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NDC는 현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NDC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2012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개시한 2007년 발리 유엔기후변화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지하다시피 파리협정 이전 교토의정서 하에서는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선진국 그룹과 ‘비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개도국 그룹으로 이원화됐다. 이른바 역사적 책임과 공통의, 그러나 차별적인 책임 원칙에 바탕을 두고 선진국들만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 (commitment)를 졌다. 그런데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예상되는 개도국 그룹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중요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의 신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에서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을 절대 원치 않았고, 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라고 불린 자발적인 행동 차원에서의 기여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조약 채택에 실패하고 ‘코펜하겐 합의’라는 정치적 문서를 채택하는데 그쳤다.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면서 2011년 더반 기후변화 회의에서 2015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에게 함께 적용될 수 있는 (applicable to all) 신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협상을 마루리하기로 하고 새롭게 협상을 개시했다. 그리고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와 자발적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기여(contribution)’라는 용어에 합의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국가들은 자국 상황을 감안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스스로 마련해 실행함으로써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원국 모두가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로 명했다. 이후 INDC는 2015년 파리협정 제4조를 통해 현재의 NDC로 확정됐다. 이런 협상의 과정을 보더라도 NDC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에 대한 국가의 행동 계획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국가적 기여’라고 번역을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 번역하는 것은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이러한 NDC 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중대한 오해는 지나치게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해서만 소모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 계획 마련 및 시행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과 관련한 문건들을 보면 녹색성장은 우리나라 NDC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별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개념인데 온실가스 감축, 적응,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분야별 시책의 하나로만 다루고 있다. 안타가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속히 파리협정 상의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 관련 기후변화 정책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