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가 지나고 나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와 피로가 심해 일상이나 학업·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귀향길·귀성길 장시간 운전, 편향된 가사 노동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감, 부부 갈등, 고부(시어머니·며느리) 사이의 신경전 등으로 인해 두통, 위장장애, 소화불량, 우울감, 가슴 답답함, 울화증 등 같은 질병 증상이 불거지기 일쑤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며느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명절증후군의 대명사로 등장한 이래, 이제는 '남편증후군, 시어머니증후군'이라는 말도 흔해졌다. 게다가 취업·결혼 등의 압박을 받는 젊은층, 공부에 시달리는 소아청소년까지 명절증후군은 세대와 남녀를 불문하고 겪는 '시대병'이 됐다. 이번 설 연휴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중계를 심야 늦은 시간까지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친 사람들이 상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최근 들어 '누구는 해외여행 가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상대적 빈곤감에 의한 스트레스가 명절증후군을 더욱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회복의 시간이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몸과 마음과 정신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와 마음의 앙금을 씻어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이야 말로 명절증후군 해소의 첫단추이다. 계속적으로 질 낮은 수면이 이어질 경우 피로뿐 아니라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생기거나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연휴 직후엔 망가진 수면 패턴을 바로잡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계속 누워있거나 너무 오래 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스트레스는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관을 좁혀 '혈류 감소→통증 증가→수면장애→면역 저하'의 악순환을 만든다. 스트레칭과은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회복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멈춰 있던 몸의 감각을 깨우고, 신체 인지 기능과 정서적 안정감을 동시에 향상시킴으로서 우울감이나 무기력과 같은 정서적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피곤하고 몸이 쑤신다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낮 시간의 산책으로 햇빛을 쬐면, 밤에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어 쉽게 잠이 오고 깊은 잠을 자는 데 도움을 준다. 걷는 도중에 가볍게 달리기를 반복하면 지루함을 줄일 수 있다. 가족간의 다툼, 친지들의 잔소리 등 불쾌했던 시간이 있었다면 불쾌한 경험이나 감정을 곱씹기보다는 명상이나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비우기를 하는 것 또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명절증후군 해소 첫단추는 질높은 수면…낮시간 산책이 효과적 명절에는 으레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물론 음식도 기름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절 후에는 가급적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간헐적 단식으로 일정기간씩 속을 비워주면 다이어트 효과뿐 아니라 정신이 맑아지는 덤까지 누릴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명절증후군이 생기면 소화가 안 되거나 구역감, 식욕 저하 등 소화기계 증상, 두통, 어지러움 등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불안, 두근거림, 답답함, 불면, 초조, 걱정, 무기력감 등의 증상도 동반되면 이른 시일 내에 진료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가족관계에 불화가 있거난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 명절이라 어쩔 수 없이 만난 경우, 그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화병(울화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화병은 오랜기간 지속된 부당한 대우나 충격적인 사건 이후 화가 해소되지 못하여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 느낌, 작열감, 답답함 등을 주소로 하는 분노반응의 하나이다. 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 여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은 20대·30대의 젊은 층에서도 화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청년기는 19세 이상 34세 미만으로 정의되는데, 이는 가족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해나가는 시기로, 취업이나 소득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분노에 적절히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화병은 자살 사고, 자존감저하, 수면 어려움 등 심리적, 생리적 문제를 일으켜 청년들이 교육적 성취나 직장 생활, 결혼 등 중요한 발달적 과업을 성취하기 어렵게 만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2015년 856명이던 청년 화병 환자의 수가 2021년 1925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여 청년 화병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화병연구센터는 “임상 현장에서도 직장 업무 스트레스나 취업난,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 풍토 등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청년 화병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덕성여대 심리학과 최승원 교수팀(김지수·박성아)의 '20대 여성 화병 환자의 화병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청년 화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화병은 더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부당한 사건에 대한 분노 억제가 반복되어 정서 및 신체 증상이 발현된다는 점에서는 청년과 중장년층의 화병 경험 양상이 유사하였다. 하지만 청년 화병 환자의 경우 중장년층과 달리 분노가 폭발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명절후유증 대표증상 '화병', 중장년층 전유물서 청년층으로 확대 다음은 한의학에서 소개하는,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명절증후군 극복 팁' 다섯 가지이다. 하나, 머리 '콕콕콕' 자극하기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조여드는 느낌을 넘어 뒷목이 뻣뻣하고, 속까지 메스껍다면 심각한 상태다. 이럴 때 뇌를 자극하는 느낌으로 머리 위쪽과 옆쪽을 골고루 손가락을 세워 꾹꾹 눌러주고, 시원한 느낌이 들 때까지 가볍게 톡톡톡 두드려 준다. 손가락 끝으로 머리 두드리기를 해주면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충분한 산소 공급으로 정체된 기혈의 흐름을 좋게 해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 아랫배 하단전 두드리기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끝을 약간 안쪽으로 모은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주먹을 쥐고 배꼽 아래 아랫배를 두드린다. 두드릴 때마다 무릎도 약간씩 반동을 준다. 앉아서, 누워서도 두드릴 수 있다. 단전 두드리기를 하면 장이 자극을 받아 온몸에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하루 5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하면 온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피로감이 쉽게 사라지면서 활력이 생긴다. 셋, 수욕(水浴)이다. 수욕은 손과 팔, 어깨에 쌓인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다. 대야에 약간 뜨거운 물을 받아 양쪽 손목 위까지 담근다. 손을 담근 채 손 운동이나 마사지를 한다. 물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10~15분쯤 충분히 수욕을 한 후 물기를 닦는다.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심호흡을 하면 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넷, 진피탕욕이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말린 귤 껍질(진피)을 넣고 온몸을 담근다. 이것을 '진피탕욕'이라고 하는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뭉쳐 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 진피의 은은한 향은 명절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다섯, 늙은 호박 어깨 찜질이다. 근육통이 심하고 어깨가 결릴 때는 늙은 호박을 이용해 찜질을 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늙은 호박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냉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늙은 호박을 껍질째 찐 다음 뜨거운 채로 으깨어 거즈에 싼 후 아픈 부위에 올려 놓는다. 하루에 2~3회 반복하면 증상이 한결 호전될 수 있다. 1. 잠을 잘 못 이루거나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2.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3. 전에 없던 두통이 생기고 소화가 잘 안 된다 4. 쉽게 숨이 차고 얼굴과 온 몸에 열이 오른다 5.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빨리 뛰고 벌렁거린다 6. 만사가 귀찮고 기운이 업고 의욕이 떨어진다 7. 명치 끝에 돌덩이가 뭉쳐져 있는 것 같다 8. 혓바늘이 돋고 음식을 삼키기가 힘이 든다 9. 아랫배가 고춧가루 뿌려진 듯 따갑고 아프다 10. 목 안에 뭔가가 꽉 차거나 걸려 있는 것 같다 *이대목동병원 제공(2~3가지 이상 체크가 되는 경우전문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음)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