➀ 은퇴 국가봉사견 70%, 입양되지 못해 ② 턱없이 부족한 입양자 '돌봄 비용' 지원 ③ 국가봉사동물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 “데려온지 6개월이 채 안 됐을 때 금강이가 크게 아팠어요. 진드기에 감염돼서 죽을 뻔했죠. 치료 비용만 수백 만원일거에요. 저는 수의사라 직접 주변에서 진료를 도와줘 부담은 적습니다. 다만 일반 분들이 키우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 같아요." 제주도에 거주하는 박종필 씨는 재작년 11월, 공군 은퇴견 '금강이'를 입양했다. 수의과대학 재학 시절, 공혈견이나 실험견을 접하면서 여건이 될 때 은퇴한 봉사견을 꼭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20년을 기다렸던 만남이었다. 금강이는 공군 후보견이였지만, 고관절이 좋지 않아 훈련과정에서 탈락해 공군 교육견으로 2년을 근무했다. 이후 민간 입양을 통한 새 가족을 기다렸지만, 2년간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박 씨를 만났다. 오래 기다린 인연인만큼 금강이는 박 씨네 가족의 소중한 가족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박 씨는 금강이의 건강이 악화되는 게 나날이 체감된다고 한다. 박 씨는 “데려올 때부터 고관절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 해 검사를 통해 앞다리 쪽 팔꿈치에 주관절 이형성증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해당 질병은 저먼 셰퍼드가 겪는 대표적인 유전병 중 하나로, 관절 특정부위에 비정상적인 힘이 집중되게 되면 골관절염이 진행된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심화하기도 한다. 민간 입양자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월 1일부터 군견과 경찰견, 탐지견, 119구조견 등 은퇴견의 입양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입양자가 보험 가입과 진료, 미용, 사회화 교육 등에 비용을 먼저 지출한 뒤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실제 지출액의 60% 범위에서 최대 연간 100만원을 환급받는 방식이다. 예산이 소진되면 사업이 조기에 마감될 수도 있다. 동물병원과 보험사, 사료장례업체의 할인도 제공된다. 정부 협력 동물병원에서는 건강검진과 진료비를 30% 할인하고, 참여 보험사는 보험료를 최대 20% 낮춰준다. 그러나 해당 지원이 실제 은퇴견 입양자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줄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개 한 마리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월평균 13만5000원이다. 박 교수 역시 사료비와 간식비에만 한 달 10만~2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단순히 연간으로 환산해도 정부의 최대 지원액 100만원을 넘어선다. 더욱이 은퇴견은 대부분 대형견이거나 노령·질환을 안고 입양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부담은 평균보다 훨씬 크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마취제와 약물 사용량이 늘고, 검사와 수술 이후 이동·재활 과정에도 추가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입양 직후부터 정밀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원 방식이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제도는 입양자가 진료비 등을 먼저 부담한 뒤 실제 지출액의 일부를 환급받는 구조다. 정밀검사나 수술처럼 목돈이 드는 치료는 비용 전액을 우선 결제해야 하며, 지원 한도를 초과하거나 환급 대상이 아닌 비용은 모두 입양자의 몫이다. 박 씨는 의료비가 가장 큰 부담인 만큼, 의료비 지원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정 금액을 일괄 지원하기보다 지자체가 지정한 수의대 동물병원에서 우선 진료를 받은 뒤 비용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은퇴견도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고, 입양자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를 위해 현장을 누비던 인명구조견이 은퇴하면 돌봄의 무게는 민간 입양자의 일상으로 옮겨간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이 수행한 논문 「은퇴한 인명구조견 관리 실태 및 지원체계 제안을 위한 통합 연구」에는 은퇴견과 함께 살아가는 입양자들의 현실이 담겼다. 국내 은퇴 인명구조견 입양자가 100명 안팎인 가운데 41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입양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비용 부담'이었다. 5점 만점(가장 큰 어려움)에 평균 4.12점으로 나타났다. 재활관리의 어려움은 3.83점, 건강관리의 어려움은 3.54점으로 뒤를 이었다. 박 사무총장은 “연구하면서 만난 입양자들은 건강관리와 재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비용 부담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비용과 건강관리, 재활 문제가 서로 분리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또 “척추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은퇴견을 돌보는 사례도 확인했다"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배변을 도와야 했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 자세를 바꿔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픈 은퇴견을 돌보는 데에는 병원 진료비만 드는 것이 아니다. 입양자의 하루 역시 은퇴견의 건강 상태에 맞춰 재편된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이고 배변을 보조하며, 근육이 굳거나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몸을 움직이고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밤중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스스로 자세를 바꾸지 못하면 보호자도 여러 차례 잠에서 깨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박 사무총장은 “눈에 보이는 병원비와 약값뿐 아니라 보호자가 돌봄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동, 일을 쉬거나 외출을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살펴야 한다"며 “정부 지원도 직접적인 의료비에만 머물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호자의 돌봄 부담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은퇴견 입양자를 국가가 채용한 사회복지사와 같은 존재로 대한다. 매달 관리비를 지급하며 질병이 생기면 진료비도 국가가 별도로 부담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찰견 관리 행정규칙에 따르면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찰견은 기존 핸들러나 다른 경찰관, 퇴직 경찰관의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때 경찰기관과 보호자는 별도의 동물보호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은퇴 경찰견의 소유권도 보호자에게 넘기지 않고 주정부가 계속 유지한다. 또한 주정부는 보호자에게 은퇴 경찰견을 돌보는 데 필요한 관리보조금을 매월 선지급한다. 규정상 금액은 한 달에 25.57유로로, 우리 돈 4만2000원 정도다. 보호자는 최소 연 2회 은퇴견을 경찰기관에 데려가 건강과 생활 상태를 확인받아야 한다.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은퇴견이 적절한 환경에서 보호받고 있는지도 지속해서 살핀다. 특히 국내와 다르게 은퇴견에게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수의진료비를 월 관리보조금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지 않는다. 치료 사실과 비용이 확인되면 주정부가 진료비를 별도로 부담한다. 평소 들어가는 관리비와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를 분리한 것이다. 독일의 은퇴견 입양 지원은 월 25.57유로라는 금액에 국한하지 않는다. 은퇴견을 가정으로 보낸 뒤에도 국가는 소유권을 유지하고, 보호자와 계약을 맺으며, 관리비와 질병 진료비를 지속해서 부담한다. 입양을 국가 책임의 종료가 아닌 새로운 돌봄 관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국가봉사견의 노후를 민간 가정에서 책임지게 하기 위해 입양자 역시 국가의 돌봄 파트너로 대우하는 것이다. 한국은 보호 장소가 가정으로 바뀌면 개인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사료비와 의료비, 돌봄 노동까지…. 고해람·길나현·이지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