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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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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미세플라스틱 공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15 08:08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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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최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국민 보건과 환경 관련 여러가지 문제점이 통해 수시로 부각되고 있다. 통상 1μm(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일컫고, 1 um이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진다. 워낙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시설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하천과 바다로 유입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171조 개에 달하고 총 중량이 230만톤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티클이 모여 태산이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해 연안 마산만과 진해만의 퇴적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측정한 결과 퇴적물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치솟았다. 마산만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00년대 이전 5%에서 이후 15%로 3배, 진해만은 4%에서 10%로 2.5배 각각 증가했다. 이는 연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율(8%)을 웃도는 수치다.

이 보다 시중에 판매 중인 유명브랜드 생수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다수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인기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한 결과 유명 생수 1병 안에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약 24만 개가 들어있었다.

해양이나 하천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이를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이 물고기를 먹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 같은 먹이 사슬을 통한 인간의 섭취나 체내 흡수 외에도 일상적인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일회용 컵, 생수, 티백, 플라스틱 용기 등의 사용을 통한 섭취 경로와 함께 일반 식수 등을 통한 체내 유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이 호흡에 의한 경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실험이나 측정을 통해 그 유입의 가능성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팀은 2017년 6~10월 대류권인 해발 2877m의 공기를 1만㎥씩 채집해 분석한 결과 모든 공기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로써 미세플라스틱이 대류권을 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사례로 2022년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 연구팀은 남극대륙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눈의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채취한 눈이 녹은 물 1L당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29개 발견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출처로 남극지역 과학 연구 기지를 지목했다. 하지만 모델링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무려 6000km 떨어진 곳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냈다. 2010년에는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먼지, 바람에 실려 대기권을 다닌 경로와 산악 등반대가 사용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마모되면서 발생된 경로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부산의 연구원에서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는 데 2022년 1월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실내외 18곳의 공기를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가 실내는 1㎥당 0.4개, 실외는 0.1개로 파악됐다. 크기는 실내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았고, 성분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 입자였다. 실내는 장난감과 포장재, 함성섬유 등에서 많이 배출됐고, 실외는 건축자재와 자동차, 음료수병 등에서 배출된 것으로 본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도 2021년 실내와 실외에 떠다니는 공기를 각각 포집해 2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개수와 크기 분포, 종류 등을 분석한 바 있다. 연구결과, 살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1㎥당 0.45∼6.64개, 실외공기에서는 0.45∼5.16(평균 1.96±1.65)개로 분석됐다. 아마도 측정 크기를 줄이게 되면 좀 더 놀라운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플라스틱이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어류, 사람까지 먹이사슬에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그 농도가 증가하는 섭취를 통한 생물농축확대 (biomagnification) 현상에 더해 호흡기를 통한 체내 흡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의 증가는 향후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확장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은 인간 생활을 넘어 근본적으로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그런 점에서 플라스틱의 사용과 관리에 대한 전 인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생성과 이동 경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대기질에서의 각종 자료를 공유하고,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별 농도별 인체 위해성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생활 환경 개선, 생활 행동 방식의 전환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 인류가 단합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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