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조선업계가 수출길 확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한국형 해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2020년 88.0점이었던 국내 밸류체인 종합경쟁력은 2022년 86.4점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88.9점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이 90점을 돌파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스 운반선 경쟁력은 한국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생산력을 비롯한 분야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한 탓이다.
산업연구원은 유조선 건조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추월했고 벌크선의 우위도 공고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컨테이너선 분야 양국의 경쟁력도 동등한 수준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다수의 군함을 건조하고, 선복량이 우리나라의 4배에 달하는 것도 이같은 현상에 일조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인력을 비롯한 생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까닭이다.
실제로 1~4월 전세계 누적수주 물량을 보면 중국이 929만CGT로 한국 보다 400만CGT 가량 많다. 지난달말 수주잔량도 중국은 6486만CGT로 한국(3910만CGT) 대비 40% 가까이 높다.
중국이 국영조선소그룹을 중심으로 설계회사·연구소·금융사·상사를 보유한 점도 언급된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토탈솔루션을 제공하고 선박금융을 비롯한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생산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조선해양미래혁신인재양성센터'도 오픈했다.
일본의 경우 기술 및 생산 경쟁력 부족으로 건조 역량을 끌어올리기 힘든 형편이다. 후발국은 친환경 기조 확산을 비롯한 '진입장벽'에 막혀 입지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때문에 조선산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이 어려운 반면, 중국은 이같은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도 언급된다.
산업연구원이 조선·해운·국방금융을 망라하는 해양전략 수립을 촉구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수소경제 본격화를 앞두고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초격차 기술의 상용화와 생산현장의 디지털 전환도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통해 건조 생산성과 선박 시운전 효율성 및 안전성을 높이고 운항 효율성을 높이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한화오션이 가상현실(VR) 도장 시뮬레이션 도입을 통해 근로자 숙련도 향상에 필요한 비용을 낮춘 것도 이같은 행보의 일환으로 꼽힌다.
대중국 규제 등 진영간 블록화가 심화되는 상황을 활용하는 것도 솔루션으로 언급된다. 우방국 뿐 아니라 국내 선사들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조선 발주가 다시금 본격화되는 등 업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이 정주여건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 전문인력 양성 및 외국인 인력 수급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