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주요 국정의제가 반영된 감세 법안인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1일(현지시간) 연방 의회 상원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해당 법안에 대한 상원 표결에서 찬성 50표, 반대 50표가 나왔다. 가결을 위해서는 찬성표가 과반이어야 한다. 현재 미 상원은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47석을 차지한 민주당 전원이 감세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공화당 내 이탈표 4표만 나와도 법안은 부결된다. 그러나 3명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해 찬성표와 반대표가 동수를 이뤘고 결국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져 51표로 가결 처리된 것이다. 감세 법안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세액 공제 확대 등 각종 감세 조처를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공약한 팁 및 초과근무수당 면세, 신생아에 제공하는 1000달러 예금 계좌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최대 대선 공약이던 불법이민 차단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전기차 구입 세액공제 종료 등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중점 추진했던 정책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 조처도 들어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심의 과정에 몇차례 조문 수성이 이뤄졌기 때문에 하원을 다시 통과해야 한다. 하원은 2일 이 법안에 대한 토론 및 표결 일정을 잡았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성명에서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오는 4일까지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법안을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감세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공식 확정·발효된다. 그러나 공화당 내 강경파 하원 의원들은 상원에서 통과된 수정된 법안의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상원 수정안이 지난 5월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보다 국가 부채를 8000억달러 더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상원이 수정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주·지방세액공제한도(SALT)를 5년간 4만달러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하원의 '10년간 4만달러' 안에 비해 기간이 축소된 것이다. 또 세금감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신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 등 다양한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이 삭감됐다. 상원 수정안은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신차 구매와 렌트 시 최대 7500달러, 중고 전기차 구매 시 최대 4000달러를 주는 세액공제를 오는 9월 말로 앞당겼다. 태양광·풍력 에너지 세액공제 조건에도 수정이 있었다. 공화당 초안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태양광·풍력 프로젝트 대상으로 '2026년 전에 운영을 시작한 경우'로 제한했지만 최종안은 '2026년 전에 공사를 시작한 경우'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상원 최종안이 태양광·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애초 IRA에 근거한 태양광·풍력 세액공제는 2032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대한 세액공제는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됐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이하 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업들에 2022년 말 이후 가동 시설과 2026년 말 이전 착공 시설을 대상으로 시설·장비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이날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세액공제 폭을 25%에서 35%로 확대한 것이다. 법안이 상원에 회부된 이후 상원 공화당이 내놨던 초안에 담긴 30%보다 더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 폐지를 원했지만 반도체 신규 투자 프로젝트가 예정됐거나 진행 중인 부지를 지역구로 둔 공화·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유지 방향으로 정리됐다. 한편, 감세 법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머스크의 법안 반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그는 화가 났다. 그는 전기차 의무화 조치를 잃게 됐다고 말한다"고 답한 뒤 “그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출신으로 미국 국적자인 머스크를 남아공으로 추방할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우리는 (추방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부효율부(DOGE)가 일론(머스크)을 맡도록 해야할 지도 모른다"면서 “정부효율부는 일론을 잡아먹어야 할지 모르는 괴물"이라고 말했다. 전날 머스크는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감세 법안에 대해 “정신 나간 지출법안이 통과되면 그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이 창당될 것"이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은 역사상 어떤 인간보다도 많은 보조금을 받았을지 모른다. 보조금이 없다면 일론은 아마도 사업을 접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