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이슈&인사이트] 플라스틱은 '일회용'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2 07:51

류덕기 수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류덕기

▲류덕기 수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들어 범 지구적인 환경 관련 이슈로 기후위기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인류를 위협하며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연간 3억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폐플라스틱은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없다. 해마다 10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든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섬이 생겼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은 줄곧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출량도 세계 최고 수준을 다투고 있다.

이렇게 플라스틱 세상이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값싸고 질기고 사용의 편리함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원래 지구상에는 없던 물질이다. 인간이 현대의 발달된 화학 기술로 만들어낸 고분자중합 물질이다. 플라스틱은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찌꺼기인 나프타(Naphtha)를 다시 석유화학적으로 열분해크래킹 (Cracking) 해서 만든다. 플라스틱제조에는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지만 경제성 규모(economic scale)로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가 낮은 PE, PP, PS, PET 등의 봉투와 용기 형태로 사용용도에 맞춰 다양한 포장재를 양산할 수 있다.

폴리에틸렌 계열의 이 물질이 결국은 탄생한 지 채 100년도 안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인체에 해를 주며 지구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 됐다. 문제는 버려지는 폐 플라스틱의 유해성이다. 태울 때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일부 물질은 환경호르몬을 만들어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분해 과정을 거치면서 지름이 1∼2㎜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뀌어 동식물에 축적돼 생태계를 교란한다. 결과적으로 인체에 해를 주고 지구를 위협한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묘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값싸고 질기고 양산이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새로운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줄이고, 덜 쓰고 재활용해서 덜 버리는 소극적인 방법 밖에는 다른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대안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 제고를 연간 수백억원씩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게 먼저다. 그런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인다. 앞뒤가 안 맞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묘안은 없을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 제품을 ‘일회용’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번 쓰고 버린다’는 이런 고정 관념이 플라스틱의 부분별한 사용과 남용,폐기 등 플라스틱 공해를 조장한다. ‘일회용’이라는 근본적인 바탕에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이 싸다는 점이 깔려 있다. 가령 비닐봉지 하나가 수백,수천원이라고 하면 한번 쓰고 버릴까? 분명한 것은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비닐 봉지나 스티로폼 상자라도 잘만 관리하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사용량이 줄기 때문에 생산도 줄고 폐플라스틱의 배출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을 두고 ‘20세기에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대체할 수 없다면 문명의 이기로 제대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소비자들이 최대한 소중한 마음으로 아껴서 쓰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현재의 소비행태로는 플라스틱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그 출발점은 ‘일회용’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