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국내 재계의 창업주 또는 오너 2세 시대가 저물면서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글로비스 등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종목들의 경우 그룹 내 이슈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단순 지분율 뿐만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이 회장 별세 직후 13% 오른 삼성물산, 하루만에 약세로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장 별세로 26일 롤러코스터를 탔던 삼성그룹주는 하루 만에 소폭 약세로 돌아섰다. 삼성물산은 전날 11만5500원에 마감해 2.12% 하락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 회장 별세 직후 첫 거래일인 26일 13.46% 급등하며 그룹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날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촉매제로 작용했다.
삼성전자(-0.99%), 호텔신라(-1.44%), 삼성화재(-1.03%), 삼성SDS(-0.55%) 등도 27일 약세였다. 삼성생명(1.37%), 삼성바이오로직스(0.79%) 등은 소폭 올랐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이 지분 9.2%를 들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 우선주인 삼성물산우는 6.07% 올라 3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너일가가 배당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생명법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변수들이 많은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현대글로비스, 6개월간 80% 급등...‘상승여력 소진?’
현대차그룹주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당시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 AS 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 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시장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자진 철회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최근 정의선 회장의 취임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대표적인 수혜주는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 23.29%를 비롯해 현대오토에버 9.57%, 현대차 2.62%, 기아차 1.74% 등을 보유 중이다.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 4월 27일 9만8300원에서 이달 현재 17만7000원으로 80% 급등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이달 21일 20만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10% 넘게 하락했다.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현대글로비스가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점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 매출액, 기타유통매출액이 줄어들고 중고차 등 수익성이 양호한 매출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인 상승여력은 소진됐지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된 뉴스플로우는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