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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배출 미세플라스틱, 물고기 아가미 닮은 필터로 걸러낸다

합성섬유가 들어있는 옷감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미세한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MP)이 배출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상당 부분 강이나 바다로 배출된다. 생태계에 영향이 우려되는 이 세탁기의 MP 섬유를 가정에서부터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여과 시스템이 개발됐다. 기존 세탁기 필터의 한계였던 낮은 효율성과 잦은 막힘 문제를 해결한 이 장치는 놀랍게도 '물고기'의 아가미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독일 본대학교 유기체생물학연구소와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 에너지·지속가능연구소 등 연구팀은 최근 'npj 신규 오염물질(Emerging Contaminan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체 모방 필터를 소개했다. ◇왜 새로운 여과 시스템이 필요한가? MP는 5㎜보다 작은 플라스틱 입자나 섬유로, 물·토양·공기 등 모든 환경에서 발견되는 유해 오염물질이다. 특히 세탁기는 MP 섬유가 환경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인데, 한 사람이 1년에 10g에서 최대 120g의 MP 섬유를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과되지 않는 MP는 하수도로 배출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84~94%의 MP를 제거하지만, 나머지는 강과 바다로 들어간다. 따라서 MP가 하수 시스템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세탁기에는 펌프 보호를 위한 거친 필터만 있을 뿐, MP를 거르는 장치는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서 관련 여과장치를 개발했지만, 본격적인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가정용 여과 솔루션들은 막힘에 취약하고 포집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 아가미 속 숨겨진 과학, FiF 필터의 원리 새로 개발된 생체 모방 필터(fish-inspired filter, FiF)는 활발하게 먹이를 먹는 '돌진 여과어(ram-feeding fishes)'의 아가미 아치 시스템을 모방했다. 이 물고기들은 앞으로 헤엄치면서 아가미 아치 시스템을 통해 물의 흐름을 유도하는데, 물고기 아가미는 식도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FiF는 이 구조를 본떠 원뿔형 필터 요소와 주기적인 자체 청소 메커니즘을 결합한 '반교차 흐름 여과(semi-cross-flow filtration)' 방식을 사용한다. 가장 큰 효과는 필터 막힘 지연에 있다. FiF는 포집된 MP 섬유의 최대 84.8%를 주기적인 청소 메커니즘을 통해 필터 외부의 농축액(concentrate)으로 수집한다. 우선 반교차 흐름 여과는 필터 표면에 입자가 쌓이는 데드 엔드 여과(dead-end filtration)와는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 FiF는 원뿔형 구조를 통해 물이 필터 표면에 접하는 각도를 낮춰 MP 섬유가 필터에 달라붙지 않고 계속 굴러가도록 유도한다. ◇세탁기에 부착하면 나타나는 놀라운 효과 자체 청소 메커니즘은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듯, FiF는 주기적으로 농축액 밸브를 열어 필터 요소에 쌓인 입자들을 외부의 농축액 배출구로 배출시킨다. 이를 통해 필터 막힘을 지연시킬 수 있다. FiF가 수집하는 농축액의 부피는 여과된 유체 부피의 약 5%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교차 흐름 여과 공정에서 농축액 부피가 10~5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으로, 수거된 MP의 처리 및 폐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성능 덕분에, FiF는 농축액 배출구가 없는 일반적인 데드 엔드 필터와 비교했을 때, 필터 자체에 MP 섬유가 남아 있는 양이 약 7분의 1에 불과해 막힘이 최대 7배까지 지연될 수 있다. 세탁기에 FiF를 부착해 사용할 경우, 높은 효율성과 모듈식 설계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실험실 테스트 결과, FiF는 MP 테스트 섬유의 최대 99.6%를 포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에서 실제 효과가 있을까? 실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FiF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일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가장 성능이 좋았던 FiF 조합(Large-11 필터 요소, 78 μm 메쉬, 소용돌이형 유입구)은 99% 이상의 MP 섬유를 포집했고, 투과액(깨끗한 물)에 남는 MP 섬유의 양은 0.8 ± 2.2%에 불과했다. 이는 FiF가 거친 섬유 분리, 낮은 농축액 부피, 모듈식 청소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세탁기와 같은 응용 분야에 특히 적합한 대안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세탁기 환경에 맞게 필터 크기, 공격각, 메쉬 크기 등 다양한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낮은 공격각이 섬유가 구르도록 유도하여 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iF는 생체 모방 여과 메커니즘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복잡한 분리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청소 간격을 필터 압력 차이에 연결하는 감각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세탁기에서 발생하는 모래·먼지·머리카락 등 다른 입자들과 혼합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K-바이오, 세계 최대 美 혈액학회서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술 과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ASH 2025)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파이프라인의 연구성과를 공개하며 글로별 경쟁력을 입증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그룹 계열사 지씨셀은 지난 8일 ASH 2025에서 동종 제대혈 유래 CAR-NK 세포치료제 'GCC2005'의 임상 1a상 중간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ASH는 세계 최대 혈액학 전문 학회로, 매년 미국 각지에서 진행돼 혈액질환과 최신 임상연구, 기술발전방안 등을 공유하는 세계 권위의 학술대회다. GCC2005는 암세포의 일종인 CD5를 표적하는 CAR-NK 세포치료제로, 이번 학회에선 지난 10월말 기준 최신 임상중간결과가 공개됐다. 총 9명의 재발·불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GCC2005 1a상 중간결과, 종양 반응 평가가 가능한 8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기존 항암제의 일반적인 반응률(30% 이하) 보다 두 배 가량 높은 62.5%로 나타났다. ORR은 전체 환자 대비 종양크기 감소 등 객관적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로, 일반적인 항암제 대비 우수한 GCC2005의 항암 효능이 입증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3명의 환자에게선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가 확인됐고, 질병 진행(PD) 환자 3명 중 2명에게선 표적 병변의 종양이 감소하는 '부분관해(PR)'가 나타났다. GCC2005가 경쟁 약물대비 높은 안전성과 효능을 통해 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개발될 것으로 지씨셀은 기대하고 있다. HLB그룹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도 지난 7일 같은 학회에서 자사 CAR-T 치료제 후보물질 'SynKIR-310'의 전임상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SynKIR-310는 베리스모가 독자 개발한 CAR-T 플랫폼 'KIR-CAR'를 적용한 CD19 타깃 치료제로, 연구 결과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와 비교해 저용량에서 탁월한 종양 제거 효과가 확인됐다. 기존 약물의 핵심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과 이에 따른 독성과 재발률 등 한계도 개선됐다. 또한 KIR-CAR 플랫폼의 우수성도 입증됐다. SynKIR-310의 바인더(암세포를 인식하는 표적 결합 부위)인 'DS191'을 킴리아의 'FMC63' 바인더로 대체하더라도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KIR-CAR의 독자적 설계가 SynKIR-310의 치료 효과를 주도하는 핵심 요인임을 의미한다는 게 베리스모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국내 바이오업계의 개발 성과는 CGT가 미래 바이오 산업을 주도할 혁신 모달리티(치료접근법)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약 8조5000억원 수준에서 매년 4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며 오는 2028년까지 총 117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암 분야의 가파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시장 규모도 단기간 크게 확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전자·세포 치료는 비용, 안전성, 기술적 난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치료 방식은 아니다"라면서도 “전세계적으로 효능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술개발이 가속화되며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희귀질환 등 난치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의료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화이자, ‘먹는 비만약’ 3조원 베팅…커지는 韓 기술수출 기대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3조원을 투자해 중국 제약사로부터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경구용(먹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미국 비만치료제 개발 바이오텍 멧세라를 15조원을 들여 인수한지 불과 한달여 만이다. '비만치료제 후발주자' 화이자의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로 저분자 화합물 기반 비만치료제의 성장 잠재력이 주목받게 된 만큼, 관련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수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중국 포순제약 자회사 야오파마로부터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RA)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P05002'를 총 20억8500만달러(약 3조700억원) 규모로 도입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YP05002는 주사제형 바이오의약품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달리, 경구제형 저분자 화합물(케미컬의약품) 기반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추가 진행된 비만치료제 관련 계약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한 글로벌 빅파마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며 저분자 화합물 기반 치료제의 시장 잠재력이 입증됐다는 해석이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달 노보노디스크와의 인수 경쟁 끝에 멧세라를 최대 100억달러(약 14조7600억원) 규모로 인수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멧세라는 비만 등 대사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으로, 화이자는 멧세라 인수를 통해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가 주도하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전통적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인 '저분자 화합물'은 통상 바이오의약품 대비 높은 흡수율과 짧은 반감기로 경구제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흡수율이 높은 만큼 비만치료제의 기전적 특징인 위장장애, 간 독성 등 부작용 우려도 커 시장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실제 화이자는 지난 4월 자체개발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도중 확인된 간 독성 부작용으로 개발을 중단했고, 미국 바이오텍 턴스파마슈티컬스도 같은 이유로 최근 자사 후보물질 'TERN-601'의 임상을 종료했다. 그러나 이번 화이자의 라이선스 계약을 계기로 저분자 화합물 비만치료제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높아진 모양새다. 특히 주사제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릴리의 저분자 화합물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화이자가 초기임상 단계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개발 경쟁이 본격화해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도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저분자 화합물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도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에선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의 저분자 화합물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이 임상 1상을 완료해 내년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종근당의 'CKD-514'가 같은 모달리티로 전임상 개발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며, 한미약품 'HM101460'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고무적인 3상 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승인이 예상되는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저분자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빅파마의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점점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뷰티 브랜드 브레이, 日 ‘닛케이 히트상품 30’ 선정…립슬릭 독특 감성 ‘주목’

국내 메이크업 브랜드 브레이가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편리성으로 독특한 감성을 전하며 K-뷰티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브레이는 최근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25 젊은 세대 히트 상품 베스트 30'에서 인기 제품 '립슬릭'이 뷰티 액세서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일본 MZ세대에서 옷이나 가방 등에 뷰티 제품을 액세서리처럼 활용하는 트렌드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립슬릭은 검지손가락 길이 정도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에 메탈 케이스가 돋보이는 립밤 제품이다. 립밤이지만 입술뿐만 아니라 볼(치크)에도 사용 가능해 하나의 제품으로 두 가지 기능이 가능하다. 사용 방법은 제품 상단의 옆면을 밀어서 쓰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간편하다. 지난 8월 일본 한정으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미니 버전은 본품보다 크기를 조금 줄이고 뚜껑을 열어 쓰는 형태로 변경했지만 메탈 케이스와 거울은 그대로 유지했다. 스트랩을 끼울 수 있는 고리 장식이 있어 키링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립슬릭에 이어 베이스 제품인 '나노쿠션'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노쿠션은 대부분 쿠션이 퍼프를 이용해 팩트의 내용물을 피부에 바르는 것과 달리 일체형이다. 튜브형 용기에 내용물이 나오는 출구 부분에 퍼프가 부착돼 있어 사용법이 편리하다. 자신의 피부 컬러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14개 셰이드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컨실러처럼 피부 부위별 톤을 고르게 정돈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을 추가해 코렉팅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다크서클, 잡티, 홍조, 칙칙함 등을 커버하는 동시에 꺼진 부위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주도록 텅, 소라, 라벤더, 민트, 샐몬, 레몬 등 총 6가지 컬러를 마련했다. 브레이 관계자는 “립슬릭이 닛케이 트렌디 히트상품 대상에 선정되면서 브레이의 디자인 역량과 제품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했다"며 “국내에서는 색조와 베이스 메이크업 두 카테고리에서 브레이만의 감각과 기술력으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이지스 매각에 던져진 ‘국민연금’ 변수…인수전 시나리오가 바뀐다 [이슈+]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에 위탁한 투자금을 이관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원매자가 소송전을 본격화한데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의 인수 조건 차이라는 리스크 등 이슈가 맞물리면서 업계에선 완전히 새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14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일각에선 이미 회수 절차에 착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지스를 통해 스타필드 고양에 투자했던 약 3800억원의 자금에 대해 자산운용을 다른 운용사로 이관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지스는 2016년 신세계와 함께 스타필드 고양 개발사업에 들어갔다. 이지스가 국민연금으로부터 약 3800억원(지분 약 49%)을 출자받아 신세계프라퍼티와 추진한 프로젝트다. 완공된 스타필드 고양은 꾸준한 임대수익으로 인해 이지스의 핵심 자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국민연금은 이지스가 매각 과정에서 위탁자산 관련 정보가 사전 동의 없이 잠재적 인수자들에게 무단으로 제공됐다고 판단하고 위탁자금 전액 회수라는 초강수 대응에 나섰다. 26조원이 넘는 운용 자산을 보유 중인 이지스에 국민연금이 위탁한 자산은 2조원(시장 평가액 기준 7조~8조원) 가량인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 이관이 현실화할 경우 이지스 운용 기반을 흔드는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이지스 경영권 매각 작업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시장평가액 기준 거액의 자산이 갑자기 이동할 경우 회수 시점에 따라 운용자산이 크게 급감할 수 있어서다. 사업 안정성이나 신뢰도가 훼손되면 시장 지위가 흔들리게 되고, 영업 기반은 물론 매각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 외에도 약정 위반에 따른 민·형사상 조치까지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이런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형국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담당 투자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어떤 자산을 어느 운용사로 이관할지 세부 검토에 들어가는 한편 후보 운용사들에 대한 인터뷰 진행 일정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자금이 빠져나가면 이지스의 다른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AUM 감소에 따른 충격이나 투자 구조가 재조정되는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지스의 다른 연기금이나 보험사들도 거버넌스 리스크가 높은 GP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고 주요 투자자가 다른 운용사로 교체되는 등의 구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며 “다만 타 운용사로 이관하는 방안인 만큼 개별 부동산 펀드의 기초 자산이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매자인 흥국생명이 매각 과정상 부당함을 붙잡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인수전을 흔들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지스 매각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손 모 씨와 주주대표 김 모 씨, 공동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 한국 IB부문 김 모 대표 등 5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했다. 매각 측이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고 실제로는 힐하우스 측에 입찰가를 유출해 최고액을 얻어내는 등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선 흥국생명이 이지스 인수를 제안하면서 기존 임직원 300명 가량에 대한 '전원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내밀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반면 힐하우스는 고용승계 범위를 100~150명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인수 후 인력 축소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제시한 고용 수준에 따라 운영 체계를 조정할 경우 직원 1인이 담당하는 프로젝트가 10개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국내 대형 운용사는 1인이 4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으면 실사를 비롯해 리스크 및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게 업계 공통된 평가다. 이는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나 주요 투자자들의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금융당국 또한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시장에서 우려하는 '중국계 자본' 유입에 대해 정무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힐하우스의 인수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흥국생명 등 기존 원매자들의 재입찰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로 매각주관사 측이 힐하우스와의 협상 결렬이나 매각 좌초 위기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2030세대, 작년보다 ‘돈 모으기’ 힘들어져…월급은 ‘그대로’ 월세는 ‘껑충’

청년 세대가 자산을 불리기 위해 운용할 '여윳돈'이 올해 3분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2% 가까이 줄며 지난 2022년 이후 3년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청년층 소득은 사실상 증가가 멈춘 반면, 주거비 등 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난 결과다. 1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 월평균 흑자액은 전년동기 124만6286원 대비 1.9% 감소한 122만2680원으로 집계됐다. 단일분기(3분기) 기준 지난 2022년(-3.8%) 이후로 3년만에 하락 전환했다. 특히 올 3분기 전체 가구 월평균 흑자액은 143만2784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0% 늘었고, 40~49세 가구와 50~59세 가구도 각각 32.7%·7.9% 흑자 증가율을 보여 청년층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가계 흑자는 각 가구소득에서 식비·주거비 등 소비지출과 세금·이자와 같은 비(非)소비지출을 뺸 금액으로, 저축과 투자 등 자산을 축적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인식된다. 이번 통계 결과, 올 3분기 흑자 감소로 청년층의 자산 확대 여력이 타 연령층 대비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청년층의 소득 성장이 둔화한 반면, 물가 상승 등으로 지출 규모가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올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 월평균 소득은 498만4896억원으로 전년동기 494만6317억원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가구 월평균 소득 증가율 3.2%와 비교해 2.4%포인트(p) 낮은 수치다. 이 가운데 청년층 월평균 근로소득은 지난해 3분기 380만548원에서 올 3분기 375만5995원으로 외려 1.2% 감소했고, 사업소득도 이 기간 5.5%(53만801원→50만1568원) 줄었다. 올해 두 차례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지자체의 지원과 보조금의 영향으로 공적 이전소득은 같은 기간 60% 가까이 증가해 청년층 소득 역성장을 간신히 방어했다. 지출 증가세는 소득 증가율(0.8%)을 추월하며 청년층 자산확대 여력을 위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 월평균 가계지출은 376만2216원으로 전년동기 370만31원 대비 1.7% 커졌고, 이 중 소비지출 규모가 282만4262원으로 같은기간 2.5% 확대됐다. 특히 월세 등 임차료를 포함한 실제주거비가 지난해 3분기 19만3636원에서 올 3분기 21만9646원으로 1년새 11.8% 급증해 전체 가구주 평균 증가율(2.2%)을 크게 웃돌았다. 아울러 비소비지출(세금·이자·4대보험 등) 항목에선 전년동기대비 0.8% 감소율로 청년층 부담이 완화된 듯 했으나, 이자비용이 1년 새 25.1% 크게 늘며 금융부담이 커졌다. 전체가구 평균 이자비용 증가율은 16.7%로 청년층 평균을 8.4%p 밑돌았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북미 관세 도미노] “멕시코 너마저 50%”…화들짝 놀란 K-철강, ‘감면 조항’에 가슴 쓸어안다

멕시코가 지난주 자국과 자유무역협정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최대 50%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철강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중간재 수입에 적용하는 관세 감면 제도로 멕시코발(發) 관세 파고를 극복할 수 있지만, 하나의 경제 권역으로 묶이는 미국과 캐나다가 철강 관세 장벽을 높여 철강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정기 공동 검토를 앞두고 멕시코가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미국·캐나다 수준에 맞출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한국 철강사들이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확보하는 사업을 북미 철강시장 전략의 하나로 힘을 실을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 상·하원이 내년 1월 1일부터 USMCA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머지 국가들을 대상으로 철강을 포함한 전략품목에 관세 5~50%를 적용하는 일반수출입세법(LIGIE)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율 관세 부과 소식으로 철강업계의 근심이 생긴 이유는 멕시코가 한국의 주요 철강제품 수출 국가 중 한곳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대(對)멕시코 철강제품 무역수지는 15억2974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한국이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국가 중 하나라 관세 부과 명분이 충분하다. 한국이 멕시코에 수출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산업용 강판재다. 수출 금액은 15억4614만달러로 미국,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멕시코로 향하는 철강제품 중 85.4%를 열연·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등 강판류가 차지했다. 강판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 건축, 선박 건조 등에 주로 쓰여 대체로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꼽힌다. 멕시코에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의 생산 기지가 있다. 품질 등의 문제로 이들 공장에 쓸 철강 제품을 한국 철강사들에게서 조달한다. 철강업계는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재를 포함한 중간재가 산업 진흥 프로그램(PROSEC)과 제조업 수출진흥 프로그램(IMMEX) 같은 관세 감면 제도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PROSEC는 전자와 자동차 등 24개 분야 공정투입용 수입 장비·부품에 0~10% 저율관세를 부여하는 제도다. IMMEX는 해외수출용 수입 원자재·설비에 대해 관세 납부를 임시 유예하고, 수출되면 관세를 면제한다. 멕시코로 향하는 철강 수출품 대부분에 PROSEC와 IMMEX를 적용해왔기 때문에 실제로 관세가 인상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에 더해 강판·강대 등의 압연 소재로 쓰이는 철강 슬라브가 LIGIE 개정안에 따른 관세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멕시코가 운영하는 PROSEC와 IMMEX 같은 관세감면제도의 적용 범위에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 품목 대부분이 들어간다"며 “멕시코 정부가 FTA 미체결 국가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 철강사들이 입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내년 7월 시작하는 USMCA 정기 검토 작업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국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원산지 요건을 강화하고 노동·환경 관련 조항을 새로 추가해 USMCA를 2020년 7월 발효하고, 시행 6년차와 12년차에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3국이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처럼 자유로운 무역 활동을 하자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서로 무역 관련 규제를 두고 손발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철강제품 수출 1위와 12위인 미국과 캐나다가 철강 시장의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모든 철강 수입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6월에는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다른 제조업 품목과 달리, 철강은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출 여지가 전혀 안 보였다. 캐나다는 지난달 USMCA 체결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 철강제품의 저율관세 수입할당량(TRQ)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FTA 체결국가는 100%에서 75%로, 비체결 국가는 50%에서 20%로 감축한다. 철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결국 멕시코의 낮은 철강 무역 장벽이 유지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관세 인상 발표가 PROSEC와 IMMEX에 영향을 미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관세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철강시장을 놓칠 수 없는 만큼 한국 철강사들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데도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권역 중 한 곳에 쇳물을 붓는 단계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공정을 갖춘 일관제철소를 확보하면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270만톤 규모로 전기로 제철소를 건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사업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포스코는 미국 내에서 자동차용 강판 생산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아제강지주는 9년 전 미국 현지 강관 제조사를 인수해 지금까지 강관 제품을 현지 생산해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북미 관세 도미노] 멕시코도 트럼프 흉내내기?…정부·기업 “영향 제한적” 평가 이유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까지 자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제품에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우리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당장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주요 품목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관세 정책이 캐나다, 멕시코로 확산되는 '북미 관세 도미노'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수출의 주요시장인 북미지역의 통상 불확실성이 높이는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한국·중국 등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를 대상으로 '전략품목'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재 0∼35%대로 책정된 품목별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높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가 주도한 법안이라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관세 품목과 관세율은 관보 공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 산업계는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이 멕시코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지난 9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당시 17개 전략 분야 1463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국내 해당 품목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자료 등을 보면 한국은 관련 자료가 발표된 1993년 이후 내내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120억98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 가량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폭탄 조치에 당장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멕시코가 이번에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입 중간재에 대해 관세감면제도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철강업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철강제품 중 산업용 강판재의 멕시코 수출 순위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對)멕시코 무역수지는 올해 1~10월 기준 15억2974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입장에서는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한국에 관세 인상 명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철강재를 포함한 중간재가 산업진흥프로그램(PROSEC), 제조업 수출진흥 프로그램(IMMEX) 같은 관세감면제도의 적용 대상이어서 0~10% 저율관세가 매겨지거나 관세 납부 임시유예, 수출 시 관세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강판·강대 등 압연소재로 쓰이는 철강 슬라브는 아예 관세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산업계는 멕시코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긴 하지만 이번에 관세인상 대상인 전략품목으로 지정할 만한 제품이 넘어가는 경우는 드문 점도 제한적인 관세 영향 근거로 꼽는다. 이미 우리나라 자동차·가전 업체들은 멕시코를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의 케레타로, 티후아나 등 현지 공장을 통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을 만들고 있다. 멕시코를 북미지역에 판매되는 가전·TV의 생산 허브로 삼고 있다. LG전자 역시 몬테레이, 레이노사, 멕시칼리 등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확보해 가전, TV·디스플레이 등을 만들어 주로 미국으로 수출한다. 기아의 경우, 몬테레이에 연산 40만대 규모 공장을 건설해 운영하면서 K3, K5 등 승용 모델을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 우리 정부도 멕시코의 이번 관세 조치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기아 등의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제품에 쓰일 중간재가 주로 수출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멕시코의 관세 확대 법안이 지난 9월 처음 발의됐을 때와 비교해 세부 조건들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점도 우리 정부의 제한된 영향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개최한 멕시코 관세 인상 관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도 참석 기업들은 정부의 분석에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점검회의에는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LG전자, 포스코 등 멕시코 수출 주요기업과 한국무역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수출지원 유관기관도 함께 자리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 셰인바움 정부의 관세 인상 행보가 미국과 관계 개선을 노린 통상외교적 제스처로 해석하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의 이익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안이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 관련 논의를 앞두고 셰인바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기 위한 카드의 하나로 해석한다.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멕시코를 우회해 수입되는 한국·중국 수입품에 불만이었던 미국과 USMCA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셰인바움 정부가 이번에 관세 인상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관세 인상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멕시코가 미국과 통상관계를 개선하면 현지에 생산기반을 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까지 북미 지역에서 확대된 '관세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주요 수출품목 산업뿐 아니라 국내 수출품목 전반에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한 기업을 제외한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멕시코로 수출하는 다른 업종들에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006년께부터 FTA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현재 동력을 상실한 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업계 및 현지 공관 등과 협력해 이번 관세 인상 조치에 따른 영향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기도, 경기기후위성 1호기 성공기념식 개최...위성 위치 첫 공개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는 14일 경기도서관에서 기후위성 성공기념식을 지난 13일 열고 경기기후위성 1호기의 송수신 결과와 위성 위치를 첫 공개했다고 밝혔다. 경기기후위성 1호기는 지난달 29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후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상과의 송수신에 성공했다. 도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기후위성은 성공 기념식이 시작된 13일 오후 2시 반경 남인도양 부근에 위치했으며 행사 종료 시점인 4시경 마다카스카르를 통과했다. 경기기후위성 1호기는 향후 3년간 광학 및 근적외선 영상을 활용해 도시, 농지, 산림 등 토지피복변화를 탐지하고 산사태, 산불, 홍수 등 기후재난 모니터링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성공기념식에서는 위성 송수신 결과 및 위치 공개에 이어 △전문가(천문학자 이명현) 강연 △경기 기후바이브코딩 해커톤 수상작 설명 및 시상△'지구를 지키는 10가지 미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열린 '기후바이브코딩 해커톤'에는 113팀이 참가해 기후데이터와 위성영상 AI 협업 코딩을 활용한 웹서비스를 개발했다. 일반 부문과 전문가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일반 부문에서는 기후플랫폼의 폭염, 기온, 열환경 데이터와 도로 네트워크를 결합한 '열스트레스 최소 경로 추천 서비스'가 대상을 수상했다. 폭염에 덜 노출된 경로를 추천해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등 이동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서비스다. 경기도전문가 부문에서는 'AI 우리동네 기후처방전' 서비스가 대상을 수상했다. 이 서비스는 도내 31개 시군의 위성 영상과 읍·면·동별 기후 취약 항목을 분석해 맞춤형 기후처방전을 제공한다. 지도에서 지역을 선택하면 AI가 녹지밀도, 침수위험, 태양광 잠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내 내놓은 기후처방전을 볼 수 있다. 수상작들은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실제 서비스로 도민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경기도서관 플래닛 경기홀에 마련된 우주체험존에서는 '지구를 지키는 10가지 미션'으로 우주복체험과 나만의 지구송 만들기, 기후·우주 보드게임존 등 10종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기념식에서 “민간의 기술력이 결합된 경기기후위성의 성공은 여러 가지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우주 스타트업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라며 “오늘은 기후위성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으나 미래에는 기후위성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를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우주항공청,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위성센터 등 정부기관도 참석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을 대신해 참석한 박장한 우주항공서비스개발과장은 “경기기후위성은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위성으로 앞으로도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해 대한민국의 뉴스페이스시대를 앞당기겠다"며 “경기기후위성의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하며, 오늘 성과를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더욱 밝히는 계기를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포커스] 고양시, 이동권 강화… 교통약자-소외지역 삶의 질↑

고양=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고양특례시 인구 현황에 따르면, 고령자-임산부-장애인 등 교통약자 수는 총인구의 29%인 30만8060명으로 추정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양시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통수단 보급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소외지역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고양누리버스 등 공공교통도 활성화하는 중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14일 “이동과 접근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시민 모두를 위한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수요자 중심 맞춤형 편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는 2010년 설립된 이후 특별교통수단과 임차택시 운영을 지속 확대해 왔다.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 승강기 등을 장착한 교통약자용 차량으로 79대가 현재 운행 중이고, 13대 임차택시는 호출을 받으면 대상자에 걸맞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고양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 등록된 회원 수는 총 1만6672명으로 이용 건수는 13만9108건에 달한다. 특히 2023년 10월부터는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서비스를 도입해 서울과 인천까지 운행 지역을 넓혔다. 여기에 작년 12월부터는 기존 시-군 이동지원센터와 광역이동지원센터로 나눠져 있던 배차 주체를 일원화했으며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에서 통합 배차를 실시해 이동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또한 중증장애인 택시비 지원사업으로 교통약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고양에 거주하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제휴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택시를 이용하고 택시요금 보조금(이용 요금의 70%, 1회 1만원, 1개월 10만원 한도)을 받을 수 있다. 10월 말까지 4만9267건 지원이 이뤄졌다. 고양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배리어 프리, Barrier-Free)을 조성하기 위해 민선8기 내 저상버스 300대 확대 도입을 공약으로 삼았으며 해마다 단계적으로 보급해 왔다. 저상버스는 계단 없이 탑승할 수 있는 구조로 휠체어 이용자-고령자 등 교통약자는 물론 일반 승객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37대, 2023년 162대, 작년 77대를 보급한 데 이어 올해는 41대를 추가 보급해 총 317대 도입이 완료됐다. 현재 고양에는 총 487대 저상버스가 운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33대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따라 2023년 1월19일부터 노선버스를 대폐차하는 경우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다. 고양시는 저상버스 조기 보급과 운수업체 부담 완화를 위해 업체에서 저상버스 구매 시 대당 최대 9000만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고양시는 이용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버스정보시스템에 저상버스 도착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정류장 시설물 개선, 운전자 교육과 안전 매뉴얼도 강화할 방침이다. 고양시는 경기도 도시형 교통모델 사업인 고양누리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월평균 이용객은 4만1993명으로 교통취약지역 주민을 위한 불편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노선은 △N001 △N002 △N003 △N005 △N007 등 5개로 총 11대 버스가 운영 중이다. 올해 1월에는 N002노선을 대화역에서 GTX-A킨텍스역까지 연장했고, 이후 7월에는 운수종사자 추가 채용으로 1대를 증차했다. 4월에는 N003노선을 신설했으며 장항지구와 GTX-A역을 연결해 환승 편의성을 높였다. 아울러 대중교통 소외지역 이동권 확보를 위해 7월 N005노선을 필리핀참전비에서 대자동마을회관까지 연장해 교통취약지역 주민의 이동이 편리해졌다. 고양시는 앞으로도 고양누리버스를 통해 수요자 중심 노선 효율화를 추진하고, 대중교통 소외지역의 이동권 확보와 교통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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