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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 부동산부터 풀어야 ‘R·S’ 공포 사라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24 10:04

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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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cession·리세션)’ 공포에 이어 ‘S(stagflation·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연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신흥국을 포함해 우리나라 경제에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반적인 경제의 부양없이는 건설·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있을 수 없고 건설·부동산 경기의 회복 없이는 국내 경제의 혈맥을 뚫는 것도 쉽지않다. 마치 수례의 양 바퀴와 같다. 건설·부동산업은 전체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 수준으로 제조업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이 때문에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 조짐이 신용경색 촉발과 맞물린다면 경기급랭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자릿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계속 나왔지만 새정부들어 집값의 고점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청약 경쟁률은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경쟁률의 청약이지만, 실질적으로 청약을 넣었다가 ‘부적격’으로 분류됐거나하는 사례들이 빠지게 되면 실질적인 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진 않다. 최근들어 고물가 지속과 국내외 경제 우려 속에 주요 건설사들은 청약 완판을 많이 못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침체 양상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조짐은 ‘부동산 심리’가 꺾이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보면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이 줄어들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부동산지표를 보면 부동산 심리가 꺾인 것이 여실히 목격되고 있다. 전국, 수도권을 넘어 최후의 보루인 강남마저 부동산 가격 지표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1주 연속 하락하는 등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11주 연속 하락 중이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증가한 가운데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이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는 전세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세 시장은 수요가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매매 시장을 받쳐주는 게 전세시장이고, 실수요자, 즉 실제 살고 있는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을 받쳐줘야 매매가는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 자체가 크게 오른 데다 최근에는 고점에서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매매가도 동반으로 하락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전세가가 추락하면서 매매가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한 듯 최근 전셋값도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2.5으로 전주 대비 1.5p 내렸다.

물론 임대차 3법 여파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오는 8월께 ‘전세대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전세가 신규로 나오면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크게 올라 새로 전세를 얻으려는 세입자의 부담이 커졌고, 현재 전세대출을 받고 이자내는 것보다는 월세를 내는 게 더 싼 고금리 상황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가 빨라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세시장은 서민들의 주거사다리가 돼왔는데, 전세로 시작해서 집사는 꿈으로 이어졌지만 요즘은 전세 자체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져있는 상태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진 상태에서 전세거래가 이뤄진 경우는 특이한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며 예를들면 공인중개소를 통하지 않은 직거래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는 전세시장의 하향세 동력 중 하나다. 문제는 전세같은 경우에는 90% 이상이 실수요이지만, 매매의 경우에는 실수요와 투자가 같이 섞여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전세가 꺾이면 매매 시장에서 실수요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가격이 빠져버리고, 전세 가격이 빠져버리면 투자하려는 부동산 심리가 그만큼 꺾여버리는 ‘연쇄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규제 완화를 가장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윤 정부 들어 이러한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21일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많이 풀어줬다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분양가가 최대 4%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원자잿값 상승이 25% 이상에 달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4% 올린다고 해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큰 실익이 없어 ‘언발에 오줌누기’ 라는 비판이다. 물론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 시에도 자재비 급등 요인을 반영해 주기 위해 ‘자재비 가산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자잿값의 단기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책이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뿐만아니라 대출 규제를 더 풀어줘야 투자 심리든, 매매 심리든, 전세 지수든 뭔가 풀릴 듯 하다. 지난 1일부터 실시된 대출이 1억원을 넘는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자체가 오히려 더 줄어들면서 부동산 심리는 오히려 꺾여있다. 또 다른 각종 규제들도 서로 얽혀있어서 부동산 시장은 침체일로를 향해가고 있다. 문제는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얼마 안돼서 당장 결과가 나오는 시기가 아닌 것은 알지만, 나라 경제 자체가 ‘내우외환’(내부: 정치적 교착상태·경기침체에서 스태크플래이션 우려 등, 외부: 원자잿값 급등·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미국의 금리 인상)을 앓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히 경제관료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협치, 실행이 필요하다. 경제 주체들의 활기를 위해서라도 최종 의사결정자들이 규제를 더 풀어줘야 경기는 활발히 돌아갈 수 있다. 최근의 물가급등,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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