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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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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중앙회 입김 줄어드나…작심한 금감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4 16:21

금감원 내달 농협금융·은행 정기검사
농협 내 부실한 내부통제 도마 위

중앙회 정점 지배구조도 문제 삼아
“지배구조 취약점 개선 지도”

농협

▲농협중앙회.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진행하는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관련된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앞서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와 관련한 수시검사와 농협의 지배구조를 점검하는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농협의 취약한 내부통제가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 적절하지 못한 관계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작심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밝힌 만큼 농협 계열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5월 중순부터 실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주요 대형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2년마다 실시하는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2022년 5월 정기검사를 받아 올해 검사를 진행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발생한 농협은행의 금융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의 취약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검사에서 은행 직원이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을 확인했다. 한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와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농협은행 다른 지점과 여타 금융회사 등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확인됐다. 또 다른 직원은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귀화 외국인 고객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했다. 이 직원은 여타 금융사고를 유발해 내부감사 시 적발된 직원이었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 인물들이 농협은행에서 요직을 맡으며 포진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 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 내부통제 통할 체계가 취약할 소지가 있고, 이같은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성은 추가적인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비롯한 부적절한 관계를 들여다보고 개선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주요출자자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가 명시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자회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영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손질하겠다는 의미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통해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독립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지난 3월 NH투자증권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놓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간 갈등이 생기며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했지만,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증권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대립각을 세웠고 결국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실제 농협금융 산하 계열사에는 농협중앙회를 거친 인물들이 포진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금융 계열사 7곳의 전현직 CEO 14명 중 12명이 농협중앙회를 거친 이력이 있다.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도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자리다.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CEO, 사외이사 등 임원진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데, 농협중앙회장 측근이 주로 임명된다. 최근 선임된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 출신 박흥식 비상임이사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에서 시작되는 낙하산 인사가 농협의 부실한 내부통제로 이어졌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과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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