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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배출 미세플라스틱, 물고기 아가미 닮은 필터로 걸러낸다

합성섬유가 들어있는 옷감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미세한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MP)이 배출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상당 부분 강이나 바다로 배출된다. 생태계에 영향이 우려되는 이 세탁기의 MP 섬유를 가정에서부터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여과 시스템이 개발됐다. 기존 세탁기 필터의 한계였던 낮은 효율성과 잦은 막힘 문제를 해결한 이 장치는 놀랍게도 '물고기'의 아가미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독일 본대학교 유기체생물학연구소와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 에너지·지속가능연구소 등 연구팀은 최근 'npj 신규 오염물질(Emerging Contaminan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체 모방 필터를 소개했다. ◇왜 새로운 여과 시스템이 필요한가? MP는 5㎜보다 작은 플라스틱 입자나 섬유로, 물·토양·공기 등 모든 환경에서 발견되는 유해 오염물질이다. 특히 세탁기는 MP 섬유가 환경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인데, 한 사람이 1년에 10g에서 최대 120g의 MP 섬유를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과되지 않는 MP는 하수도로 배출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84~94%의 MP를 제거하지만, 나머지는 강과 바다로 들어간다. 따라서 MP가 하수 시스템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세탁기에는 펌프 보호를 위한 거친 필터만 있을 뿐, MP를 거르는 장치는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서 관련 여과장치를 개발했지만, 본격적인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가정용 여과 솔루션들은 막힘에 취약하고 포집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 아가미 속 숨겨진 과학, FiF 필터의 원리 새로 개발된 생체 모방 필터(fish-inspired filter, FiF)는 활발하게 먹이를 먹는 '돌진 여과어(ram-feeding fishes)'의 아가미 아치 시스템을 모방했다. 이 물고기들은 앞으로 헤엄치면서 아가미 아치 시스템을 통해 물의 흐름을 유도하는데, 물고기 아가미는 식도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FiF는 이 구조를 본떠 원뿔형 필터 요소와 주기적인 자체 청소 메커니즘을 결합한 '반교차 흐름 여과(semi-cross-flow filtration)' 방식을 사용한다. 가장 큰 효과는 필터 막힘 지연에 있다. FiF는 포집된 MP 섬유의 최대 84.8%를 주기적인 청소 메커니즘을 통해 필터 외부의 농축액(concentrate)으로 수집한다. 우선 반교차 흐름 여과는 필터 표면에 입자가 쌓이는 데드 엔드 여과(dead-end filtration)와는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 FiF는 원뿔형 구조를 통해 물이 필터 표면에 접하는 각도를 낮춰 MP 섬유가 필터에 달라붙지 않고 계속 굴러가도록 유도한다. ◇세탁기에 부착하면 나타나는 놀라운 효과 자체 청소 메커니즘은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듯, FiF는 주기적으로 농축액 밸브를 열어 필터 요소에 쌓인 입자들을 외부의 농축액 배출구로 배출시킨다. 이를 통해 필터 막힘을 지연시킬 수 있다. FiF가 수집하는 농축액의 부피는 여과된 유체 부피의 약 5%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교차 흐름 여과 공정에서 농축액 부피가 10~5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양으로, 수거된 MP의 처리 및 폐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성능 덕분에, FiF는 농축액 배출구가 없는 일반적인 데드 엔드 필터와 비교했을 때, 필터 자체에 MP 섬유가 남아 있는 양이 약 7분의 1에 불과해 막힘이 최대 7배까지 지연될 수 있다. 세탁기에 FiF를 부착해 사용할 경우, 높은 효율성과 모듈식 설계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실험실 테스트 결과, FiF는 MP 테스트 섬유의 최대 99.6%를 포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에서 실제 효과가 있을까? 실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FiF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일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가장 성능이 좋았던 FiF 조합(Large-11 필터 요소, 78 μm 메쉬, 소용돌이형 유입구)은 99% 이상의 MP 섬유를 포집했고, 투과액(깨끗한 물)에 남는 MP 섬유의 양은 0.8 ± 2.2%에 불과했다. 이는 FiF가 거친 섬유 분리, 낮은 농축액 부피, 모듈식 청소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세탁기와 같은 응용 분야에 특히 적합한 대안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세탁기 환경에 맞게 필터 크기, 공격각, 메쉬 크기 등 다양한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낮은 공격각이 섬유가 구르도록 유도하여 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iF는 생체 모방 여과 메커니즘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복잡한 분리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청소 간격을 필터 압력 차이에 연결하는 감각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세탁기에서 발생하는 모래·먼지·머리카락 등 다른 입자들과 혼합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자의 눈]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뛰는데 법안은 못 간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소식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두나무가 손을 잡은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성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유통, 결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단일 생태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뿐만 아니다. 은행과 주요 핀테크, 블록체인 기업들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비해 물밑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 속도와 달리 제도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출발점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구상하는 생태계 역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 입법 지연의 배경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 한은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가진 컨소시엄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다는 은행 51%룰을 주장하고, 인가 과정에서 유관기관의 만장일치 합의와 한은의 검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위는 과도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 사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금융시장 변화에 맞춰 선제적인 준비에 들어갔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혼란을 호소한다. 사업을 서두르자니 향후 규제 리스크가 부담이고, 기다리자니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실제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제도권 편입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혁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한국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들은 금융위에 지난 10일까지 정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나 금융위는 또다시 제출하지 못했다. 쟁점 대부분이 해소됐다는 설명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여당 의원들은 당 차원에서 국회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인데, 업계는 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정부안 마련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더 늦기 전에 시장이 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틀부터 마련돼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한국이 설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후부, 2034년까지 2.2조 투입해 ‘반도체 물길’ 뚫는다…용수 수요 급증 대응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2034년까지 2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입, 대규모 용수 공급 시설을 구축한다. 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국가수도기본계획을 변경하고 반도체 산단 용수 수요 증가분을 반영한 공급 계획을 구체화했다. 변경 계획에 따르면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은 2031년 하루 6만 1000톤을 시작으로 2040년 43만 7000톤, 2049년에는 76만 4000톤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반도체 일반산단 역시 2035년 41만 톤, 2045년 이후에는 57만 3000톤의 용수가 필요해 203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물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사업'을 통해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하루 107만 2000톤의 용수를 공급할 인프라를 2034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공급 능력 확충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40년 기준 공업용수 수요량은 804만8000톤에 달하지만, 공급 능력은 749만8000톤에 그쳐 약 55만 톤의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부는 생활용수 여유분을 활용하면 절대량 부족은 없으나, 지역적 편차를 고려할 때 공업용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관세 장벽 뚫은 ‘검은 반도체’ K-김, 최대 시장 美서 독주 체제 굳힌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한국 김이 최대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서 관세 리스크를 털어내고 독주 체제를 굳힐 태세다. 15%에 달하던 관세가 철폐되면서 K-푸드 수출 효자 품목으로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14일 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최근 상호관세 면제 품목 리스트에 '조미김'을 포함시켰다. 이는 K-푸드 수출 상위 품목 중 유일한 사례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 회복'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여파로 현지 소매 가격을 인상하거나, 관세분을 자체 흡수하며 수익성 저하를 감내해 왔다. 하지만 관세가 0%로 조정되면서 기업들은 절감된 비용을 마케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관세 면제 효과는 지표로 즉각 나타나고 있다. 조미김 무관세가 적용된 11월 대미 김 수출액은 245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2%나 급증했다. 이는 1~11월 누적 증가율(15.9%)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전체 김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돈다. 최대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올해 한국 김의 전체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1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과제는 남아있다. 조미김과 달리 원료인 '마른김'은 여전히 15%의 관세가 유지된다. 해수부는 마른김과 참치 필렛 등 다른 수산물에 대해서도 무관세 적용을 위한 대미 협상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9부 능선’ 넘은 광주 軍 공항 이전…17일 TF 회의서 담판 짓나

지지부진했던 광주 군·민간 공항 무안 통합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의 이견이 좁혀지며 사실상 합의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전라남도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오는 17일 광주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사전 협의의 후속 조치로, 당시 논의된 정부 중재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확정 짓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현재 논의 중인 중재안은 무안군이 그동안 요구해 온 '3대 선결 조건'을 정부가 대폭 수용하는 형태다. 핵심은 △광주 민간 공항 선(先) 이전 △광주시의 1조 원 규모 지원 △획기적 국가 인센티브 제공이다. 우선 민간 공항 이전 시점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광주송정-무안공항~목포) 개통 시점인 2027년 전으로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재정 지원 문제도 윤곽이 잡혔다. 총 1조 원 규모의 지원금은 정부 예산 3000억 원, 광주시 지원금 1500억 원, 그리고 기부대양여 방식에 따른 잉여금 5500억 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무안군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도 구체화되고 있다. 무안 지역에 재생 에너지 100%인 'RE100 국가 산단'을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고, 농업에 인공 지능을 접목한 '농업 AX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첨단 미래 산업 육성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국책 사업인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안에 대해 무안군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원만한 합의가 기대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아이에스동서, 중산지구서 ‘2025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도심 미관 개선·지역 상생 취지… 내년 분양 앞둔 펜타힐즈W 관심도 높여 경산=에너지경제시문 손중모기자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12일 중산지구 펜타힐즈W 부지에서 지역 주민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2025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연말연시를 맞아 중산지구 도심 미관을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따뜻한 겨울 분위기를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지역 관계자와 아이에스동서 임직원, 중산지구를 찾은 시민들이 참여해 현장을 가득 메웠다. 중산지구는 평소에도 야간 유동 인구가 많아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지역으로 꼽힌다. 점등식은 초대가수의 버스킹 공연으로 시작됐으며, 참석자들에게 2026년을 응원하는 응원봉이 배부됐다. 사회자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점등 버튼이 눌리자 여러 그루의 트리에 설치된 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히며 오색빛을 연출했고,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이번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는 기존 소나무의 자연스러운 수형을 살린 조명 장식으로 도심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행사장에는 포토존과 소원지 작성 공간도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과 시민들이 추억을 남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펜타힐즈W 크리스마스 트리는 일몰 이후 매일 점등되며, 내년 1월 말까지 운영돼 중산지구의 새로운 야간 볼거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을 통해 시민들께서 잠시나마 따뜻한 겨울의 정취를 느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 조성될 펜타힐즈W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에스동서는 대구·경북 지역에 없던 신개념 콤팩트시티로 주목받고 있는 중산지구 펜타힐즈에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인 '펜타힐즈W'를 내년 상반기 분양할 계획이다. 펜타힐즈W는 1·2단지 총 3,443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1단지 전용 84㎡~152㎡, 1,712세대가 우선 공급될 예정이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우리 단지 들어오지 마”…단지내 보행로 갈등 극심

“상일동역 5번 출구와 맞닿은 '아랑길(중앙보행로)'을 제외한 전 구간은 세대를 방문하거나 입주민과 동행한 외부인을 제외하고는 일절 출입과 시설 이용이 제한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입주민대표회의가 단지 바로 옆 고덕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한 고덕 그라시움 관리사무소에 보낸 공문이다. 고덕 아르테온 주민들이 이웃 단지인 고덕 그라시움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 통행로 한 곳을 제외한 다른 도로의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2만 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촌이 밀집돼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가 단지 간 통행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지난달 말 아르테온에서 그라시움에 단지 내 출입 통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고덕지구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덕 그라시움과 아르테온은 각각 고덕주공 2단지와 3단지를 재건축 해 2019년과 2020년에 입주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다. 그라시움이 4932세대로 고덕주공 재건축 아파트 중 최대 규모고, 아르테온이 4066세대 규모로 그 뒤를 잇는다. 이 두 단지는 단지 규모면이나 입지적 측면에서 고덕지구 신축 아파트를 대표하는 단지들이다. 1983년부터 1985년에 걸쳐 1단지부터 9단지까지 차례로 입주한 고덕 주공아파트는 공무원 아파트인 8단지 상록아파트와 고덕지구와 다소 떨어져 있는 명일동 9단지를 제외하고 현재 모두 재건축됐다.1단지가 2009년 고덕 아이파크로 가장 먼저 재건축을 마친 이래 약 7~8년간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그라시움과 아르테온, 고덕숲 아이파크(4단지 재건축), 고덕 센트럴아이파크(5단지 재건축), 고덕자이(6단지 재건축),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7단지 재건축) 등이 일제히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재건축을 완료하면서 고덕지구는 2만 세대 규모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대형 주거지구로 새롭게 태어났다. 고덕주공 아파트라는 '한 지붕' 아래 묶여있던 주민들이 재건축을 거치면서 여러 개별 단지로 갈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여름까지 몇 년간은 큰 문제 없이 고덕지구 주민이라는 일체감 속에 큰 문제가 없었다. 갈등의 근원은 재개발 과정에서 일대 최대의 '교통 중심'인 5호선 상일동역과의 인근 단지들간 연결 도로 때문에 발생했다. 고덕동 일대 입지를 살펴보면 크게 고덕로와 5호선 상일동역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 고덕 그라시움과 고덕 아이파크가 위치해 있다. 고덕로 이남엔 고덕 아르테온과 고덕숲 아이파크,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가 자리잡고 있다. 상일동역 북쪽에 위치한 그라시움은 바로 단지가 역과 인접해 있고, 고덕 아이파크는 단지를 나와 고덕로를 동쪽으로 걸어 상일동역에 도착한다. 이에 반해 상일동역 이남의 단지들은 상황이 좀 다르다. 아르테온은 상일동역과 맞붙은 채 바로 고덕로 남쪽에 위치해 있는 역세권 단지로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다. 그러나 고덕로 이남의 고덕숲 아이파크,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가운데 고덕숲 아이파크를 제외한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등 3개 단지는 이들 아파트에서 상일동역까지 가는 길 사이에 아르테온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결국 이들 단지 주민들은 상일동역으로 이동하려면 아르테온 단지 내부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물론 아르테온 단지 밖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도보로 최소 15분어 더 걸린다. 이에 그간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3개 단지 주민들은 상일동역 이용 시 자연스럽게 아르테온 내부를 가로질러 이동해 왔다. 그만큼 아르테온 입주민 입장에선 단지 내 외부인 통행이 크게 늘어나 여러 불편함이 존재했다. 아르테온 남쪽에 위치한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3개 단지 세대 수는 5000세대 이상에 달한다. 아르테온 세대 수보다 더 많은 타 단지 주민들이 상일동역을 도보 이용하기 위해 아르테온 단지 내부를 다니는 셈이다. 아르테온이 2020년 입주 이후 약 5년간 단지 남쪽의 3개 단지 주민들이 상일동역을 이용하는 직진 코스로 널리 이용돼 오는 상황에서 아르테온 내 주민들의 불만도 서서히 커져갔다. 엄연히 사유지인데 입주민이 아닌 인근의 타 단지 주민들이 집 주변을 활보하는데 따른 문제와 불편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이 문제가 큰 사안으로 번지지 않았던 것은 아르테온 남쪽의 3개 단지 주민들이 상일동역 이용 시 주로 통행하는 아르테온 단지 내 중앙보행로는 옛 고덕주공 3단지 재건축 인허가를 내주면서 강동구청이 외부 공개 조건을 내건 공용보행로기 때문이다. 아르테온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질로 바로 상일동과 연결돼 있는 중앙보행로가 '아랑길'이라는 구청 관할의 공공구역인만큼 주민들도 불만은 많았지만 타 단지 주민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월 22일 아트레온 내 지하추자장에서 미성년자인 남자 중학생 3명이 지하주차장에서 소화기를 무단으로 분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은 아르테온 남쪽에 위치한 고덕자이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르테온 관리소는 부모들과의 면담을 통해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냈지만 같은 달 26일 또 다시 지하주차장에서 외부인에 의해 소화기 무단 분사 행위가 벌어졌다. 이에 아르테온 입주민회의는 지난 9월 29일 입주민 투표를 통해 과반수 이상 동의를 받았고, 10월 1일 입주민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펜스 설치를 확정했다. 특히 아르테온 입주민대표회의가 펜스 설치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키우고 있다. 공문에선 단지 중앙의 공공보행로는 외부인 이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추후 펜스 설치 시 공공보행로까지 펜스로 막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아르테온 인근 단지 주민들은 펜스 설치가 사실상 공공보행로 통행을 막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타 단지의 펜스 설치 사례를 살펴보면 펜스가 설치되면 사실상 외부인의 단지 내부 진입은 전면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아르테온이 인근 단지들에 통보한 공문으로 고덕지구 전체가 크게 시끄러워졌다. 재건축 허용 전제 조건으로 지하철역과 바로 통하는 단지 내 중앙통로를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게 구청에서 행정 조치한 것인데 법을 어긴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아르테온 주민들도 강경하다. 입주민대표회의 명의로 단지 곳곳에 “이 보행로는 기부채납지가 아닌 아르테온이 소유한 사유지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플랭카드를 내걸었다. 입주자대표회장은 입주민 카페를 통해 '단지 내 사유지 관련해선 타 단지 및 강동구청과 어떤 타협과 협의도 없다'는 공지글을 올리는 등 펜스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의사가 명확하다. 결국 지난달 말 아르테온 입주민회의는 역 북쪽에 위치한 고덕 지구 내 최대 규모 대단지인 고덕 그라시움을 포함해 인근 단지들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 내용은 △중앙보행로(공공보행로)를 제외한 모든 구역 외부인 출입 및 시설 이용 금지 △어린이놀이터 등 출입금지구역 위반 시 10만원 위반금 징수 △단지 내 흡연,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등 위반 시 10만원 위반금 징수 △전동킥보드, 전동자전거 등 지상 주행 시 20만원 위반금 징수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중 일부인 그라시움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아르테온 남측에 위치해 있는 3개 재건축 단지와 달리 그라시움은 상일동역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 바로 역과 맞닿아 있어 애당초에 그라시움 입주민이 아르테온 단지 내를 횡보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과거 한지붕 아래 이웃이었던 고덕 재건축 단지 주민들간에 단지 내 통행을 놓고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주무관청인 강동구청은 '공공보행로는 막으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한 채 어떤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공공보행로를 막는 행위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지만, 1회에 한해서다. 아르테온 입주민대표회의는 과태료 부과를 감수하고 펜스를 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청은 아르테온과 인근 단지 간 대화를 유도하는 등 화해와 조정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르테온 입주민 회의 측에 공공보행로를 막지 말라는 권고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아르테온이 펜스 설치를 강행하겠다고 명확히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추후 대응 조치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동구청 공동주택과 공동주택관리팀 상일동 담당 주무관은 “아르테온이 펜스를 쳐서 공공보행로에 외부인들의 통행을 막는 것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로 일어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어떤 제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행정 절차상 맞지 않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만약에 아르테온이 펜스를 쳐서 공공보행로를 막는다면 그 때 가서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할지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실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을 둘러싼 분란은 고덕지구만의 일이 아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이미 펜스를 치고, 외부인 통행을 전면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강남구청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의 입주민대표회의는 단지를 개방하지 않았고, 경찰에 고발까지 당했지만 정작 행정적인 처분은 벌금 100만원에 그쳤다. 이 밖에도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신반포 센트럴자이,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등 강남의 고가 아파트 다수가 불법으로 펜스를 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지 모두 사실상 정부의 솜방망이 제재 조치를 감수하면서 여전히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실상 서울의 고가 아파트 상당수가 당국이 부과하는 소액의 벌금 및 과태료 처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 '그들만의 성'을 쌓고 있는 형국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 가입자, 171만명 돌파...소나무 317만 그루 심은 효과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는 14일 탄소중립 정책인 '기후행동 기회소득'이 출시 17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171만명을 돌파하며 도민 참여형 기후정책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는 특히 도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으로 줄어든 온실가스는 약 39만6000톤에 달하며 이는 소나무 317만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용 앱(App) '기후행동 기회소득' 출시 이후 이달 10일 기준 누적 가입자는 171만7501명으로 집계됐다. 도민들은 대중교통 이용, 걷기, 다회용기 사용, 가정용 태양광 설치 인증 등 16개 기후행동 실천을 통해 1인당 연간 최대 6만원을 지역화폐로 받을 수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A씨는 “전기요금 인상과 기후위기 기사를 보고 태양광을 설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실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앱을 통해 태양광 설치 인증으로 3만원을 받고 버스 이용과 하루 8000보 걷기로 리워드와 탄소 감축량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실천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이웃에게 앱을 소개하며 적립한 리워드까지 더해 한도 6만원을 채웠고 총 2325kg의 탄소를 감축했다. 용인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 B씨는 자녀와 함께하는 참여형 환경교육의 장을 찾았다. B씨는 “앱을 통해 어린이공원 플로깅 일정 정보를 쉽게 알게 돼 아이들과 10차례 참여했고 기후퀴즈와 다회용기 사용까지 더해 일상이 달라졌다"며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가족이 탄소중립에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책 효과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으며 지난 8월 가입자 9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가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고 90%는 기후행동을 더 많이 실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단순한 보상을 넘어 인식과 행동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도는 내년부터 기후행동 기회소득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고 타지역 주소를 둔 도내 소재 대학 재학생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며 '경기도 기후행동 실천 및 확산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조례가 통과되면 내년부터 대학생 참여가 가능해지고 일부 시군은 자체 재원을 활용해 지역 특색을 살린 추가 리워드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올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지자체 탄소중립 우수사례' 평가에서 광역지자체 1위로 장관상을 수상했다. 도는 “도민의 생활 속 실천이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강력한 해법"이라며 참여 확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도는 오는 15일부터 도내 25개 시군의 농어민 19만3000명에게 하반기(2차) '농어민 기회소득' 750억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지원 규모는 상반기 609억원, 하반기 750억원을 합쳐 총 1360억원으로 계획 대비 98%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농어민 기회소득'은 농어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소득 보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도의 대표적인 농어민 지원 정책으로 도내 농어업경영체에 등록된 농어민 개인에게 월 5만~15만 원, 연간 최대 60만~18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올해 농어민 기회소득 지원사업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추진했다. 상반기에는 24개 시군 17만 2000명에게 총 609억원을 지급했으며 하반기에는 수원시 추가 참여로 25개 시군에서 2만 7000여명이 추가 신청해 750억원을 지원한다. 대상자 심사를 마친 뒤 15일 용인시를 시작으로 도내 25개 시군에서 지역화폐로 지급하며 시군별 지급 일정은 해당 지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도는 지난해 도내 9개 시군을 대상으로 '농어민 기회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며 해당 시군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농어민들은 기회소득이 소득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으며 제도의 지속적인 추진을 희망하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 이문무 경기도 농업정책과장은 “농어민 기회소득은 농어촌이 우리 사회에 기여해 온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보답하는 정책"이라며 “많은 농어민이 이번 지원을 통해 실제로 생활의 안정을 느끼고,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우주항공청, 2026년 ‘우주 예산 1조 시대’ 연다… 2029년 누리호로 ‘달 궤도선’ 발사 도전

우주항공청은 '우리 기술로 K-스페이스 도전'을 목표로 하는 '2026년 우주항공청 업무 계획'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우주청은 2026년 개청 이래 최초로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고, 7대 핵심 과제를 통해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계획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의 확장이다. 우주청은 2029년 누리호와 궤도수송선을 활용해 달 통신 궤도선을 발사하는 새로운 미션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누리호의 반복 발사 일괄 계약을 추진, 공공위성 발사를 민간으로 전환하고 상업 발사 시장을 개척한다. 당장 2026년에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의 예비설계에 본격 착수하며, 2030년대 국가 주력 재사용 발사체 확보를 목표로 한다.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서는 초소형 군집 위성 5기(2~6호)를 탑재해 위성 다중 사출 능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또한 2027년 개방을 목표로 민간 발사장 구축을 추진해 상업 발사 인프라를 조성한다. 위성 분야에서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망 확보 타당성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중형위성 2·4호, 다목적실용위성 6호 등 첨단 위성 4기를 잇달아 발사해 안보 및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우주 탐사 영역도 넓어진다. 국내 개발 우주 방사선 측정 위성(K-RadCube)을 미국 유인 달 탐사선인 '아르테미스 2호'에 실어 보내고, 우주 환경 측정기(LUSEM)를 민간 달 착륙선에 탑재한다. 국제 거대 전파 망원경(SKA) 건설 참여와 L4 태양권 탐사 등 국제 협력 프로젝트도 구체화한다. 항공 분야에서는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선다. 드론, 미래항공기(AAV), 항공엔진, 소부장 등 4대 핵심 분야 기술을 확보하고, 특히 민항기 국제 공동 개발(R&R) 사업 참여를 추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한다. 전기-가스터빈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개발과 항공 엔진 독자 모델 개발도 패키지로 추진된다. 우주청은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국가우주위원회를 '국가우주항공위원회'로 확대 개편한다. 또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가칭)'을 수립하고, '위성활용촉진법' 제정을 통해 위성 정보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올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촉매제로 삼아 2026년에는 우주청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 확대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 AAV 개발 선도 등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 우주항공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0억이상 ‘금융부자’ 47.6만명…이들이 주목한 투자처는?

우리나라에서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4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47만6000명, 전체 인구의 0.92%로 집계됐다. 부자 수는 전년보다 3.2% 늘었고, 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2010년 말 기준 통계·13만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불었다. 해마다 평균 9.7%씩 증가한 셈이다. 작년 말 기준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3066조원으로 1년 사이 8.5% 늘었다. 전체 가계 금융자산(5041조원)의 6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율 8.5%는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4.4%)의 두 배 수준"이라며 “일반 가계보다 부자의 자산 축적 속도가 더 빨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1158조원) 이후 부자들의 금융자산 연평균 증가율은 7.2%로 집계됐다. 자산 규모별로 나눠보면, 90.8%(43만2000명)가 '10억원∼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분류됐다.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원∼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6.8%(3만2000명), 300억원 이상 '초고자산가'는 2.5%(1만2000명)를 차지했다. 한국 부자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64억4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억1000만원 늘었다. 올해 7∼8월 부자 400명 면접조사 결과 이들의 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평균 각 54.8%, 37.1%의 비율로 나뉘어 있었다. 2024년(부동산 55.4%·금융 38.9%)과 비교해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이 모두 소폭 줄었다. 금·디지털자산 등 대체 투자처가 주목받으면서 기타자산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연구소는 추정했다. 한국 부자의 자산 구성을 세부적으로 보면 거주용 주택(31.0%),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2.0%), 거주용 외 주택(10.4%), 예·적금(9.7%), 빌딩·상가(8.7%), 주식(7.9%) 순이었다. 부자들에게 지난 1년간 금융 투자 성과를 묻자, “수익을 냈다"고 답한 비율이 34.9%에 이르렀다. 지난해(32.2%)보다 2.7%p 올랐다. 연구소는 “올해 주식시장의 강한 반등과 채권 시장의 양호한 성과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 투자 상품별 수익 경험률은 주식(40.0%)가 가장 높았고, 이어 펀드(9.0%)·채권(8.8%)·만기 환급형 보험(8.0%) 등의 순이었다.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 5.8개, 해외 주식 4.9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었다. '서학개미' 열풍에 지난해보다 해외주식 보유 수가 0.7개 늘었다. 한국 부자는 향후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 대상으로 주식(55.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금·보석(38.8%), 거주용 주택(35.5%), 거주용 외 주택(25.5%), 펀드(14.0%) 등이 뒤를 이었다. 3∼5년 중장기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유망 투자처로도 주식(49.8%)이 1위로 꼽혔다. 작년보다 응답률이 14.3%p나 뛰었다. 거주용 주택(34.8%), 금·보석(33.8%) 등도 거론됐다. 부자들이 자산을 축적한 원천은 주로 사업소득(34.5%)과 부동산 투자 이익(22.0%), 금융 투자 이익(16.8%)으로 조사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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