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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부터 ‘내란 우두머리’ 재판까지…초유의 순간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이 13일 결심 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06일 만이자,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사상 처음 구속기소 된 지 345일 만에 최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적 판단을 남겨두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열고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정국은 즉각 혼란에 빠졌다. 국회 출입이 전면 봉쇄됐고,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진입 시도가 이어지면서 의사당 주변에서는 고성과 비명이 뒤섞였다. 그러나 여야 의원 190명은 계엄 선포 약 150분 뒤인 4일 새벽 1시 1분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은 선포 6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은 단시간에 종료됐지만, 이후 정국은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국회는 두 차례에 걸친 표결 끝에 같은 달 14일 윤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고,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탄핵심판과는 별도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수사와 형사재판도 병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5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았고, 같은 달 19일 서울서부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직후에는 지지자 수십 명이 법원을 침입한 이른바 '서부지법 폭동 사태'까지 발생했다. 검찰은 같은 달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지난해 2월 20일과 3월 24일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정식 공판에 앞선 지난해 3월 7일,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다음 날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법원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여부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검토가 이뤄졌지만, 결국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구속 50여 일 만에 석방됐다. 한 달 뒤인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선고했다. 탄핵 국면을 거쳐 출범한 3대 특검 가운데 내란 특검은 준비 기간을 반납한 채 수사에 착수했고, 출범 16일 만에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운 뒤 다시 구속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지난해 4월 14일 첫 정식 공판을 시작으로 9일 결심 공판까지 총 42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모두 61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 비상계엄 전후의 경위를 진술했다. 계엄 당시 이른바 '체포조'에 투입된 부대원들을 비롯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차례로 증언대에 섰다. 재판 초반 적극적으로 자기변호에 나섰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일 체포방해 혐의 등 별도의 사건으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된 이후 한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구치소에 머물던 윤 전 대통령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석 달 만이었다. 곽 전 특전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해 10월 30일 공판부터 출석을 재개했다. 재판은 전례 없이 중계됐고,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이 핵심 증인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며 공방을 벌이는 장면도 모두 공개됐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을 통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며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막바지까지도 비상계엄은 경고성 '메시지 계엄'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580조’ 특허 빗장 풀린다…기회 노리는 K-제약바이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최대 584조원 규모의 의약품 특허 만료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케미컬)의약품 분야에서 모두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들의 특허가 순차 만료됨에 따라 복제약 시장 확대, 기술수출 등 글로벌 진출 기회가 창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포함한 200여개의 의약품이 '특허 절벽'을 맞으며 최대 4000억달러(약 584조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허 절벽은 의약품 등 제품의 특허(통상 20년)가 만료돼 복제약 등이 시장에 진입하며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과 수익이 급감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컨데, 지난 2022년 당시 글로벌 매출 1위(212억달러)에 오른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경우, 암젠의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 출시로 특허 절벽이 본격화한 2024년 매출이 90억달러 급감했다. 특히, 향후 5년간 벌어질 대규모 특허 절벽에는 글로벌 매출 상위 의약품이 대거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사노피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듀피젠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등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 이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는 키트루다가 1위, 듀피젠트가 5위, 위고비가 8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위를 매출 상위 20위권(2024년 기준)까지 넓히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13위)'와 로슈의 다발성경화증치료제 '오크레부스(20위)'도 같은 기간 특허 절벽을 맞는다. 향후 5년간 글로벌 매출 20위권 안에서만 최소 5개 품목이 특허가 만료되며 대규모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들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현재까지 품목 허가를 획득한 바이오시밀러가 부재한만큼, 특허 만료를 겨냥한 글로벌 복제약 개발 경쟁이 본격화한 상태다. 이에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해당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4월부터 글로벌 임상 1·3상을 병행하는 '오버랩' 전략을 통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10개 이상 신규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듀피젠트 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도 오크레부스 바이오시밀러 'CT-P53'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임상 3상을 각각 지난해 6·7월에 본격 착수했다. 특허만료 예정 의약품에 대한 국내 전통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참전도 잇따른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9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MO)·분석기업 프로티움사이언스와 포괄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도전을 공식화했다. 앞서 대웅제약도 같은 해 7월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첫 파이프라인으로 듀피젠트를 선정했다. 종근당의 경우, 지난 2022년 싱가포르 제약사 파보렉스로부터 후보물질 'CKD-920'의 판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등 주요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을 면제하는 등 개발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비(非) 바이오시밀러 기업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올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시 임상 3상을 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과 비용면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새로운 기업들이 다수 진입할 수 있어 바이오시밀러 기업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시밀러 뿐만아니라 케미컬의약품 제네릭 개발 경쟁 역시 확대될 조짐이다. 올해부터 BMS의 항응고제 '엘리퀴스'와 다발골수종 치료제 '포말리스트, 노바티스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케미컬의약품 특허가 순차 만료되는 탓이다. 이들 세 품목의 특허절벽에 따른 매출감소 전망치는 60억달러(8조8000억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특히 엘리퀴스의 경우 지난 2024년 국내 특허(물질특허)가 만료됐고, 포말리스트와 엔트레스토의 경우 특허만료를 앞두면서 그간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제네릭 개발 경쟁이 전개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결과 대미 수출 제네릭의 무관세가 확정되면서 이번 특허 만료가 국내 제약사의 수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대규모 특허 절벽으로 매출 타격을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 효율화와 후보물질·플랫폼 등의 기술도입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허 절벽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합산 2560억달러의 매출 공백에 직면하면서 사업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축소, 인력 재편,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위탁개발생산(CDMO)와 신약개발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파마는 비용 효율화를 위해 자체 생산시설 투자보다는 외부 생산 아웃소싱을 늘리는 추세"라며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약 기술도입과 공동개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주간증시] 코스피 연초 급등…다음 주 미 판결·물가 변수 주목

연초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수급과 실적 상향 기대가 맞물리며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권가는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실적과 AI 인프라 투자 흐름을 감안할 때 중기적 주가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95포인트(0.75%) 오른 4586.32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올해 들어 6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주간 기준 상승률은 6%를 웃돌았다. 지수는 5일 4457.52에서 출발해 6일 4525.48, 7일 4551.06, 8일 4552.37로 연일 고점을 높여왔으며, 장중에는 46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6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과 개인이 각각 1조원 안팎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물량을 받아냈다. 외국인 매도에도 지수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점은 내부 수급의 지지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이번 상승장의 주도 업종은 반도체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대형주 랠리가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며 지수 전반을 끌어올렸다.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가 잇따라 상향 조정되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수요 확대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반도체 공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반도체 공급업체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주간 기준 16% 이상 급등하며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상사·자본재와 자동차 업종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호텔·레저, 비철·목재, 화학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현대차그룹 역시 피지컬 AI 사업 기대가 부각되며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주 전반이 강세 흐름을 나타내ㅛ다. 증권가는 다음 주를 기점으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4250~4700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 수준으로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코스피 전체 실적 전망치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연초 대비 20조원 이상 상향됐으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이익 합산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단기 리스크 요인도 공존한다.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근거 관세의 합법성에 대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경계심리가 형성되고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미 정부 재정 부담과 국채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국내 증시에도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초 이후 지수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음 주에는 주요 글로벌 이벤트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해 고용·물가 지표 발표가 이어지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도 확대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의 고객 예탁금이 9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추가 자금 유입 여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가 장중 4600선까지 오르며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주가 환경은 여전히 혼재된 상황"이라며 “미 대법원 판결 등 이벤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제외한 다음주 주요 요인들은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며 “12일 JPMHC가 시작되면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13일 발표 예정인 12월 미국 CPI는 전월과 같은 +2.7% 수준이 예상되고 있어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상법 개정 비웃는 ‘지배주주의 꼼수’, 사각지대서 ‘약탈적 막차’

정부가 1·2·3차에 걸친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고 있다.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그동안 시장이 갈망하던 제도들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대형주 시장의 이면, 코스닥 상장사와 비상장사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밸류업이라는 구호가 이들에게는 닿지 않는 메아리처럼 들리는 이유다. 최근 자본시장 현장에서 목격되는 일련의 사태들은 '선진화'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퇴행적이다. 제도 개선의 과도기를 틈타, 규제의 그물망이 촘촘해지기 전 '막차'를 타려는 오너들의 변칙 행위가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어서다. 최근 논란이 된 한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자사주 처분 사례가 단적인 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자, 이 회사는 시세 조종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냉각 기간' 규정마저 무시한 채 처분을 강행했다. 매수 주체는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였고, 처분가는 순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사실상 회사의 알짜 자산을 헐값에 넘겨 지배력을 강화하는 '터널링'의 전형이다. 비단 한 기업만의 일탈이 아니다. 한 게임사 계열 비상장사 B사가 추진하는 '1만 대 1 감자'는 더욱 노골적이다. 결손금 보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은 소액주주들을 단돈 몇 푼에 강제로 쫓아내는 '스퀴즈 아웃(Squeeze-out)'의 변칙적 활용이다. 현행 상법이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한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굳이 보상 의무가 없는 '감자'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명백한 탈법적 꼼수다. 주주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을 비웃는 행태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법 개정을 앞둔 지배주주들의 초조함을 대변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고 자사주 활용법이 원천 봉쇄되기 전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하겠다는 '약탈적 경영'의 발로다. 코스피가 '오천피' 시대를 꿈꾸는 동안, 중소형주 시장의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화려한 대형주들의 주주환원 공시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이 '기형적 지배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제도적 빈틈을 노린 꼼수가 성공할 때마다 자본시장의 신뢰는 한 뼘씩 무너진다. 금융당국은 상법 개정의 상징적 구호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변칙적 자산 이전과 주주 축출 행위에 대해 서슬 퍼런 감시와 엄단에 나서야 한다. 시장 선진화의 척도는 지수가 아니라, 법망 뒤에 숨어 주주를 기만하는 구태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소외된 시장의 비명이 멈추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한 과제일 뿐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李 대통령 “통 큰 지원 약속”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만나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조속히 추진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전·충남에 이어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광역자치단체 통합 움직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인 6·3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했던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남·광주 통합 논의에 맞춰 재정 지원 대규모 확대, 공공기관 이전, 산업 및 기업 유치 지원 등 호남 발전의 획기적인 대전환이 가능할 정도의 통 큰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또 “호남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특별한 기여를 했고, 산업·경제 발전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다.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김 의원은 덧붙였다. 오찬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발전 정책 지원을 통해 지역 발전의 중대한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전원 광주·전남 통합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 특별시장 통합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통합 결의는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전남 통합 특별위원회 구성을 당에 요구하기로 했고, 특위는 통합 특별시 지원 특례 법안을 만들 예정"이라며 “15일 전남·광주 통합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한 뒤 통합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 이후 행정 체계와 관련해 김 의원은 “통합특별시 명칭은 정하지 않았지만, 청사 명칭은 1·2 청사가 아니라 각 지역명을 붙여 지역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했다"며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은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전 가능한 공공기관과 관련해서는 “광주·전남이 농수산물의 큰 생산지인 만큼 연관 공공기관을 검토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당위원장인 양부남 의원은 “15일 공청회가 열리고, 그 의견을 담은 특례 내용을 국무총리가 발표할 것"이라며 “2월쯤 확정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국방·외교·사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이양해 자치정부 형식을 갖추는 방향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정진욱 의원은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데 전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주민 의사가 중요한 만큼 주민설명회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행정통합 추진 방침을 밝히자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주도 성장'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는 데 국민의 뜻이 모이고 있는 것 같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5일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실무 준비에 착수했으며, 이번 오찬은 이러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에도 대전·충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대전·충남 통합 추진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을 '5극'으로 육성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탈피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칼로리 낮추고, 식이섬유 높이고…즉석밥도 식단관리가 대세

즉석밥 시장 규모가 10년 새 2배 이상 커진 가운데, 즉석밥의 프리미엄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는 칼로리를 낮추고 식이섬유를 높인 식단관리형 즉석밥을 잇달아 출시하며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즉석밥 시장 2위 업체인 오뚜기가 식단 관리에 특화된 즉석밥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제품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즉석밥 신제품 '식이섬유 플러스 현미밥·보리밥' 2종으로, 1인분(130g)에 기존 오뚜기밥(210g)보다 3배가량 높은 식이섬유 6g을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안하는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의 약 24%에 해당한다. 또 온라인 주력 제품으로는 '가뿐한끼 곤약밥' 2종(곤약백미밥·곤약현미잡곡밥)도 새로 선보였다. '가뿐한끼 곤약백미밥'은 쌀과 곤약을 섞어 칼로리를 낮추고 포만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식감과 맛은 흰쌀밥과 유사하지만, 한 그릇(130g) 기준 열량은 145kcal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가뿐한끼 곤약현미잡곡밥'은 곤약에 현미, 귀리, 찰보리 등을 더해 잡곡밥의 영양은 살리고 칼로리는 한 그릇(130g) 기준 135kcal로 낮췄다. 특히 현미잡곡밥에는 식이섬유 4.9g이 함유되어 있어 보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앞서 오뚜기는 현미밥이나 흑미밥 등의 제품이나 제품 함량에 변화를 준 제품, 식감에 변주를 준 제품(진밥, 된밥) 등을 선보인 바 있지만, 직접적으로 '식단 관리'에 포인트를 맞춘 제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뚜기 측은 “변화하는 식생활 트렌드에 맞춰, 일상에서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즉석밥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즉석밥 신제품에는 상당한 기술이 들어가 있다. 가령 쌀밥에 곤약밥을 섞은 즉석밥의 경우, 곤약과 잡곡의 비율이나 수분과 식감 제어, 보존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즉석밥 대비 진입장벽이 높다. ​즉석밥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9월 처음으로 곤약밥을 선보였는데, 2024년 5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CJ제일제당은 재작년 '서리태 흑미밥'과 함께 '렌틸콩퀴노아 곤약밥', '병아리콩퀴노아 곤약밥' 등도 출시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서리태 흑미밥'을 소개하면서 “기존에는 통으로 원물을 넣은 즉석밥 구현이 어려웠으나, 최적 열처리와 수분제어 기술로 서리태를 통째로 익히는데 성공해 고소한 맛과 식감을 살렸다"고 소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식단 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건강에 초점을 맞춘 즉석밥 시장의 경쟁도 격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형 즉석밥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단순 저칼로리 경쟁을 넘어 혈당 관리·단백질 비율·포만감 등 여러 부문이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호텔신라, 신라모노그램 내세워 중국 진출 본격화

호텔신라가 3대 브랜드 중 하나인 신라모노그램을 내세워 '신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호텔신라는 내달 2일 중국 시안에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신라모노그램을 오픈한다. 신라모노그램은 객실과 서비스 수준으로 분류하는 체인 스케일에 따라 럭셔리(더 신라)-어퍼업스케일-업스케일(신라스테이)-미드스케일-이코노미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신라모노그램은 최상위급인 더 신라가 추적해온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각 지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휴양을 즐기는 리조트형 호텔을 표방한다. 규모는 지상 22층, 총 264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한식당·중식당·올데이 다이닝 등 총 3개의 레스토랑과 22층 라운지, 실내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됐다. 전 객실은 시안 도심과 자연 경관을 파노라마 뷰로 조망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휴양 등 다양한 투숙 목적을 고려해 기존 신라모노그램 대비 넓은 객실 면적으로 설계됐다. 특히 한식당은 시안 내 유일한 전문 한식당으로, 전통 한식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중식당은 광둥식을 기반으로 로컬 음식과 한국식 중화요리를 반영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뷔페 형태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은 한식 메뉴 비중을 강화해 차별화한다. 현재 신라모노그램은 2020년 오픈한 베트남 다낭, 국내에서는 강원도 강릉에서 운영 중이다. 두 번째 해외 진출지로 시안을 선택한 배경에는 관광 수요가 증가할 요소가 많은 잠재력이 꼽힌다. 우선 한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제 시행으로 중국 여행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가까워 약 3시간 내외로 접근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 이미 인기 관광도시로 자리 잡은 베이징, 상하이와 달리 시안은 주나라부터 당나라까지 총 13개 왕조의 수도로서 역사 유적이 풍부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진시황릉과 병마용을 비롯해 현존 최대 규모의 시안 성벽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와 함께하는 교육 여행지로도 부상했다. 호텔신라는 신라모노그램의 중국 진출을 통해 중화권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 및 사업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위탁운영 방식을 활용해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춰 브랜드별 진출 전략을 더욱 세분화하는 전략으로 중국 염성과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오픈할 예정이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李 정부서 ‘의약품 허가’ 증가세…심사속도 빨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 실적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가세로 전환했다. 정부가 '바이오 5대 강국' 도약 목표 아래 의약품 심사기간 단축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의약품 허가 건수는 전년대비 70건(20.9%) 증가한 405건으로 집계됐다. 식약처 연간 의약품 허가 건수는 지난 2022년 이후 약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허가 실적은 하반기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정부의 의약품 심사 단축 성과를 입증했다. 지난해 하반기 허가 건수는 225건으로 같은 해 상반기 180건보다 45건(25%) 늘었으며, 전년 동기(134건)와 비교하면 67.9%(91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의약품 허가에 속도를 내면서 허가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의약품 심사 단축 의지에 따라 향후 허가 실적도 지속 상승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 허가 기간을 종전 406일에서 295일까지 줄이고, 올 4분기부터는 심사인력 확충과 허가 프로세스 개편을 통해 240일까지 추가 단축할 방침이다. 앞서 오유경 식약처장도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420일이 걸리던 바이오시밀러등의 허가·심사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24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허가·심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심사 효율도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식약처 내부적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의 인력 충원에 나서며 의약품 허가·심사 기간 단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식약처는 오는 20일까지 신약·바이오시밀러·의료기기 등의 허가·심사를 담당하는 일반직(약무·의료기술), 연구직(보건·공업), 임기제(일반) 공무원 등 198명을 공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식약처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채용규모다. 이들 신규 인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품질·안전성·유효성 심사와 안전관리 등을 집중 담당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이번 채용을 통해 신약 등의 규제 병목을 해소해 신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채용이 신약 등의 심사 전문성을 높이고 의료제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하가하는 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쿠팡 휘청이자 공세 퍼붓는 신세계 이커머스…차별화 성공할까?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이 흔들리는 틈을 타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양대 축인 SSG닷컴·G마켓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탈팡족 유치로 신규 고객을 늘리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차별화된 혜택으로 갈아타기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지난 7일부터 신규 유료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운영하며 소비자 끌어 모으기에 공들이고 있다. 기존 그룹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그로서리 특화 멤버십 '쓱배송클럽' 모두 정리하되, 적립 구조·월 이용료 등 타사와의 차이점을 부각한 새 멤버십을 내놓은 것이다. SSG닷컴이 강조하는 쓱세븐클럽의 장점은 업계 유일하게 '고정형'으로 설계된 적립 구조다. 이 멤버십은 쓱배송(주간·새벽·트레이더스) 상품을 얼마나 구매하든 결제 금액의 7% 적립을 보장해주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쓱배송 상품을 4만원·7만원씩 사면 2800원, 4900원을 그룹 계열사에서도 사용 가능한 SSG머니로 돌려주며, 월 최대 적립 한도는 5만원이다. 이는 구매 실적에 따라 차등형 적립금을 지급하는 타사와 비교하면 더 대조적이다. SSG닷컴 설명대로라면, 구매 금액별로 컬리(월 한도 최대 10만원)는 3~7%의 적립금을, 네이버(월 한도 최대 6만6000원)는 2~5%의 적립금을 준다. 쿠팡은 적립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합리적인 이용료도 내세웠지만 아직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업계 분석이다. 월 구독료만 놓고 보면 쓱세븐클럽(2900원)은 컬리(1900원)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비교적 가격이 높은 네이버(4900원)·쿠팡(7890원)보다 당장에 연계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게임·웹툰·음악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제휴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은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 자체 OTT·배달 앱과 연동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SSG닷컴도 오는 3월 '티빙'과 협업해 옵션형 모델을 출시한다고 예고한 터라. 향후 제휴 통합 멤버십으로 전환 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관건은 배송 경쟁력이다. 쓱세븐클럽은 쓱배송으로 4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 이는 네이버(1만원 이상)·쿠팡(와우회원 무료 배송)는 물론, 매월 2만원 이상 결제 시 사용 가능한 무료배송 쿠폰 31장을 지급하는 컬리보다 사실상 기준이 더 높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와 관련해 SSG닷컴 관계자는 “쓱세븐클럽 핵심 타깃은 30~40대 장보기 고객으로, 당사 장보기 이용객 고객 건단가는 4만원을 훨씬 상회한다"며 “월 적립 한도도 4인 가구의 월 평균 식비나 생활용품 지출액을 고려한 것"이라며 사실상 제약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신세계그룹의 또 다른 핵심 이커머스인 G마켓도 마케팅 공세와 배송력도 보강해 탈쿠팡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G락페 등 대규모 특가전을 운영한 데 이어, 이달부터 기존 익일배송 서비스 '스타배송'도 주 7일로 강화했다. 올 상반기 중 신규 멤버십 출시도 앞두고 있어 그룹 통합 멤버십 종료에 따른 혜택 공백 우려도 떨쳐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쓱세븐클럽 출시와 더불어 SSG닷컴과 독자 노선을 더 강화하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신세계유니버스클럽과 달리 이번 쓱세븐클럽의 경우 G마켓·옥션 혜택은 빠졌다. 업계는 최근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 그룹과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출범하면서 G마켓이 자회사로 편입된 데 따른 영향이라 풀이한다. G마켓 관계자는 “향후 내놓을 멤버십은 현재 설계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어렵다"면서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와 연계성은 전혀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수주잔고 130조 ‘장전’…K-방산 빅4, 올해 ‘영업익 6조’ 쏜다

국내 방위산업을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소위 '빅 4'가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글로벌 안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이들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6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1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컨센서스를 종합한 결과 2026년 K-방산 빅4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65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1조2382억원, 2024년 2조6529억원, 5조 원대 초중반대로 예상되는 2025년에 이은 폭발적인 성장세다. 때문에 외형 확장을 넘어선 수익성의 '퀀텀 점프'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실적 급증의 핵심은 내수 중심에서 고마진의 수출 중심으로 재편된 매출 구조에 있다. 방위사업법에 따라 국내 통상 내수 물량은 영업이익률이 9%에 그치는데, 실제 정부 주도의 경직된 원가 산정 방식·제한적인 내수 시장 규모, 비합리적인 규제·비용 전가 등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낮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수출 물량에 대해선 방산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맞게 자율적인 가격 결정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높은 영업이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 마진은 내수 대비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체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방산 부문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폴란드에 인도되는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K-239 천무가 실적을 견인하며 올해 약 4조374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 역시 '수출 잭팟'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체결된 폴란드 K-2 전차 2차 이행계약 물량과 페루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됨에 따라 디펜스 부문의 수출 비중이 2026년 59.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지난해 이라크와 체결한 3조7135억원 규모의 천궁-II 계약으로 '중동 3국 수출 벨트'를 완성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주 잔고 중 수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며 올해 수출 매출 비중 또한 24% 수준으로 확대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또한 FA-50의 꾸준한 수출과 더불어 KF-21 양산 착수, 미 해군 훈련기(UJTS) 사업 도전 등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확보한 미래 일감도 든든하다. 현재 빅4의 합산 수주 잔고는 지난해 약 13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각 기업이 공장을 풀 가동해도 향후 4년 이상 쉴 새 없이 돌아가야 소화할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다. 특히 이 수주 잔고는 과거와 달리 물가 상승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조항(Escalation Clause)이 포함되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규모 패키지 계약이 주를 이뤄 질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별 확정 수주 잔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1조4106억 원 △현대로템 29조6088억 원 △KAI 26조2673억 원 △LIG넥스원 23조4300억 원 등 총 110조7167억 원 어치로 확인된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 능력(CAPEX) 확대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2029년까지 구미 하우스 증설에 3740억 원을 투입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창원 3사업장 증설을 통해 생산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속에 과제도 남아있다. 유럽 연합(EU)이 역내 관련 업계 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이 구체화되면서 비 EU 국가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50%를 역내에서 지출하고, 회원국 간 방산 거래 비중을 35%로 확대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SAFE(Security of Supply)' 규정 등을 통해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향후 K-방산의 유럽 수출에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현지화'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단순 완제품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생산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폴란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루마니아 등 인접 국가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는 등 유럽 공급망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 입찰에서 현지화율 80%를 제안하며 독일 라인 메탈 등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와 협력해 K-2PL 전차의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방산 기업들은 방위 제품별로 '핵심 부품 생산·설계→완제품 생산→정비·수리'로 이어지는 산업 네트워크 조성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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