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GCP(Global Carbon Project)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는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CO2 배출량 또한 역대 최대인 375억 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2020년 감소 이후 2년 연속 증가 추세이며 2021년 대비로는 약 1% 증가하게 된다.
인류문명을 종말로 이어지게 할 현존하는 최대 위험요인 중 하나인 기후위기는 ‘공유지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 빚은 대표적 사례다.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공유지, 기후위기가 그렇다.
각 나라는 탐욕스럽게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 공멸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도 무시한 채 화석연료 연소를 멈추지 않고 온실가스를 쉼 없이 배출해 왔다. 반면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자신의 저서 ‘공유지 관리’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대한 대안들을 분석하여 설명하고 국가적 해결 방식, 시장적 해결 방식, 그리고 공동체적 해결 방식을 각각 소개했다. ‘공동 자원에 대한 규제된 접근 및 협력’, ‘완벽한 질서(Perfect Order)’를 만드는 예 등 공동체적 해결 가능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보면 내년 1월 1일 기준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예산(Carbon Budget)은 2600억 톤(억제 확률 50%)으로 현재와 같은 배출 추세라면 6.5년 안에 고갈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EO 2022‘에서는 모든 국가가 기후 목표를 제때에 완전하게 달성해도 1.7°C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고, 최근 폐막된 제27차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COP26의 결정사항인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약속을 거부하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의 대응만으로는 1.5°C 목표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강화된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REPowerEU, IRA를 비롯해 RE100, CBAM, SBTi, IPEF 및 SEC·ISSB·IFRS 공시 등이 그것이며 공통의 목적이자 첫 번째 목적은 기후변화 대응이다.
예전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무임승차(Free Rider)를 관대하게 대했다면 이젠 정확한 청구서(Scope 3와 같은)들이 날아드는 시대다. 이러한 조치의 결과는 놀랍다. EU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점유율 목표는 32%에서 40%로 다시 45%까지 상향되었고, 호주의 경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43%,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82%로 각각 상향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확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2030년까지 1200GW 이상 재생에너지 추가 목표는 2025년에 조기 달성이 예상되며, 특히 태양광만 2030년까지 1000GW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현재 60GW인 태양광 발전설비를 2030년까지 215GW로 확대하고, 미국은 IRA 시행으로 2020년 신규설치 10GW에서 2024년 49GW, 2030년 100GW 증가가 예상된다. 글로벌 신규 태양광은 2022년 260GW에서 2030년 650GW에 이르게 될 것이며 미국, 독일 등은 2035년에는 전력부문의 완전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예상된다.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의 일명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보면,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해마다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비용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GDP의 20%까지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공공재이자 부정적인 외부성(외부불경제)을 발생시킨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투입되는 돈은 줄여야 할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현재의 감축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미래의 편익을 가져오게 된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조치들은 쓰나미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의무비율 하향, 협동조합 예산삭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원하는 주요국과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마귀 몇 마리로 거대한 수레바퀴를 막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