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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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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월성1호기 감사 결과보고서 행간읽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1.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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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월성1호기 감사 결과보고서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1일 국회 요청에 의하여 착수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감사만료 시점인 2월 29일을 훌쩍 넘긴 10월 20일에야 발표되었다. 3년 전 이 날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가 발표된 날이기도 하다. 그 날 우리는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재개된 것에 감격하였지만 김지형 위원장은 2개 호기에 대한 공론화 결과를 확대해석해서 ‘에너지정책에서 원전비중을 줄이라’는 총리령을 넘어선 권고를 하였다. 그리고 불과 근무일로 이틀 후에 국무회의의 보고안건으로 5분간 논의되고 ‘에너지전환정책’이라는 포장지로 씌워질 것은 알지 못하였다.

월성1호기 감사 결과보고서의 공개 여부를 놓고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감사위원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런 논란의 흔적이 보고서의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다. 감사결과는 두 가지 문건으로 공개되었다. 9쪽짜리 보도자료와 200쪽짜리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보고서이다. 모두 감사원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감사 결과보고서를 요약한 것이 보도자료라고 생각하면 큰 오판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그렇게 만든다. 그리고 그 보도자료만을 놓고 수차례의 수정을 거친다. 그렇게 되면 본질과 다른 보도자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보도자료를 면밀히 살펴보고 감사 결과보고서와 비교해 보아야만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월성1호기 즉시 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과 주민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것이므로 감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월성원전의 안전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계속운전을 허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성으로는 가동중단을 설명할 수 없다. 주민수용성 역시 결과보고서에는 가동중단을 할 경우 지역지원금 등이 감소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기술되어 있다. 따라서 결국 경제성 분석의 결과로만 즉시 중단 결정이 설명된다. 따라서 종합적 고려라는 표현은 납득되지 않는다.

또 ‘고려하였다는 것이므로’라는 표현은 무엇인가? 감사관은 인정하지 않지만 피감기관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에 감사관이 자기는 인정하지 못하는데 피감기관이 그렇게 우긴다고 해서 인정해줬다는 것인가?

감사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많은 양보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더이상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자는 ‘고려하였다는 것이므로’라는 표현을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가 그 표현을 알아차려 주기를 지금 어디선가 간절하게 원하고 있을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월성1호기 경제성 검토에서 이용률 60%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되어 있지만 결과보고서에는 이용률을 85% 이상이라고 제시한 수많은 한수원의 기존 경제성 분석보고서를 열거하고 있다.

전력단가의 경우, 보도자료에서 2017년 55.08원/kWh를 제시하고 있지만 본 보고서에는 경제성평가에 실제로 사용한 51.52원/kWh를 제시하고 있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발전원가가 54원/kWh 수준인데 그것보다 낮은 값으로 한전이 전력구매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심지어 회계법인의 최초 경제성 평가에서 전력단가를 63.11원/kWh를 잡았고 이 또한 매년 1.9%씩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는 사실도 기술되어 있다.

지금 120원/kWh인 액화천연가스발전과 200원/kWh 수준인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을 마구잡이로 건설하겠다는 그린뉴딜 정책이 힘을 받아 추진되고 있는데 60원/kWh짜리로 비싸다 혹은 싸다를 논의하는 것도 그 자체로 우스운 얘기다.

보도자료에서는 한수원 이사의 재정적 이득이 없었기 때문에 배임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결과보고서에서는 경제성 평가를 나쁘게 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관실이 지시한 내용과 산업부와 한수원이 합심하여 회계법인을 압박한 얘기가 나온다.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에도 산업부 장관은 조기폐쇄를 전제하였고 계속운전허가기간까지 운전 후 폐쇄하는 방안 등을 배제하고 즉시 폐쇄하는 방안만을 논의하도록 종용한 사실은 양쪽 보고서에 공히 나타난다.

감사결과가 공개되고 모 일간지에서는 ‘감사원 결정에 탄력… 文 "에너지 전환 가속화 강구"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그러나 보고서의 어디에도 정책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았다. 정책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도 아니다. 평가자체를 하지 않았다. 경제성 평가과정에서 부당한 압박을 가한 사실만을 감사한 결과인 것이다.

지금 거의 보도자료만 보거나 혹은 그마저도 보지 않고 제목만 보고 논란을 벌이는 코메디는 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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