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우울증 심할수록 지방간 발병 “빨간불”

우울 증상이 지방간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나왔다. 증상이 심할수록 대사기능이상지방간(MASLD)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원장 신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김은수 교수, 소화기내과 손원 교수 연구팀은 2003~2022년 사이에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7만 981명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과 대사기능이상지방간 발병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간 초음파 검사상 지방간이 없고 대사 질환이나 정신과 약물 복용 이력이 없는 대상자를 우울 증상 선별검사 (CES-D) 점수에 따라 정상 그룹(8점 미만), 경증 우울증 그룹(8점~15점), 우울증 그룹(16점 이상)으로 분류하고 평균 5.4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우울 증상이 심해질수록 지방간 발병 위험이 비례하게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여성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됐다. 지방간 발병 위험이 정상 그룹과 비교해 남성은 경증 우울증 그룹은 3%, 우울증 그룹은 6% 높았다. 여성의 경우 경증 우울증 그룹은 5%, 우울증 그룹은 18%나 높게 나타났다.특히 45세 미만 여성에서는 우울 증상에 따른 지방간 발병 위험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경증 우울 증상만 있어도 지방간 발병위험이 정상군보다 5% 높았으며, 우울증 그룹의 경우 20%까지 급증했다. 대사기능이상지방간은 만성 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 기능 장애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심혈관질환이나 간암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손원 교수는 “폐경 전의 젊은 여성들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대사 건강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대규모 데이터로 증명한 첫 연구"라고 의의를 밝혔다. 김은수 교수는 “우울증은 단순히 정신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호르몬 분비 체계와 면역 시스템을 교란해 신체 건강 전반을 위협하는 독립적 위험인자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간 건강 및 대사 기능장애에 대한 선제적 스크리닝 및 적극적인 조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 호에 게재됐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가스공사 차기 사장 이르면 16일 결정…홍의락 前의원 유력

가스공사 차기 사장이 이르면 16일에 임시주총을 통해 선임된다. 유력 인사로는 가스공사 본사가 위치한 대구광역시에서 부시장을 지내고 민주당 소속인 홍의락 전 의원이 꼽힌다. 2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가스공사 차기 사장 후보자를 정하기 위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렸다. 현재 5배수가 올라간 상황이며, 이 가운데 내부 출신은 3명, 외부 출신은 2명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홍의락 전 의원이 꼽힌다. 홍 전 의원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민주당에서 19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대는 비례대표로 뽑혔고, 20대는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서 뽑혔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홍 전 의원을 경제부시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남부권경제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도전을 준비했으나, 김부겸 전 총리에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운위가 홍 전 의원을 추천하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가 승인해 이를 가스공사에 전달하고, 공사는 이르면 오늘(2일)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한 뒤 16일 임시주총을 열어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주총 선임이 끝나면 다시 산업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다만 가스공사 노조는 사장 선임 절차가 깜깜이 심사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이번 사장 선임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차기 사장 공모는 두 번째이다. 앞서 지난 1월에 첫 번째 공모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 몸 담았던 이인기 전 의원이 유력 인사로 거론됐으나, 법적 결함이 발견돼 공모 자체가 취소된 바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측은 “지난 번 공모에서 사장 선임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제 본질은 부적격 인사가 처음부터 걸러지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는 부적절한 절차에 있다"며 “현재 절차는 인사를 내정해 놓고 문제점이 없을 거라 단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요식행위이다. 깜깜이 밀실 심사를 중단하고 투명한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장 선임 조건 및 절차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권 보은성 낙하산 인사 임명 중단 △부실 절차 방지 위한 검증과정 투명 공개 및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등을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2024년, 2025년에 각각 3조원,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견실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정반대다. 국제 가격 인상폭 대비 국내 요금을 올리지 않아 향후 요금에서 받기로 한 미수금이 14조원이 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계속 동결하고 있어 14조원은 사실상 손실로 판단되고 있다. 노조가 단순한 보은성 인사가 아닌 실력과 진정성을 가진 인사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철통 보안’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직접 가보니

지난 1일,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 혁신의 현주소를 찾았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다. 1995년 문을 연 이곳은 최근 2년 동안 주요 연구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마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개발 산실답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구소 정문에서 출입 승인을 받고도 굽이진 도로를 3분 정도 달려야 비로소 연구단지에 다다른다. 도로 옆으로 수소 충전소와 검은색 위장막으로 가려진 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A, B, C 연구단지라고 쓰여진 파란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드디어 연구동이 자리하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넘어, 하드웨어 기술력과 완성차 품질까지 아우르는 기술 역량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해 가고 있다"면서 “어떤 자동차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끝없는 시험과 개선, 그리고 검증을 통해 완성될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실, 노바랩(Nova-Lab)이다. 2,700㎡의 넓은 공간에 총 14대의 '와이어카(Wire-car)'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검증셀이 늘어서 있다. 입구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와이어카와 검증셀의 작동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1톤 트럭 길이의 와이어카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모습이 아니다. 얼핏 보면 '개방형'이라는 말 그대로 차체는 없고 자동차 시트만 눈에 보인다.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와이어카는 시험차(Prototype) 제작 전 차량의 정상 작동 여부를 테스트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헤드램프, 사이드미러 등 대부분의 부품이 실제 차처럼 갖춰져 있다. 수 많은 전선이 제어기와 부품들에 연결돼 있어 실제 운전하면서 작동하는 모든 기능을 시험한다. 완성차와는 달리 실물 제어기를 탈착할 수 있어 회로 분석이 수월하고, 차량의 기능과 통신 상태도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정차 테스트 중에는 헤드라이트나 공조장치를 켜거나, 시트를 움직일 수 있고,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지도 확인 가능하다. 이 때 모든 데이터는 손바닥만한 통신분석장비를 거쳐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며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주행 테스트를 할 때는 와이어카 옆 세개의 모니터에 가상의 주행 시나리오 영상이 함께 표시된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FCA) 테스트를 진행하자, 실제 상황처럼 짧고 높은 경고음이 들리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카를 이용하면 차량 성능 개선과 보완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서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개발하는데 효율적"이라고 했다. 노바랩을 나와 도보로 3분 정도 걸으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가 있는 파이롯트 센터에 도착한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고객을 위한 타협하지 않는 완벽함을 추구'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제 차량이 제작돼 실험 주행 도로를 달리기 전까지, 이곳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스튜디오의 가상 환경에서 수백번 테스트 주행이 진행된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270도 화각으로 펼쳐진 대형 곡면 스크린과 그 앞의 시뮬레이터 차량이다. 차체는 매트한 질감의 검정색 카본으로 만들었다. 실제 차량의 3분의 2 정도 길이로, 차량 뒷문 손잡이 직전까지의 부분을 실제 차량과 똑같이 제작했다. 최대한 실제 주행과 가까운 느낌을 주기 위해 차량 내부도 제네시스 G80 차량의 스티어링과 악셀 등 실제 인테리어를 사용했다. 가상 주행이 시작되면, 도로 표지판과 방지턱 등 실제 주행 환경이 구현된 시뮬레이션 영상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운전석에 탑승한 연구원이 악셀을 밟으면 영상 속 도로도 빠르게 흘러가고, 방지턱을 넘을 때면 덜컹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동시에 차량 전체가 하단 레일을 따라 앞뒤양옆으로 바쁘게 오가고, 차량 바로 아래에 있는 원형 바닥판도 분주하게 돌아간다. 전후, 좌우, 상하 직선 운동과 롤(Roll), 피치(Pitch), 요(Yaw)로 구성된 6자 유도 모션 시스템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룸 밖에서는 연구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 시점에서의 차량 전방과 후방, 내부 운전석 상황 등을 지켜보고 있다. 연구원들은 차량의 움직임을 인가하면서, 도로 데이터와 주행 측정값을 기록한다. 실제 주행도로를 mm단위로 세밀하게 스캔해 구성한 도로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시뮬레이터를 구동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남양연구소에서는 세계 최초로 차량 주변의 데이터만 최소화해 전송하는 '지형 서버(Terrain Server)' 방식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차량 부품을 제조하는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dvanced Mobility Solution Center, 이하 AMSC)를 찾았다. 남양연구소에서는 금속 거푸집 없이 부품 설계 데이터만 가지고도 적층 제조 기술, 즉 3D 프린팅을 활용해 부품을 제작한다. 적층제조솔루션팀 소속 전승엽 책임 매니저는 “설계 형상에 맞춰 적층되는 높이를 실시간으로 보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형상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AMSC 4층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폴리머 분말을 녹여서 부품을 출력하는 폴리머 분말소결셀 설비가 갖춰져 있다. 장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에 폴리머 분말소결셀 장비 2대가 나란히 서있고, 곳곳에서 장비가 작동하는 진동음이 들렸다. 폴리머 분말소결셀 장비는 정사각형 형태로 양팔을 벌린 길이보다 더 폭이 넓다. 내부에 분말이 도포될 때는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작동하는 내내 주황색 적외선 불빛이 번쩍이고 초록색 상태표시등이 깜빡였다. 이렇게 생산한 부품들은 시험 검증용이나 헤리티지 모델 부품 복원용 등으로 쓰인다. 같은 건물 1층에는 차량 부품의 치수를 측정, 분석하는 디지털 측정 센터(DMC)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부품이나 완성차의 치수를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하는 걸 넘어서서, 차량 개발부터 양산 직전 단계까지 발생하는 품질 편차나 조립의 정밀도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한다. 파이롯트품질검증팀 하재민 파트장은 “DMC의 목표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디지털 측정 역량을 한 단계끌어올리는 데 있다"고 했다. 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차량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바디 스트럭쳐(Body Structure)들이 여러개 길게 늘어서 있다. 각 바디 스트럭쳐 양 옆으로는 3차원 측정장비 CMM(Coordinate Measuring Machine)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천장에 닿을 듯 높은 세로 축이 앞뒤로 이동하고, 가로 측정 축이 매달린 채 스트럭쳐 곳곳에 접촉한다. 가로축 맨 끝에는 빨대 굵기만한 금속 센서 칩이 달려있다. 이렇게 스트럭쳐 하나 당 1000개 포인트의 치수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SDV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는 더 이상 하드웨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검증 과정이 오늘날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남양기술연구소는 미래차를 개발하는 공간인 동시에 미래차 개발 방식을 바꾸는 공간이었다. 실차를 만들기 전 가상공간에서 먼저 달리고, 데이터로 품질을 검증하며,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기술로 개발 과정을 끊임없이 고도화하고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데스크 칼럼] 유한양행 100년, 韓 제약산업에 주는 메시지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100년 역사는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일제강점기이던 1926년 6월 국내에 돌아와 유한양행을 설립하고 안티푸라민 등 서민 일상에 필요한 의약품을 만드는 외에 독립운동 자금조성 등에도 기여했다. 이는 유한양행과 함께 국내 둘 뿐인 100년 제약사 동화약품의 창업 초기 활동과 궤를 같이 한다. 광복 이후 유한양행은 미국 맥스팩토(화장품), 킴벌리클라크(위생용품), 클로락스(생활용품) 등 선진국 기업과 기술제휴,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제품을 확대하고 독자기술 개발능력을 키웠다. 이는 산업·기술 기반이 열악했던 당시에 선진기술 도입과 기술 국산화에 매진했던 것으로, 1954년 독일 훽스트와 합작회사로 출발해 현재 한국 독자기업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한독약품(현 한독) 등 국내 대다수 제약사들의 성장 스토리와 맥을 같이 한다. 유한양행만의 독특한 특징도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기업 최초로 1936년 전 사원 주주제를 시행했고 1969년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도입했다. CEO는 내부승진을 원칙으로 하고, 현 조욱제 대표도 1987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내부승진 CEO다. 오너 2~4세가 주도하면서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을 병행하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 차별화된다. 유한양행은 2013년 처음 국내 매출 1위 제약사로 올라선 이래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당시 1위였던 동아제약이 전문·일반의약품 회사를 분할했고, 2015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수출로 한차례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현재 유한양행이 전통제약사 맏형 격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유한양행은 2014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24년 역시 국내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도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존재감이 아직 너무나 미약하다. 연매출 100조원대의 존슨앤드존슨이나 40조원대의 일본 다케다제약 등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제약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미미한 한국 제약산업의 현주소와도 같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국내외 총 매출이 세계 전체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 안팎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전통 합성의약품보다는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 매출이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 의약품 시장은 여전히 다국적 제약사들의 영향력이 크다. 국내 의약품시장에서 국내 제약사가 도입해 판매하거나 외국 제약사가 직접 판매하는 외국산 약의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반면, 국내 상위 5대 제약사의 해외매출 비중은 최근 알리글로 수출이 늘고 있는 GC녹십자를 제외하면 모두 20%를 넘지 못한다. 최근 정부는 현실에 안주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혁신을 유도하겠다며 신약개발 우대정책과 함께 현재 제약업계 주 수입원인 제네릭의 약가인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 열악했던 국민 위생환경과 산업기반, 그리고 수십년간 국민보건증진과 국가재정부담 경감을 위해 약가를 규제해 왔던 건강보험제도를 생각하면 국내 제약사들이 그동안 현실에 안주하고 혁신을 게을리했다고 폄하하긴 어려울 것이다. 모범적인 기업경영으로 존경받는 유한양행도 '렉라자' 신약 기술수출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지 불과 1~2년밖에 안된다. 국내 제약업계가 안정 위에서 혁신에 나서도록 세심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계획 소비 유도”…유통업계, ‘월 정례 할인’ 확산

유통업계에서 월 정례 특가 프로모션을 강화해 고객에게 구매 주기를 학습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할인행사 운영주기를 보다 촘촘하게 관리함으로써 충동 소비·계획 소비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마켓은 이날부터 5일까지 정례 프로모션 '월첫세일'을 시작한다. 이는 1000여개의 할인 상품과 함께 적립(페이백) 혜택까지 제공하는 기획전이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해 온 월 초 정례 프로모션 'G락페'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프로모션 운영 일수도 기존 3일에서 5일로 연장됐다. G마켓이 행사 기간·체감 혜택 등 월 정기 할인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고객 참여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G마켓 측이 “매월 1일을 G마켓에서 쇼핑하는 날로 인식하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행사명 변경 이유를 밝힌 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정례 프로모션은 월 단위보다 분기·반기·회사 기념일이 잡힌 달 등을 기준으로 비정기적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처럼 합동 행사로 진행되거나, 신세계 '쓱데이'·롯데 '땡큐절'(현재 '통큰'으로 변경) 등 '연중 최대 규모'를 앞세운 빅 이벤트들이 대표 사례다. 최근 들어 핵심 유통사들도 월 단위로 행사를 거듭 진행해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부터 기존 비정기 대형 할인 행사였던 땡큐절을 없애는 대신, '통큰데이'라는 월 1회 고정 할인 행사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대형마트부터 창고형 할인점(롯데마트 맥스), 온라인 플랫폼(롯데마트 제타)에 걸쳐 '최저가 수준 혜택'으로 다양한 먹거리·생필품 특가 상품을 판매하는 콘셉트다. 행사 첫 해지만 눈에 띄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통큰데이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 늘었다. 업계 특수인 설 명절 전 2월 행사(2월5~8일) 때는 전년보다 50%에 육박하는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여기에 장보기 플랫폼인 제타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온라인 단독으로 할인 행사 '월간제타'를 월례화해 운영 중이다. 비교적 할인 행사가 드문 월~수요일로 일정을 잡아 장보기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행사 첫 달 기간(5월 18~20일) 동안 온라인 매출·주문 고객 수가 전년 동기보다 52%, 76%씩 늘어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라이벌인 이마트는 월 정례 할인 행사로 '고래잇 페스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운영 기간을 기존 3~4일에서 7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올 들어서는 할인점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온·오프라인 채널에서도 해당 행사를 공동 전개하며 소비 수요 잡기에 한창이다. 고래잇 페스타는 가성비를 강조한 '반값 할인' 등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매월 정기적으로 행사가 열리지만 특정일로 고정된 방식은 아니다. 행사 시기가 다가올 쯤 회사에서 프로모션 대상 품목을 정해 고지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자체 마진이 낮은 초특가 상품 등을 포함한 할인 주기가 월례 행사로 더 잦아진 만큼, 유통업체들의 비용 압박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긴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행사 수개월 전부터 협력사와 물량을 대량으로 사전 기획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일부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은 단기적 지출이 아닌, 고객 혜택 확대와 집객 강화를 위한 전략적인 가격 투자“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70년 전통 ‘알비온’까지…일본 뷰티, 한국으로 ‘시선 전환’

일본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을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K-뷰티의 글로벌 인기와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화장품 관심도, 외국인 관광객 유입 급증을 발판으로 삼아 한국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알비온은 지난달 29일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1956년 도쿄 긴자에서 출발한 알비온은 현지 백화점 유통을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70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번 론칭을 통해 알비온은 세안 직후 토너 대신 유액을 먼저 사용하는 '밀크 퍼스트'(Milk-First) 루틴을 제안한다. 대표 제품인 '스킨 컨디셔너 에센셜 N'과 '인피니스 펌프 매트릭스 밀크'를 앞세워 기존 순서와 차별화된 사용법으로 한국의 스킨케어 시장을 돌파한다. 지난해에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시로(SHIRO)가 국내에 진출해 향수와 프래그런스,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매장을 포함해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등에 잇달아 매장을 오픈하며 한국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0년대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스쿠와 클레 드 포 보떼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일본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패션업계에서 활발하게 나타났다. 가장 대중화된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비롯해 오니츠카 타이거, 스노우 피크, 몽벨, 꼼데가르송, 이세이 미야케, 포터 등 다양하다. 이처럼 한국 시장으로 시선 전환은 일본 내 소비 둔화와 초고령화 시대 등 사회 현상으로 인한 내수 성장의 한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에도 '엔저'가 심각해 현지 서민들에게는 양극화 심화로 인한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유통 관계자는 “한국은 뷰티 트렌드 확산 속도가 빠르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서울 성수동과 명동 등은 글로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시험무대이자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정부, 빅데이터·AI 기반 개인맞춤형 초정밀 헬스케어 ‘드라이브’

정부가 '데이터가 치료가 되는 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초정밀 헬스케어 AI 전략을 공식화했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넘어 한국인의 특성에 맞춘 '헬스케어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질병관리청은 국립보건연구원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미래 보건의료 기술개발 방향을 담은 '초정밀 헬스케어 인공지능 연구개발 중장기 로드맵 2035'을 1일 발표했다. 초정밀 헬스케어는 개인의 유전체와 건강 정보 및 일상의 연속적 생체·행동 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실시간 응답형(adaptive)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헬스케어 기술과 서비스다. 기존의 정밀 의료가 환자군으로 단위를 분류한다면, 초정밀 의료는 개인 단위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정밀 의료는 유전체나 임상 기록 데이터에 의존하지만, 초정밀 의료는 개인의 환경이나 행동, 식이 등 전반적인 라이프로그를 데이터로 사용한다. 특히 단일 질병 중심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의 생애 전반을 시간축으로 연결하는 '옴니모달 데이터'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기존 의료 데이터 정책과 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의 개입 시점 역시 증상 발현 이후가 아닌, 보다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질병청은 기술 성숙도와 헬스케어 현장의 수요를 고려해 2035년까지 추진 단계를 3단계로 구성하고, 초기 3년간은 데이터 자원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립보건연구원은 총 100만 명 규모의 통합 건강정보 데이터 45종을 토대로 '한국형 AI 학습용 데이터셋'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로드맵이 완성되는 시점인 2035년에는 헬스케어 분야 인공지능 및 유전체 기술 혁신을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초개인화된 실시간 맞춤형 건강관리와 질병 예측·예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초정밀 헬스케어 인공지능은 개인별 건강위험을 더 정밀하게 예측하고 예방과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이라며 “앞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기반 미래의료 기술 혁신을 위하여 본 로드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에는 데이터의 공개 범위나 개인정보 보호방안에 대한 대책은 담겨있지 않아 향후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단일화된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국가 단위의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와 생명윤리문제 등에 관해 분절화된 규제체계를 갖고 있어 이를 체계화하는 것이 입법 과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카카오헬스케어와 추진하는 '분산형 연합학습' 기반의 의료데이터 구축사업도 눈길을 끈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와 '의료데이터 스페이스 실증사업'을 진행하면서 카카오헬스케어 연합체(컨소시엄)를 사업 수행기관으로 최종 선정했다. '의료데이터 스페이스'는 데이터 원본은 각 의료기관에 두고 '연합학습' 방식으로 AI를 학습시켜 분석 모델 또는 분석 결과만 외부로 가져오는 '분산형 연합 데이터 활용 체계'를 의미한다. 데이터 원본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각 기관에서 의료 데이터를 공유·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헬스케어 컨소시엄은 향후 최대 3년간 총 168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으며 대한민국 의료 AI 인프라의 표준을 정립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번 사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27개 선도 의료기관 및 혁신 기술을 보유한 21개 기업과 손잡고 메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의료기관은 대규모의 고품질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하고, 플랫폼·인프라 관련 3개 기업과 AI 관련 18개 수요기업은 데이터 스페이스 내에서 고가의 비용이나 데이터 확보 난항 등으로 불가능했던 의료 AI 모델 연구·개발을 자유롭게 수행하게 된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던 만큼 '의료 데이터 스페이스'를 통해 많은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료 AI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우상호·강삼영 민선 첫 결재는 ‘AI’와 ‘교권’…강원도·교육청 정책 우선순위 선명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취임 첫 결재는 새 행정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AI 산업을 선택했고, 강삼영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은 무너진 교권 회복을 교육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두 사람 모두 조직 신설을 첫 결재로 택했다는 점에서 공약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 단계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 지사는 1일 민선9기 도정 1호 결재로 'AI데이터센터추진단(TF)' 구성을 승인했다. 강 교육감도 같은 날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지원단' 신설과 피해 교원 회복을 위한 특별교육기관 설립 계획에 서명했다. 두 결재는 분야는 다르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와 '교육 현장 정상화'라는 각자의 핵심 과제를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민선9기 정책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강원의 승부수는 AI…국가 메가프로젝트 선점 의지 우 지사의 첫 결재는 단순한 조직 신설보다 강원의 산업 전략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 AI 인프라 구축 계획에서 강원이 AI 데이터센터 핵심 후보지로 거론되자, 도는 곧바로 전담 조직을 꾸려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기업이 투자 의사를 밝힌 뒤 행정 절차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투자 여건을 먼저 갖춰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AI데이터센터추진단은 기업 유치부터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까지 한 창구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강원도가 보유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와 산업용지, 풍부한 용수를 AI 산업으로 연결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 지사가 첫 결재를 AI에 쓴 배경에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기존 산업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깔려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반도체와 첨단산업을 잇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민선9기 경제정책의 출발점인 셈이다. 강 교육감의 첫 선택은 교권…교육 정상화의 출발점 강 교육감이 첫 결재로 교권보호지원단을 선택한 것도 상징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 교권 침해와 학교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교육 현장의 신뢰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강 교육감은 이를 개별 학교나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청이 직접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교권보호지원단은 교권 침해 발생 시 행정·법률·심리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교육감 직속 조직으로 운영된다. 신고부터 대응, 사후 회복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어 교사가 혼자 문제를 감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특별교육기관 설립도 추진한다.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는 상담과 특별교육을, 피해 교원과 학생에게는 심리 회복과 학교 복귀를 지원하는 등 처벌보다 회복에 무게를 둔 교육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첫 결재가 보여준 민선9기의 방향 취임 첫날 두 사람이 선택한 결재는 향후 4년의 정책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우 지사가 AI 산업을 통해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강 교육감은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을 교육 개혁의 출발선으로 제시했다. 결국 민선9기 초반의 성패는 두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서 성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강원도의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실제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지, 교권 보호 체계가 학교 현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가 앞으로 민선9기 도정과 교육행정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SMR과 가스터빈 결합하면 ‘초고효율’…출력조정도 가능

탄소중립 정책 본격화로 원자력이 청정 무탄소 전원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구조적 한계를 가스터빈으로 극복하는 '원전 복합발전'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가압경수로(PWR) 기반 SMR의 고질적인 효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아킬레스건인 변동성을 보완할 핵심 카드로 주목받는다. 1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가압경수로 기반 SMR은 증기 조건이 약 290~320℃, 4~7 MPa 수준에 갇혀 있어 증기터빈 말단부의 습분 발생과 그에 따른 사이클 효율 저하를 피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녀왔다.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로 급격한 출력 조정을 요구하는 '출력 추종(Load following)' 압박이 커졌으나, 원자로 출력을 강제로 조절하는 방식은 핵연료 건전성 측면에서 제약이 컸다. 원전 업계가 내놓은 돌파구는 원자력 발전 계통에 가스터빈(브레이턴 사이클)과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가스터빈 가동 시 배출되는 500~650℃ 수준의 배기가스 열을 HRSG로 회수해 SMR 증기 계통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추가적인 핵연료 소비 없이도 주증기 온도를 6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33.4% 수준이던 PWR 기반 SMR의 발전 효율은 최소 45%에서 최적화 시 최대 50%까지 수직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터빈 출력을 미세 조정하는 방식으로 원자로에 무리를 주지 않고도 전력망 부하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궁극의 무탄소 모델로는 고온가스로(HTGR) 기반 SMR이 거론된다. 미국의 GT-MHR, 일본의 GTHTR300, 중국의 HTR-PM 등은 입자형 TRISO 핵연료를 통해 950℃ 수준의 초고온 헬륨을 생산한다.이 초고온 가스가 화석연료 가스터빈의 연소기 역할을 대체해 직접 브레이턴 사이클을 구동하면,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도 50% 내외의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발전 후 남은 고온의 열은 수소 생산이나 공정 열 공급 등 다목적 복합 이용(Co-generation)이 가능해 산업계 탄소중립의 마스터키로 꼽힌다.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i-SMR 모델 역시 가스터빈 연계 시 발전소 효율과 제어 성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헬륨(He)이나 이산화탄소(CO₂) 등 비화석 작동유체를 기반으로 하는 상업용 가스터빈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과 AI 산업 생태계 변화로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주증기 온도가 제한된 증기터빈의 성능 증대와 가스터빈의 융합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한국형 SMR이 글로벌 무탄소 에너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제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2050년 LNG 수요 65% 급증”… ‘2억 톤 공급 격차’에 추가 투자 비상

2050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연간 약 7억 톤(t)으로 지난해 거래량보다 6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억 톤 정도의 수요-공급 격차 예상치를 메우기 위한 추가 LNG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쉘은 1일 '2026 LNG 전망 보고서'를 내며 이 같은 LNG 시장 수급 전망을 내놨다. 지난 2017년 첫 발간 이후 이번이 10번째다. 2050년까지 세계 LNG 수요 증가세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과 인도 같은 아시아 지역이 견인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기존 설비를 통한 공급량은 올해 약 4억톤에서 2050년 3억 톤 아래로 줄고,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생산 설비 구축까지 고려해도 전체 공급이 5억 톤을 조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LNG 거래량은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여름에 정상화될 경우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쉘은 내다봤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월간 LNG 공급의 약 20%가 방해를 받았다. 현물가격 상승은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중동발(發) 공급 위축은 북미 지역의 신규 LNG 액화 설비 가동 확대와 기존 플랜트의 생산성 개선, 아시아 지역의 LNG 수입 증가세 둔화로 상쇄됐다. 특히 올해 1~5월 LNG 수출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에서 약 2000만톤 줄어든 반면 미국에서 수출이 1000만톤을 넘겼다. 가격 측면에서는 중동 위기에도 강화된 공급 안정성과 회복력에 힘입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MMbtu(100만BTU, 1BTU는 약 252칼로리)당 70달러를 넘었던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인 20달러대를 유지했다. 아울러 장기 공급계약이 전체 LNG 거래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구매자들이 지난 5월 실제 지급한 LNG 평균 가격은 MMBtu당 11~12달러를 기록했다. 1월에는 7~11달러 수준이었다. 쉘은 중동 불안 국면이 종료되면 내년부터 LNG 거래량이 다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세드릭 크레머스(Cederic Cremers) 쉘 통합가스부문 사장은 “최근 지정학적 갈등은 경제 전 부문에 연쇄적인 혼란을 일으키며 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초래했지만, LNG 산업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며 높은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공급과 수요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며 LNG는 앞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연간 약 1억8000만 톤 규모의 신규 LNG가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 공급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신규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 수요가 증가하며 2050년 전 세계 LNG 수입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재기화 설비와 파이프라인 등 LNG 인프라 확보가 신규 공급 확대 효과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역내 가스 생산이 줄어드는 시황 속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LNG의 역할이 앞으로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NG 벙커링(선박 연료 공급) 수요는 2035년까지 약 2700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7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LNG 액화 설비는 현재 건설 중인 프로젝트 외에도 2030~2040년대 연간 약 2억 톤 규모의 신규 설비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