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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회사채 시장 5000억달러 돌파…오픈AI·앤트로픽, 앞에선 ‘속도조절론’, 뒤에선 ‘실탄 모으기’

글로벌 IT업계를 중심으로 AI 개발의 리스크를 강조하는 '속도조절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요 AI 기업은 IPO를 넘어 사모대출과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까지 자금조달처를 확대하고 있다. 컨퍼런스 콜 등 대외 메시지에서는 단기 투자 효율성과 ROI(투자대비수익률)를 강조하며 속도 조절을 언급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초거대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본 지출(CapEx)을 충당하기 위해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장기 실탄을 대거 쓸어 담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등 생성형 AI 선도 기업들은 최근 기업공개(IPO) 준비와 맞물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캐피털(VC)이나 고금리 사모대출(Private Credit)만으로는 조 달러 단위로 불어나는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투자등급을 확보할 경우 연기금, 보험사, 우량 채권 펀드 등 투기 등급에 투자가 제한된 대형 기관투자가의 거대 유동성을 유입시킬 수 있게 된다. 기술기업의 사모대출 시장 역시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분석에 따르면 기술기업 대상 사모대출 공급 규모는 2010년 220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1조 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사모대출 운용사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반복 매출(ARR)과 고객 계약을 담보로 대출 구조를 설계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포트폴리오 내 AI·IT 비중을 4배 이상 확대했다. AI관련 자금 조달 구조의 고도화와 부채의 급증은 금융시장 전반의 레버리지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BIS 측은 “부채의 상당 부분이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장부 외(Off-balance sheet) 거래 구조로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별도 법인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장기 임차하는 방식 등의 '그림자 차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오라클(Oracle)의 경우 300억 달러 규모의 AI 클라우드 계약을 성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설비투자와 2600억 달러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 약정 여파로 부채 비율이 늘어나며 S&P글로벌로부터 신용등급이 'BBB-'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빅테크발 대규모 채권 발행 기류는 미주 지역을 넘어 유럽 시장까지 유동성 흡수 연쇄 효과를 내고 있으며, 시장의 투자 심리도 점차 신중해지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주요 빅테크 5개사(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설비투자는 올해 약 7950억 달러에서 내년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청약 경쟁률이 과거 5배 수준에서 최근 2배 미만으로 축소되는 등 채권 시장 내 안전장치 요구가 한층 강해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시장 움직임에 대해 기술기업들이 '속도 조절'이라는 명분 아래 투자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회사채 및 사모펀드 등 정통 자본시장의 거대 장기 자금을 유치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자금 조달 다변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BIS는 한국을 AI 공급망 확대의 대표적 수혜국으로 꼽으면서도, AI 기업들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회사채 발행 비용이 급증할 경우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투자 조정에 따른 신용 사이클 여파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산업에 대한 자금 조달 구조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변화하며, 연기금과 보험사 등 대형 기관투자가까지 우량 회사채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내 AI 관련 부채 발행 규모는 올해 8월 초 기준 약 5000억달러로, 이는 미국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액의 20%에 달한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도 2025~2026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AI 산업의 자금 수요가 벤처캐피털과 사모 대출을 넘어 더 넓은 금융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투자 등급 확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벤처캐피털이나 사모 대출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이 있다. 두 기업의 IPO를 준비 중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은 상장 후 주요 신용평가사와 협의해 투자 등급 획득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등급을 받으면 연기금, 보험사, 우량채 펀드 등 투기 등급 채권 매입에 제한이 있는 기관의 자금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미국 회사채 시장의 전체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12조1000억달러에 이른다. 한편, 채권 발행을 통한 부채와 레버리지의 빠른 증가는 위험 신호로 지적된다. BIS의 프랭크 스메츠 경제분석 책임자는 '부채 상당 부분이 장부 밖에 있고, 거래 구조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도 'AI 투자 자금이 기업 이익보다 부채와 사모대출에 더 의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AI 관련 부채가 사모 대출에서 회사채로 이동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8월 초까지 발행된 AI 관련 부채가 5000억달러에 달하며,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대형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와 AI 설비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들 5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가 7950억달러, 내년에는 1조8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BIS 역시 2025~2026년 AI 설비투자가 1조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오픈AI는 지난 3월 122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기업가치가 8520억달러로 평가됐고, 앤트로픽은 5월 650억달러를 추가로 유치해 965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아직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올해 IPO 계획을 철회하며 2026년까지 상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장을 미룬다는 발표가 채권을 발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풀인된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생보업계, 보험금청구권 신탁 성장 기대…치매머니 활용↑

2024년 도입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누적 계약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상속 분쟁을 줄이고 피상속인들의 안정적인 경제 생활에 도움될 수 있다는 면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도 보험상품 판매를 촉진하고 수수료를 받는 채널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삼성·교보·한화생명의 누적계약액은 약 1조14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68.6% 증가했다. 1~8월 실적(4126억원)으로 볼때 지난해 연간 계약액 4598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7~8월에만 1640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가 신탁회사(금융사)를 통해 사망보험금을 지급 받을 대상·규모·시기 등을 정하는 상품이다. 한 70대 법조인 출신 가입자가 15억원 규모의 신탁을 설정, 손자에게 매월 300만원씩 지급하도록 설정한 바 있다. 연간 수천만원씩 지급되는 방식도 선택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대형 생보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40~60대를 중심으로 지난해 6월 2300억원을 넘어선 이후 지난달 기준 8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렸다. 업계 최고 수준의 전속 채널을 토대로 VIP 고객을 공략하는 중으로, 앞서 진행된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도 고액 자산가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배우자 사후 자녀 승계 구조를 비롯해 디테일한 설계를 적용하면서 1248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업계 최초로 비대면 판매에 나섰고, 1000억원 돌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신규 수요 창출 위한 토대 생성 상대적으로 전속 채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자산관리 역량을 비롯한 진입장벽도 있는 분야지만, 생보사들은 향후에도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량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운용자산(AUM)이 불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지원사격도 받고 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탁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 5개를 대표발의했다. 여기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대상을 넓히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사망보험금에 국한됐지만, 치매보험금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장이 열리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54조원 규모였던 '치매머니'가 2050년 48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대봤다. 국내 치매환자가 올해 100만명을 넘어선다는 우려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치매로 재산관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보험금을 생활비와 의료비로 쓰면 자산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고, 자녀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고 시장에 안착하면 치매보험 시장이 탄력 받고, 다시금 신탁의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첫걸음' 넘어 뛰기에는 부족 그러나 본격적인 시장의 개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신탁 대상이 3000만원 이상의 사망보험금으로 제한되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만 신탁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는 탓이다.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한다는 한계는 '빚투'가 만연해진 최근의 상황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업계에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맞아 질병보험·연금보험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사망보장에서 노후자산과 건강으로 옮겨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저축성보험·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한 상품도 신탁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이 치매보험금을 추가하자고 나선 것도 이같은 흐름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제도 활성화를 위해 관련 상품·서비스를 확대하고, 소비자 안내를 강화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물 부족 호남 반도체, 답은 ‘하수 처리수’…관건은 2.5배 단가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끌어다 재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남광주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은 물론, 최근에는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공장에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가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방안 - 재이용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환경정책심포지엄이 한국환경한림원(회장 김재영)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에너지 환경부 한명실 생활하수과장과 한국환경공단 권기원 하수도처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으나,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바로 시간과 수질, 비용 등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요한 시설 제 때 건설될 수 있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이 있다. 하루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기후부는 이곳에 하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해 하루 30만㎥의 공업용수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또 △화성·오산하수처리장(시설용량 하루 12만㎥)에서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로 △수원(하루 21만㎥)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청주하수처리장(하루 4만㎥)에서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으로 물을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들 사업은 보통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간에서 투자해 시설을 완공한 다음 일정기간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하수처리장 처리수 재이용 사업은 지난 2019년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공사에 3년이 걸리는데,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다. 호남권 반도체 단지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산단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만, 공급관로만 연결한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전처리와 역삼투압(RO) 혹은 이온교환수지, 후처리, 저장·송수시설 등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다. 통상 착공 이후에도 2~3년 이상의 건설기간이 필요하다. 설계·인허가·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3~4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재이용수 공급시설의 건설 일정을 반도체 산단의 착공·가동 일정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가 물을 제때 공급한다 하더라도 수질 문제가 있다. 수질 역시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에서는 초순수 생산해 사용한다. 물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반도체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순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보통 물 4㎥이 들어간다. 역삼투압, 이온 제거, 탈기, 자외선 처리, 한외여과 등 여러 단계로 정화하는 과정에서 오염 농축수와 세정수가 발생하고 버려지기 때문에 초순수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하루 물 사용량 65만㎥ 가운데 절반은 초순수 생산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냉각수나 보일러 용수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이용수를 초순수 제조에 투입할 경우 반도체 공장에서 물 공급업체(시설 운영업체) 쪽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수질 항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동 모니터링을, 자동분석이 어려운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정밀 분석을 요구할 전망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야 초순수 생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에 수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재이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댐·하천수 등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서는 재이용수를 냉각수나 보일러에 사용하고, 초순수는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물로 생산하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재이용수 수질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것이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물값이 너무 비싸지는 않나 재이용수를 돈을 얼마나 받고 공급하느냐도 문제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 가격은 ㎥당 700~900원,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320원 정도다.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하수 재이용사업에는 약 72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00억원을 전액 민간이 투자하고 하루 30만㎥를 30년 동안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원금만 회수해도 ㎥당 219원이 필요하고, 적정한 투자수익률(7%)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톤당 700~900원 정도는 받아야 경제성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당 800원 정도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루 30만㎥씩 365일 동안 500원을 더 지불한다면 호남 반도체 공장은 연간 548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재이용수를 늘릴 필요도 있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입장에서는 일반 공업용수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재이용수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명지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이경혁 교수는 “현재 공업용수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하수 재이용수는 부가세가 부과되는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조세 체계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삼투압 시설 가동 후에 나오는 오염 농축수(재이용량의 약 30%)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데, 이때 하수도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시설 운영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 이두진 케이워터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민간 투자와 ESG를 결합한 '기존 용수와 경쟁하지 않는 산업용수 확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댐 증고와 농업용수 용도전환 등은 수몰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수리권 갈등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총용수수요를 댐·하천에 의존하는 대신, 하·폐수 재이용, 담수화 등의 대체 용수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반도체 공장 자체 폐수 재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체 용수 처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기존 지표수에 비해 비싼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용수를 구매함으로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관점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ESG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정종민 교수도 “댐 용수와 하수 재이용수, 기업 자체 폐수 재이용수의 적정 분담량을 사전에 산정하고, 신규 공장 설계단계부터 산업폐수 직접 재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변화는 사기” 트럼프의 역주행?…美 탄소감축 10년 늦어진다 [이슈+]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 속도가 약 10년 뒤처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전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기존 및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에 탄소포집·저장(CCS) 등 특정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도록 의무화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폐지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당시 EPA는 2039년 이후에도 가동할 계획인 기존 석탄발전소와 신규 천연가스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2년까지 최대 90%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발전소들은 CCS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환경 규제는 잇따라 철회되고 있다. EPA는 앞서 냉장·냉방 장비에 사용되는 초강력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연기하고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폐지했다. 탄소배출 규제의 핵심 법적 근거 역할을 해왔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위해성 판정'도 뒤집었다. 여기에 EPA는 이번 G20 회의에서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중대한 대기오염원으로 규정한 연방정부의 기존 판단을 폐기하는 새로운 규정도 제안했다. 청정대기법에 따라 발전소에 별도로 적용돼온 위해성 판단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PA 측은 “이 제안이 확정될 경우 향후 EPA가 기후변화를 이유로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향후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크게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EPA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번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 폐지로 오는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억3300만t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약 5억8800만t으로 집계됐다. 이번 규제 폐지 하나로 한국의 연간 배출량에 육박하는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당적 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이노베이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 철회를 모두 고려하면 미국의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정책이 유지됐을 때보다 약 10억t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기존 석탄·가스발전소뿐 아니라 향후 건설될 발전소에 대한 탄소 규제 폐지 효과도 반영됐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는 2040년까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존 정책이 유지됐다면 2030년에 도달될 배출량이 2040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탄소 감축 시계가 10년가량 뒤로 밀리는 셈이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의 모델링·분석 담당 로비 오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유지됐다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 몇 년간 가파르게 감소하는 경로에 들어설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모든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출량 자체는 여전히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감소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고 우리가 가야 할 수준에도 전혀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규제 폐지로 미국의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기존 석탄발전소가 조기 폐쇄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CCS 설치 역시 사실상 강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로펌 브레이스웰의 스콧 시걸 파트너는 “CCS 의무를 폐지한다는 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불확실한 의무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힘입어 2년 넘게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의 탈석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도 1% 줄었다. 석유 소비 감소가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 감소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REA는 분석했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도 최근 자국의 석유 소비가 지난해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당초 15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6~2030년 중 석유와 석탄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급진 좌파 민주당이 퍼뜨리는 AI 사기극은 얼마 전 '극심한 더위로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했던 지구온난화 사기극을 떠올리게 한다"며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주장했다. AI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개발 속도를 늦추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을 반박하면서, AI 위험에 대한 경고가 지구온난화 경고처럼 과장됐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현금 비중 10%p 늘렸다…SK하이닉스 노사, 임단협 최종 타결

SK하이닉스 노사가 첫 잠정합의안 부결이라는 진통을 겪은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5일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약 2주간의 집중 교섭을 거쳐 이달 9일 수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재교섭 끝에 3주 만에 타결에 성공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가 15~16일 이틀간 진행한 조합원 총투표에서 수정 잠정합의안이 찬성 57.08%로 가결됐다. 전체 선거인 1만6039명 가운데 1만5297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5.37%를 기록했으며, 찬성 8731표·반대 6566표로 집계됐다. 수정 합의안의 핵심은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 조정과 구성원 선택권 확대다. 최대 쟁점이었던 현금·주식 지급 비율을 기존 현금 40%·주식 60%에서 현금 50%·주식 50%로 조정했다. 여기에 현금 지급분에 대해서도 10% 단위로 주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 원할 경우 성과급 전액을 주식으로 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적자 시 임금 이연을 명문화해, 흑자일 때의 성과급뿐 아니라 적자일 때도 노사가 함께 책임지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앞서 지난달 25일 진행된 1차 잠정합의안 투표에서는 기술사무직 노조에서만 가결되고 생산직(전임직) 노조에서는 25표 차로 근소하게 부결되며 최종 무산됐다. 이후 노사는 재협상에 나서 수정안을 마련했고, 사측은 재투표를 앞두고 총 60여 차례에 달하는 구성원 설명회를 열어 제도 변경의 취지와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 차례 부결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기존 틀 안에서 자발적인 보완을 통해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타결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어려운 과정에 함께해준 노동조합과 구성원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 직면하는 문제들도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헤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추석 명절 전 최종 합의안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 절차를 공식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히트펌프 맞붙었다…삼성 “데이터센터까지” vs LG “집 한 채 통째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6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 나란히 참가해 인공지능(AI) 기반 고효율 에너지 솔루션을 대거 선보인다. 가정용 히트펌프와 생활가전부터 데이터센터·대형 빌딩용 공조 시스템까지, 일상과 산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맞춤형 제품군을 앞세워 탈탄소 기술 경쟁력을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부산광역시, 국제에너지기구(IEA)·세계은행(WB) 등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행사로, '기후테크가 만드는 거대한 변화, 탈탄소 세상을 향한 도약'을 주제로 열린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첨단 기술·정책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양사 모두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각자의 에너지 기술 리더십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 히트펌프·공조 설비 정면 대결 양사가 가장 앞세운 것은 히트펌프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실외기로 냉방·난방·급탕을 통합 제공하는 'EHS 올인원'을 전면 배치했다. 에어컨과 보일러를 각각 설치해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공간 활용성과 설치 편의성이 높고, 여름철 냉방까지 가능해 사계절 기후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함께 전시된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공기열과 전기로 난방·온수를 공급하는 고효율 솔루션으로, 정부의 난방 전기화 보급 사업과 연계해 국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이 제품군은 독일 ITQF '최고의 가격대비 품질 1위', 'MCE 2026 우수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6' 등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그룹(FläktGroup)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첨단 산업단지·대형 빌딩용 중앙 공조 제품군도 함께 전시하며 B2B 시장 확장 역량을 강조했다. LG전자는 2008년부터 축적한 히트펌프 기술력을 앞세웠다. 최근 출시한 일체형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는 투입 전력 대비 약 4~5배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약 40~60%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냉난방공조 존에서는 에너지위너상 대상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받은 'LG 휘센 AI 오브제컬렉션 타워Ⅰ 에어컨'을 비롯해 AI 기반 운전 제어 기술을 적용한 'LG 멀티V i', 'LG 휘센 AI 시스템에어컨', 냉난방 에너지를 회수하는 'LG 프리미엄 환기 플러스' 등을 선보였다. ◇ 삼성 “서비스로 신뢰", LG “자원순환까지" 두 회사는 생활가전과 미래 주거 비전에서도 각자의 강점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식기세척기·인덕션 등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을 대거 전시하고,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절약모드'를 소개했다. 고객 가전의 상태를 AI로 진단하는 '가전제품 원격진단(HRM)'과 와이파이 탑재 가전에 대한 최대 7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도 함께 공개해 제품 신뢰성을 강조했다. LG전자는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워시타워·건조기'와 스타일러, 퓨리케어 정수기, 디오스 인덕션·식기세척기 등을 전시했다. 미디어·디스플레이 존에서는 소비전력을 99% 이상 절감한 'LG 이페이퍼 디스플레이'와 대기전력을 0.5W 이하로 낮춘 'LG 스탠바이미 2 맥스'를 선보였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복합섬유소재를 적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LCD TV 대비 40% 수준으로 줄인 올레드 TV를 앞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올레드 TV 제조에 쓰이는 플라스틱량이 동일 수량의 LCD TV보다 약 1만5000톤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표 제품 'LG 올레드 에보 AI G6'는 영국 카본트러스트로부터 '탄소 저감'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AI 가전과 냉난방공조 기술을 집약해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 'ZEB 플러스'를 획득한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청소기 폐배터리를 재자원화하는 '배터리턴', 다회용컵 문화를 확산하는 텀블러 세척기 'LG 마이컵'도 함께 소개했다. 삼성전자 DA사업부 임성택 부사장은 “AI 기반의 고효율 제품 기술력과 삼성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결합해 에너지 절감 분야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김영락 사장은 “고객이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에너지 효율 기술과 탄소 저감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히트펌프, -15℃ 추위에도 열공급 2.5배…삼성전자 제주 실증현장 가보니

[제주도=정승현 기자] 제주도 도남동에 위치한 연면적 100㎡(30평) 규모의 단독주택. 지붕에는 발전용량 3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다. 외관과 건물 구조는 여느 동네 주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냉난방만큼은 평범하지 않다. 냉방과 난방 기기의 실외기가 하나로 돼 있고,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히트펌프'를 쓰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난 6월부터 삼성전자 히트펌프로 냉방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 이곳은 삼성 히트펌프로 열 효율을 높였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온도·압력 변화에 따라 열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해 실내 온도를 낮추거나 높이는 식으로 작동한다. 외부 공기의 열을 냉매가 흡수해 기체 상태로 변화시키고, 이 기체를 압축해 압력을 높였다가 응축하면 압력이 낮아지고 액체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방출한 열을 축열조에 저장하고, 액체 냉매가 다시 외부 공기의 열을 흡수하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반대로 돌려 냉매가 실내 공기의 열을 흡수하도록 하면 냉방이 된다. 기존 에어컨은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지만, 히트펌프는 이 열을 버리지 않고 축열조에 저장한 뒤 물을 데우는 데 쓴다. 압축과 응축 과정에서 쓰는 전기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것을 이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한국형 냉난방 겸용 'EHS 올인원 히트펌프'를 이 주택에서 실증하고 있다. 히트펌프가 4계절 동안 작동을 잘하는지 성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히트펌프는 기존 난방기와 온수기 대비 전력을 60% 적게 소비한다.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동시에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자가 발전하면 전기료가 0이 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35℃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이 4.9를 기록했다. 계절성능계수는 연간 총 난방 에너지 공급량을 소비전력량으로 나눈 것이다. 정부는 히트펌프 보급사업 에너지효율 가이드라인으로 SCOP 기준을 4.5로 제시했다. 겨울에는 외기 온도 영하 25도에서 정격 난방 성능 100%를 제공한다. 이러한 성능은 지하에 축열조와 함께 설치된 제어기로 확인할 수 있다. 제어기에는 작동 상태와 실제 냉난방 효율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했다 표순재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개발팀 부장 엔지니어는 “오늘(14일) 오전 히트펌프의 효율(SCOP)을 확인해 보니 4.1이 나왔다"며 “섭씨 50도(℃) 정도의 급탕(온수)은 기름 보일러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이 0"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냉방기 원리를 반대로 뒤집으면 난방이 가능한데, 기온 영상 7도에서는 열효율이 4를 넘고, 영하 15도에서도 2.5를 넘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히트펌프 보급 속도가 한국보다 빠르다. 온돌식 난방이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물을 이용해 공기를 덥히는 라디에이터 문화가 발달했고, 여름철 무더위가 한국만큼 극심하지 않은 데다 각종 건축 규제의 영향으로 에어컨 설치 비중이 낮다. 게다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위기가 닥치면서 기존 방식의 보일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 히트펌프는 현지 시장에 맞춘 제품 설계를 구현했다. 외관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검정색 계열로 통일하고, 팬의 형태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공기와 맞닿도록 촘촘한 그릴 형태로 숨겼다. 아울러 부엌 냉장고 옆에 붙여 쓸 수 있게 디자인된 '키친 핏' 유형도 출시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물리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아파트가 주택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해 국내 히트펌프 보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히트펌프 실외기가 큰 데다 축열조와 물탱크가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실외기는 폭이 127cm로 넓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이 크다. 축열조는 단독주택에서 지하실에 설치할 수 있는 반면 아파트에서는 작은 방 하나를 둬야 한다. 어른 두 명이 서있는 정도로 너비와 높이가 크다. 신축 아파트는 지금부터라도 설계를 바꾸면 되지만,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놓을 데가 없다. 표 부장은 “공동주택에도 설치할 수 있는 히트펌프를 만들려면 유럽의 키친 핏처럼 실외기 폭을 좁히고 키를 높여 집안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며 “열교환기와 팬, 압축기 같이 열 성능에 영향을 직접 주는 설비 이외에 파이프나 제어판 같은 부수적 부분의 설계를 컴팩트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내일날씨] 구름 많고 일교차 15℃…제주 비·남해안 강풍

오는 17일 전국에 구름이 많겠고, 제주도는 대체로 흐린 가운데 비가 내리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최대 15도(℃)로 크겠으며, 남해안과 제주도에는 강한 바람이 불겠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7일) 늦은 오후부터 제주도에 5~2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남해안과 제주도, 일부 내륙에는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km(초속 15m) 안팎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새벽부터 동해 남부 먼바다와 남해 동부 먼바다, 제주도 해상에는 바람이 시속 30~55km(초속 9~15m)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3.5m로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교차가 10~15℃로 크게 벌어지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21℃, 낮 최고기온은 23~29℃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현장] “바닷물로 수소 만들고 AI로 풍력 관리”…제주, 무탄소 에너지 전진기지로

[제주도=정승현 기자] 14일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해변에서 유람선으로 20분 가까이 이동한 해역. 육지에서 약 1.2k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상가 건물 한 채만한 구조물이 서 있다. 세계적으로 통하는 해상 구조물 색상 체계에 따라 검정 배경의 가운데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이 시설은 250MW급 설비 2기로 구성된 해상변전시설로, 제주도 서쪽 해역에서 진행 중인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의 일부다. 해상의 파력·풍력발전 설비와 그린수소 생산 시설, 육상 전력계통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도하는 이 파력발전 시험장은 아시아 최초로 구축된 5MW급 계통연계 해양에너지 실해역 시험장으로, 약 104만㎡ 면적에 정박지 5곳과 해저케이블, 수중 커넥터 등으로 구성된다. 수심 15~60m 지점에 위치한 해상 정박지에서는 파력발전 설비와 고정형 해상풍력발전 설비, 파력·풍력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실증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파고계와 기상대, 육상관제실 등이 있다. 파력발전과 풍력발전을 그린수소 생산과 연계하는 실증에 나선 이유는 수소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수소는 자원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고, 인프라를 구축하면 장기간 저장, 운반 등이 용이하다. 그런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에 투입하는 전력까지 무탄소로 생산해야 탄소 배출량 0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선박 분야에서는 자동차 방식의 전기화를 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를 동력원으로 삼는 에너지 전환이 절실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해상에서 발전된 전기를 바로 수소 생산으로 연계하기 위해 고정식·부유식 플랜트를 만드는 '포스하이돈(PosHYdon)' 같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김경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기자들에게 “해상은 육지와 달리 (발전이 가능한) 파도와 조류, 바람이 있지만, 염분이 없는 '청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바닷물을 담수화하고 이 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 바닷물로 수소 생산 설비를 냉각하고 무인 원격 제어가 문제 없는지를 포함해 해상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720시간 이상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을 마쳤고, 지금은 수소저장장치와 연료전지를 설치해 생산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꿔 소매 전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부유식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를 2031년까지 마친다는 목표"라고 부연했다. 이곳 정박지들 가운데 수심 60m지점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5번 정박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도하는 3M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상풍력 발전이 부유식으로 확대되면 더 멀리서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도를 해상풍력 발전 공급망을 강화하고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제주도 제주시 오라이동에 두산에너빌리티 기자재로 설치된 풍력발전기 37기를 관제하며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수행하는 '윈드파워센터'도 운영 중이다. 유럽 등 해외 지역에 비해 풍속이 낮은 국내에서 해상풍력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자재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10MW급 풍력터빈 국산화 실증사업을 곧 마무리하고, 경남 창원공장에서 15MW급 터빈을 만들기 위해 독일 지멘스 사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원 두산에너빌리티 풍력비즈니스그룹(BG) 수석은 기자들에게 “국내에서는 풍력발전 블레이드의 지름을 늘린다는 개념을 토대로 발전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체 발전단지의 용량이 400MW를 넘는다면 15MW짜리 기자재 탑재가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 같은 기자재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풍력발전 단지 설계조달시공(EPC), O&M까지 사업을 확대해 해상풍력 전반에서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두산에너빌리티 구상이다. 풍력터빈을 비롯한 기자재 공급과 EPC 실적은 제주도와 서남해권 등 곳곳에서 이미 냈고, O&M 분야에서는 두산 기자재를 쓰는 풍력발전 단지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품질을 보증해주고 있다.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두산이 직접 O&M을 수행하는 37기를 제외하고 발전사가 자체 관리하는 나머지 기기는 두산이 기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기자재 제조사가 운영해야 발전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는 업계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해 O&M 자동화 비중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듬해 도입해 AI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최인우 두산에너빌리티 풍력BG 수석은 “AI로 풍력발전 운영 비효율을 20% 줄인다는 것이 목표"라며 “AI가 적용할 데이터를 쌓고 있고, 수익성은 이르면 내년쯤 분석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위성곤 제주지사 “에기평·마사회·공항공사 유치 원한다”

[제주도=정승현 기자]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과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를 제주도에 유치할 공공기관 후보로 올려놨다고 언급했다. 민간 기업 유치도 탄소중립 기술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실증을 하려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 지사는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6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및 분산에너지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에너지기술평가원을 (제주도로 유치하려는) 제1·2·3 공공기관으로 선정하고 업무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및 통폐합 정책과 관련해 기관별로 어느 지자체를 이전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위 지사가 3곳을 유치 후보로 두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에기평을 유치하려는 이유에 관해 위 지사는 “제주도는 분산에너지 실험이나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10년 뒤의 모습을 실증·실험 중"이라며 “(제주도가) 실증 측면에서 최적의 입지를 가졌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이제는 필요하고, 에기평을 유치해 제주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전체 차량의 13%가 전기차이고,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어선다"며 “그간 제주도가 에너지 산업에 투자한 열정과 재원을 보면 당연히 에기평이 제주도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유치에 관해서는 “한국에 사는 말의 50%가 제주도에 있고, 경마장에서 운영하는 경주마의 90%가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며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을 관리하는데, 제주국제공항은 이들 공항 모두와 접근성이 가장 용이하므로 공항을 관리할 최적의 조건을 제주도가 갖췄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을 유치할 길도 열어놨다. 위 지사는 “탄소중립 기업이나 AI로 실증 필요로 하는 기업을 주로 유치하려고 한다"며 “어떻게 배터리와 해상풍력·태양광을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전력계통을 운영할지가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이러한 산업을 하려는 기업들이 제주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첨단산업단지를 제외하고는 산업단지가 없어서 산업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전국 계통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도 내놨다. 수도권 등 육지에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제주도의 해상풍력 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하다는 점을 이용하자는 설명이다. 위 지사는 에너지 지산지소 문제에 관해 “제주는 뭍에서 50km가량 떨어져 있는 추자풍력을 기준으로 바람 세기가 초속 약 8.5m이고 지속 시간도 길어 '바람의 질'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졌다"며 “정부를 설득해 국가계통에 접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탄발전 폐지로 수요가 늘어날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국내 전체 열에너지 수요의 50%를 전기화하는 과제가 있다"며 “제주에서 지산지소 풍력발전을 한 뒤 초고압직류송전(HVDC)으로 수도권까지 연결한다면 HVDC 구축에 약 18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익공여 방식으로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도 예산으로 쓰는 대신 마을 공동 예산으로 환원하는 등 주민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 지사는 “제주도가 운영하는 2가지 제도 중 하나로 순이익의 17.5%를 전부 기금으로 받아 사용하는 이익공유화기금 모델은 주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며 “반면 수원리 형태로 취약계층 도민이 참여했을 땐 펀드를 조성해 공공이익 지분과 개별투자 금액을 만들거나 추자 해상풍력처럼 지역주민과 어업 관계자들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짜면 사업 성과가 훨씬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내 수소 사업에 관해서는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세운 수소트램 계획은 정책적으로 중단하고 전기트램으로 전환했다"며 “지금 그린수소의 단가가 산업화할 수 있을 정도로 내려오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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