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3.af43fb161fd8431885546241b6bc0b13_T1.png)
국제 항공 여객 운송은 태생적으로 다수의 국경과 관할권을 횡단한다. 이를 규율하기 위해 1999년 제정된 몬트리올 협약은 항공사의 무과실 책임과 실손 배상을 규정하며 국제 항공법의 중추적 헌법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규제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바하마 나소에서 열린 제4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민간 항공 법률 자문가 포럼(CALAF, Civil Aviation Legal Advisers Forum)을 관통한 최대 화두는 단연 '항공 승객 보호 규제의 파편화' 문제였다. 유럽연합(EU)의 통일 규정(EU 261)을 필두로 캐나다의 '항공 승객 보호 규정(APPR, Air Passenger Protection Regulations)' 등 이른바 '위하적(威嚇的, 위협해 억제하는) 규제' 성격을 띤 지역적 권리 보호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연이나 결항 발생 시 실제 손해 증명 없이 기업에 거액의 정액 보상을 강제하는 이 징벌적 제재들은 몬트리올 협약의 배타적 관할권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이중·삼중의 관할권 중첩 문제를 낳고 있다. 이 같은 혼돈 속에서 서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항공우주법 전공 주임 교수의 혜안이 규제 당국과 학계에 묵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SW)주 대법원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소비자원 책임 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실무와 학술을 폭넓게 섭렵했다. 서 교수는 현재의 국제 항공법 체계가 도저히 풀 수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얽혔다고 진단한다. 서 교수는 겉보기에 승객의 권리를 단숨에 향상해 줄 것 같은 위하적 규제가 실제로는 치명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도한 배상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무리한 운항을 강행하게 만들어 항공업계 제1원칙인 '안전 최우선주의'를 흔들고 소송 대행을 기계적으로 남발하는 법조 브로커만 배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 교수가 가장 강하게 경고하는 대목은 '소비자 후생의 역설'이다. 불어난 규제 준수 비용은 결국 항공권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대다수 선량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취약 노선을 단항시켜 종국에는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앗아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러한 위하적 규제의 무분별한 릴레이 확산을 '질병의 전염'에 비유하며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착각해 맹종하는 상향 평준화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합리적 균형점을 도출해 낸 몬트리올 협약의 근본 정신으로 회귀해 진정한 의미의 '국제적 규범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서인원 교수와 만나 국제 항공 사법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항공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 최근 바하마에서 열린 '제4차 CALAF'를 지켜봤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한 주제는 무엇인가. “총 9개 패널 중 법학자인 내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것은 패널 5의 '항공 승객 권리 입법의 거대한 물결과 글로벌 파급력 - 파편화에서 규범 조화로'라는 주제였다. 최근 유럽연합의 EU 261이나 캐나다의 APPR 등 항공 승객 보호 규제가 개별 내국법으로 제·개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법이 찢어지고 파편화하는 현상이 극심하다. 이로 인한 관할권 충돌·규제 중첩·역외 집행 한계 등의 혼란을 어떻게 국제적 규범 조화로 이끌어낼지가 핵심 논의 대상이었다." - 해당 포럼의 국제적 논의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의는 이미 주권국이 강력한 징벌적 승객 보호 규제를 내국법으로 전면 도입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성립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처벌 위주의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일부에서는 글로벌 흐름 운운하며 서둘러 제재를 도입해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착각한다. 가장 최신 입법례인 캐나다의 APPR이 노정한 모순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지 냉철하게 재검토하는 독자적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심층 분석한 캐나다의 APPR은 기존의 국제 항공 협약과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나. “1929년 바르샤바 협약이나 1999년 몬트리올 협약은 항공기 사고라는 비상적 상황에서 항공사 책임의 가능 최대한을 정했다. 반면 2018년 도입돼 개정을 거듭하는 캐나다 APPR은 지연이나 취소 같은 일상적인 항공편 차질 상황에서 항공 운송인이 져야 할 필요 최소한의 책임을 강제한다. 국제 조약이 실손 배상에 중점을 둔다면 캐나다 APPR은 손해 증명 없이 고정된 정액 보상을 강제해 기업을 옥죄려는 징벌적·위하적 철학을 띤다." - 그렇다면 APPR이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 법익과 승객을 돕는 구체적 장치는 무엇인가. “최우선 법익은 계획된 일정에 따른 운송의 완료 그 자체다. 이 목표와 상충하는 지연·취소이나 탑승 거부·타막(Tarmac) 지연 등의 발생 시 폭넓게 적용된다. APPR은 승객에 대한 권리 고지를 강력히 의무화해 탑승 수속 창구·키오스크·디지털 매체 등에 권리를 현출해야 한다. 특히 교통약자를 배려해 장애인 요청 시 점자나 큰 활자체 문서로 제공하도록 세심하게 규정했다." -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승객을 위한 디테일한 좌석 배치 규정도 눈에 띈다. “아주 엄격하다. 항공사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성인 동승자와 인접하게 자리를 무상으로 배치해야 할 법정 의무가 있다. 만 5세 미만은 바로 옆 좌석, 6~11세는 동일 열, 12~13세는 앞뒤 열에 앉혀야 한다. 만석으로 배치가 불가한 상황이라면 탑승 수속부터 비행기 이륙 전까지 자리를 교체해 줄 자원자를 적극적으로 수소문해야만 한다." - 규모나 차질 원인에 따라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 기준은 어떻게 세분화돼 있나. “최근 2년 기준 매해 200만 명 이상 승객을 운송했는지 따져 대형과 소형 항공사를 엄격히 구분한다. 소형사가 대형사를 대리해 운항할 경우에도 실제 운송을 맡은 소형사가 옴팡 책임을 진다. 항공편 차질은 3가지로 일별한다. 첫째는 기상 악화·전쟁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둘째는 조종사가 안전 관리 시스템(SMS, Safety Management System) 등에 근거해 내린 '안전상 필요한 상황', 셋째는 초과 예약이나 기체 결함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다. 현행 제도는 이 세 번째 상황에 엄격한 배상 책임을 묻는다." - 초과 예약으로 인한 탑승 거부 발생 시 모든 피해 승객이 보호 대상이 되나. “아니다. APPR은 정상적 탑승객을 산정할 때 단순한 항공편 예약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예약 확인이 이뤄진 상태에서 예정된 탑승 시간에 유효한 서류를 항공기 탑승구에서 실제로 제시한 승객만이 정상적 탑승객으로 인정돼 권리를 보호받는다." - 표면적으로는 승객을 위한 제도 같은데 학자로서 강하게 비판하는 가장 큰 한계점은 무엇인가. “핵심 한계는 불명확성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차질 상황이 현실에서 칼로 무 자르듯 일도양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들이 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다수의 차질을 상황 2(안전상 필요한 상황)로 포장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이에 캐나다 당국은 차질 상황을 2분할로 축소하고 예외 기준을 극도로 좁혀 증명 책임마저 전적으로 항공사에 넘기는 개악을 추진 중이다." -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항공사에 넘기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 “수백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항공 시스템에서 단일 항공사가 복잡한 지연 사유를 완벽히 입증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입증 책임을 뒤집어쓴 항공사는 적당한 선에서 배상하고 합의하기보다 억울함을 풀고 확정 판결을 받기 위해 사법부에서 적극적인 소송전을 불사하려는 유인이 커져 분쟁만 무한정 길어지는 역효과가 난다." - 규제 방식이 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항공 운송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다. 예방적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면 현장 의사결정권자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피하기 위해 결함 징후 앞에서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며 무리한 정시 운항을 강행할 경제적 유혹을 받는다. 승객을 지키겠다는 법이 오히려 승객 목숨을 담보로 삼는 가장 끔찍한 역설이다.“ - 기업을 옥죄는 엄청난 규제 준수 비용이 종국에는 '소비자 후생'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민사상 계약 영역에 머물던 권리·의무 관계를 강력한 내국법 규제로 끌어들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파생됐다. 캐나다 산업계는 추정치의 10배 이상 비용이 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증한 예비비와 법무 비용은 영리 기업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결국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불운을 겪은 소수에게 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다수 선량한 승객이 비싼 티켓을 사야 하는 '비용의 사회화' 현상이 터지는 것이다. 나아가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은 위험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단산돼(운항 중지) 소비자 접근성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우리나라의 항공 교통 이용자 보호 제도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국토교통부 고시 형태로 항공 교통 이용자 보호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캐나다나 유럽처럼 전면적인 처벌성 징벌 규제를 도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상위법인 항공사업법의 명시적 위임도 없고 법령을 보충할 만한 규범적 상세함도 떨어져 대외 구속력을 지닌 강력한 규칙으로 보긴 어렵다. 특히 초과 판매로 탑승 거부 시 외부 효과가 부재한 단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적용토록 한 점은 입법적으로 몹시 어색해 잠재적 법률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 전 세계적 흐름을 명분 삼아 우리나라도 서둘러 강력한 위하적 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할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한다. 가장 두려운 결과는 항공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 파괴다. APPR은 차질 발생 시 식음료·데이터·숙박·대체 항공편 등을 항공사가 의무 제공토록 강제한다. 부가 서비스가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나 대체편 여력이 부족한 신생 항공사에 획일적인 처벌성 규제를 부과하면 결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소수 대형사만 살아남아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그 막대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 제재를 가하는 위하적 규제가 지연이나 결항을 눈에 띄게 줄여주는 억지 효과는 증명됐나. “정량적 통계가 그 얄팍한 환상을 깬다. 우리보다 훨씬 앞선 2004년에 선도적으로 강력한 규제인 EU 261를 도입한 유럽연합의 장기 통계를 분석해 보니 10년이 지난 후에도 60분 이상 지연이 3.9%, 취소가 1.5% 수준에 머물렀다. 위하적 규제가 실제 항공편 차질 억지에 유의미한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몬트리올 협약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착수금 없이 승소 시에만 보상금을 떼어가는 이른바 클레임 펌 같은 소송 전문 브로커들만 기형적으로 성행하게 만들었다." -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과 입법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징벌적 규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 자체가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낳은 '질병'인데 다 같이 질병에 감염되는 것을 국제적 규범 조화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설프게 해외 법을 베껴와 항공사의 목을 옥죄어선 안 된다. 맹목적인 처벌의 상향 평준화가 아니라 몬트리올 협약의 뼈대 위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만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무조건적인 정액 보상보다는 투명한 정보 제공과 실질적 돌봄 체계를 통해 산업 생태계와 소비자 후생을 함께 지키는 거시적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패트롤]영천시-청도군-대구남구-대구시교육청-계명대](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3.51093dd5ec694f08876aaef1eb3c0f8a_T1.jpg)







![[내일날씨] 중부 비·남부 소나기 속 낮 최고 38도…체감 35도 ‘찜통더위’](http://www.ekn.kr/mnt/thum/202607/rcv.YNA.20260721.PYH2026072110380005300_T1.jpg)

![“금융위기 때보다 못 믿겠다”…美 국채시장에 무슨 일이 [머니+]](http://www.ekn.kr/mnt/thum/202607/rcv.YNA.20260722.PGT20260722000101009_T1.jpg)
![[EE칼럼] 한 나라, 두 재난 : 물폭탄과 불볕더위가 동시에…](http://www.ekn.kr/mnt/thum/202607/news-a.v1.20260122.91f4afa2bab34f3e80a5e3b98f5b5818_T1.jpg)
![[EE칼럼] MMR 시대, 민간이 주역이어야 한다](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40314.f6bc593d4e0842c5b583151fd712dabc_T1.jpg)

![[이슈&인사이트] AI 투자, 월가와 미 정부가 멈출 수 없는 이유](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41210.66d6030414cb41d5b6ffd43f0572673e_T1.jpg)
![[데스크 칼럼] 긴축의 시간, 금리 너머의 과제](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16.c5f0665db8e34deb89c80bcbefe6074d_T1.jpeg)
![[기자의 눈] CEO 임기까지 정하는 금융당국…지배구조 개선인가, 관치인가](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2.cef88069bcbf4240a02bfdf8b0ce1309_T1.j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