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카드가 김덕환 전 대표의 후임으로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전무)을 내정했다.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시장 내 입지를 잃지 않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번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조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선임이 완료되면 그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각자대표로서 회사를 이끌게 된다. 조 본부장은 삼성카드 출신으로 2004년 현대카드로 둥지를 옮긴 뒤 범용신용카드(GPCC), 금융·법인사업, 카드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올 1분기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대환대출 제외)이 0.9%로 가장 낮지만,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p) 높아지는 등 경기침체를 비롯한 이유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낮아진 영향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보이는 수장을 앉히려는 까닭이다. PLCC 사업에서도 더 큰 성과를 내야 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조 본부장이 PLCC본부장 재임 시절 △파트너사 확대 △기존 파트너사와의 관계 강화 △상품·서비스 경쟁력 확대 등을 이끌었다는 성과를 지목한 것도 이같은 기대치를 보여준다. 현대카드는 2015년 국내에서 PLCC를 선보인 이후 스타벅스·대한항공·코스트코·배달의민족·올리브영을 필두로 대규모 고객층을 보유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신한카드·하나카드·롯데카드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올해 PLCC를 출시하면서 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타벅스가 올 하반기 계약 종료를 앞두고 삼성카드를 비롯한 다른 카드사들의 제안서를 검토하는 등 이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의 사임에도 스타벅스와의 파트너십 약화가 작용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강하게 공세를 펴는 곳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KB국민은행과 스타벅스의 만남을 의미하는 'KB 별별통장'을 판매하는 등 계열사 포트폴리오와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벅스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은행권에서 스타벅스와 제휴 상품을 만든 것은 KB국민은행이 처음이다. KB국민카드의 스타벅스 PLCC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비용을 분담하고, 특정 브랜드에 혜택을 집중하면 되는 특성상 카드사의 부담이 적다. 해당 브랜드 고객층의 소비를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 고객들의 소비 데이터를 추가적인 상품 개발, 맞춤형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용이하다. 다만 범용성이 떨어지는 만큼 브랜드의 입지에 따라 이용실적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조 본부장은 전사 실적을 끌어올리는 미션도 부여받는다. 현대카드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영업수익(8966억원)이 9.3% 증가했지만, 영업비용(8168억원, +10.7%)이 더 빠르게 불어난 탓이다. 비용문제는 현대카드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업계 1위로 올라선 삼성카드와 비교하면 카드수익은 10% 가량 적지만, 순이익이 3분의 1 수준인 것도 비용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집비용이 높은 편은 아니나 기타비용이 큰 것도 특징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카드론 수익도 늘리기 어려워졌다. 가맹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본업 실적 향상이 어려워진 가운데 '2선발'이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1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카드수익에서 카드론 수익(191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1.5%로 가맹점수수료(35.8%) 다음으로 컸다. 다른 기업들도 카드론 취급규모를 늘리기 힘들어진 점은 같으나, 삼성·신한·KB국민카드 모두 현대카드 보다 높은 카드론 실적을 토대로 더 큰 순이익을 내왔던 만큼 문화 마케팅 확대를 비롯한 다른 솔루션도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를 국내로 들여오는 등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성과를 냈던 현대카드가 스탠다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고객 저변을 늘리기 위한 행보"라면서도 “PLCC 시장 점유율 수성 여부가 신임 대표의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