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석유화학 수출이 감소세에서 반등했지만 이는 일시적일뿐 중장기적으로는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처인 중국이 곧 석유화학제품의 완전 자급에 들어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4년 에너지 수요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전망을 별도로 다뤘다. 결과적으로는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 업황은 내수 부진 속에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향후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41억5338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1% 증가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021년 550억924만달러를 정점으로 2022년 543억1568만달러, 2023년 457억499만달러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이 다시 증가하면서 업황이 살아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보고서는 일시적 현상일뿐 중장기적으로는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그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의 최대 수출처는 중국이다. 2023년 기준으로 대중국 수출비중은 37.3%이다. 절대적 비중은 아니지만 2위 미국 비중이 8.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때 높은 편이다.
보고서가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 부진을 전망한 이유는 중국이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력을 계속 높이고 있어 그만큼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19년 이후 석유화학 설비 투자를 크게 늘려왔고 2025년 경에는 대부분의 기초유분과 중간원료의 자급률이 100%를 초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2024년 동안 우리나라 생산용량의 약 2배인 총 2005만톤에 달하는 에틸렌 설비를 증설했다. 프로필렌 설비도 마찬가지로 크게 증가했고, 폴리에틸렌과 같은 다운스트림제품 생산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중국의 증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2022년 4월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의 석유화학 산업 중단기 목표를 제시했는데 주 내용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 확대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 80% 이상으로 향상 △대규모 화학 공업단지 70개소 조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무서운 점은 단순히 양적으로만 늘리는 게 아니라 질적 개선까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원유 정제부터 최종 제품 생산설비까지 모든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특히 대규모 납사분해설비(NCC)와 신공법인 COTC(Crude Oil to Chemicals) 설비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25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기초유분과 중간원료를 완전 자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중국 석유화학의 또 다른 강점은 저렴한 원료 확보에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산과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도입하고 있다. 저렴한 원료에 설비까지 최신이다 보니 우리나라 제품이 중국 제품에 밀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정유산업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납사는 석유제품 중 경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제품이다. 또한 납사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원료인 LPG 수요도 감소해 LPG산업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지만 중국 보다는 인도의 도시화와 경제 개발에 따른 신규 수요,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의 재건 특수가 향후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황 개선의 주요 동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전까지는 업황의 구조적 부진 속에 납사와 원료용 LPG 수요 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