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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부터 한전까지'...기업들 잇단 탈석탄 선언, 주가에 호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02 08:48

KB금융 ‘탈석탄 선언’에 삼성물산도 동참



한전, 신규 해외석탄화력발전 중단 선언



중장기 기업가치제고-ESG 확대 긍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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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금융사는 물론 삼성물산, 한국전력 등 주요 상장사들이 잇따라 탈석탄을 선언하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탈석탄 행보는 단기적인 주가보다는 중장기적으로 ESG 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삼성물산, 탈석탄 선언...한전 "해외발전사업 중단" 발표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가는 석탄 관련 신규 투자와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3.89% 하락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지난달 26일 하루새 13.8% 급등한 이후 숨고르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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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삼성물산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다만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은 비금융사 중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건설부문은 앞으로 석탄화력발전 관련 사업에 투자, 시공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공 중인 강릉 안인화력발전소와 이번에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국제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하고, 상사 부문 역시 기존에 계약된 석탄 트레이딩이 종료되면 차례로 철수할 예정이다.

한전도 이달 28일 앞으로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바 9·10, 베트남 붕앙2 사업은 상대국 정부와 사업 파트너들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계속 추진하고 나머지 2건은 LNG 발전으로 전환하거나 중단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50년 이후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은 모두 종료될 것으로 봤다. 한전 주가는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2% 넘게 하락했다. 다시 말해 탈석탄 선언이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던 것이다. 



◇ 기후변화로 ESG 중요성 부각...중장기 기업가치제고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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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같은 탈석탄 행보는 비재무적인 요소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의 재무적인 성과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 현상이 심해지면서 글로벌 연기금은 물론 국내에서도 ESG가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은 ESG 중심의 경영 강조로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KB금융그룹은 올해 9월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모든 계열사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미래애셋대우는 2006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경영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데 이어 미래에셋지속가능 ESG채권펀드 등 친환경 금융상품을 선별해 투자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SK하이닉스 등 SK그룹 8개사는 이날(2일)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 100%를 대체한다는 ‘RE100’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가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ESG 경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기업들의 잇단 탈석탄 선언은 ESG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의 투자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SRI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5%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8.31%)을 상회했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공을 들이는 만큼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종료되는 시기가 2050년 이후라는 점에서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만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2050년 사업 중단은 결과적으로 탈석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기존 계약건만 끝나면 다른 신규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저탄소, 친환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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