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EE칼럼]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 작동되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5 10:36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정연제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2020년 12월 도입된 원가연계형 요금체계의 핵심은 연료비 조정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의 신설이다. 우선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와 실적연료비의 차이를 주기적으로 반영해 소비자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전기요금은 총괄원가를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총괄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전기요금 조정시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전기요금 결정의 최종권한 소재가 불명확해 정책적인 목적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한 순간에 모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연료비의 변화분은 소비자 요금에 제때 반영하도록 하여, 요금의 본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자는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의 주요 취지다. 또한 사전에 정해진 산식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신뢰성 및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기후환경요금은 RPS 의무이행비용과 ETS 이행비용 등의 기후환경비용을 별도로 분리 고지함으로써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전은 해당 비용의 정산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비용을 모두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재무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사실 국내 현실에서는 이것이 더 큰 목적일 것이다).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에서는, 한전이 꼼수를 부려 복잡한 항목을 신설하고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더 키우려는 술수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이 어떤 용도로, 어떤 명목으로 산정되는지 모르고 내는 것보다 이렇게 항목별로 분리해서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원가연계형 요금이 도입된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을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요금체계가 이제야 비로소 선진화되긴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같은 제도에 대한 평가를 다시 부탁한다면 아마 열이면 열 모두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낼 것이라 확신한다.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과 함께 지난 2022년부터 작년까지 약 40%의 전기요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한전이 부담했던 비용과 비교해보면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던지라 작년 하반기부터는 제대로 된 요금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제대로 조정되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이해를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전기요금 조정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하니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고, 한동안은 사과를 중심으로 한 과일 가격이 이슈가 되더니 이젠 원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물가를 주제로 한 뉴스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들썩이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시 공공요금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연료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다보니 한전의 올해 영업실적이 괜찮을 것 같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전기요금을 안 올려주면 한전이 부도날 것 같던 1년 전과는 상황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올리자고 주장하자는데 힘을 실어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기준연료비가 전기요금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의미를 갖는 제도이다. 연료비 예상치를 토대로 (총괄원가의 다른 요소들도 같이 반영해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데, 당초 예상한 것보다 연료비가 오르거나 내린다면 그 부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연료비 조정요금이다. 그런데 기준연료비뿐만 아니라 다른 원가 요인이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니, 3개월마다 발표하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또한 기후환경요금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선 때문에 요금조정을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기후환경요금 단가 재산정 작업은 연초에 이루어져야만 했다. 1년에 한번씩 단가를 재산정해 놓기로 해 놓고선, 아무런 해명도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지나가버리면 이것이 관례가 될 것이 뻔하다.


물가를 관리하는 분들은 전기요금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기분이 안 좋겠지만, 최소한 원가연계형 요금제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만큼 전기요금을 다 올리지 못하더라도, 전기요금 조정 체계만큼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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