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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다문화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하모니움’ 3기 모집

기아는 다문화 청소년의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하모니움 교육 프로그램' 3기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19일 밝혔다. 하모니움은 기아가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다문화 미래세대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펼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이 중 하모니움 교육 프로그램은 다문화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위한 특화 영역 직무 교육으로 연 2회 운영되며, 지난해 신규 론칭돼 1기 수료생을 성공적으로 배출했다. 3기 교육 프로그램은 다문화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탈북 청소년을 함께 모집해 다문화 청소년 25명 및 탈북 청소년 15명 등 총 40명을 대상으로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운영된다. 교육 과정은 △IT △영상 △F&B △조경 등 4가지 특화 영역에 대한 실습으로 이뤄져 참여자들이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주도적으로 진로 계획을 수립하고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교육생들은 5개월간 직무 탐색 및 실습, 소셜벤처 연계 인턴십 등에 참여하며 진로를 구체화하는 기회를 갖는다. 기아는 모든 참여자를 대상으로 교통비와 인턴십 근로장학금을 지원하고 우수 수료생에게는 추가 장학금을 지급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오는 3월 11일까지 하모니움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교육 대상자는 서류 평가 및 대면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이덕현 기아 지속가능경영실장 상무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출신 배경의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참여 대상을 탈북 청소년까지 확대했다"며 “하모니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케이엔알시스템, 중부발전과 ‘낙탄 회수 로봇’ 현장실증 성공

화력발전소 저탄장에서 발생하는 낙탄(落彈) 회수 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하는 기술이 국내 발전 현장에서 처음으로 실증에 성공했다.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은 한국중부발전과 공동으로 추진한 '다관절 유압로봇 기반 옥내 저탄장 낙탄 회수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현장 실증까지 마쳤다고 19일 밝혔다 낙탄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과정 중 바닥으로 떨어지는 석탄으로, 방치될 경우 연료 손실은 물론 자연발화에 따른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들은 그동안 인력을 투입해 정기적인 수거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고분진·유해가스가 상존하는 고위험 환경 탓에 산업재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공동개발은 이러한 문제를 로봇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현장 실증은 충남 보령시 신보령발전본부 옥내 저탄장에서 진행됐으며, 실제 발전소 운영 조건과 동일한 환경에서 낙탄 회수 성능과 시스템 안정성, 내환경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가반하중 400㎏급 다목적 유압 로봇팔 'HydRA-TG'를 적용해 낙탄을 긁어 모으는 '포집' 작업과 컨베이어로 다시 올리는 '상탄' 작업을 분담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불규칙한 저탄장 바닥과 레일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이송 플랫폼을 설계했으며, 방진·방수 국제표준 최고 수준인 IP66 등급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이번 개발 과정에서 특허 2건을 출원하며 발전소 현장에 최적화된 양팔 로봇 기반 원천기술을 확보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확보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자율주행 기능과 포집·상탄 작업의 하드웨어 고도화를 위한 추가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2023년 '스마트로봇&드론 챌린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국제발명대회 'IID 2024'에서는 금상과 태국왕립협회 특별상을 받았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이번 현장실증은 발전소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화력과 원전을 아우르는 다양한 발전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로봇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최근 원전 중수로 구조물 해체 실증사업 로봇 플랫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전 해체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으며, 중부발전을 비롯해 한전KPS,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에 로봇과 시험 장비를 공급해온 이력이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홍삼’만 있는 줄 알았는데”…정관장, “‘침향’도 효자”

정관장의 침향 전문 브랜드 '기다림 침향'이 출시 1년 8개월 만에 누적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며, 정관장의 차세대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일 정관장에 따르면 '기다림 침향'은 지난해 4월 말 출시 이후 1년 3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단 5개월 만에 100억원을 추가 기록하며 누적 매출액 20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추석 시즌 매출이 전년 대비 3.7배 늘어나는 등 명절 선물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정관장 측은 “녹용 브랜드 '천녹'에 이어 '기다림 침향'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며, 홍삼 외 소재를 활용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기다림 침향'은 '천녹' 다음으로 홍삼이 아닌 소재 중 출시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200억원 매출을 돌파한 정관장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침향은 침향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수지성분으로, 응집 과정이 약 20여년 소요되는 귀한 원료다. 향유고래의 용연향, 사향노루의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전통 소재 이미지를 넘어 환, 달임액 제품까지 활용도가 점차 확대되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마음관리에 신경을 쓰는 2040세대까지 폭넓게 찾는 건강 소재로 자리잡았다. '기다림 침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등재된 품종인 '아퀼라리아 말라센시스(Aquilaria malaccensis)'를 사용한다. 국내 최초로 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해 침향의 품종을 판별할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정부기관 환경 산림청(BKSDA)의 인증서도 발급받았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기다림 침향은 정관장의 집념과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바탕으로 완성된 제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규 기능성과 다양한 고품질 신소재를 활용한 제품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다"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돈 독트린’에 이어 ‘돈로 독트린’

미국이 특수 군부대를 동원하여 한밤중에 베네주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강제로 납치한 데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자국령으로 삼으려는 야욕을 노골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맞서 병력을 배치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에 내달부터 10%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뒀고, 유럽 정상들은 “관세 위협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외교정책 행태를 '돈로 독트린'이라고 하는데, 뉴욕포스트가 도널드(Donald)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의 앞 글자 Don을 따서 '먼로 독트린'에 빗대 만든 용어이다. '돈로 독트린'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NSS)에 담겼고, 지난 15(현지시간) 공개된 '국무부 전략계획'(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에서 공식 용어로 사용했다. 사실 '돈로 독트린'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한다"(MAGA)는 기조하에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한 관세 폭탄을 통해 압박을 구사하고 국제협력보다 미국의 단독 결정을 우선시하는 일방주의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상업적 베이스, 즉 돈을 벌겠다는 '돈 독트린'을 주로 구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라는 무기로 미국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도록 강요했고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일본, EU, 한국 등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소위 '삥'을 뗀 것이다. '국무부 전략계획'은 친미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블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재산업화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도대체 현재 친미국가가 어디 있는가? 돈만 챙기려하는 싸구려 장사치 출신 트럼프로 인해 동맹국에서도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무시한다. 미국이 31개 유엔 산하 기구에 대한 참여나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하고 35개 비 유엔기구에서도 탈퇴하기로 하여 세계를 경악케 했다. 국제사회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해 미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국제기구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자신에겐 국제법이 필요 없으며, 자신의 도덕성만이 국제 문제와 관련한 개입에 있어 유일한 제어장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중국이 신이 났다. 중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 분담금을 늘리고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미국의 빈자리를 메꿔가면서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있다. 프럼프의 국제법 무시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국제법은 현행 국제 질서의 초석이며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국제법을 위반해 왔던 중국이 오히려 미국에 대고 국제법을 지키라고 훈계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대중봉쇄'를 주장하다가 '돈로 독트린'을 내세우고 있다. 두 개념은 사실 상충하는 개념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강력하게 제어하겠다고 하면서 당선되었으나, 중국에 대한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희토류 무기를 구사한 중국으로부터 역공을 당했다. '돈로 독트린'으로 중국이 또 신나게 생겼다. 미국 군사력이 아메리카 대륙에 집중한다면 그만큼 대중봉쇄망은 느슨하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만에 대한 어떤 행동도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중국을 도와주다시피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무력 개입을 대외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쓰는 나라가 될 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즉흥적이고 고압적인 행태는 동맹국 간의 균열을 부르고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로 인해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나쁜 이미지만 쌓여가고 국제적 지도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오히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국제질서 수호자인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녕 미국 사회는 괴상한 트럼프를 제어할 수 없는 것인가?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강국

K-콘텐츠 덕에 한옥 뜨니…중소도시 건축 활성화 나선다

국토교통부가 중소도시 발전을 위해 한국의 주거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자산인 한옥 건축 활성화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에 착수한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K-콘텐츠가 인기를 누리며 한옥 고택이나 빈집을 활용한 카페·숙소를 비롯한 한옥 명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흐름을 지역 고유의 매력 확충으로 연결하기 위해 한옥 건축 활성화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한옥 관련 통계를 현실화하는 등 현대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북·광주·서울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한옥 등록제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옥 건축에 대한 지원 역시 늘린다. 전통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 한옥 연구를 추진하고 자재 표준화 수준을 높여 공사비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내화·내진 성능과 녹색건축 기준 등 현행 법적 요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건축기준도 재편한다. 아울러 지역 명소 조성도 본격화한다. 국정과제의 하나인 지역 명소 육성과 연계해 한옥형 디자인 특화 명소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옥 건축 산업화를 염두에 둔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설계부터 자재 제작·유통, 기술 전문 교육, 시공, 유지보수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으로 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밖에 한옥 대중화를 뒷받침할 전문 인재 육성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2011년부터 건축사와 시공 전문 기능인 등을 대상으로 한옥 전문 인재를 양성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1580명은 한옥 설계공모 당선, 시공 수주, 해외 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학 건축학과 교육은 서양 현대건축 중심으로 운영돼 한옥 건축이 한 학기 선택과목 수준에 머문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국비 3억원을 투입해 오는 2월 100명 규모의 한옥 건축 설계 및 시공관리자 전문 인재 양성 과정 운영기관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옥 설계·시공·시공관리 교육과정 고도화와 인재 양성 우수기관 시상, 청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한옥 캠프 재개 등도 검토하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세계 전력의 새로운 중심축

2025년은 인류의 에너지 전환 역사에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2025년 올해의 혁신상(Breakthrough of the Year)'에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을 선정한 것은 이를 상징한다. 올해의 혁신상은 사이언스에서 매년 수여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전을 인정하는 상으로, 단백질 구조 해석이나 중력파 검출 같은 순수 과학적 발견이 주를 이루던 예년과 달리 산업적·사회경제적 현상을 꼽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2025년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선정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인류 문명의 변화, 산업 구조 재편, 전 지구적 정치 질서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5,200GW에 달해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4,800GW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불과 4년 전인 2021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량이 연 264GW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세 배를 넘어선 800GW에 이르렀다. 800GW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중인 핵발전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집계한 발전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월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과 가스 발전량을 모두 앞질렀다. 이는 전력의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오랜 기간 '미래 에너지'나 '대안 에너지'로 불리던 재생에너지가 이제 명실상부한 '주류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화두는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전환의 지역별 분열, AI·데이터센터 폭증 수요 대응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축소, 중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조정,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이 맞물리면서 이전처럼 일방적인 '그린 러시'가 아니라 현실적 균형과 경쟁이 지배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은 또 다른 과제를 던져준다. 이제 각국은 '속도의 경쟁'보다는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지속가능성의 균형점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후·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산업·기술의 종합적 전략임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현주소는 냉혹하기만 하다. 지난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5년 1~3분기 통계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2%로, 조사 대상 53개국 중 최하위다. OECD 평균(36.9%)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전력의 90% 가까이 여전히 석탄·가스·핵에 의존하는 구조가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탈석탄'을 외치는 선진국들이 석탄 비중을 15% 이하로 낮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OECD 대부분 국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연평균 1.5~5%씩 끌어올린 데 비해 한국은 연평균 0.4~0.8% 수준의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수치로만 봐도 격차는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심각한 리스크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재 3~4GW 수준의 설치 속도를 매년 10GW로 세 배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공공주차장, 공동체·영농형 태양광, 산업단지, 육상·해상풍력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지만, 정책·시장·인허가 구조의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특히 현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의 적정성 논의도 부족해 보인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계통(그리드)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설비 확대가 곧바로 전력 생산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제 2025년이 세계의 전환점이었다면, 2026년은 한국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세 축은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 세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다. 11.2%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자,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꾸라는 경고음이며, 부끄러운 성적표다. 세계가 이미 전환의 궤도에 올라탄 지금, 한국은 과거의 에너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의 중심축은 이미 바뀌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李 대통령 지시 7개월째…‘콘트롤 타워’ 부재 LH 개혁 표류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주택 공급 역할을 확대하라며 지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이 7개월이 지나도록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주관을 위해 국토교통부 내에 신설된 주택공급추진본부와 LH개혁위원회의 업무가 중복돼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침과 세부 계획 등도 가시화되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을 느끼고 있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택지 개발과 주거복지 등 LH의 사업 부문별 방식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매각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민간 위원장들과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내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개혁 논의는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그동안 LH는 강제 수용권을 통해 확보한 토지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왔고, 민간은 이를 통해 30%가 넘는 고수익을 거둬 왔다. 이 과정에서 역세권 등 우수 입지는 공공 공급이 어려워졌고, 분양가도 상승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지난 13일 업무보고에서 LH 공공주택 품질 향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고 제가 말하는 임대 아파트는 기존에 생각해왔던 임대 아파트가 아니다"며 “새로운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국토부의 구체적인 요구안이 제시되지 않은 데다, 비효율적인 업무 체계로 인해 오히려 LH의 정책 실행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토부에 LH 및 공공주택 품질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선 제시나 논의가 진행됐는지 질의한 결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LH와 논의를 거쳐 전체적인 방향이 나올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까지 '역세권' 등 핵심 개념에 대한 세부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향성만 제시된 셈이다. 이처럼 상부의 주문이 추상적인 데다, 의사결정 구조가 분산된 상황에서는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간 요구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이를 조율할 유기적인 소통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관가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상위 조직, 내부 조직인 주택공급추진본부, LH 개혁위원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이 가운데 한 곳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지금은 지시가 분산돼 보인다"며 “각기 다른 주문이 내려오다 보니 LH 입장에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압박은 계속되는데, 내려오는 지시도 예컨대 '블록 개발을 해보라'는 식의 방향성만 있을 뿐"이라며 “어떤 시스템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개발하라는 구체적인 디테일이 없어 현장에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도 “LH 개혁은 충분한 준비 단계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됐다기보다는 어느 순간 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한 측면이 크다"며 “그러나 정작 개혁을 이끄는 주체들이 무엇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국토부나 LH 조직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 LH 개편안이 공개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추진 목표와 실행 방안을 단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정책이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정부가 시간을 두고 정책을 다듬고, 단계별로 구체화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은 국토부가 사안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지만, 국토부가 절차를 밟아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현장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롯데마트, ‘단독 산지·신품종’ 확보해 과일 경쟁력 차별화

롯데마트가 단독 산지와 신품종을 앞세워 과일 경쟁력을 강화한다. 국내 대표 산지 원물을 대형마트 3사 중 유일하게 선보이고, 신품종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19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상기후 영향으로 2022년부터 수확량이 감소해 사과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밀양 농협과 선제적으로 협력해 '밀양 얼음골 사과(4∼5입, 봉)'를 단독 판매 중이다. 이 사과는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밀양 얼음골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과육의 식감과 당도가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신품종 도입에도 공들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대형마트 최초로 황금향과 레드향을 교배한 '제주 우리향(1.2㎏, 팩)'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일반적인 만감류와 달리 껍질이 얇아 귤처럼 쉽게 먹을 수 있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이와 함께 동양배와 서양배를 교배한 '그린시스 배(2입, 팩)'도 판매 중이다. 가장 구색이 다양한 과일은 딸기다. 롯데마트는 이달에만 '핑크캔디(310g, 팩)'·'아리향(310g, 팩)' 등 신품종 4종을 추가 도입했다. 이를 비롯해 현재 식감·과즙량·당도가 저마다 다른 11개 품종의 제철 딸기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블루베리는 큰 크기와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미국산 '슈퍼크런치'와 유사 특성을 지닌 칠레산 신품종 '세코야 블루베리(278g, 팩)'를 동절기 내내 선보인다. 김동훈 롯데마트·슈퍼 과일팀장은 “전국 파트너사와 협력해 단독 산지를 확보하고 신품종을 적극 도입해 롯데마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과일 선택지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며 “올 한 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신선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대우건설, 전남에 500㎿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거점 조성 추진

대우건설이 전라남도와 함께 총 수전용량 500M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조성에 나선다.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을 아우르는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 거듭난다는 취지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6일 전라남도청에서 전라남도, 장성군, 강진군, ㈜베네포스, KT, 탑솔라 등 11개 민관 기관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남 장성군과 강진군 일대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민관 협력 체계 마련을 골자로 한다. 각각 수전용량 200㎿‧300MW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에서 대우건설은 컨소시엄의 핵심 시공 파트너로서 설계·조달·시공 전 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사업 후보지인 전라남도는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1위 지역으로 친환경 전력 공급이 원활하고,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입지 강점을 극대화해 지속 가능하고 고효율인 AI 데이터센터를 시공,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데이터 처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장 환경에서 이번 협력은 대우건설의 시공 역량을 증명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전남의 입지 강점과 대우건설의 노하우를 결합해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센터를 완공해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대우건설은 주택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비주택 부문의 비중을 확대해 개발·투자·운영을 아우르는 '디벨로퍼'로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10년 만에 강남권역에 신규 추진된 '엠피리온 디지털 AI 캠퍼스'를 시작으로, 전남 1호 '장성 파인데이터센터'에는 출자 및 시공사로 참여하며 사업 영역을 넓힌 바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초품아 뭐길래”…학교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격언 중에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초등학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아파트 시가는 지리적 위치, 역세권, 브랜드, 세대 수, 연식 등 수많은 입지적 조건에 따라 결정되지만 그 중에서도 단지와 초등학교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오죽하면 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위치하거나 붙어있는 아파트를 지칭하는 '초품아'라는 부동산 용어가 일상화 돼 있는 상황이다. 같는 동네 안에서도 초품아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에 차이나 난다. 조금이라도 더 가깝고, 통학이 편한 초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이웃 단지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가 아파트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가 된 배경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아파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다. 같은 해 기준 첫째아 평균 출산 연령은 33.1세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은 대략 평균적으로 34세에 첫 아이를 낳고, 41세부터 46세까지 기간에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셈이다. 41~46세는 회사와 조직 등 사회 전반에서 중간 실무자급 직원들이 주로 분포하고 있는 연령대기도 하다. 이와 함께 40대는 일생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임금직업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연령대별 중위 연봉은 45~49세 중위 연봉이 499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40~44세 중위연봉이 4998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50~54세 중위 연봉 4703만원, 35~39세 중위 연봉 4666만원이었다. 또 40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명의로 집을 사는 연령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세대주의 평균 연령은 43.7세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3~4학년경 쯤에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셈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아파트 가격이 결정될 때 초등학교의 존재감이 클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아파트를 구매하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는 내가 살게 될 단지와 초등학교의 물리적 거리는 내 첫 아파트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자녀들이 처음으로 제도권 교육에 편입되는 시기가 초등학교이고, 아직 어린 자녀들이 집에서 학교를 편히 통학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 조건이 된다. 이에 아파트 선택 시 자녀들이 학교 통학길이 상대적으로 더 편한 단지를 찾게 되고,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위치하거나 단지와 초등학교가 맞붙어 있는 '초품아'는 아파트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초품아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리딩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아파트 공급을 주도했던 정부 당국의 정책적 의도 또한 한 몫 했다. 과거 1970~80년대에 대한주택공사(현 LH) 주도로 반포, 잠실, 노원 등 대규모 주거 지구를 개발하면서 주공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당시 주택공사는 대규모 주공아파트를 지으면서 아예 단지 내에 초등학교를 같이 신설했다. 이미 50년 전 국가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촌을 조성할 때부터 정부는 '초품아' 단지를 염두에 두고 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 건설사 주도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면서 오히려 초품아 아파트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 초등학교 공립화가 확실하게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민간에서 건설하기는 힘들다. 과거 지어진 주공아파트들이 초품아 아파트로 명성을 누릴 동안 이후 지어진 민간 아파트는 오히려 비초품아 아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초품아 단지의 희소성이 커진만큼 되레 시장에서 초품아의 가치는 높아졌다.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주공아파트가 재건축 되자 주민들은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는 그대로 둔 채 재건축을 진행했다. 따라서 주공아파트를 재건축 한 반포와 잠실 일대 신축 아파트들은 옛 주공아파트 입지 그대로 초품아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초품아 주공아파트는 일대 시세를 리딩하는 대장 단지로 오랫동안 인정받았고, 재건축 후에도 여전히 초품아 입지를 바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잡고 있다. 반포와 잠실 재건축 랜드마크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잠실 엘스가 그 사례다.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 한 래미안 퍼스티지는 초품아 단지다. 퍼스티지 단지 내에 위치한 잠원초등학교는 반포주공 2단지가 입주한 1978년에 아파트 입주와 같이 개교했다. 1976년에 입주한 잠실주공 1단지를 재건축 한 초품아 잠실 엘스도 단지 내에 위치한 잠일초등학교의 개교연도가 1976년이다. 퍼스티지와 엘스는 최근 반포와 잠실에 최신축 단지들이 입주장을 맞으면서 가격적인 측면에선 최신축 단지들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반포와 잠실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단지들이다. 이처럼 초등학교가 아파트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한 축이 되다보니, 이웃 단지 간 초등학교 배정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잠실에선 이웃 아파트 간에 서로 자기 아파트에 유리한 내용의 민원 폭탄을 관할 구청과 교육청에 단체로 접수하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상대방 단지를 공격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최근 나란히 입주를 시작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와 잠실 르엘 주민들간의 대립이 대표적 사례다. 잠실에선 잠실주공 1~4단지와 잠실시영아파트가 나란히 재건축을 마친 2006~2008년 이후 이십여년 가까이 오랫동안 신축 아파트 입주가 없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다시 잠실에 재건축 붐이 일면서 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 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잠래아)가 이달 초부터 입주를 시작했고,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 한 잠실 르엘이 2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이들 단지들은 각각 동서측으로 상대방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 단지다. 또 두 단지 북측엔 잠실시영 아파트를 재건축 해 2008년에 입주한 파크리오가 들어서 있다. 파크리오는 6864세대 규모로, 1만2032세대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9510세대 규모인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세대 수가 많은 아파트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헬리오시티가 1만 세대에 달하는 그 규모만큼이나 단지 내에 초등학교 두 곳을 품은 '더블 초품아' 단지인 것과 마찬가지로, 약 7000세대에 달하는 파크리오 역시 단지 북쪽에 잠현초를, 단지 남쪽엔 잠실초 등 두 곳의 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위치한 '더블 초품아' 단지다. 파크리오는 입주 이후 이십여년간 단지 북측에 위치한 동들은 잠현초로, 단지 남쪽에 위치한 동들은 잠실초로 배정받아왔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잠실 르엘과 잠래아가 입주를 앞두게 되면서 이들 단지 입주예정자들을 중심으로 관할 교육청인 서울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단체 민원이 폭주했다. 잠래아 입주민들은 단지와 가까운 파크리오 내 잠실초로 전원 배정을, 잠실 르엘 입주민들은 역시 자기 단지와 가까운 파크리오 단지 내 잠현초로 전원 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기존 파크리오 가구 배정만으로도 잠실초(22~28명)와 잠현초(19~23명)가 과밀학급에 해당하는 28명에 거의 근접해 있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강동송파교육청은 잠실초와 잠현초에 모듈러 건물을 증축해 우선 신축 단지 가구 자녀 배정을 받고, 좀 더 인원에 여유가 있는 잠현초에 잠래아 일부 동을 배정하고, 잠실 르엘 일부 동은 아예 더욱 거리가 먼 잠동초등학교로 배정을 결정했다. 파크리오, 잠래아, 잠실 르엘 등 3개 단지 모두 단체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파크리오 주민들은 잠래아(2678세대)와 잠실 르엘(1865세대)를 합쳐 4500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들어서면서도 이들 신축 단지 조합 측에서 초등학교 신설 등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기존의 파크리오 배정 초등학교 자리를 내준 교육청의 결정을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이 대안으로 제시한 모듈러 증축 역시 인근 신축 단지 입주로 인해 왜 자신들이 안전 문제와 운동장 축소 등 공사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냐며 반대하고 있다. 잠래아 주민들은 파크리오 입주민들이 교육청의 모듈러 증축을 반대하는 것은 애당초 잠래아 가구의 잠실초 배정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의 이기주의라면서 반발했다. 단지에서 먼 잠현초에 일부 동을 배정하지 말고 전체 동을 잠실초로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잠실 르엘 주민들도 조속한 모듈러 증축과 함께 단지에서 먼 잠동초 배정 철회를 주장한다. 이들 세 단지들은 교육청에 단체 민원 폭탄 시위를 벌이는 것을 물론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웃 단지를 비방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 현재도 온라인상에서 전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초등학교를 둘러싼 아파트 간 '세력 다툼'이 입주 전부터 이웃 단지를 서로간에 원수 사이로 만들 정도로 대한민국 아파트와 초등학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강동송파교육청 관계자는 “잠래아와 잠실 르엘을 합치면 4500세대가 넘지만 현행법 상 서울 내 초등학교 신설 조건 세대 수는 3000세대"라며 “두 신축 단지가 서로 자기 단지는 (초등학교 신설) 해당 사항에 없다면서 초교 신설을 위해 노력하거나 당국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가 다 지어질 때가 돼서야 이웃 단지를 탓하면서 무조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초교 배정을 주장하고 있다"며 “기존 잠실초와 잠현초 시설만으로는 추가로 두 개 신축 단지 가구 배정이 불가능하니 대안으로 모듈러 학급을 증축하고, 일부 동은 더 먼 학교로 보낼 수 밖에 없다. 이웃 간에 서로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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