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코마롬시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
10일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이 브렉시트로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EU-ETS)에서 이탈해 새로운 영국 독자 ETS 시장을 만들면 EU-ETS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EU-ETS 시장에서 전체 배출권 거래량의 8∼9%를 차지해 해당 시장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배출권 수요 국가이다. 내년 1월 1일에 11개월간의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되면서 영국은 더 이상 EU-ETS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영국은 내년 4월 30일까지 설정돼 있는 올해 분 ETS 마감 거래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 EU-ETS에 잔류하지 않고 자체적인 영국-ETS를 구축하고자 한다. 영국 기업들이 EU-ETS에서 보유한 배출권을 거래하지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영국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배출권을 내년 4월 30일까지 서둘러 판매하기 위해 보유 배출권 물량을 시장에 대거 쏟아낼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이 갖고 있는 배출권 8∼9%는 EU-ETS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이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그만큼 EU-ETS 배출권 거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EU-ETS 배출권 가격이 톤당 11유로 수준까지 하락하고 2028년은 되어야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일 기준으로 EU-ETS 배출권 가격은 톤당 24.91유로이다. 배출권 가격이 브렉시트로 절반 넘게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EU-ETS에 적용되는 산업 분야는 사실상 제조업 전반에 해당한다. 정유·제철·알루미늄·금속·시멘트·석회·유리·세라믹·펄프·종이·상업항공·화학 물질 등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가 나오는 에너지 사용 설비가 포함된다. 현재 EU-ETS 적용 대상 설비는 1만1000개 이상이며 이들 설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럽 전체 배출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 현지에 진출한 제조업 기반 한국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업 생산법인은 약 170여 개다. 주요 기업으로는 ▲기아자동차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LG화학 ▲GS칼텍스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효성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독일, 루마니아, 불가리아, 스페인,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연합 국가에 진출해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부터 EU-ETS를 해운 산업에도 확대하기로 했다. 해운 회사도 유럽행 물류사업을 하려면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해운기업의 시름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 어떤 기업이 딱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해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기업은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기업 진출 목록>
진출기업 | 국가 | 산업 |
기아자동차 | 슬로바키아 | 자동차·자동차부품, |
두산중공업 | 루마니아, 체코 | 기계장비 |
삼성전자 | 폴란드, 슬로바키아 | 전기·전자정밀기기부품 |
삼성물산 | 슬로바키아 | 금속 |
SK이노베이션 | 헝가리, 스페인 | 자동차·자동차부품, 석유정제 |
LG화학 | 폴란드 | 전기·전자정밀기기부품 |
GS칼텍스 | 체코 | 고무·플라스틱 |
포스코 | 슬로바키아, 폴란드, 이탈리아 | 금속 |
현대자동차 | 체코 | 자동차·자동차부품 |
현대중공업 | 불가리아 | 기계장비 |
현대제철 | 체코 | 금속 |
효성 | 독일 | 전기·전자정밀기기부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