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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돌아오는 아티스트 협업…팬사인회에서 F1 직관까지

아티스트·셀럽과의 협업이 회차를 붙인 정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달 진행된 메가MGC커피와 네스프레소, 여기어때의 협업 상품은 모두 지난해 또는 그 이전부터 이어온 협업의 이번 차례다. 메가MGC커피와 네스프레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여기어때가 셀럽과 함께 만드는 여행 상품 '버킷팩'은 10회차를 맞았다. 상품을 사거나 응모한 고객 가운데 소수를 추려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게 하는 방식도 세 곳이 같다. 메가MGC커피는 지난 8일 NCT WISH 팬사인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시작해 4개월간 끌어온 'Find My Wish' 캠페인을 닫는 자리로, 멤버별 감정 키워드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출발해 오프라인 행사로 마무리했다. 참석자 50명은 지난 7월 프리퀀시 이벤트로 뽑았다. 미션 음료를 포함해 10잔을 사면 응모 자격이 생기는 방식이었다. 현장에서는 팬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낸 질문을 멤버들이 골라 답하는 순서가 이어졌고, 좌석번호 추첨에 당첨된 팬들은 키링과 틴케이스 세트, 3만원 모바일금액권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한 SMGC 캠페인은 시즌2까지 이어졌고 엠넷과 공동 주최한 메가콘서트는 올해 3회째였다. 콘서트 티켓 응모 자격을 준 4차 프리퀀시 이벤트에는 60만명이 참여해 전년 대비 5배 늘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네스프레소는 팝 아티스트 더 위켄드와 협업한 두 번째 커피 '삼라 오리진 투게더니스 블렌드'를 내놨다. 지난해 첫 컬렉션에 이어 2년째다. 컬렉션명은 더 위켄드 어머니 삼라 테스파예의 이름에서 따왔고 패키지에는 에티오피아 언어인 암하라어 디자인을 적용했다. 한정판 캡슐 머신 '버츄오 팝+ 삼라 오리진 바이 더 위켄드'와 아이스 전용 트래블 텀블러도 함께 출시했다. 응모는 이 머신을 산 고객만 할 수 있다. 지난 1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부티크와 공식 홈페이지,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한 뒤 참여하면 되고 다음달 18일 당첨자 5명에게 내한 공연 티켓을 2장씩 준다. 여기어때는 방송인 노홍철과 F1 싱가포르 그랑프리를 보러 가는 버킷팩을 공개했다. 셀럽이 팬들과 떠날 여행을 직접 설계하는 자체 패키지다. 일정은 10월9일부터 3박5일이고 F1 직관 티켓과 싱가포르 왕복 항공권, 리프 푸난 싱가포르 3박, 어트랙션 체험, 한정판 굿즈를 묶어 7만7700원에 책정했다. 응모는 다음달 3일까지 여기어때 앱에서 1000원으로 할 수 있다. 사연을 적어 내면 노홍철이 직접 확인해 6명을 고르고 당첨자는 다음달 14일 발표한다. 응모자 전원에게는 1000원을 포인트로 돌려준다. 일정에는 F1 공식 타이어 파트너사 피렐리와 협업한 피트레인 워크가 들어갔다. 피트레인은 경주차가 타이어를 교체하고 정비하는 트랙 옆 전용 도로로 평소 관람객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이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에 김영배…“패배하지 않는 서울 만들 것”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서울시당위원장에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을 선출했다. 김 의원은 이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정기당원대회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에 단독 출마해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 74.24%로 당선됐다. 김 신임 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한 것을 언급하며 “이제 다시는 패배하지 않는 서울, 다시는 내란 세력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정 특별대응본부, 서울시당 청년특별본부, 서울시당 정책연구소 설치 등을 내걸며 “다가오는 총선과 다시 있을지 모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재계와 친일 논란 下] 일제 때 돈 벌면…‘기업인과 친일의 경계선’

일제강점기에 회사를 운영해 돈을 벌었다면 '친일 기업인'일까. 일본 회사에 취직했다면 어떨까. 광복 81주년을 맞아 당시를 살았던 기업인들의 행적을 들여다보면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회사에 다니며 공장을 운영했다. 훗날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을 세운 창업 1세대 상당수도 일제강점기에 처음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반면 같은 시기 기업을 경영하면서 일제의 침략전쟁을 지원하거나 식민통치 기구와 친일단체에서 활동한 기업인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됐고, 수십년 뒤 정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나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올랐다. 두 부류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앞선 1편이 일본인이 남긴 귀속재산이 해방 이후 한국 기업에 어떻게 넘어갔는지를 추적했다면 이번에는 '일제강점기의 경제활동은 어디까지 생업이고, 어디서부터 친일행위로 평가됐는가'를 들여다봤다. ◇ 기업인도 친일인명사전에…박흥식·김연수 등 이름 올라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는 정치인과 관료, 군인, 경찰뿐 아니라 경제인도 포함됐다. 경제 분야 수록자 가운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박흥식과 김연수다. 박흥식은 일제강점기 화신백화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 '조선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한 명으로 불렸다. 문제는 사업가였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태평양전쟁 말기 박흥식은 일제의 전쟁 수행과 관련된 군수산업에 참여했다. 해방 후인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기업인 가운데 처음으로 체포된 인물도 박흥식이었다. 당시 반민특위가 기업인을 바라본 기준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은 단순한 사업활동이 아니라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반민특위의 조사·송치 자료를 보면 '군수산업'은 별도의 조사 분야였다. 확인된 조사 건수 20건 가운데 17건이 특별검찰부로 송치되고 5건이 기소됐다. 김연수 경성방직 사장의 사례는 더욱 복잡하다. 경성방직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조선인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김연수는 기업 경영 외에도 일제 말 각종 친일·전시협력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훗날 친일반민족행위 조사 대상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역사적 평가가 처음부터 하나로 정리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1949년 반민특위 재판에서는 김연수에게 무죄가 선고됐지만, 수십년 뒤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과정에서는 일부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로 판단됐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도 경제 분야 인물로 수록됐다. 친일 문제를 둘러싼 판단 기준 자체가 시대에 따라 논쟁의 대상이 돼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회사를 다녔느냐보다 '무엇을 했느냐' 친일인명사전의 선정 기준을 보면 경제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친일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정리한 선정기준은 일제의 국권침탈과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는지를 핵심으로 삼았다. 경제 분야에서는 국책 경제기관·단체의 간부로 활동하며 일제의 경제정책에 적극 협력했는지,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거액의 금품을 헌납했는지, 군수산업 책임자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 판단 대상이 됐다. 개인의 구체적인 행위와 지위, 지속성과 적극성 등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역시 2005년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협력해 이뤄진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가기구로 설치됐다. 이는 '일제 때 일본 회사에 다녔다'거나 '일제 때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친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 같은 시대 살았던 재계 창업주들은 이 기준을 현재 주요 그룹의 창업 1세대에게 대입하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열어 일제강점기부터 사업가로 활동했다.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 역시 쌀가게를 운영하고 자동차 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종희 한화 창업회장은 일제가 전시경제를 강화하던 시기 화약 유통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조선화약공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일제강점기에 경제활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박흥식 등의 전시협력 행위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앞서 살펴본 친일 조사와 사전의 기준 자체가 '어디에서 일했느냐'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느냐'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 사례도 있다. 효성 창업주 조홍제는 중앙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이던 1926년 6·10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훗날 모두 '기업인'이 됐지만 식민지 시대의 행적은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없었던 것이다. ◇ '친일인명사전에 없다=친일 아니다'도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특정 인물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자체가 '친일행위가 전혀 없었다'는 인증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친일인명사전은 민간 연구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자체 기준과 사료 검증을 거쳐 편찬한 결과물이다.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역시 별도의 법률과 조사 범위에 따라 활동했다. 실제로 친일 문제를 둘러싼 판단은 해방 직후 반민특위, 정부 조사위원회, 민간 연구기관 사이에서도 조사 목적과 적용 범위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았다. 따라서 명단에 이름이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역사적 평가를 끝내기보다 구체적인 행적과 사료를 확인해야 한다는 게 관련 연구의 기본적인 접근법이다. ◇ 81년 지나도 어려운 질문…'생업'과 '협력'의 경계 기업인의 친일 문제는 다른 분야보다 판단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식민지 경제 자체가 일본 제국의 통제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당시의 행정·금융·유통체제 안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태평양전쟁으로 갈수록 원료와 생산량, 물자 배급까지 국가 통제가 강화됐다. 그러나 그런 구조 안에서 사업을 했다는 사실과 식민통치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행위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도 없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가 '군수산업'을 별도의 조사 대상으로 삼고, 훗날 친일인명사전 역시 경제인의 구체적인 지위와 전쟁협력 행위를 따진 것도 이런 경계선을 설정하려는 시도였다. 한국 근현대 경제사를 연구한 한 전문가는 “일제강점기에 기업을 운영했다거나 일본계 기업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지위와 역할을 맡았는지 등 구체적인 행위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기업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시의 전쟁협력이나 식민통치 지원 행위까지 단순한 생업으로 설명해서도 안 된다"며 “개별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당시 자료를 토대로 각각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복 81년이 지난 지금도 '친일 기업인'의 경계선을 한 문장으로 긋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과거의 조사와 연구가 보여주는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다. 일제강점기에 돈을 벌었느냐가 아니라, 그 돈과 지위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태호 “분권형 개헌 필요…李, 연임 불추진하면 논의 시작 가능”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불추진을 밝히면 야당도 개헌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초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그는 “대통령과의 골프 한 번이 정치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대화의 문을 여는 계기는 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여야가 진정성 있게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했을 당시 이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해서라도 분권형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지난 13일 연합뉴스에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X(옛 트위터)에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 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하자는 것이 저의 공약이자 지금까지 일관된 저의 입장"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제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87년 체제를 넘어야 한다"며 “여야 모두 제왕적 대통령을 서로 배출하려고 5년 내내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그 가운데 국민과 민생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고 했다. 이어 “정치가 쪼개지고, 국민은 갈라지고, 나라는 두 쪽이 났다. 이렇게 분열된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면서 권력을 나누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협치할 것은 협치하고 견제할 것은 단호히 견제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면 저는 누구와도 대화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통령이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개헌을 언급한 것을 두고 개헌을 논하기에 앞서 대선 불출마부터 선언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5선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4년 중임제로 개헌하더라도 이 대통령 본인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부터 대통령이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헌법을 고치기 전에 국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지금 국민에게 더 절실한 것은 새로운 헌법보다 제대로 작동하는 국정과 민생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3선 이양수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털끝만 한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대선 불출마와 당당한 법정 출석부터 국민 앞에 선언하라"고 했다. 초선 김용태 의원도 “대통령 재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진정성 없는 거짓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서울 ‘그린벨트’ 해제 촉각…이르면 내달 ‘7.3만호+α’ 신규택지 발표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말 7만3000가구 이상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공급 부지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으나,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가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막판 협의 결과가 변수로 떠올랐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8·13 공급대책에서 서울 강서구, 경기 남양주시, 경기 광주시 3곳에 신규 택지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2만7000가구를 착공하겠다고 했다. 당초 공급 후보지로 거론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경기 하남시 감북지구 등은 이번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정부는 7만3000가구 이상의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를 최대한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내 그린벨트가 다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신규 택지 후보지에 대한 투기 차단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서울 강서구, 경기 남양주시, 경기 광주시 일대 49.41㎢를 2031년 8월 17일까지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 그린벨트 503.82㎢도 올해 말까지 토허구역으로 한시적으로 묶었다. 서울에서는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동작구 6곳을 제외한 19개 자치구 녹지가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과 경계에 있는 인천 계양구, 경기 성남시, 의정부시, 안양시, 부천시, 광명시, 고양시, 과천시, 구리시, 하남시, 김포시 관련 지역도 토허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상 중 국립공원 등이 포함돼 있어 신규 택지 개발 가능성이 없는 곳도 있으나, 일부 지역만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면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투가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과 인접 지역의 그린벨트를 폭넒게 지정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서울시와의 협의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신규 택지 후보지와 관련해서는 관할 지방정부와 주택 공급 관련 협의가 끝났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와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 주택 공급난 완화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는 강남권 그린벨트를 포함한 서울 내 부지가 포함돼야 하지만 원할하게 협의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대에 물려줘야 할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일단 서울시와 협의하며 최대한 이견을 좁히겠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오 시장과 만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이달 20일에도 만날 예정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일단 후보지를 발표한 후 직권으로 그린벨트 해제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개발제한구역법상 그린벨트 지정·해제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다. 지정·해제와 관련한 도시·군 관리계획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입안하지만 국가계획과 관련된 경우 정부가 직접 관리계획을 입안할 수 있다. 다만 중앙정부의 공급 계획와 지자체의 도시계획이 충돌할 경우 난개발 논란이나 정부와 지자체 간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로는 협의를 거쳐 접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장관은 중앙정부가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와의 견해 차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서울시 반대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며 필요할 경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달서구 청년 행정체험단 수료…‘청년 아이디어 구정에 담는다’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대구 달서구가 청년들에게 공공행정 현장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참신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구정에 접목하는 '청년 친화 행정'에 힘을 쏟고 있다. 달서구는 지난 12일 구청 2층 대강당에서 '2026년 제2기 청년 행정체험단 수료식'을 열고 한 달간의 행정 현장 체험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청년 행정체험단은 지역 청년들이 공공행정 업무를 직접 경험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높이고 실무 경험과 취업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마련한 사업이다. 단순 업무 체험을 넘어 청년들이 행정 현장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직접 고민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 제2기 행정체험단에는 모두 577명이 신청해 1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지역 청년들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선발된 38명의 청년은 한 달 동안 달서구청 19개 부서가 추진하는 26개 사업 현장에 각각 배치됐다. 참여자들은 부서별 업무를 수행하며 행정이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주민 생활과 연결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수료식은 한 달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청년들이 행정 현장에서 느낀 생각과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행사에서는 행정체험단 참여자들에 대한 수료증 수여를 시작으로 조별 과제로 제작한 구정 홍보 동영상 우수작 상영, 김용판 달서구청장과의 대화, 기념촬영 등이 이어졌다. 특히 청년들이 직접 기획·제작한 구정 홍보 영상은 기존 행정기관의 시각에서 벗어나 청년 세대 특유의 참신한 관점으로 달서구 곳곳의 매력과 정책을 담아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청년들의 현장 경험은 구정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으로도 이어졌다. 구청장과의 대화 시간에는 참여자들이 한 달 동안 행정 현장에서 근무하며 느낀 소감과 함께 주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했다. 주요 제안으로는 주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무인도서관 확대'를 비롯해 △1인 가구의 안전을 위한 휴대용 안심벨 보급△ 육아 가정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장난감도서관 홈배송 대여 등이 나왔다. 생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문화·육아 분야의 정책 아이디어가 제시된 만큼 달서구는 해당 제안들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구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달서구는 청년 행정체험단이 청년들에게는 진로 탐색과 실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행정에는 청년 세대의 새로운 시각과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행정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지역 발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청년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김용판 달서구청장은 “이번 행정체험이 청년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현장의 목소리를 구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청년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참여 기회를 제공해 청년이 성장하면서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청년 친화 도시 달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대구 달서구가 지역 기업과 노동계의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에너지 복지 향상에 힘을 보탰다.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마련한 복지기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면서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하는 사회공헌의 의미도 더했다. 달서구는 지난 12일 구청 4층 회의실에서 대구지역관계사용자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와 함께 '2026년 고효율 에너지 전기제품 지원사업'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김용판 달서구청장을 비롯해 대구지역관계사용자협의회 소속 17개사를 대표한 김준식 AVO카본코리아 이사, 장세은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장, 후원 관계자와 사회복지기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해 지역사회 나눔의 뜻을 함께했다. 이번 지원사업은 지역 노사가 단체협약을 토대로 조성한 복지기금을 활용해 추진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기업과 노동계가 노사 협력을 사업장 안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고물가와 에너지 비용 부담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생활가전을 지원함으로써 일상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전력 사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원 대상은 모두 107개소다. 장애인·아동 관련 사회복지시설 8개소와 저소득 취약계층 99가구에 고효율 에너지 전기밥솥을 전달한다. 취약계층 99가구는 지역 내 종합사회복지관 7개소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발굴·선정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대구지역관계사용자협의회 17개사는 금속노조 대구지부와 함께 지역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취약계층 지원으로 연결했다. 노사가 공동으로 조성한 재원을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방식으로 상생과 사회적 책임의 가치를 동시에 실천한 셈이다. 달서구는 이번 지원이 단순한 물품 전달을 넘어 지역 기업과 노동계, 행정, 사회복지기관이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는 민관 협력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복지기관이 대상자 발굴 과정에 참여해 실제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물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김준식 대구지역관계사용자협의회 대표 이사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과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장세은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소외된 곳에 온기를 전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함께할 수 있어 보람차다"며 “이번 지원이 취약계층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용판 달서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뜻을 모아주신 대구지역관계사용자협의회와 금속노조 대구지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 만든 소중한 나눔이 취약계층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달서구도 민간과의 촘촘한 협력을 바탕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세심하게 살피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행복한 달서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대구 달서구 도원동이 행정과 소방, 경찰, 복지기관, 공동주택 관리기관을 하나로 잇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내 복지·안전 사각지대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원동은 지난 13일 도원동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 내 복지·안전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도원동 민관합동 복지·안전 네트워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복지와 안전 분야의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위기가구를 보다 신속하게 찾아내고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는 도원동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해 도원동스마트복지안전협의체△도원119안전센터△ 대곡파출소△달서구상인종합사회복지관△주택관리공단 대구가람1관리소△ 주택관리공단 대구한실들1관리소 등 모두 7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주민 생활과 밀접한 소방·치안기관과 사회복지기관, 공동주택 관리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면서 복지와 안전을 아우르는 지역 밀착형 협력체계를 갖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민관 네트워크 구축은 달서구가 행정안전부의 '2026년 읍면동 스마트 복지·안전 서비스 개선모델 개발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협약에 따라 참여 기관들은 어르신과 장애인, 사회적 고립 위험이 높은 가구 등 복지·안전 취약계층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기관별로 보유한 소방·치안·복지 인프라를 적극 연계하기로 했다. 또 기관별 업무 과정에서 파악한 위기 징후와 복지 수요를 상호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발견될 경우 적절한 기관과 서비스를 신속하게 연계하는 협업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도원동은 각 기관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위기가구 발굴부터 상담, 복지서비스 연계와 안전 지원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지역사회 보호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사회적 고립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민과 접촉이 잦은 공동주택 관리기관과 복지기관, 경찰·소방 등 현장 기관의 역할을 연계해 기존 행정 중심의 복지안전망을 한층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원동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기관 간 상시 소통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복지·안전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등 민관 협력 기반의 '스마트 복지·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권석순 도원동스마트복지안전협의체 위원장은 “이번 협약으로 고립·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촘촘한 민관 소통망이 구축됐다"며 “각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주민의 복지와 안전을 향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현옥 도원동장은 “복지와 안전 문제는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위기에 놓인 주민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지원해 단 한 명의 소외된 이웃도 없는 살기 좋은 도원동을 만드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재계와 친일 논란 上] 재벌은 정말 ‘적산’에서 태어났나…대기업의 출발 추적해보니

광복 81주년을 맞아 본지는 독립운동과 기업가, 주요 그룹의 탄생, 산업 국산화의 역사를 살펴봤다. 하지만 한국 재계의 성장사는 산업보국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인이 남긴 귀속재산은 누구에게 넘어갔고,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창업주들은 그 시대를 어떻게 통과했을까. 일본에서 부를 일군 기업가는 왜 다시 한국에 투자했을까. 광복 이후 오늘날 재계가 만들어진 과정의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의 대기업들은 광복 후 일본인들이 남겨놓고 간 기업과 공장을 넘겨받아 성장했다." 한국 재벌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하는 주장이다. 실제로 광복 이후 일본인 소유 기업과 토지, 건물 등 막대한 재산이 미군정과 한국 정부에 귀속됐고 상당수가 이후 민간에 불하됐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 대기업의 모태가 된 기업을 인수한 창업주도 있었다. 그렇다면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한화 등 지금의 주요 그룹은 정말 모두 이른바 '적산(敵産)'에서 출발했을까. 국가기록원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각 그룹의 공식 사료 등을 토대로 주요 그룹의 출발점을 추적해보면 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다. SK와 한화처럼 일본인 또는 일본계 기업의 귀속재산을 인수한 것이 그룹 성장의 직접적인 출발점이 된 사례가 있는 반면 삼성·LG·현대처럼 창업자가 독자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그룹의 모태가 된 경우도 있다. 한국 재벌의 탄생을 '적산 불하'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 일본인이 떠나며 남긴 29만건…누가 가져갔나 '적산'은 적국의 재산이라는 의미다. 광복 이후에는 일본 정부와 일본인, 일본계 기업 등이 한반도에 남긴 재산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됐다. 미군정은 일본인 소유 재산을 접수해 관리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남아 있던 귀속재산을 한국 정부에 넘겼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때 한국 정부에 이관된 귀속재산은 사업체 2203건, 부동산 28만7555건, 기타 2151건 등 모두 29만1909건에 달했다. 정부는 1949년 12월 귀속재산처리법을 제정하고 민간 매각에 나섰다. 한국전쟁으로 처분이 한때 지연됐지만 1950년대 들어 불하는 다시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1953~1959년 귀속재산 불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국가기록원은 이 기간 이뤄진 불하가 전체 건수의 86%, 계약금액의 68%를 차지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정부 입장에서 귀속기업의 민영화는 단순히 일본인의 재산을 나눠주는 문제가 아니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생산시설을 다시 돌리고 산업을 복구하는 동시에 민간 중심의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기업을 넘겨받았고, 그것이 이후 한국의 재벌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다. ◇ SK의 시작 '선경직물'…일본계 공장에서 한국 대기업으로 현재 주요 그룹 가운데 귀속재산과의 연결이 비교적 선명한 곳이 SK다. SK의 모태인 선경직물은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회사였다. 최종건 SK 창업회장은 경성직업학교를 나온 뒤 선경직물 수원공장에 견습기사로 입사해 제직조장 등을 맡았다. 광복을 맞자 최 창업회장은 한국인 소주주들과 함께 공장 가동에 참여했다. 이후 선경직물은 귀속재산이 됐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공장이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파괴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최 창업회장은 전쟁 중 폐허가 된 공장을 정부로부터 매수했다. 남아 있던 부품을 모아 직기를 복구했고 1953년 선경직물주식회사를 다시 일으켰다. 현재 SK도 1953년 한국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선경직물을 창업한 것을 그룹 역사의 출발점으로 설명한다. 오늘날 반도체·통신·에너지·바이오를 아우르는 SK그룹의 모태에 일본계 기업에서 출발해 정부 귀속을 거친 선경직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인 셈이다. 다만 이를 단순히 '멀쩡한 일본 기업을 넘겨받았다'고 표현하는 것도 당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최 창업회장이 인수한 시점의 선경직물은 한국전쟁으로 상당 부분 파괴된 상태였고 이를 복구해 사업을 다시 일으키는 과정이 뒤따랐다. ◇ 한화도 귀속재산과 직접 연결…화약 독점기업 인수 한화 역시 귀속재산과 그룹의 출발이 직접 연결되는 사례다. 김종희 한화 창업회장은 1942년 조선화약공판에 입사했다. 조선화약공판은 일제가 여러 화약업체의 판매 조직을 통합해 만든 국내 화약 유통업체였다. 광복 직후 김 창업회장은 조선화약공판 지배인에 임명됐고 이후 관리인을 맡았다. 회사는 미군정의 귀속기업으로 관리됐다. 전환점은 1952년이었다. 김 창업회장은 조선화약공판 운영권을 획득한 뒤 같은 해 한국화약을 설립했다. 현재 ㈜한화의 출발이다. 한화가 공개한 그룹 연혁에도 이 과정이 명확하게 남아 있다. 1952년 한국화약 설립에 이어 1953년 '조선화약공판 불하 인수', 1955년 '조선유지 인천 화약공장 불하 매수'가 기록돼 있다. 일본이 구축했던 화약 생산·유통시설이 광복 후 귀속재산이 되고 다시 한국인 기업가에게 넘어가 오늘날 한화의 사업 기반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화의 성장 역시 자산을 넘겨받는 데서 끝나지는 않았다. 한국화약은 이후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나서 1957년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 생산에 성공했고, 화약 사업을 기반으로 기계·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방산·우주항공·에너지·금융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 그렇다면 삼성도 '적산기업'?…출발은 달랐다 SK와 한화의 사례를 모든 대기업에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삼성의 출발은 광복 이전인 1938년 이병철 창업회장이 대구에서 세운 삼성상회다. 이후 사업 영역을 넓히며 해방 전부터 독자적인 사업 기반을 형성했다. 이 창업회장이 일본인이 운영하던 조선양조를 인수하는 등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유 사업체와 거래하거나 이를 인수한 사례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삼성그룹 자체가 광복 후 정부의 귀속기업을 불하받아 출발했다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모태가 이미 광복 이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LG도 비슷하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일제강점기 진주에서 포목상 등 자신의 사업을 운영했다. 광복을 맞은 1945년 부산으로 사업 무대를 옮겨 조선흥업사를 설립했고 이후 화장품 사업을 거쳐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세웠다. LG 공식 사료에 따르면, 조선흥업사는 당시 군정청으로부터 무역업 허가 제1호를 받아 설립됐다. 이후 화장품과 플라스틱, 전자산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즉 LG 역시 일본인 소유 귀속기업 하나를 불하받은 것이 그룹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도 정주영 창업회장이 일제강점기 자동차 정비업을 시작하고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한 뒤 1947년 현대토건을 세우면서 성장한 경우다. 이처럼 현재 주요 그룹들의 출발 경로부터 서로 달랐다. ◇ '적산 수혜'냐 '맨손 신화'냐…전문가 “기업별로 따져봐야" 귀속재산 불하가 해방 이후 산업자본 형성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를 하나의 잣대로 현재 대기업의 기원과 성장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사 전문가들은 귀속재산 불하가 광복 직후 부족했던 생산설비와 자본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중요한 통로였다는 점과, 이후 개별 기업의 성장 과정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경제사학계 관계자는 “귀속재산 불하가 해방 이후 한국의 초기 산업자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오늘날 대기업의 성장을 모두 귀속재산 불하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도 역사적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출발 조건이 달랐고 한국전쟁 이후의 복구와 산업화, 수출 확대 과정에서 기업 간 성패도 크게 갈렸다"며 “귀속재산을 어떤 조건으로 인수했고 이후 어떤 투자와 경영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는지 개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일본계 기업의 자산을 인수한 것이 현재 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도 있지만 창업자가 광복 이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운영했거나 해방 이후 새롭게 회사를 세운 사례도 있다"며 “현재의 대기업들을 일괄적으로 '적산기업'이라고 규정하기에는 각 그룹의 성장 과정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광복 81년 뒤 주요 그룹의 출발점을 따라가면 서로 다른 경로가 확인된다. 일본계 공장을 인수해 다시 일으킨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식민지 시대부터 자신의 사업을 하다 해방 이후 제조업으로 넘어간 기업도 있었다. '적산의 수혜'와 '맨손의 창업 신화'라는 상반된 평가 사이에서 한국 재계의 탄생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결국 개별 기업의 출발과 성장 과정을 각각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국가에 헌신한 은퇴견 돌봄비용 ‘100만원’ 지원…월간이 아니라 연간 [멍예퇴직②]

➀ 은퇴 국가봉사견 70%, 입양되지 못해 ② 턱없이 부족한 입양자 '돌봄 비용' 지원 ③ 국가봉사동물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 “데려온지 6개월이 채 안 됐을 때 금강이가 크게 아팠어요. 진드기에 감염돼서 죽을 뻔했죠. 치료 비용만 수백 만원일거에요. 저는 수의사라 직접 주변에서 진료를 도와줘 부담은 적습니다. 다만 일반 분들이 키우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 같아요." 제주도에 거주하는 박종필 씨는 재작년 11월, 공군 은퇴견 '금강이'를 입양했다. 수의과대학 재학 시절, 공혈견이나 실험견을 접하면서 여건이 될 때 은퇴한 봉사견을 꼭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20년을 기다렸던 만남이었다. 금강이는 공군 후보견이였지만, 고관절이 좋지 않아 훈련과정에서 탈락해 공군 교육견으로 2년을 근무했다. 이후 민간 입양을 통한 새 가족을 기다렸지만, 2년간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박 씨를 만났다. 오래 기다린 인연인만큼 금강이는 박 씨네 가족의 소중한 가족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박 씨는 금강이의 건강이 악화되는 게 나날이 체감된다고 한다. 박 씨는 “데려올 때부터 고관절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 해 검사를 통해 앞다리 쪽 팔꿈치에 주관절 이형성증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해당 질병은 저먼 셰퍼드가 겪는 대표적인 유전병 중 하나로, 관절 특정부위에 비정상적인 힘이 집중되게 되면 골관절염이 진행된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심화하기도 한다. 민간 입양자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월 1일부터 군견과 경찰견, 탐지견, 119구조견 등 은퇴견의 입양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입양자가 보험 가입과 진료, 미용, 사회화 교육 등에 비용을 먼저 지출한 뒤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실제 지출액의 60% 범위에서 최대 연간 100만원을 환급받는 방식이다. 예산이 소진되면 사업이 조기에 마감될 수도 있다. 동물병원과 보험사, 사료장례업체의 할인도 제공된다. 정부 협력 동물병원에서는 건강검진과 진료비를 30% 할인하고, 참여 보험사는 보험료를 최대 20% 낮춰준다. 그러나 해당 지원이 실제 은퇴견 입양자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줄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개 한 마리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월평균 13만5000원이다. 박 교수 역시 사료비와 간식비에만 한 달 10만~2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단순히 연간으로 환산해도 정부의 최대 지원액 100만원을 넘어선다. 더욱이 은퇴견은 대부분 대형견이거나 노령·질환을 안고 입양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부담은 평균보다 훨씬 크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마취제와 약물 사용량이 늘고, 검사와 수술 이후 이동·재활 과정에도 추가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입양 직후부터 정밀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원 방식이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제도는 입양자가 진료비 등을 먼저 부담한 뒤 실제 지출액의 일부를 환급받는 구조다. 정밀검사나 수술처럼 목돈이 드는 치료는 비용 전액을 우선 결제해야 하며, 지원 한도를 초과하거나 환급 대상이 아닌 비용은 모두 입양자의 몫이다. 박 씨는 의료비가 가장 큰 부담인 만큼, 의료비 지원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정 금액을 일괄 지원하기보다 지자체가 지정한 수의대 동물병원에서 우선 진료를 받은 뒤 비용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은퇴견도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고, 입양자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를 위해 현장을 누비던 인명구조견이 은퇴하면 돌봄의 무게는 민간 입양자의 일상으로 옮겨간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이 수행한 논문 「은퇴한 인명구조견 관리 실태 및 지원체계 제안을 위한 통합 연구」에는 은퇴견과 함께 살아가는 입양자들의 현실이 담겼다. 국내 은퇴 인명구조견 입양자가 100명 안팎인 가운데 41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입양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비용 부담'이었다. 5점 만점(가장 큰 어려움)에 평균 4.12점으로 나타났다. 재활관리의 어려움은 3.83점, 건강관리의 어려움은 3.54점으로 뒤를 이었다. 박 사무총장은 “연구하면서 만난 입양자들은 건강관리와 재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비용 부담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비용과 건강관리, 재활 문제가 서로 분리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또 “척추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은퇴견을 돌보는 사례도 확인했다"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배변을 도와야 했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 자세를 바꿔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픈 은퇴견을 돌보는 데에는 병원 진료비만 드는 것이 아니다. 입양자의 하루 역시 은퇴견의 건강 상태에 맞춰 재편된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이고 배변을 보조하며, 근육이 굳거나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몸을 움직이고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밤중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스스로 자세를 바꾸지 못하면 보호자도 여러 차례 잠에서 깨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박 사무총장은 “눈에 보이는 병원비와 약값뿐 아니라 보호자가 돌봄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동, 일을 쉬거나 외출을 포기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살펴야 한다"며 “정부 지원도 직접적인 의료비에만 머물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호자의 돌봄 부담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은퇴견 입양자를 국가가 채용한 사회복지사와 같은 존재로 대한다. 매달 관리비를 지급하며 질병이 생기면 진료비도 국가가 별도로 부담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찰견 관리 행정규칙에 따르면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찰견은 기존 핸들러나 다른 경찰관, 퇴직 경찰관의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때 경찰기관과 보호자는 별도의 동물보호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은퇴 경찰견의 소유권도 보호자에게 넘기지 않고 주정부가 계속 유지한다. 또한 주정부는 보호자에게 은퇴 경찰견을 돌보는 데 필요한 관리보조금을 매월 선지급한다. 규정상 금액은 한 달에 25.57유로로, 우리 돈 4만2000원 정도다. 보호자는 최소 연 2회 은퇴견을 경찰기관에 데려가 건강과 생활 상태를 확인받아야 한다.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은퇴견이 적절한 환경에서 보호받고 있는지도 지속해서 살핀다. 특히 국내와 다르게 은퇴견에게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수의진료비를 월 관리보조금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지 않는다. 치료 사실과 비용이 확인되면 주정부가 진료비를 별도로 부담한다. 평소 들어가는 관리비와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를 분리한 것이다. 독일의 은퇴견 입양 지원은 월 25.57유로라는 금액에 국한하지 않는다. 은퇴견을 가정으로 보낸 뒤에도 국가는 소유권을 유지하고, 보호자와 계약을 맺으며, 관리비와 질병 진료비를 지속해서 부담한다. 입양을 국가 책임의 종료가 아닌 새로운 돌봄 관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국가봉사견의 노후를 민간 가정에서 책임지게 하기 위해 입양자 역시 국가의 돌봄 파트너로 대우하는 것이다. 한국은 보호 장소가 가정으로 바뀌면 개인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사료비와 의료비, 돌봄 노동까지…. 고해람·길나현·이지민 인턴기자

공공 10곳 중 4곳, 법정 우선구매비율 위반한 이유…‘안 지켜도 되니까’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⑥]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장애인 일자리는 공공조달에 달려있다. 공공기관이 장애인생산품을 구매해주지 않으면 장애인 공장은 곧바로 문을 닫게 된다. 민간기업이 나서서 장애인 생산품을 구매하지 않는 한, 장애인 일자리는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비율을 정하고, 매년 달성율을 고시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비율 이상을 달성한 공공기관은 전체의 58.4%에 그쳤다.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이상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구매비율 0.05%로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매년 물품과 용역 등을 구매할 때 총구매액의 1.1% 이상을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우선 구매해야 한다. 경쟁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감과 직업재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공개한 '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실적'에 따르면, 법정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한 공공기관 비중은 2022년 52.3%에서 2023년 56.3%, 2024년 57.6%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까지 적용된 법정 의무구매비율은 총구매액의 1.0%였다. 법정 기준이 1.1%로 상향된 지난해에는 전체 공공기관 1030곳 가운데 602곳이 기준을 충족해 달성률이 58.4%를 기록했다. 반면 428곳(41.6%)은 의무구매비율을 채우지 못했다. 달성 기관 비중은 2022년 52.3%에서 2025년 58.4%까지 높아졌지만, 최근 4년간 매년 공공기관의 40% 이상이 법정 구매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방위사업청의 우선구매 실적은 법정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방사청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비율은 2024년 0.03%에 그쳤다. 당시 법정 의무구매비율 1.0%의 30분의 1 수준이다. 2025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방사청의 총구매액은 약 6913억원,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액은 약 3억1243만원으로 구매비율은 0.05%였다. 지난해보다 0.02%포인트 상승했지만, 2년 연속 구매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방사청의 구매비율은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낮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0.10%), 개인정보보호위원회(0.11%), 기후에너지환경부(0.20%), 기획재정부(0.29%) 등 다른 하위 기관과 비교해도 격차가 있었다. 방사청은 낮은 실적의 배경으로 기관이 구매하는 품목의 특성을 들었다. 방위사업청은 본지에 “주요 조달 품목은 성능이 중요한 무기류와 장비류, 수리부속 등 군수품으로 중증장애인생산시설이 생산하는 품목과 차이가 있다"며 “중증장애인 생산품은 복사용지·화장지·피복류 등에 집중돼 있어 군수품 구매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무용품과 가구류 등 구매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는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를 확대하도록 각 부서에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올해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공표한 '2026년도 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계획'에 따르면 방사청은 올해 총구매액 약 7304억6000만원 중 255억2800만원을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다. 계획상 우선구매비율은 3.49%로, 지난해 실제 구매비율 0.05%의 약 70배다. 법정 기준인 1.1%의 3배가 넘는다. 다만 본지가 정보공개청구와 추가 취재를 통해 구매계획 수립 과정을 확인한 결과, 품목별 구매 규모나 세부 구매계획은 별도로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방사청 한 직원은 “당초에는 법정 의무구매비율인 1.1%를 기준으로 구매계획을 산정했으나 총구매액 예산이 줄어들며 계획상 구매비율이 올라갔다"며 “구체적인 품목 계획은 별도로 수립하지 않았고, 현재 확인한 바로도 수치화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법정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기관에 매년 시정요구서를 발송하고 있다. 올해도 미달 기관에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제도 교육과 현장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정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하지 못해도 과태료나 행정처분 등 직접적인 제재는 없다. 보건복지부도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는 있지만 현재 강제 제재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각 기관은 실적 공표와 시정요구나 지적을 듣기만 하면 그만이다. 법령으로 정한 구매비율을 공공기관이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실효성있는 제도 보완이 절실한 실정이다. 주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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