나잇은 전 세계 공정무역도시가 함께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공정무역 가치를 알리고 윤리적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매년 진행된다. 올해 광명시는 공정무역도시 3차 재인증을 계기로 정책과 민-관 협력 성과를 공유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포럼과 박람회,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공정무역 포럼에는 서울-경기-인천 공정무역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는 광명시 공정무역 정책과 민-관 협력 사례, 기업 제품 개발과 사업화 경험, 시민 활동가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지역사회 공정무역 확산을 위한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포럼에 앞서 공정무역기업 육성 사업으로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광명형 공정무역 제품 론칭' 행사도 열렸다.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은 이집트산 공정무역 원두를 활용한 커피 드립백 선물 세트를 개발했으며, ㈜워킹앤츠는 인도와 이집트산 공정무역 오일을 활용한 필로우 미스트를 선보였다. 시민 참여형 체험행사에선 공정무역 차를 활용한 나만의 티 브랜딩 '마이 페어 티(MY FAIR TEA)'를 비롯해 △공정무역 바나나를 활용한 나만의 레시피 만들기 △공정무역 자투리 양모를 활용한 키링과 섬유미스트 만들기 △코끼리똥 종이 포춘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공정무역 박람회에선 광명서초등학교와 넓은세상작은도서관 등 공정무역 실천기관 활동을 소개하고, 관련 제품 전시-판매와 시식-시음 행사를 진행했다. 포트나잇에 앞서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운영한 '공정무역 소비탐정단' 캠페인에는 시민이 참여해 관내 공정무역가게와 커뮤니티에 들러 구매 영수증과 방문 사진을 인증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1일 “공정무역은 생산자의 정당한 노동과 권리를 존중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실천"이라며 “공정무역기업 성장과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시민이 일상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명시는 지난 2020년 공정무역도시 최초 인증 이후 공정무역활동가 양성, 시민 인식 확산 교육, 공정무역기업 육성과 판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공정무역가게에서 광명사랑화폐로 결제하면 결제금액 중 10%를 환급하는 '공정무역 실천 캐시백 지원사업'을 운영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김포=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김포시가 올해 말라리아 퇴치사업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군부대 등 유관기관과 함께 '2026년 하반기 말라리아 퇴치사업단 회의'를 개최했다. 환자 조기 발견과 시민 참여 확대에 중점을 두고 김포시는 올해 말라리아 퇴치 사업을 추진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환자 가족과 공동 노출자, 산업체 노동자, 지역민 등을 대상으로 신속진단키트를 배포해 조기진단을 독려했다. 또한 6월부터 8월까지 시민참여형 '고인물 제거의날' 캠페인을 새롭게 운영해 생활 주변 모기 유충 서식지 제거에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올해 10월 기준 김포시 말라리아 환자 발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이는 전국 및 경기도 감소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회의에서 참석 기관들은 올해 사업 결과를 공유하고, 환자 발생이 많았던 지역과 시기를 중심으로 한 예방 활동과 군부대 합동 방역 등 기관별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김포시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감시-대응 체계를 지속 운영하고 관계기관과 협조를 강화해 말라리아 예방-관리에 힘쓸 계획이다. 김포시보건소장은 1일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면 지속적인 감시와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조가 필수"라며 “앞으로도 환자 조기 발견과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예방-관리체계를 꾸준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부천시립수주도서관은 2026년 제63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번 수상은 2022년 개관 이후 수주도서관이 추진해 온 독서문화사업과 지역사회 협력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전국 도서관 운영 유공 포상은 공공-학교-전문도서관 등 2만2203개 도서관을 대상으로 도서관 경영, 인적자원, 시설환경, 정보자원, 서비스 등 5개 영역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우수기관을 선정하는 제도다. 수주도서관은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자원을 독서문화 체험과 연계한 지역 인문 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시민과 지역기관이 함께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 독서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부천의책' 사업을 비롯해 독서활동가 양성과 재능기부, 북페스티벌-북피크닉 등 시민 참여형 독서문화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또한 문학관, 선사유적체험관, 시민학습원 등 지역자원과 연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서관의 지역사회 문화거점 역할을 강화했다. 김혜경 부천시립수주도서관장은 1일 “이번 수상은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온 독서문화 활성화 노력이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책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시흥=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시흥시가 오는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흥시농업기술센터 옆 잔디광장에서 2026년 시흥시 반려동물 문화축제 '우리동네 개체능'을 개최한다. 우리동네 개체능은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에 맞춰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민 참여형 축제로 올바른 반려문화 확산과 동물보호 인식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축제는 시흥시가 주최하고 KCMC문화원이 주관하며, 시흥시민은 물론 타 지역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 시흥시는 약 3000명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행사장에는 반려동물 운동회와 문화교실, 동물복지 홍보 프로그램을 비롯해 훈련 상담, 펫타로, 캐리커처 등 다양한 상담·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달리기존, 미로존, 어질리티존으로 구성된 펫놀이터도 마련해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유기동물 입양 홍보, 길고양이 인식 개선, 펫티켓 및 '동물보호법' 홍보, 반려동물 심폐소생술 교육 등 책임 있는 반려문화 정착을 위한 공익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행사장에는 플리마켓과 푸드트럭, 피크닉존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함께 운영해 시민이 가족과 반려동물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허정임 동물축산과 동물복지팀장은 1일 “이번 축제는 반려동물과 시민이 함께 즐기며 책임 있는 반려문화와 동물보호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행사"라며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시민은 많은 관심과 적극 참여해 달라"고 권했다. 한편 2026년 시흥시 반려동물 문화축제 관련 세부 사항은 시흥시농업기술센터 동물축산과 동물복지팀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시흥=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시흥시는 지난달 30일 연꽃테마파크 잔디광장에서 농업인과 시민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제30주년 농업인의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농업인의날은 농업과 농촌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농업인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11월11일)이다. 이날 행사는 시흥시농업인단체협의회 주관으로 '함께 키운 시흥 농업, 함께 누릴 미래 시흥'을 주제로 열렸다. 지역 농업인 헌신과 땀의 가치를 되새기고, 시흥 농업 우수성을 시민과 공유하는 축제 한마당이 됐다. 특히 행사장에선 전통혼례 재현, 농업인 활동 전시, 전통 농기구 전시 및 체험, 지역 농산물과 농업정책 홍보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열려 시민 관심을 모았다. 농업인은 기념식에서 선언문을 통해 “농업이 살아 숨 쉬며, 시민과 농업인이 함께하는 시흥을 만들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지속가능한 시흥 농업 발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축사를 통해 “기후변화와 시장 불안정성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농업 현장을 지켜온 농업인 열정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시흥시도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수출, 11월 1조달러 “확실시”…“반도체 호황에, 벌써 9000억달러 돌파”

올해 1~10월 누적 수출이 사상 첫 9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연간 1조 달러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호황에 수출액이 9월부터 2개월 연속 1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11월 중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이달 안에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1조 달러 달성 기록을 쓰게 된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1152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93.7% 증가했다. 지난 9월(1211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고, 두 달째 1100억 달러 이상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 수출로 보면 9300억 달러로 전년보다 60.6% 증가했다. 정부가 목표로 한 연 수출 1조 달러까지 700억 달러 남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10월에도 우리 수출이 1100억 달러 이상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1월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1995년 첫 10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지속 증가해 지난해 7093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인공지능(AI) 호조세에 힘입어 단숨에 9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1조 달러를 눈앞에 두게 됐다. 10월에도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은 564억4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59.4% 급증하며 두 달 째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높은 수출 단가와 물량이 유지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도 34% 증가했다. 20대 주력 품목 가운데 선박과 생활용품을 제외한 18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컴퓨터 수출은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서버 인프라 투자 확대와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전년보다 496.6% 급증한 5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도 애플 신제품 출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19억5000만 달러로 6.7% 증가했다. 자동차 또한 18.1% 증가한 65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조업일수 증가와 하이브리드차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10월로는 최다 실적이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시장 중 7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반도체·석유화학 호조로 133.6% 급증한 26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도 반도체·컴퓨터·전기기기 등 AI 관련 품목과 자동차·철강 동반 증가로 185.8% 늘어난 249억 달러를 달성했다. 10월 수입은 36.0% 증가한 727억8000만 달러였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425억 달러 흑자를 봤다. 두 달째 400억 달러 이상이고, 올해 1~10월 누적으로는 2949억 달러 흑자다. 정부는 연말까지 견조한 수출 증가세와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내 1억 달러 목표 달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주요국과의 통상협력을 강화해 중소·중견기업까지 수출 성장의 성과를 폭넓게 누릴 수 있게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현장] 헬멧 없이 타는 레이싱카…9.81파크 제주 “기록경쟁으로 몰입감↑”

제주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액티비티 테마파크 '9.81파크 제주'. 엔진없이 중력가속도만으로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무동력 친환경 레이싱 '그래비티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달 30일 9.81파크 제주 레이스981 2코스를 직접 달린 기자의 기록은 1분29초252였다. 이날 마스터 라이선스 기준인 1분31초보다 1.7초 빨랐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38.69㎞에 그쳐 마스터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함께 달성해야하는 기준인 39㎞/h에 0.31㎞/h 못 미쳤다. 마스터 라이선스는 2코스를 달린 기록으로 가린다. 9.81파크 제주 운영사인 디에스엠에 따르면 라이선스 취득 기준은 날씨 등을 반영해 인공지능(AI)이 그날그날 조금씩 바꾼다. 취득율은 18%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인승 차량은 시속 40㎞를 넘으면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세게 걸리기 때문에 39㎞/h와 40㎞/h 사이에서 속도를 지키고 코너 라인도 미리 잡아야 한다. 레이싱카를 직접 타보니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되고 차체가 낮아 실제보다 속도감이 크다. 핸들도 생각보다 무겁다. 디에스엠에 따르면 중상급인 2코스까지는 핸들이 무겁다. 주행을 마치자 전용 앱에 평균속도 시속 25.22㎞, 최고 횡가속도 0.74G, 시간대별 타임 랭킹 22위가 올라왔다. 동행한 기자들과의 기록과도 비교할 수 있었다. 9.81파크에서는 레이싱 말고도 체험하는 것마다 점수와 순위가 남는다. 게임형 범퍼카 '링고'는 부딪힌 위치와 방향을 센서가 읽어 점수로 바꾼다. 이날 기록은 110점, 랭킹 4위였다. 레이저 서바이벌 '프로아레나'는 킬과 데스, 어시스트, 남은 탄수까지 숫자로 남겨 22킬 11데스 577점과 랭킹 1위를 앱에 띄웠다. 초급 코스에서 타는 최고 시속 35㎞인 2인승 차량은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경쟁에 끼도록 출발 때 크게 소리를 지르면 부스터가 작동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반려견 전용 시트를 부착한 2인승 차량 뒷자리에 반려견을 태우고 3코스를 달리는 패키지도 운영한다. 반려견 행동학 수의사 설채현과 함께 만들어 2023년 11월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기록 경쟁 시스템은 차량과 트랙, 앱을 하나로 묶어 운영한다. 입장할 때 받는 종이 팔찌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들어 있어 앱에 한 번 등록하면 이후 모든 기록이 팔찌를 통해 저장되고, 잃어버려도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앱 가입을 꺼리던 이용객도 기록과 주행 영상을 보고는 대부분 등록한다는 게 9.81파크 측 설명이다. 레이스981 차량은 루지처럼 엔진 없이 중력만으로 내리막 경사 트랙을 내려간다. 핸들바 하나를 밀고 당겨 방향과 속도를 함께 조절하는 루지와 달리 운전대와 발로 밟는 브레이크 페달로 나눠 조작하는 방식이라 실제 레이싱카 운전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가속 페달은 없어 속도를 내려면 브레이크를 덜 밟는 수밖에 없다. 차량은 0.2초마다 속도와 조향, 브레이크 데이터를 관제실로 보내고, 관제실은 트랙 전 구간에 깔린 카메라 200여대로 차량을 지켜본다. 결승선을 지나면 차량이 스스로 감속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자율주행으로 하차장까지 올라간다. 내린 뒤 다음 이용객이 타기까지 직원은 안내만 할 뿐이다. 상급자용 코스인 마스터는 입구부터 다르다. 'MASTERS ONLY' 표시가 붙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별도 공간을 거친다. 부스터를 단 전용 차량 GR-X로 최고 시속 60㎞까지 X코스를 달린다. 전용 라운지 '패독'에서는 일반 탑승장에서 볼 수 없는 트랙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마스터가 많지 않아 대기 줄도 짧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KBO와 손잡은 '981리그'는 응원 구단을 고르면 레이싱 기록과 미션 결과가 구단 승률에 반영되는 팬 대항전이다.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40차례에서 60차례가량 다녀간 이들도 있다고 9.81파크 관계자는 전했다. 연간 리그인 GROC는 매월 예선을 치러 올해 8개 라운드에 9382명이 참가해 1만6058회 달렸다. 결승인 챔피언십 파이널은 다음달 6일 총상금 4000만원을 걸고 열리고, 확정된 진출자 80명 가운데 41명은 지난해에도 결승에 올랐다. 2021년과 2022년, 2024년 결승은 MBC스포츠플러스가 중계했다. 두 번 이상 찾은 누적 재방문 고객은 8월 10만명을 넘었고, 마스터 보유자의 당해 재방문 비율은 10%를 웃돈다. 지난해 최다 방문자는 19차례 찾아 225회를 달렸다. 라이선스 등급은 굿즈 매장에서 할인율로 이어진다. 등급이 오를수록 할인율이 커지고 마스터는 15%를 할인받는다. 지하 1층 브랜드 스토어 '스페이스컵'은 한라산 셔츠와 캐릭터 티셔츠, 볼캡, 나일론 보스톤백, GR 차량과 코스를 새긴 메탈 키링 같은 자체 상품과 지난해 협업한 포켓몬 상품을 판다. 서울 압구정 레코드 바 '콤팩트 레코드 바'와 협업한 티셔츠도 걸려 있다. 매대에는 치이카와와 마리오, 짱구 상품도 놓여 있었다. 이달 2~27일에는 제주관광공사와 자체 캐릭터 '규르'를 앞세운 공동 캠페인 '제주야, 규르 왔어!'를 열어, 제주 공식 여행 멤버십 '나우다' 회원이 풀패키지를 사면 두 캐릭터를 넣은 반다나를 준다. 스페이스컵에서 굿즈 공간 반대편은 카페다. 메뉴는 제주도 유명 카페 '커피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의 레시피로 짰다. '데킬라 에스프레소'와 솔트 크림을 올린 브루잉 커피 '제주 밤바다'등이 시그니처 메뉴다. 창밖으로 야외 트랙과 제주 바다가 보이고, 입구에는 밀리의서재와 꾸민 '여행자를 위한 작은 도서관'이 책 50여권을 두고 연말까지 열린다. 다이닝 '브로콜리지'는 제주 식재료로 메뉴를 꾸렸다. 12시간 이상 수비드한 제주산 흑돼지 통목살 400g을 통째로 튀긴 '흑돼지 400 돈가스'가 시그니쳐 메뉴다. 흑돼지 한 덩이를 도마에서 썰어 올린 '흑돼지 돔베덮밥'도 완성도가 높았다. 지하 2층 '오나츠'는 매일 아침 크림을 채운 찹쌀 도넛을 우도땅콩, 제주녹차, 제주유자 맛으로 낸다. 쉬는 공간은 3층 '스페이스제로'다. 카펫 바닥에 빈백을 흩어 놓고 천장에 코쿤 행잉체어를 매달았고, 유리벽에는 '소곤소곤'이라는 안내문 하나만 붙여 조용히 쉬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창가 스툴에 앉으면 억새밭 너머로 오름과 바다가 보인다. 음악도 공간마다 다르다. 9.81파크 측은 음악감독을 따로 두고 탑승장과 카페, 휴식 공간마다 음악을 다르게 깔았다고 설명했다. 파크 곳곳이 사진 찍는 자리다. 레이싱을 마치고 자율주행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꺼내도 돼 한라산 쪽 풍경을 찍을 수 있고, 셀프 포토 스튜디오 '포토드링크'도 있다. 해 질 무렵 트랙 너머로 지는 노을이 가장 좋았다. 이날 탑승장에는 부모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수학여행을 온 중고등학생 단체, 커플,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섞여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쪽은 학생 단체였다. 디에스엠에 따르면 지난해 9.81파크 단체 이용객은 1년 전보다 19.5% 늘었고, 이 가운데 학교 단체가 71%를 차지했다. 안전에 민감한 학교들도 자동 제동과 관제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방문을 결정한다는게 9.81파크 측 설명이다. 수학여행으로 왔던 학생이 부모와 다시 오거나 성인이 돼 찾는 경우도 있다고 9.81파크 측은 전했다. 혼자 탈 수 없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운전하는 2인승 뒷자리에 타거나 VR 레이싱 '메타981'을 이용한다. 올해 3분기 누적 외국인 이용객 비중은 15.1%로 1년 전보다 6.6%p 상승했고, 중화권 비중은 13.9%였다. 디에스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식음료 매출은 1년 전보다 28.3%, 상품판매 매출은 91.2% 늘었고, 8월 판매액은 23억9000만원으로 2020년 개장 이후 월간 최고였다. 디에스엠은 1300억원을 들여 현재 공정률 90%인 실내형 '9.81 인천공항'을 내년 봄 열고 첫해 10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5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세워 현지 사업자에게 차량과 운영시스템을 공급하는 라이선싱 방식으로 중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디에스엠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 이용자가 9.81파크에서 기록을 겨루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연 4% 예금 찾는 발길”...반가운 금리 상승, 대출자는 부담

정기예금과 가계대출의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7~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권의 상품 구성 변화로 나타나는 셈이다. 1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연 4.0% 이상의 금리가 책정된 정기예금의 비중은 10.6%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2월(42.6%) 이후 처음이다. 상품별 비중도 변하는 중이다. 2022년과 2023년에는 4.0% 이상의 신규 정기예금이 각각 19.0%·26.2%였으나, 2024년 1.3%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무게추가 3.0% 이상 4.0% 미만으로 쏠렸다. 기준금리가 2.5% 안팎으로 하락했던 올 상반기까지는 4.0% 이상인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2.5% 이상 3.0% 미만이 '최대주주'로 떠올랐다가 최근에는 3.0% 이상 4.0% 미만이 대세로 돌아온 모양새다. 9월 기준 2.5% 이상 3.0% 미만은 12.4%, 3.0% 이상 4.0% 미만은 70.8%다. 9월 신규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39%로 전월 대비 0.25%포인트(p), 전년 동월 대비 0.87%p 높아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은 3.57%로 1년 만에 1.03%p 상승했다. 은행들이 대표 상품의 금리를 끌어올린만큼 향후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연 3.20%이었던 'KB STAR 정기예금'(1년 이상~2년 미만 기준) 만기 금리를 3.50%로 높였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역시 3.20%에서 3.50%로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3차례에 걸쳐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3.20%에서 3.60%까지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WON플러스예금'(1년 만기 기준)을 3.20%에서 3.60%로 올렸다. NH농협은행은 'NH올원e예금'의 금리와 거치식 예금 기본금리를 상향조정했다. 고객 유치를 위한 특판도 벌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슈퍼SOL 월컴 정기예금'은 기본 3.60%에 첫 급여 거래 등 우대금리가 더해지면 최대 4.0%의 금리가 적용된다. 농협은행은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면 연 3.90%까지 받을 수 있는 'NH올원뱅크 10주년 기념 예금'이 판매한도 5000억원을 채우자 2차 판매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2조원 한도로 '우리 369 정기예금'(3.8%)을 판매하는 중으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역시 3%대 후반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에 차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4.0% 미만인 가계대출의 비중은 9.6%로 1년 만에 48.3%p 급감했다. 2023년 11월(5.6%) 이후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5~4.5% 수준이었던 가계대출의 중심축은 4.0~6.0%으로 옮겨갔다. 3.5% 이상 4.0% 미만은 지난해 12월 27.2%에서 올 9월 7.1%, 4.0% 이상 4.5% 미만은 23.9%에서 20.3%로 떨어졌다. 반면 4.5% 이상 5.0% 미만은 21.3%에서 38.5%, 5.0% 이상 6.0% 미만은 4.3%에서 23.0%로 증가했다. 7.0% 이상은 4%대 중반을 오가는 중이지만, 6.0% 이상 7.0% 미만 구간에서 유의미한 상승세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 미만이었으나, 올 7~8월 3%대로 진입했고 9월에는 4.1%까지 올랐다. 9월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4.96%로 전년 동월 대비 0.79%p 상승했다. 신규 주담대의 고정금리 비중이 91.5%에서 34.2%로 축소되고 변동금리가 65.8%로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내년 상반기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추가적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신현송 한은 총재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제주체들이 변화된 금리환경에 적응해야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분간 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체코 시공협상 결렬·공론화위원회 가동…기로에 놓인 원전산업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한국 원전 산업이 안팎에서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해외에서는 원전 수출의 교두보로 꼽히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시공사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국내에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 원전을 얼마나 담을지를 결정할 공론화 절차가 시작됐다. 시공사 재선정과 공론화 결과에 따라 향후 원전 산업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체코 원전은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도 이어져 온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프랑스 EDF와의 경쟁 끝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합의를 두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에서 최종 계약이 마무리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체코 원전의 성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잡음이 생겼다.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양측은 공사비와 계약 조건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설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늘어날 수 있는 공사 물량과 비용 부담이었다. 한수원은 사업비 관리를 위해 총액을 확정하는 계약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컨소시엄 측은 시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위험까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문제가 있는 계약을 원전 산업 육성을 이유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협상 결렬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사업 전체 이탈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체코 원전이 갖는 상징성이다. 체코 원전 유럽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과 공기 준수 능력을 보여주고 향후 추가 원전 수출로 이어질 교두보로 기대를 받아왔다. 두코바니 5·6호기 계약에는 체코가 5년 안에 테믈린 원전 최대 2기를 추가 발주할 수 있는 옵션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 2028년 1월 부지 준비공사에 착수한다는 기존 계획을 최대한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체코를 비롯해 향후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에도 이번 소식은 전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사업 차질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 원전의 강점으로 내세워 온 사업비 관리와 적기 준공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에서도 원전 산업의 방향을 가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제11차 전기본에 반영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다. 하지만 이번에 수립되는 12차 전기본에서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에 따라 추가 원전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계획은 제시했지만 추가 원전은 공론화 절차를 거쳐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해 만 18세 이상 국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국민기초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갔다. 이 중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 가운데 지역·성별·연령대별 무작위 추첨을 통해 3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한다. 시민참여단은 숙의자료집과 온라인 학습을 거쳐 다음 달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숙의토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12차 전기본에서 원전이 맡게 될 역할과 추가 건설 여부가 윤곽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프로젝트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떤 전원으로 충당할지는 향후 국내 원전 산업의 일감과 생태계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2기를 확정하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건설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자체가 기존 탈원전 정책에서 상당히 달라진 행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원전 업계에서는 국내 신규 건설의 지속성을 아직 장담하기 어렵고, 해외에서는 체코 원전의 성공적인 이행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서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한다면 유럽을 비롯한 추가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원전 건설이 확정된다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 장기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두 축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면 원전 산업이 체감하는 정책 변화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체코 원전의 향방과 12차 전기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식욕이 크게 높아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로토닌(serotonin)이 일조량 감소에 따라서 같이 감소하는 것이 가을철 식욕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을에는 또 다른 계절에 비하여 맛있는 음식이 많다. 입맛대로 먹다가 보면 '이렇게 먹다가는 사달이 나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달은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무언가 본래부터 잘못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과장하거나 숨기다가 결국 문제가 터질 때 사용한다. 욕심을 부리다가 문제가 터질 때도 '사달이 난다'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상통하고,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와도 짐짓 연결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초창기였던 10여 년 전에는 주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버스나 전차에 먼저 적용되었었다. 2018년 파리 국제 모터쇼 때 프랑스는 자국의 모빌리티 기업을 소개하기 위하여 자율주행 버스를 행사장에 선보였다. 그런데 기자들을 태운 버스 앞을 그만 길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가 가로막았고, 버스는 급정거와 함께 크게 경적을 울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국내 기자가 귀국한 후 이 사건을 두고 적은 신문 만평의 제목도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였다. 인류가 살아온 내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과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청소부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면 청소부에게 급정거와 경적을 울려 쫒기보다는 정중하게 비켜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였을 것이라는 거다. 기자는 만평에 그때 영국 기자가 전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기계 따위가 사람에게...'. 하지만 기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한다. 자율주행이 이렇게 빨리 상용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AI, 즉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의 자리에 등판한 것 같다. 환호성을 지르며 곧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하는 이들도 많고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고 있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0 퍼센트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저기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비관론도 그 힘을 기르고 있다. 인공지능 호황이 일시적이라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걱정하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고,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건설할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필요한 전력과 물 부족 이야기를 함께 말하고 있다. 한편 국내 정유산업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원유 수급에서의 큰불을 끄는 데 성공한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막아버리자 우리나라가 정제하여 수출하는 경유와 항공유가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기 떄문이다. 얼나마 급한지 EU조차도 공급망와 안보를 들먹이며 정유시설의 추가 건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도 석유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에 정유사들은 수출 제한을 일정 정도 풀어달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최고가격고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에너지 관련 모든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위급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정책을 1년 가까이 끌고 가면서 여기저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인 지금, 에너지 절약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는커녕 가격 안정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 결국에는 사달이 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만다.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에 모두 넋이 나가도 안 되겠지만 또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수용과 합의만을 이야기한다면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유산업은 호황인데도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 제도들을 유지한다면 시장 제도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장점을 모두 놓치는 것이 된다. 늘 거기서 사달이 나지만 또 늘 거기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 비만만 걱정하면 가을이 가져다 주는 자연의 혜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걱정만 하고 막으려고만 하기보다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에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그게 높일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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