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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임대시장 정책 부재가 키운 매매가, 사각지대에 선 월세시민들

다음 달 9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고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전면 중단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정부의 규제로 서울 집값이 하락했을 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실제 계약된 아파트 매매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 시장의 가격상승이 오히려 강해졌다. 20일 서울시가 공개한 한국부동산원의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상승 폭을 앞지른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월세 시장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철이 한창이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27건으로 2년 전인 2024년 4월18일(3만750건) 대비 4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된 영향이 컸다. 전세 품귀 속에서 기존 전세 계약 갱신을 택하는 세입자가 늘었고 전세 매물은 귀해진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3만1458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5719건으로 그 비중이 49.9%에 이르렀다. 1년 전 같은 기간(38.8%)과 견줘 11%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149만원으로 6억원선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지난달 52.1%로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다주택자가 매물을 많이 내놓으면 수요의 변동이 없다면 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에 매매가는 하락한다. 하지만 임차수요에서 매매수요로 전환된 이들이 매매시장으로 들어와 매매수요를 늘린다면 다시 매매가격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고 수요가 좀더 급격하게 증가하면 매매가가 전보다 더 오른다. 정부의 규제와 전세 품귀로 인해 매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임차수요는 중저가 매매시장에 좀 더 집중될 거라는 예상은 들어맞고 있다. 6억 정도 전세로 살던 사람이라면 그동안 저축을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7-8억 짜리 집은 일부 대출을 통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다. 마찬가지로 그보다 싼 3-4억의 전세를 살던 사람도 6억 이하의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임대 물건 부족으로 중,저가 시장의 매매시장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 결과 서울시 전수 조사에서 이 중저가 시장이 살아나면서 2월에 가격이 전월 대비 1.9%가 오른 결과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전세가 아니라 월세 물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년 전 대비 24.9%, 2년 전 대비 16.9% 줄어든 1만5009건으로 집계됐다. 전세난 속에서 월셋집이라도 구하려는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월세나 반전세 물건의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부동산원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는 지난달 152만8천원으로, 월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민간 임대공급은 줄고, 공공임대나 사회주택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중,저가의 전세를 살던 사람들은 매매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겠지만 보증금이 없어 월세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깡통전세의 구렁텅이로 몰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전세 보증금이 없어 월세를 선택해야만 하는 서민층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는 상황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공주택, 사회주택의 확충 등 정부의 임대시장 대책이 시급하다. bienns@ekn.kr

[EE칼럼] 탄소중립형 AI 데이터 센터

필자가 유학 시절 학생 가족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인도계 가족이 있었는데 나름 엘리트 의식이 있고 서구 문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자신들 가족이 모두 채식주의자들이라고 해서 조금 놀랜 적이 있었는데 인도인이 채식주의여서가 아니라 체형이 채식주의자들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인 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체형인데 그런 채식주의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가 물어보니 주식이 감자 튀김이었다. 감자가 채소임에는 틀림없으니 채식주의자는 맞는 셈이다. 반대로 카니보어 다이어트(Carnivore Diet)라는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가 있는데 육류만을 섭취하여 체중감량, 혈당조절, 소화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탄소중립은 '배출을 줄인 결과'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이 단순한 정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탄소중립은 결과가 아니라 특정 수단, 즉 재생에너지로 치환되었다. 그 결과 정책은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전제는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정책은 이 전제를 사실상 교리처럼 취급하고, 다른 선택지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신념에 가깝다. 목표를 수단으로 환원하는 순간, 정책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스스로 경직된다. 이러한 전제의 취약성은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무엇보다 24시간 끊김 없는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조달만을 허용하겠다는 접근은 현실 조건을 무시한 채 이상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과학기술부가 LNG 등 다양한 발전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현실 인식에 가깝다. 반면 이를 배제하려는 입장은 정책 목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설정된 전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더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LNG 발전이 경제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력 공급 수단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계통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상시 부하를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고, 저장 기술 역시 아직 비용과 규모 측면에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반면 LNG는 비교적 낮은 비용과 높은 운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실제로 작동하는 전력 공급 수단이다. 그럼에도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정책이 현실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전원을 제거한 채 이상적인 구조만을 강제하면 결과는 명확하다. 기업은 비용 상승을 감수하거나, 불확실한 전력 환경을 떠안거나, 아예 다른 국가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정책 설계 실패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다. 결국 탄소중립을 내세운 정책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전력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경로 설계의 부재다. 배출을 얼마나, 어떤 속도로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계획 없이 특정 수단만을 앞세우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선언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 공백을 시장은 불신과 회피로 채우게 된다. 탄소중립은 수단이 아니라 결과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결과를 관리하기보다 수단을 강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정책은 점점 더 많은 예외를 만들고, 더 많은 갈등을 유발하며, 더 낮은 신뢰를 낳는다.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수정되지 않는다. 충돌할 뿐이다. 고기를 끊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지 않듯,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수단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만 해법을 찾는 접근은 결국 목표를 왜곡한다. 탄소중립을 진정으로 달성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강제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설계다. 지금의 방식은 전환을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연시키고 있다. 뚱뚱한 인도인 채식주의자들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이다. ekn@ekn.kr

금리 전망 ‘동결 기조’ 속 분기점...변수는 커진 ‘비용 압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 방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입물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와 성장 간 상충이 뚜렷해진 가운데, 물가안정이라는 한은의 핵심 책무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금리 경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현송 총재는 취임식에서 향후 4년간의 정책 과제로 물가·금융안정을 최우선에 올렸다. 수입물가가 9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고물가 압력이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 물가 흐름은 가파르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전월 대비 16.1% 오르며 2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8.4% 상승했다. 원재료·중간재·자본재·소비재 전반에 걸친 동반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비용발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산물과 기초소재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기관들이 이미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시점은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발표 이전이다. 최근 급격한 가격 변동이 추가로 반영될 경우, 물가 전망치의 추가 상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 총재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 간 상충 시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며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급 충격이 근원물가로 전이될 경우 통화정책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리 인상론의 근거는 단연 고물가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두 차례(총 50bp) 인상을 전망했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에 필요한 기간, 글로벌 에너지 시장구조 재편 등이 인플레이션 하한선을 높인다는 논리다. 메리츠증권 역시 기대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근거로 최대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외 여건도 인상론에 힘을 싣는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지난달 원유 생산량을 전월 대비 28% 줄였다. 이라크는 260만 배럴(61%) 감산에 나섰다. 수출 차질로 재고가 쌓이면서 저장 여력이 한계에 부딪힌 영향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지난달 원유 생산량을 전월 대비 28% 끌어내렸다. 이라크의 경우 260만배럴(61%) 감산했다. 수출길이 막힌 원유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충격의 여진이 이어질 경우, 한은이 우려하는 '2차 파급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에너지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한 것은 도입 물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원유 수입이 정상화되면 고유가가 수입 단가에 반영되면서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상 횟수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은 연내 1회 인상을 예상했다. 저성장 우려가 여전하지만, 반도체 수출 회복과 추경 효과 등이 동결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결을 전망하는 증권사들의 시각은 상대적으로 폭이 넓다.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현 수준(연 2.50%)에서 유지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후 경로를 두고는 '동결 장기화'와 '내년 인상'으로 의견이 갈린다. 우선 시차를 두고 인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상상인증권과 iM증권은 올해는 동결을 유지하되 내년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요국 통화정책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매파적으로 기울 경우 동결 기조를 고수하면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교보증권·SK증권·유진투자증권·하나증권은 올해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연내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자극 요인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시각이다. 반면 키움증권과 LS증권 등은 저성장 흐름과 업종 간 양극화 심화를 감안할 때, 한은이 매파적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동결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둔 그룹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에 크게 불거진 기준금리 인상 기대에 대해 너무 급격한 통화정책 경로 전망에 대한 변화라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적어도 지금 금리 전환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중동 사태 및 유가 급등은 논거 자체가 지니는 영향력이 약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고려대 온코마스터, 바이오 창업 성공모델 도약

고려대의료원은 22일 “우수 기술과 R&D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한 고려대학교 의료기술지주 자회사 ㈜온코마스터(대표이사 장우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인공지능(AI) 신약개발기업 온코크로스에 흡수합병되며 바이오 창업의 성공 모델로 발돋움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대학 내 연구 성과가 단순히 기술 이전에 머물지 않고 기업화와 성장을 거쳐, 대형 플랫폼 기업과 결합해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의료원은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온코크로스는 특히 자체 AI 플랫폼을 활용한 '약물 적응증 확장'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두 기관은 이번 합병을 통해 온코마스터가 보유한 풍부한 임상 코호트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온코크로스의 AI 플랫폼에 통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항암제 적응증 및 바이오마커 발굴 AI(ONCO-RAPTOR AI) 고도화, 암 조기 진단 솔루션(ONCOfind AI) 개발 가속화 등 시너지를 창출할 전망이다. 온코마스터는 2022년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인 'K-MASTER 사업단'의 성과를 기반으로 탄생한 암 정밀의료 플랫폼 기업이다. 암 환자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의사결정지원 시스템(CDSS)을 제공하며,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정밀의료 솔루션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왔다. 2024년 NVIDIA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인셉션' 선정, 유한양행 등 제약바이오기업과의 신약개발 공동 연구, 2025년 중기부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플러스' 선정 등 차세대 K-바이오 유망주로 관심을 모았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 김학준 대표이사는 “이번 합병은 고려대의료원이 보유한 우수 기술과 연구 성과가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하고, 기술 사업화의 성공적인 결실을 맺은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제2, 제3의 온코마스터가 나올 수 있도록 연구 창업 지원과 인프라 확충에 힘써 의료 산업 발전의 선순환 생태계를 확립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유가發 생산자물가 급등…소비자물가 ‘연쇄 상승’ 경고등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수입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도 큰 폭으로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년=100)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6% 상승했으며,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1.6% 오른 2022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석탄·석유 제품이 31.9% 급등하며 공산품 가격(3.5%)을 끌어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가장 상승폭이 크다. 화학제품은 6.7%, 컴퓨터·전자·광학기기는 4.1% 각각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나프타가 68% 급등했다. 에틸렌은 60.5%, 경일렌 33.5%, 경유 20.8%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컴퓨터기억장치는 101.4%, D램은 18.9% 상승했다. 반대로 농림수산품은 3.3% 하락했다. 농산물(-5.0%), 수산물(-2.0%), 축산물(-1.6%)이 모두 낮아졌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3.0%)가 내리며 0.1% 하락했다. 서비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3% 상승했다. 이 지수는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다. 원재료(5.1%)와 중간재(2.8%)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수출품까지 포함하는 총산출물가지수도 4.7% 상승했다. 공산품이 7.9%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다. 한은은 지난달 급등한 유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향후 흐름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수입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크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美서 기술력 증명나선 K-바이오…글로벌 항암 시장 ‘정조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세계 3대 암학회로 불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가 진행 중인 미국 샌디에이고에 총집결했다. 리보핵산(RNA) 치료제 등 혁신 기술부터 위탁개발생산(CDMO) 플랫폼까지 항암 분야 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과시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진행 중인 AACR 2026에선 HLB그룹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온코닉테라퓨틱스, 알지노믹스 등 국내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이 다수 참가해 신약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CDMO 기업 역시 글로벌 잠재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AACR은 전세계 140여개국에서 2만여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연례 학술대회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손꼽힌다. 타 학회 대비 상대적으로 초기단계 기술 발표가 집중돼 기술이전을 노리는 글로벌 바이오벤처의 등용문으로 평가된다. 우리 업계 중 구두발표 세션에 참가해 AACR 연단에 오른 신약개발 기업은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와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알지노믹스 등 두 곳이다. 이들 업체는 각각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고형암 치료제(베리스모)와 RNA 기반 항암제(알지노믹스)의 초기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베리스모는 지난 20일 AACR에서 자사 고형암 CAR-T 치료제 'SynKIR-110'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발표에선 SynKIR-110의 인체 대상 임상 1상 용량증량 연구 결과(코호트 1~3)가 제시돼 우수한 초기 항종양 활성 효과를 증명했다. 코호트 1·2 환자(각 1명)와 코호트 3 환자(2명)에서 종양 크기가 최대 47%까지 감소한 결과를 공개하면서다. '면역반응 평가(iRECIST)' 기준으로는 코호트 3 환자 중 1명에서 부분관해(PR) 반응이 추적관찰 6개월 시점까지 유지됐다. 연자로 나선 야노스 타니이 펜실베니아대학교 펄먼 의과대학 부교수는 “SynKIR-110은 첫 3개 용량 코호트에서 용량제한독성(DLT) 없이 양호한 안전성과 치료 가능성을 보였고, 용량이 증가할수록 생물학적 활성과 질병 안정 효과도 함께 확인됐다"며 “초기 임상 단계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알지노믹스는 앞서 지난 19일 자사 RNA 기반 항암제 'RZ-001'의 간세포암(HCC) 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RZ-001은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 주성분)·베바시주맙(베그젤마 주성분) 등 기존 1차치료제와 병용 투여한 결과, '종양 크기 측정(RECIST)' v1.1 기준 종양반응률(ORR)이 '반복평가 반응'과 '최초평가 반응'에서 각각 38.5%·46.2%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초기 ORR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는 “이번 AACR 구두 발표를 통해 리딩 파이프라인인 RZ-001의 안전성 및 유효성 초기 신호와 가능성을 글로벌 학계에 제시할 수 있었다"며 “RZ-001 개별 파이프라인 뿐만 아니라, RNA 트랜스-스플라이싱 플랫폼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일 자사 1호 신약인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SBE303'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최초 공개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발표에 따르면, 종양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넥틴-4' 단백질을 표적하는 SBE303은 기존 동일 기전 치료제 대비 우수한 종양세포 결합 특이성과 약물전달 효율성을 확인했다. 안전성의 경우 기존 치료제의 주요 이상반응인 피부 독성이 개선됐으며, 중증 부작용인 간질성 폐질환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 밖에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사 차세대 이중표적 항암제 '네수파립'의 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비암상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약효 데이터에 기반한 기전적 차별성을 내세웠다. 신약개발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CDMO 업체도 올해 AACR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사 수주경쟁력을 과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참가한 올해 AACR에서 포스터 발표를 통해 위탁연구(CRO) 서비스인 '삼성오가노이드'와 이중항체 위탁개발(CDO) 기술인 '에스-듀얼' 플랫폼 홍보에 나섰다. 신약개발 초기 단계 수요인 CRO·CDO 경쟁력을 부각하며 잠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락-인 효과' 겨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삼성오가노이드: 항암 신약 개발에서의 임상적 관련성 증진'을 주제로 구두 발표도 진행하며 자사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번 AACR에서 ADC 솔루션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DC 개발사를 대상으로 자사 솔루션의 구조적 안정성과 약물전달 효율성, 항체 범용성 등 경쟁력 알리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솔루플렉스 링크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별화된 플랫폼"이라며 “파트너사와 고객사가 차세대 ADC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신도시에 전력 케이블 공급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생산법인 LS-비나(VINA)가 빈그룹의 하이퐁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했다고 22일 밝혔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은 하이퐁시에 주거·상업·관광을 결합한 복합 신도시를 조성 중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도시화율 50% 달성을 목표로 두고,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에 따라 약 200조 원 규모의 발전·송전 투자를 추진 중이다. LS비나는 베트남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약 80%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베트남에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서 중장기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 관계자는 “도시화와 전력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LS비나의 중장기 성장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오존 핫스폿’으로 지목된 수도권·광양만권

국내에서 오존 농도가 특히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핫스폿(hot spot)' 지역으로 수도권과 전남 광양만권이 지목됐다. 경기 중부는 최근 5년(2021~2025년) 평균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22.2일로 가장 많았고, 전남 여수(20.6일), 순천(20.0일), 서울·경기 남부(17.6일)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여수·순천·광양은 별도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연재)과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송지현)가 공동 주최한 '제1차 대기환경 정책발전 학술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7일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오존 관리 정책 진단 및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7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연속 포럼의 첫 번째 일정이다. ◇“오존은 배출지와 농도 지역이 다르다"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김순태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오존 문제의 핵심으로 '공간적 불일치'를 지목했다. 오존을 생성하는 전구물질은 특정 지역에서 배출되지만, 실제 고농도 오존은 기상 조건과 이동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존 주의보 발령일수와 전구물질 배출량을 종합 분석해 수도권과 광양만권을 대표적인 '핫스폿'으로 제시했다. 특히 여수·순천·광양은 산업단지와 발전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오염원 특성도 지역별로 다르다. 수도권은 교통과 생활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충남과 광양만권은 발전소와 대형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산림에서 배출되는 자연발생 VOCs(BVOCs)까지 더해지면서 오존이 생성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김 교수는 “국내 대부분 지역이 VOCs에 민감한 구조를 보이는 만큼, 단순한 총량 감축이 아니라 지역별 민감도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산업 VOCs가 절반"…정밀 관리 필요 광운대 환경공학과 유경선 교수는 오존 생성의 핵심 물질인 VOCs의 배출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3년 기준 VOCs 배출은 가정·상업용 유기용제가 25.6%, 건축용 도장시설이 22.4%를 차지해 두 부문만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체 VOCs 배출량은 2019년 99만6000톤에서 2023년 88만6000톤으로 감소했지만,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오존 증가를 억제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유 교수는 “오존 생성 기여도가 높은 고반응성 VOCs를 선별해 관리하고, 사업장별 배출량을 화학물질 종류별로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굴뚝 자동측정기와 원격 측정 기술을 활용한 실측 기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소산화물만 줄이면 오히려 악화" 한국환경연구원(KEI) 대기환경연구실 심창섭 박사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오존 농도는 1997년 0.019ppm에서 2025년 0.033ppm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최근 5년간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NOx 배출량은 2016년 118만 톤에서 2022년 77만5000톤으로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오존 농도는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NOx 감소로 오존을 제거하는 반응이 약해지면서 대기 중 잔류 오존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심 박사는 △도심 VOCs 우선 감축 △메탄 등 단기체류 기후오염물질(SLCFs) 통합 관리 △고농도 지역 시공간 분리 관리 △정기적 정책 평가 △동북아 공동 대응 등 '5대 통합 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광양만, 오존주의보 오전에만 73%, 집중 조사중"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박정후 연구관은 국내 오존 현황과 함께 남부지역 집중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광양만권에서는 오존주의보의 73%가 오전 시간대에 발령되는 특이 현상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오존은 오후에 농도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패턴이다. 과학원은 2025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광양만권을 대상으로 집중 관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다음달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6주 이상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항공기 1대, 이동측정차량 5대, 20여 종 이상의 첨단 장비가 투입돼 VOCs 최대 216종을 포함한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오존 생성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예보 모델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오염"…정책 전환 요구 전문가들은 오존이 단순한 대기오염을 넘어 기후변화와 결합된 복합 환경 문제라고 지적한다. 오존은 온실가스로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1000에 달하며, 전체 기후변화 영향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농도 오존은 호흡기 자극과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농작물 수확량 감소 등 생태계 피해까지 초래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름철(5~8월)에는 오존주의보 발령일수가 60일 이상에 달하는 등 고농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4회 오존 예보를 실시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배출 사업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통해 2032년까지 오존 관리 목표 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학술토론회는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국내 대기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면서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오존을 비롯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자의 눈] ‘에너지안보 = 재생에너지’라는 함정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는 수입 연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에너지 안보는 '발전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일까.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 대신, 설비와 소재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에너지저장장치에는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자원의 가공과 정제는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연료 의존도가 줄어드는 대신 설비와 소재 측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의존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이란 사태처럼 주요 해상 물류 경로가 흔들릴 경우, 원유뿐 아니라 이러한 부품과 소재의 수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원전이나 LNG 발전, 혹은 에너지저장장치가 함께 운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설비 투자 역시 에너지 정책을 논의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송전망 문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입지 특성상 발전지와 수요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전 설비 확대와 동시에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송전 제약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어떤 에너지원이 더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연료, 설비, 공급망, 계통, 비용이 모두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중요한 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의 안정성, LNG의 유연성,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특정 방향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이란 사태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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