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장 위험한 집부터 탈락”…반지하 매입 막은 ‘옥외계단’ 기준](http://www.ekn.kr/mnt/thum/202604/news-p.v1.20260408.3963d64264bc4ff9b8fa425d6ae7f77c_T1.jpg)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반지하 주택 공공매입 사업이 경직된 안전 기준과 행정 절차로 인해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 주택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옥외계단 설치' 판단 구조가 이중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수해 피해를 입은 노후 주택일수록 사업에서 밀려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다세대 주택을 운영하는 한 건물주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반지하 매입 신청을 준비하다 포기했다. 각종 증빙 서류를 갖췄지만 '옥외계단이 없으면 신청이 어렵다'는 기준에 막혔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2026년도 SH 기존주택(반지하) 매입 공고'에는 매입 심의 가결 이후에도 “공용부를 통해 옥상에 진입할 수 없는 경우 별도 진입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매입이 불가능하다. 유사한 기준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기존 공고에서도 확인된다. LH는 2025년도 매입 기준에서 “옥상 출입이 불가능한 주택(사다리를 통한 출입이나 특정 세대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 포함)"을 매입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SH는 '별도 진입로 설치'를 요구하고, LH는 '옥상 접근 불가 구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두 기관 모두 사실상 외부 대피 동선 확보를 충족하지 못하면 매입이 어려운 구조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건물주와 함께 신청을 준비한 중개업자는 “침수 위험이 크고 노후한 주택일수록 구조상 외부 계단을 설치하기 어렵다"며 “이 기준대로라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주택이 처음부터 배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리하기 쉬운 집만 선별 매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현장에서 크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를 입고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확인됐다.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 소유주 A씨는 과거 지하 3개 세대가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세입자들이 떠나면서 해당 주택은 5년 가까이 공실 상태로 방치돼 있다. 그러나 매입 신청 결과는 탈락이었다. 옥외계단 미설치가 주요 사유였다. A씨는 “수해 당시 지원금까지 받았지만 설치도 어려운 외부 계단을 이유로 매입을 거부당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SH와 LH는 반지하 매입 시 '외부 대피가 가능한 독립된 옥외계단'을 핵심 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특정 세대를 거치지 않고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SH는 “특정 세대를 통과하는 구조는 사생활 침해와 긴급 상황 대응 지연 우려가 있다"며 “세입자 주거권 보호를 위해 독립된 출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기준은 최근 강화됐다. SH는 “옥외계단 설치는 2026년 공고부터 필수 요건으로 적용됐으며, 이전에는 필수 조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LH 역시 “옥상 출입이 불가능하거나 특정 세대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는 재난 시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매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유사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SH는 공고상 명시된 기준 외에도 “입주자의 주거권과 편의를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매입심의위원회에서 부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사실상 추가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지하 침수 가구 매입사업은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LH와 SH가 수행하는 공공임대 공급 방식이다.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지하 주거를 축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침수 피해 여부는 매입 우선순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침수피해사실확인서' 등 공적 서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시에 매입 이후 공공이 임대·관리하는 주택이라는 점에서, 재난 상황에서도 입주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요건이 요구된다. 다만 구체적인 매입 기준의 설정과 적용은 SH·LH 등 사업자의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다. 이 같은 기준 체계 속에서 현장에서는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집행 속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2년간 최저주거기준 미달·재해우려 지하층 가구 가운데 공공·민간임대 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5606가구로, 전체 반지하 가구(약 24만5000가구)의 2.3%에 그쳤다. 이 중 SH와 LH가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로 이주한 가구는 729가구로, 전체의 0.3% 수준에 불과했다. 침수 피해가 집중됐던 관악구의 경우 2023년 매입임대 이주 사례가 전무했고, 2024년에도 3건에 그쳐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옥외계단 기준 외에도 매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적지 않다. LH는 준공 20년 이내 주택을 우선 검토해 실제 침수에 취약한 노후 반지하가 심의에서 탈락하는 '역선별' 문제가 발생한다. SH는 다가구 구조 특성상 반지하만 분리 매입이 어려워 건물 전체를 사야 하는 부담이 크고, 집주인 동의가 없으면 사업이 무산된다. 감정평가액이 낮으면 매각도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에 낮은 국고보조금까지 겹치며 매입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복수의 공인중개사들은 “SH와 LH가 매입하는 반지하 침수주택은 언덕에 위치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입주 편의와 거리가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매입 기준 전반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상당히 누적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 물량 부족과 까다로운 기준이 맞물리면서, 정작 취약계층이 양질의 주거로 이동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반지하 매입사업은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해 정작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재정 부담과 책임을 고려해 안전성과 관리 효율성을 우선시하면서 기준이 보수적으로 설계되고, 이로 인해 정책 취지와 현장 사이 괴리가 발생한다"며 “실제 필요한 대상에게 지원이 닿도록 기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도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업체 등에 따르면 노후 주택에 옥외계단을 신설하려면 최소 400만원에서, 구조 보강이나 장비 진입이 어려운 경우 최대 2000만원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신림동과 같은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은 골목이 좁고 대지 여유가 부족해 계단 설치 자체가 쉽지 않다. 건폐율과 이격거리 제한 등으로 추가 구조물을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설치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로 가능한 주택은 제한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중개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집을 팔기 위해 수백만~수천만원을 먼저 들여야 하는 구조"라며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집주인만 참여 가능한 '선별 구조'인데다가 돈이 있고 수해 피해를 입었어도 구조상 설치를 못하면 끝나는 게임"이라고 지적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 적용과 완화 여부는 사업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매입 구조가 '조건 충족형 선별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 침수 주택 매입 정책에 대해 “현재 방식은 정책 설계 자체가 잘못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관악구·동작구처럼 상습 침수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던 지역은 개별 주택 단위가 아니라 '면 단위'로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지금처럼 일부 주택만 선별 매입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정작 가장 시급하게 매입해야 할 지역과 주택이 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매입 기준이 실제 위험도나 피해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정책 집행도 일관된 기준 없이 이뤄지면서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SH나 LH만의 책임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한 국토부와 서울시까지 포함한 구조적 한계"라고 짚었다. 또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해서는 매입 외에도 공공주택지구 지정이나 도시정비 등 복합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현재처럼 개별 가구 중심 접근으로는 반복되는 재난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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