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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삼성·현대차·LG···재계 ‘계열분리’ 가능성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03 15:10

3·4세 경영 체제 열었지만 계열분리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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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3·4세 경영인 체제에 돌입했지만 이들이 세대교체 때마다 진행했던 ‘계열분리’에 대한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창업주나 2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 당시와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특정인이 계열사를 들고 독립하는 문화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 삼성·현대차·LG 세대교체 마무리···계열분리 소식은 ‘無’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시장에서는 대기업 계열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 지붕을 벗어나 다른 살림을 차릴 경우 특정 기업의 미래 비전이나 사업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식(미전실)을 58년만에 없앴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삼성물산을 위시한 제조업,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 등 크게 3개 기업군으로 구성돼 있다.

미전실 해체 이후 계열사간 자율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둘째 자녀인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를 이끌고 있으며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옛 제일모직) 사장은 지난 2018년 말 사장을 사임하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당장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외견상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독립시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있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이들의 실제 지분율이 낮은데다 최근 상황이 코로나19 등으로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이건희 회장이 남긴 각사 지분을 누가 어떻게 상속받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는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도 3세 정의선 회장이 취임했지만 이렇다 할 얘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 외에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총괄대표 및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문대표,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 자녀가 있다.

한때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택하면서 누나인 정명이 대표와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의 금융 부문을 독립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최근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판매와 금융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실제 계열분리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정성이 고문 역시 올해 초 이노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고 정윤이 사장은 외식사업 등을 직접 챙기며 각 분야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회장의 4세 경영 체제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거론되던 계열분리에 대한 얘기가 잠잠해진 상태다. 앞서 고 구본무 회장은 건강이 악화한 이후 동생인 구본준 고문(전 부회장)에서 그룹 경영을 맡겨왔다.

LG그룹 총수일가는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삼고 세대가 교체되면 전 세대들은 그룹 내 직책을 반납하는 전통을 지녔다. 시장에서는 LG상사가 LG트윈타워에서 LG광화문빌딩으로 본진을 옮긴 작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그간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계열사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이밖에 LG유플러스, LG전자 전장사업 부문 등도 분리 대상으로 언급되곤 했다.

◇ 선대 경영인 세대에는 계열분리 작업 빈번


삼성, 현대차, LG 등은 창업주 시절부터 세대교체 때마다 주요 계열사를 분리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해왔다.

삼성그룹의 경우 창업주 고(故)이병철 명예회장이 3남인 고(故)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후 장남이었던 고(故) 이맹희 명예회장은 CJ그룹을 맡았고, 고(故) 이인희 고문은 한솔그룹을 책임졌다.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그룹을 가지고 독립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도 ‘왕자의 난’을 겪으며 계열이 분리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었고 현대그룹은 5남인 고(故) 정몽헌 회장이 맡았다. 독립한 현대중공업그룹은 6남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책임졌다.

장자 승계 원칙이 확고했던 LG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은 장남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은 LG화재를 들고 나왔고, 이는 LIG그룹으로 성장했다. 구태회·평회·두회 등 다른 형제들은 LS그룹을 만들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형제들은 아워홈, 일양화학, LF 등으로 흩어졌다. 이 과정에서 LG와 GS는 3대 57년간 유지한 동업 관계를 마무리짓기도 했다. LG그룹의 3세 경영인인 고(故) 구본무 회장 세대에는 구본능 회장이 희성그룹을 들고 분리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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