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이제는 열사병이나 심혈관 질환을 넘어 청년들의 정신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름철 월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 높아질 경우 15~24세 청년의 자살률이 약 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폭염이 뇌 기능과 수면, 사회적 환경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생물사회적(biosocial) 메커니즘'을 통해 청년층의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텍사스테크대학교 보건과학센터와 브라운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달 정신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미국 정신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가운데 청소년과 청년층을 가장 집중적으로 분석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1980~2004년 미국 본토 48개 주와 워싱턴 D.C.를 대상으로 카운티별 월평균 기온과 자살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기온은 미국 오리건주립대 PRISM 기후자료를, 자살 통계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인구조사국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대상은 5~24세 청소년과 청년층으로 모두 9만7401건의 자살 사례가 포함됐다. 단순히 기온과 자살 건수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 연도별 변화, 강수량, 계절 효과 등을 통제하는 '고정효과 회귀모형'을 적용해 기온 변화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5~24세 자살 위험 여름철에 집중돼 연구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뚜렷했다. 연간 전체로 보면 월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5~24세 자살률은 평균 0.75% 증가했다. 그러나 계절별로 분석하면 위험은 여름에 집중됐다. 연구에서 말하는 '1℃ 상승'은 하루 최고기온이 아니라 여름철(7~9월) 월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5~24세 전체 자살률은 2.68% 증가했고, 특히 15~24세에서는 2.97% 증가해 모든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여름철 기온 상승이 미국 전체 15~24세 인구를 기준으로 매달 약 12명의 추가 자살과 관련될 것으로 추정했다. 여성의 경우 자살률 자체가 남성보다 높지는 않았지만, 기온 상승에 따른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여름철 월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여성은 5.20%, 남성은 2.3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여성들이 빈곤이나 주거 불안정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냉방시설 접근성이 낮거나 가족 돌봄 부담으로 폭염을 피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농촌 지역도 도시보다 기온 상승에 더 민감했다. 야외 활동과 농업 노동 시간이 길고 냉방시설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청년층, 생물사회학적으로 더 취약해 연구진은 청년층의 높은 위험을 단순히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핵심은 '생물사회적' 취약성이다. 생물학적 취약성과 사회적 취약성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사회적 취약성이 생물학적 취약성과 결합하면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킨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이 취약한 것은 첫째, 체온조절 능력이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체중 대비 체표면적이 넓어 외부 열을 더 많이 흡수한다. 반면 땀을 통한 냉각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여름철 고온에 적응하는 '열 순응(heat acclimatization)' 능력도 성인보다 낮아 같은 폭염에서도 더 큰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둘째, 폭염은 뇌의 감정조절 회로를 흔든다. 연구진은 기존 신경과학 연구를 근거로, 고온에 노출되면 뇌에서 우선순위 결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살리언스 네트워크(salience network)'와 자기 성찰과 감정 처리에 간여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의 기능적 연결성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들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떨어지면 우울감과 절망감, 충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세로토닌 신호 전달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감정 조절 능력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 결국 폭염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뇌의 정서 조절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셋째, 열대야가 수면을 무너뜨린다. 폭염은 수면에도 큰 영향을 준다. 더운 밤에는 깊은 잠을 자기 어려워지고, 반복적인 각성과 수면 부족이 이어진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를 인용해 불면증을 겪는 청소년의 66%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밤에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야간 각성(nighttime wakefulness)' 상태에서는 자살 위험이 하루 평균보다 약 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넷째, 청년은 환경을 스스로 바꾸기 어렵다. 청소년들은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학교에서 생활하고, 운동부 활동이나 야외 체육수업, 아르바이트 등으로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스로 환경을 바꾸거나 작업을 중단할 권한은 제한적이다. ◇기존 연구와 무엇이 달랐나 사실 기온과 자살의 관계는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마셜 버크 교수 연구팀은 '네이처 기후 변화 (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미국과 멕시코 자료를 분석해 월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미국 전체 자살률이 약 0.7% 증가한다는 사실을 처음 대규모로 입증했다. 이 연구는 기후변화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알린 대표적인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호주·한국 등에서도 폭염이 우울증·불안장애·자살충동·정신질환 응급실 방문 증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이어졌다. 2019년 '환경 보건 전망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341개 지역, 모두 132만148건의 자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높아질수록 자살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에서 기온의 영향이 서구 국가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부산대 연구팀이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 2015~2019년 국내 자살 사망자 6만5645명을 분석, 기온이 높을수록 자살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위험 정도는 지역 특성에 따라 달랐는데, 대도시와 농촌 지역은 중소도시보다 폭염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또 2023년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ary Health)'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세계 각국의 연구를 종합해 기온 상승이 정신질환과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했고, 청소년과 청년만을 집중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번 논문은 청소년과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25년간의 자료를 분석해 여름철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며, 특히 15~24세가 폭염에 가장 취약한 연령층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폭염 대응은 정신건강 정책이어야" 연구진은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 대응은 더 이상 온열질환 예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냉방시설을 확충하고, 학교와 사업장의 폭염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하며, 도시 녹지 확대를 통해 열섬현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폭염 예보가 발령되는 기간에는 정신건강 상담과 위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기후를 고려한 정신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시대에는 폭염을 단순한 기상재난이 아니라 청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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