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 영양군에서 토목·태양광 설계 및 시공을 해온 중소 엔지니어링 업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태양광 인허가 서류 작업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복적인 행정 절차를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제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제도와 시장 환경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선엔지니어링(대표 우제학·63)으로, 영양군AI협회의 기술 이전 사업을 통해 인허가 서류 작성 과정 일부를 데이터 기반으로 처리하도록 업무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는 프로젝트마다 자료를 다시 정리해 서식을 작성해야 했지만, 현재는 기존 데이터와 양식을 연동해 문서를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업체 측에 따르면 서류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화만으로 인허가 지연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태양광 사업은 행정 절차 외에도 계통 연계, 규제 검토, 민원 대응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복 행정 줄이기 위한 자동화…일부 공정에서 효과 태양광 발전 사업은 설계 이전 단계에서부터 여러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서류 형식도 까다로운 편이다. 장에서는 같은 데이터를 여러 번 입력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서식 오류로 반려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엔지니어링이 도입한 시스템은 기존 프로젝트 자료를 기반으로 인허가 양식을 자동으로 채우는 구조다. 주소, 부지 면적, 설비 용량 등 기본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있으면 이를 불러와 문서를 만드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류 작성 시간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행정 절차 자체가 단순해진 것은 아니다"며 “검토 과정이나 추가 보완 요구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동화된 문서라도 현장 확인이나 추가 자료 요구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업무 속도가 항상 일정하게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역 AI 기술 이전 사업…중소기업 참여 확대 시도 이번 시스템 구축은 영양군AI협회가 추진 중인 기술 이전 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협회는 지역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업종별로 필요한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과 비용 부담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유지·관리 인력이 필요하고, 업무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기술 적용 자체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착시키는 과정이 더 어렵다"며 “모든 기업에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 전반 침체…효율 개선 요구 커져 최근 태양광 업계는 규제 강화와 계통 문제, 시장 위축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조사에서도 인허가 지연과 행정 절차 부담이 주요 문제로 지목된다. 특히 소규모 시공사의 경우 반복적인 서류 작업과 민원 대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실제 시공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자동화나 데이터 관리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초기 비용과 기술 이해 부족으로 확산 속도는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행정 절차를 줄이는 기술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체감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 넘어 플랫폼 구상…현실성은 검증 필요 선엔지니어링은 인허가 자동화를 시작으로 태양광 사업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부지 정보, 수익 예측, 공사 진행 상황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다만 플랫폼 사업은 기술뿐 아니라 자본과 운영 인력, 시장 규모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지방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관련 업계에서는“자동화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플랫폼은 별도의 사업 영역"이라며 “장기적인 협력 구조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장 변화 시작 단계…성과 판단은 더 지켜봐야 우제학 대표는 공직과 민간을 모두 경험한 뒤 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해 태양광 설계·시공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자동화 도입도 현장에서 느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그는“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현장 부담이 줄어든다"며 “작은 변화라도 계속 쌓이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지방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시도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행정 절차, 시장 환경, 기술 활용 능력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자동화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현장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일시적인 사례로 그칠지,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의 운영 결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