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을 규탄하며 약 3개월 만에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여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 “사법독립 수호"를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7명은 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 출정식에 참석했다. 현장 단상에는 '사법파괴 3법 대통령은 거부하라!'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이날 규탄대회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 3법'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 지도부와 의원, 당원들은 가슴에 '사법부독립' 문구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고 피켓을 든 채 계단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삼권분립 파괴 당장 중단하라", “사법 파괴 3법 대통령은 거부하라", “자유민주 대한민국 사법독립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출정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장기독재의 꿈을 버리고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사법파괴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가 국회 담을 넘어 국민께 들릴 수 있도록 오늘 한목소리를 내달라"며 “여러분의 목소리가 갈라지면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때까지, 자유민주주의 헌정수호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힘을 모아달라"며 “국민의힘이 기치를 들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수호라는 구호 아래 뭉쳐 달라"고 호소했다. 장 대표는 “여러분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것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고, 제대로 헌정질서를 지켜내는 것"이라며 “저는 맨 앞에서 싸우겠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켜달라고 하는 것을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이재명 정권은 기어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있고,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헌정의 종말을 목도하고 있다"며 “사법파괴 3법은 결국 이재명 독재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재를 막기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싸워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법치를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 핵심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 즉 삼권분립"이라며 “지금 이 나라에 견제와 균형이 살아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 여권이 국회 다수당의 힘으로 야당을 배제한 채 국회를 장악하고 입법부의 힘으로 사법부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며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법왜곡죄를 두고 “기소하는 검사들이 고소·고발 대상이 되고 유죄를 내리려는 판사들도 고소·고발된다"며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을 두고도 “사법 시스템을 국민의 인권과 권익 보호가 아니라 범죄자들을 봐주기 위한 방향으로 망가뜨리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도보투쟁 현장에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미동맹 강화', 'Only Yoon(온리 윤)', 'Yoon Again(윤 어게인)'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윤 어게인"을 연호했다. 행진 도중 일부 지지자들은 우재준 최고위원과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을 향해 “집에 가라", “뭘 쳐다보냐"는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출정식을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출발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약 9㎞를 도보 행진하는 '청와대 도보 투쟁'을 이어갔다. 오후 2시부터 도보 행진을 시작해 약 3시간 30분 동안 신촌과 서대문,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까지 걸어가는 일정이다. 다만 이날 진행된 도보투쟁은 집회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일반 시민의 동참이나 피켓 사용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보행진 중 의원들은 별도의 구호 제창 없이 여의도공원 일대를 침묵한 채 행진했다. 이번 장외투쟁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대구와 서울에서 '야당 탄압 규탄' 집회를 연 이후 약 6개월 만에 재개한 대규모 거리 정치다. 당시 국민의힘은 9월 21일 대구, 28일 서울에서 연이어 장외집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규탄했다.집회 현장에 'YOON AGAIN(윤 어게인)'이나 '부정선거 수사' 등 강경 구호가 등장하면서 중도 확장 전략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해 9월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장외투쟁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고,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 역시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계속 이어가면 장외 정치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장 대표는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9일 밤 12시 정기국회 회기 종료로 가맹사업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난 직후,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장외 농성에 돌입했다. 지도부는 전날까지 장외투쟁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으나,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법안과의 관련성 부족을 이유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반복 제지당하자 이를 '의회독재'로 규정하고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오전 8시부터 천막을 지켰고, 의원 전원은 하루 4개 조로 나뉘어 교대로 농성에 참여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26일 인천에서 열린 인천시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서도 장외투쟁의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재명이라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라며 “국민의힘이 당원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난주부터 장외로 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4일에는 전국 당원협의회와 당원들을 집결시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5일부터는 장동혁 대표가 직접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당 내부에서는 향후 상황에 따라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사법개혁 3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TK(대구·경북) 통합법 처리가 무산될 경우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까지 포함한 강경 대응 카드가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장 대표가 장외투쟁을 해봤자 정부·여당으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당내 안팎에서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와대에 대통령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상징적 공간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며 “지지층은 환호할 수 있지만, 대안 없이 거리로 나가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오히려 중도층에는 실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 투쟁이 아닌 '아스팔트 정치'에 대해 “원내에서 해결하지 않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쓰는 것"이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장동혁 대표 체제에 대한 지지율이 10%대 후반까지 내려간 점은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연 확대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없이 현재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번 청와대 도보투쟁에 대해 “국민의힘이 사법개혁 문제를 여야 간 공방이 아니라 대통령 책임의 문제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며 “소위 '이재명 방탄을 위한 사법개혁 아니냐'는 프레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장외투쟁은 지도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지층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실제 확장성이나 중도 설득 효과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장동혁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돼 온 동력은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는 단결 논리였지만, 정책 경쟁보다는 '반(反)이재명 프레임'에만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식투쟁이나 거리 정치가 지지층 결집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지율이 바닥이라고 판단했다가 더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며 “근본적인 노선 재정립과 외연 확장 없이 인적 개편만으로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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