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사진=김유승 기자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특히, 이 회사가 만든 신발의 밑창은 자동차 타이어의 디자인 패턴과 똑같아 친밀감과 함께 제품 인지도를 심어주는 데 확실한 홍보 효과를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트레드앤그루브’, 폐타이어를 가공해 제조한 밑창을 사용한 운동화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트레드앤그루브의 이온 대표는 "팀원 한 명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우연히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들이 낡은 타이어를 잘라다 신발 삼아 사용하는 장면을 본 뒤 패션 운동화로 가공해 제작하면 좋은 제품이 될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며 창업 계기를 소개했다.
트레드앤그루브는 지난해 약 5000개의 타이어를 재활용해 신발 한 켤레당 최소 세 켤레에서 열 켤레에 이르는 운동화를 제작했다. 일반운동화와 비교했을 때 신발 한 켤레로 8.9㎏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트레드앤그루브가 개발한 폐타이어의 신발 가공 방법은 두 가지다. 껍질을 벗기듯이 타이어 겉면 무늬 부분을 얕게 도려내 타이어 고유 패턴을 유지해서 신발에 부착하는 것과 타이어 몸통을 분쇄 후 재성형해 자재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대표는 "폐타이어를 가공한 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친환경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많이 찾아주고 있다"면서 "자동차 타이어 패턴이 들어간 신발이라는 특수성에 큰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레드앤그루브의 주 고객층은 타이어 패턴을 선호하거나 자동차 관련 소재 제품이라는 점에 흥미를 느낀 자동차 마니아들이라고 한다.
타이어 패턴은 스포츠카형과 산업 프로도형 등으로 사용 환경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사용된 타이어 종류에 따라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패턴을 가진 타이어로 만든 트레드앤그루브 신발이 그 자체로 희소성이 가져 마니아층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트레드앤그루브의 신발 밑창 설명 포스터. 사진=트레드앤그루브 |
현재 트레드앤그루브의 주력 신발 라인은 러닝화와 일상화 등 운동화로, 슬리퍼·샌들·부츠 등의 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를 비롯해 하이버·포엑스알 등에 입점해 있다.
트레드앤그루브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위해 ‘친환경 신발’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발 밑창뿐 아니라 외피에도 환경오염이 적은 무독성소재의 사용량을 늘리고, 상자와 안내문 등에는 재생지를 사용할 계획이다. 제품 구입 뒤 버려지는 품질보증서를 대신해 디지털상표(Tag)와 QR코드로 대체해 종이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이온 대표는 이같은 친환경 제품 사업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국내에 재활용한 폐자재를 제품에 사용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아직 많다"며 재활용 제품의 인식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재활용 시 세척과 선별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해 원자재를 무상공급 받더라도 제품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재활용 제품=저가’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현재의 가격대를 의아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친환경 상품이 여전히 국내 소비시장에 자리잡는 단계여서 시장에 알리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 비용이 다른 상품보다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었다.
이온 대표는 "트레드앤그루브는 현재 미디어 노출과 고객 접점을 점점 늘리며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친환경 제품에 더 개방적인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는 게 꿈이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