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투기 항전 장비부터 독자 엔진까지…사천서 확인한 K-항공 기술](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23.0630187f7a4e43f6a311f4ccc1df6759_T1.png)
지난 22일 찾은 '2026 사천 에어쇼'의 우주항공방위산업전(GADEX) 전시장. 붉은 카펫을 따라 부스를 옮기자 항공기 한 대를 완성하는 기술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완제기에서 무장과 전자전 장비, 추진체계와 착륙 장치까지 이어진 전시는 국내 기업들이 맡고 있는 역할과 앞으로 확보해야 할 기술을 함께 보여줬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설명은 전시물 너머로 이어졌다. KAI는 납기와 후속 지원을, LIG D&A는 기체와 무장의 통합을 강조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추진체계 개발 방향을, 현대위아는 착륙·제동 기술의 적용 범위 확대를 소개했다. 개발과 시험, 협력사 육성부터 수출 이후 지원까지 갖춰야 제품의 경쟁력이 완성된다는 이야기였다. 사천 에어쇼의 주인공 격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는 기수를 들어 올린 국산 첨단 전투기 KF-21 보라매 모형이 파란 조명 위에 자리했다. 투명한 조종석 덮개와 동체 양옆 흡입구, 쌍꼬리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날개와 동체 아래 외부 장착물까지 표현한 모형 뒤로 비행 이미지가 펼쳐졌다. KAI는 KF-21·FA-50·상륙 공격 헬리콥터(MAH)·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미르온'을 주요 전시 대상으로 내세웠다. 인공 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 체계(MUM-T)를 적용한 차세대 미래 공중 전투 체계(NACS) 구상도 함께 소개했다. 해외 고객이 한국 항공기를 선택하는 이유를 묻자 현장에서 만난 KAI 관계자는 납기를 먼저 꼽았다. 가격과 운용 비용, 후속 지원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시기에 항공기를 받을 수 있는지가 주요 경쟁력이라는 설명이었다. 폴란드 등에는 신속한 인도가 중요하고, 예산 제약이 큰 국가에서는 도입 가격과 유지 비용의 비중이 커진다고 했다. 폴란드 현지 거점을 통한 부품 조달과 기술 지원도 판매 이후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들었다. KF-21의 다음 단계는 무장과 임무 확대였다. KAI는 'KF-21 미래 진화형 존'에서 올해 체계 개발을 마치고 양산 단계에 들어선 기체를 바탕으로 무장 운용 범위를 넓히고 전자전 임무와 스텔스 성능 등을 발전시키는 방향을 제시했다. KAI 관계자는 기존 형상 변경을 최소화하면서 스텔스 성능을 높이는 자체 연구 방향을 설명했다. 6세대 전투기는 국가별 개념과 정의가 다른 만큼 별도 개념 연구와 소요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해외 고객과의 접점도 생산 현장으로 넓힌다. KAI는 23일 'KAI DAY'에 국내 주요 기관과 노스롭그루먼·샤프란·롤스로이스 등 해외 기업, 14개국 대표단 약 80명을 초청하는 일정을 마련했다. 사천 본사 생산 현장과 주력 기종 실물기를 소개하고 무인 전투기(MUCCA)·다목적 무인기(AAP)·공중 발사 무인기(ALE)·소형 자폭 드론(CMMAV) 등으로 협력 논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IG D&A 부스로 옮기자 기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기술이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한 전투기 동체 안에서 파란색과 녹색 불빛이 빛났다. 기수와 날개, 동체 곳곳에 표시된 빛은 겉모습에 가려져 있던 장비의 위치를 보여줬다. 모형 옆 벽면에는 'KF-21 EW Suite'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부스 전면에는 회색 유도탄 모형들이 높낮이를 달리한 흰색 전시대 위에 놓였다. 길게 뻗은 동체와 날개, 꼬리 조종면이 관람 동선을 향해 드러났다. 오른편에는 투명 KF-21 모형과 개별 전자 장비가, 왼편에는 접시형 안테나와 태양 전지판을 갖춘 위성 모형이 자리했다. 유도 무기·항공 전자·우주 분야를 한 공간에 담은 구성이었다. 이곳에 전시된 KF-21용 전자전 장비와 구성품은 LIG D&A 제품이다. 현장 관계자는 위협을 탐지·식별하고 전파 방해와 교란탄 발사 등으로 대응하는 기능을 통합 운용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투명 모형 아래 놓인 상자형 장비와 여러 형상의 구성품은 기체 내부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나눠 보여줬다. 전투기의 생존성을 뒷받침하는 기술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만든 전시였다. 유도탄 전시대에는 KF-21 탑재를 겨냥한 단거리·장거리 공대공 유도탄과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모형이 놓였다. 기체 개발을 맡는 KAI와 무장·전자전 장비를 공급하는 LIG D&A의 역할이 각각의 부스에서 구체화됐다. 국산 무장을 해외 항공기에 통합하는 데에는 별도의 과제가 따른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기와 무장이 정보를 주고받도록 연결하려면 플랫폼 제작사와 기술 자료를 공유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 보호와 통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기체와 국산 무장을 함께 확보하는 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현대로템 부스에서는 은빛 배관을 드러낸 10톤 급과 35톤 급 메탄 엔진 전시물 두 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래로 넓어지는 종 모양 노즐 위에 원통형 구조물과 굽이진 배관, 연결부가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외부 덮개 없이 드러난 구조 덕분에 엔진 상부에서 노즐로 이어지는 형상과 배관의 배치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 높이와 굵기가 다른 두 전시물을 나란히 배치해 규모에 따른 차이도 한눈에 들어왔다. 부스 왼쪽은 무인 체계 전시 공간으로 꾸며놔 위장 무늬의 6륜 무인 차량(UGV) 축소 모형이 놓였다. 낮고 각진 차체 위로 무장 장치가 올라왔고 차체 양옆에는 바퀴 세 개씩이 배치됐다. 그 앞에는 '다족 보행 로봇'이라는 표기와 함께 네 다리로 몸체를 지탱한 로봇이 서 있었다. 뒤쪽 투명 받침대 위에는 뾰족한 기수와 뒤쪽 날개를 갖춘 짙은색 비행체 모형이 수평으로 놓였다. 부스 오른쪽의 수직 엔진 전시물, 왼쪽의 무인 차량과 보행 로봇이 서로 다른 운용 영역을 보여줬다. 항공우주 추진 기술과 지상 무인 체계를 함께 펼쳐놓은 구성이었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은 이중 램제트 엔진으로 이어졌다. 부스터로 초기 속도를 확보한 뒤 엔진을 작동시키고, 비행 중 연소를 중단해 활공하다 재점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행 구간별로 추진을 조절해 사거리를 늘리고 최종 타격 단계에서도 속도를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작동 조건에 맞춰 공기를 받아들이는 흡입구와 연소 가스를 내보내는 노즐을 바꾸는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스에서는 크기가 다른 두 엔진 모형이 시선을 끌었다. '첨단 항공 엔진' 모형은 외피 일부를 걷어내 여러 단의 날개가 이어진 내부 단면을 보여줬다. 옆에는 '5500파운드 터보팬 엔진' 모형이 놓였다. 전투기와 무인기에 필요한 추진 체계를 국내 기술로 확보하겠다는 방향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첨단 항공 엔진을 KF-21의 향후 개량형 등에 적용하려는 구상을 설명했다. 정부 기획 단계에서 소재 개발부터 추진해야 하는 장기 과제이며, 코어 엔진을 토대로 수송기나 함정용 등으로 파생형을 넓힐 가능성도 제시했다. 5500파운드급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은 시제 1호기 조립을 마치고 올해 7월부터 지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항공기 탑재에는 기체 요구 조건에 맞춘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독자 엔진 개발의 어려움을 묻자 답변은 소재와 협력 업체로 향했다. 항공용 소재·부품을 맡을 국내 기업이 충분하지 않고, 투자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에 중소기업이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험·검증과 인증 기반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했다. 특정 한 업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관계자의 말은 엔진 모형 뒤에 놓인 산업 구조를 압축했다. 소재·주조·가공·제어 기술이 함께 성숙해야 하나의 엔진을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회사가 소개한 산업 육성 방향도 여기에 맞춰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첨단 항공 엔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 단지 지정에 따라 경상남도와 43개 기업은 소재·부품 개발부터 시험·인증과 생산까지 이어지는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회사는 경남 지역 핵심 소재·부품 협력사 421개사와 항공 엔진·무인기·드론 분야 협업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 옆에는 제너럴 아토믹스(GA) 로고를 단 무인기 모형이 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모하비 STOL'로 소개한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다. 기수 아래 센서와 날개 아래 다양한 무장·탑재물 모형이 임무 구성을 보여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제너럴아토믹스와 공동 투자해 개발 중인 무인기의 짧은 이착륙 거리를 강조했다. 긴 활주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운용 장소를 넓히는 방향이다.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고 운용국 요구에 맞춰 임무 장비를 달리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발사관에 넣어 운용하는 캐니스터형 드론은 적외선 카메라와 근접 센서 등을 활용하는 대드론 방어 개발품으로 소개했다. 현대위아 부스에서는 항공기가 지면과 만나는 기술이 전면에 나왔다. '전기식 제동 장치'와 '전기식 제동장치(이중화)'가 나란히 놓였고, 유리 진열장에는 스키드형 착륙 장치 축소 모형이 전시됐다. 다른 쪽의 LAH용 착륙 장치는 바퀴 주변 지지 구조와 배선을 그대로 드러냈다. 현장 관계자는 KT-1과 T-50 계열, 수리온, LAH용 착륙 장치를 소개하며 적용 범위를 무인기와 도심항공교통(UAM)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에 공급할 착륙장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방산 사업을 현대로템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는 인력 이동과 임금·복지, 근무지 변경 등이 직원들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사업 재편에는 기술과 설비뿐 아니라 이를 다루는 사람들의 생활도 걸려 있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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