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을지로 환경재단 본사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기후변화가 이제 우리에게 재앙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재앙의 신호들이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누구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구의 종말 같은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게 됐다. 전쟁 터나 다름 없는 경제현장을 누비는 기업도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모두가 비상한 관심과 노력으로 힘을 모아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기후위기 대응 더 늦으면 내일이 없다’를 신년 화두로 제시하고 국내 주요 기후화경단체 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 지혜와 해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환경문제는 내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국가 안보에 전쟁보다 더 중요한 게 기후변화입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새해 재단 창립 21주년을 맞아 지난달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최열 이사장은 오랜 시간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대한민국 환경운동의 역사를 세운 ‘환경계 대부’로 통한다. 공해부터 기후까지 환경운동 40년 외길을 걸어왔다.
최 이사장은 1975년 명동성당 사건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 수감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가 옥중에서 읽은 공해문제 관련 서적만 250여권이다. 재판에서는 스스로를 ‘공해 평론가’라고 지칭해 판사를 당혹케 하기도 했다.
1982년 우리나라 최초 민간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열고 소장을 맡으면서 환경운동 선봉의 자리에 섰다. 이후 온산병 사태, 낙동강 페놀 사건, 영월 동강댐 백지화투쟁, 미세먼지 등 국내 굵직한 환경 사건의 중심에도 늘 있었다.
환경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지난 이명박(MB)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반대하다가 고초를 겪기도 하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삶의 연속이었다.
현존하는 주요 환경단체들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최대 규모 단체 환경운동연합의 뿌리가 된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등 여러 환경단체들의 시작에도 함께 했다.
최열 이사장은 2002년부터 설립과 함께 20년간 환경재단을 이끌어 오며 환경 연구·교육, 환경보호 활동 지원, 국제 환경교류 촉진, 그린리더 양성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앞으로의 20년은 ‘토끼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환경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지도자, 정치인, 기업인, 전문가 등과 함께 더 넓게 소통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새해 세계환경포럼 창립·에코캠퍼스 설립에 집중할 것"
- 새해를 맞는 소감과 각 계에 덕담 부탁한다.
▲ 2023년 토끼 해에는 토끼처럼 뛰듯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 환경운동 한 지 40년이 넘었다. 눈에 보이는 환경은 그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인류 최대 과제인 기후위기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갇혀 살지 않았나. 이도 결국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파괴했기 때문에 야생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인간이 공격을 당한 거 같다. 그런 면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 과도하게 개발하고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쓰면 결국 자연으로부터 역습당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제는 삶의 양식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국민 소득이 높아진다고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유럽 등에서는 에너지 문제 때문에 굉장히 전력이나 난방을 아끼면서 살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집에서 따듯하게 보일러를 틀고 반 팔 셔츠를 입고 있기도 한다. 아직 우리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 하더라도 행동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 환경재단은 우리나라 최초 환경 전문 공익재단으로 평가받는데 그 역할과 향후 계획은.
▲ 재단을 만든 지 21년째가 됐다. 환경재단 설립 취지는 세가지다. 첫째, 모든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게끔 환경운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나 사진전, 체험전 등을 중심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둘째, 제도권 교육이 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위한 환경 교육도 실시 중이다. 환경교육은 이제 실제 환경 전문기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회지도자들을 위한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더십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연대가 되는 것이다. 국내 많은 시민 환경단체가 있는데 활동이 위주가 되다 보니 배울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석·박사 과정 장학생 기회를 주고 비정부단체(NGO)를 지원한다. 국제적 연대를 통해 환경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기후 문제가 제일 중요한 인류 최대 과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단 내 에너지 제로·탄소제로 등을 다루는 기후에너지정책 대안과 싱크탱크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세계환경포럼’ 창립과 ‘에코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 ‘세계환경포럼’ 창립 준비는 어떻게 되가는가.
▲ 세계환경포럼은 세계경제포럼에 버금가는 기구로 만드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포럼 중 하나가 ‘다보스포럼’이다. 이 포럼은 경제포럼으로 환경을 경제 관점에서 바라본다. 환경재단은 환경 관점에서 경제 및 다른 분야를 바라보기 위해 세계환경포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올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2~3년 뒤인 2025년 정도 본격적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환경재단은 지난 2012년부터 ‘아시아환경포럼’을 열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확대하려고 한다. 아시아환경포럼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나 전문가들, 단체 지도자가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과 기업, 전문가들까지 포괄하는 형태의 국제포럼으로 키우려 한다. 도시 한 곳을 정해서 모이는 게 아니라 대형 크루즈에 3000명을 초대해 기후나 환경 문제로 주목받는 세계 국가나 지역 바닷가에 정박해 현장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다. 다보스포럼에는 정치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중심이 되지만 환경포럼은 미래세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많이 초청할 계획이다.
- 에코캠퍼스에 대해 간단한 소개해달라.
▲ 글로벌 환경운동 허브를 제공하고 환경운동 싱크탱크로 거듭나기 위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환경 중심 행사를 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국회에서 많이 진행하는데 이제는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환경재단이 경복궁 옆 서촌 지역에 땅을 마련해 에코캠퍼스를 지을 계획이다. 일반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형태로 토론하고 공론화 시키고 젊은 세대가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운동 허브’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그린리더 양석이 목적이다. 다목적관에서는 영화 상영부터 어린이 프로그램, 국제 행사 및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도 전시하려고 한다. 에코캠퍼스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4∼2025년 완공될 계획이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을지로 환경재단 본사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 "국제환경영화제 개최 등 문화적 접근이 차별화"
- 환경재단이 다른 환경단체와 차별화하는 점을 꼽는다면.
▲ 환경운동을 문화로 접근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국제환경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3대 환경영화제이자 아시아 최고의 환경영화제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환경재단이 지난 2004년 최초로 만들어 새해 20회째를 맞는 행사이다. 아직까지 환경문제를 영화로 풀어내는 단체는 환경재단 말고 없다. 이 영화제에 응모하는 작품이 연간 3500편 정도다. 영화제 1회 때는 응모작이 200편이었는데 많이 늘었다. 우리는 그 영화 중에서 70~80편을 선정한다. 영화 수준도 굉장히 높다. 우리는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있는데 환경영화는 굉장히 감동을 준다. 원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배우도 초청해서 이름을 딴 ‘환경상’도 만들고 싶은데 코로나 국면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 힘들다. 그럼에도 국내 유명한 영화인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갈 계획이다. 또 조직위원회도 형식적이지 않고 각 분야 권위 있는 알려진 사람들로 새로 구성할 계획이다. 환경영화제에서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영화 관람 후 관련 분야 교수나 작가와 함께하는 토크쇼나 체험전 등도 진행한다.
- 아시아 지역에서 에코빌리지 사업도 하고 있다. 성과는 어떠한가.
▲ 에코빌리지 사업은 마을 공동체가 안고 있는 생활 불편이나 고통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패키지 지원 사업이다. 방글라데시, 미얀마에 이어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네팔 등에 발생하는 전력 및 식수문제 해결과 지속가능 일자리 창출, 자연재해 방지 기후변화 대응 교육 등 지원을 했다. 처음에는 2005∼2006년부터 NGO를 대상으로 아시아 현장 답사를 지원하는 형태였다. 그렇게 연간 10팀씩 6년 동안 했더니 아시아 국가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이 됐다. 물은 많은데 식수에 비소나 중금속이 들어가는 문제들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식수사업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우물파기’다. 캄보디아에서 많이 하고 몽골과 라오스에도 진행했다. 다음으로 전기사업을 펼쳤다. 전기가 없어서 학업이나 취사 등에 문제가 있는 10개국에 태양광을 지원했다. 이런 활동을 시작으로 환경친화적인 마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방글라데시에서 태양광과 식수, 유기농법, 어린이 환경 교육,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등 모든 인프라를 갖춰주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 중에 코로나가 시작됐다. 방글라데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보니 내년부터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흡수한다는 맹그로브 나무를 현지에 연간 10만 그루 심는 지원 사업을 펼칠 생각이다. 또 이집트나 케냐 등에서도 기후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아시아 뿐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환경재단은 어린이환경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린이를 그린리더로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미래세대를 위해서 환경캠페인, 현장체험, 환경캠프, 기관방문형 환경교육, 교구 및 커리큘럼 개발, 환경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환경센터의 경우 어린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청소년도 포함된다. 프로그램에는 어린이 리더, 청소년 리더, 대학생 리더 등 연령별로 다 나눠져 있다. 또 ‘기후변화체험전’을 지난 2009년 뉴욕자연사박물관하고 진행한 바 있다. 그때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진행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서울과학관과 서울랜드, 부산해양박물관에서 진행했다. 새해엔 런던자연사박물관과 ‘기후변화체험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런던자연사박물관 전시를 마치면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 중 프랑스자연사박물관만 빼고 두 곳과 진행한 셈이다. 새해 런던 전시 이후에는 4월에 국립과천과학관과 부산에서도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 "환경 관련 질환·미세먼지 대책 성과 등 보람"
- 그동안 활동의 대표 성과를 소개해달라.
▲ 환경문제로 발생한 질병에 대해 펼치는 ‘어린이 치료 사업’이다. 환경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병은 아토피와 천식이다. 이 질병을 겪는 어린이들을 병원이나 자연으로 데려가 치료를 돕는 사업인데 15년째 진행하고 있다. 아토피나 천식을 개인적으로 치료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다. ‘어린이 치료 사업’은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환경재단이 펼친 이 활동으로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환경성 질환 관련 과가 창설되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
- 다른 많은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피스 & 그린보트’ 활동도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일본의 대표 NPO단체인 ‘피스보트’와 함께하는 공동 프로그램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 참가자가 한 배를 타고 아시아 곳곳을 여행한다. 지난 2018년부터는 환경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자 환경재단이 독자적으로 ‘그린보트’를 출항했다. ‘피스 & 그린보트’오 ‘그린보트’는 2019년까지 1만2681명 시민과 함께 총 14번 항해를 마쳤다. 이달에는 환경재단 활동의 역사를 담은 ‘환경운동 20년사’를 출판할 계획이다. 또 국내 NGO 중 최초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지난 2007년부터,‘ 푸른발자국’이라는 연간보고서를 2010년부터 내고 있다.
- 환경재단이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을 펼치지만 다른 환경단체처럼 고발 등 사회 감시활동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재단은 원래 고발성이 약하다. 대부분의 재단들은 장학생이나 상황이 열악한 사람들을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재단이 고발 활동까지 한다면 다른 단체가 영향을 받고 그들이 활동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재단은 처음부터 사회 감시활동이나 고발 활동과 관련된 회원 모집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ESG를 통해 투자자가 환경을 해치는 사업에 투자를 못하게 하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미세먼지센터나 기후변화센터 등 기존에 없던 것들을 만들었다. 미세먼지 관련해 한국과 중국 정부에 함께 소송하는 활동을 했다. 온실가스의 경우 지난 2008년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를 만들었고 독립시켰다. 단일 기업을 겨냥한 고발 활동은 하지 않는다.
- 재원 마련이나 활동 비용은 어떻게 사용하는가.
▲ 재원은 후원금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아무 기업에서나 기부받지 않는다. 환경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후원금 모집 대상에서 배제된다. 기업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그린리더를 양성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리더 양성과정에서는 돈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선발을 투명하게 하고 굉장히 꼼꼼하게 심사한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체와 달리 단체에는 장학제도가 없다. 그래서 환경재단에서 장학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포함 전체 105명 가운데 석사 60여명, 박사 4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현재는 학비만 면제해주고 있다. 매년 적어도 10명씩은 장학제도를 통해 지원한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을지로 환경재단 본사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 "공해부터 기후까지 환경운동 40년…기후문제는 난민문제"
- 강원대 농화학을 전공했다. 어떤 계기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는지.
▲ 본적은 대구다.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춘천으로 생활지를 옮겼다.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했었고 1975년 명동성당 사건에도 참여했다.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다. 옥중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다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1976년부터 공해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때 우리나라에는 공해에 대한 책이 없었다. 일본 엠네스티에서 250권 정도 책을 받아 옥중에서 책을 읽고 사회에 나와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설립했다.
- 약 40년 동안 환경에 대한 시민사회 의식의 흐름, 정책의 변화, 기업의 책임 등을 지켜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이나 개선점은.
▲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운동이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 활성화 되고 2000년대부터 활발해졌다. 환경단체 아닌 다른 단체들도 활발하게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과거에는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시민단체에 많이 영입됐는데 지금은 학생운동 자체가 사라지고 활동하려는 사람들도 환경에 이바지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경향이 많다. 다만 환경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작은 단체나 지역 단체에서는 사람을 구하기도 너무 힘들어 한다. 이전에는 단체에 들어와 오랫동안 활동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정거장처럼 지나가는 케이스도 많다. 하지만 이는 환경단체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라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 흐름에 맞게 환경운동을 하면 된다. 환경재단은 나눠진 부서마다 부서원들이 하나로 뭉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든 직원들이 프로젝트나 지원 사업 등에 대해 가지는 책임감이 상당히 높다. 여러 시스템을 활용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환경활동가에게 정당한 보수를 주고 국내외 연수도 많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맞아 기후환경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지 않은지.
▲ 오히려 더 빨리 촉진될 것이다.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에너지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 에너지들은 석유나 가스 중심이다. 이를 대신 할 수 있는 건 태양광과 풍력이다. 기존 석유와 가스 중심의 에너지 위기로 재생에너지가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갈수록 가격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태양광은 100원이던 게 10원이 됐고 풍력은 100원이던 게 30원이 됐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는 쓸수록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사용할 수록 매장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많이 쓸수록 가격이 떨어진다.
- 개인적인 소망과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있다면.
▲ 개인적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활동한 내용을 정리해 책을 내고 싶다. 어린이를 위한 책은 10권 정도 집필했다. 다른 소망이 있다면 단연 기후위기 대응이다. 국가 안보에 전쟁보다 더 중요한 게 기후변화다. 난민 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 난민이 2000만명인데 2030년에는 1억명이 되고 2050년에는 10억명이 된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없다. 기후변화를 남의 문제로 생각하는 건 가장 큰 착각이다. 시리아 난민 350만명들이 유럽으로 탈출했을 때 유럽에서도 일부 국가만 받아줬다. 앞으로는 동남아에서도 난민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그 난민들은 호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지금 호주는 기후난민들이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왜냐하면 호주도 몇 년 전 큰 산불을 겪었기 때문에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오세영 기자
사진 = 송기우 기자
■ 최열 이사장 프로필
◇약력
△1949년 대구 출생 △춘천고·강원대 농화학 학사·강원대 철학 명예박사·인제대 정치학 명예박사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소장 △19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 공동의장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 한국민간대표단 단장 △1993∼2003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1998년 생명의숲 공동대표 △1999년 삼성SDI·기아자동차 사외이사 △1999년 에너지시민연대 상임대표 △2003∼2005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004년 산업자원부 에너지원탁회의 위원 △2004년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2004년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회 위원장 △2008년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2005∼ 환경운동연합 고문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2005∼2014년 환경재단 대표 △2017년∼제2대 환경재단 이사장(현)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