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빛 가지마다 수백 년 이야기…경북 은행나무 아래서 가을을 걷다 서원·정원·사찰과 어우러진 노거수…역사와 설화 따라 떠나는 가을 산책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가을이 깊어지면 오래된 은행나무는 마을과 서원, 사찰의 풍경을 황금빛으로 바꾼다. 넓게 펼친 가지 아래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쌓여 있고, 굵은 줄기에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단풍을 즐기는 산책이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여정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매월 선보이는 '사진으로 만나는 경북 여행' 시리즈의 10월 주제로 도내 은행나무 노거수 명소를 소개했다. 경주 운곡서원과 영양 서석지, 영주 소수서원, 청도 적천사 등에서는 오래된 건축물과 정원,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은행나무마다 전해지는 사연도 다채롭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를 위로하기 위해 심었다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스님의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거목이 됐다는 전설도 있다.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를 넘기고 자리를 지킨 나무는 자연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경주 강동면 왕신리 운곡서원에는 수령 약 370년의 은행나무가 자리한다. 높이 30m, 줄기둘레 6m에 이르는 나무는 너른 가지를 펼쳐 서원을 감싸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 지붕과 가지가 겹쳐지는 모습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카메라에 담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이 나무에는 권산해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영주 순흥에서 가지를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노랗게 물든 나무를 바라보며 서원에 깃든 인물과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서원과 은행나무를 한 화면에 담으려는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구미 옥성면 농소리에서는 마을을 품듯 사방으로 가지를 펼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수령 약 400년, 높이 25m의 거목으로, 지상 3m 부근에서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져 자란 모습이 특징이다. 세 줄기가 등을 맞댄 듯 서 있고, 그 위로 넓게 펼쳐진 가지가 커다란 그늘을 만든다. 멀리서는 나무 전체의 웅장한 모습을, 가까이에서는 갈라진 줄기와 가지의 형태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오랫동안 마을 곁을 지켜온 노거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영양 입암면 연당리 서석지에서는 전통 정원과 은행나무가 빚어내는 조화를 만난다. 조선 광해군 때 조성된 서석지에는 수령 약 440년의 은행나무가 약 130평에 이르는 넓은 그늘을 드리운다. 이곳의 매력은 나무 한 그루에 머물지 않는다. 연못과 정자, 오래된 은행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정원의 풍경을 완성한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전통 정원이 자연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살펴볼 만하다. 상주 은척면 두곡리 은행나무는 독특하게 얽힌 줄기와 애틋한 전설로 알려져 있다. 수령 약 470년, 높이 15m의 노거수로, 열매를 풍성하게 맺어 마을에서는 '덕목(德木)'이라 부른다. 원통하게 죽은 월선과 한수, 태중의 아이가 세 그루의 나무로 환생해 서로 얽힌 채 한 몸이 됐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복잡하게 이어진 줄기를 바라보면 왜 이런 설화가 생겨났는지 짐작하게 된다. 나무의 생김새와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김천 대덕면 조룡리 섬계서원 뒤뜰에는 수령 약 600년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서 있다. 높이는 28m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거목의 위용을 보여준다. 특히 가지 곳곳에 종유석처럼 길게 늘어진 '유주(乳柱)'가 독특한 볼거리다. 넓게 펼쳐진 수관을 감상한 뒤 가지 아래를 살펴보면 다른 나무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인근 두 문중이 서로 조상이 심은 나무라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나무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오랜 관심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영주 순흥면 내죽리 소수서원에는 수령 약 500년의 은행나무 두 그루가 가을을 맞는다. 높이 21m의 수나무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고, 높이 25m의 암나무는 죽계천 언덕 위에 자리한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마주 보는 두 나무는 서원과 주변 자연을 잇는 풍경을 만든다. 암나무 밑동에서 여러 새 줄기가 뻗어 오른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래된 몸체에서 새로운 줄기를 키워내는 모습은 노거수가 이어가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영천 임고면 양항리 임고서원 입구에는 수령 약 500년, 높이 30m의 은행나무가 자리한다. 정몽주를 추모하는 서원 앞에서 굵은 줄기와 넓게 뻗은 가지가 방문객을 맞는다. 가을이면 한옥 전각과 은행나무가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풍경을 이룬다. 서원을 둘러보며 정몽주의 삶과 정신을 되짚고, 나무 아래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 좋다. 건축물과 은행나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다. 안동 길안면 용계리의 은행나무는 보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다.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수령 약 700년, 높이 31m, 둘레 13.67m에 이르는 거목이다. 이 나무는 임하댐 건설 당시 수몰될 위기에 놓였다. 이를 보존하기 위해 나무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고 주변에 약 15m 높이로 흙을 쌓아 인공섬을 만드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다. 오랜 세월 뿌리내린 나무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오늘날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용계리 은행나무 앞에서는 거대한 크기뿐 아니라 나무 한 그루를 보존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지역의 자연유산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청도읍 원리 적천사에서는 수령 약 840년의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높이 29m의 천연기념물 거목으로, 사찰 경내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모습을 보여준다. 이 나무에는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적천사를 중건한 뒤 짚고 다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았고, 그것이 뿌리를 내려 자랐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사찰의 역사와 나무의 설화가 맞물려 산책에 이야기를 더한다. 사찰을 둘러본 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올려다보며 가을의 정취를 느낄 만하다. 경북의 은행나무 명소들은 저마다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 서원에서는 인물과 학문의 역사를, 전통 정원에서는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삶과 설화를 만난다. 같은 은행나무라도 어디에 뿌리내렸는지에 따라 여행의 이야기가 달라지는 셈이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무더위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은 경북의 아름다운 자연을 두 발로 누비기 좋은 시기"라며 “수백 년의 세월과 이야기를 품은 은행나무 명소에서 일상의 피로를 덜고 건강한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삼전닉스보다 더 위험하다”…AI 거품 경고에 소부장株 ‘초비상’ [머니+]](http://www.ekn.kr/mnt/thum/202610/rcv.YNA.20261007.PEP20261007057801009_T1.jpg)
![[기자의 눈] ‘제2의 성심당’ 나올 수 있을까](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16.cc501d4377ee4433a616da8179845a71_T1.jpg)

![[차 어때] “하루 종일도 운전하겠다”…2.7톤에 숨겨진 극강의 편안함 ‘볼보 EX90’](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18.f642aba8efd744e990e1b959ccc019bd_T1.jpeg)
![[똑똑한소비] 신세계그룹, 롯데마트, NS푸드페스타, 현대백화점, 한국콜마, CU, 세븐일레븐, 풀무원푸드머스, 삼립, 매드포갈릭, 가연](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18.975a51d39e5948b89cfae061e4571481_T1.jpg)

![[패트롤] 경기도-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의정부시](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18.3585ae40e04d4276bc778e2056e39807_T1.jpg)
![“트럼프 믿었는데”…기름값 폭등에 탄핵론까지 부상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10/rcv.YNA.20261018.PAP20261018078301009_T1.jpg)




![[EE칼럼] 파키스탄이 K-GX에 던지는 질문](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40205.6ef92c1306fb49738615422a4d12f217_T1.jpg)
![[EE칼럼] 공급망에서 핵심기술이 중요한 이유](http://www.ekn.kr/mnt/thum/202610/news-a.v1.20251113.f72d987078e941059ece0ce64774a5cc_T1.jpg)
![[김병헌의 체인지] 지지의 힘과 통치의 책임 사이](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0416.e74981dbd1234907aa315469fbcafa49_T1.png)
![[김한성의 AI시대]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40319.f805779380a7469eba1ebf86cf9045e9_T1.jpeg)
![[데스크 칼럼] 강남 아파트 가격 하락, 부동산 정책 성공 아냐](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08.36a64ceb7d2e4e5782280b30c2241fa8_T1.jpg)
![[기자의 눈] 작은 빈틈 노리는 해킹…은행 보안, 달라져야](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50907.8120177404674190833183fac81f6f65_T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