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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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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홍콩에 투자할걸”...엔화 환율에 울고 있는 해외투자자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3 11:08
JAPAN-YEN/JUMP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역대급 엔저(円低)의 영향으로 일본 증시가 올해에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투자자들은 울상이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지나치게 오른 탓 환차로 인한 전체 수익률이 쪼그라들면서다. 일본 엔화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여전한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탈출 행렬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올 들어 14% 넘게 오르면서 해외 주요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 달러화로 일본 증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경우 이야기다 달라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온 결과 환차로 인해 이들의 전체 수익률이 3%대로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주 중심 미국 나스닥 지수가 올해 11% 가까이 오른 것은 물론, 환차를 반영한 홍콩 증시 수익률이 11%인 것과 상당해 대조적이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상승세는 그동안 일본 증시에 호재로 작용해왔다. 역대급 엔저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자 증시도 덩달아 고공행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자 분위기가 오히려 반전되고 있다. 엔저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로 내수가 위축되자 더이상 일본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우려로 닛케이지수가 고점대비 6% 넘게 하락했다고 짚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유 밤바 일본 액티브 투자 총괄은 “엔화 가지차 지속적으로 약화할 경우 일본 주식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일본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얘기해보면 엔화 환율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엔/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엔화 환율이 상승하면 수익을 보는 리버스 넉아웃 옵션(RKO)을 지난 주 사들이기 시작했다. 엔/달러 환율이 앞으로 달러당 160.5~161엔까지 오를 것이란 베팅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밤바 총괄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아예 내리지 않을 경우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7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계기로 일본 증시를 떠나는 해외 투자자들의 규모가 더 커질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는 “엔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엔/달러 환율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앞으로 축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밤바 총괄은 일본은행이 7월 또는 10월에 금리를 또다시 인상하고 이에 앞서 국채매입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130~135엔 범위의 엔/달러 환율도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뱅가드 역시 일본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현재 0~0.1%에서 0.75%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도 일본 금리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기관들의 전망대로 엔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이면 일본증시에 대한 투자심리 또한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밤바 총괄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 밑으로 떨어지면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 복귀에 더욱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전쟁, 매파적인 연준 등 거시경제적 요인들로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 자국내 투자, 소득 증가 등으로 시장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3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3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86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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