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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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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경 초대석] 이회성 CF연합 회장 “내 꿈은 모든 제품에 탄소배출량 표기되는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31 13:15

한국 탄소중립 핵심은 경쟁력 잃지 않으면서 달성하는 것

이승만 대통령 원자력硏 설립처럼 지도자의 선견지명 중요

CFE는 정부 주도, RE100은 민간 섹터 힘 합쳐야 성공 가능

“한국 모든 제품이 카본프리 스탠다드 되길 희망”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의 CF연합 사무실에서 이회성 회장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송기우 기자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의 CF연합 사무실에서 이회성 회장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송기우 기자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경제 등 모든 정책방향을 탄소중립으로 향해 가고 있다. 서구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이행의 한 수단으로서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자는 RE100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자연여건이 불리한 우리나라로서는 RE100 이행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을 보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원자력,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기술력을 활용한 카본프리 에너지까지 포함하는 CFE 이니셔티브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작년 10월 27일 CFE 이니셔티브의 국제적 확산을 도모하고자 CF연합이 출범했다. 연합을 이끌 초대 회장으로 이회성 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UN IPCC) 의장이 선임됐다. 연합 출범 5개월을 맞아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의 CF연합 사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나 에너지와 기후 분야 국제 전문가로서 활동해 온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인터뷰 했다.


◇탄소중립은 폴루션 문제…정부 주도 CFE 이니셔티브 중요


이회성 회장은 1986년부터 1995년까지 초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과 1999년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 2015년부터 작년 7월까지 8년간 UN IPCC 의장을 지낸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진단하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과 방향의 핵심은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다른 측면이 있다. 다른 선진국들은 중화학산업이 줄고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발달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화학과 제조업이 핵심 산업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중화학과 제조업을 무탄소화 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CFE 이니셔티브로 방향을 잘 잡았다. 이것은 산업의 무탄소화를 뜻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R&D 지원을 포함해 규제 완화 등 모든 제도를 개선해 산업체가 무탄소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CCUS, 수소 등 모든 무탄소 에너지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CF연합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한화솔루션, 한국전력, GS에너지, 현대차,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등 국내 20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CFE 이니셔티브 확산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연 여건이 불리하면서 제조업이 발달한 이웃국 일본이 제격이다. 이 회장 역시 CFE 확산을 위해 일본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CF연합 회장으로 취임 직전에 일본 기시다 총리를 면담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단독 면담은 아니고 국제 인사들과 함께 기시다 총리를 만났었다. 일본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리뷰 자리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잘 만들었고, 서로 배울 게 많이 있겠다라는 얘기를 했다"며 “기시다 총리는 배출권가격까지 정확히 알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그는 탄소중립이 일본 사회가 이번 세기를 살아가는 지침이 될 것이며, 일본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얘기했다. 특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전을 재가동하는 등 모든 기술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CFE 이니셔티브도 일본과의 공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탄소중립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선견지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나라 6.25 전쟁이 끝나고 완전 폐허가 된 상태일때 원자력연구원(1959년 설립)을 만들었다. 그 당시에 그게 가능했던 생각인가. 원자력은 우리나라가 반드시 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그게 바로 지도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게(원자력) 없었다면 지금 우리나라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회성

▲지난 27일 서울 대한상의 CF연합 사무실에서 이회성 회장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송기우 기자

◇트럼프 당선돼도 탄소중립은 계속 될 것…세계가 그렇게 입력


CFE 이니셔티브가 RE100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구 등 다른 나라들의 공감과 동조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있고, CFE가 RE100보다 더 중요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영 정상회담, 작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COP28에서 우리 정부가 세계를 대상으로 CFE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고,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공감도 얻었다"며 “특히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총회에서는 CFE 구상계획을 알렸다. 우선 국내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그 다음 국제화를 위해 IEA 관심국들과 공동 워킹그룹을 만들어 이를 확장하겠다라는 로드맵을 설명했다. 다들 좋아했고, 박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CFE 이니셔티브와 RE100이 대립적 구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보였다.


그는 “RE100은 민간 섹터의 캠페인이다. 이것이 서플라이체인(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 이행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며 “2015년 파리기후협정(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1.5℃ 이내 상승)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각국이 열심히 하면 민간이 앞장설 이유가 없는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보면 갭이 있다. 탄소중립 문제는 기본적으로 오염(폴루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의 CFE 이니셔티브가 나온 것이다. CFE는 관군이고, RE100은 민병대 격이다. 둘이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탄소중립 이행에서 미국의 역할과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런 점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임기에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바 있으며, 재당선되면 재탈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세계 탄소중립 방향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예를 들면 1970년대 오일쇼크로 기름값이 폭등했을 때 차량 연비 개선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대립이 있었다. 기름값은 항상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름값은 크게 올랐다가 다시 내렸다. 그런데 연비 개선 투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더 확산됐다. 계속 수요가 발생하니까 그런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은 이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입력이 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때도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감소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화석연료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데, 그 주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가 가장 많다. 이득이 많게 되면 투자도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금융이란 말 안 좋아해, 모든 금융은 기후금융이다"


이 회장에게 CFE 이니셔티브 확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자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파이낸싱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꼽았다. 즉, 말로는 기후행동을 얘기하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만큼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IPCC 보고서를 보면 충분한 탄소중립 투자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3배에서 6배가량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1.5℃ 이내 달성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이것이 모두 CFE에 대한 얘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개인적으로 기후금융이라는 말 자체를 안 좋아한다. 지금 모든 금융은 기후금융이고, 모든 액션은 그린 액션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말과 실제 행동에는 큰 갭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국가적으로 탈탄소화가 시스템적으로 된다면 '하룻밤 자고 있어났더니 해결됐네'라는 그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모든 제품이 카본프리 스탠다드 되길"


이 회장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계획 대신 개인적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한국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제품이 카본프리 제품의 스탠다드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의 카본프리 기술과 제품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들이 한국의 산업정책 시스템에 대해 정부의 시장개입이라고 비판했지만, 지금 그 선진국들이 '뉴'자를 붙여서 한국이 해왔던 산업정책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고 한국 사람들은 그것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모든 제품에 탄소배출량이 표기됐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발언에서 탄소중립을 대한 그의 강렬하고 순수한 열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이회성 CF연합 회장 프로필


△1945년 충남 예산 출생 △1986~1995년 초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 △1999년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 △2012년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석좌교수 △2015년~2023.7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 △2023.10~ CF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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