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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은빛 고객’ 잡아라...생보업계, 시니어사업 진출 가속화

생명보험사들이 초고령사회 진입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시니어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우려를 딛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3%로 높아졌다. 이는 0~14세(10.2%)의 2배 수준으로, 2035년에는 격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령자(29.5%)는 1500만명대로 진입하는 반면, 같은 기간 0~14세(7.4%)는 526만명에서 374만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생보사들은 향후에도 저출산의 영향으로 총 인구가 감소하지만, 고령자는 많아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양시설 확보를 비롯한 고객군 맞춤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 동남쪽에 이들의 투자가 집중되는 것도 특징이다. 교통과 의료 등 고령자에게 특히 요구되는 인프라가 우수해 해당 연령대의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고객군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사업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은 KB금융 등 금융지주계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30인 이상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는 사업자가 직접 토지를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하는 규정상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은행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에 앞서 '큰형님'의 지원사격이 없으면 진출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KB라이프는 요양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의 ICT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5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난 15일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4번째 요양시설도 오픈했다. '광교 빌리지'는 총 180명이 입주할 수 있는 곳으로,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번째 프리미엄 요양시설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위례·서초·은평과 광교에 이어 오는 11월 서울 '강동 빌리지'를 개소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니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LG와 손잡고 실시간 고령자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역량도 높인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신한라이프의 시니어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가 올 연말 하남미사 요양시설을 오픈하고, 2028년까지 요양원 4곳·실버타운 2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케어의 파트너는 LG유플러스·현대건설·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으로, 회원 21만명을 보유한 군인공제회와 함께 금융·헬스케어·문화를 비롯한 분야를 아우르는 노인 주거 솔루션도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에서도 하나생명이 요양사업 전담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세웠고 시설 오픈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KB·신한과 달리 사명에 하나금융의 고령층 전용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은퇴설계와 상속 및 치매 보장을 포함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비은행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깃발을 드는 모양새다. 요양사업 전담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던 실버타운(삼성노블카운티) 운영권을 넘겨 받으면서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다. 다른 생보사들도 규제 및 시장 흐름을 보면서 참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교보·한화생명 등의 잇따른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진출도 시니어사업의 일부다. 업계가 보유한 882조원 규모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고객들의 수요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2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교보생명의 실적도 8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생명도 업계 최초 신탁업 겸영 인가를 무기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불어나는 치매인구도 시장의 성장을 점치게 만드는 요소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전에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자녀 또는 손자·손녀를 대상으로 사전에 설정한 수령 방식을 적용하는 솔루션으로 작용한다. 상속 절차에서 절세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사업 모두 전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 결국 개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생애보장과 사회안전망 제공이라는 생명보험의 본질과 부합하는 부분도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 E&S와 ‘태양광 파트너십’

포스코퓨처엠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나선다. 포스코퓨처엠은 SK이노베이션 E&S와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계약을 18일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E&S는 포스코퓨처엠 포항공장 지붕 및 주차장에 2.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2.8기가와트시(GWh)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태양광 시설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해 공장 운영에 활용함으로써 연간 약 1300톤의 탄소배출 감축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 협력으로 포스코퓨처엠은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 한발 더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재생에너지 사업 협력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50년 탈탄소 달성을 목표로 2021년 세종 음극재 공장에 연간 209MWh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준공했고, 지난해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광양 양극재 공장에 연간 2.6GWh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공장에 이어 전남 광양 NCA 양극재 전용 공장에도 태양광 발전설비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등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을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비아이씨엔에스·하나시스 맞손, ‘AI 음성인식 키오스크’ 개발

인공지능(AI) 솔루션 전문기업 '비아이씨엔에스'와 포스(POS) 키오스크 전문업체 '하나시스'가 손잡고 연내 음성으로 주문 가능한 'AI 음성인식 키오스크'를 선보인다. 비아이씨엔에스는 18일 하나시스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공지능 스마트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양사가 개발하는 키오스크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탑재했다. 95% 이상의 정확도로 음성을 인식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만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시험 운영 결과 주문 시간이 기존 평균 1분에서 20초로 67% 줄었고, 대기 시간도 40% 감소했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회사는 AI 음성인식 키오스크가 디지털 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로 꼽히는 시각장애인들의 '키패드를 이용하는 주문 방식'도 보완할 수 있다. 양사는 기업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폐쇄형 AI 에이전트'도 개발한다. 이 시스템은 외부 유출 위험 없이 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전사 문서를 자동 분석해 직원들이 자연어로 정보를 검색하도록 지원한다. 이 같은 계획과 함께 비아이씨엔에스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나시스는 키오스크 하드웨어 제조를 각각 담당한다. 양사는 오는 12월 소상공인용과 산업용 제품을 동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원철 비아이씨엔에스 대표는 “이번 협약은 AI 기술을 생활 속으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하나시스 대표는 “현재 개발 보급 중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일반인과 장애인 모두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며 “키오스크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수출 다변화’ 韓 기업 지속 성장 열쇠 삼아야”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은 시장·품목 다변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수출의 다변화 현황과 수출 지속 및 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국 및 품목 집중도 지수는 각각 918, 520으로 집계됐다. 세계 10대 수출국(홍콩 제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 규모가 비슷한 일본(892, 389), 프랑스(549, 118), 이탈리아(486, 108) 등과 비교해도 숫자가 현저히 높았다. 조사에 사용된 '허핀달-허쉬만 집중도 지수'(HHI: Herfindal-Hirschman Index)는 수출 집중도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수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됨을 의미한다. 상위 10대 수출품목과 수출국 비중으로 봐도 우리나라 수출의 편중 양상은 뚜렷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상위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상위 10대 수출국 비중도 70.8%로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불확실한 대외 무역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 다변화가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봤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9만2385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5년 수출실적을 실증 분석한 결과 수출국 및 수출품목이 1단위 늘어나면 수출 중단 위험은 각각 5.4%, 1.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 중 수출을 지속한 2만2755개 기업을 패널 분석한 결과 수출국과 수출품목 수가 1단위 증가할 때 기업의 연간 수출액은 각각 7.8%, 1.1%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개별기업 단위에서도 수출시장과 품목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게 구성될수록 수출 지속력과 성장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수출 지속기간이 5년 이하인 기업의 절반 이상이 단일 품목과 단일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초기 중소기업에는 해외 바이어 발굴과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고 중견기업에는 연구개발(R&D) 및 현지화 지원을 확대하는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수출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품목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신흥시장과 신산업으로의 전략적 다변화가 절실하다"며 “단순한 양적인 확장에 그치지 않고 미국, 중국 등 기존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수출 기회를 확보하거나 인공지능(AI) 확산, ESG 요구 등 대외 무역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질적 다변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그룹, 추석명절 협력사 대금 9800억 조기 지급

LG그룹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고 생필품 나눔 등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다. LG그룹은 추석 명절에 앞서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납품대금 9800억원 가량을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한다고 18일 밝혔다.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D&O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LG그룹은 지난 설 명절에도 중소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운영을 돕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 납품대금을 예정보다 앞당겨 지급했다. 계열사들은 협력사가 무이자 또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펀드, 직접 대출 등을 포함해 약 1조2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시중 은행과 예탁·출연금으로 총 3000억원 규모 상생협력펀드를 운영하며 경영자금이 필요한 협력사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 신규 설비 및 자동화 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협력사에는 매년 400억원 가량 자금을 무이자로 제공해 협력사의 제조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LG이노텍은 1400억원, LG화학은 2000억원, LG CNS는 470억원 규모 동반성장펀드·상생펀드·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LG 계열사들은 추석 명절을 맞아 지역 이웃들에게 생활용품 등을 전달하며 온정을 나눌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의 사업장 인근 저소득 가정에 생활용품 등을 지원한다. 결연을 맺은 복지시설을 방문해 다양한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LG화학은 여수, 대산, 청주의 사업장 인근에 사는 지역 이웃들에게 생활용품 등을 전달한다. LG헬로비전은 추석을 맞아 지역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마음나눔 꾸러미' 활동을 전개한다. 마음나눔 꾸러미는 지역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지역 특산물과 생필품으로 구성돼 지역사회 복지기관을 통해 장애인·독거노인·다문화가족·자립준비청년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찬우의 카워드] ‘꿈의 배터리’ 전고체, 양산 눈앞…K-배터리 ‘선점 경쟁’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전기차 시장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다. 한국의 삼성SDI·SK온·LG에너지솔루션도 잇달아 로드맵을 내놓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1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메탈 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SLMB)의 시장규모는 2024년 2억달러에서 2035년 320억~470억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구조다. 발화 위험이 크게 줄고, 부피·무게를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곧 주행거리 향상과 차량 경량화로 이어진다. 토요타, 폭스바겐,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이 일찌감치 전고체를 '게임 체인저'라 부른 이유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못박았다. 회사가 내세운 무기는 독자적으로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혁신적인 무(無)음극(anode-free)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음극의 부피를 줄이고 양극재 비중을 확대해, 업계 최고 수준인 900Wh/L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국내 최초로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전용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구축했다. 6500㎡ 규모의 이 라인에서는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전용 전극 판, 이온 전달 최적화 셀 조립 공법 등 신규 인프라가 적용돼 2023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샘플을 공급하며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단순히 시제품 생산을 넘어 양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계면 저항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며,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먼저, 가장 안전하게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SK온은 지난 15일 대전 미래기술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했다. 이번에 준공된 플랜트는 약 4628㎡(약 1400평) 규모로, SK온은 신규 파일럿 라인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일부 라인에서는 고체 배터리의 한 종류인 리튬 메탈 배터리*도 개발한다. 이 플랜트는 온간등압프레스(WIP) 프리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해 생산성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SK온은 우선 800Wh/L 전고체을 내놓고, 장기적으로는 1000Wh/L까지 목표를 높였다. 상용화 시점은 2029년으로, 기존 목표보다 1년 앞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이전 완성도 있는 전고체를 내놓는다는 장기 전략을 세웠다. 오창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세우고 시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며, 무음극(anode-free) 전지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 집중한다. 또 건식전극 공정, 글로벌 학계 협력(UCSD 등)을 통해 양산성 검증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소 느리지만 품질과 안전성을 우선하는 전략이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상용화 시점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안전성·성능·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면 저항, 생산 수율, 원가 절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특허와 파일럿 단계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속도와 품질이라는 다른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전고체 시장의 승부는 누가 먼저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해 양산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준공은 SK온이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구보다 앞서 상용화해 전동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SK이노베이션, AI에너지 솔루션사업 ‘질주’

SK이노베이션이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에 맞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전력 솔루션 사업과 서버용 액침냉각 기술, 자체 발전 역량을 내세워 AI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는 SK그룹이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전략과 맞닿아 있다. 1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냉난방공조(HVAC) 기술과 제조 능력을 보유한 LG전자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데이터센터 에너지-냉각 통합 설루션 공동 개발과 사업화를 해나가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다양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와 LG전자의 칠러 기반 HVAC 기술이 AI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BDC와 MOU를 맺고 말레이시아 소재 BDC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솔루션에 적용할 사업 역량은 △AI 기반 데이터센터 에너지 관리 시스템(DCMS) △ 에너지 저장장치(ESS)·연료전지 등 보조전원 설계 △전력 피크 저감 설루션 △액침냉각 기술 등이 꼽힌다. DCMS는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 곳곳의 전력 흐름과 작동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예비 발전기와 보조전원이 가동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ESS와 연료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를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도록 전력을 저장해둔다. 액침냉각 기술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가 윤활유 제조에 쓰이는 윤활기유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AI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용 비전도성 액체 '냉각 플루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플루이드는 서버와 같은 전자장비와 직접 접촉하더라도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비전도성 물질로, 높은 냉각 효율을 제공해 칩과 서버의 성능을 최적화한다.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자원을 이용한 SK이노베이션 E&S 중심의 자체 발전 역량도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필요하다. LNG 발전의 경우 가스 생산부터 운반,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있다. 수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에너지원을 이용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능력은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할 필요성 때문에 대두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는 2030년 945테라와트시(TWh)에 달해 2022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역량은 SK그룹이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4차 퀀텀 점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SK AI 써밋'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AI시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수"라며 “SK그룹은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AI용 반도체 기술을 보유했고,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축한 AI 인프라는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룹의 AI 전환에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 역량이 필수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SK그룹의 정보통신 기술(ICT), 반도체, 에너지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점이 그룹의 핵심 역량을 AI 사업에 적용하는 전략을 잘 보여준다.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장기적으로는 청정 연료로 생성한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만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그룹 에너지 계열사들의 역량이 필요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삼성·SK 등 주요 대기업, 신규채용 대폭 늘린다

삼성, SK,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 사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신규채용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연간 1만2000명씩 뽑는 셈이다.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사업,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은 바이오 산업, 핵심기술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집중해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공채제도를 아직 유지 중이다.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고, 1995년에는 지원 자격 요건에서 학력을 제외하는 등 차별을 철폐한 '열린 채용'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 역시 AI 시대를 이끌어갈 청년인재를 채용한다고 선언했다. 올해 12월까지 상반기(1~6월) 규모에 버금가는 4000여명을 채용해 총 8000여명을 선발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실무형 청년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지원도 강화한다. 계열사별로는 SK하이닉스가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하반기(7~12월)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반도체 설계, 소자, 연구개발(R&D), 양산기술 등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사업 확대에 함께할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2027년 상반기 중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만 수천명 규모 채용이 계획 돼있다. 청주캠퍼스 M15의 차세대 D램 생산능력이 증설되는 등 SK하이닉스의 채용활동은 향후 확대될 예정이다. SK그룹은 또 지난달 기공한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등 미래 전략사업 확대에 발맞춰 사업분야별로 청년인재를 모집할 계획이다. SK그룹은 3·9월 정기 공개채용과 수시 공개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SK 취업을 희망하는 인재들이 더 많은 기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고, 멤버사들은 정해진 시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필요한 인재를 신속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가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대차그룹의 채용은 글로벌 모빌리티 퍼스트무버의 위상을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내 연관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까지 감안하면 관련 산업의 전체 채용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그룹은 청년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앞으로 5년간 1만5000명을 뽑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장 올해 채용 인원을 당초 계획(2600명)보다 400명 늘려 3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이후에는 안전, AI, R&D 분야 채용 확대 등을 통해 올해와 유사한 채용 규모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도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방산·우주·조선·해양·금융·기계·서비스 등 사업을 확대하면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한화그룹은 30개 계열사의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상반기 대비 1400여명 늘어난 3500여명으로 확대했다. 앞서 상반기에 신규로 2100여명을 채용했다. 하반기 채용까지 마무리하게 되면 올해 총 5600여명을 뽑게 된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만 연간 약 2500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금융 계열사는 70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주요 계열사별 연간 채용인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100명, 한화오션 800명, 한화시스템 550명, 한화생명 300명, 한화손해보험 250명, 한화투자증권 200명 등이다. 이 외에도 인턴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신규 채용 확대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메이드인 차이나, 기술·가격·마케팅 ‘3박자 진화’

[베이징(중국)=김윤호 기자] 세계 세탁기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값싼 대안'으로만 여겨졌던 중국 세탁기 브랜드들이 기술 혁신, 현지화 전략, 공격적 마케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하이얼,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제조사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인공지능(AI)·스마트 기능과 친환경 기술, 스포츠·문화 마케팅까지 총동원하며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얼은 '3-in-1 현지화 전략'(R&D·생산·마케팅)을 바탕으로 각국 특성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선보인 X11 세탁기는 유럽 최고 수준 에너지 등급을 60% 웃도는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AI 스마트워시, 대용량·초고효율 기능, 세탁·건조 일체형 솔루션을 앞세워 친환경·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플래그십 'L+' 세탁기는 자동 세제 투입, 26종 얼룩 제거, 대형 드럼, UV·미세먼지 제거 등 첨단 기능을 탑재했다. 10.1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터치스크린과 열펌프 건조 기능을 갖췄으며, 출고가는 약 570만원, 행사가는 450만원 선이다. 초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20만~50만원대 중저가 모델을 병행해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TCL은 '스마트 리빙'을 내세워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슈퍼 사이클론 V3R'은 10kg 대용량, 고온 스팀 살균, BLDC 인버터 모터(10년 보증) 등을 갖추고도 29만원 수준의 공식가를 책정했다. 정부 보조금이 적용되면 12만원대로 떨어져 '가성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올 상반기에는 AI 기반 초대형 드럼 세탁기 'T7R Pro'를 전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강화했다. 하이센스는 스마트홈 플랫폼 '커넥트라이프(ConnectLife)'와 연계한 초대형 제품으로 대가족·상업용 수요를 겨냥한다. 20kg 'WT5T2025DB'는 원격 제어·저소음 인버터·15분 퀵세탁을 지원하며 약 90만원에 판매된다. 동시에 8~10kg급 보급형 모델에도 자동 세제 투입·드럼 클린 등 편의 기능을 적용했다. 제품 혁신과 더불어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도 눈에 띈다. TCL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공식 후원하며 '혁신·열정' 이미지를 소비자 경험과 연결하고 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생활가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하이얼은 롤랑가로스, ATP 투어 등 글로벌 테니스 대회를 후원하며 '프리미엄+지속가능성' 이미지를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 클럽 파리 생제르맹(PSG)과 리버풀 FC와의 다년간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이센스는 FIFA 월드컵, UEFA 유로, FIFA 클럽 월드컵 등의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얼은 유로모니터 기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세계 1위 가전 브랜드에 올랐다. TCL은 160여 개국에서 점유율을 확대 중이고, 하이센스 역시 해외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과거의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과 보급형 이원화 전략으로 선진국·신흥국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한국 세탁기 업계에 뚜렷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선 기술 혁신이 절실하다. AI 기반 자동 감지, 살균·위생, 세탁·건조 결합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능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브랜드 경험도 중요하다. 단순 품질 경쟁을 넘어 디자인, 감성적 스토리텔링, 스포츠·문화 후원까지 포함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AI 세탁기와 대용량 건조기 결합 모델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가격 공세와 현지화·마케팅 전략에서 더 과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별 생활 습관과 규격·인증에 맞춘 맞춤형 제품 개발과 서비스망 확보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이제 단순 '저가'가 아닌 '혁신·가격·마케팅' 3박자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세탁기 시장 역시 스마트폰·TV처럼 '중국 굴기'에 밀리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GE·도시바도 삼킨 中가전, ‘프리미엄 행보’ 거침없다

[로스앤젤레스(미국)=여헌우 기자] 중국 세탁기 브랜드들은 내수에서 존재감을 키운 뒤 해외에 이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세계시장에 진출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한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자국 소비자와 기업의 노후설비 및 소비재를 신제품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해 내수 진작과 산업 개편을 도모하는 이른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등에 힘입어 상품성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메이드인 차이나가 '자본 체력'을 지속적으로 비축하면 삼성·LG전자의 기술 리더십까지 넘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자국 정부의 이구환신 등 지원 정책을 등에 업고 몸집을 빠르게 불려나가고 있다. 이구환신은 가전 분야에서 노후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2급 및 그 이상의 에너지 또는 물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컴퓨터 △온수기 △가스레인지 △주방 후드 등이 지원 대상이다. 중국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여 인원이 100만명을 돌파하는 데 한 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3월 해당 정책 시행 이후 연말까지 가전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80% 가량 늘었다고 추정했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면서도 기업 경쟁력 확보를 함께 주문했다. 보조금 기준은 제품의 최종 판매 가격의 15%로 책정하면서도 1급 이상 에너지 또는 물 효율 제품을 구매할 경우 5%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등은 자연스럽게 '녹색 스마트 세탁기' 생산을 도모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아오웨이윈왕(AVC) 등 시장조사기관과 국가통계국 자료 등을 종합하면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세탁기는 2023년 기준 1억458만여대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1억2000만여대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확한 수출량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다. 금액으로 추산하면 연간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수출액 자체는 2020년대 들어 매년 두 배 이상씩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변화 양상은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세탁기의 용량이 점점 커지고 구조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10kg 크기 안팎 세탁기가 시장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구환신 정책 시행 이후 12% 이상급 제품 침투율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12월 온·오프라인 채널 내 12kg 세탁기 소매량 비중은 각각 7.3%, 6.1%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3.1%씩 증가했다. 심하윤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세탁기 시장은 세탁기의 대중화 기간이 끝나고 교체 기간이 도래했다"며 “과거 세탁방식과 다른 물 절약, 절전, 소음 제어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기기가 출시·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대용량 세탁기 및 의류관리에 장점이 있는 세탁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 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스마트 홈 개념이 적용된 고급화 기기가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국에서 힘을 키운 중국 세탁기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가형 제품으로 신흥국을 공략하는 한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선진국을 겨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은 5~7kg급 세탁기가 주로 소비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중이다. 인도 매체들은 최근 중국과 경제 협력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 기사를 내면서 세탁기를 비롯한 중국 가전 브랜드 판매가 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유력 경제지 The Economic Times는 '최고의 세탁기'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LG전자, 삼성전자, 월풀과 함께 중국 하이얼을 함께 언급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대 상품에서는 하이얼이 LG·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태국 매체 The Nation은 14일(현지시각) 기획기사에서 하이얼을 '붕괴 직전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기업으로 소개했다. 이들은 하이얼이 지난해 태국에 100억바트(약 440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했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면서 연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 15%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TCL이 판매망을 확장하며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미권 언론사들은 중국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북미, 유럽 등 시장 공략을 위해 자본을 앞세우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54억달러에 인수했다. 메이디는 2016년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자회사 도시바 라이프스타일을 사들였다.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팔리는 GE 세탁기나 일본에서 소비되는 도시바 제품에서 나는 수익은 중국 기업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현지 소매판매점에서는 이같은 브랜드가 중국에 흡수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고 전해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LG전자(21.1%)와 삼성전자(21%)가 상위권에 올라 있다. GE(18%)와 월풀(15%)이 뒤를 따르는 구조다.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등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이 인수한 GE를 '중국 세탁기'라고 분류할 경우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산 세탁기'와 '중국 세탁기' 파도는 넘어가기 힘들다고 본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소형 세탁기 등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 업체가 중국산 '저가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까지 포함하면 이미 전세계 세탁기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세탁기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대규모 생산시설, 경쟁력 있는 인건비,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지원 등을 꼽는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세탁기'와 같은 혁신적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을 지켜야 하는 삼성·LG전자 입장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넘어가는 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가형으로 자본을 축적한 중국 업체들이 대형·고급 제품 분야 개발에 나설 경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이 AI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청소기인데, 이는 내수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 이를 AI 기술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세탁기 분야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칩(Chip)에 단순한 AI 기능을 적용하는 식으로 제품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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