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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추석 선물 사자” 와인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다양

편의점 업계가 다양한 형태의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총 710여 종의 추석 선물을 이날 공개했다. CU는 올해 추석 선물의 콘셉트를 '달라진 명절, 달라진 선물의 기준'으로 잡았다. 단순히 가격대와 품목을 늘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즐거움, 웰니스, 미래 가치, 미식 등으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하고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CU는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 추석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피카츄 사과세트'(2만9800원) 등 포켓몬 과일·음료 세트 3종을 비롯해 '포켓몬 캡슐 뽑기 머신'(6만5000원)을 포함한 완구 9종을 내놨다. '안마의자'(270만원), '리클라이너'(168만원)와 소형 마사지 기기 10종도 준비했다. 이색 상품으로는 로봇 6종을 출시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이족보행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3100만원)과 스마트 반려견인 '로봇 개'(399만원), 인공지능(AI) 바둑 로봇 등을 구매할 수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받는 사람의 관심사에 맞춰 명절 선물을 고르는 수요가 늘면서 포켓몬 상품부터 로봇까지 다양한 취향에 프리미엄을 더한 상품으로 선물의 선택지를 넓혔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해 CU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명절 선물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다음달 26일까지 '2026 우리동네 선물가게'를 테마로 600여종의 명절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 얼굴 표정과 음성 톤, 몸짓, 맥락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인식하고 다양한 표정과 동작, 음성으로 반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소셜로봇리쿠'(550만원)를 비롯해 바둑을 둘 수 있는 '센스로봇고'(158만원), AI 대화가 가능한 로봇 키링 '에일리코'(11만원) 등을 준비했다. 러닝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가민 스마트워치'를 선보이고, 명절 음식 준비 후 남은 음식물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미닉스 MAX 음식물처리기'도 마련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폭넓게 구성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명절 선물도 가족과 지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실용성과 특별함을 함께 갖춘 상품을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프리미엄 상품부터 실속형 상품까지 폭넓게 준비한 만큼 GS25에서 고객들이 필요한 명절 선물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세븐일레븐도 추석선물세트 라인업을 이날 공개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주력 추석 선물세트로 헬로키티 IP(지식재산)를 활용한 다양한 단독 굿즈 상품 기획전 '땡스세븐데이'를 선보였다. 앞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창립감사제 등을 통해 선보인 헬로키티 단독 굿즈 상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 의해서도 높은 수요를 보임에 따라 한국 전통 명절과 헬로키티 IP를 결합한 새로운 굿즈들을 준비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고객 분들의 취향과 개성이 세분화되는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춰 헬로키티 단독 IP 굿즈와 롯데호텔 콜라보 등 세븐일레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고물가 속에서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상품부터 스몰 럭셔리를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상품, 풍성한 할인 혜택까지 다양하게 준비한 만큼 집 앞 세븐일레븐에서 편하게 합리적으로 풍성한 명절을 준비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마트24 역시 2026년 추석 선물 판매를 시작했다. 농산·축산·수산 등 신선식품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이마트24는 올해 추석 신선식품 선물 상품 수를 지난해 추석보다 약 30% 확대했다. 특히 한우·굴비 등 기존 편의점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명절 대표 신선식품을 강화해 과일 중심이었던 편의점 선물세트의 선택지를 한층 넓혔다. 혼자 명절을 보내는 '혼명절족'을 위한 소포장 한우 세트도 준비했다. 등심, 채끝, 부채살 등 다양한 한우 부위를 1~2인이 즐기기 좋은 소포장으로 구성한 '한우미식세트' 6종을 이마트24 단독으로 선보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한우와 굴비 등 기존 편의점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신선식품부터 혼명절족을 위한 소포장 한우, 취향을 고려한 주류까지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며 “가까운 이마트24에서 가족을 위한 명절 선물은 물론, 나를 위한 선물까지 편리하게 준비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란전쟁 거부, 대미투자 늦어”…트럼프, 한미훈련 축소로 압박?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와 훈련 비용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한국이 이란 전쟁 지원과 대미 투자 이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점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이더 트루스소셜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오래전에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어 “이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늘 그렇듯이)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또한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온 국가에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이제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을 감안해 헤그세스 장관에게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앞두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시 김 위원장과 직접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처럼 훈련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축소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직접 언급한 만큼 이번 발언은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지난 6일과 12일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 애널리스트는 “이번에는 축소의 이유가 덜 명확하다"며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정은 위언장은 이전보다 강한 위치에 있으며 지금까지 미국과의 대화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최대 220억달러(약 31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인 2018~2021년 벌어들인 자금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와 병력 파견 등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북한이 비핵화를 조건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이번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북한을 의식한 조치라기보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패러 애널리스트는 “이번 막판 입장 변경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나 미국의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으려는 한국의 태도 등이 배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의 여러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이란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에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게시물에 “다소 관련이 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에 이란 비핵화에 동참하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식으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키웠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정됐으며 나머지 2000억달러의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놓고 양국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대미 투자 이행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청라로 향하는 하나금융지주, 인천에 ‘금융보따리’ 푼다

하나은행이 인천지역 서민·청년·소상공인 생활안정과 미래 전략산업 및 혁신기업 육성을 아우르는 동반성장에 나산다. 하나금융그룹이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행보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하나은행은 이호성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전무와 'ABC+E 미래성장엔진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 등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주거안정과 취업 준비 등 청년층의 고충을 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생계비지원 △성실상환 취약차주 원금 상환 △장기연체자 재기 지원 등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자립을 돕는다. 하나은행은 인천신용보증재단에 추가 특별출연을 통해 300억원 상당의 보증부 대출을 공급한다. 기존 1650억원 규모인 인천형 특별경영 안정자금은 2483억원으로 늘린다. 인천 지역에 본점·공장·사업장을 둔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문화, 에너지 분야 우수기업을 위한 1500억원 규모의 협약 보증도 지원한다. 대상기업에게는 보증비율 최대 100% 적용과 보증료 최대 0.6% 지원을 비롯한 혜택이 주어진다. 금융부담을 덜고 연구개발(R&D)과 사업 확장에 나서 지역의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인천시·하나증권은 2000억원에 달하는 인천 유니콘 펀드를 결성한다. 출자금 전액은 하나금융그룹이 제공하고, 하나증권은 펀드 결성 및 운용을 맡는다. 하나은행은 지역 유망 스타트업·기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단순 대출 중심의 금융지원이 아닌 스케일업에 필요한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청라 이전으로 인천 지역에서 향후 10년간 3조4000억원 상당의 직·간접 경제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만50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뿐 아니라 법인지방세·지방소득세를 합해 약 4200억원의 세수가 확대되고, 협력기업 유입 및 생산·부가가치 유발은 3조2000억원 규모라는 논리다. 이호성 행장은 “지역은행의 역할은 단순히 지역에 영업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시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금융을 가장 먼저 고민하고, 지역의 미래에 함께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의 정책에 발맞춰 인천의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향토은행으로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 대출, 자연에 어떤 영향?”...KB금융지주, ‘자연자본’ 관리 나선다

KB금융그룹이 '2025 자연자본 공시 보고서-자연과 금융의 연결'을 발간했다. 폭염과 이상기후를 비롯한 자연의 변화가 일상을 넘어 기업의 생산활동·지역사회·금융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KB금융지주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의 권고안을 토대로 금융 포트폴리오의 자연자본 의존도 및 영향도를 분석하고, 자연 관련 위험·기회·거버넌스·대응 전략을 담았다고 17일 밝혔다. '자연자본 공시'는 기업 경영활동이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 자연환경 변화로 기업이 받는 재무적 위험·기회를 파악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산업의 경우 사업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 영향 보다 투자·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KB금융은 △수처리시설 담보대출 △비금 주민 태양광발전사업 △한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LDES) 사업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사업을 비롯한 자산에 대해 LEAP 접근법에 따른 분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치 파악(Locate), 영향·의존도 진단(Evaluate), 리스크·기회 평가(Assess), 대응 및 공시 준비(Prepare) 4단계로 구성된 내부 실사 평가 프로세스다. KB금융은 수자원·토지 이용을 비롯한 자연자본 의존 및 영향을 살펴보고, 물리적 위험과 오염·보호지역 등 평판 위험을 식별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자연자본 위험관리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위험관리를 넘어 실제 활동과 연결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략·첨단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뿐 아니라 청년 자립, 지역사회 발전, 중소기업 성장을 아우르는 포용금융으로 분석의 범위를 확장해 자연자본과의 연관성을 돌아봤다. 주거안정을 비롯한 사회적가치를 구현함에 있어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KB탄소관리시스템'과 'KB ESG 컨설팅 서비스' 등 자연자본 위험관리 지원 서비스로 중소·중견기업의 녹색전환도 돕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말 기준 환경 부문 상품·투자·대출을 포함해 20조8000억원에 달하는 ESG 금융 상품을 관리·운용 중으로, 2030년 2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수자원 관리, 순환경제,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자본 직접 보전·복원에도 나선다. 2022년 KB국민은행이 시작한 'K-Bee 프로젝트'는 꿀벌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생태계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같은해 첫 사업을 시작한 'KB 바다숲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잘피숲 조성 및 복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KB 플로깅 데이' 등 임직원·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환경보전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금융 의사결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산업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포용금융을 통해 청년·지역사회·중소기업이 자연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같은 전쟁에도 엇갈린 2분기 해운 성적표…하반기는 나란히 뛸까

국내 해운업계가 중동전쟁 국면 속 2분기 견조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측면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전반적인 업황 강세 흐름 속 주력 선종별 운임 변동성이 각 업체의 수익성을 가른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해운업체 3곳(HMM·팬오션·현대글로비스)은 올해 2분기 일제히 두 자릿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HMM이 매출 3조4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팬오션과 현대글로비스(해운 부문)도 각각 1조9137억원·1조6441억원 매출을 기록해 같은 기간 47.9%·20.9% 규모로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중동 전쟁에서 비롯된 고유가와 통항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선복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다는 공통점이다. 성적표는 영업이익에서 갈렸다. HMM이 2분기 영업이익 3541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51.8%, 팬오션도 1937억원으로 같은 기간 57.4% 수준의 성장을 거뒀다. 반면 현대글로비스 해운 부문은 이 기간 1309억원으로 이 기간 영업이익이 34.6% 줄었다. 이처럼 전반적인 외형 성장세에도 업체별 수익성이 정반대를 나타낸 배경에는 각 업체의 주력 선종이 지닌 특수성이 자리한다. 같은 중동전쟁을 겪으면서도 주력 선종별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운임과 비용에 전달되는 방식이 달랐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HMM의 경우,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은 당초 누적된 선복 공급과잉으로 올해 운임 약세가 이어지며 전년보다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그러나 전쟁 여파로 발생한 중동 지역의 통항 불확실성이 오히려 컨테이너선 시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항로에서 우회 운항이 이어질 경우 선박의 항해 거리가 길어지고 운항 일수가 늘어난다. 동일한 물동량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선복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실질 선복량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른 선복 수급 개선이 운임을 지지하면서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 7월 미국의 관세 변경에 앞서 5~6월 화주들의 재고 선제 확보 심리가 더해지면서 운임 상방 압력을 가중, 유가 상승과 선복 과잉을 상쇄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2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평균 2337포인트(p)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1645p를 42.1% 가량 웃돌았다. 이 같은 시황 호조는 팬오션의 주력 선종인 건화물선(드라이벌크)에서도 나타났다. 2분기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평균 2751p로 전년 동기보다 87.4% 높게 형성됐다. 특히 건화물선 시황 호조의 집중 수혜를 받는 케이프사이즈 용선을 2분기 15척으로 전분기(9척)보다 6척 늘리면서 팬오션의 건화물선 영업이익은 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8% 뛰었다. 여기에 중동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서 선복 수요가 높은 유조선(탱커) 부문 역시 2분기 영업이익 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5%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반면 PCTC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글로비스는 고유가 부담을 운임 상승보다 먼저 떠안았다. 중동전쟁에 따른 선박 연료비 상승에도 이를 운임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PCTC 사업 특유의 계약 구조가 수익성을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운반선은 완성차 업체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비중이 타 선종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가 증가하더라도 비용 상승분이 운임에 반영되기까지 약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매출 증가에도 비용 부담이 먼저 손익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배경이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 PCTC의 유가 상승분이 3분기들어 보전(약 600억원)되며 업황 호조에 따른 현대글로비스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동지역 통항 차질 장기화에 따른 HMM과 팬오션의 실적 개선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SCFI와 BDI가 지난 14일 기준 각각 3355.24p·2863p로 각각 지난 2분기 평균 대비 43.6%·4.1% 높게 형성되며 시황 강세를 지속, 유조선 용선료 역시 초대형 유조선(VLCC)을 중심으로 연중 최고치를 거듭 갱신하면서 업계의 수익성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시황 강세는 중동 전쟁에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만큼, 향후 정세 안정화 여부 등에 따라 대규모 변동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불확실성에 더해 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해상 운임이 단기간 급격히 하락하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면서도 “중동 정세 완화와 홍해 운항 복귀에서 비롯되는 유효 선복 공급확대가 단기 운임 변동의 최대 변수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에 따른 물동량 변화와 맞물리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청년공감] “코딩 과제 챗GPT 돌려 점수 잘 받았지만”…AI활용의 딜레마

대학생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AI를 바라보는 심리도 엇갈리고 있다. AI를 통해 과제와 공부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이는 등 편리함을 경험하는 한편,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하는 과정에서 죄책감이나 자책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필자가 대학생들의 AI 활용 심리를 조사한 결과, 이처럼 상반된 양상이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AI의 압도적인 편리함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AI 의존과 활용을 둘러싼 윤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AI 활용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편리함이다. 여러 학생은 AI를 활용하면서 과제와 공부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말과제 주제를 잡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대학생 박모 씨(여·23)는 AI를 활용해 30초 만에 개요부터 참고문헌 리스트까지 얻었다. 박 씨는 “자료 조사에 드는 시간을 80% 이상 줄였고 그 시간을 글의 논리를 다듬는 데 썼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0) 역시 AI를 활용해 과제물의 기초를 다지면서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SNS에서도 AI의 편리함을 체감했다는 대학생들의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예전엔 시험자료를 혼자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 형광펜 치거나 화이트로 가려서 외우면서 맞추고 그랬는데 이제는 시험용 요약·암기 자료를 AI가 대신 만들어준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수업자료 PDF를 넣고 질문 만들어주는 기능이 진짜 너무 편하다"며 “예전보다 공부하기 훨씬 쉬워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AI 활용에 대한 죄책감도 자리하고 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대학생 권모 씨(여·20·강원도 원주시)는 AI가 생성한 단락을 과제물에 통째로 '복붙'했다. 권 씨는 “이 행위는 남의 저작물을 베끼는 표절도, 자기 저작물을 중복으로 활용하는 자기표절도 아니지만 수치심과 함께 죄책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AI를 참고용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매끄럽게 작성된 문장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권 씨는 “처음에는 그저 참고만 하려 했으나, 매끄러운 문장에 눈이 멀었다"고 자책했다. AI를 자기소개서 작성에 활용한 대학생 이모 씨(21) 역시 “자기소개서를 AI에게 대신 쓰게 하면서 '나는 진실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H대학 갤러리의 한 이용자는 “오픈북 시험이다 보니 AI 툴 그대로 써도 될 만큼 오픈돼 있네.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가책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디시인사이드 마이너 갤러리에서 “나도 코딩 과제는 전부 챗GPT 돌린다. 점수 잘 받으니까 죄책감 많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AI는 대학생들에게 분명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과제의 방향을 잡고 자료를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며, 막막했던 작업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결국 대학생들에게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학업 과정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편리함을 경험할수록 활용 빈도는 높아지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직접 한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AI 활용이 일상화될수록 편리함과 의존, 활용과 윤리 사이의 경계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윤호 기자·최효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민주당 새 지도부 오늘 결정…金 ‘과반 직행’ vs 鄭 ‘막판 뒤집기’

더불어민주당을 향후 2년간 이끌 새 지도부가 17일 결정된다. 호남과 수도권 순회경선을 거치며 선두를 지킨 김민석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 당대표에 오를지, 정청래 후보가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발판으로 막판 역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최종 결과는 그동안 순회경선을 통해 공개된 권리당원 투표에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영남권 득표율 가중치 5% 등을 합산해 결정된다. '1인 1표제'에 따라 권리당원과 대의원 등 선거인단 투표가 70%, 국민여론조사가 30% 반영된다. 당대표 선거에는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기호순)가 출마했다.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가 후보별 선호 순위를 정하는 '선호투표제'가 적용된다. 1순위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곧바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과반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에게 1순위 표를 던진 유권자의 2순위 선택을 남은 후보에게 넘겨 최종 승자를 가린다. 현재까지 영남권 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은 누적 득표율에서는 김 후보가 49.91%로 선두다. 정 후보가 41.51%, 송 후보가 8.58%로 뒤를 잇고 있다. 김 후보와 정 후보의 격차는 6만4567표, 득표율 기준 8.40%포인트(p)다. 김 후보는 지난 주말 호남과 경기·서울 순회경선에서 잇따라 정 후보를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다만 누적 득표율이 과반에 불과 0.09%포인트 못 미치면서 아직 승리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전체 결과의 30%를 차지하는 국민여론조사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까지 합산해 최종 득표율 50%를 넘겨 선호투표제 적용 없이 승부를 끝내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정 후보는 호남과 수도권에서 연이어 김 후보에게 밀리면서 대의원과 국민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서야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김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송 후보 지지자들의 '2순위 표심'도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현재 송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8.58%에 달하는 만큼 이 표가 김 후보와 정 후보 가운데 어느 쪽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고위원 경선도 마지막까지 혼전이다. 현재 권리당원 누적 득표 기준으로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후보(누적 득표순)가 당선권인 5위 안에 들어 있다. 특히 1위 후보가 맡게 되는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친청(친정청래)계 최민희 후보와 친명(친이재명)계 박선원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의 누적 득표율 격차는 불과 0.31%포인트로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표 차이가 크지 않은 친청계 이성윤 후보(13.94%)·한민 후보(13.77%)와 친명계 김용 후보(13.62%)도 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전날 누적 득표율 7·8위였던 임미애·김영호 후보가 사퇴하면서 김용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점도 막판 변수다. 이들의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얼마나 이동하느냐에 따라 당선권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CO₂ 넣어서 만드는 시멘트…기후 위기 해결에 보탬될까

시멘트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특히 석회석을 고온에서 소성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해 탈탄소화가 쉽지 않은 산업으로 꼽힌다. 이런 시멘트 산업이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서 오히려 탄소를 저장하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건의 연구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 CO₂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멘트 자체를 탄소 저장고로 만들면서 강도까지 높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CO₂를 넣었더니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마르신 하이두체크 연구원과 어드미르 마식 교수 연구팀은 인도 조드푸르 공대 및 탄소저장 기술기업 카본큐어(CarbonCure) 연구진과 함께 시멘트 경화 과정에 CO₂를 주입했을 때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미국 세라믹학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Ceramic Societ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CO₂가 시멘트 내부에서 단순히 갇히는 것이 아니라, 시멘트의 미세구조 형성 과정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멘트 혼합 과정에서 CO₂를 주입하면 CO₂가 시멘트 내부의 칼슘 이온과 빠르게 반응해 나노 크기의 탄산칼슘 입자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칼슘이 빠져나간 자리에 일시적으로 실리카 겔(silica gel)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이 실리카 겔은 일종의 '템플릿' 역할을 한다. 이후 생성되는 주요 시멘트 결합재인 칼슘 규산염 수화물(calcium silicate hydrate, C-S-H)가 보다 균일하게 분포하고 높은 중합도를 갖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CO₂를 주입한 시멘트의 24시간 압축강도는 일반 시멘트보다 약 13% 높아졌다. 이는 CO₂를 시멘트에 주입하는 기술이 단순한 탄소 저장 수단을 넘어 시멘트의 미세구조와 기계적 성능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탄소 포집 공장과 시멘트 공장을 하나로 시멘트 산업의 탄소 문제를 공정 전체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연구도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안드레 바르도우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순환 화학(Chem Circularity)' 저널에 탄소 포집과 시멘트 생산을 통합하는 시스템의 환경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핵심은 '칼슘 순환 공정(calcium looping)' 기술이다. 칼슘 기반 물질을 이용해 CO₂를 포집한 뒤 이를 다시 시멘트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탄소 포집 과정에서 사용된 칼슘 화합물을 폐기하지 않고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원료로 다시 투입하는 통합 시스템을 제안했다. 탄소 포집과 시멘트 생산을 별개의 공정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순환 시스템으로 연결한 것이다. 생애주기평가(LCA)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2050년까지 시멘트 1톤 생산당 탄소발자국을 약 -0.15톤 CO₂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발자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보다 포집·저장하는 CO₂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른바 '넷-네거티브(net-negative) 시멘트'​의 가능성이 제시된 셈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곧바로 시멘트 산업 전체의 '탄소 네거티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CO₂ 포집에 필요한 에너지, 포집·압축·운송 비용, 원료와 공정 조건, 장기적인 탄소 저장 안정성, 그리고 대규모 생산에서의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탄소 저장'과 '강도 향상' 동시에 노린다 두 연구는 서로 다른 규모에서 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ETH 취리히 연구가 탄소 포집과 시멘트 생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대규모 탄소 제거를 가능하게 하는 공정적 경로를 제시했다면, MIT 연구는 포집된 CO₂가 시멘트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광물화되고 미세구조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중요한 점은 탄소 감축과 소재 성능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시멘트 산업에서 CO₂는 제거해야 할 '배출물'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생산 과정에 다시 투입해 시멘트 내부에 고정하고, 나아가 소재 성능까지 높이는 '원료'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셈이다. 탄소 배출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지목돼 온 시멘트가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수단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 ‘차이나 딜레마’…탄소 감축이냐, 산업 보호냐

미국이 중국 중심의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 및 파생제품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최저수입가격(MIP)을 설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 정책을 넘어선다. 태양광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세로 막고 세제 혜택으로 키우고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에 집중된 태양광 공급망이다. 특히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제조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다. 미국의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 점유율은 2005년 50%에서 2024년 2% 미만으로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단순한 산업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전략물자의 공급망을 외국에 의존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정책 수단도 명확하다. 중국산 제품에는 관세와 최저수입가격이라는 '채찍'을 들고, 미국 내 생산시설에는 세제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부품을 제3국에서 가공·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수출까지 관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단순히 중국산 모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장악한 공급망의 영향력 자체를 낮추려는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태양광 보급에는 부담 문제는 공급망의 안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베이징사범대 연구진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효율성을 분석했다. 글로벌 분업을 통해 태양광을 저렴하게 생산하고 세계 곳곳에 대량 보급하면서 얻는 화석에너지 절감 효과가 제조·운송 과정에서 추가로 투입되는 화석에너지보다 매우 큰 규모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가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관세로 태양광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망의 위험을 낮추는 대신 태양광 보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극단적인 보호무역 시나리오에서 세계 태양광 보급 감소로 순 화석에너지 절감 잠재력의 최대 25%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연구 결과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으로서도 이러한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안보 사이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이유다. ◇EU도 중국 의존 줄이지만 '미국식'은 아니다 EU 역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태양광 제조 기반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강력한 관세 장벽을 통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태양광 제조비용이 높은 유럽에서 자급률을 지나치게 끌어올릴 경우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EU가 글로벌 최적화 공급망보다 자국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할 경우 태양광 산업 비용이 최대 34%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산을 차단한다고 공급망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생산기지가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동하면 중국 의존이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으로 바뀌는 '의존성 전이'​가 나타날 수 있다. EU가 탄소발자국과 공급망 회복력, 지속가능성 등 가격 이외의 요소를 중시하는 이유다. 값싼 제품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유럽 기업이 비(非)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아울러 유럽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중국은 '배출자'인 동시에 탈탄소의 핵심 공급자 중국 측에서도 태양광 산업의 가격 경쟁력만 따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 중국 저장대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태양광 제조업체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뿐 아니라, 이들이 만든 제품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면서 발생시키는 탄소감축 효과까지 함께 평가하는 '생산자 탈탄소 기여도(PDC)' 개념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가 글로벌 탈탄소화 기여도의 27.9~45.4%를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중국 중심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중국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배제할 경우 저렴한 태양광의 대량 보급이라는 기후변화 대응 효과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태양광의 탈탄소 기여도가 정점에 이르는 전략적 시점을 세계적으로 2030년으로 제시했다. 태양광 보급이 시급한 시기에는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일단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이후에는 태양광 패널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과 자원 낭비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탈중국'보다 공급망 주도권 확보해야 앞서 살펴본 논문 저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태양광 공급망의 '차이나 딜레마'는 중국을 배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넷제로를 늦추지 않으면서 경제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망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EU의 움직임은 그 답을 찾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미·중·EU의 경쟁은 한국 태양광 산업에도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산 제품을 전면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중국 공급망에 계속 의존하는 것도 미국과 EU의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위험하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는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탄소발자국과 공급망 안정성 등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효율 모듈과 제조공정 혁신, 핵심 소재·부품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 역시 관세로 수입을 막기보다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직접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의 전략은 '탈중국'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일본서 번 돈 한국으로…롯데 신격호는 어떻게 ‘두 나라 재벌’을 만들었나

1941년, 스무 살 청년 신격호는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손에 쥔 돈은 83원. 낮에는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학교에 다녔다. 1945년 광복을 맞았지만 그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대신 일본에 남아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전쟁이 끝난 일본에서 비누와 포마드 등을 만들며 사업 기반을 닦았고, 미군을 통해 일본에 퍼지기 시작한 껌에 눈을 돌렸다. 사업은 성공했다. 1948년 자본금 100만엔, 직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출범했다. 이후 초콜릿과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본의 중견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회장의 이야기다. 앞선 세대의 한국 기업가들이 광복 이후 일본인이 남긴 공장이나 국내에서 축적한 사업 기반을 토대로 기업을 키웠다면 신 회장이 걸은 길은 달랐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자본을 축적한 뒤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신 회장을 '1948년 일본 롯데,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을 시작으로 한일 양국에 걸친 거대 재벌그룹을 만들어낸 기업인'으로 정의한다. ◇ 광복됐지만 일본에 남았다…껌으로 일군 '롯데' 신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이다. 경남 울주군에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울산농업전수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향했다. 도쿄에서 일을 하면서 와세다 고등공업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1945년 광복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이었다. 조국은 해방됐지만 신 회장은 귀국하지 않았다. 일본에 남아 전공을 살려 비누와 포마드 크림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고 전후 일본 경제에서 새로운 소비재로 떠오르던 껌에 뛰어들었다. 시중의 껌을 직접 사서 연구하고 기술자를 고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껌 사업이 성공하면서 1948년 6월 법인 '롯데'를 설립했다. 사명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왔다. 롯데는 이후 초콜릿과 캔디, 비스킷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신 회장이 1941년 일본에 건너간 지 20여년 만에 일본에서 상당한 사업 기반을 확보한 기업가로 성장한 것이다. ◇ 1965년 한일수교가 바꾼 길…이번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신 회장의 두 번째 이동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은 경제개발에 필요한 해외 자본 유치가 절실했다.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인박물관은 한일수교를 계기로 일본 자본의 국내 진출이 확대됐으며 롯데와 코오롱 등 재일교포 기업가가 세운 기업들도 이 시기에 한국으로 '역진출'했다고 설명한다. 신 회장도 움직였다. 1967년 4월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일 국교 정상화로 국내 투자의 길이 열리자 신 회장이 롯데제과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에 나섰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한국 롯데제과는 직원 약 500명 규모로 출발했다. 이미 해태제과와 동양제과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지만 일본에서 축적한 자본과 제과 기술, 판매기법 등을 앞세운 롯데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SK나 한화와도 출발점이 달랐다. SK와 한화가 광복 이후 국내에 남겨진 귀속기업·시설을 인수하면서 현재 그룹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신 회장은 일본에서 직접 일군 기업과 자본을 토대로 한국 시장에 새 회사를 세웠다. 한국 재계의 형성 과정에 '귀속재산 불하'와는 또 다른 자본축적 경로가 있었던 셈이다. ◇ 껌 팔던 회사가 호텔·백화점으로…'현해탄 경영' 한국 진출 이후 롯데의 성장 속도는 빨랐다. 1960년대 후반 식품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 기반을 마련한 뒤 1970년대 들어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혔다. 1973년 호텔롯데를 설립했고 1974년 칠성한미음료를 인수했다. 1976년에는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해 석유화학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1979년에는 롯데쇼핑과 롯데리아를 설립했다. 특히 호텔과 백화점은 이후 롯데의 정체성을 만드는 사업이 됐다. 당시 한국의 관광·유통산업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기 단계였다. 롯데는 1973년 호텔롯데를 설립한 뒤 6년에 걸친 공사를 거쳐 1979년 서울 소공동에 대규모 호텔을 열었다. 롯데 측 자료에 따르면 호텔 건설에는 당시 1억5000만달러가 투입됐다. 같은 해 롯데쇼핑도 설립됐다. 일본에서 껌과 초콜릿을 팔아 성장한 기업이 한국에서는 식품을 넘어 호텔·백화점·관광·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넓혀간 것이다. 롯데는 신 회장의 이런 경영 방식을 훗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현해탄 경영'으로 설명했다. ◇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롯데 따라다닌 '국적 논란'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키운 이력은 롯데의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정체성 논란을 낳은 배경이 됐다. 그룹의 최초 법인은 1948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동시에 경영했다. 반면 한국 롯데는 1967년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뒤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롯데그룹이 발간한 50년사에 따르면 한국 롯데는 1967년 매출 8억원, 임직원 약 500명의 롯데제과에서 시작해 식품·유통·관광·화학·금융 등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확대됐다. 때문에 롯데의 역사를 단순히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이라고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신 회장은 한국에서 별도의 기업집단을 구축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의 무게중심도 한국으로 확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를 일본에서 성공한 재일교포 기업가가 한일수교 이후 한국으로 '역진출'한 대표 사례로 분류한다. ◇ 일본에서 자본 축적해 한국에 투자…또 하나의 재벌 탄생 경로 신 회장의 궤적은 광복 이후 한국 재계가 만들어진 과정이 얼마나 다양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국내에서 자신의 사업을 일군 삼성·LG·현대 창업주가 있었고, 일본계 귀속기업을 인수해 재건한 SK·한화 창업주가 있었다면 신 회장은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성공한 뒤 자본과 사업 경험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941년 부산항을 떠난 청년은 27년 뒤 일본 롯데의 경영자가 돼 한국에서 다시 기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온 자본은 제과에서 식품으로, 호텔과 백화점으로, 다시 석유화학과 건설 등으로 흘러갔다. 한국 재계 형성의 역사에서 신격호와 롯데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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